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장

 

수림속은 한낮에도 굴안처럼 침침하고 어둑시그레하였다. 무성한 나무숲은 해빛을 가리우고 숲속의 대기는 얼음처럼 차고 습하였다. 벌방엔 벌써 새움이 트는 봄이 왔지만 산간고을인 철원의 광덕산오지엔 겨울날씨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있었다. 소소리높은 광덕산에서 바람이 터지면 겨우내 쌓였던 눈무지들이 사나운 눈보라를 일으켰다. 해묵은 고목들이 울부짖고 삭정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눈보라속을 뚫고 달구지 한대가 굴러갔다. 광덕산을 떠난 달구지는 경원선 남쪽산간역을 향해 힘겹게 길을 축내고있었다. 휘몰아치는 눈바람에 부대끼면서 달구지는 쓰러진 진대나무들과 곧추 솟은 강대들 사이사이를 용케 빠져나갔다.

길섶 풀숭구리속에서 산토끼가 외진 산골에 나타난 길손들이 놀랍다는듯 빨간 눈알을 굴리고 너럭바위우에선 해쪼임을 하던 곰이 몸을 사리며 코김을 내불었다.

마냥 들춰대는 달구지우에는 려행용가방을 안은 중년부인이 토산물짐짝에 등을 기대여앉았고 그뒤로는 녀인의 남편인 현구와 수염발이 더부룩한 늙은 농군이 따랐다. 앞채는 머리에 무명수건을 질끈 동인 젊은 농군이 잡고있었다.

한동안 무난히 굴러가던 달구지가 갑자기 등성이아래쪽으로 밀리기 시작하였다. 젊은 농군이 소고삐를 바싹 채고 두사람이 뒤채를 뻗치여도 땅거죽이 녹아서 맥을 추지 못하였다. 달구지는 눈석이물이 사품치는 절벽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어마나!》 겁이 난 녀인이 비명을 질렀다.

늙은 농군이 재빨리 바퀴밑에 큰 돌을 물리였다.

《헛허, 고향구경도 못하고 일을 칠번 했군.》

길손들은 이마의 진땀을 닦아내며 저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땅이 풀리고 날씨도 푸근한 날에 떠났더라면 위험하지도 고생스럽지도 않았을것이였다.

그런 고생쯤은 각오한듯 길손들은 걸음을 다그쳤다. 지난해 마가을에야 왜놈이 망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들은 현구와 달구지우의 정녀는 다 익은 곡식을 거두느라 발목이 잡혔는데 수확을 끝내자 일찍 내린 첫눈에 그만 길이 막혀 봄이 시작된 이즈막에야 그처럼 그리운 서울집으로 찾아가고있었다.

길은 처음부터 험하고 위태로왔다. 순간도 쉼없이 줄곧 길을 재촉하였다. 산중에는 절간과 옛적에 정배살이하던 사람들과 은둔자들의 집도 있었지만 시간을 아껴 다리쉼도 하지 않았다. 소달구지는 눈덮인 락엽우에 자국을 찍으며 덜컹-덜컹 굴러갔다. 중부산악지대의 톱날같은 산발들과 끝간데없이 펼쳐친 천리수해의 태고연한 정적을 깨치며 때없이 우뢰같은 소리가 터지군 하였다. 그것은 봄시위물이 골안을 메우며 폭포처럼 쏟아지는 소리였다.

《아버님, 달구지에 몸을 기대세요. 늙으신 몸에 나흘째 산길을 걷고있으니 오죽 힘드시겠어요.》 정녀가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어조로 로인에게 권하였다.

노루가죽벙거지를 꾹 눌러쓴 로인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마시오. 아직은 나흘이 아니라 열흘이라도 내처 걸을수 있수다.》 하고 로인은 알릴듯말듯 저는 현구의 다리를 여겨보며 말머리틀 돌렸다.

