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1
1965년 2월 5일.
이해의 2월은 례년에 없던 강추위로 시작되였다. 일기예보는 앞으로도 여러날 계속 중부산악지방과 동해안의 기온이 령하 20도이하로 내려갈것이라고 했었다. 보기드문 강추위였지만 김일성동지께서는 2월 3일부터 벌써 1주일간이나 함흥시와 흥남일대를 현지지도하고계시였다.
어느날 아침 그이께서 새날의 현지지도를 위해 숙소를 나서실 때 서기가 조용히 말씀드렸다.
《외무성에서 벌써 두번째로 수령님께서 언제 수도에 돌아오시는가고 문의해오고있습니다. 》
《그건 왜?》
《아마 쏘련내각수상의 우리 나라 방문날자가 박두하였기때문인것 같습…》
서기는 말끝을 맺지 못하였다. 그이께서 언짢아하는 표정을 지으시였기때문이였다.
《찾아오는 손님이야 례의대로 맞아주면 될게 아니요?》
《…》
《여기서 일을 다 본 다음 가서 만나주어도 돼.》 그이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꼬씌긴이 왜 급히 날아오는지 아오? 사죄하러 오는거요, 사죄하러!… 그러니 급해할건 없소.》
그이께서는 외투를 입고 칼바람 세찬 밖으로 나가시였다.
긴장한 현지지도일정은 계속되였다. 함흥모방직공장건설장, 2. 8비날론공장, 흥남비료공장당위원회 확대회의지도, 무연탄가스화건설장, 과학원함흥분원 등…
2월 7일 오후 6시.
김일성동지께서는 현지지도의 마지막일정으로 흥남항을 향해 차를 달리시였다. 아직도 맵짠 추위가 대기를 옥죄이고있었다. 하늘에서는 하얀 구름쪼각들이 차디찬 질풍에 솜털처럼 찢기여 사방 흐트러지고있었다. 바다엔 파도가 세찼다.
항에 도착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세찬 해풍이 불어치며 외투깃을 날리는것도 아랑곳 않으시고 환히 웃으시였다.
《〈백두산〉이 바다에 떴단 말이지. 아주 멋있소. 세찬 파도에도 끄떡없는 〈백두산〉이 정말 장관이요, 응?!…》
그이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허연 입김이 날리군 했다.
《2만톤급이란 말이지. 인젠 먼바다물고기잡이를 배로 늘일수 있게 됐소. 내가 언제인가 동해에서 수산물 만톤고지를 처음 점령한 청진수산사업소의 영웅선장들인 김학순이랑 김태규랑 만나 물어본 일이 있소. 먼바다에 나가 제일 안타까운것이 무언가고 말이요. 했더니 그들이 하는 말이 랭동가공모선이 적은것이라고 했소. 당에서는 수산물 80만톤고지를 점령할 목표를 내세웠는데 처음엔 랭동모선 〈평화〉호밖에 없어 물고기대가리를 전부 잘라서 실어보냈다는게 아니겠소. 그것도 명태 같은건 다 버리면서 말이요. 그후 랭동모선들인 〈칠보산〉호와 〈금강산〉호를 더 띄웠는데도 그 동무들은 성차하지 않더구만. 물고기를 가득 잡아서 랭동가공모선에 가져가면 제발 인젠 더 잡지 말아달라, 실을 자리가 없소! 하는 일이 많다는거요. 그러면 기껏 잡은 물고기 몇백톤을 그냥 바다에 처넣는다고 하오. 그냥 배에 실은채로 두면 물고기선도가 나빠지거던.》
그이께서는 걸음을 옮기며 수산상에게 물으시였다.
《지금 〈칠보산〉호와 〈금강산〉호는 어디에 있소?》
《예, 청진수산사업소에서 원양어로준비를 하고있습니다. 이제 3월말에 가서 얼음이 좀 풀리면 먼바다어로선대가 오호쯔크해로 출항하게 됩니다.》
《음… 좋소, 아주 좋아. 인젠 〈백두산〉호까지 띄워놓았으니 우리 나라의 명산들은 다 바다에 뜬셈이요, 응?!》
《예, 그렇습니다.》
《수산상은 그저 〈그렇습니다.〉 라는 말밖에 모르는구만. 아니, 아직 묘향산이 더 있소, 묘향산 말이요!… 어디 그뿐인가? 구월산, 룡악산, 월비산도 있지. 이렇게 우리 나라의 명산들을 다 바다에 띄우자는게 나의 구상이고 결심이요. 그러면 먼바다에 나가있는 우리 원양어로선대 어로공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소. 그들의 소원을 풀어주어 이제 더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면 우리 인민들에게 하루 물고기 100그람이상 공급하자고 한 당의 결정도 더 앞당겨 관철할수 있단 말이요.》
《예, 그렇습니다.》
수산상은 이미 수령님께서 지적하신것도 잊고 또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여전히 넘실거리는 물결우에 떠있는 랭동가공모선 《백두산》호를 바라보고계시였다.
