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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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는 박치명에게도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쳐주고있었다. 국장이 성 부상으로 승진함으로써 그가 그 후임으로 지목되여 대리사업을 보게 된것이였다. 관록으로나 능력으로나 응당한 귀결이였다. 원래 국자체가 성의 기둥부서였으므로 그 국장이라면 장래의 상이라고 공인될 정도였다.
이것을 잘 알고있는 박치명은 본격적으로 자기 사업을 전개해나갔다. 국산하 광산들의 실태를 전면적으로 재료해하고 새 세기에 이루어야 할 높은 수준의 설비현대화와 생산활성화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한것이였다. 자기식의 뚜렷한 사업방식과 그로 하여 이루어지는 실적이 없다면 어찌 새 국장재목이라 할수 있으랴.
문제는 역시 자금이였다. 일부 광산들이 여전히 《고난의 행군》후유증으로 허리를 못 펴고있었다. 그런 대상의 일군들은 례외없이 정보산업시대에 맞게 높은 과학기술적실무능력과 혁신적안목, 완강한 투지와 전개력이 부족한 이른바 구식인물들이였다. 그것은 대담한 세대교체로 능히 해결할수 있는것이였다. 그러나 낡고 부족한 설비는 돈만이 풀어줄수 있다.
연하광산지배인 렴진욱과 함께 외국방문길에 올랐을 때의 박치명의 결론은 이렇게 내려져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연하광산에 제련설비를 일식으로 갖춤으로써 그 생산물을 팔아 많은 돈을 번다는 목표에 거의 운명을 걸다싶이 했었다. 하여 대방의 굴욕적인 요구에 치를 떨면서도 장래를 생각하여 감수할 결심이였었다.
그런데 렴진욱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칠줄은… 그날 외투도 걸치지 않고 서리찬 모래폭풍속에 뛰쳐나간 박치명은 인간적배신을 당한듯 한 울분에 몸부림쳤다. 원칙적선에서는 그가 물론 옳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성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움직이는 추진기의 역할을 하지 않을수 없는 오랜 벗이자 형님같은 자기의 고충을 알은체도 않고 정치적감투를 들씌우는 렴진욱이 그지없이 노여웠다. 초보적인 의리나 의협심조차 보여줄줄 모르는 막대기같은 인간!…
추위에 온몸이 가드라들고 지쳐서 겨우 려관으로 돌아왔을 때에야 박치명은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론거 하나를 찾아낼수 있었다. 렴진욱이 지방의 자그마한 광산을 책임지고 살다보니 나라전반을 굽어보는 큰눈을 가질수 없다는, 대범하게 사색하고 담대하게 결심할 능력이 결여될수밖에 없다는 너그러운 리해였다. 또 연하광산의 정광을 아무리 퍼주어도 제련소까지는 끌어들일수 없으므로 애초의 구상을 포기하지 않을수도 없었다.
우연한 한 기회가 박치명을 궁지에서 건져주었다. 그 나라주재 우리 대사관에 있는 신간과학기술번역자료를 뒤지다가 지금 세계적으로 몇몇 희유금속의 수요가 굉장하며 그 값도 엄청나다는것을 알아낸것이였다. 대뜸 머리속에서 맹렬한 타산의 수판알이 튕겨졌다. 자료에 언급된 희유금속들로 말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너무도 극소품위매장지여서 현존기술수준과 설비로는 개발이 힘들기때문에 버려두다싶이 하고있는것들이였다. 바로 이런 희유금속매장지 몇개를 외국과의 합영대상으로 정한다면? 그 유혹에 못견디여 외국것들이 제꺽 돈주머니를 풀어 투자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그 자금으로 성산하 광산들의 설비현대화를 제꺽 실현할수 있을것이다!
물론 그것도 엄밀한 의미에서 일종의 자원수출이 아닐수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막돌처럼 굴릴바에야 당장 돈으로 전환시킨다면 국가적리익의 견지에서도 합당한 조치가 아니겠는가.
