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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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지배인사업을 시작한 때로부터 최금숙이 일하는 보수직장 통계원실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대체로 녀인들이였다. 그들은 생산과 건설로 드바쁜 지배인을 찾아가기가 미안쩍거나 어려워 그 안해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고 하소연도 하는것이였다. 자식들의 직업문제가 많았고 세대주의 병에 대한 호소, 대사걱정, 지어 집안싸움을 중재해줄것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지배인사모님행세》를 하지 말라는 남편의 엄명도 있었고 해서 최금숙은 처음부터 그저 웃으며 권고하군 했었다.
《지배인을 찾아가보세요. 풀어줄거예요.》
사실 남편은 일에서는 가혹할만치 요구성이 높고 용수가 없었으나 사람들의 생활상아픔을 두고는 너무 헤플만치 인정을 돌렸으므로 최금숙의 그 권고는 진심이였다.
그런데 점차 시일이 지나고 또 녀성들사이에서만 나누어져야 할 문제들에 부닥치자 그는 어쩔수없이 남편에게 한번, 두번 조심스레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사납게 눈을 치뜨는것으로 경고했지만 도저히 남자앞에서는 터놓지 못할 이야기라는것이 인정되면 들어주기도 하였다.
하루는 렴진욱이 집에 들어서자 눈을 부라리며 무섭게 성냈다.
《사람들속에서 무슨 말이 돌기 시작했는지 아오? 〈안지배인〉이 생겼대,〈안지배인〉!》
그 호칭의 무서운 의미를 최금숙은 전률속에 깨달았다. 차마 남편에게 부탁 못할것을 한두번 아래일군들에게 비쳐서 해결본적이 있는데 그것이 그런 《칭호》로 번져진것이였다. 그야말로 남편을 구렁텅이에 처박을짓을 자기가 저지른것이다.
그 다음날부터 그는 통계원실의 출입에 완강한 빗장을 질러버렸다. 즉 공적용무가 아닌 출입자에게는 《출입엄금》령을 선포한것이였다. 물론 그는 자기의 《사모님행세》쪽에 열릴 마음에 보다 더 엄격한 빗장을 질러야 한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그러다나니 최금숙은 성에서 실태료해조가 내려온다는 소식을 온 광산이 다 안 다음에야 겨우 얻어듣게 되였다. 말이 번져지다나니 그의 귀에 들어온것은 《검열그루빠》로 묘사되였다. 그는 불안해졌다. 검열이란 대체로 부정적현상을 초래한 대상에 대한 자료묶기와 책임있는 사람의 처벌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압록강물을 채굴장에 터뜨려넣어 광산을 망친》장본인인 남편이 처벌받을것은 자명하지 않는가. 처벌자체도 간단할리 없을것이다.
절로 가슴이 떨렸다. 한두해도 아닌 수십년간을 오직 광산의 부흥을 위해 하루 두세시간씩밖에 자지 못하며 헌신해오는 남편이였다. 사람들이 최금숙에게 호기심에 넘쳐 자주 이런 물음을 던지군 하는것이 우연하지 않았다.
《지배인동지에게 혹시 한시간에 두세시간분을 자는 특수한 비방이 있는건 아닙니까? 그렇지 않다면야 그동안 열번은 더 죽었을텐데요?》
결코 아첨이 아니였다. 진정으로 리해되지 않아 캐묻는것이였다. 그때마다 최금숙은 딱한 웃음으로 굼때버리군 했다. 그런 비방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저 《특수한》의지력이 있을뿐이였다. 그토록 완강하고 견인불발한 남편의 사업의욕과 투지에 대하여 그자신 눈물겹게 여긴다는것을 어찌 다 설명해낼수 있으랴. 그만큼 남편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믿고 받들어온 최금숙이였다. 그러한 남편에게도 실책과 과오를 범할수 있는 빈구석― 일종의 기술적무지가 있었단 말인가?
