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1

 

밖에서는 한여름의 장마비가 대중없이 쏟아지며 창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기사장 리정우의 목소리는 더 날카롭게 일총화참가자들의 귀속을 파고들었다.

《…채광갱 굴착기운전공들도 문제가 있소. 한차당 15t은 실어줘야겠는데 12t정도밖에 안 싣는단 말이요. 이런 식으로 월말까지 가면 얼마나 되는가. 500~600t을 못 싣는걸로 되오. 연유 1t 허비하는것과 같단 말이요. 이게 작은가? 회계과!…》

회계과장을 앞질러 좀 매끄러운 인상을 주는 채광갱장이 냉큼 일어났다.

《차들이 다 싣기도 전에 자꾸 달아나는걸 무슨 수로…》

《됐소!》 리정우가 즉시 잘라치웠다. 《굴착기바가지로 꾹 눌러 도망 못 치게 할순 없소? 달아나는 차들을 장악해서 내게 보고할수도 있고, 책임성문제요. … 회계과, 채광과! 수송에 똑같이 처벌을 적용하오!》

이번에는 수송직장장이 시뻘개진 얼굴로 일어났다.

《장마철에야 좀 고려해줘야지요. 채광계단이 감탕때문에 미끄러워 차가 자꾸 지치는데 어떻게 만짐을…》

《겨울에 눈올 땐 어떻게 했소? 바퀴사슬을 씌웠지? 여름이라고 못하오?》

역시 즉석에서 반박해치운 리정우는 이어 건설문제로 넘어갔다. 건설이야말로 일총화에서 기본을 이룰만치 잡다하고 까다로운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있었다. 우선 광산이 벌려놓은 각이한 건설공사대상이 열손가락이 모자랄만치 많은데다가 례년에 없는 오랜 폭우로 피해를 입은 도로보수며 살림집보호대책, 찍어놓은 숱한 블로크들의 안전한 보관 및 중단없는 살림집건설 등이 론의되고 해당 대책이 취해져야 하는것이였다. 거기에 몇대 되지 않는 운수직장의 자동차들도 정광수송이라는 기본임무뿐아니라 목재와 기초막돌, 진흙 등 건설용물동량을 함께 맡아 실어나르자니 매 차마다 시간별로 과제를 구체적으로 주어야 했다.

갓 직장장이 된 거방진 체구의 곽영국도 숨이 가쁘고 눈알이 핑핑 돌아가는지 한숨을 내불며 《우리도 수송처럼 새차라면야.…》해서 젊은 갱장, 직장장들을 키득거리게 했다.

수송직장이야말로 깊은 채굴장에서 급경사지를 따라 매일 광석을 수천t씩 힘겹게 실어올려야 하므로 자동차의 성능이 나쁘면 그 즉시 생산계획도 곤두박질하는 매우 예민한 온도계의 수은주같다고 할수 있었다. 때문에 새차는 무조건 선참 배당되고 거기서 실컷 뛴 차들이라야 운수직장으로 넘어가군 했다. 그래서 일부 싱거운 사람들이 《환자병동》이라고 시까스를 정도로 운수직장의 기대들은 늘 《치료》를 받으며 뛰는것이 정상이였다. 좀전의 웃음은 부지중 그 별명이 상기되여 터져나온것일것이다. 그만큼 운수직장이 만가동하기는 사실 뻐근했다.

그러나 리정우는 곽영국이 자기의 완력과 직장안의 기능높은 수리공집단으로 그 모든 과제를 해내리라는것을 잘 알고있는듯 또 새로운 문제로 넘어갔다.

《1선광! 공무직장장은 생활이 게툴사한 집이 위생검열에서 불합격 맞자 제 손으로 그 집 가마뚜껑을 다 닦아줬소. 그런데 동문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제 사람네 집유리도 안 끼워주고있는데 이게 일군의 인간성 맞소?…》

렴진욱은 그때까지 시종 침묵을 지키고앉아 총화를 주관하는 리정우의 말에 귀만 기울이고있었다. 늘 눈을 내리깔고 얌전히 지내는것 같은 리정우가 못 보는것이 없는게 신기했고 또 무슨 문제든 즉석에서 처리해치우는게 흡족하기도 했다.