귀국하기 바쁘게 박치명은 즉시 작전을 폈다. 예측대로 대방들에서는 즉시 흥미를 보이며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면담은 순조롭게 진행되여나갔다. 현지를 밟아보고 만족해서 당장 돈을 투자하겠다고 조바심치는 축도 있었다.
《안돼, 가능한껏 구미를 바싹 돋구면서 시간을 끌어야 해. 그래야 우리가 바라는 수량의 자금을 뜯어낼수 있소.》
이미 외국에 나가 쓴맛을 본바 있는 박치명은 우리 측 면담자들에게 이런 말로 오금을 박으면서 투자가들의 초조감을 더욱 자극시켜나갔다. 이제 한번만, 한번만 더 채면!…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성당에서 현지에 나가있는 그를 찾았다. 박치명은 불안해졌다. 자기의 합영계획을 두고 추궁하지 않을가 하는 예감때문이였다. 원래 성당에 보고한 계획에 의하면 희유금속매장지에 직접 제련소까지 차려놓고 제품화한 다음 국제적기준값으로 넘기기로 되여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우선 엄청난 기일이 요구되여 성산하 광산들의 설비현대화가 무한정 지연될수 있었다. 박치명은 그것을 원치 않았다. 자기의 사업능력을 보여주자면 당장 그 모든것이 이루어져야 하는것이다. 그래서 선광설비만 먼저 차려놓고 정광수출부터 실현하고 보자는 타협책을 강구한것이였다. 그렇게 돈을 뽑으면서 차차 제련소도 들여오면 별로 문제될것도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와 마주앉은 성당책임일군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질문부터 튀여나왔다.
《제련소에서 공식 항의가 들어왔소. 무슨 문제인지 짐작이 가오?》
연하광산때문이구나.… 박치명은 대뜸 깨달았다. 여태까지 제련소는 연하광산의 정광이 규소품위가 높다고 줄곧 불만을 표시해왔었다. 정광중의 금속과 규소는 녹음온도가 서로 다르다. 즉 규소가 몇백도나 더 높은 온도에서 녹는것이다. 이 차이를 리용하여 순수한 금속만 뽑아내는데 그래도 규소가 녹기 직전의 엉킴상태로 되는것은 어쩔수 없는 현상이였다. 그러므로 정광중의 규소품위가 높아지면 그만큼 로벽에 엉키는 량이 많아져 반년도 못가서 로를 세우고 대보수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다. 항의정도라면 최근에 그 규소품위가 더 높아졌다는것을 의미한다. 모를 일이였다. 얼마전 렴진욱은 방수벽을 깎아먹기로 결심했다고 보고해오지 않았는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머리칼이 오싹 곤두서는 박치명이였다. 광산을 망쳐먹는 해독행위이기때문이였다. 거의 결속단계에 들어선 합영면담만 아니였다면 열두번도 더 달려내려갔을 그였다. 그것은 어쨌든 방수벽을 깎아먹는다면 규소품위가 대폭 낮아졌을텐데 왜?…
《잘 아누만.》 성당책임일군이 언짢게 말했다. 《그렇다면 똑똑히 해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게 아니요? 요즘 부국장동무가 헛눈을 파는것 같아? 연하광산당위원회에서도 그런 의견을 제기해왔소. 나라의 자원을 파는 합영으로만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그 립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요. 지금 추진하는 면담도 그런 방향으로 수정했다면서? 왜 보고하지 않고있소?》
《저… 원칙적으로는 제품화이기때문에… 단지 두단계로 꺾어 추진하는것이… 아직은 그것도 결정된것은 아닙니다.》
《그 두단계라는 공간에 문제가 있단 말이요!》
박치명은 와짝 진땀이 내돋았다. 예감했던 추궁이 날카로운 해부에로 강도높게 번져진것이였다. 울분도 끓었다. 광산당위원회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해왔다는 말이 특별히 아팠다. 필경 그뒤에서 조종한것은 렴진욱일것이다. 외국에서부터 자원을 파는 합영을 얼마나 규탄했었던가. 그래도 자기는 쓴 약이지만 곱게 먹고 새기지 않았던가. 진욱이, 그러니까 우리의 우정을 끝내 깨자는거지?…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굴뚝처럼 치밀면서 지금껏 좋게 리해하고 넘어갔던 혼사거절도 새로운 의미로 분석되기 시작했다.