그는 도무지 일해낼수 없었다. 그리하여 최금숙은 슬그머니 기사장을 찾아갔다. 마침 리정우는 자기 방에서 탐사지질도를 펴놓고 열심히 확대경을 옮기다가 의아쩍은 눈길을 보냈다.
《어떻게 제 방에 다 오셨습니까?》
《미안합니다, 방해를 끼쳐서…》
최금숙은 갑자기 후회되였으나 이미 엎지른 물이라 더듬거리며 계속했다.
《사실은 소문이… 일이 그렇게까지 험한 지경인가요? 우에서 검열까지…》
《예―》
어째서인지 리정우는 벌씬 웃었다. 그다음 미간을 문지르기 시작했는데 그 손동작으로 이마안에 들어있는 무슨 말인가를 정리하는듯 했다.
《지배인동지가 집안에서는 사업얘기를 영 싫어한다고들 하더니… 그렇더라도 온 광산이 해를 두고 떠들어온 채굴장문제야 좀 알고있어야지요. 그래가지고 어떻게 집안에서 지배인동지를 지지하고 받들어줍니까?》
결국 리정우는 미간을 문지르면서 좀 힘겨운 이 말을 꺼낼가, 말가 결심해본셈인듯 했다. 최금숙은 젊은 사람의 비판을 받는것이 부끄럽고 괴로왔다. 그러면서도 리정우의 담담한 목소리에서 어떤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것이였다.
《그러니까… 광산이 망쳐진건 아니라는거지요?》
《이리 오십시오.》
리정우는 아예 지질도를 훌 밀어버리고 종이 한장을 꺼내놓더니 거기에 압록강과 채굴장을 재빨리 표시하고 방수벽을 깎아먹는 작업공정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그다음 까다로운 기술용어들을 섞어가며 채굴장확장을 위한 방수벽과 갱정과의 관계를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최금숙은 오랜 광산생활과정에 귀동냥해들은 소리들도 없지 않아 그 모든것이 대체로 리해되였다. 알고보면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은것을 여태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자신이 이상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남편이 《광산을 망치는》 모험을 한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망적인 채굴장을 확고하게 꾸렸다는 사실이 기뻤다. 결국 자기는 남편을 그저 맹목적으로 믿고 추종하며 살아온셈이였다. 믿음이란 확고한 리해우에서만 공고해지는 법이 아니겠는가.
《자, 그러니 아무 걱정마시고 정옥이 결혼식준비나 잘 하십시오.》
리정우가 결론처럼 말을 맺았다. 최금숙의 얼굴은 안도감과 은밀한 기쁨으로 당장 환해졌다. 아직도 보름이나 여유가 있는 딸 정옥의 결혼식날이였다. 그렇지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사랑이여서 온 광산이 지켜보며 벌써부터 후원을 아끼지 않고있었다.
최금숙으로서도 자기 딸이 그처럼 정열적이고 고집스러운 결단성까지 가지고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예견한대로 정옥은 옛 국경경비대사관한테서 매정하게 내쫓기웠는데 그래도 그는 실망하거나 모욕을 느낄대신 용수철같은 탄력을 가지고 두번, 세번 련속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난 동무가 날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테예요!》
이것이 매번 정옥이가 선포한 말이라고 했다. 실지로 그는 영예군인의 불편을 덜어주고 원상회복시킬수 있는 온갖 치료대책과 편의제공이라는 무기로 잔뜩 무장해가지고 들이닥치군 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그 영예군인의 불같은 정열과 큰 꿈에 정옥이 당자가 더 홀딱 반하고만셈이였다. 옛 국경경비대사관은 그저 나라의 혜택을 받고만 있은게 아니라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한편 밤을 패며 무섭게 공부했다. 정보화계통의 권위자가 되는것이 그의 목표라고 했다.
마침내 네번째만에 영예군인은 《항복》을 선언했다.