《앞으로 수산업을 더 발전시키자면 천톤급, 3천톤급, 6천톤급배들을 많이 무어야 하오. 우리가 처음 철배로 만든 뜨랄선을 보아줄 때에도 말한것 같은데… 참, 그게 언제더라?》
《예, 수령님께서 1961년 5월 청진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하실 때였습니다.》
그이께서는 감회깊이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음… 그래. 그때에도 말했지만 인젠 우리 나라 수산업의 규모가 커진것만큼 큰 배들을 많이 만들어야겠소. 그래서 더 통이 크게 원양으로 나가야 하오, 세계의 어장으로 말이요. 이제 우리가 세계의 어장까지 정복하면 인민생활이 더욱 높아지는것은 물론 그만큼 우리 사람들의 가슴도 더 넓어질거란 말이요. 세계를 보는 시야도 넓어지구 통도 더 커지구 배심도 더 자랄게 아니겠소. 그만큼 나라와 민족의 존엄과 권위도 높아질테니 얼마나 좋은 일이요, 응?… 그러느라면 김학순이나 김태규 같은 천리마시대 영웅들도 더 많이 배출될게고… 어떻소?》
《예, 그렇습니다. 수령님!》
여전히 꼭같은 《그렇습니다.》였다.
수령님께서는 다시 걸음을 옮겨 《백두산》호의 다른쪽 선체를 돌아보시였다. 보실수록 마음에 들고 가슴이 뿌듯해지는것을 느끼시였다.
《이제 있게 될 동해지구 수산부문일군협의회에 말이요.》 하고 그이께서는 수산상을 돌아보며 말씀하시였다. 《청진수산사업소의 영웅선장들도 참가하겠지?》
《예, 수령님. 김학순, 김태규동무들을 비롯하여 청진수산사업소에서만도 10명이 참가합니다.》
《음… 여기 동해기슭에 나오니 그 동무들 생각이 자꾸 나던데 마침 잘됐소. 수산상동무, 내가 늘 말하는것이지만 인민생활을 한단계 더 높이자면 수산물 80만톤고지를 꼭 점령해야 하오. 먼바다에서도 잡고 가까운바다에서도 잡고 큰 배로도 잡고 작은 배로도 잡고 이것도 잡고 저것도 잡는 식으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아야 한단 말이요.》
《예, 알겠습니다. 수령님!》
방파제를 때리는 파도소리가 더 높아졌다. 땅거미가 깃들면서 칼바람이 더 사나와지고있는것이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바다에 뜬 《백두산》호의 웅건한 모습이 너무도 장하고 대견스러워 점도록 자리를 뜨시지 못하였다.
2
1965년 2월 12일.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날 첫 일정으로 우리 나라를 방문하는 쏘련내각수상 꼬씌긴을 만나주시였다. 외교적인, 의례적인 인사말들이 오간다음 꼬씌긴이 먼저 쏘련당에서 조선로동당과 김일성동지께 여러모로 사죄한다는 말을 시작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직방 본론에 들어가시였다.
《원래 조선인민과 쏘련인민사이의 관계는 처음부터 진실하고 동지적이였고 별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우리사이엔 서로 감정을 살 리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쏘련공산당 제20차대회 이후부터 우리 당은 당신들에 대하여 의견을 가지게 되였습니다.》
연신 두손을 맞부비고있던 꼬씌긴이 괴롭게 웃음을 떠올리였다.
그러자 그의 눈시울에 깊이 파고들어간 주름살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습니까?》
《우린 흐루쑈브가 쓰딸린을 전면부정하고 비렬하게 욕질하는것을 보고 그의 본심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였습니다.》
계속하여 그이께서는 쓰딸린에 대한 가장 공정한 평가를 내리시였다. 쓰딸린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들이 더 잘 알지 않는가?… 사실 그는 세기적인 빈궁과 몽매의 문패만을 달고있던 농업국가 로씨야의 대문에 강위력한 공업국가의 문패를 바꾸어달아준 사람이다, 그리고 일찌기 세계전쟁사가 알지 못하는 참혹한 쏘도전쟁을 승리에로 령도하였고 후대들에게 핵을 가진 군사강국을 물려준 사람이다, 그럼에도 흐루쑈브가 쓰딸린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력사의 페지에서 영영 지워버리려 하는것을 보고 우리는 분격하지 않을수 없었다고 말씀하시였다.