불만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였다. 채광과 수송에 벌금을 적용한 문제가 그랬다. 기실 따지면 채광계단설계를 차들이 지칠 정도로 급경사지게 만든 일군들이 우선 처벌대상인것이였다. 눈앞의 생산에만 다쫓기지 말고 전망적인 안목으로 래일까지를 내다보는것이야말로 일군이 아니겠는가. 이 점에서는 지배인인 자기의 책임이 더 컸다. 한편 결함이 범해진 뒤에야 추궁하는 식을 버리고 앞질러 해결책을 귀띔해주었더라면 지금같은 론의가 벌어지지도 않았을게 아닌가.

물론 광산이 지금껏 그자신도 놀라리만치 많은 일을 해놓은것은 사실이였다. 봄에 접어들자 한주일간의 돌격전투로 연남령길을 대폭 넓히고 곧추 편것이 그 하나였다. 지금도 콩크리트다리공사는 계속되고있었다. 다음은 수백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여 광부들을 입사시킨것을 성과로 들수 있다. 그 매 집들에는 키낮은사과나무며 복숭아, 추리 등 과일나무모가 각각 열그루씩 심어졌다. 가을까지면 또 수백동의 살림집이 일떠설것이다.

광부들은 새집이 너무 희한하여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특히 가정부인들은 솔선 나서서 피나게 블로크를 찍었고 거기에 가두미장대가 근 100여명으로 늘어나 눈부시게 활약했다. 그들의 솜씨가 어찌나 능해졌는지 7~8명으로 이루어진 한 미장조가 하루에 180평이나 되는 살림집 한동의 외벽미장을 히쭉 웃고 해치우는 정도였다.

어느날 렴진욱은 낯익은 한 녀인이 탁아소에 젖먹이러 가는 시간도 잊고 블로크를 찍는것을 띠여보자 충격을 받고 시부모가 없는 애기어머니들은 블로크찍기에서 무조건 제외시키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그런데 이튿날로 그 녀인이 찾아와 울먹거리며 항의했다.

《지배인동지, 제 땀 한방울 들어가지 않은 새집에 들어앉으면 속이 찔려 어떻게 잠자리에 들어냅니까? 어버이장군님께서 찾아오시면 무슨 낯으로 뵈옵겠나 말입니다.》

렴진욱은 가슴이 뭉클해났다. 얼마나 아름다운 눈물인가. 땀과 눈물은 똑같이 짜다. 그러나 진정한 눈물은 오직 심장만이 토해내는 그 인간의 넋의 호소인것이다. 렴진욱은 녀인의 그 눈물을 통하여 온 광산의 지향과 열망을 똑똑히 보았으며 큰 힘을 얻을수 있었다.

그사이 공공건물들도 속속 일떠서 연구실과 광산청사, 기능공학교와 유치원, 목욕탕 등이 새로 일떠서거나 개건되였다. 가열법에 의한 분리부선과 저농도부선의 성공적인 도입으로 여유자금이 충분히 조성된것이였다. 그리하여 전반 설비현대화도 높은 수준에서 다그쳐지고있었다.

그러느라니 렴진욱은 지금껏 거의 잠을 못 자다싶이 했다. 그 과로탓인지 얼마전부터 후두가 부어올라 말하기 고통스러웠다. 하여 지금도 리정우가 일총화를 주관하고있는것이였다.