《이젠 믿겠소. 내 몸에 피까지 넣어준 동무의 진정이야 이미전부터 알고있었지. 그저 나때문에 어느때건 행복을 느끼지 못할가봐 겁냈댔거던.》
정옥은 그의 팔을 끼고 광산으로 당당히 《개선》했다. 옛 국경경비대사관은 그사이 너무도 희한하게 변모된 광산을 보고 황홀해하면서 정든 초소와도 가까운 여기서 살겠다, 그것은 광산을 사랑하는 정옥동무를 위해서도 응당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군사복무때부터 광산을 뜨는것을 배반처럼 여기는 광부들의 긍지감을 존중해오던 그의 고려까지도 포함된 결심이였다.
최금숙은 딸자식을 늘 가까이 끼고있을수 있게 된것이 여간 기쁘지 않았다. 남편 역시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리하여 지난해 가을 출장기회에 남편은 영예군인의 집을 방문했고 결혼식날자도 받아가지고 왔었다.
《참!》 하고 리정우가 보태였다. 《지령장이 보고하기를 지배인동지가 퇴원해온답니다. 래일엔 도착할겁니다.》
최금숙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엊그제인가 수술받았다는것을 알고있는 그였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빨리 퇴원시킨단 말인가?… 놀라는 그를 곁눈질하며 리정우가 한숨을 내쉬였다.
《안됐습니다. 제가 일처리를 잘했더라면 지배인동지가 마음놓고 치료를 받았겠는데… 하긴 누가 말린대도 그냥 누워계실 지배인동지가 아니지요.》
최금숙은 입술을 깨물었다. 불현듯 까마득한 옛적 일이 떠올랐다. 남편이 너무 서두르는통에 하루만에 벼락잔치를 하고 이튿날 날도 밝기 전에 다시 연하로 떠나보냈던 기억이였다. 그때 최금숙은 까닭모를 배신감같은것이 치밀어 《분공수행》이였을뿐 사랑의 감정은 조금도 없었느냐고 따졌었다. 그러자 렴진욱은 타내지도 않고 히쭉 웃어보였다.
《그럴거 없이 당장 함께 가자구. 동무가 먼저 광산을 사랑한다면 나도 동무를 사랑하지.》
그렇게 살아온 남편이였다. 이번 역시 달리 할수 없었을것이다. 광산을 떠난 남편의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기때문이였다.
청사밖으로 나왔을 때는 점심무렵이였다. 최금숙은 남편의 건강에 대한 불안으로 뒤숭숭해서 집을 향해 걸었다. 남편때문에 걱정을 놓지 못하고 살아온 그였다. 젊었을적엔 불같이 과격한 성격때문에 무슨 재구를 치지 않을가 하며 가슴을 조였고 중년때엔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혹사하는 몸때문에 조마조마했었다. 바로 그 우려가 지금 현실로 되였는데 남편은 여전히 한본새로 불같고 한본새로 몸을 혹사하고있다.
《정옥이 어머니, 같이 가자요.》
누군가의 부름에 돌아보니 골목길에서 수금이 달려나오고있었다. 처녀의 손에는 큼직한 비닐구럭이 들려있었다. 무엇을 넣었는지 화려한 색갈이 비쳐나왔다.
《어딜 가니?》
《정옥이 만나러요.》 수금이 웃으며 구럭을 쳐들어보였다.
《동무가 시집가는데 뭐 기여할게 있어야지요. 그래 이거라도… 치마저고리감이예요.》
《온, 너도 시집을 가야겠는데 그런건 뭘 들고오면서…》
최금숙이 가볍게 나무라자 수금은 낯을 붉히면서도 살금살금 웃어보였다.
《내가 시집갈 때가 되면 이 옷감이 말짱 좀쓸고말텐데요 뭐.》
《모르겠다, 너한테 총각이 없다니 말이 되냐?》
《아이, 이 주제를 봐요. 어디 볼꼴이 있나.》
수금은 짐짓 팔을 쫙 벌리고 빙그르르 한바퀴 돌기까지 했다. 아닌게 아니라 소녀애처럼 가느다란 팔이며 금시 흘러내릴것 같은 치마 등 그의 몸매는 정말 애처로울 정도로 가냘팠다.
