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4

 

렴진욱은 온밤 렬차속도가 그처럼 뜬데 화를 냈다. 기실 전기화된 철도선로를 따라 렬차는 질풍같이 달렸지만 차창으로 흘러가는 풍경의 급격한 이동을 통해 그것을 확인할수 없는 밤이여서 더더욱 짜증났다. 그때문인지 의사들이 위협조로 경고했던 수술부위가 부어올라 말은커녕 침을 삼키기조차 괴로왔다. 같은 렬차손님들은 몇번이나 말을 걸어보다가 시끄럽다는 손시늉대답을 듣고는 벙어리라고 단정했는지 측은하게 흘끔거렸다. 하지만 렴진욱은 그것을 감촉하지 못하였다. 그만큼 그의 온 생각은 난데없는 물구멍이 터졌다는 채굴장에만 쏠려있었다.

결코 압록강물이 흘러나온것이라고 믿어서가 아니였다. 지령장의 보고를 통하여 그가 얻은 결론은 아주 우발적인, 압록강과는 결단코 련관이 없는 사고라는것이였지만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것으로 하여 초조감과 불안을 잠재워낼수 없었다.

머리우 상단침대에서 그의 생각을 방해하며 두사람이 열을 올려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삼지연이 어떻고 리명수3호발전소가 어떻고 하는 말마디들로 미루어 그들이 백두산지구를 혁명의 성지로 꾸리는 618건설돌격대원들이라는것이 알렸다.

《…붕락이 너무 심해서 도무지 전진할수 있어야지. 그래 우리 현장책임자가 결심했지. 괜히 굴을 뚫느라 고생할게 있는가, 독산중턱을 에도는 우회물길을 내자, 이것만이 발전소완공기일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도다!… 헌데 가보니 어휴― 그 독산이라는게 말그대로 독을 엎어놓은것처럼 가파롭고 빤빤한 돌벼랑산이더란 말이야. 거기에 눈까지 덮여 발을 붙이기는커녕 스키장 한가지로 쭉쭉 지쳐내리기만 했지. 그래도 우린 어깨로 앞사람의 발을 고여올리면서 한치한치 세멘트며 골재를 져올렸네. 밤이고 낮이고 쉬지 않고!… 처녀들이 너무 힘들어 눈물을 뚝뚝 짜면서도 대오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걸 보니… 왜 그랬겠나? 백두산이 우릴 지켜보았기때문이지!… 》

렴진욱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독산의 스키장같은 깎아지른 산정으로 골재마대를 지고 끌며 허덕허덕 톺아오르는 처녀돌격대원들의 모습이 방불히 그려졌다. 그것은 몇해전 청년영웅도로건설장의 대형속보판에서 본 그림 《어서가자 마대야, 장군님께서 기다리신다!》 의 녀주인공모습과 흡사한 형상이였다.

백두산이 지켜본다!… 얼마나 좋은 말인가. 숭엄한 백두의 모습앞에 자신을 비춰보며 한점 흐려지지 말려는 깨끗한 넋들의 몸부림, 맑은 날 연남령마루에 올라서도 백두산은 손에 잡힐듯 바라보인다. 그러니 우리 연하광부들도 백두산이 지켜보는속에서 사는 사람들인셈이였다. 그러므로 어떤 우발적인 사고라도 빚어내여선 안되였다. 과연 그 물구멍이 사고겠는가?…

새벽에 읍거리철도역에서 내려 승용차로 연남령을 넘다보니 해가 한발이나 솟은 늦은 아침이 되였다. 그사이 소식통인 운전사의 설명을 통하여 《사고》전말과 그후 대책, 기술일군들의 론난 등을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니 물구멍에 대한 표상이 기본적으로 잡혔다.

곧추 채굴장으로 차를 돌린 렴진욱은 도중에서 마침 털썩거리며 바삐 걷는 청주와 만났다. 청주는 차안에서 지배인이 손짓하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수술을 하셨다더니?…》

렴진욱은 차창유리에 《채굴장은?》하고 써보였다.