하지만… 어찌하여 무엇인가를 놓친듯 한 안타까움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있는것인지? 그 애기어머니의 말을 그는 잊을수 없었다.《어버이장군님께서 찾아오시면!》… 그때에 장군님께서 이 광산전경을 보시고 만족해하실가? 그는 전혀 자신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더 해놓아야 그이의 기쁨이 될것인가?…

렴진욱의 눈에 불쑥 김지택의 모습이 비쳐들었다. 김지택은 탁상 맨끝에 앉아 비내리는 창밖만 우울하게 내다보고있었다. 여태 말 한마디 비치지 않은 그였다. 그럼에도 시커멓게 질린 그의 얼굴은 자기 마음속에 울적하게 휘뿌려지는 고민의 비발을 그대로 드러내고있었다.

김지택은 얼마전 병이 더 깊어져 도병원에 후송되였었다. 거기서 그는 한밤중에 자다가 《방수벽이 터진다―》하고 벼락같은 잠꼬대를 터뜨려 온 병동을 깨운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끝내 며칠을 못 견디고 되돌아왔다.

흥미있는것은 자기가 지난해 붙여주려고 했다가 실패한 라은선이라는 합숙식모가 김지택을 부축하고 함께 돌아온것이였다. 온 광산이 그들의 관계를 두고 제나름의 추측들을 하였는데 적지 않게 부정한 관계라는 평정이였다.

그것이 분하여 하루는 렴진욱이 김지택에게 따졌다.

《라은선을 어떻게 할 잡도리시오?》

그때 김지택은 지금처럼 우울하게 창밖만 내다보다가 왕청같은 소리를 했었다.

《청주가… 갱책임기사로 복직된걸 보니… 이젠 물러날 때도 된가보우다. 지금껏 내 주장이 어리석은것이였다는 암시나 같으니까.》

《난 라은선에 대해 물었습니다.》

순간 김지택이 사납게 눈을 희번뜩이며 소리질렀다.

《뭘 따지시우? 병든 몸에 광산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까지 된 날 어떤 녀자가 좋다고 한다는거요, 예?》

렴진욱은 그것 역시 자기 질문에 대한 완전한 대답이 아니라고 여겼으나 분기에 끌려 날카롭게 내쏘았다.

《그러니 여태 광산을 사랑한다고 외운건 거짓말이였소? 누가 쫓는다는겁니까? 과학적실력을 따라세울 궁리를 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된것이지. 덮어놓고 광산을 사랑한다고 웨치지 말고 동지들을 믿으시오, 과학을 믿으란 말이요!》

《아니!》하고 김지택이 다시 소리쳤다. 《난 그 방수벽과 만수위때 강의 수압과의 관계를 푸는데 꼭 고등수학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소. 산수로도 넉근하오. 두고보시오. 방수벽이 터지지 않나.》

김지택은 더이상 상대하기가 싫은듯 훌쩍 나가버렸다. 그 다음부터… 그는 아예 말없는 사람이 되여버렸다. 그 요지부동한 가슴속에서 무엇이 끓고 익어가는지는 귀신이나 알수 있을것이다. 라은선과도 깨끗이 절교해치웠는지 뛰뛰한 소문마저 싹 사라졌다.…

한시간가까이 진행된 일총화도 기본적으로 끝나 결속할 때가 되였다. 리정우가 약간 몸을 일으켜 렴진욱쪽을 돌아보았다.

《하실 말씀이 없습니까?》

렴진욱은 그앞으로 종이 한장을 쑥 밀어보냈다. 총화과정을 지켜보면서 꼭 강조하고싶었던, 어떻게 보면 리정우기사장 당자를 더 눈틔워주기 위해 휘갈겨쓴 글쪽지였다.

《4. 15기술혁신조가 최근 졸고있다. 모두에게 경고할것. 전반적인 설비현대화가 추진된다고 하여 머리를 쓰려 하지 않는다면 오산이다. 오늘도 갱장, 직장장들이 저마끔 무엇을 내라고 손 내밀줄만 알았지 제손으로 해결하자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엇이 고장나거나 부족하면 매번 새 설비나 부속을 사들일수야 없지 않는가. 기술혁신을 더욱 강화하여 새로운 높이의 설비현대화를 추진해야 하며 특히는 국가에서 주는 자금을 열배, 백배로 늘여 나라에 보태줘야 한다.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국가의 수중에는 더 많은 자금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리정우는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참가자들앞에 풀이하여 들려주었다. 그다음 자기비판도 보태여 계속했다.

