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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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준보로인은 승용차에 오르자 졸리는듯 눈을 감았다. 그만한 나이라면 때없이 졸군 하는것이 생리적현상일것이다. 그러나 수금을 발견한 차가 멎어서려고 하자 《그냥 가세.》하고 뇌였다. 승용차는 울고있는 수금을 어둠속에 남겨둔채 마을쪽으로 내달렸다. 여전히 눈을 감은채 옥준보로인이 중얼거렸다.
《울어봐야 해. 그래야 진짜 눈물의 무게를 알지.》
눈물에도 무게가 있다!… 렴진욱은 생각에 잠겨 그 말을 음미해보았다. 수금은 벌써 오래전 곱장고개길에서 광산을 버리고 떠나는 한 언니의 일이 분해서 울었었다. 광산을 사랑하는 심장에서 흘러나온 진한 눈물이였다. 지금은 모름지기 한 훌륭한 청년을 모욕한 회오때문에 울수도 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저런 짠 눈물은 흘리지 못한다. 이제금 돌이켜보니 딸 정옥이 문제로 자기 방에 불러들였을 때 느닷없이 《청주동무를 한번 찾아가봐주세요.》하고 호소한것이 까닭없는 일은 아니였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청주라면 충분히 옥준보로인의 손녀사위가 될만 한것이다. 비록 곡절은 좀 겪었으나 청주는 이미 이 광산을 사랑하는 진짜광부로 성장하였다. 그래서 투명하기 그지없는 처녀 수금이의 눈물까지 짜내게 만든것이였다. 사랑만이 무게있는 눈물을 빚어낼수 있다. 하지만 그리도 오연하게 맞대놓고 《정배군》이라고 내쏜 수금의 말이 청주에게 뼈아픈 가시로 박혀들었다면 이들의 관계가 과연 순탄하게 펴이겠는지?…
갑자기 차가 멎었다. 전조등빛이 길홈타기에 빠진 손달구지와 두 남녀를 비쳤다. 렴진욱은 그들이 이전 지배인 김호성과 그의 딸이라는것을 알아보았다. 경희라고 부르는 딸은 희천 어딘가에 시집갔었는데 갑자기 식도협착이 와서 안정치료겸 부모네 집에 와있는터였다. 하여 렴진욱이 몇번 귀한 약을 구해주기도 했었다.
《이 밤중에 무얼 나르십니까? 》
렴진욱이 차에서 내리며 묻자 경희는 다소곳이 인사했고 김호성은 쑥스러운듯 어흠어흠 군기침을 깇었다.
《뭐 별게 아니구 그저… 》
손달구지에는 파철이 가득 실려있었다. 모든 사연이 짐작되였다. 최근 렴진욱은 광산의 낡은 기대설비들을 전면갱신할 계획밑에 각종 주물제품들과 부속품들을 붓고 가공하는 일대 전투를 벌려놓았다. 그를 위해 가두인민반들에도 파철수집을 호소하였는데 고박한 김호성이 낮에는 좀 어색하여 밤에 몰래 날라가자고 나선것이였다.
운전사까지 나서서 제꺽 손달구지를 건져냈을 때 렴진욱이 경희에게 물었다.
《습한 공기를 마시면 병이 더 도지지 않니?》
경희는 흘끔 아버지쪽을 곁눈질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다음 안타까운듯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쯤이야… 그러나 전 속상해요. 우리 아버지까지 꼭 이래야 하나요, 예?》
《경희야!》
김호성의 준절한 호령, 그러나 경희는 오히려 반발처럼 머리를 흔들었다.
《아버진 다 몰라요. 사람들은 아버지가 광산에 그냥 눌러앉아계시는걸… 비웃고있어요.》
《경희야!》
이번에는 렴진욱이 격하게 소리쳤다. 목이 띠끔했다. 말하는것을 극력 삼가하자던노릇이 그만 절로 큰소리가 나간것이였다.
