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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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내각청사의 응접실에서 당중앙위원회 부장과 통역만을 대동하고 등소평과 마주앉으시였다.
따스한 해빛이 엷은 창가림을 통해 고요히 흘러들고있었으나 등소평의 얼굴은 수면부족으로 피곤에 몰린듯 했다. 그는 특징적인 잰걸음으로 마주오더니 그이께서 내미신 손을 부여잡고 흥분된 어조로 인사말을 올렸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이렇게 건강하신 모습을 또 뵈오니 정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이렇게 다시 만나 매우 반갑습니다, 등소평동지.》
등소평은 웃고있었으나 가벼운 경련 비슷한것이 입가를 스쳐가군 했다. 바늘 들어갈 틈도 없는 사람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담차고 야무지고 고집스러운 그였다.
그렇듯 강직하고 대바른 등소평이 지금은 류달리 피곤해하는것이 알렸다.
《제가 이번에 급히 귀국을 방문하게 된것은》 하고 그는 정중하게 그리고 애써 웃음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모택동주석의 지시를 받고 존경하는 김일성동지의 고견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등소평동지, 우린 오랜 구면친구인데 너무 요란스러운 인사말은 피하는게 어떻습니까?!》
《예, 좋습니다. 물론 그래야지요.》 했으나 등소평은 여전히 엄숙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사실 우리 당은 존경하는 김일성동지께서 제일 어려울 때마다 우리 당과 정부를 적극 지지하고 고무해주신데 대하여 잊지 않고있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처음 핵시험을 하여 세계의 렬강들이 금시 우릴 잡아먹을것처럼 달려들 때에도 제일먼저 정부성명을 발표하여 지지해준것 역시 귀국의 당과 정부가 아니였습니까.》
《우린 프로레타리아국제주의에 충실할뿐입니다.》
《고맙습니다.》 등소평은 약간 동안을 두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제가 어제 밤 올린 글을 보셨는지요?…》
《예, 보았습니다.》
《아 , 그렇습니까!》 등소평은 무척 반가와했다 . 《김일성동지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그건 우리 당이 얼마전 모스크바에서 진행되였던 각국 공산당 및 로동당대표들의 협의회가 추구한 진목적을 까밝히는 한편 그들의 그릇된 수정주의적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모택동동지가 친히 쓴 글입니다. 그것을 세상에 공개하려 했는데 모택동동지는 신문에 내기 전에 먼저 김일성동지의 의견을 받고 발표하는것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정 온것이니… 고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머리를 끄덕이며 등소평이 가지고온 론설을 탁우에 놓고 첫장을 번지시였다. 이미 보신것이여서 한눈에 안겨오는 글줄들이였다.
론설의 예리한 론조가 마치 격하게 호흡하며 소리쳐 웨치는듯 했다. 고압적인가 하면 설득력있고 통속적인가 하면 의미심장하기도 하였다. 글줄들에도 호흡이 있고 리듬이 있고 마음의 금선을 울리는 선률이 있는 법이다. 모택동특유의 문체와 철학적주장이 살아 숨쉬는 글이였다.
《론설을 잘 보았습니다.》 마침내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쏘련사람들로서는 도저히 반박할 틈을 찾을수 없을 정도로 수준있고 론리와 주장이 강한 글이였습니다.》
창유리로 홍수처럼 밀려든 눈부신 해살이 등소평의 얼굴에서 물결쳤다.
《계속 말씀하십시오, 김일성동지.》
그는 기쁨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순간 모택동의 특사로 파견되여온 그의 심정이, 자신의 지지를 받고싶어하는 그의 심정이 충분히 리해되시였다. 하여 엄숙한 어조로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이 글을 지지합니다. 특히 현시대에 대한 평가와 주장이 명백한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우린 공산주의자들이고 혁명가들입니다. 그래서 혁명적원칙성의 견지로 보나 국제로동운동의 리익의 견지로 보나 몇가지 의견을 내놓지 않을수 없습니다.》
등소평이 재빨리 받았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린 당신의 의견을 받으러 왔습니다.》
《좋습니다.》
그이께서는 세가지 의견을 말씀하시였다. 첫째는 쏘련을 미제와 다름없는 제국주의로 평가하는데 대하여 찬성할수 없다는것, 둘째로 윁남에 주는 쏘련의 원조가 가짜라는 말에 찬성할수 없다는것, 셋째로 꾸바공산당대표단이 모스크바회의에 참가했다고 하여 쏘련당에 추종하는 다른 나라 당들과 같이 한몽둥이로 때려서는 안된다는것이였다.
