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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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6월 4일.
보천보전투승리 30돐을 기념하는 이날 량강도 혜산시에서는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준공식이 성대히 진행되였다. 수만군중이 한사람같이 웨치는 만세의 환호성속에 풍선들이 날아올랐다. 거대한 기념비에 씌워져있던 흰 천이 벗겨지자 천지를 진감하는 만세의 환호성이 다시 터졌다.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며 내각 제1부수상인 김일이 보고를 하고 수천수만에 달하는 군중의 열광적인 환호성과 꽃물결속에 대기념비를 돌아보았다. 그뒤로 총설계가 리웅산과 건설사업소 지배인, 조각창작단의 리한윤단장과 재능있는 젊은 조각가 로경호 등이 따라섰고 그뒤로는 군중의 물결이 흘러갔다.
보는것마다 새롭고 감회깊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진두에 모신 항일유격대원들과 혁명적인민들을 형상한 대조각군상… 리웅산과 조각가들, 건설자들은 매일같이 보아오던 대기념비였지만 눈시울을 떨며 돌고 또 돌았다.
맨앞에서 걸음을 옮기는 김일 제1부수상도 그 조각군상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희생된 전우들의 모습을 찾아보는듯 자주 걸음을 멈추군 했다. 마침내 김일은 유격대를 찾아가는 인민들을 형상한 조각군상앞에서 또 걸음을 멈추었다. 부지중 가슴이 뜨거워난듯 리웅산을 돌아보며 물었다.
《저게 바로 라정아동무가 조각한것이지?》
리웅산이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1부수상동지.》
리웅산은 김일이 가리키는 소년의 조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그앞에서 자기의 키를 대보던 라정아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그날 밤 라정아의 머리우에서 흩날리던 용접의 불보라, 그 불보라가 오늘은 수만군중의 머리우에 흩날리는 경축의 꽃보라로 휘뿌려지고있다.
이어 리웅산의 눈앞엔 라정아의 다른 모습이 영화의 화면처럼 당겨왔다. 자기의 팔에 안겨 머리를 뒤로 젖히고 높이 솟아오르는 탑신을 올려다보던 라정아의 모습…
《야, 높기도 하네!》
가슴속에 잔향되여 울리는 그날의 라정아의 목소리…
한순간 그는 김일이 자기를 부르는것도 알지 못했다. 재차 불러서야 흠칠 놀라며 머리를 돌렸다.
《웅산동무, 웬일이요? 》
《…》
대답할 말이 없었다. 김일이 계속했다.
《웅산동무 그리구 리한윤단장과 로경호, 내 미리 말해준다는게 그만… 저 어린 소년을 형상한 라정아의 조각 말이요, 어제 밤 수령님께서 그걸 보시고 대단히 높이 평가하시였소.》
《예?!…》
리웅산은 물론 로경호와 건설사업소 지배인까지 두눈을 번쩍 빛내였다. 호흡도 가쁘게 어느새 그들은 김일에게로 더 바싹 다가붙었다.
《수령님께서 말입니까?!》
《그렇소. 수령님께선》 하고 김일이 계속했다. 《이 단우에 세워진 매 조각사진들을 하나하나 다 보아주시면서 나어린 이 소년을 형상한 조각도 아주 생동하다고, 마치 살아움직이는것만 같다고 하셨소.》
그는 불현듯 눈굽을 흠칫거리더니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안경을 벗어 수건으로 꼼꼼히 닦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수령님께 라정아라는 한 녀성조각가에 대해 죄다 말씀드렸지. 하였더니 수령님께선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다가 참 훌륭한 녀성이라고, 우리 당이 키운 훌륭한 예술가라고 하셨소. 그가 녀성조각가이니만치 보통 사람들의 생각대로 하면 복동이와 같은 귀여운 애기들이나 조각할것 같은데 왜 굳이 항일의 혁명가들을 조각했겠는가, 그 마음이 얼마나 귀중한것인가? 라고 하시면서 자신께서는 김정일동지가 그를 높이 평가하고 내세워주었다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지금은 너무 바빠서 가보지 못하는데 한번 시간을 내여 꼭 가보시겠다고, 그때 가서 그 녀성조각가가 만든 조각품들도 직접 보아주시겠다고… 말씀하셨소.》
탑을 돌아보던 군중들이 어느새 그들의 주위를 성곽처럼 에워싸고있었다. 김일은 그런줄도 알지 못하는듯 했다. 젊은 조각가 로경호의 어깨를 꽉 그러안으며 그는 갈린 소리로 이렇게 계속했다.
《라정아동무가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어린애처럼 소리쳐울지도 몰라, 너무 기쁘구 행복해서 말이지. 인제는 수령님께서와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도 잘 아시는 녀성조각가 라정아가 됐거던, 응?!》
《예.》
누가 대답했던지… 김일은 여전히 깊은 감회에 젖어 계속했다.
