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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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렴진욱은 옛고향 화령광산에 가있었다. 골치거리였던 마광기들이 그곳에 사장되여있다는것을 탐지해냈던것이였다.

그 정보를 제공해준것은 뜻밖에도 리정우였다. 렴진욱이 믿어지지 않아 고개를 기웃거리자 리정우는 눈을 내리깔며 씁쓸히 웃었다.

《저도 허튼 소리인가 했습니다. 페광된지 10여년이 지났고 또 그때 성에서 다른 광산들에 설비를 다 이관해치웠다고 알고있었으니까요. 헌데… 작년 추석엔가 거기로 다녀온 채광의 공정원이 제 눈으로 마광기가 석대나 딩구는걸 봤다지 않겠습니까.》

《제길,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코앞에 두고도… 내 가보겠소. 당장!》

시간을 잠시라도 지체하면 그것들이 홀연 사라져버릴것 같아 렴진욱은 즉시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때는 한밤중이였다. 뒤늦게야 리정우가 생산능력의 두배확장을 반대한것이 마음에 걸려 사람들속에서 두루 수소문해보았구나 하는 추측이 떠올랐다. 그 태도변화가 무등 다행스러웠다. 애초에 면밀성이 체질화된 인간이여서 이런 결과에 다달을 때까지는 지배인에게 덮어놓고 추종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코앞이라지만 험준한 랑림산맥을 꿰지르는 수백여리길이여서 그는 이튿날 오전에야 겨우 화령지경에 들어섰다. 페광된지 오래여 추억속에서만 광산이라 이름붙여지는 땅이였다. 로동자들 대부분이 연하광산으로 옮겨오고 토배기들 몇이 조림사업소를 무어 버럭산들에 숲을 가꾸고있었는데 이제는 그 숲이 제법 무성해져서 렴진욱이 아침저녁으로 오르내리던 갱구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는 추연히 그 숲을 더듬었다. 울긋불긋한 황금빛락엽이 두툼히 깔린 저 산협에 총각시절의 불같은 야심이며 《마라손총각》의 열정이며 우렁찬 발파소리, 착암기소리로 읊조린 아름다운 꿈이 잠자고있는것이다. 아니, 결코 잠자고있지는 않다. 현순이의 희생이 틔워준 새로운 눈으로 박차고 일떠선 오늘의 자기가 이렇게 새삶을 펼치고있는것이 아닌가.

렴진욱의 발길은 절로 그 숲기슭에 자리잡은 현순의 분묘로 향했다. 머리가 하얗게 세여버린 한 로인이 분묘의 잔디를 깎다가 그를 맞이했다.

《이 사람 진욱이, 참 오래간만일세.》

여겨보니 옛 화령광산시절의 로굴진공이였다. 깍듯이 인사하는 렴진욱의 손을 잡아끌어 자기곁에 앉히며 로인이 말했다.

《잘 왔네. 자네가 지배인중임을 맡아안구 일을 많이 한다는 소식을 우린 늘 자랑스럽게 듣군 한다네. 화령의 얼을 더럽히진 않거던.》

《고맙습니다.》

《그래 일때문에 왔겠지?》

《예.》

《어쨌든 여길 들리길 잘했네. 래일이 추석 아닌가. 그래서 손질을 좀 하댔네. 연하에서까지 매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군 하는데 소홀해서야 안되지.》

렴진욱은 새삼스럽게 분묘를 돌아보았다. 널직한 터를 규모있게 돌려쌓은 석축, 일매지게 봉분을 덮은 정갈한 금잔디, 무엇보다 고품위광석덩어리를 정히 깎아 다듬어세운 비석과 제돌이 이채로왔다. 오래전 그때 광산을 위해 한몸바친 현순의 장한 넋이 그가 사랑하던 쇠돌과 더불어 외롭지 말라고 렴진욱네들이 특별히 품들여 제작한것이였다.

그앞에 정중히 머리를 숙이니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다. 어찌 외로울수 있으랴. 로굴진공의 말처럼 추석이면 저 먼 연하의 많은 사람들까지 여전히 못 잊어 찾아와주지 않는가. 그리고는 한해동안의 하많은 사연들― 자랑스러운 생산실적이며 변모되여가는 광산마을풍경이며 보다 아름답게, 굳건하게 성장하는 인간들의 소식이며를 들려줄것이다. 보다 휘황할 래일까지를 함께 속삭일것이다. 그렇게 찾아오는이들의 모습속에, 함께 나누는 이야기속에 현순은 여전히 살아숨쉬고있다.

로굴진공이 눈물이 그렁해서 렴진욱의 손을 꼭 잡았다.