《선생이 빈자리에 오르시오. 발바닥이 물집투성이가 됐을거웨다.》

《 …》

소리없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젓는 현구의 얼굴에 상념의 그림자가 짙게 어려있었다. 파란곡절을 겪은 그리고 산속의 힘겹고 고달픈 생활의 흔적인양 너부죽하고 유순한 얼굴은 꺼칠하고 광대뼈가 두드러졌으나 두눈에는 그윽한 빛이 떠돌았다. 왜놈의 패망과 함께 마침내 끝장을 보게 된 은둔생활과 해방의 벅찬 감격과 기쁨이 심혼을 한없이 부풀어오르게 했던것이다.

《현선생, 달구지를 타라는데요, 무리하지 말고…》

로인은 노루가죽벙거지를 이마전우로 밀어올리며 재차 권했다.

《령감님이 오르십시오. 나야 젊은 몸이 아닙니까!》

《허-허- 고집두… 하기사 한시바삐 집에 두고온 자식들을 만나봐야겠는데 선생이 달구지를 타겠다고 하겠수. 내 마음도 마찬가지웨다. 요즘은 밤이나 낮이나 온통 고향생각밖에 없수다.…》

두 농군은 마을에 들려 세상형편도 알아볼겸 그리고 필요한 물자를 구한 다음 아직도 산속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가야 할 몸들이였다. 노루가죽벙거지를 쓴 권준범로인은 령남 밀양지방 천황산골이 고향이고 앞채를 끄는 젊은 농군은 호남태생이였다. 그들은 조상전래의 땅을 왜놈들에게 빼앗기고 살길을 찾아 간도지방으로 들어가다가 그만 산중에서 방향을 잃게 되였다. 그리하여 할수없이 십년세월을 산간오지에 묻혀 지금껏 살아왔었다.

《아버님, 혹시 우리가 헛걸음을 하는건 아닐가요. 꿈만 같아 믿어지질 않는군요.》

젊은 농군이 소고삐를 나꾸채며 의심쩍어하였다.

《아닐세. 이제야 진작 우리네 조선사람들의 세상이 밝아온것 같네. 나는 고향에 가서 빼앗긴 땅도 다시 찾고 아들을 죽인 원쑤도 꼭 갚고야말겠네.》

로인은 현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로인님 말씀이 옳습니다. 왜놈의 세상은 끝장난게 분명합니다. 고향으로 가면 바라던 세상을 꼭 보게 될겁니다.》

자기 생각과 념원까지 합치여 현구는 힘주어 말하였다.

실상 현구는 네집마을에서 왜놈의 세상이 미워서 산속으로 들어온 사람으로 알려져있었으나 그것이 그의 리력의 전부는 아니였다. 그는 조선《총독부》직속 토지측량사업소의 측량기사로서 철직되기 전에는 토지조사실 실장자리에까지 올랐던 사람이였다. 그가 과거를 숨긴 까닭은 농군들이 겪는 불행과 피눈물의 비극이 자기의 직업과도 많이 관련된다고 인정하고있었기때문이였다. 직업상 할수없이 한 일이긴 하였지만 토지를 조사하고 측량하는 과정에 농촌마다에서 빚어지는 무서운 재난과 참상들을 수없이 목격하였다. 그는 장인네 마을의 저수지사건에 이르러 더는 참을수가 없어 마침내 욕된 세상을 등졌던것이다.

저수지사건이란 황해도 벽성산골마을에서 벌어진 도청의 횡포무도한 책동이였다. 장인의 급보를 받고 현지로 달려간 현구는 지형상태와 물원천을 료해하는 과정에 장인네 마을보다도 고개너머 골짜기가 새로 건설할 저수지적지임을 확인하고 도청과 《총독부》토지관리처에 제기하였다. 현구의 제기는 여지없이 부결되였다. 장인네 마을 고개너머골짜기에 왜놈의 사냥터와 과수원이 있었던것이다. 현구는 한명의 왜놈때문에 옹근 한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할수 없어서 다시 제기하였다. 그것이 오히려 전시식량증산을 반대하는 《반국가죄》로 취급되여 혹독한 심문을 받고 본직에서 철직당하였다. 현구는 경남도청으로 가라는 파견장을 찢어버렸다. 그러자 놈들은 이번에는 《대일본제국》에 대한 반항, 도전으로 몰아붙이면서 현구를 주야로 감시하고 걸핏하면 경찰서에 호출하였다. 서울에서 더는 살수 없게 된 현구는 동서간인 양유종에게 집을 내여주고 아이들을 부탁한 다음 안해와 함께 산간오지로 들어왔던것이다.