《내가 우선 자고있었습니다. 1차턱파장실례만 들어도 그렇습니다. 현존 파쇄능력을 유지하는것으로 만족했는데 톤을 헤아리는 거석도 단숨에 바스게 못하겠는가? 그래서 채광의 대파작업공정을 없애여 로력과 폭약, 전기 등을 절약할수 없겠는가?… 이 측면에서 모두 머리를 짜야 하겠습니다. 나자신이 이 과제를 맡아 파고들겠습니다. 이만합시다!》

리정우가 사업수첩을 탁 덮었을 때였다. 지금껏 불상같이 까딱않고 앉아있던 김지택이 홀연 잠을 깬듯 벌컥 일어났다. 그다음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고 어딘가 창밖 한점에 눈을 준채 거쉬나 좀 격하게 툭 내뱉았다.

《난 오늘 정식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총화가 끝나서 활기를 띠고 술렁거리며 걸상을 밀어놓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일시에 뚝 멎었다. 모두 퀭해진 눈으로 김지택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당자는 아무 감촉도 못 받은듯 초연히 계속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말인데… 모두 잘 들어주시오. 오늘 방수벽을 돌아보니 그 암반겉에서 물기가 슴새여나오고있었습니다. 비물이 아니라 암반에서 새여나오는 물이였단 말입니다. 이건 지금 만수위를 이룬 강의 수압에 의해 이미전부터 균렬이 간 새짬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리정우가 어이없는듯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려고 하자 김지택이 꽥 소리쳤다.

《가만있소, 기사장!… 난 모두에게 경고합니다. 방수벽을 이제 더 깎아먹다가는 수천의 광부들이 동무들을 저주하고 규탄할 재난이 꼭 들이닥칩니다. 그러니 방수벽채굴을 즉시 중지할뿐만아니라 살림집건설에 동원된 방수직장인원을 전부 되돌려보내여 방수제방보강작업에 투입하시오. 내 말을 명심하시오. 이게 답니다!》

그는 일어설 때처럼 성큼 몸을 돌려 누구도 보지 않으면서 출입문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김지택의 경고를 확증하듯 지금껏 잠잠하던 지령전화기가 갑자기 찌륵거리며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기사장실! 기사장실! 방수제방이 위험합니다. 빨리 대책을 취해주십시오, 빨리!…》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소스라쳐 굳어졌다가 일시에 후닥닥 뛰쳐일어났다. 렴진욱도 저으기 긴장해졌다. 만약의 경우 방수벽에 균렬이 올 때 그리로 물이 슴새여들지 않게 진흙다짐제방을 쌓은것을 방수제방이라고 하지만 만수위때의 압록강이 넘쳐나 채굴장에 쏟아져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있었다. 이미 그 제방은 기본적으로 형성되였기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위험하다는것은 무슨 소리인가?

렴진욱은 모자를 꾹 눌러쓰며 힘겹게 목소리를 짜냈다.

《기사장은 그냥 남아 생산지휘를 하오.》

 

×

 

방수제방은 범람한 강의 급류에 한점한점 물어뜯기우고있었다. 그우에 창대같은 비줄기가 쏟아져내렸다. 강물속 깊은 곳에서 돌이 구르는 소리가 으르렁거렸다. 강물은 금시 채굴장에 쏟아져들어올듯 넘실거렸다. 그에 따라 렴진욱이 딛고선 도로도 지진처럼 뒤흔들렸다.

