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1

 

가을빛이 짙어가는 연남령마루의 풍경은 황홀했다. 분비며 가문비의 짙푸른 잎새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화려한 단풍나무들이 빨갛게 불탔고 그 사이사이마다 자작나무와 봇나무들이 눈부신 하얀 자태로 숫저운 아름다움을 보태기도 하였다. 거기에 기울어가는 저녁해살이 가닥가닥 황금수실을 누벼주고있었다.

자동차가 구불구불한 령길을 끊임없이 에돌아내리기때문에 눈앞의 풍성한 빛향연은 미처 눈요기해볼 사이도 없이 순간마다 바뀌여 머리가 다 핑 돌 정도였다. 여느때같았으면 리춘애의 입에서 절로 환희에 찬 노래가락이 뿜어나왔을것이다.

 

            저기 산으로 가자 저기 산으로 가자

            저기 산으로…

 

그렇게 즐겨 산으로 올라서는 토끼처럼 깡충거리며 바구니가득 개암이며 표고, 싸리며 피같은 버섯들을 따군 했던 춘애였다. 산나물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이른봄 선참 첫싹을 내미는 쌉쓰레하면서도 달큰한 물생치, 그뒤를 승벽내기하듯 돋아오르는 유명한 참나물 그리고 쌈싸먹기엔 그저그만인 호함진 잎새의 병풍, 서슬이 귀한 북방산악에서 그 대용으로 즐겨 리용하는 접시꽃나무열매… 개암이며 머루, 다래따위는 셈에 넣지도 않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늘쌍 춘애의 단단하면서도 늘씬한 체격이 그렇게 산에 미쳐 정신없이 돌아친 덕, 백가지 령험한 산나물들을 즐겨먹은 덕이라고 외우군 했었다. 불과 2년전 중학교때의 일이였다. 산에 대한 애착이 여전한 충동적인 춘애로서는 당장이라도 자동차적재함에서 냉큼 날아내려 숲속에 뛰여들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를 온통 사로잡은것은 주경철이라고 부르는 코마루가 날카로운 제대군인청년이였다. 어찌 날카로운지 거기에 손을 대면 섬벅 베여질것 같았다. 그러나 그 매서운 첫인상과는 달리 주경철은 능청스러운 우스개소리로 춘애가 허리를 못 펴게 만들었다. 더우기 놀라운것은 그가 자기를 동신군태생이라고, 연하땅엔 코 한번 못 디밀어보았다고 소개하고서도 광산의 연혁이며 생산공정, 간부들의 이름까지 모르는것이 거의 없는 점이였다.

《아유!― 그걸 어떻게 다?…》

《뭐 그쯤 가지고 감탄할건 없어.… 그렇지, 저 골짜기가 궁상스러운 홀애비골이겠군. 옛날옛적에 연하땅의 물이 하도 나빠 아낙네들이 줄줄이 죽어갔는데 외토리가 된 홀애비들이 탄식하며 의논한 끝에 〈옳거니, 저 연혜천막바지는 그래도 덞지 않아 물이 깨끗할것인즉 그리로 옮겨가보세.〉하고 결정지었다나.》

《아유!―》

그것은 춘애도 모르고있던 전설이였다. 호기심으로 하여 춘애는 등이 달대로 달았다.

《말해줘요. 그걸 어떻게 다 알았는지?》

《어랍쇼. 이제부턴 곱장고개렷다.》

그만 춘애는 실팍한 제 무릎을 탁 쳤다.

《이젠 알겠어. 내가 머저리였지. 경철오빠가 지금껏 날 골리는줄도 모르고… 동신이 아니라 우리 연하출신이지요? 누구네 집이야요?》

《챠, 날 뭘로 봐?》

주경철이 짐짓 눈을 사납게 부라려보였다. 그다음 곧 흐물흐물 웃기 시작했다.