서울에서 살던 부부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초가막을 세우고 산자락에 밭을 일구었다. 측량길에 나서기 전까지 집에서 아버지일손을 도와준 현구에게 있어서 농사일이 전혀 생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지땀을 쏟으며 가꾸고 익힌 낟알이란 산짐승들이 먹다남긴것밖에 차례지지 않았다. 조밥과 감자가 주식이고 물은 벼랑밑에서 길어올렸다. 겨울철에는 엄혹한 추위와 굶주린 짐승들의 갈갬질이 두려워 지루한 나날을 방안에서 보내야 하였다. 한해도 채 못되여 손바닥엔 벌써 굳은 장알이 박히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내돋았다. 고작해서 네 집뿐인 마을사람들의 후더운 인정과 도움으로 그럭저럭 네해동안 산속에서 살아온 그들이였다.

《여보, 애들이 지금 어찌고있을가요? 수일이가 걱정스러워요.》 삐걱거리는 달구지에 몸을 맡긴 정녀가 벌써 몇번째로 묻는 말이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수일은 어릴 때부터 왜놈이라면 이를 갈았다. 학교길에서 싸움판에 맞다들리면 무작정 뛰여들어선 왜놈아이들을 죽탕이 되게 패주군 하였다.

《상급학교로 갈 나이가 지났는데… 부모들을 원망하고있겠지.》

아버지구실을 못한 자책감에 현구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우선 아이들을 공부부터 시키자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몸이 추서면 교편을 잡으라고 권고하였다. 안해는 지난 마가을에 송이버섯을 캐다가 다래나무넝쿨속에서 메돼지가 뛰쳐나오는 바람에 놀라 벼랑에 굴러떨어져 몸을 크게 상했던것이다.

《세상이 바뀌였다니까 모든 일이 제대로 새로 시작되겠지요!》

입언저리에 엷은 웃음을 떠올리면서 나직이 대답하는 정녀의 리지적인 눈에 희망의 빛이 흘렀다. 사랑하는 자식들의 운명도, 자기가 그처럼 애착을 가지고있는 교육사업도 그전날처럼 암담하게 생각되지 않았던것이다. 오히려 밝은 해살이 눈앞에 활짝 비낀듯싶어 마냥 가슴이 높뛰였다.

《서울에 돌아가면 아버님의 소식도 인차 알아보기요.》

현구는 처가댁에도 마음을 썼다. 저수지공사로 마을이 물에 잠기였다면 자기네들보다 더 큰 고초를 겪었을 처가였다.

《자리가 잡히면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한번 다녀오자고 해요.》

불시에 정녀의 눈가에 물기가 핑- 고여올랐다. 그가 아버지를 만나본지도 어언 네해가 지나갔다. 경찰서에 붙잡혀가서 모진 매를 맞고 들것에 실려나온 아버지가 그후 몸을 회복했는지? 그리고 집을 어디로 옮겼는지? 부모의 생사도 고향소식도 모르고 지내온 정녀의 가슴은 쓰리고 아팠다.

《나도 함께 가겠소. 형편이 어려우면 부모님을 서울로 모셔옵시다.》

《서울로요?! 당신에게 부담이 되겠는데두요.》

《그건 념려마오. 나를 구원해준 장인이신데 사위로서 그만한 공대도 못해드리겠소. 새세상구경도 하시면서 즐겁게 여생을 보내도록 해드리겠소.》

현구의 이 말은 빈말이거나 겉치레가 아니였다. 산속에서 살 때부터 마음속으로 굳혀온 진심이였다.

남편의 말에 깊이 감심된 정녀는 손끝으로 눈굽을 훔치다가 문득 두손으로 오른쪽무릎을 감싸쥐고 주물렀다. 동통이 시작된 모양이다.