《화령을 잊지 말구 더 큰일을 해주게. 내 혼자의 부탁이 아니야.》

《명심하겠습니다!》

렴진욱은 다시 머리를 숙였다. 현순이가 남겨놓은 노래수첩속에서 울리는듯 한 랑랑한 노래가락이 가슴에 젖어드는것 같았다. 로굴진공이 옳게 말했다. 더 큰일을 하라. 그것은 현순이의 부탁이다.…

리정우가 제공한 정보는 사실이였다. 로굴진공의 안내로 옛 선광장의 페허를 찾아가니 아닐세라 페기된지 오랜 석대의 마광기가 잡초속에 파묻혀있었다. 한지에서 오래동안 버림받는 사이 두텁게 녹이 앉고 꿰진 자리까지 보이는 헐어빠진것들이였다. 그럼에도 렴진욱은 진귀한 보물을 손에 넣은듯싶어 마광기동체들을 정신없이 어루쓸었다. 눈물까지 쿡 솟았다. 연하광산의 위력한 자력갱생기지면 능히 새것처럼 재생할수 있었기때문이였다. 그렇게 되면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에서 지적된 광물생산목표를 충분히 점령할수 있게 될것이다.

그때 로굴진공이 뜨직뜨직 중얼거렸다.

《그걸 이관받기가 아마 헐치 않을거네. 말들을 들으니 성에서 군인민위원회와 교섭하여 파철로 넘겨줄 계약을 맺었다고들 하더구만.》

《설마?… 이거야 설비들인데… 성이 그런 노릇을 할순 없습니다.》

렴진욱이 선뜻 믿어지지 않아 도리질해보이자 로굴진공은 서글프게 웃었다.

《그랬으면야 작히 좋겠냐만… 광산이 페광될 때부터 성에서 어디로인지 실어간다고 별렀는데 수송이 걸려 차일피일 미루었다는게 아니겠나. 그러다나니 나중엔 지금처럼 파철더미가 돼버렸지. 어쨌든 알아보게나.》

로굴진공과 미처 따뜻한 작별인사도 나눌 경황이 없이 렴진욱은 승용차에 뛰여올라 군인민위원회로 내달렸다. 제발 뜬소문이였으면, 버림받는 쇠붙이들이 너무 아까와 파철로라도 리용했으면 하는 사람들의 아쉬움이 빚어놓은 공상이였으면.…

렴진욱을 맞은것은 버쩍 여윈 장대한 체구에 머리칼이 희슥한 60초반의 부위원장이였다. 찾아온 사유를 알자 그는 두말없이 서류장을 뒤져 시퍼런 공인이 찍힌 종이 한장을 끄집어내였다.

《자, 이 문건을 보시우. 우리두 뭐 거저 넘겨받은건 아니우다.》

렴진욱의 눈은 문건의 글줄을 덤벼치며 성급히 더듬었다. 틀림이 없었다. 성이 페기된 적지 않은 마광기들을 넘기는 대신 대치물자를 받기로 합의되여있는것이였다. 발밑이 꺼지는듯 한 허탈감에 렴진욱은 반사적으로 자기옆의 걸상등받이를 꽉 부여잡았다. 머리가 휘 돌았다.

《어쩌면 이런짓을… 이런짓을…》

신음같은 부르짖음이 절로 새여나왔다. 부위원장은 렴진욱의 얼굴에 너무도 뚜렷한 절망의 그늘이 덮이는것이 저으기 측은해났는지 칼칼한 낯빛을 풀며 루루이 설명했다.

《우리두 연하광산이 활성화되여가는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듣고있소만… 성의 부국장인가 하는 량반이 얼마전에 자기 국 광산들의 설비현대화에 자금이 꼭 필요된다구 호소하길래… 우리에게두 파철은 필요한거니까요.》

비로소 렴진욱의 눈에 수표란의 이름자가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부국장이라는 소리가 일으킨 예감때문이였다. 순간 눈앞에서 번개불같은것이 펑끗했다. 《박치명》!… 너무도 낯익은 필체의 수표였다.

절로 어금이가 지그시 앙다물려졌다. 숨가쁜 기대와 가슴 울렁이는 희망속에 수백리길을 쉬임없이 달려왔건만 박치명부국장의 무책임한 처사로 하여 환희롭게 설계되였던 연하광산의 래일이 순간에 거부당한것이였다.

《전화를 좀 써도 되겠습니까?》

부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이였을 때 이미 렴진욱의 손은 솔개미처럼 송수화기를 덮쳐잡은 뒤였다. 그 손이 후두두 떨렸다. 무서운 의혹과 배신감, 격렬한 분노… 그러나 정작 번호판을 눌러나가던 손은 중도에서 멎어버리고말았다. 무엇을 따지고 무엇을 규탄한단 말인가?

