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장  수일의 병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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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미결감은 매일같이 부산스러웠다. 처음에는 공정으로 나갈 대상들을 불러내고 좀 지나서 면회자들을 호출하였다.

미결수들은 숨을 죽이고 자기의 수감번호를 기다렸다. 고달픈 하루일과중에서 그중 기대되는 시각이였다. 여기저기에서 패통들이 떨어지고 문짝따는 소리와 머리를 숙이라는 간수의 악이 복도를 울리였다.

현수일은 저려나는 팔목을 주무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아버지가 어떻게 되여 전실에서 나를 만날수 있었을가? 그러자면 굉장한 배경이 있어야겠는데 아버지는 아직 무직이라고 했다. 혹시 《미군정청》에 많다는 총독부출신들과 련계된게 아닐가? 아니, 과거와 결별하자고 입산을 단행한 아버지가?…)

수일은 당장 집으로 달려가고싶었다. 갑자기 《7321번.》하고 소리치는 간수의 악이 시으로 날아들었다.

뒤이어 문짝이 열리였다. 《현수일, 사품을 가지고 나왔!》

《왜 그러시오?》

수일은 의아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잔소리말고 일어나. 상급의 지시다.》

상급이라는 말에 수일의 의혹은 더 커졌다. 사품도 다른 감방으로 이감하거나 출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체 가지고다니게 되지 않았다.

복도에 나온 수일은 말없이 간수를 따라갔다. 간수는 의외에도 수일을 형무소책임자방으로 안내하였다.

《어서 들어오게, 처음도 아니지 않은가?》

전옥은 끔해진 수일의 신색을 살피더니 아버지와 만났던 옆방으로 데리고갔다. 원탁에는 김이 몰몰 피는 남비탕과 음식이 차려있었다.

《별건 아니지만 성의로 알고 들게.》

전옥은 음식을 권하면서 진작 아버지이야기를 했더라면 고생을 면했게 아닌가고 하면서 물었다.

《젊은이, 아버지가 어느 기관에 있는가, 군정청인가?… 모른다구? 그러지 말게. 알아서 인사나 하자는거네.》

전옥은 어제 저녁에 미결범 현수일을 병보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절상 검찰소에 문의했으나 역시 같았다. 수감된 친일역적들도 그런 식으로 출하는이여서 이상할것은 없었다.

전옥은 수일에게 적용했던 과도한 처벌이 켕기였던지 수선을 떨었다.

《식사나 하고 나가게. 병보석이네.》

《병보석?!…》 수일은 크게 놀라며 따져물었다.

《나는 구형받을 근거가 없소. 때문에 공에서 백을 가르겠소!》

전옥은 자기는 상급의 명령을 집행하는것만큼 그러지 말고 빨리 집에 가서 료를 잘 받으라고 타일렀다.

전옥과 언쟁할 흥미를 잃게 된 수일은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외투에 감싼 사품을 안고 여러달만에 감방철창문을 넘어섰다. 바람기가 부드럽고 눈무지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가로수들에는 새잎이 내돋았고 행인들의 옷림도 가벼웠다.

이상한것은 정류소전차들이 궤짝만 하게 작아보이고 사람들도 동화에 나오는 난쟁이들을 방불케 하였다. 눈을 비비고 더 크게 떴지만 마찬가지였다. 점포들과 집들도 모두 축소처럼 안겨왔다. 페쇄된 공간속에서 시신경이 제한을 받아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였다.

수일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내투쟁건으로 중형까지 각오해야 했던 수일은 갑작스런 석방이 기쁨보다도 강한 의혹을 금할수 없었다. 재판과 절차도 무시된 이러한 석방은 특례라고 할수 있었다.

수일은 그 내막을 알길이 없었다.

거리의 공기를 페장깊이 마시며 수일은 어쩐지 지금 이 시각에도 감방속에서 고초를 겪고있을 사람들에 대한 민망하고 죄스러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새된 경적이 귀청을 따갑게 울렸다. 미군차였다.

1

2

 

서대문에서 마포행 전차를 갈아타고 아현동마루에 내린 수일은 밋밋한 등성이를 끼고앉은 오수정화장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감옥에서 뜻밖에 풀려나온 의혹과 뭔가 색스러운 마음이 크긴 해도 신선한 바깥공기가 향기처럼 젊은 가슴을 취하게 하였다. 거리의 각양한 풍경들이 새삼스럽고 동산의 봄기운이 인상적이였다. 아카시아는 꽃망울이 지고 파란 하늘은 유리판처럼 투명하고 말쑥하였다.

집에 도착한 수일은 다급한 마음으로 대문을 열어제끼며 소리다.

《수야, 수희?!…》

그뒤를 이어 《오빠!》, 《오빠나? 오빠.》하고 수가 달려나와 품에 와락 안기며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모가 그러더니 정말 나왔네. 아이, 좋아라.》

수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집을 나간지 불과 반년남짓했으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변고들이 있었던가.