《그러니… 울지 않을수 없지, 울거야. 그렇게 우는 라정아를 난 지금 보는것만 같애. 그렇지? 로경호?!…》
《예, 1부수상동지!…》
로경호는 그만 걷잡을수 없이 북받쳐오르는 격정을 이길수 없는듯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흐느껴울기 시작하였다.
김일이 그의 어깨를 다그어안으며 계속하였다.
《잊지 말자구, 로경호. 우린 수령님을 떠나선 못살아. 이건 우리 항일빨찌산들이 한생토록 가슴에 새겨온 인생의 철리야. 우리 수령님께서 계시여 나라와 민족의 존엄이 있구 행복도 있어. 라정아의 한생이 그걸 말해주구있지 않나. 바로 이 탑이 그걸 증명해주고있지 않나 말이요.》
그는 과묵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였다. 말보다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이였다. 그러나 이 시각 그는 오래오래 말하고싶은듯 했다. 가슴속에서 끓고있는 생각을 다 터놓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는듯 했다.
《로경호, 동무네들이 조각을 해서 여기에 세운 이 많은 투사들과 인민들이 지금 뭐라구 노래하고있는지 사람들한테 말해주라구. 이건 단순한 기념탑이 아니야. 우리 혁명과 민족의 운명을 상징하는 탑이구 나라와 민족의 존엄을 빛내이는 탑이지. 이건 우리 당의 령도자이신 김정일동지께서 하신 말씀이야. 이걸 사람들한테 다 말해주라구, 응?!…》
수많은 군중들이 그를 둘러싸고 바다처럼 설레이고있었다. 김일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며 저저마끔 열렬히 속삭이고있었다. 그것은 방금 그가 준공식에서 한 기념보고보다 더 뜻깊고 감동깊은 연설이였다. …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러나 사랑의 전설은 끝을 모른다. 전설은 계속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평범한 녀성조각가 라정아를 잊지 않고계시였다.
1972년 4월.
만수대언덕에 모셔진 위대한 수령님의 동상을 제막하는 그날 사람들은 수령님을 옹위하는 일심단결의 대조각군상속에 전선에서 피흘려 싸우던 한 간호원의 모습이 청동의 조각상으로 세워져있는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 녀전사의 모습이 오래전에 우리곁을 떠나간 아름다운 녀성조각가 라정아의 전쟁때의 모습 그대로임을 알고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시 세월은 흘러…
2000년 9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몸소 마련해주신 민족사의 장거인 6. 15북남공동선언에 의하여 조국의 품에 안기는 60여명 비전향장기수들속에는 어제날 라정아의 스승이며 지휘관이였던 림근우도 있다. 그는 맨 뒤쪽에서 삼륜차에 실려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게 된다.
조국의 품에 안기여 만수대언덕의 수령님동상에 먼저 인사를 올리고 그 좌우의 대조각군상을 돌아보던 림근우는 뜻밖에도 한생 잊지 못하던 라정아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그때 비전향장기수 림근우의 곁에는 그나 다름없이 어언 백발성성한 건축가 리웅산이 서있게 된다. 비전향장기수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널리 소개되던 그날부터 림근우라는 이름을 찾고찾던 리웅산이였으므로 그와 인사를 나누자바람으로 라정아에 대하여 끝없이 이야기를 펼친것이다.
《보십시오, 림선생.》 리웅산이 젖어든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도 라정아는 돌격의 앞장에 선 지휘관과 같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저 인민군지휘관은?…》
《예, 림선생과 같은 영웅지휘관입니다. 라정아동무가 한생 바란것이 바로 저것이였습니다. 바로 저렇게 림선생과 같이 투쟁의 길에 함께 서있는것, 영원히 한길을 가는 그것이였습니다.》
《예― 그렇습니까? 》 하고 그날 림근우는 대바람에 거품이 끓는듯 한 목소리를 힘들게 짜낸다. 《정말 여기서 이렇게 그를 만날줄은… 꿈결에도 잊지 못해 바라고바라던 우리 라정아와의 상봉이 여기서 이렇게 이루어질줄은…》
림근우는 끓어오르는 추억의 물결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이윽토록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라정아의 사랑과 꿈을 담은 애모쁜 노래…
《가지 마세요. 선생님, 가지 마세요!》 하고 한때 안타깝게 손저어 부르짖던 라정아, 결국 그들은 한길을 걸어왔었다. 한생 변함없이 걷고 또 걸어 마침내 라정아가 이른 곳이 바로 여기 만수대언덕 위대한 수령님을 높이 모신 대기념비, 영광의 단상이였다!…
이러한 생각이 림근우의 가슴을 뜨겁게 적셔주었다. 한없는 그리움… 한방울 눈물도 없다. 눈물은 속으로만 흐른다. 그것은 경건한 아픔이였다. 순결하고 아름다운 한 녀성에 대한 유정한 추억의 흐느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