5 장  수일의 병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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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이가 나왔다구, 어디 보자-》

정녀는 격하게 부르짖으며 대문을 열어제꼈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수일이가 방안에서 뛰여나오며 어머니품에 안기였다.

《어머니, 저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습니까?》

《고생이야 네가 했지. 어디 보자. 네 얼굴이 말이 아니로구나.》 해쓱해진 아들의 볼을 쓰다듬는 정녀의 손길은 가게 떨리였다.

수희가 어머니와 오빠를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수일아, 네 기를 다 들었다. 참 용터구나. 동생을 중학에 보내고 험한 감옥살이를 이겨내구…》

《어머니의 병세는 어때요?》

《다 나았다. 이모부가 입원시키고 또 너를 석방하도록 노력한것 같더구나, 아버지와 련계를 가지구.》

《아버지도 군정에서 일하는가요?》

《그건 잘 모르겠다, 이모부와 함께 있는지. 하지만 그렇다도 계속하시진 않을게다.》

《아버지는 나한테 면회를 와서 왜놈과 미국놈은 다르다고 하셨어요. 》

《아버지말씀이 옳수도 있다. 헌데 어쩐지 세상이 어수선하구나.》

정녀는 수심어린 눈길로 아들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였다.

수일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때 수가 점심상을 려가지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니, 식사…》

《오냐, 다같이 함께 식사를 하자. 이게 몇해만이냐. 얼마 안되는 식구인데도 모여앉기가 쉽지 않구나.》

《이젠 아버지만 오시면 되겠는데…》 하며 수가 어머니손에 숟가락을 쥐여주었다.

정녀는 아들에게 도라지채와 고사리를 비롯한 반찬들을 자꾸 권했다. 《어머니, 오빠한테 많이 주지 마세요.》

《이건 몸에 좋은 산나물들이다. 많이 먹고 어서 일어나야지.》

《어머니, 오빠는 몹시 앓았어요. 그러다 체하면 야단이 아니예요. 성아언니가 없었더라면 큰일날번 했어요.》

《뭐라구?! 몹시 앓았다구…》 정녀의 색이 순간에 질리였다.

《어머니, 수가 괜한 소릴 했어요. 이젠 아무 일도 없어요.》

수일이가 두눈을 끔이였으나 수희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점심식사를 마친 부터 정녀는 잠시도 아들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시간 맞춰 약을 먹이면서 말을 그냥 했다.

야, 몸이 추서면 이젠 공장일을 그만두고 대학공부를 하자꾸나. 아버지와도 의논이 있었다.》

그 말에 수가 손벽을 다.

《아이, 좋아라. 엄마, 오빠를 꼭 대학에 보내주세요. 점심밥곽을 들고 공장에 다니는걸 못 보겠어요.》

《어머니는 오빠가 대학공부를 하지 못하는것이 가슴아프다. 수야, 너도 공부만 잘하면 대학에 보내주겠다.》

다음날부터 정녀는 소학교복직수속을 다니였다.

오누이를 공부시키자면 집에서 편히 쉴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런 까닭에 수일은 대체로 집에 혼자 남아 있었다. 오늘도 그는 약을 먹고 마루에 나와 앉아있었다. 만리 산머리에 흰구름이 얹히고 등의 잡관목너머로 마포진거리의 일각과 푸르른 정원이 강건너편으로 바라보였다.

수일은 이틀전에 인편으로 박용구가 보낸 약재와 치료에 전심하라는 당부를 받았다.

공장에선 《군정》의 앞잡이인 《대한로총》과의 대결이 격화되고있었다.

(치료라… 물론 건강해야 투쟁도 잘할수 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처럼 당부하고 바라는 대학공부문젠 어떻게 한다?)

그가 진정을 못하고 방황하는데 수희가 성아와 함께 학교에서 돌아왔다.

《오빠, 이것 봐.》 수가 선도좋은 조기두름을 들었다. 그 순간 뜨락에 비린내가 풍기였다.

《조기가 났구나- 첫물이겠지.》

《쌀값은 여전하니?》

《또 올랐어. 촌에서 쌀이 아직도 안 들어온대. 옷감을 돈도 마지막이야.》

이때 룡산의 정애가 불룩한 려행용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이모가 오셨네.》

가 반기며 부엌에서 뛰여나왔다. 뒤이어 수일이가 정애에게 머리숙여 인사했다.

《이모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집에선 다 무고하십니까?》

《우린 다 잘있다. 그동안 감옥살이를 하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니?》

정애는 수일의 상한 모습을 애무의 눈길로 여겨보며 못내 가슴아파했다.

《이게 너에게 무슨 효험이 있겠는지 모르겠다만.》 하며 그는 가방에서 양파와 분탕, 당무와 보기 드문 칠면조고기를 꺼냈다.