화령의 마광기들은 이미전에 페기된것들이였다. 또 웬간한 광산들같으면 재생할 엄두도 못낼 완전《파철》이다. 그러므로 박치명에게는 그런 식으로 자금을 확보하여 허리펴지 못하는 광산들을 살리는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일것이다. 또 이제 와서 연하광산을 위해 계약을 취소해달라고 박치명에게 호소할 명분도 없는 자기였다. 그에 대한 대답은 뻔할것이다. 《여유자금을 좀 올려보내달랄 땐 딱 잘라매더니 이제와선 무슨 체면에 손내미나, 응?》…

끝내 렴진욱은 전주석을 찾아 이곳 실태를 보고하는것으로 간단히 전화를 끝냈다. 무거운 마음속에 덧짐이 하나 더 지워졌으니 간밤 선광실험실이 원인모르게 불타버렸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얻어들은것이였다.

《너무 마음쓰지 마시오.》하고 전주석은 말했다. 《까짓거 실험실은 더 멋지게 일떠세웁시다그려. 마광기문제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봅시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 사이 고산지대특유의 진감빛저녁노을이 사위를 불태우며 넓게 펼쳐져있었다. 서쪽만이 아니라 온 하늘전체를 골고루 물들이며 오래오래 피는 화령의 노을이였다. 그것이 렴진욱의 마음을 더욱 울적하게 만들었다. 당치 않은 비유라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연하의 그 초조감을 불러일으키는, 급격히 타올랐다가 급격히 스러지는 노을과 비교되면서 자기 구상속의 광산전도 역시 그 노을처럼 짧은 《생명》을 지닌게 아닐가 하는 이상스러운 우려로 가슴이 못내 옥죄여지는것이였다.

에익, 못난이!… 불쑥 화가 치밀어 렴진욱은 자신에게 험한 욕이 나갔다. 이쯤한 애로에 기가 죽어 우는소리를 하다니 이 얼마나 자기답지 않은 나약성인가. 렴진욱, 정신차려라. 무조건 뚫고 나가야지, 머리가 깨여지든. 그게 진짜 사내다운 일군의 배짱이고 담력인거야!

 밤도와 연하땅에 되돌아오니 어느 사이 불탔던 선광실험실벽체가 거의 일떠서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장을 한다, 지붕서까래를 얹는다, 기와장들을 날라들인다 하며 붐비였는데 대개가 가두녀성지원자들이였다. 녀인들은 어디서나 무서운 일솜씨를 보이고있었다. 살림집건설에서 미립이 트고 재간이 부쩍 늘었던지라 웬간한 집 한동쯤은 코웃음치며 제꺽 일떠세우는것이였다.

부비서 리성혁이 공사를 주관하고있다가 혼합물삽을 들고 땀흘릴 차비인 렴진욱을 발견하고 싱긋 웃었다.

《손바리지 말고 생산이나 돌보십시오. 건설이야 당위원회몫이 아닙니까.》

그다음 그는 사람들 눈을 피할수 있는 미광수채길쪽으로 렴진욱을 잡아끌었다. 그의 눈빛이 저으기 흐려졌다.

《조사결과 불은 실험기구소독용전열기때문에 났다는것이 판명되였습니다. 문제는 김현길실장이 병근아바이의 담배불때문에 일어난 화재라고 주장한 바람에 그가 몸져누워버린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소? 그럼 현길실장은?》

《그래도 가책은 됐던지 저를 찾아왔더군요. 사실 그날 저녁 제 작업복을 빨아 말리운다면서 전열기를 켜놓고는 그만 깜빡 잊고 퇴근했다는거지요. 조사에서 전열기소리가 나왔을 때에야 그것을 상기하고 죄책감에 못이겨 이렇게 왔다고.… 병근아바이를 모함한거랑 평소에 착실하게 일하지 않고 출세만 바란거랑 생각하면 용서하고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제 발로 찾아와 누가 모르던 사실까지 털어놓는걸 보니 량심을 아주 버린 인간은 아니구나 해서 보안서걸음을 시키는것으로 일단 돌려보냈습니다. 그를 이제 어떻게 처리할가요?》

렴진욱은 가슴속에서 날카로운 아픔을 느꼈다. 방금전에 들렸다온 화령광산의 무성한 숲가에 고요히 잠자고있던 김현순이 부지중 되새겨진것이였다. 그 신성한 추억에 다름아닌 그의 혈육이 그림자를 던지고있었다. 그만하기도 다행이 아닐가.