《저런, 병원에서 도망치셨군요!》 청주는 기막힌듯 지배인을 쳐다보다가 그가 눈꼬리를 치켜올리자 황급히 말을 돌렸다.

《예예, 좋은 소식입니다. 제 옥준보로인과도 좀 의논하고 현장을 다시 료해해본 결과 그 물구멍이 옛날 탐사갱과 이어졌을거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방금 기사장동지도 긍정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좀전의 자기 표상과 어금지금한, 귀가 열리는 소리였다. 광산광체의 암석조성을 너무나도 잘 아는 렴진욱으로서는 그이상의 명쾌한 답을 달리 찾을 필요도 없었다.

《가보기요!》

얼결에 소리친 렴진욱은 찢기는듯 한 목의 동통에 신음을 삼켰다. 하지만 거기에 더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방수벽발파소갱의 물구멍은 청주의 예측을 다시한번 확증시켜주었다.  렴진욱은 광산분석실에서 분석한 물성분자료를 놓고도 그것을 확신할수 있었다. 물구멍에서 나온 물에는 압록강물처럼 상류에서 떠내려온 감탕성분이 없었다. 이제는 모든것이 명백했다. 그러나 역시 땅속이란 그 오묘한 구조와 불가사의한 조화로 인간을 경탄시키기도 하고 놀래우거나 막대한 해독을 끼치기도 하는 신비의 세계인것이다. 성실태료해조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조건에서 무조건 과학적해명을 해놓아야 했다.

렴진욱은 곧 수첩을 꺼내들고 거기에 휘갈겨썼다.

《기사장에게 불도젤을 채굴장에 보내라고 전할것.》

탐사갱입구를 찾자는것이였다. 청주가 그것을 읽고 부리나케 갱휴계실로 달려갔다. 거기에 지령전화가 있었다.

《지배인동지!》

언제 알아보고 나타났는지 등뒤에는 처녀굴착기운전공 리춘애가 서서 생글거리며 인사했다. 교대시간은 아닌듯 처녀는 봄철답게 산뜻한 파란 달린옷차림이였는데 얼굴이 발그레 상기된것으로 보아 어디선가 급히 달려온것 같았다. 왜서인지 그는 두손을 등뒤로 감추고있었다.

《나 하나 제기하랍니까?》

춘애가 여전히 생글거리며 물었다. 렴진욱은 처녀의 싱싱함에 마음이 즐거워져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첫째!》하고 춘애가 방금 하나를 제기하겠다던 말은 다 잊은듯 꼽아나갔다.

《뭘 좀 가져왔는데… 잡수셔야 해요. 별거 아니고 사이다예요. 좋지요?》

들어주지 않으면 떼질하며 매달릴 잡도리여서 렴진욱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침을 건는데다가 아픈 목이 켕기는것 같아 마침이기도 했다.

《아이, 좋네!》

춘애는 성수나서 냉큼 꿇어앉더니 등뒤의 손을 끌어내왔다. 자기의 옷처럼 역시 파란 보자기였는데 그속에는 사이다뿐아니라 한봉지의 닭알빵도 들어있었다. 처녀는 솜씨있게 병을 따고 수지고뿌에 사이다를 찰랑찰랑 부어 내밀었다.

《다 알아요, 지배인동지가 수술하고 병원에서 도망쳐오셨다는걸. 아침식사도 건넜구요. 자, 어서 드세요.》

사양없이 쭉 들이키니 목구멍이 좀 열리는것 같았다. 처녀의 진정을 생각하여 렴진욱은 빵도 하나 집었다.

《그다음 둘째는?》

렴진욱이 바람소리처럼 묻자 입놀림으로 그것을 알아들은 춘애가 메아리같이 되받았다.

《그다음 둘째는… 김현길실장동지가 우리 채광에 내려온것이… 어쩐지 불쾌하기만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견해도 아마 같을겁니다.》

렴진욱은 속이 덜컥했다.