《원 이모님두, 뭘 이렇게…》

수일이 고마움을 금치 못했다.

《그저 성의뿐이다. 어머니가 안 보이는데 학교입직수속을 하러 간모양이구나.》

《네.》

《참 극성이지. 사서 고생한다고 할가.… 야, 그 앞치마를 인다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끓여가지고 오는건데…》

정애는 자기가 직접 료리를 하려고 했다.

《이몬 그만두세요. 성아언니와 같이 조기생선국을 끓이고있어요. 산나물도 만들고요.…》

《그래…》

정애는 성아에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성아언닌 오빠를 치료해주고 까무라친 어머니도 구원해어요.》

가 성아자랑을 했다. 정애는 고개를 끄덕일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성아를 이 집에 화를 가져온 처녀로 보고있었다.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갔다. 성아는 그 눈치를 알아차린듯 몸둘바를 몰라하더니 부엌에서 나갔다.

《성아언니, 갑자기 왜 그래?》

가 뒤따라나가며 소리다.

《원, 애두… 놔두거라.》

정애는 얼굴을 찌프리며 못마땅해하는 기색을 지었다.

《이모님, 성아에겐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수일이가 한마디 했다.

《넌 어머니를 잃을번 하고도… 그게 누구때문인지 아직 모른단 말이냐.》

《이모님, 고정하십시오. 모든건 제탓입니다. 이모님을 정시킨것도 그렇고…》

수일이가 사과했다.

《네 마음을 알겠다. 여기 조기생선국을 끓였으니 칠면조료리는 저녁에 하도록 해라.》

정애는 조기국맛도 보고 칠면조고기료리준비도 해놓고 밖으로 나갔다.

에 다시 오겠다.》

수일은 동구밖까지 따라나가 정애를 바래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해 등에 지고오는 수희를 만났다.

《이모두 , 성아언닐 그렇게 보다니…》

는 볼부은 소리를 하였다.

《됐다. 이모로선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 않느냐?》

《그럼 오빠는 성아언닐 나쁘게 생각해요?》

《난 성아씨도 이모님도 다 좋게 생각한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나도 좋겠어요. 하지만 난 오빨 두고보겠어.》

《그건 네 마음대로 해. 수희야, 아까 이모가 어머니더러 사서 고생을 한다고 그랬지? 그게 무슨 소리같니? 아버지가 이모부와 같이 있다는 뜻이 아닐가?》

《나도 잘 모르겠어.》 하고 수는 그동안 아버지가 오빠방에서 글을 썼다고 알려주었다.

《아버지가 글을 쓰셨다구? 편지가 아니구?》

《아니야. 밤에도 주무시지 않고 쓰셨어.》

《?》

수일은 집에 들어서는길로 책상과 책꽂이 서적갈피를 뒤지였다.

《아무것도 없나?》

《시끄럽게 굴지 말어-》

수일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이번에는 구석진 책상밑을 뒤지였다. 마침내 구겨진 종이장을 얻어냈다.

《일제의 토지략탈…》 이란 표현과 하야시지주의 악착스런 만행 고발하는 글토막들이 눈에 띄였다.

《무슨 글일가?…》

수일은 다른 종이장들과 낡은 수장을 펼치며 추리해보았다. 출판물에 내자는 글이겠는가?

머리를 쓰는데 수종이장을 보더니 《맞아! 이것 같애.》하고는 고서점의 로학자가 집에 다녀간 이야기를 덧붙였다.

《어디에 있는 고서점 말이냐?》

《오빠는 모르나, 소서문거리.》

《거기라면 나도 알아. 그 서점주인은 력사학자야. 헌데 아버지와는 아시는 사이인가?》

《아버지가 독학을 하실 때부터 방조를 받은것 같애.》

《그게 정말이냐?》

수일은 생각에 잠기였다. 아버지가 왜놈의 죄악상을 고발하는 애국적인 사업에 관계한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겠지. 우리 아버지가 어떤분이라구!)

수일은 기뻐 어쩔줄 모르면서도 지난날 아버지를 의심했던 자책감 금할수 없었다.

가 푸짐한 저녁상을 내왔다. 조기생선국이 구미를 돋구고 도라지나물이 이채로왔다. 하지만 수일은 김이 문문 피는 저녁상을 바라볼뿐 상앞에 선뜻 다가앉지 못했다.

《오빠, 생선국은 식으면 맛이 없어.》

가 독촉하였다.

《수야, 어머니가 오시면 함께 먹자꾸나.》

《!…》

오빠의 효성스런 마음에 수는 가슴이 뭉클하였다.

《응, 알겠어. 내 맛있게 다시 끓이겠어. 첫물 조기국인데 아버지한테도 대접했으면…》

는 아버지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에 뒤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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