비렬해질수 있는 마지막순간에 그래도 인간다운 자각이 눈텄다는 그 점만 해도?

렴진욱은 곧 혀를 깨물었다. 김현길을 진정 옳게 살도록 이미전부터 착실히 이끌고 아픈 매도 제때에 안겨주었다면 이런 론의는 생기지도 않았을것이라는 자책이였다. 어떤 면으로 보면 그러한 도의적책임을 스스로 걸머진 자기가 아니였던가.

《잘못은 내게 더 많소. 그가 바로보이지 않는다고 여태 외면만 해왔거던. 내 그와 이야기를 나눠본 다음 결심하도록 합시다.》

그러고나니 류병근의 일이 걱정스러웠다. 그에게 사고해명경위를 잘 이야기해주고 위로해주지 않을수 없었다.

그길로 렴진욱은 류병근의 집을 찾아갔다. 류병근은 방아래목에서 머리에 수건을 얹은채 누워 앓고있었다. 눈이 십리나 쑥 들어간것이 꼭 중병환자꼴이였다. 그것이 렴진욱의 분기를 건드렸다. 과학이라는 자기 울타리속에 너무 깊숙이 은신해있다나니 외부의 자그마한 충격에도 소스라칠듯 놀라 사색이 되여버리는 저 나약한 피해심리!

렴진욱은 류병근의 처가 곁에 있다는것도 잊고 대뜸 호령했다.

《일어나시오, 구차스러운 그 꼴 보기 싫소. 빨리!》

류병근은 꿈틀하기는 했으나 일어날 대신 이불만 더 뒤집어썼다.

렴진욱은 그 이불을 와락 잡아벗겼다. 그러자 류병근이 화닥닥 튕겨일어났다. 쭝긋한 장미가 곤두선 그의 눈이 열병환자처럼 희번뜩거렸다.

《날 왜 못살게 구시우, 예? 이젠 다… 다 싫단 말이요!》

《여보.》

그의 처가 황급히 남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류병근이 《저리 비켜!》하고 꽥 소리치며 뿌리치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방바닥의 물사발을 쏟뜨렸다. 그 물이 렴진욱의 양말까지 적셔놓았다.

《헉!―》

갑자기 류병근이 어푸러지며 어깨를 떨기 시작했다.

《추태를 부리는줄… 내 아오!》꺽꺽 메마른 울음속에 그가 부르짖었다. 《아이들 한가지루… 어리석게 군다는것두… 그런데두 괴로운걸 어찌라오? 현길이 그 량반이… 한번 죄를 지으면 일생 속죄해야 한다지만 그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도 못 믿는단 말입니까, 예?》

처의 쿨쩍거리는 울음소리, 렴진욱은 마음이 쓰라려났다. 한 성실한 인간의 가슴속에 일단 아픈 옹이가 박히면 그것은 일생의 무거운 짐이 되여 심장을 압박하기마련이다. 그 짐을 지고 산다는것이 헐치는 않다. 대신 그자신은 더 굳세여지고 깨끗해진다. 하지만 그 짐에 눌리워 헐떡거리는 인간들도 있는 법이다. 류병근이 바로 그런 부류에 속했다. 그런데 김현길의 억측에 기초한 신고가 겨우 지탱하고있는 의지력의 그 마지막 여린 금선을 탕 끊어치운것이였다.

아니, 이런 인간에게는 혹독한 매질만이 약으로 될수 있다!… 렴진욱은 매 말마디마다에 날을 세워 사정없이 다몰아쳤다.

《김현길이가 뭐요? 그가 광산을 대표하고 동지들과 집단을 대표하오? 류동무야 자기의 성실성과 과학적실적으로 이미 제 량심을 검증받지 않았는가! 왜 자신을 떳떳이 주장 못하오? 왜 그리 나약하고 옹졸한가? 왜 당조직과 동지들을 믿지 못하는가 말이요?》

류병근은 고개를 푹 수그린채 숨소리도 내지 않고있었다. 하얗게 세여버린 그의 머리칼이 렴진욱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 가슴이 답답해났다. 이제 어떤 믿음을 더 주어야 그는 고개를 꿋꿋이 쳐들고 한생의 마지막까지 씩씩하게 걸어갈수 있을것인가?

《불은 김현길이가 놨소.》 렴진욱은 무뚝뚝하게 툭 내뱉은 다음 어조를 부드럽게 누그러뜨렸다. 《일하러 나오시오. 일을 해야 합니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해야 합니다. 할 일이 없는 사람이 지레 늙고 어리석은 잡생각속에 묻혀 세상을 옳게 못 보는겁니다. 이제… 중앙과학기술축전이 곧 있게 되는데 광산당위원회는 류동무를 거기에 보내기로 결정했소. 준비를 잘하시오.》

렴진욱은 등뒤에서 또다시 꺽꺽거리는 흐느낌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왔다. 불쑥 눈물에도 무게가 있다던 옥준보로인의 말이 떠올랐다. 류병근내외의 저 눈물… 그것이 오늘은 보다 큰 무게를 가지게 되지 않을가.