이 순간 최금숙은 언젠가 수금이 만장앞에서 한 청년을 매몰차게 모욕주었다는 이야기를 생각해냈다. 광산의 긍지를 지키려는 정의로운 처녀, 그 마음이야말로 보배이고 매력이 아니겠는가.
《네가 자기 금새를 잘 모르는것 같구나. 정신적높이로 보면 넌 우리 정옥이보다 월등해. 우리 앤 그저 자기 하나만을 옹호할줄 아는데 넌…》
《안예요!》 수금이 냉큼 말을 가로챘다.
《정옥인 달라졌어요. 고민은 좀 거쳤지만 그걸 다 이겨내고 우리 광산의 당당한 미풍선구자가 됐거던요. 난… 그가 막 부러워죽겠어요!》
수금의 마지막말은 웬일인지 애수비슷이 울렸다. 적어도 최금숙은 그렇게 느꼈다. 절로 은밀한 미소가 그려졌다. 처녀가 애수에 잠기는것은 보통 그의 가슴에 사랑이 깃든 징조이기 쉽기때문이였다.
집에 들어서니 방안이 별로 조용했다.
《정옥아!》
수금이 앞질러 방안에 뛰여들었다. 뒤따라 들어선 최금숙은 문지방에서 뚝 굳어졌다. 지금쯤 한창 점심상을 차리느라 분주해야 할 정옥이 웃방 책상에 턱을 고인채 석상처럼 까딱않고있는것을 띠여본것이였다.
《너 왜 그러고있니. 무슨 일이 있었니?》
이번에도 먼저 수금이 물었다. 정옥은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내저었다.
《날 방해마. 생각중이야!》
《호, 생각중?…》
수금은 불쑥 장난치고싶었는지 최금숙쪽에 대고 입다물라는 시늉을 해보이고는 정옥의 등뒤로 달려들었다. 그다음 그의 목을 얼싸안으며 속삭였다.
《자, 말해봐. 용기넘치던 정옥이가 어째서 옛날의 그 생각꾸러기로 되돌아갔는지, 응?》
딸은 정말 무슨 생각인가 정리하고있던 참이였는지 시끄럽다는듯 몸을 뒤틀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수금을 뿌리치지는 않고 한숨끝에 입을 열었다.
《좀전에 난 그 동무한테서 전화를 받았어. 그런데… 그이가 결심을 바꾸었다는게 아니겠니…》
《뭐라구?》
누구의 입에서 튀여나온 반문이였는지… 최금숙은 제김에 가슴이 섬찍해서 웃방으로 달려올라갔다.
《그게 무슨 소리냐? 무슨 결심을 바꾸어?》
딸이 깜짝 놀라 일어났다.
《어머니…》
《빨리 말 못하겠니, 응?》
딸의 억실억실한 두눈이 어리둥절해서 수금이와 최금숙을 번갈아 휘돌아보았다. 다음순간 그가 허리를 접으며 호호 웃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웃음으로 토막쳐지는 말마디들을 내뿜었다.
《그러니 어머닌… 그 동무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최금숙은 딸의 그 웃음에 우선 마음이 놓였다. 대신 노여움이 치밀었다.
《너 이게 무슨 장난이냐?》
엄한 호령에 딸은 웃음을 거두었다. 그의 얼굴이 차츰 쓸쓸하게 이지러졌다. 정옥은 지친듯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머니, 장난이 안예요.》 정옥이 여전히 지친듯 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린 광산에서 함께 살기로 약속하잖았어요, 온 광산이 그렇게 알고 무척 기뻐하고… 그런데 그 동무가 갑자기 고향을 뜨지 않기로 했다는거예요. 곰곰히 돌이켜보니 광부들이 땀흘려 가꾸어놓은 훌륭하고 풍족한 곳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않고 호사를 누리자는 욕심이 동해 그런 결심을 내린것 같아 부끄럽다고요. 그래서 자기도 연하광부들처럼 장군님 모실 그 뜨거운 일념속에 고향을 황홀하게 꾸리는데 땀을 바치기로 새롭게 결심했다지 않아요.》
《어쩜!―》
수금이 손벽을 마주치며 탄성을 올렸다. 그의 눈이 취한듯 몽롱해졌다.