현구는 이전날의 생신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안해의 상한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가슴을 아프게 지졌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동네사람들이 깜짝 놀랄것이다. 그처럼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던 녀선생의 몸이 몇해어간에 반쪽이 되고 촌로친네가 되였다고…남편이란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되여 안해를 저 꼴로 만들었는가고 몹시 힐난할것은 불보듯 명백하였다.

《여보, 다리를 펴보지 않겠소. 그러면 좀 편할거요.》

현구는 죄스러운 어조로 나직이 뇌이였다.

《전 괜찮아요. 당신두 여기에 걸터앉으세요.》

정녀는 남편이 앉을 자리를 내느라 몸을 옹송그렸다. 고향마을 저수지사건으로 골병이 든 남편을 노상 걱정하는 정녀였다.

《내 걱정은 마오. 난 오히려 당신이 념려되오.》

현구는 모두숨을 길게 내쉬며 천천히, 하면서도 힘주어 말을 이었다.

《내 이 고생을 꼭 옛말로 되게 하겠소. 이제 당신을 더 고생시킨다면 그게 무슨 남편이겠소.》

현구는 뭉클하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다짐을 두었다. 수난에 찬 세상을 뜨자고 할 때 주저없이 두 자식을 남겨놓고 따라나섰고 산으로 들어와서도 오직 남편에게 모든 정성을 바친 안해였다. 자기는 풀죽을 먹으면서도 남편의 상우에는 언제나 밥그릇을 올려놓군 하던 안해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히 떠올라 현구는 뜨겁게 치밀어오르는것을 삼키였다.

소달구지는 질적거리는 산등을 타고넘어 어느덧 인가를 가까이 하였다.

《선생! 저기 보이는게 정거장이 아닌가요?》

고개길이 끝나는 언덕너머로 솟아오른, 건물의 물매가 빠른 지붕을 가리키며 로인이 먼저 물었다.

《그렇군요. 다 온것 같습니다. 정거장이 맞습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갈라져야겠군요. 편히들 가시오.》

로인과 젊은 농군은 현구부부의 손을 부둥켜잡고 석별의 정을 금치 못하였다. 깊은 산속에서 몇해동안 각별한 정을 주고받으며 생사고락을 함께 나눈 네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은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정녀의 눈에선 맑은것이 줄지어 흘러내렸다.

현구가 식사라도 같이 나누자고 권하자 로인과 젊은이는 한사코 만류하면서 어서빨리 기차에 오르라고 등을 떠밀었다. 알몸뚱이빈손으로 산속에 들어온 자기들에게 집과 농쟁기를 마련해주었고 떠날 때에는 정녀의 불편한 다리를 헤아려 달구지까지 몰고 멀고 험한 길을 걸어 바래주는 고마운분들에게 무슨 말로 인사를 해야 할지 현구부부는 진정 알수 없었다. 그저 가슴속에서 감사의 정만 세차게 고패칠뿐이였다. 그런데다가 권준범로인은 정녀의 병치료에 쓰라고 소중히 간수했던 오소리기름과 웅담까지 현구의 손에 쥐여주었다.

《로인님, 우린 여러분네를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후날 서울에 오시면 꼭 들리십시오.》

현구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어있었다. 하고는 수첩장에 서울집략도와 주소를 적어주었다.

《가지 않구요. 우리 산골내기들도 서울구경을 해야지요. 몇해동안 훌륭한 선생들을 만나 정말이지 배운것도 많고 느낀바도 큽니다. 늘 이웃하고 함께 살고싶수다.》

《저희들의 심정도 로인님과 같습니다. 로인님도 하루빨리 집식구들을 데리고 고향에 찾아가서 빼앗긴 땅도 되찾고 오래오래 락을 누리십시오.》

《그래야지요. 땅도 찾고 아들의 원쑤도 갚겠수다. 나는 고향으로 갈 때 날을 세운 도끼를 옆구리에 차고 가겠수다. 왜놈들과 지주놈한테 받은 수모와 천대를 계산하자는거웨다.》

밭고랑같은 주름살이 얼기설기 패운 로인의 얼굴에 준절하면서도 서리찬 기운이 풍기였다.