아들은 김형직사범대학을 나왔으나 왕청같이 회사에 입직하여 흔들거리며 지내더니 무슨 물자인가를 잘못 접수하여 많은 손해를 보게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외아들로 자라면서 호강속에 무분별해진 결과였다.
천둥같이 화가 난 박치명은 당장 아들을 꿇어앉혔다.
《당장 네 전문으로 돌아가거라. 손실은 어떻게든 메꿔주겠다. 대신 넌 장가를 들어야 한다. 알겠니?》
죄진 처지라 뻐꾹소리 한마디 못할줄 알았던 아들이 그래도 궁금한지 슬쩍 물었다.
《어떤 녀자인데요?》
《평양에 뭐 처녀가 없는건 아니다만 너의 그 찌그러진 눈으로 고를 녀자가 변변할리도 만무하고… 그래서 난 렴지배인의 딸 정옥이를 점찍어놓았다. 그 애라면 네 머리를 바로잡아 착실한 인간으로 다듬어내세울수 있을게다.》
렴진욱의 강직하고 깨끗한 인간됨을 신뢰해온 그였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대학시절에 자주 만나본 정옥이 역시 사치를 추구하는 경박스러움이란 전혀 없었고 대바르면서도 참했다. 애초부터 광부집 자녀들의 굳세고 깨끗한 성품을 늘 감탄속에 공경해온 그이기도 했다. 게다가 정옥은 좋은 직업에 드물게 아름다운 처녀였다.
아들은 자못 뜻밖인듯 입을 딱 벌렸다.
《정옥이야 내 친동생이나 다름없는데…》
《그게 어쨌다는거냐? 서로 파악도 있으니 더 좋은거지.》
《그래도…》
《잔말 말아. 네겐 이젠 뭔가 선택할 권리가 없어. 그 권리를 행사하려거든 집을 나가거라!》
그 마지막말이야말로 아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선고였다. 아들은 잔뜩 골살을 찡그리고 입술을 몇번 움쭉거리기는 했으나 감히 더이상 반박이나 하소연을 늘어놓지 못했다.
그런데… 평양출가라면 황공해마지 않을줄 안 정옥이 당자가 오히려 제편에서 그것을 거절해버림으로써 박치명을 아연케 하고 아들앞에서도 딱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아들이 저지른 손실도 쉬이 메꿀수 없었다. 너무 엄청난 값어치였기때문이였다. 그것은 아들의 장래를 위협하는 암과도 같았다.
그럴즈음 천만다행으로 평양에 출장왔던 연하광산의 김현길실장이 구원의 손을 뻗쳐주었다. 하루이틀 어디론가 분주히 돌아치더니 아들이 잘못 끌어들인 물자를 여러 지방산업공장들에 분배하여 질좋은 제품들로 전환시킬 수속을 제꺽 해치운것이였다. 그것이 완전히 실현되면 손해몫을 기본적으로 보충할수 있었다. 박치명은 너무 놀라와 입부터 딱 벌렸다. 수완과 솜씨, 경제적타산모두가 아주 기발했던것이다. 그때 김현길은 이런 겸손한 말을 했다.
《거기에 무슨 비결이랄게 있겠습니까. 제 선배이자 은사나 같은 부국장동지를 돕자니 머리도 쓰게 된거지요. 뭐 제 처지가 아들같이 된다면 부국장동진 외면하겠습니까?》
《그래, 옳네. 정말 고맙네.》
그 고마움이란 눈물이 쑥 나올 정도였다. 한편 이런 수완가, 활동가를 자기밑에 두고싶은 욕심도 굴뚝같이 솟았다. 일정한 능력도 있는 선광기술자여서 국산하 광산들의 생산지도쯤은 걸릴게 없겠다, 대상기관들과의 사업도 아들의 물자처리같이 해제낀다면 자기의 오른팔은 몰라도 충실한 다리역할은 문제없을것이다!… 그렇게 되여 신세갚음 겸 김현길을 국에 끌어올리려는 계획이 세워졌다.