《믿어주십시오!》하고 채광에 내려간 김현길이였다. 그사이 료해해보니 군말없이 수걱수걱 일을 잘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마음속에 어떤 불만을 꿍져두고있어 그것이 광부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러니까 그가…》

《아니, 안예요!》 춘애가 황급히 말을 가로챘다.

《그런게 아니라… 현길실장동지가 우리 책임기사를 따라다니며 얼마나 열심히 콤퓨터를 배우는지 몰라요. 뭐 그렇게 지식을 자꾸 다져넣어야 자기 몸뚱이가 고품위광석으로 된다나요. 여태 건달을 부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쭉정이같은 미광이 됐다면서요.》

《?…》

《다만… 물론 경철오빤, 아니 갱장동진 광부가 뭔지 맛을 단단히 봐야 참사람이 된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되지 않아요. 무슨 과오를 범하면 그저 채광에만 다들 내려보내는게… 우리 채광이 뭐 쓰레기장인가요? 광부들의 립장에서 보면 그건 우리 광부들을 그런 부류의 사람들로 여긴다는것과 같단 말예요. 제 말이 틀렸어요?》

춘애는 웃으며 응석처럼 말하였으나 그 어조에서는 어떤 괴로운 항변이 울리고있었다. 바싹 긴장해있던 렴진욱은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단발머리를 탈싹거리며 굴착기운전공이 되겠노라 떼질쓰던 춘애로서는 쉬이 그렇게 생각할만도 하였다.

가장 성실하고 굳센 인간들의 집단인 광부들속에서 생활시켜 그들같은 인간으로 변모되길 바라는 지배인의 마음을 어린 처녀에게 한마디로 납득시키기에는 베찬 일이였다.

《그럼 너 그 사람을 어쨌으면 좋겠니?》

렴진욱이 짐짓 이렇게 말하자 춘애의 얼굴이 당장 환하게 빛났다. 처녀는 냉큼 렴진욱의 손목에 매달렸다.

《어쨌든 선광기술자니까 거기에 더 필요하잖겠어요. 선광실험실 수금언니의 말이 선광공정이란 광석에서 버럭은 말끔히 골라버리고 금속은 정히 모아 순수하게 빛내주는 참 좋은 곳인데 사람도 그렇게 만들수 있다나요. 좋은 말이지요, 예?》

렴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옥수금, 정말 좋은 말이였고 좋은 처녀였다.

휴계실에서 청주가 내려오는것이 보였다. 그 역시 한때는 버럭이 많이 섞인 저품위광석비슷한 존재였었다. 그런데 광산이, 광부들이 《천길깊이에서 뛰는 심장》의 뜨거움을 정히 모아 번쩍거리는 보배로 만들어내세웠다. 김현길도 그렇게 되여가고있다.

《떠났답니다. 수송에서 떠났으니 곧 올겁니다!》

청주가 소리쳤다. 아닐세라 벌써 채굴장가녁에서 불도젤의 뚱깃거리는 동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날 오후 렴진욱은 불도젤에 올라 옥준보로인이 대주었다는 위치에서 탐사갱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십년간 채굴장을 파헤치느라 깎이우고 버럭이 덧쌓여 엉망이 된 땅을 아무리 밀어보아도 탐사갱은 나지지 않았다. 원래 동발까지 들이면서 뚫은 갱다운 갱도 아니고 시추기가 확인 못한 광체밑바닥의 륜곽을 추정해보자고 뚫은 소갱이여서 아예 묻혀버리고말았을지도 몰랐다.

끝내 기진해버린 청주가 볼이 부어 제기했다.

《까짓거 물구멍을 폭파하고맙시다. 압록강이 맞구멍나지 않았다는거야 확정적이 아닙니까. 탐사갱입구가 이 근방쯤이면 물이 극상 300립방정도일겁니다!》

렴진욱도 벌써 그런 생각을 몇번이나 해본 참이였다. 그것은 거의 유혹적인것이였다. 굴진이 중지된 상태에서 자꾸 시간을 끌면 광석밥이 떨어질수도 있고 중요하게는 생산능력을 두배로 올리는데서 채굴장확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설비를 늘어놓아도 써먹을수 없기때문이였다. 하지만… 또다시 우발적인 사고가 빚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랴.