큰길에 나서자마자 렴진욱은 긴 자막대기를 지팽이처럼 짚고 절룩거리는 전주석과 맞다들었다. 렴진욱의 눈꼬리가 올라가는것을 보고 전주석이 앞질러 변명했다.

《별게 아니요. 집터자리를 좀더 찾아볼가 해서 버럭산을 톺다가 돌부리를 걷어찼소.》

《?…》

집터는 이미 광산세대수에 맞게 다 정해놓고 기초까지 친 상태였다. 그런데 무엇을 더 지으려 한다는것인가?… 그 의혹도 눈치챈듯 전주석이 또 앞질렀다.

《그러잖아도 내 좀 의논하자던 참인데… 에이, 오전내껏 들이닥치는 청원자들때문에 사무실에 붙잡혀있었더니 엉치가 쏴죽겠구만. 딴게 아니고… 〈도망병〉들 말이요. 아, 광산이 못 추선다면서 들구뛴 사람들!… 그 사람들이 이제 와서 손이야 발이야 빌며 도로 받아달라는데 어쨌으면 좋겠습니까. 한 대여섯세대는 되누만요.》

《난 못 받겠습니다!》

렴진욱은 두말없이 잘라버렸다. 이미 그한테도 그런 청원자들이 여럿이나 찾아왔었다. 그때마다 렴진욱은 칼로 베듯 거절해치우군 했다. 밤잠마저 잊고 손끝에 피가 지도록 아글타글 생산을 추켜세웠으며 살림집을 일떠세운 광부들과 그 가족들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그였다. 또 좋지 않은 전례를 만들어서도 안되였다. 어려울 때 고생을 피해 숨었다가 락이 오면 그 락을 제것으로 만들수 있다는 인식의 전례를!

《지배인이 말이라면 말인게지.》 전주석이 한숨을 내불며 실망한듯 중얼거렸다. 《그런걸 난 또 괜히 희망을 주었군. 동무네를 보면 괘씸하지만 그때 광산을 그 꼴로 만든 우리 잘못도 없지 않다, 할일은 아직 많으니 이제라도 땀을 동이로 흘릴 각오라면 좋다, 광산일이 몸에 배인 기능공들은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니 이제부턴 광산이라는 큰 짐을 죽을 때까지 벗을 생각말라, 짐이 사랑이고 사는 보람이다!… 괜히 일장연설을 했어, 괜히.》

렴진욱은 전주석을 지릅떠보았다. 의논도 없이 되받아들일 약속을 한 그가 노여워서였다. 그러면서도 능청스러운 그의 수에는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전주석은 《도망병》들에게 훈계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것으로 렴진욱을 구슬린것이였다.

《허허… 정 그렇다면 생각해봅시다.》

《이거 지배인동무하군 말할 재미가 있거던요!》

그때까지 슬금슬금 곁눈질하며 안달아하던 전주석이 사기가 나서 환성을 올렸다. 그다음 렴진욱이 생각을 달리할가봐 겁난듯 제꺽 화제를 돌렸다.

《화령의 마광기문제 말이요. 그새 뭐 좀 궁리해본것이 없습니까?》

렴진욱의 낯이 대뜸 찌프려졌다. 애써 상기하지 않으려 해보았으나 손톱밑에 박힌 가시처럼 무시로 쿡쿡 쑤셔대는 그 문제, 하여 간밤도 꼬박 잠 못자며 괴로와한 문제를 전주석은 왜 한사코 건드리는것인가?

그럼에도 전주석은 계속 렴진욱의 신경을 건드렸다.

《박치명부국장과 맞대거리하기가 겁납니까? 그래야 풀리든 맺히든 결판이 날텐데, 예?》

《그사람 얘긴 신물이 납니다!》

렴진욱이 역증스레 내지르자 전주석은 흠흠 하며 코그루를 울렸다.

《그래도 우리의 지도일군인데 제때에 보고하고 방조도 청하고… 그래서도 안되면 싸워야지요. 이제 래년도 생산능력확장문제로 성에서 지배인동무를 부를겁니다. 그때 정식 제기하십시오.》

렴진욱은 꿈쩍 놀랐다.