《그건 다 신통한 내 〈점괴〉에서 나온거란 말이야. 보겠어?》

그는 즉시 아주 근엄한 표정을 짓고 아이들이 돌가보를 할 때 무엇을 내야 좋을가 생각하는 식으로 두손을 마주잡아 비틀어올리고는 그 새짬을 열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만 춘애는 또 허리를 비틀며 깔깔거렸다.

《경철오빠, 엉터리!》

《쉿!―》

주경철은 심오한 명상이 깨여지기라도 하는듯 엄하게 주의를 주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기웃거렸다.

《이상한데? 이놈의 〈점괴〉가 딱 한가지 춘애가 왜 굴착기운전공이 되였는지는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춘애는 금시 시무룩해졌다. 19살의 쬐꼬만 계집애가 굴착기는 왜 타는가, 뭘 바라고?… 그것은 한해 상급반졸업생인 배오철이가 늘 따져묻던 질문이기도 했다.

춘애로서는 매번 그 대답이 궁했다. 소설책을 무척 좋아하여 장편소설 《백금산》에 나오는 굴착기소대 선동원처녀에게 매혹된적도 있지만 그처럼 위훈 세우리라 작정한것도 아니였다. 싱거울 정도로 아주 단순한것이 그 동기였을뿐이였다.

채광갱 굴착기수리공인 그의 아버지는 술만 한잔 마시면 《어허― 내대에 와서 끝내 오랜 광부였던 우리 집 대가 끊어졌구나.》하고 한탄하시군 했었다. 시집간 언니까지 딸 둘이 자식의 전부였기때문이였다. 또 한가지사정이 더 있었으니 어머니가 당위원회 부원이라는 점이였다. 그래서 중학교때 동창생들은 그의 어머니가 사람들의 어떤 운명을 좌우지할 권한을 가지고있을거라는 아주 유치한 리해로부터 《춘애야 뭐 앞으로 간부로 발전할걸!》하고 롱비슷이 외우군 했었다. 그런 말이 춘애로서는 죽기보다 더 싫었다.

하여 중학교를 졸업할 때 춘애는 부모들앞에서 이렇게 단호하게 선포했다.

《아버지, 어머니! 난 광부가 되겠어요. 굴착기운전공! 그러면 아들맞잡이로 광부대를 잇는거죠 뭐. 그리고… 내가 대학에 가면 사람들이 어머니가 자기 직권을 휘둘러 딸을 빼돌렸다고 시비할지도 몰라요.》

학급에서 학업성적이 세번째손가락안에 들었으므로 당당하게 대학추천을 받았던 딸의 그 돌연한 변덕에 부모들은 처음 아연해했으나 두루 의논한 끝에 장한 결심이라는 결론을 지어주지 않을수 없었다.

그때 춘애는 자기가 진정 장해보였다. 아버지의 소원도 풀어주고 어머니의 량심도 지켜드리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굴착기운전공이 된데에 그런 시시한 가정적리유이상은 없었단 말인가?

어둑어둑할무렵 그들은 광산마을초입인 체신소앞에서 차를 내렸다. 제대배낭을 둘러멘 주경철이 사방을 두릿거리며 물었다.

《합숙이 어느거요?》

《어마, 진짜 동신이 고향이였어요?》

비로소 주경철은 연하광산의 첫 당비서아들이 정치지도원을 하는 중대에서 군사복무를 했었는데 그로부터 광산자랑을 너무 많이 듣다나니 마음속으로부터 정들게 되였노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사전료해를 더 깊이 한 결과 여기에 뿌리내릴 결심을 굳혔지. 헌데… 광산꼴이 말이 아니구만. 집들은 온통 시커멓고 저 마광기소린 죽어가는 비명같고.》

춘애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렇게 보기 싫으면 배낭 싸쥐고 당장 돌아가라요.》하고 총알같이 쏘아주고싶었으나 고향을 떠나 광산에 찾아온 그 진정과 의욕을 모욕할수 없었다. 실지로 광산꼴이 훌륭한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제 두고보라요. 몇해만 지나면 잘살게 되잖나.》