사람들이 뚝우에 하얗게 올라서서 금시 들이닥칠것 같은 재난에 치를 떨듯 웅성거리고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비에 흠뻑 젖었으나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듯 하였다. 렴진욱앞으로 역시 비옷을 걸치지 않은 청주가 대들듯 달려왔다. 그는 얼굴에 흐르는 비물을 뿌려던지며 도전적으로 소리쳤다.

《지배인동지, 걱정되십니까? 내 계산이 미타해서… 믿지 못해서… 그래서 나오셨습니까?》

어이없는 소리였다. 그만큼 청주는 반정신이 나간것 같았다. 렴진욱은 눈꼬리를 치켜올리는것으로 물리쳐버리려다가 생각을 고쳐하고 그의 어깨를 왈칵 떠밀었다.

《그렇게 자신있다면 넌 왜 여기 나와 어정거려? 채굴장에 가!》

《사람들이 모두 겁나 뒤걸음치는데 전들… 지배인동지부터 자릴 떠야 합니다.》

그러고보면 얼친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말이 옳을는지도 몰랐다. 간부들까지 밀려나왔으니 필경 방수제방이 터지긴 터질 모양이라고 생각할수 있는것이다. 하지만… 렴진욱은 혀를 깨물었다.

《지배인은 걱정해야 해.》

그때였다. 어디선가 녀자의 째지는듯 한 비명이 울렸다. 거의 동시에 제방뚝우에 찌글서하니 서있던 방수직장의 굴착기 한대가 발밑의 흙이 물살에 패웠는지 주르르 미끄러져 물속에 잠기기 시작했다. 판사슬을 후려치는 강물에 떠밀려 굴착기는 금시 자빠질듯 기우뚱거리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갔다. 제방을 더 높이느라고 남겨놓았던 기대였다.

《빨리 기중기차! 불도젤도!》

렴진욱이 청주에게 벽력같이 소리쳤다. 목구멍이 찢기듯 아파났다.

물속에 잠긴 굴착기의 문짝이 탕 열린것은 그 순간이였다. 문가에 한 처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발을 동동 구르며 부르짖었다.

《살려줘요!―》

뽀얀 비발속이였지만 렴진욱은 그가 리춘애임을 알아보고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채광의 저 처녀가 난데없이 방수직장 굴착기에는 왜 올랐단 말인가?… 하지만 그 사유가 급한건 아니였다.

사람들속에서 아우성이 일어나고 재빠른 두사람이 통나무를 타고 굴착기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처녀를 끌어내리려고 할 때 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춘애가 굴착기문설주를 부여잡고 앙버티며 소리친것이였다.

《싫어요! 굴착기를 버리면… 나도 죽을테야!》

《야, 버리긴 왜 버려? 물속에 잠겨도 꺼낸단 말이야. 너나 괜히 꼴깍하지 말구 내려!》

《그래도 안 내릴래, 누구든 조종해야잖아.》

처녀가 어찌나 필사적으로 버티였던지 두 사나이의 완력도 어쩌지 못했다. 그들은 나중에는 기가 막혔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내젓고말았다.

다행히 굴착기가 더이상 떠밀리지 않았다. 춘애가 미리 삽대를 떨구어 바가지로 지지해놓은것이였다. 그래서 저렇게 날아올랐었구나. 장한 처녀!… 렴진욱은 눈을 슴벅거렸다. 매번 채굴장에 들려보면 리춘애의 6호굴착기가 늘 새것처럼 번쩍거렸고 운전칸도 분통같이 깨끗하고 향기로왔다.

기실 굴착기란 사나이들도 다루기 베찬 물건이였다. 조종따위는 문제가 아니였다. 자그마한 고장이라도 생기면 수백㎏ 지어 몇t짜리 쇠덩이를 뜯고 들어올리고 맞추는 역사질이 간단치 않은게 문제였다. 그리하여 몇번 슬그머니 직무를 옮기지 않겠느냐고 권고해보았었는데 춘애는 매양 한대답이였다.