《아직 해결책도 못 세운 그 문제를… 벌써 성에 보고했단 말입니까?》

《그 문제야 우리가 정식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전주석은 드러내놓고 비웃듯 내뱉았다. 그다음 즉시 어조를 진중하게 바꾸었다.

《내 간밤 화령군당하군 합의를 보았습니다. 결국 남은건 박치명부국장뿐입니다.》

렴진욱은 눈이 번쩍 띄였다. 화령군이 동의했다면 문제는 벌써 절반나마 풀린셈이였다. 왜 자기는 그런 궁리를 못했던가. 그렇다. 이제는 박치명에게 육박해들어가야 한다.

느닷없는 회오에 낯이 뜨겁기도 했다. 생산능력의 두배확장은 자기가 발기한것이였다. 그러나 그 해결책은 리정우며 당비서가 내놓고있다. 간밤에 잠을 못 잔것도 자기뿐이 아니였다!… 결국 자기에겐 여태 우리 당의 정당한 3위1체방침의 생활력과 위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며칠전의 협의회때와 같은 자기과신으로 인한 주먹치기계획이 생겨난것이다.

 《이제 평양에 올라가면…》하고 전주석이 하던 이야기의 계속처럼 덧붙였다.《수술을 받아야겠소. 내 적십자병원에 이미 의뢰해뒀습니다.》

렴진욱은 딱하여 발뺌했다.

《이젠 다 나았습니다. 비서동진 괜히…》

《누굴 속이려 합니까? 병원에 알아보니 그냥 자래웠다간 목소리나 잃는 정도가 아니라 종양으로 번져져 목숨을 잃게 된답니다, 목숨을!》

렴진욱도 그런 위협을 받지 않은것이 아니였다. 그러나 믿지는 않았다. 또 입원하고 수술받는 날자가 몹시 아까왔다. 이제부터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렴진욱의 찌뿌둥한 기색이 수긍할 잡도리가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는지 전주석은 이번에도 왕청같은 화제에로 껑충 뛰여넘어갔다.

《지배인동문 왜 새집을 한사코 마다합니까? 광부들에게 자기의 검박함을 시위하고싶습니까?》

《아직 광부들이 적지 않게 새집에 못 들지 않았습니까.》

《지배인의 생활이 불편하면 그게 광산의 생산에 주는 영향이 더 크단 말입니다.》

전주석이 불끈해서 소리질렀다. 렴진욱은 아예 입을 다물기로 작정하고말았다. 고집센 전주석과의 론쟁에 끌려들었다가는 언질을 잡히기 쉽기때문이였다.

불쑥 전주석이 능청스럽게 웃었다.

《자, 둘중에 하나는 무조건 접수해야 하오. 나도 그 이상은 양보 못하겠습니다. 살림집을 가지겠습니까, 수술을 받겠습니까?》

《허허…》

렴진욱은 손을 내젓지 않을수 없었다. 뚝하고 거칠어보이지만 전주석은 역시 꾀발이였다.

《수술을 받지요.》

지지 않을수 없었다. 또 렴진욱으로서는 래년의 보다 큰 전투를 위하여 육체적으로 잘 무장하는것이 절실했다. 기왕 평양에 올라갈바엔 하루이틀쯤 더 바쳐 제꺽 수술받고 도망쳐내려오면 그만이 아니겠는가.…

일총화시간이 거의 되여 사무실에 들어서던 렴진욱은 주춤했다. 대기실 한구석에 곰처럼 웅크리고앉아 머리를 싸쥔 김현길을 띠여본것이였다. 그러지 않아도 짬을 내여 부르려던 상대였다.

《따라들어와!》

렴진욱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사무실안에 들어갔다.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눈이 푹 꺼진 류병근의 정상이 상기된것이였다.

김현길이 엉거주춤 따라들어왔다. 기름기도는 둥실한 얼굴에 늘 사람좋은 웃음을 피워올리던 그의 모습이 지금은 흡사 비맞은 장닭같았다. 그는 치째진 눈으로 찌르듯 노려보는 렴진욱의 눈을 감히 마주보지 못하고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웅얼거렸다.

《지배인동지, 전… 정말 전열기생각은 전혀 못하고있다가… 그래서 실험실을 태워먹구 류아바이한테 상처까지… 어떤 벌이든 다 받겠습니다.》

《그게… 진심인가?》

《예.》

렴진욱은 입을 꽉 다문채 여전히 김현길을 쏘아보았다. 왜서인지 가슴이 아릿해났다. 그는 저도 모르게 먼 옛적의 김현순의 모상을 그의 얼굴에서 찾아보았다. 이젠 김현길도 중년나이를 한창 먹어가고있으니 비슷한 점을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어떤 닮은 점을 꼭 찾고싶은 심정이였다. 너무 빈약하기는 해도 남들이 모르던, 전열기에 옷 말리던 사실을 고백한것이 그 한측면은 아닐가?