김호성이야말로 누구보다 생각이 복잡한 사람일것이다. 기울어가는 광산을 넘겨준 죄스러움, 일부 사람들의 몰리해… 그럼에도 그는 떠나지 않았다. 속죄하는 의미에서도 그는 무언가 한가지라도 광산에 보탬을 주어보려고 숱한 새 설비들의 구조성능과 사용설명서들은 물론 최신과학기술자료라면 무엇이건 다 번역하여 렴진욱의 손에 넘겨주군 했었다. 그 자료들은 광산의 운영과 기술혁신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있었다.
얼마전 렴진욱은 자기에게 차례진 새 살림집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응당한 도리였다. 그것이 그만 후방부지배인의 불만을 자아냈다. 그는 지배인을 위해 몰래 품을 많이 들인 그 집이 아까와 볼이 부어 투덜거렸다.
《광산을 그 꼴로 만든 호성지배인이 뭐 잘났다구…》
그때 렴진욱은 대노하여 책상을 쾅 쳤다.
《덜된 소리, 〈고난의 행군〉속에서도 단 하루 생산을 죽여본 일이 없는분이 바로 호성지배인이야. 자기의 뼈물을 다 짜가며! 그분이 없었다면 오늘의 광산도 없어!》
그것은 렴진욱의 진심이였다. 지배인시절 김호성은 어려운 나라사정에 빙자하여 주저앉은것이 아니라 한 자재일군의 역까지 수행하면서 언제 하루 발펴고 쉬지 못하며 노상 뛰여다녔었다. 그래서 로상에서 굶어지낸적도 허다했다. 지배인이 꼭 그런 식으로 일해서는 안되였다. 아래일군들을 꽉 틀어쥐고 작전을 잘하는것이 기본이였다. 그러나 피나게 뛰여다닌 그의 걸음을 광산사람들이 잊지 못해하는것도 무시할수 없는 일이였다.
《경희야.》
렴진욱은 아픈 마음을 누르며 경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넌 사랑이 뭔지 잘 모르는것 같구나. 그건 헌신 즉 몸을 바치는거란다. 네 아버진 그렇게 광산을 사랑하시는거다. 그런데 넌 그 헌신을 무슨 희생처럼 여기는것 같다. 아버지를 만류하지 말아라. 만류한다면 그건… 오히려 모독으로 되는거다.》
그다음 렴진욱은 운전사에게 손달구지의 파철을 차에 옮겨싣도록 지시했다. 김호성은 펄쩍 뛰였다.
《지배인동무, 이전의 나를 닮자고 그러시오? 각자에겐 자기의 책임이 있지 않소. 빨리 가주시오. 광산이 지배인동무를 기다리고있소!》
어쩔수없이 차에 올랐을 때 옥준보로인이 한탄처럼 말했다.
《호성지배인이 용해. 자기의 교훈을 감추지 않구 터놓거던.》
솔직성은 인간의 최대의 용기이다. 《빨리 가주시오.》하던 말이 렴진욱의 고막을 오래동안 두드렸다. 이전에도 김호성은 부탁했었다, 모험도 주저함이 없이 내달려야 한다고. 어떤 무모한짓을 하라는 꼬드김은 결코 아니였다. 현재에 만족치 말고 보다 새롭고 통이 큰 목표를 내걸고 부단히, 줄기차게 전진하라는 전 세대의 호소인것이였다. 《빨리! 빨리!》… 그것이 강성대국건설이라는 세기적인 목표를 내걸고 선군으로 조국을 이끌어나가시는 위대한 장군님의 헌신의 자욱에 걸음을 맞추라는 시대의 요구가 아니겠는가!
옥준보로인을 집에 태워준 다음 렴진욱은 곧장 1선광직장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운반갱 전기소대장을 하는 김홍균이라는 전기기술자가 철물제거기를 개조하고있을것이기때문이였다.