《사람들이 날 변덕쟁이라고 욕할거예요.》

그것이 렴진욱에게는 더 마음에 들었다. 위훈을 세우겠다든가 하다못해 이젠 재미들었다든가 했다면 가식을 느꼈을것이다.

마침 기중기차가 물탕을 휘뿌리며 달려왔다. 그뒤로 대형불도젤도 뚱깃거리며 나타났다.

《쇠바줄!》

렴진욱이 구령쳤다. 굴착기에 쇠바줄을 걸어야 기중기차가 권양고리를 물어올리고 불도젤도 끌어당길수 있는것이다. 그런데 렴진욱의 손이 쇠바줄에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날쌔게 가로챘다.

《젊은것들이 있잖습니까, 지휘나 하십시오.》

배오철이였다. 언제봐야 두드러지게 나설줄 아는 젊은이, 지난 겨울 딸기봉에서 그것때문에 모욕을 주기는 했지만 어쩌면 타고난 순수한 승벽심인지 뉘 알랴.

어느사이 배오철은 쇠바줄을 허리에 감고 사람들의 찬사와 념려의 충고속에 사품치는 강물속으로 뛰여들었다. 통나무를 탄 두사람이 함께 그를 조력했다.

그다음부터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였다. 누구에게나 춘애가 한사코 굴착기를 내리지 않은 리유가 명백해졌다. 기중기차가 물고 불도젤이 당기느라 사뭇 기울떡거리는 굴착기를 처녀가 제때에 삽대를 조절하고 판사슬바퀴를 이리저리 돌려 넘어지지 않게 유지해낸것이였다.

드디여 굴착기가 도로우에 안전하게 옮겨졌을 때 선참 춘애를 안아내리며 어른스럽게 핀잔한것은 역시 배오철이였다.

《새벽교대를 했으면 왜 쉬지 않아? 그게 더 성과를 내는 일이라는것쯤은 알아야지. 더구나 남의 굴착기에 매달려 장난질하는건 애들이나 하는짓이야!》

춘애는 흥! 하고 코방귀를 뀌며 입을 비쭉해보였다.

《방수직장하고 경험교환하는것도 장난질이야? 3대혁명붉은기를 우리만 탈순 없잖아. 그렇지요, 경철오빠?》

그러고보니 통나무를 탔던 한사람이 도끼날같은 코날을 가진 주경철이였다. 그가 춘애와 함께 굴착기를 조종했던것이다. 배오철의 얼굴이 금시 시무룩해졌다.

《이건 그저 경철오빠, 경철오빠… 쳇!》

《아유― 질투하네, 나같은 어린애를 두고.》

춘애가 드러내놓고 깔깔거렸다. 느물거리며 그들의 말다툼을 지켜보고있던 사람들도 껄껄 웃어댔다.

전주석이 뜨거운 우유를 한통 싣고 달려온것은 그때였다. 그는 추워서 입술이 시퍼래진 배오철이와 그곁의 사람들에게 우유를 마시도록 통채로 떠맡긴 다음 렴진욱곁으로 다가왔다.

《이제라도 사람들을 동원하여 제방우에 흙가마니를 덧쌓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은근히 속내를 타진하는 물음이였다. 렴진욱은 방수제방을 물어뜯으며 넘실거리는 강물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비는 잠시 멎는듯 하더니 다시 창살같이 퍼부으며 수면우에 뽀얀 물안개를 일으키고있었다. 하지만 압록강이 그이상 불어나지 않는다는것을 렴진욱은 알고있었다. 강중류쪽의 발전소언제높이까지 물이 찼을 때가 바로 지금의 만수위인것이였다. 그이상은 언제를 넘어 쏟아져버리기때문에 상류에서 아무리 큰물이 내리밀려도 지금의 방수제방높이를 넘어서지 않는다. 다만 비가 멎지 않으면 방수벽이 오랜 시간동안 큰 수압을 받는것이 문제인것이다. 렴진욱이 리정우와 청주를 데리고 진행한 콤퓨터모의실험결과에 의하면 그런 만수위의 수압이 련속 1년을 끌어도 방수벽은 끄떡없는것으로 나왔었다.