등소평은 잠자코 듣기만 하면서 그이의 말씀을 세세히 적고있었다. 성긴 눈섭이 연신 꿈틀거리고있었다. 그럴수밖에 없다는것을 그이께서는 잘 알고계시였다.
《사실 그 회의는》 하고 그이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국제당회의의 성격을 가지였으나 우리 당은 그 회의가 중국공산당을 공격하는 마당으로 될수 있다는것을 고려하여 거기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등소평은 감동어린 표정이였다.
《알고있습니다. 우린 존경하는 김일성동지와 존엄높은 조선로동당의 결단에서 커다란 고무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까?!》 하고 그이께서 웃으시였다. 《사실 그 회의에 참가한 당들은 대체로 흐루쑈브때부터 그들에게 맹종맹동하던 당들이 대부분이였습니다. 그가운데엔 무언가 좀 얻어먹을 생각으로 찾아갔거나 압력에 못이겨 마지못해 참가한 당들도 있습니다.》
등소평이 또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러니 지금 신생꾸바까지 다 한몽둥이로 조겨댈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담배갑을 열고 담배를 꺼내시였다. 《왜냐하면… 꾸바는 까리브해의 위기때 벌써 수정주의자들의 투항주의와 비겁성을 직접 제 눈으로 보고 그에 격분하여 침을 뱉았습니다. 하지만 꾸바는 서반구에서 홀로 혁명을 하고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이러한 꾸바가 지금까지 미제의 악랄한 봉쇄속에 시달리다보니 사회주의나라들, 형제당들의 정치적 및 물질기술적지원을 떠나서는 한시도 견디기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부득불 모스크바회의에 참가하지 않을수 없었을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딱한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당은 까리브해위기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사소한 차별도 두지 않고 가능한 모든 힘을 다해 꾸바를 지원하고있습니다.》
등소평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귀국에서 지금 경제사정이 그리 넉넉치 못하지만 꾸바와 윁남에 막대한 량의 원조물자를 제공하고있는데 대하여 우리는 잘 알고있습니다. 지어 수정주의자들까지도 김일성동지와 조선로동당의 헌신적모범과 열렬한 호소를 모르는척 할수가 없어 윁남에 그 무슨 지원을 주고있지 않습니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웃으시였다.
《꾸바와 윁남이야 형제나라, 형제당들이니 지원이야 응당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꾸바도 윁남도 한전호속에서 공동의 적을 반대하여 싸우는 전우들이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등소평도 따라웃었다.
《우리도 같은 생각입니다, 김일성동지.》
《예,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동의 적을 반대하여 싸우는 전우들로서뿐만아니라 세계의 자주화위업을 위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단결이라고 봅니다. 차이점은 뒤로 미루고 단결해야 한다는것, 바로 이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우리는 얼마전에 당보 〈로동신문〉을 통하여 〈사회주의진영의 통일을 수호하며 국제공산주의운동의 단결을 강화하자〉라는 론설을 이미 발표하였고 또 지난해엔 〈사회주의진영을 옹호하자〉라는 론설도 발표했던것입니다.》
《예, 저도 그 론설들을 읽어보았습니다. 론설을 읽으며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와 사회주의진영의 전략을 명쾌한 론리로 분석, 전개한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것은 진심이였다. 등소평은 저으기 흥분한 어조로 손세까지 써가며 말씀드리고있었다.
《참, 모주석께서도 그 글들을 읽어보고 김일성동지이시야말로 옛사람들이 말한것처럼 〈인중직사형〉이라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인중직사형이라…》 하고 그이께서는 한순간 머리속에 번쩍인 기억의 한토막을 더듬으며 미소를 그리시였다. 《아, 알만 합니다. 그건 중국의 고대성구에 나오는 말이지요?…》
《예, 옳습니다.》
《그런즉 바르기가 저울과 같은 인물이라는 말인데… 아, 아닙니다. 지금까지 말한건 나 개인의 견해가 아니라 우리 당의 원칙적립장입니다. 우리 당은 시종일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결의 전략으로 제국주의자들의 도발과 정치군사적공세를 짓부셔버리고 전세계 피압박인민들의 자주성도 옹호하자는것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김일성동지.》
마침내 등소평은 가슴을 쭉 펴고 몰아쉬던 숨을 활 내뿜었다.
《오늘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 이제 돌아가면 존경하는 김일성동지께서 하신 말씀을 모택동주석동지와 우리 당중앙위원회에 꼭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믿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도 밝게 웃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