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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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렬차는 여름밤의 훈훈한 대기를 헤가르며 힘차게 달리고있었다. 기적소리도 없다. 렬차집무실 천정에서 선풍기가 고르롭게 숨쉬며 돌아가고있을뿐… 고요… 고르로운 차바퀴의 진동만이 숙연한 정적을 흔들고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창탁우에 수첩과 갖가지 서류들을 펴놓고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벽시계가 새벽 2시를 알렸다.
오늘까지 10여일간에 걸쳐 함경남도를 현지지도하시였다. 당대표자회결정관철을 위한 경제국방건설에서의 총진군운동을 자신께서 직접 진두에서 지도하시는것이다.
성과는 많다. 허나 마음 한구석엔 근심도 많다. 윁남과 꾸바는 물론 라오스와 캄보쟈,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에서 뜨락또르와 각종 농기계들, 대형전동기와 양수기, 디젤기관 등을 많이 요구하고있는데 그 모두를 해결해주려면 지금 힘차게 숨쉬고있는 우리의 경제국방병진에 심한 호흡장애를 가져올수도 있는것이다.
그이께서는 다시 수첩을 번져보신다. 거기에 씌여져있는 많은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계획과 수자들에서 점도록 눈길을 떼시지 못한다.
갑자기 레루이음짬을 타고넘는 차바퀴소리가 소란스러워졌다. 기차가 차굴속에 들어선것이다. 수령님께서는 처음으로 서류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물이 질벅한 콩크리트굴벽이 차창으로 내비친 불빛에 반사되여 언듯거리는것이 보인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흘렀건만 여전히 기차는 굴속을 돌진하고있다. 나라의 동서부를 차길로 련결하는 유명한 차굴에 들어선것 같다. 동시에 집무실의 불도 꺼졌다. 이상한 일이다.
수령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싶으셨지만… 부지불식간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기는것을 느끼시였다. 순시에 모진 피로가 연기처럼 머리속을 휘―휘 잡아돌리기 시작했다. 야단스럽게 굴간벽을 쿵쿵 울리던 차바퀴소리마저 급기야 숨을 죽이고있는듯…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뎅―뎅― 뎅!― 벽시계가 석점을 친다.
그이께서는 눈을 뜨시였다. 렬차집무실은 여전히 불이 켜있지 않다. 차창밖에서 원방신호기의 파란 불이 피끗하더니 어둠속 멀리로 사라져간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새벽이 가까와온다.
그이께서는 방안을 거니신다. 드디여 출입문가에 이르러 문손잡이를 잡으시는데 밖에서 도란도란하는 말소리가 울리는듯 하다. 웬 처녀의 목소리, 분명 렬차원일것이다. 간혹 부관 김윤필의 목소리도 끼운다. 저녀석들이?!… 아까 집무실의 불을 끈것이 바로 저들이 분명하다. 부관이란 녀석이 렬차원을 시켰을것이다.
《수령님께서 왜 불을 껐는가 하고 물으시면… 알지? 동무가 대답올리란 말이요. 〈사실 저는 수령님께서 쉬시는줄만 알구…〉 하고말이요, 응?!》
이렇게 얼려넘겼을것이다. 엉큼한 녀석같으니!…
아닐세라 그이께서 문을 여니 부관과 렬차원처녀가 와뜰 놀라며 돌아보았다.
《동무들은 왜 아직 자지 않고있소?》
그이께서 짐짓 엄한 어조로 따져물으시니 김윤필은 그저 눈길을 떨구었지만 처녀렬차원은 급기야 목을 잔뜩 옴츠리며 왕청같은 대답을 올렸다.
《저… 전 그만 아버지원수님께서 쉬시는줄만 알구… 정말 잘못했습니다.》
《아, 그랬구만. 어쨌든 렬차원처녀 덕분에 한잠 잘 잤소.》 하고 그이께서는 크게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하지만 렬차원, 다음부턴 승인없이 불을 끄면 안돼. 다시 그랬다간 내각수상명의로 처벌을 주겠소, 응?!》
《옛, 처벌을 받겠습니다. 아버지원수님!》
목소리도 여무지다. 밝고 귀염상스러운 얼굴에 기쁨의 물결이 일렁인다.
그이께서는 다시 문고리를 잡았으나 문득 생각나신듯 다시 눈길을 돌리시였다.