선광에서 철물은 암과 같다. 채굴장에서 흘린 별치 않은 쇠붙이라도 광석에 섞여 원추형파쇄기에 들어가면 그속의 정밀하게 맞물려있는 고정자와 회전자짬에 그것이 끼여 당장 파쇄기가 녹아붙듯 멎는것은 물론 그 부하로 전동기까지 구워먹기 십상이였다. 그때에는 반나절이상의 품을 들여 육중한 파쇄기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역사질을 벌리지 않을수 없는데 그동안 생산은 완전히 중단되고마는것이였다. 이전에도 철물제거기는 있었으나 생산능력이 배로 뛰여오른 조건에서 이미 그것은 능력이 작을뿐아니라 효률도 썩 신통치 않아 렴진욱이 특별히 조직한 개조작업이였다.
그런데 철물제거기가 설치되여있는 1차급광콘베아실에는 김홍균대신 리정우기사장이 공무부기사장과 마주서서 삿대질하며 험한 욕설을 퍼붓고있었다.
《…이젠 제 색시가 싫어졌소? 그래서 왼땅을 봐? 술을 몇병 마셨소? 부속을 보장해주라는 지신 어쨌소? 술이 들어가면 달아나는건 지혜와 열정뿐이라는걸 모르는가 말이요?》
지척에서 쾅당거리는 2차턱파기소리까지 짓누르는 노성이였다. 체소한 리정우에 비하면 몸집이 거의 배나 될것 같은 새파란 나이의 공무부기사장은 꺼꺼부정해서 찍소리 한마디 못하고있었다.
렴진욱은 늘 얌전히 눈을 내리깔고 다니는 리정우가 그처럼 벽력같은 고함을 지를수 있다는게 자못 신기했다. 하긴 기사장이 된 다음부터 욕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그이기도 했다. 한번은 채굴장에서 무슨 일로인지 채광갱장을 꾸짖는다는것이 어찌 천둥같았는지 곁에 있던 압축기운전공마저 화닥닥 놀라 압축기를 끄기까지 했다고 한다. 사고났다고 고함치는줄 알았다는것이였다.
그때문에 좀 주의를 주었더니 리정우는 벌씬 웃으며 역습했었다.
《욕이야 지배인동지가 더 무섭게 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사실이였다. 하지만 렴진욱의 욕은 오직 일군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그래서 인간적으로도 아주 결별해치울 결심을 굳힌 대상에게만 하는것이였다. 애초에 로동자들에게는 큰소리조차 치지 않았다. 그래서 광부들속에서는 지배인의 욕을 먹자면 간부가 되여야 한다는 롱까지 돌아갈 정도였다.
그것은 어쨌든 렴진욱은 제 색시가 싫어져 왼땅을 본다는 소리와 지혜운운이 한줄로 꿰여지지 않아 더 고개를 기웃거렸다.
마침내 지배인을 발견한 리정우가 공무부기사장에게 《빨리 김홍균이한테로 가오.》하고 떠박지르고는 렴진욱앞으로 다가왔다.
리정우가 분개할만 했다. 공무부기사장은 김홍균이 새로 개조하는 철물제거기부속들을 책임지고 보장해주게 되여있었는데 당장 조립에 들어가게 된 지금 그것을 까맣게 잊고 누군가의 생일집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는 그대로 퇴근해버렸다는것이였다. 그리하여 김홍균이 공무직장으로, 자재과로 뛰여다니지 않을수 없게 만들었다.
리정우는 여전히 분이 사그라지지 않아 씩씩거렸다.
《공무부기사장을 갈아치웁시다!》
렴진욱은 소리없이 웃었다. 비로소 왼땅을 보았다는 말이 리해된것이였다. 리정우는 언젠가 렴진욱에게 자기 고향과 광산을 《옛사랑》과 《안해》로 비유했는데 그 연장으로 공무부기사장이 술이라는 《왼땅》에 빠져 기술과 직무라는 《색시》를 버리기 시작했다고 추궁한것이였다. 공무부기사장은 얼마전까지 1선광공정원으로 있었는데 기술이 높고 일도 착실히 하여 갓 발탁된 젊은이였다.
《나도 그가 술버릇을 잘 배우지 못했다는건 알고있는데… 좀더 기회를 줘보지 않겠소?》
리정우는 놀라운듯 렴진욱을 치떠보았다.