《어떻게?…》

주경철이 진심으로 호기심을 드러내자 춘애는 고깝던 마음이 쑥 풀려버렸다. 하여 그는 성수가 나서 지배인이 광산의 살림집들과 생산건물, 공공건물들을 몇해안팎에 전부 새로 일떠세울 작전을 펴고 그 전투에 진입했다는것, 세멘트는 거의 안쓰고 박토진흙으로 벽체쌓기도 미장도 다 한다는것 등을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아이구…》 느닷없이 춘애는 웃음이 북받쳐 또 허리를 부여잡았다. 《글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지배인동진 진흙에 톱밥을 절반씩 섞어 미장하면 굳기도 하거니와 겨울엔 보온까지 잘된다는걸 발견했답니다. 그래 당장 시험해본다면서 성성한 자기 집 벽체를 호미로 박박 긁다가 그만 아주머니가 방비를 거꾸로 들고 달려드는 바람에 호호…》

《그건 왜?》

《너무 긁다나니 집안을 사방 구멍투성이로 만들어놨거던요.》

《괴짜군. 허허… 괴짜야.》

주경철도 재미나는듯 어깨를 들썩거리며 껄껄거렸다. 그것이 춘애의 약을 돋구어주었다. 그는 주경철의 잔등을 쾅 두드렸다.

《지배인동지보고 괴짜가 뭐예요? 존엄성없이.》

《잘못했어. 요 입이 그만… 어쨌든 한번 같이 일해볼만 하구만.》

《그렇지요?》

이번에도 대뜸 마음이 풀려 춘애는 진지하게 물었다. 주경철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춘애에게는 몹시 마음에 들었다.

《한데 어쩌나? 합숙은 첫번째 보수대상이여서 나흘전에 다 뜯었는데. 래일쯤에나 완성될거예요… 참,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쉬시라요. 가자요.》

《허, 다 큰 처녀집에서 잤다가 사위로 소문나게.》

《아이구 우스워라. 겨우 열아홉인 날 보고 처녀?…》

우습다는것은 말뿐이고 이번에는 그렇게 허리까지 부여잡게 되지는 않았다. 불쑥 채광갱의 굴진공 배오철이가 떠오른것이였다. 그 역시 자기를 처녀로 보았는지 치근거리며 따라다니고있었다. 싱검둥이!

《걱정말아요, 경철오빠.》 춘애는 자기가 별안간 어른이 다 된 느낌에 의젓하게 말하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난 이제 곧바로 채굴장에 가서 굴착기유리를 끼워넣은 다음 3번교대를 해야 하니까 집엔 안들어가요.》

기실 유리때문에 철도역이 있는 읍거리까지 갔다오는 춘애였다. 보통유리는 기대의 진동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서 읍거리에 사는 삼촌에게 부탁하여 투명수지유리를 잔뜩 짊어지고온것이였다.

《그럼 나도 같이 가볼가? 잠들기는 코집이 글렀구 미리 구경해두는것도 나쁘지 않지. 굴착기는 나도 좀 알거던.》

《그래요?》

춘애는 결심을 못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자기의 유리짐짝을 주경철에게 콱 안겨주고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그다음 자기 몫으로 남겨놓은 삶은 강냉이 세이삭에 어머니것 하나를 더 얹어 보자기에 싸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핀잔했다.

《얘, 랭국이랑 풀어놨는데 여기서 먹지 않구 또…》

《밖에서 기다려서 그래요.》

《누가?》

《내가 오늘 미끈절싹한 총각을 하나 낚아왔다나요.》

아직도 따끈따끈한 강냉이를 하모니카불듯 하는 사이 그들은 채굴장에 이르렀다.