로인의 그러한 기상을 보는 순간 현구는 조국의 해방과 함께 한동안 희미해졌던 그전날의 죄의식을 다시금 강하게 감촉하였다. 이랬든 저랬든간에 토지측량기를 메고 전국을 편답하며 농군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 사람이란걸 알게 되면 그들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권준범로인처럼 시퍼런 도끼로 사등뼈를 찍어넘기자고들것이다. 그렇듯 땅에 맺힌 이 나라 농군들의 원한은 구천에 사무치고 뿌리가 깊었던것이다. 현구는 해방된 땅에서 농민들의 가슴속에 피맺힌 응어리를 풀어줄수 있는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뛰여들고싶었다. 더우기 현구 자신도 땅없는 설음속에서 자라난 몸이였다.

현구부부는 소달구지를 끌고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고마운분들에게 손을 들어 오래오래 흔들었다.

현구부부는 드디여 네해만에 바깥세상을 맞이했다. 왜놈의 게다짝소리가 없어진 산촌의 거리에는 갱생의 기쁨이 가득차고 만나는 사람마다 혈육처럼 반갑고 다정스럽게 느껴졌다. 역두에는 보짐을 든 려행자들뿐만아니라 《징병》과 《징용》에서 돌아오는 혈육들을 마중하려고 수많은 남녀로소들이 나와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현구부부는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을 엄하게 단속하는 괴이쩍은 광경을 보게 되였다. 더욱 놀라운것은 북행렬차표는 팔지 않는다는 소식이였다. 경의선은 개성역까지고 경원선은 여기 동두천역을 마감으로 그 이상은 운행하지 않는다는것이였다.

마침내 기적을 울리며 려객렬차가 산굽이를 돌아나왔다. 그러자 구내 전철기옆으로 일본군과 군복차림이 다른 두 군인이 나타났다. 철길레루틀 북쪽으로 련결하지 못하게 전철기를 지켜나선 군인들같은데 장승처럼 큰 키에 운두가 높은 군모를 삐딱하게 쓰고있었다. 긴 다리를 쩍 벌리고 선 낯선 군인들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홈에 들어서는 려객렬차를 눈여겨보는데 그 모습이 몹시도 거만하고 방자스러웠다.

렬차가 홈에 들어섰다. 려객들이 차칸밖으로 밀려나왔다. 그들중 과반수사람들은 경관들에게 등을 밀리우며 억지로 홈에 내리였다.

《아니, 여기서 내리면 어쩌라는거요?》

《기차가 더 못 간다지 않소.》

《철길이 저렇게 성한데두?》

《이런 답답이라구야. 조선이 둘로 갈라진걸 몰라?》

손님들과 경관들사이에 싱갱이질이 벌어졌다. 그 바람에 조용하던 역구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이놈들! 죽었다던 아들이 오라고 소식이 왔는데 이 늙은것을 낮선 산골에 내려놓으면 어쩌라는거냐?》

파파 늙은 로파가 역구내에 풀썩 주저앉으며 분격에 찬 원성을 터쳤다.

영문을 알지 못하고있는 현구부부는 깊은 동정과 그리고 몹시 놀란 눈길로 늙은 로파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기웃거렸다.

《여보, 어쩐지 바깥세상이 생각과 다른것 같군요?》

북쪽에 고향을 둔 정녀가 가슴을 조이며 말했다.

《빨리 서울에 가서 알아봐야지 뭐가 뭔지 모르겠구만.》

보짐을 들고 렬차승강대에 오르는 정녀를 부축해주는 현구의 마음은 불안과 의혹으로 하여 진정할수 없었다.

중부산간역인 동두천역에서 되돌아가는 길손들을 태운 렬차가 서서히 구내를 벗어났다. 차칸들에는 단속당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렬차의 기적도 한강토의 분렬이 하도 원통하고 기가 찼던지 길게 목갈린 소리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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