《지배인동지야 누구보다 건달군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그래, 건달군이라면 눈에서 불부터 나오. 하지만… 술은 좀 다르지. 기사장동무도 술은 끊지 않았소. 공무부기사장도 되게 달구고 처벌도 주고 해서 그 〈왼땅〉버릇을 뚝 떼주자구. 이 새 세기에 우린 기술자들의 신세를 너무 많이 져야 하거던.》
이 순간 렴진욱은 김지택을 생각했다. 유일한 《애인》인 광산마저 포기해버린 사나이, 사랑하면서도 굳이 물러서려는 그의 심정이 어떠할것인가. 당비서 전주석이 제때에 옳은 충고를 주었었다. 김지택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것으로 그에 대한 의리를 다 지키는것은 아니였다. 확실히 그는 광산을 사랑하지만 응당 흥해야 할 래일의 전변된 모습을 오늘에 당겨와야 한다는 발전관과 완강한 의지만은 결여되여있었다. 거기에 그의 보수성이 있는것이다. 결정적으로 이것을 깨야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관습처럼 굳어진 그 완고한 보수성이 단번에 무너지리라고 기대할수는 없다. 무엇인가 파구를 내야 했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어쩔수없이 생각은 전주석이 귀띔한 녀인 라은선에게로 돌아갔다. 그렇다. 김지택에게 당장 필요한것은 자기가 외롭지 않다는것, 즉 과학으로 호흡하는 모두의 세계에로 돌아오는 길뿐이라는것을 인식시키는것이였다. 바로 그 안내자가 라은선이 아닐가?
렴진욱이 그 녀인을 깊이 알게 된것은 《고난의 행군》시기였다. 하루는 합숙식모가 제 자식에게 내놓고 합숙밥을 먹인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시 긴장한 식량사정으로 광산에서는 합숙생들에게까지 절반이상의 대용식량을 공급하는 형편이여서 렴진욱은 노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료해해보니 사연은 눈물겨웠다. 라은선이 합숙생들의 밥그릇을 높여보려고 제집터밭의 강냉이까지 모조리 들이밀어 아이가 풀죽도 배부르게 못 먹는다는것이였다. 그리하여 합숙생들이 라은선 몰래 아이를 데려다가 자기들의 밥그릇을 덜어 몇끼 먹였던것이다.
그때 라은선은 오히려 제 자식의 엉치를 때리며 이렇게 욕했다고 한다.
《넌 그래도 책가방 하나를 메고 다니지만 광부아저씨들은 산악같은 광산을 떠메고 다닌다, 산악같은 광산을!》
돌이켜보면 바로 그 사건을 통하여 라은선에 대한 깊은 파악이 생겼기때문에 상처한지 10년도 썩 지나 그지없이 고독하게 지내는 김지택과 짝을 무어줄 궁리가 튼것이였다. 지금은 그것이 김지택을 위해 더 절박한것으로 되였다. 오직 라은선과 같은 깨끗한 성정의 녀성만이 편벽한 경험의 울타리속에서 동면하는 김지택의 얼어붙은 심장을 따뜻이 녹여줄수 있을것이다.
불쑥 리정우가 한숨을 푹 내쉬였다.
《현길실장이 류병근아바이의 저농도부선조업법에 자기의 이름도 함께 넣어서 국에 제출했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류아바인 그의 기사급수시험을 돕겠다고 그 자료를 베껴주기까지 했다니… 너절한 작자입니다.》
중쇄장으로 이어진 급한 계단경사길을 내리던 렴진욱은 걸음을 뚝 멈추었다. 와릉거리는 중쇄기소리가 돌연 배로 높아져 고막을 두드리는듯 했다. 숨이 막혀왔다. 김현길, 아픔의 추억으로 련결되여있어 늘 좋게만 보고싶었고 그래서 깊이 해부해볼 생각을 못했었던 그 방임이 어떤 결과로 번져져갔는가. 이것이 현순이를 위한, 그의 넋을 지키는 옳은 일일수 있는가?
《류병근이 어디 있소?》
거칠게 내뱉은 렴진욱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두세개씩 계단을 건너뛰며 아래로 달려내려갔다.