《대답해봐.》하고 마침내 렴진욱이 엄하게 내뱉았다.《그렇게 자신을 속죄할 정도의 량심쪼각이라도 지니고있다면 왜 류병근동무의 저농도부선법에 제 이름까지 끼워넣었어? 그건 량심에 걸리지 않던가?》

김현길의 번들거리는 이마에 땀이 와짝 내돋는게 보였다. 그가 괴롭게 떠듬거렸다.

《사실은… 사실은…》

《변명할 생각은 하지 마오!》

렴진욱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김현길은 흠칠 몸을 떨었다.

《말하겠습니다. 사실은… 그걸 털어놓으면 또 남을 모해하는 말로 들릴가봐… 모든건 제가 출세를 해서 평양에 올라갈 꿈을 꾼데서 시작되였습니다. 그런데 발명건수가 없인 소환하기 어렵다는 바람에 눈을 꾹 감고… 마음에 걸리지 않은건 아니지만 평양에 대한 유혹에 끝내…》

박치명이 그런 요구를 했구나!… 렴진욱은 절로 쓰거운 미소가 그려졌다. 바로 그때문에 김현길에 대한 혐오감도 새롭게 북받쳤다. 명예를 바란다고 다 나쁜 딱지를 붙일수는 없다. 자기의 준비정도와 능력에 대한 확신, 그로 하여 이 사회와 인민을 위해 더 큰일을 해야 하리라는 사명감으로부터 출발한것이라면 오히려 찬양받을만 한 일인것이다. 다만 꾸준한 노력과 의지로 자신을 더 높이, 풍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개인적향락이나 권세의 맛을 즐기려고 출세를 노릴 때에야말로 규탄받아 응당한것이다. 김현길이 바로 그 후자에 속했다. 그가 그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지만 않았더라면 렴진욱은 치기스러움에 침이라도 뱉았을지 몰랐다. 개준할 여지가 있는 인간, 개준할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인간이라는 점때문에 그는 노여움을 꾹 누르며 여전히 엄하게 말했다.

《당장 성에 제출한 발명권신청문건을 철회하라구. 그다음 채광에 내려가 머리속의 오물을 깨끗이 털어버리오. 말하자면 김현길이라는 몸뚱이를 깨끗이 부선해놓으면 나라에 보탬이 될 정광이 몇줌이나 나오겠는지 따져보란 말이요. 그걸 똑똑히 알 때 새 출발이 가능한거요.》

요란한 전화종소리가 울린것은 그때였다. 송수화기를 드니 씩씩한 목소리가 수화구진동판을 즈릉 울렸다.

《렴동무요? 나 박치명이요. 지배인동무 맞지, 응?》

《…》

왜 그런지 얼른 대꾸가 나가지 않았다. 김현길의 허영을 조장시켜줌으로써 인간적인 면모를 하나하나 잃어가게 만든 장본인이 공교로운 순간에 출현한것이였다.

《여보, 나 박치명이라는데.》

《예, 말씀하시오.》

《반갑소. 동무가 화령으로 갔다길래 당비서동무한테 말했는데 래년에 벌리겠다는 공사계획을 가지고 인차 올라와야겠소. 진욱동무다운 통짜배기 혁신적발기더구만. 대단해, 아주 대단해!》

류달리 흥겨워하는 흥분된 목소리였다. 그 어감에는 언젠가의 심각한 충돌에서 야기된 불쾌감이 전혀 없었다. 박치명이 여전히 씩씩하게 계속했다.

《함께 잘 토론해서 내밀어보기요. 올라올 때… 그때말이요, 현길실장도 데리고 오오. 물론 류동무도. 그들의 연구가 높이 평가되였소. 발명권을 받을거요. 그래서 중앙과학기술축전명단에 포함시켰소.》

렴진욱은 자기의 관자노리가 사뭇 맹렬하게 풀떡거리기 시작하는것을 의식했다. 싸늘한 전률이 온몸으로 퍼져갔다. 이미 류병근의 저농도부선법은 그의 이름으로 선광공학연구소에 제출된 상태였다. 옥수금이 평양걸음을 하여 전달했던것이다. 그에 대한 긍정적평가도 내려왔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여 여전히 김현길의 이름이 함께 붙어있는가. 두말할것없이 박치명은 처음의 문건을 그냥 고집했을것이다.

《못 보내겠습니다!》후려치는듯 한 목소리로 렴진욱은 부르짖었다.