《어디 그뿐인가?》 하고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쏘련당이 형제당, 형제나라들에 공개적으로 싸움을 거는것을 보고 우리는 참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당신들과 단결하기 위하여 그 어떤 참기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여도 내적으로 투쟁하면서 쏘련을 욕하는 글도 내지 않았습니다. 글을 내기 시작한것은 언제부터였는가?… 당신들도 기억나겠지만 그건 당신들이 우리 당대표단을 도이췰란드사회통일당대회에 불러다놓고 마지막날까지 발언권도 주지 않고 우리가 써낸 서면토론문까지 덮어버린 그때부터였습니다.》
꼬씌긴의 불그레한 얼굴에서 특히 인상적인 새파란 두눈이 깜박도 하지 않고 맞은편담벽의 어딘가를 바라보고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끝에 일직선으로 다물려있던 그의 입술이 힘들게 열렸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사실 우리는 당신께서 비판을 많이 하시리라는것을 각오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으시였다. 그것이 꼬씌긴이라는 어느 한 정치가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기때문이였다.
《형제당들가운데서》 하고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어느 당은 이편이고 어느 당은 저편이라는 식으로 갈라놓아서는 안됩니다. 그가 누구든 형제당들을 이편저편으로 갈라놓는것은 다른 나라 당들의 자주성에 대한 모욕입니다.》
꼬씌긴은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가 말한것처럼 비판을 받기 위해 왔던것만큼 변명은 필요없었던것이다.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진땀만 뽑고있었다.
《우리 나라는》 하고 그이께서는 점점 더 준렬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들에서 쏘련과도 련결되여있고 중국과도 련결되여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하여 혹시 우리가 맹종맹동하면서 그 누구의 지휘봉에 따라 움직이면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그러다가는 사회주의진영이 둘로 혹은 셋으로 쪼개질수도 있는데… 과연 우리가 이런것을 허용할수 있겠습니까?… 아니, 그래선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 사회주의진영은 끝까지 자주적립장을 지켜야만 합니다. 그래서 우린 오늘은 이랬다, 래일은 저랬다 하는 흐루쑈브의 지휘봉에 따라갈수가 없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어 군비철페를 목터지게 부르짖으며 땅크를 용광로에 녹여 보습을 만들겠다고 떠들던 흐루쑈브가 나중엔 자기 사위 아쥬베이를 시켜 민주도이췰란드를 서부도이췰란드에 팔아넘기자고 했던 사실을 례들며 엄하게 지적하시였다.
《흐루쑈브의 수정주의가 사회주의진영과 우리 조선혁명에 얼마나 큰 해독을 가져왔는지 당신들은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쏘련당의 새 지도부가 흐루쑈브의 수정주의적로선에서 결정적으로 떨어져나올것을 바라고있습니다. 그렇게 할수 있다고 믿어도 되겠습니까?》
꼬씌긴의 얼굴엔 어느덧 새벽 창유리에 이슬이 맺히듯 땀방울들이 돋고있었다. 북방의 혹한에서 단련된 그여서 그런지 따뜻하게 덥혀진 방안온도를 뜨겁게 느끼는듯 했다.
그가 힘들게 말씀드렸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이제는 우릴… 믿어주십시오, 전적으로 믿어주십시오.》
《믿어달라… 그것도 전적으로?…》 하고 그이께서는 소리없는 미소를 그리시였다. 《당신들이 지금껏 그리도 완강하게 고집을 부려왔는데… 과연 그 로선이 그렇게 쉽사리 고쳐질수 있겠는지 모르겠습니다.》
꼬씌긴은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그리고는 바지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였다.
《믿어주십시오. 이제부터는 모든것이 달라질것입니다. 예, 그건 틀림없습니다. 바로 얼마전 우리 당의 제1비서인 브레쥬네브동지가 직접 저한테 존경하는 김일성동지를 찾아가 우리 당의 립장을 설명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것만으로도 우리 당 새 지도부의 립장이 아주 명백히 밝혀졌다고 보고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시단 말씀입니까?》
《음…》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말을 믿고싶으시였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저으시였다. 이제 더이상 화제를 이어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시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웬일인지 가슴이 저려나는것을 느끼시였다.
오늘 사회주의진영이 왜 이런 진통을 겪어야만 하는가? 오늘까지도 계속 삐걱거리고있는 형제나라, 형제당들사이의 심한 마찰음… 그래, 믿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바로 얼마전 모스크바에서 주은래를 단장으로 한 중국당대표단과의 회담탁에서 바로 당신들은 쏘중관계에서 이전에 흐루쑈브가 취한 로선을 그대로 밀고나간다는것을 내놓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우린 당신들을 지켜볼것이다. 지켜보면서 평가할것이다. 조급히 결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우리 당은 언제나》 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겨 말씀을 이으시였다. 《사회주의진영의 통일단결을 위해 투쟁해왔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단결이 기본입니다. 그러므로 우린 모든 형제당들이 누구에게도 맹종맹동하지 말고 프로레타리아 국제주의원칙을 지키는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통일단결이 이룩되고 통일단결이 이룩되여야 사회주의위업의 승리도, 세계의 자주화도 앞당길수 있습니다.》
《참으로 지당한 말씀입니다. 제 이제 김일성동지의 그 말씀을 우리 당중앙위원회에 꼭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꼬씌긴은 비로소 어줍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