그런데 렴진욱이 제동을 걸었는지 아직까지 김현길의 문건은 올라올줄 몰랐다.…
한바탕 땀을 뽑고서야 성당을 나온 박치명은 곧장 연하광산에 전화를 걸었다. 렴진욱을 닥달질할 잡도리였다. 그러나 당자는 부재중이였다. 살림집건설용나무를 하러 산에 들어갔다는것이였다.
박치명은 노기가 끓어올랐다. 제련소의 항의까지 받게끔 생산을 그 꼴로 만들어놓고도 뭐 살림집건설? 광부들을 믿는다 어쩐다 희떠운 소리를 하더니 인기주의를 해보려는가?
성당책임일군의 추궁도 있었고 방수벽채굴을 당장 중지시켜야 할 촉박감도 있어 박치명은 그밤으로 길을 떠나 이튿날 오후에는 벌써 광산에 가닿았다. 렴진욱의 모험을 저지시킴으로써 성적으로 특출하게 생산능률을 올리고있는 광산을 무조건 지켜내야 했던것이다.
박치명은 승용차를 내리자마자 대뜸 자기의 실수를 깨달았다. 평양처럼 생각하고 간편한 구두를 신고 왔었는데 양말속으로 슴새여들어오는 랭기가 금시 온몸에 소름을 불러왔다. 대낮임에도 코끝까지 얼얼했다. 렴진욱의 맵짠 성미가 이런 지겨운 겨울추위속에서 형성된것은 아닌지?… 절로 당치 않은 생각까지 떠올랐다.
스스로에게 부아가 치밀었으나 광산의 전경은 눈이 떼꾼해질 정도로 몹시 변했다. 무엇보다 선광장밑 한 구역에 우뚝우뚝 솟은 새살림집마을이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산간벽지에서는 대단히 희귀한 형식의 멋진 살림집들이였다. 생산건물들도 여러동이나 새로 개건되여있었다. 우렁찬 동음을 터뜨리는 마광기소리로도 배로 불어난 생산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선광계통이 확장되였음을 알수 있었다.
허― 일을 꽤 많이 했군!… 부득불 박치명은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름지기 이 모든 변화자료가 국에 다 통보되였을테지만 자기가 다른 일에 골몰하다나니 전혀 몰랐었다는 부끄러움도 들었다.
유독 3선광장뒤에 난데없는 보이라가 일떠서고있는것만은 의아쩍었다. 마침 지나가는 한 처녀에게 물으니 무슨 가열법에 의한 분리부선공정이라는 대답이였다.
《…저 계통만 완공되면 많은 여유자금이 생긴답니다. 우리 지배인동진 그걸로 설비들도 다 현대화하고 살림집도 본때있게 짓는다고 했어요.》
살림집건설이라는 소리에 박치명은 이발이 쏠 때처럼 미간이 찡그려졌다. 살림집을 건설하면 눈앞에 펼쳐진 저 새 마을처럼 좋을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지금 국산하의 적지 않은 광산들이 헐떡거리는 판에 그런 여유자금이 있으면 그쪽에 지원해주어 생산을 추켜세울수도 있지 않겠는가. 무서운 본위주의자!… 이번에도 전혀 당치 않은 비난이 뇌리를 긁었다.
시려드는 발을 구르며 청사에 들어서던 박치명은 현관입구에서 김지택부기사장과 맞다들었다. 왜서인지 김지택은 두눈이 우엉하게 꺼져들어간데다가 얼굴살갗도 예전보다 훨씬 꺼무스레해보였다. 무슨 속병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었지만 이렇게까지 초췌해진것으로 미루어서는 단단히 탈난게 분명했다.
《어― 왜 그 모양이 됐소, 응?》
그가 측은해서 묻자 김지택은 인사할 생각도 못하고 볼멘 소리부터 내질렀다.