렴진욱은 청주가 보도록 막대기로 땅바닥에 큼직큼직 썼다.

《무조건 찾을것!》

청주의 시선은 왕청같은데 가있었다. 렴진욱의 막대기가 등을 쿡 찔러서야 그는 찔끔하여 고개를 돌렸다.

《뭘 봐?》

《예, 저… 저게 부비서동지 아닙니까?》

그가 가리키는 채굴장변두리의 도로우에 큼직한 배낭무게로 허리가 구부정해진 웬 사람이 털썩털썩 먼지를 날리며 걷고있었는데 약간 길쑴한 얼굴모양이 부비서 리성혁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장사군행색같아 잘 믿어지지 않았다.

렴진욱의 눈짓을 받은 청주가 뽀얗게 달려갔다가 제 잔등에 배낭을 얹은채 리성혁을 달고 되돌아왔다.

《아이구, 허리 부러질번 했군!》하고 청주가 짐짓 우는 소리를 쳤다.

《이거 콩종자라는데 50키로는 되겠습니다.》

리성혁은 먼지투성이옷이 땀에 푹 젖어있었다. 그가 어줍게 웃으며 설명해주어서야 렴진욱은 그 콩종자가 60리는 실히 될 어느 이웃군에서 등짐으로 져오는것이라는것을 알았다. 언제부터 구하려고 애쓰던 우량품종콩종자였다. 그들은 한 200키로쯤 주겠으니 아무때나 가져가라고 적극 도와나섰다고 한다. 그래도 리성혁은 마음이 급하여 우선 질수 있는껏 지고 떠나왔다는것이였다.

《원, 방송차라도 끌고갈게지.》

렴진욱이 어이없어 중얼거리자 리성혁은 처녀같이 곱살한 얼굴에 싱그레 웃음만 띄웠다. 렴진욱은 당위원회가 올해에는 어떻게 하나 부업을 본때있게 내밀어 광부들의 식탁에 매일 두부나 콩나물을 떨구지 않고 보장할 목표를 세웠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 책임을 리성혁이 스스로 맡아나선것이였다.

《계속 찾으라구.》

렴진욱은 청주를 불도젤로 떠민 다음 리성혁과 함께 승용차에 올랐다.

《어떻게 생각하오? 그… 성실태료해조 말이요.》

차가 떠나자 렴진욱이 가까스로 목소리를 짜냈다. 리성혁은 더 말하지 말라고 손시늉을 해보인 다음 그의 귀에 가까이 입을 가져다댔다.

《당비서와도 토론이 있었는데… 성실태료해조의 잡도리가 만만치 않더란 말입니다. 무슨 사고가 난것도 아니고 아직 기술적규명도 끝나지 않았는데 부산피우며 앞질러 조직한걸 봐선… 어쨌든 그엔 우리도 해당한 대응을 하겠으니 지배인동진 눈치보지 말고 그냥 계속 일을 내미십시오. 우린 지배인동지를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렴진욱은 불쑥 코허리가 매워나 시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내 인간됨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수치감이 가슴을 긁었다. 바로 좀전 콩배낭을 메고 다니는 리성혁을 보자 순간이였지만 광산의 당급한 사태인 성실태료해조일은 남의 일처럼 외면하는게 아닐가 하는 언짢은 의혹을 품었었던것이다.

나이가 무슨 대수랴. 비록 너무 젊디젊어 뭔가 의지할 언덕으로는 허약할듯싶던 리성혁이였었다. 역시 그는 사려깊고 공정하며 책임적인 당일군의 한사람인것이다… 렴진욱은 자기로도 놀라운 어떤 배심이 자리잡는것을 의식하며 리성혁의 손을 끌어당겨 굳게 잡았다…

그날 저녁의 일총화는 참가자들 태반이 우려한, 《물구멍》사태와 다가올 《료해》에 대한 대응책론난으로 어수선할것이라는 위구를 싹 흩날려버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앞으로의 생산능력확장전투가 조직되였다.