《순천역에 도착하면 남일부수상이 기다리고있을거요. 곧장 나에게 오게 하오.》
《알았습니다, 수령님!》
《알겠습니다, 아버지원수님!》
두사람, 키도 나이도 목소리도 판다른 부관과 렬차원처녀는 거의 동시에 군대식으로 허리를 쭉 펴며 대답올렸다.…
×
남일부수상은 그사이 쏘련과의 경제무역문제 토의차로 모스크바와 우랄공업지구에 들렸다가 중국동북지방을 거쳐 귀국했었다. 마침 수령님께서 함경남도를 현지지도하고계셨으므로 그동안 평북도와 자강도의 여러 기계공장들을 돌면서 수출문제를 토의했다고 한다.
수령님께서는 그의 쏘련방문에 대한 보고를 끝까지 주의깊게 듣고계시였다. 특히 최근 쎄브에서 우리에 대해 어떻게 나오는가를 주목하시였다.
《그들은 우리가》 하고 남일은 갖가지 기계설비들의 명세와 수자들이 가득 적힌 수첩을 펴들고 말씀드렸다. 《고속디젤기관까지 생산하는데 대해 매우 놀라는것 같습니다. 발전된 자본주의나라들에서도 모든 기계제품을 다 자체로 생산하진 않는다, 수입해쓰면 리윤폭이 더 클 때가 많다는걸 모르는가, 하물며 쎄브에서 만든것을 다 사다쓸수 있는데 무엇때문에 공장을 새로 꾸리며 역사질인가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전 당신들이 국가간에 계약했던 설비까지 준다, 못 준다면서 우릴 심히 자극하고 모욕하는데 뭣때문에 우리가 구걸하겠는가, 언젠가 우리에게 디젤기관이 절실히 필요하였을 때 당신들은 어떻게 나왔는가? 쎄브에 들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지 않았는가?… 그때 우리 수령님께선 선언하시였었다, 앞으로는 절대 구걸하지 않을것이라고!… 그때부터 우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력갱생하여 지금은 자동차, 뜨락또르, 불도젤, 굴착기, 전기기관차 그리고 수천톤급의 배들과 땅크, 방사포도 다 자체로 만들고있다, 앞으론 비행기와 미싸일도 우리자체로 만들 결심이다,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잘했소.》 그이께서는 만족하시여 두 주먹을 힘껏 맞잡으시였다. 《꾸바의 까리브해의 위기가 바로 그런 피나는 교훈을 남기지 않았소? 남일동무가 이번에 우리 당의 립장에 대해 말을 잘했소. 그러니 그들이 뭐라고 했소?》
《제발 그것만은, 미싸일만은 절대 만들지 말라고,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건 다 대주겠다면서… 좋기는 쎄브에 드는것이라고 또 시작하는것이였습니다.》
《쎄브에 들어야 좋다?!》
《예, 그들은 이미전에 수령님께서 우리 나라 경제가 대학생수준이 된 다음 보자고 하신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인젠 귀국도 대학생수준이 되지 않았는가 하면서…》
수령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참, 지독한 사람들이로군. 기어이 한가마밥을 지어놓고 같이 나누어먹자구 하면서도 밥주걱만은 저들이 쥐고있겠다는건데?… 그래, 어떻소? 흐루쑈브때보다 민족리기주의의 배집이 더 커진것 같지 않소?》
《예, 그런것 같습니다. 수령님!》
남일도 맘껏 소리내여 웃었다. 이윽고 수령님께서는 웃음을 가무리며 문득 생각나신듯 물으시였다.
《참, 남일동무. 이번에 박유진을 데리고 쎄브에 간다고 했던것같은데?… 그래, 그와 같이 다녀보니 어떻소. 그가 인제는 정신을 바싹 차린것 같소?》
《그렇습니다. 수령님, 정신이 번쩍 든다고 했습니다. 인제는 제 힘을 믿고 제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사람의 인격은 물론 민족적존엄과 나라의 자주권도 지킬수 있다는것을 뼈저리게 절감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
《예, 그는 얼마전부터 저와 같이 여러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윁남과 꾸바에 보낼 기계설비들을 료해하고있습니다. 지금 저쪽칸에서 대기하고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창 데리고 올걸 그랬소.》 수령님께서는 무척 반가와하시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동물 한번 만나봤으면 했더랬는데 마침 잘됐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