《내가 요즘 잠이나 제대로 자는줄 아시우? 광산이 망하게 될 판에.》
《그건 무슨 소리요?》
짐작은 되였으나 되묻지 않을수 없었다. 예상대로 김지택은 제 가슴부터 두드리며 하소연을 터뜨렸다.
《그러잖아두 내 성에 신소할 참이였는데 잘 내려오셨수다. 지배인과 기사장이 지금 방수벽을 사정없이 헐어먹구있수다, 방수벽을!》
바로 그 문제때문에 내려온 박치명이였으나 현지일군의 통탄을 듣고나니 그 위험성이 갑절 실감되여 머리칼마저 쭈볏 곤두섰다.
《산에 갔다는 지배인은 아직도 안 내려왔겠지?… 현장에 가보자구!》
그가 성칼지게 소리쳤다. 승용차는 김지택까지 걷어싣고 질풍같이 채굴장으로 내달려갔다.
사태는 예상을 훨씬 초월했다. 저품위와의 비률을 맞추느라고 조금씩 뜯어먹는것으로 알았었는데 렴진욱은 어벌이 크게 방수를 위하여 남겨두었던 안전벽을 3분의 1가량이나 뭉청 잘라치웠던것이다. 박치명은 아찔하게 깎이운 방수벽이 금시 눈앞으로 기우뚱하니 넘어지는것 같은 환각에 심장마저 얼어들었다. 그런데도 그 방수벽밑바닥 여기저기에는 새로 뚫는 소갱아구리들이 입들을 쩍 벌리고있었다.
눈이 뒤집힐 지경이였다. 광산이 생긴 이래 안전상 제일 중시해온것이 강과 면한쪽의 채굴단면이였다. 갱정이 깊어짐에 따라 강바닥보다 수십메터나 더 내려파먹었기때문에 발파진동으로 그 채굴단면― 방수벽에 여하한 실금이라도 생기면 거대한 수압의 영향으로 물은 걷잡을수없이 채굴장을 삼켜버릴수 있다. 그때에는 새 채굴장을 만들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광산개발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품과 다름없다.
박치명은 귀따가운 압축기소리를 짓누르며 노성을 터뜨렸다.
《당장 중지시키오, 당장! 기사장은 어디 갔소? 광산이 왜 이렇게 엉망이 돼가는가, 엉?》
《흥, 그 사람들의 쇠고집을 누가 꺾겠수?》
김지택이 드러내놓고 코방귀를 뀌였다. 그것이 박치명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성의 지시인데도? 그런 무정부주의를 허용하면 진짜 광산이 망하는거야!》
불쑥 김지택이 박치명의 외투앞섶을 부여잡았다. 우엉하게 패인 그의 눈에서 납물같은것이 끓어올랐다.
《바로잡아주시우!》하고 그가 꺽꺽거리며 부르짖었다. 《그 사람들은… 제 한대나 해먹구 실적을 올려 평가받군 광산을 버리자는거요. 래일이야 어찌 되든!… 난 속이 까매서 앓구싶어두… 못 앓겠수다.》
노죽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기실 진심으로 광산의 운명을 걱정하는 눈물겨운 호소였다. 이 순간 박치명은 김지택을 기사장으로 천거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것이 진정 후회되였다. 늙은 소야말로 길을 옳게 가려내는 법이 아니겠는가!… 한편 께름직한 대조도 들었다. 김지택은 기사장대리를 보았었으나 그 자리에는 앉지 못했다. 지금 자기 역시 국장대리사업을 하는데 연하광산의 이 무서운 사태를 바로잡지 못하면 국장은커녕 부국장자리조차 부지해내지 못할것이다.
방정맞은 그 생각을 털어버리려고 애쓰며 박치명은 짐짓 위엄있게 호령했다.