여기저기 켜져있는 작업등빛에 드러난 채굴장전경은 춘애가 보기에도 몹시 어수선했다. 낡아서 덜컥거리는 굴착기들이며 띠염띠염 나타나는 역시 낡아빠진 광석수송차들, 무엇보다 불비한 기대들과 전기사정 등으로 고르롭게 형성하지 못한 우툴두툴한 채광계단이 특히 눈에 거슬렸다. 전문가의 눈이 아니더라도 금전군들모양으로 질서없이 파먹었다는게 대뜸 알릴것이다.

춘애는 주경철이 마음을 고쳐먹고 동신으로 돌아가버리지 않도록 조바심치며 광산의 《휘황한》 전망을 당장 래일의 일인듯 열심히 그려보였다. 나중에는 갱정이 압록강평균수위보다 수십여메터나 더 깊이 들어갔는데 광량이 굉장하게 깊은 곳까지 뻗어있어 앞으로는 더 아래까지 까마득히 파먹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소리까지도 어떤 비상한 현상인듯이 묘사했다.

《…이건 우리 지배인동지의 구상과 결심속에 다 계산되여있는거야요.어때요, 기막히지요?》

주경철이 코살을 찡긋거리며 느물느물 웃었다.

《지배인동지의 몇째아들이 춘애신랑감으로 점찍어져있을가?》

《예?…》

《시아버지 자랑하듯 말끝마다 지배인, 지배인하니까!》

《뭐야요?》

춘애는 발끈하여 당장 종주먹을 해가지고 달려들었다. 이 오빠가 아직도 우리 지배인동지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게 안야?… 두해동안이나 굴착기를 드다룬 춘애의 주먹은 여간 맵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경철은 간지럼을 타며 껄껄거렸다.

《이봐 춘애, 난 지배인을 믿어. 아까 말했지. 자기 집벽체를 긁어버리면서 무슨 시험을 했다고!… 그래서 난 춘애와 함께 여기 채광갱에서 일하기로 결심했어.》

춘애는 그만 눈물이 쑥 나왔다. 웃으며 롱처럼 한 말이였지만 그속에서 진심을, 제대군인다운 결단을 읽을수 있은것이였다. 얼마나 멋있는 오빠람. 크게 본때를 보일거야.

주경철은 굴착기를 《좀 아는》정도가 아니였다. 둘이 함께 제꺽 유리를 교체해넣은 다음 한결 아늑하고 아담해지기까지 한 운전칸에 척 들어앉았을 때 그는 아주 솜씨있게 굴착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굴착기는 발디디개 즉 삽대와 권양제동을 어떻게 하는가에 그 기능이 평가된다. 바가지를 휘두르다가 순간을 놓치면 자동차적재함을 짓조기거나 심한 경우 쭉 뽑았던 삽대자체를 꺾어먹기 쉽기때문이다. 이러한 조종은 운전조작의 기초이므로 말할것도 없다.

춘애는 시험관이 된 기분으로 조마조마해서 주경철의 동작을 지켜보다가 감탄하여 손벽까지 딱 쳤다.

《아유― 멋있어라! 언제 다 배웠어요?》

《군대가 못 배우는 일 있나. 춘애도 알지? 안변청년발전소를 누가 일떠세웠는지.》

그러니 이 오빠도 거기에?… 춘애의 눈이 황홀하여 가느스름하니 좁혀졌다.

《어쩌나― 반할가봐 막 겁나네.》

《처녀도 아니라면서 반해?》

《이제 되지요.》

그때 누구인가 굴착기문짝을 탕탕 두드렸다. 내다보니 빨간 수지안전모를 비뚜름히 제껴쓴데다가 목에는 눈부시게 하얀 수건을 걸친 배오철이였다. 그가 바퀴사슬우로 날렵하게 뛰여오르며 물었다.