《정말 멋진 동무구나. 내게도 그런 총각이 찾아와주었으면!… 그래서 내가 널 부러워하는거야. 헌데 거기에 뭘 생각하고말고 할게 있다고 그러니? 제꺽 따라가면 그만일걸!》
정옥은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넌 다 몰라. 처음부터 그랬으면 광부들은 리해해주었을거야. 그런데 광산에 남는다고 잔뜩 소문내놓고 이제 와서 훌쩍 사라지면… 그 변덕에 손가락질할 사람이 없을것 같니? 그러면 아버지립장은 또 어떻게 되고?》
최금숙의 가슴속으로 불쾌한 무엇인가가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물론 딸을 가까이 끼고살수 있다는 부모된 기쁨이 졸지에 허물어지고보니 허우룩한 심정을 금할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딸은 남편될 사람뿐아니라 아버지조차 완전히 리해 못함으로써 광부들자체를 욕되게 하고있는것이다.
《놀랍구나, 정옥아.》 최금숙은 노기를 누르느라고 힘겹게 말을 짜냈다.
《너 그 사람이 얼마나 장한 생각을 했는지 그리도 모르겠느냐? 그 사람은 네 아버지나 광부들을 통해 크게 배운게 있은거다. 우리 광산처럼 온 나라가 다 자기 고장들에 어버이장군님을 꼭 모시자고 분투한다면 그게 강성대국으로 되는 길이라는걸 말이다. 뭐, 손가락질?… 그래, 넌 우리 광부들이 저 혼자만 영광을 독차지하고싶어하는 리기주의자들로 보이느냐? 광산이 그 사람을 깨우친셈이라고 자랑스러워들 할게다, 자랑스러워들! 그러니 광부들을 믿고 아버지도 믿어라!》
《정옥이 어머니!》
수금이 살금살금 웃으며 끼여들었다. 그의 눈이 능청스럽게 반짝거렸다.
《정옥이도 너무 뜻밖에 정황이 달라져 뗑해서 그러지 그 〈생각중〉 이 끝나면 환하게 웃으며 씩씩하게 꽃가마타고 떠날거예요. 그렇지 않니, 정옥아?》
《온, 애두.》
최금숙은 그만 웃어버리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고맙게 구는 수금을 위해 빛다른 찬이라도 해주고싶어서였다. 오히려 수금이 더 잘 딸을 격려해줄수 있을것이다.
정작 칼도마에 마주서니 손이 굳어졌다. 그럼 자기는 남편을 얼마나 믿었던가?… 기사장이 옳게 지적했다. 자기는 지금껏 남편의 뒤바라지나 잘해주는것으로 안해의 의무를 다 수행한다고 여겨왔었다. 리해는 거의 하지 못하면서.
지난해초 병원에 입원한 자기를 면회와서 하던 남편의 말이 되새겨졌다.
《여보, 미안하오. 그러나… 리해해주오. 장군님께서 우리 광산에 꼭 와보시겠다고 하셨는데 우리 장군님께 기쁨이 될 광산, 앞으로도 이 땅은 마음놓아도 된다고 굳게 믿으실 광산을 보여드리지 못한다면 내가 무슨 지배인이구 이 땅의 한 공민이겠소. 그래서 난… 앞으로도 계속 덜퉁한 남편이라는 욕을 먹어야 할가보오.》
그렇다면 자기 역시 지배인의 안해이기 전에 위대한 장군님을 기쁨속에 광산에 모셔야 할 성스러운 책임을 진 한 광부이고 공민이 아니겠는가, 결코 남편의 뒤바라지만으로 만족할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방안에서는 도란거리는 수금의 목소리가 울렸고 가마에서는 물이 끓기 시작했다. 최금숙의 가슴속에서도 손맥을 놓고있는 광부들을 불러일으킬 갖가지 궁리들이 끓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