전주석도 그 모든것을 다 알고있었다. 그러면서도 자못 맹렬하게 쏟아지는 비발앞에 남들의 《주장》이라는것을 심사숙고해본듯 했다. 그는 렴진욱의 침묵을 동요로 느꼈는지 재차 떠보았다.

《채굴장이 미타하다고 겁내는건 아니시오?》

이번에도 렴진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주석은 그만 무안해진듯 허거프게 웃었다.

《내가 김지택부기사장의 상소에 감염되지 않았나 노여워하는것 같은데… 난 오히려 지배인동무를 걱정하고있습니다. 그가 아침에 나한테 와서 울먹거리며 해대더군요. 당장 제방을 보강하지 않으면 중앙에 공식 상소장을 띄우겠다고 말입니다. 그가 사표를 낸걸 알고있을테지요?》

《그걸 받아들일 생각입니까?》

《지배인동문?…》

렴진욱은 부지중 빙긋 웃었다. 김지택이 기술과 기사들을 모여놓고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서였다. 채광설계원을 닥달하다 못해 김지택은 이렇게 따졌다고 한다.

《동무, 수준이라는 단어의 〈수〉자가 뭔지 아오?》

《그거야 물 수…》

《아니야, 머리 수자야! 동무같이 사색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써야 수준이 올라간다는걸 깨우치려구 머리 수자로 바뀌였단 말이야. 손과 머린 일생 써도 닳아먹지 않아.》

그가 사업을 놓고 늘 사색한다는것은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 사색이 새로운 과학기술이라는 생신한 《수혈》을 받지 못하고있기때문에 그 자신이 로후해져서 물 수자의 《수준》으로 퇴화되기 시작한것이였다. 그렇다면?…

《아니요!》 렴진욱은 자신에게 반발하듯 머리를 힘껏 흔들었다.

《난 그의 사표를 못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만큼 광산을 사랑하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경험많은 일군은 드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쓰겁게 웃으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의 상소가 다 그른건 아니였습니다. 보는것처럼 방수제방이 패이지 않습니까. 그것때문에 무너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보강대책을 취합시다. 방수직장을 전부 돌려 제방에 장석을 든든히 입히자는겁니다. 앞으로 두번다시 손대는 일이 없도록!》

《그래야지, 그러면 나도 마음놓겠습니다.》

비로소 전주석의 얼굴에 화기가 도는듯 했다. 그러나 그가 김지택의 상소이야기를 공연히 꺼내지 않았다는것이 곧 밝혀졌다. 전주석이 능청스럽게 눈을 쪼프려보이며 뜻밖의 화제에로 넘어갔던것이다.

《거 라은선이라는 취사원말이요. 뭐 듣자니 지배인동무가 김지택부기사장에게 붙여줬다면서요?》

《?…》

《그렇다면 끝장을 보게 해야지요. 김지택동무를 떼지 않는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마음을 덥혀주는게 더 급선무지요. 내가 나설수도 있겠지만… 그가 지배인동무를 인간적으로 더 깊이 리해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도 난 그렇게 하는게 옳다고 봅니다.》

렴진욱은 잠자코 입술을 깨물었다. 정당한 지적이고 권고였다. 따져보면 김지택의 사표제출은 자기때문에 빚어진것과 같았다. 그러면서도 언제 한번 마주앉아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옳게 리해하도록 진지하게 충고해준 일도 없었었다. 언제면 바쁜 일감이나 성격에 빙자하지 않고 동지들과의 관계에서 허심하고 친밀한 인간적뉴대를 갖추어나가겠는가?

《제 꼭 그렇게 하지요.》

대답은 선뜻 했지만 렴진욱은 저으기 딱해났다. 사랑에로의 푸른 신호등을 어떻게 켜줘야 하는지 전혀 궁리가 나지 않았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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