《부국장동진 광산에 내려왔을 때 그 저농도부선법이 류병근동무의것이라는걸 알았습니다. 헌데 이제 와선 김현길도 포함시켜요? 부끄럽지 않습니까? 한 기술자의 깨끗한 넋을 다신 짓밟지 마시오. 이게 답니다!》

상대가 더 말하기 전에 렴진욱은 송수화기를 콱 못 박듯 해치웠다. 그다음 고개를 푹 수그리고있는 김현길에게 내뱉았다.

《딴 의견이 있소?》

《아니, 없습니다. 제 여직껏 우리 누님에 대한 지배인동지의 좋은 추억을 악용해서 건달을 부렸는데… 깨끗한 인간으로 되돌아오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렴진욱은 마음을 갈앉혔다. 아니, 박치명에 대한 분노로 하여 치받쳤던 격한 흥분을 김현길에 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바꾸게 되였다고 할수있었다. 자기 누님을 입에 올림으로써 김현길은 앞으로의 갱생을 렴진욱이 믿도록 했던것이다.

렴진욱은 자기가 언젠가 김청주에게 해주었던 말을 반복한다는것도 의식하지 못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내 기다리겠소.》

…닷새후 류병근을 데리고 평양에 올라간 렴진욱은 박치명의 쌀쌀한 얼굴과 맞서게 되였다. 박치명은 그가 가지고온 생산능력확장공사안과 그에 첨부된 옛 화령광산의 마광기이관청구서를 건숭건숭 번져보기 시작했다.

《흠, 화령의 파철같은 마광기를 구걸할 정도였군.…》

그가 도중에 쓰겁게 뇌였다. 렴진욱은 그와의 격렬한 충돌이 있은 뒤였으므로 바싹 긴장해졌다. 아닐세라 박치명이 끝내 참지 못하고 화약처럼 확 타드는것 같은 말을 내뿜었는데 그것은 공사와는 전혀 다른 화제였다.

《동문 그래 꼭 그런 립장을 취해야만 하겠소? 김현길이와 원쑤진 일이라도 있나 말이요? 가만가만, 내 다 말하겠소. 옳소, 현길인 망쳐질번 한 내 아들을 건져주었소. 그래서 보답하고싶었는데… 동무에겐 생활에서 이런 경우를 당한적이 전혀 없었소? 보다 중요한건 그가 내밑에서 많은 일을 보좌해줄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는거요. 그래 인간적의리로 보나 사업의 필요성으로 보나 꼭 제발시켜줘야 할 사람을 방치해둔다면 그게 옳은 일이겠나 말이요? 발명권문제도 그렇소. 그래도 실장인 김현길이가 연구조건을 보장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떠밀어주었길래 류병근이 성공한건 사실이겠지?》

렴진욱은 침묵했다. 너무도 명백한 대답을 구태여 입에 올리기 싫었던것이다. 리해는 될망정 도무지 긍정할수 없는 박치명의 립장이였다.

《됐소, 됐소.》 렴진욱의 눈섭이 흠칫거리는것을 보았던지 박치명은 손을 홱 내저었다.《다 공연한 소린줄 내 아오. 동무의 질책때문에 나도 며칠밤째 뒤척거리며 잠을 못 잤소. 원칙을 어겼구나, 이러다간 내가 진짜 구렁텅이에 빠지겠구나 하고 말이요. 나도 인간이니 실수를 한거지. 꼭 고칠 결심이요. 그건 그렇구…》

박치명은 뒤적거리던 문건을 소리나게 탁 접는것으로 화제를 바꾼다는것을 암시했다.

《동무네의 확장공사계획이 지지를 못 받고있소. 그것때문에 생산이 죽지 않겠는가 다들 우려하오. 솔직히 그에 대해선 나도 담보를 못했소. 가능한껏 성을 납득시켜보오.》

이야기는 끝났다. 렴진욱은 박치명과 헤여지자 곧장 상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선 상부터 설득시켜야 했다. 하지만… 박치명은 공사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었다. 그것은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온 우려였을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우려속에 여전히 우리 로동계급을 《빈주먹뿐》으로 보는, 그들이 안아오려는 래일에 대하여 반신반의하는 소심성과 우유부단성이 깔려있는것이 아닐가? 그것은 명백히 헌신으로 래일을 개척하기보다 자기가 살아오며 평형을 유지한 현재만을 근근히 지키려는 무서운 보신의 표현인것이다.…

여러 성일군들과의 담화와 격렬한 론쟁, 몇차례에 걸친 기술협의회 등으로 렴진욱은 거의 한주일을 눈코뜰새없이 드바삐 보냈다. 그통에 그는 전주석과 약속한 병원행차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기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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