처음부터 기사장 리정우는 각 갱, 직장별로 분담된 선광장확장용  세멘트블로크찍기정형을 까근까근 따지기 시작했다. 며칠 남지 않은 이달중으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다음달부터 공사를 전격적으로 들이대야 했기때문이였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엄청난 공사였다. 수십메터를 헤아리는 아빠트높이의 선광장건물부터 새로 지어야 했는데 육중한 마광기들을 들여앉히자면 그 기초만도 8메터를 충진해야 했다. 거기에 수십여대의 부선기와 그에 따르는 전동기, 마광장의 천정기중기며 지붕트라스, 지붕철판확보, 1차턱파장에 새로 앉혀야 하는 대형원추파쇄기구입… 반년나마 광산은 자기의 총력을 깡그리 기울여 그 모든것을 하나하나 장만해왔으며 지금도 그 사업은 계속되고있었다. 세멘트만도 수천톤의 물동량이였다.

마광기와 대형파쇄기를 끌어들이는 과제는 렴진욱이 직접 맡은것이였다. 이제 와서 렴진욱은 며칠씩이나 앓으며 병원에 입원해있은것마저 후회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라도 더 의기를 가다듬고 돌진해야 한다. 두렴없이, 배짱있게, 백두산이 우리를 지켜보고있지 않는가.

밤이 이슥하여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서니 안해는 없고 보자기를 씌운 밥상만이 아래목에 뎅그라니 놓여있었다. 그우에 글쪽지 한장이 얹혀있었다.

《미안해요. 녀자들끼리 모임을 해서 그러니 혼자 잡수세요. 금숙.》

아주 희귀한 일이였다. 아니, 처음보는 일이였다. 정옥이마저 병원일로 집을 비워 렴진욱은 마음이 각별히 쓸쓸했다. 관습이란 이상한것이였다. 지금껏 렴진욱은 안해가 직장일을 소홀히 할가봐 늘 신칙해왔고 그런 기미만 보여도 용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낮이건 밤이건 밥상머리를 지키고있다가 반겨맞는 안해에게 습관되여 아주 응당하며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왔던것이다.

렴진욱은 못마땅하여 혼자 눈꼬리를 흠칫거리다가 송수화기를 들어 당비서 집을 찾았다.

《제 지배인입니다. 오늘 녀성들의 모임이 조직된게 있습니까?》

《지배인동무도 홀아비신셉니까?》

수화구로는 전주석의 너털웃음이 흘러나왔다.

《나도 애들과 함께 식은밥을 먹었다니까요, 허허…》

《난 무슨 모임인가 물었습니다.》

《글쎄… 당비서지만 나도 모르는 모임인걸요. 이거 안주인들끼리 무슨 작당을 한것 같소. 혹시 늦바람들이 난건 아닌지… 어찌겠소. 눈 꾹감고 며칠 참아줍시다.》

전주석은 무엇인가 알고있는 눈치였다. 이쯤되면 더 따져물어야 아무소득도 없을것이다. 렴진욱자신 목이 아파 그이상 말할수도 없었다.

…성실태료해조는 이튿날 광산에 도착했다. 그들은 곧장 광산당위원회에 들렸다가 렴진욱을 찾아왔는데 책임자는 박치명이였다. 그의 소개로 렴진욱은 실태료해조성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는데 지질전문가들과 자원조사검열부일군들을 포함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였다. 압록강이 터졌다는 보고가 이번의 실태료해를 초래했으니 그것을 확인할겸 앞으로의 대책도 강구하며 특히는 책임있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한  결정권까지 행사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리성혁부비서가 말한것처럼 잡도리가 만만치 않았다.