《어머니랑 왜 안 보이니?》

수일은 집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어. 어머니는 병이 위독해서 입원하구 아버지는 오빠때문에 집을 나갔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어. 하숙하던 언니들도 숙소를 옮겨서 나 자뿐이야.》

동생의 말에 수일은 눈앞이 캄캄했다.

어머니는 병이 위독하고 아버지마저 소식을 모르고있다니… 과연 이것이 해방이 가져다준 덕분이란 말인가!

한동안 멍- 하니 선자리에서 굳어졌던 수일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으로 가보자고 했다. 그러자 수는 손끝으로 눈물을 닦으며 오빠 진정시켰다.

《오빠, 엄마병은 다 나았어. 이모부가 특별실에 입원시켰어. 아버지도 이제 곧 집에 돌아오신대.》

《그래… 이모부는 <군정>통역관이라지. 아버지도 이모부와 함께 있다던?》

《그건 몰라.》

《수야,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가자. 어느 병원이냐?》

《오빠, 내가 방금 갔다왔어. 며칠내로 퇴원하여 학교에 나갈 수속도 하시겠다고 했어.》

《좌우간…》 수일은 말을 하다말고 얼굴을 괴롭게 찡그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는 한밤중에야 눈을 떴다.

《오빠, 이젠 정신이 좀 들어? 감옥에선 사람들을 개나 돼지처럼 다룬다지.》

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눈물에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감옥말은 더 하지 말자.… 수야, 어머니가 나를 많이 하셨겠지?》

《아니야. 엄마는 오빠를 책망하지 않았어. 아버지에게 오빠를 꾸짖지 말라고 하셨어.》

《내가 대학공부를 하지 않고 로동자가 됐다구 섭섭해하시진 않던?》

《나를 공부시킨게 용타구 했어. 어머닌 오빠가 감옥에서 나오면 대학에 보내겠다고 하셨어.》

《대학에…》 수일은 또다시 뒤말을 잇지 못하며 신음소리를 냈다. 그의 얼굴과 몸에선 땀이 샘솟듯 흘렀다. 수는 사색이 되여 수일의 팔다리를 주무르면서 물을 먹이고 땀을 닦아주었다. 수일의 조갈이 든 입술과 신음소리에 겁을 먹은 수는 이모네를 찾아 떠나려고 했다. 이때 밖에서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아였다.

《성아언니! 오빠가…》

는 구세주를 만난듯 기뻐 어쩔줄을 모르며 성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오빠가 감옥에서 나오셨니?》

《네. 그런데 오빠가 정신을 잃었어요.》

《뭐라구… 정신을…》 신발도 벗지 못한 건너방으로 뛰여들어간 성아는 실신상태에 빠져있는 수일을 띄여보고는 그만 손으로 입을 막았다. 면회때의 축간 모습정도가 아니였다. 이마의 정맥이 팔딱일뿐 얼굴은 백지장같았다.

성아는 수일의 손맥을 짚었으나 가슴이 활랑거려 제대로 가늠할수 없었다.

성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고모네 집으로 달려가 비상약함을 가지고 얼마에 다시 뛰여왔다.

《수야, 다른 이상은 없었냐?》

눈물이 글썽한 수가 고개를 가로젓자 어느 정도 안심이 된 성아는 수일의 멍든 팔에 주사를 놓으며 눈시울을 떨었다. 밤이 깊어 수를 안방으로 떠밀어보낸 성아는 혼자 있기가 어색하고 쑥스러웠으나 련민의 정은 더해만 갔다.

성아가 수일을 알게 된것은 고모댁에서 간호원양성소를 다닐 때였다. 어느날 효공원을 지나가던 성아는 덤불속에 부피 두터운 책을 던지는 남학생을 보게 되였다. 그뒤로 두명의 경찰이 그 남학생을 쫓아왔다. 성아는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려서 한옆으로 비켜섰다가 그들이 사라진 후에 덤불속의 책을 찾아 집어들었다. 책은 엠. 고리끼의 장편소설 《어머니》였다. 성아는 호기심이 동하여 그날 밤에 읽어보았다. 흥미가 있었다. 다음날부터 성아는 공원덤불옆에서 책임자를 기다렸다. 성아는 닷새만에 수일에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것이 계기로 되여 그들의 우정은 남달리 깊어졌다. 양성소를 마치고 의학대학으로 진학한 성아는 숙소도 그의 집으로 옮기였다. 그때 수일의 오누이는 이모네와 함께 살고있었다. 사랑방에 하숙을 정한 성아는 수일이 오누이와 한집안식구처럼 지냈다. 해방되자 곧 고향에 다녀온 기를 별 생각없이 하였는데 그것이 발단되여 수일이가 결국 감옥생활 하게 되였던것이다.

성아는 난처했던 그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 소식을 듣고 너무 당황하여 당장 하숙을 옮기려 하였고 집으로 돌아온 수일의 부모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수일의 아버지가 설복했지만 더는 남아있기가 거북하여 고모네 집으로 하숙을 옮겼지만 조금도 마음이 편안치 않았다. 성아는 가슴속에 깊은 적을 남긴 그 사건이로 수일이네가 관여한 토지문제와 사회적문제에 관심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대의 진실과 생활의 참된 의미를 찾아보려는 욕망도 커졌다. 일제의 잔재를 숙청하자는 그들의 주장이 어떻게 되여 죄로 되고 형벌의 대상으로 된단 말인가? 순진한 처녀였지만 이런 의혹이 짙어갔다.