마광장에도 부선장에도 류병근은 없었다. 선광실험실문을 벌컥 여니 수금이와 윤희라고 부르는 애어린 처녀가 마주앉아 소실험마광기를 돌리며 나직나직 노래를 부르고있다가 사납게 이지러진 렴진욱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일어섰다.
《실장은?》
이번에도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후려닫았다. 물으나마나였다. 김현길이 이런 밤에 자기 자리를 지키고있다면 오히려 리정우의 《고발》이 거짓일것이다.
3선광직장에 이르러서야 렴진욱은 류병근을 만날수 있었다. 류병근은 정광퇴수탕크를 쌓는 작업을 지도하느라고 지배인이 등뒤에 다가온것도 모르고 로동자들에게 잔소리하고있었다.
《미장이 얇아, 한벌 더!… 거 벽돌은 왜 비뚤서하게 쌓는거냐? 눈이 사시같은녀석!…》
며칠전 렴진욱은 생각되는것이 있어 3선광정광퇴수를 분석시켜보았다. 그랬더니 퇴수 립방당 몇키로씩의 귀금속정광이 그냥 버려진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년간 총량은 까무라칠 정도였다. 그 즉시 렴진욱은 퇴수구에 앙금을 갈앉히는 탕크를 두개 더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로동자들이 툭툭 건드려서야 류병근은 돌아섰다. 얼굴이 류달리 환했다.
《지배인동지, 부선계통을 더 늘이는게 어떻습니까? 계산해보니 실수률을 3프로는 더 올릴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 수자가 렴진욱을 진정시켰다. 아니, 새로운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부선장을 쭉 휘둘러보았다. 어디라없이 협소해보이는것이 이상했다. 계통을 더 늘인다.… 좋은 일이였다. 그것도 빨리 도입하자.
《빨리 가주시오.》하던 김호성의 권고가 또다시 고막을 두드렸다. 빨리 간다는것은 어딘가에 좋은 결과를 낳을 목표가 있을 때 인간이 취하는 행동이다. 그 목표에 계통 늘이는 공정도 포함될것이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 통이 큰 목표, 기적이 될만 한 그런 담대한 목표여야 한다!… 렴진욱의 머리속에서는 김호성과 헤여진 다음부터 륜곽이 잡히기 시작한 새로운 방대한 계획이 재빨리 무르익어갔다.
《류동무, 나 좀 봅시다.》
렴진욱은 류병근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 사이 밤하늘에는 별들이 쫙 깔리고있었다. 별들도 장마비에 씻긴듯 더욱 깨끗하고 환해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별들이여서 그 령롱함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나 별보러 나온것은 아니였다.
《현길실장에게 무슨 자료를 준게 있습니까?》
단도직입적인 물음이라 류병근은 좀 뗑한듯 렴진욱을 건너다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생각납니다. 기사급수시험을 몇해째 못 쳤다고 방조를 청하길래 실험자료 몇가지를 참고삼아… 뭐가 잘못됐는가요?》
《눈을 똑바로 뜨시오.》김현길에게 쏟아부어야 할 역증임을 알면서도 렴진욱은 거칠게 내뱉았다. 《남을 자신처럼 믿는건 좋지만 우리 주위에 다 량심적인 인간만 있는건 아니란 말입니다!》
더이상 설명하기는 싫었다. 우선 목이 아팠고 앞질러 대줌으로써 류병근을 괴롭게 만들 필요도 없는것이였다.
렴진욱은 어리벙벙해있는 류병근을 남겨둔채 아직도 질쩍거리는 행길을 따라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이미 김현길의 해임문제를 당위원회에 제기한 그였다. 박치명이 알면 어떤 개인적반발로 여기고 몹시 노발대발할테지만 더이상 미룰수 없었다. 그것을 통하여 김현길이 얼마나 무능하고 치졸한 인간인가를 깨닫도록 해주는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후임을 고르느라 또 지체한 석달이 류병근에게 어떤 상처를 입히게 될것인지는 렴진욱도 그때 알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