그것을 확인시키듯 박치명은 안경알을 번뜩이며 랭랭하게 입을 열었다.

《성에선 이번 사고를 지배인동무의 이전부터의 독단적사업이 빚어낸 결과로 보고 료해결과가 종합될 때까지 지배인사업을 정지시킬 전권을 우리에게 주었소. 기사장에게 인계하고 담화준비를 하시오. 채굴장을 먼저 돌아본 다음 곧 부르겠소.》

불과 몇달전에 자기를 반성하고 렴진욱의 능력확장공사계획을 지지했던 박치명이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두고 꾸짖기라도 하는게 정상이련만 박치명은 마치 전혀 안면이 없는 《죄인》취급하듯하고있다. 왜?…

렴진욱은 따로 담화준비할것이 없었다. 마음 께름한 구석이 전혀 없어서였다. 당조직 역시 자기를 지지하고있다. 구태여 대답해야 한다면 물구멍의 근원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여 내놓는 일일뿐이였다.

그리하여 렴진욱은 곧장 채굴장에 나가 직접 불도젤을 운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의 안정은 얻을수 없었다. 《독단적사업이 빚어낸 결과》… 그것은 이미전부터 방수벽을 깎아먹지 말라는 박치명, 즉 성의 지시를 거부한데서부터 이번의 《사고》가 초래되였다는 규정이였다. 그러니 박치명이 이번 기회에 문제를 어마어마하게 끌고가 다시는 방수벽에 손대지 못하게 하자고 잡도리했을수는 있다. 하지만… 그속에 오랜 우정에 대한 애석함은 없지 않았는가?

조종간을 틀어잡은 그의 손이 흠칠거려졌다. 용을 쓰는 불도젤의 진동때문은 아니였다. 아픔이 그를 사로잡았다. 불도젤전면삽날에 깎이여 거멓게 일떠섰다가는 와스스 부서져내리는 흙밥속으로 안경을 번뜩거리는 박치명의 얼굴이 얼른거렸다. 3대째의 외아들, 형제없는 외로움이 짝사랑만치나 괴롭고 서글픈것이라며 그리도 정에 주려하던 사람이 이젠 그 정을 팔아 무엇을 사려는가? 무언가 일해보려는 사람의 앞길을 왜 한사코 가로막아나서는가?… 일이란 자기앞의 래일이 두렵지 않을뿐더러 그 래일이 환희롭다는 확신을 가진 인간에게만 기꺼운 법이다. 그러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은?

갑자기 렴진욱은 흠칫 제동을 밟았다. 무너져내리는 흙밥앞에 진짜 산사람이 우뚝 서있었기때문이였다. 포근한 뜨개옷차림에 지팽이를 의지하고 구부정하니 서있는것은 옥준보로인이였다. 지난 겨울을 나는 사이에 로인은 더 폴싹 늙어 볼살이 거의 없어지고 허연 수염발만 앞가슴에 드리워있었다.

렴진욱은 급히 불도젤에서 뛰여내렸다.

《로인님!…》

왜서인지 목멘 속삭임이 나갔다. 집에 앉아있어도 광산땅의 진동하나로 무슨 일이 어떻게 되여가고 사람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다 가려듣고 가려본다는 로인, 바로 그가 불편한 고령의 몸을 끌고 지금 자기앞에 나타난것이였다.

아닐세라 옥준보로인이 렴진욱을 지그시 마주보며 웅글게 입을 열었다.

《임자… 속깊은줄 알았더니 이게 뭔가?… 사람들을 믿으라구. 자기자신두 믿구.》

《?…》

《물구멍을 폭파하게. 자신을 보여주게!》

렴진욱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 실태료해조앞에 무언가를 증명해보이려고 한것자체가 변명비슷한 비겁성이였다. 자기가 옳다면 떳떳이 보여주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로인님.》

이번에도 렴진욱은 속삭임처럼 대답했다. 그이상 큰소리를 낼수도 없었거니와 말로만 대답하는것도 아니였기때문이였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