자정이 지나서야 수일의 눈꺼이 움직였다.

《수오빠! 정신이 들었어요?》

성아의 격한 목소리에 수일의 두눈이 크게 떠졌다.

《여기가 어니까?》

《오빠 집이예요. 여긴 오빠의 방이구요.》

《내 방…》 그의 말을 되받아외우며 수일은 몸을 일으켰다. 성아가 밥상우에 방금 덥힌 미음그릇을 올려놓았다.

수일은 입안이 소태처럼 써서 죽그릇을 절반도 비우지 못하였다.

다음날 성아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자 수일은 인사말보다 먼저 세상형편부터 물었다.

《성아씨, 대학들에서도 일제잔재숙청투쟁이 본격화되였겠지요. 어느 대학이 선봉입니까?…》

《수희오빠, 진정하세요. 자신의 건강상태가 지금 어떠한지 아세요?》

몸상태가 걱정되여 성아는 묻는 말에 대답을 했다. 체내 장기들이 심한 타박을 받은데다가 심장과 페기능도 허약해져서 지나 사색이나 흥분은 그의 병세를 더 악화시킬수 있었던것이다.

《내 몸이 어떻다는겁니까. 내 몸이 엉망진이 됐다고 해도 조국이 당한 상처와 불행만이야 하겠소.》

수일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말을 계속했다.

《성아씨, 감옥살이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똑똑히 깨달았는지 아오? 사회적정의와 생활의 진리를 교살하고 사회악을 부식시키는 근본요인들 깊이 알게 되였소. 그런 악페들과는 절대로 타협할수 없소.》

수일은 격분을 참을수 없는지 두주먹을 꽉 움켜쥐였다.

《수오빠! 그 심정은 알만해요. 하지만 부모님도 돌아오셨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대학에 다녀야 하지 않겠어요.》

《대학… 대학은 나의 희망이였지.…》 수일은 조용히 되뇌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우리앞에 놓여있소. 이 나라의 젊은이로서 시대의 엄숙한 사명감을 외면한다는건 말도 되지 않소.》

수일의 목소리는 한층 더 격앙되였다. 《놈들은 나의 기를 꺾고 매장해버리려고 악착스럽게 날치였소. 이 몸이 열쪼각난다 해도 두번다시 노예살이를 허용할수 없단 말이요!》

성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놀랍고 엄청난 말이였지만 어쩐지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아마 그것이 수일이가 하는 말이여서 더욱 가슴에 파고드는것 같았다.

《성아씬 학습에서 꼭 성공하십시오.》

수일은 격한 어조를 낮추며 소리없는 웃음을 지었다. 하고는 다시입을 열었다.

《한갖 로동자에 불과한 제가 수에 맞지 않게 대학생한테…》

《아니예요, 애기하세요.》

《그럼 말이 났던김에 합시다. 나는 성아씨가 어떤 환경에서든지 조선사람이라는걸 잊지 말아주길 바라오. 공부를 하되 조선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공부를 해달라고 부탁하고싶소.》

성아의 긴눈섭이 물결치듯 들렸다.

어찌보면 그가 한 말은 상식적이고 단순하였다. 그러나 음미해수록 심오한 뜻이 담겨져있었다.

성아의 두눈이 순간 별빛처럼 빛났다. 그는 수일이한테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이불에 등을 기댄 그의 얼굴과 몸은 비록 상했어도 정신력만은 더 승화되고 안목도 더 넓어보였다. 확실히 그는 감옥생활 통하여 완전히 달라졌다.

성아는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자기의 가장 큰 희망과 포부는 고향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의사전문가의 자격증을 보여드리는것이였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성아는 이마전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면서 조용히 말꼭지를 뗐다.

《수오빠는 앞으로 대학에 가면 력사학을 전공하겠지요. 대학공부를 하면 전공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거예요.》

《무슨 소리, 력사학은 매우 힘든 학문이라오.…》 하고 수일이가 말을 이으려는데 문이 열리였다. 수였다. 그는 어두운 얼굴빛으로 자기 오빠에게 자그마한 봉투를 넘겨주었다. 구역경찰서가 발급한 통고장이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현수일은 병보석자로서 주간생활정형을 빠짐없이 매주 서면으로 보고할것, 외출하는 경우에는 경찰의 승낙을 받을것, 외부사람들과의 상면내용을 자세히 통보할것… 수일의 입가에 경멸에 찬 조소가 어리였다.

, 빠르기도 하군. 나온지 며된다구.》

《오빠, 뭐나? 경찰이 또 잡아가겠다나?》

《아니다. 경찰이 나를 보호해주겠다는거다.》

《거짓부리, 경찰이 보호하나? 사람잡이 하지.》

《제법인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나도 다 알아. 오빠때문에 아는게 많아졌어.》

방안의 세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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