《춘애, 정옥선생 못 봤어?》

《피― 그 선생이 밤에 여긴 왜 와요?》

《헹, 그가 채광담당 구급원(파견의사)으로 온걸 몰라? 뭘 연구한다면서 날 특별히 조수로 선발하기까지 했는데.》

그 선발이 긍지스러운듯 배오철의 말은 좀 뻐기는 투였다. 그러다가 춘애가 낯모를 사내와 함께 앉아있는것을 띄여보고는 당장 눈살이 꼿꼿해져서 훈시조로 넘어갔다.

《수송이 딸린다고 아우성인데… 헛눈팔면 안되지.》

《싱겁게 굴지 말라요!》

춘애는 탕 운전칸문짝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호호 웃어댔다. 우쭐대기 좋아하는 배오철에게 한꼴 먹인 기분이였다. 그의 부모들은 딸만 련속 내리낳다가 다섯째만에야 아들을 보았는데 그 소원을 이루고도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는지 일순, 이순… 하고 달던 이름순서 그대로 《오철》이라고 간단히 지어버렸다고 한다. 대신 누이들은 끔찍하여 저마끔 달려들어 옷을 다려준다, 간식을 입에 넣어준다, 지어 도끼질도 못하게 만든다 극성이였다. 그래서 대를 이을 자식이라고 배오철을 귀애하는 그의 아버지까지도 혀를 차며 딸들을 꾸짖었다고 한다.

《이년들, 애를 시라소니로 만들 잡도리냐? 당장 물러가라!》

어쨌든 그 누이들 덕에 배오철은 맵시가 보통 아니였다. 채굴장은 여름 한철이면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아 그야말로 찌는 가마속 한가지였지만 그는 늘 목에 하얀 수건을 단정히 매고다니군 했다.

사람들이 너그러운 웃음속에 눈감아주는 버릇이 그에게 한가지 더 있었다. 그 어디를 가든 기름을 발라 반짝반짝 윤이 나는 착암기를 호신부마냥 척 걸쳐메고 다니는것이였다. 교대가 끝나 소갱속에서 나올 때에도 다음교대가 곧 써야 할 착암기를 슬쩍 메고나오군 했다. 어이없어 성을 낼라치면 그는 아주 심중히 한마디 했다.

《바람변에 오물이 꼈어요. 정비하고 넘겨주는게 도리지요.》

그리고는 그것을 메고 의젓이 채굴장을 한바퀴 돈 다음에야 진짜로 열심히 분해정비하여 갖은 주의사항끝에 넘겨주는것이였다. 그것이 춘애에게는 매양 우습기 그지없었으나 때로 마음에 들기도 했다. 굴진공직무에 대하여 얼마나 큰 자부심을 지니였으면, 얼마나 사랑했으면 저러겠는가.

《정옥이란 누구요?》

주경철이 물어서야 춘애는 입가에 그려졌던 미소를 얼른 지워버렸다.

《지배인동지 딸이야요. 아주 얼싸한 미인인데 요즘 뭣때문인지 고민 한다나요. 아유― 처녀가 되면 다 그렇게 고민하게 되는가?…》

갑자기 춘애는 눈을 흡떴다. 아니 저게?… 광석을 골숨히 실은 차가 다음바가지를 푸는 사이 뚱깃거리며 달아나기 시작한것이였다. 주경철이 운전대를 잡고있지만 않았더라면 날쌔게 바가지로 적재함을 꾹 눌러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놓는건데. 《8호, 두고보자. 내 가만 있을줄 알아?…》

약이 올라 춘애는 어둠속에 주먹을 휘둘러보이며 씨근거렸다. 그러다가 왜서인지 흐려지는 주경철의 낯빛을 훔쳐보고는 마음이 급해져 성급히 속삭였다.

《사실은 차들이 낡고 채광계단이 급해서 저런답니다. 상심말라요. 지배인동지가 마음먹고 대책을 세우고있으니깐요.》

춘애로서는 성격이 좋고 운전재간까지 있는 주경철의 마음속에 실망의 그늘이 드리울가봐, 하여 좀전의 결심이 변해버릴가봐 무척 안달아졌다. 그리고… 그는 지배인을 진짜로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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