《동무가 당장 중지시키오. 이건… 국장명령이요, 알겠소?》
정작 기사장이 있다는 선광장으로 다시 차를 짓쳐몰면서 박치명은 자기 혀바닥이 저주스러워났다. 너무 입빠르게 《국장》소리를 끄집어낸게 아닐가? 앞질러 장담하면 일이 튄다는데?… 이것 역시 넌접스러운 생각이였다. 박치명은 애꿎은 길에 대고 화를 냈다.
《길바닥은 왜 이리 미끄러워? 젠장!》
선광장마당에는 리정우기사장대신 난데없는 김현길이 발을 구르며 기다리고있었다.
《먼길에 오시기 고생하셨겠습니다.》
벙글거리며 굽석 인사하는 김현길의 얼굴에는 한없는 공경의 빛이 함뿍 실려있었다. 자기가 온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정보도 빨랐다. 하긴 담당부국장의 료해지도를 광산이 무심하게 받아들인다면 무슨 권위가 서겠는가.
박치명은 불쑥 떠오른 생각에 골살을 찡그렸다.
《동문 어떻게 일했길래 광산간부들의 눈밖에 났나? 국에 소환해서 쓰기가 왜 그렇게 힘든가 말이야?》
김현길의 둥실한 얼굴이 당장 울상이 되였다.
《이거… 전 가운데 끼워 애매한 피해만 봅니다.》
《그건 무슨 소린가?》
《글쎄 병근령감을 또 끌어들였는데 그가 저농도부선이라는 도깨비짓을 벌려놨단 말입니다.》
《저농도부선?》
번개치듯 련상되는것이 있었다. 선광조업에서 고농도부선이란 공리와 같은것이였다. 광액의 농도를 높이면 그만큼 정광이 많이 거두어질것은 자명하기때문이였다. 조업이란 실수률제고가 목적자체이다. 그런데 저농도라면 그 반대, 즉 실수률의 저하를 목적하는것으로 된다. 물론 류병근이 그렇게 암둔하거나 불순한 목적에서 일을 벌리지는 않았을것이다. 저농도부선에서는 미광에 섞여나가는 정광량이 줄어들기때문에 재부선계통도 줄일수 있다는 우점이 있는것이다. 하지만 바로 재부선을 하지 않기때문에 규소품위가 높아져 제련소의 항의까지 받게 된 사태가 빚어진것이 아니겠는가.
《그걸 지배인도 알고있나?》
《모를리 있습니까?》 김현길이 볼을 불구며 투덜거렸다. 《오히려 쌍수를 들어 밀어주었는걸요. 난 그걸 반대했다가 오히려 눈밖에 났습니다. 사실 우리 광산의 고농도부선조업법이야 부국장동지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걸 받아들인 안정된 조업법이 아닙니까.》
마감말은 어딘가 아첨이 느껴져 불쾌했다. 그러나 채광이고 선광이고 다 비뚤어지게 만들어버린 렴진욱의 처사에 분개해난 박치명의 관자노리에서는 당장 피줄이 터질듯 풀떡거렸다.
《이렇게까지 망태기를 치다니, 이렇게까지!》
그 《망태기를 친자》들의 목덜미라도 끄당겨 잡을 기세로 마광장의 육중한 철대문을 열던 그는 뒤따르려는 김현길에게 엄하게 말했다.
《이봐, 동문 거기에 개의치 말고 지금까지 해온 고농도부선법을 정리해서 발명권수속을 하라구. 그다음은 내가 다 맡아 소환할테니, 알겠나?》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정말 고맙습니다!》
박치명은 허리 부러지게 인사하는 김현길에게 또다시 불쾌감이 치밀었으나 그대로 마광장에 들어섰다. 그 안쪽 어디에 리정우가 페기된 마광기를 재생하는 전투를 지휘하고있을것이다. 와릉거리는 마광기소리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안돼, 방수벽을 허물고 실수률을 고의적으로 저하시키는 저농도부선을 감싸주고… 이런 도깨비들에게 그대로 광산을 떠맡겨둘수는 없어.
박치명은 렴진욱과 리정우를 제껴놓고 당분간 자기가 광산운영을 틀어쥠으로써 모든것을 바로잡을 결심이였다. 그 결과는 성을 만족시켜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