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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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세상 한끝같은 먼 북방오지에 자리잡은 연하광산은 그 남쪽에 우뚝 솟은 험준한 연남령때문에 철도역과도 꽤 멀리 갈라져있었다. 하여 연하사람들은 자기들을 어떤 《문명세계》와 차단시키려든것 같은 그 령을 저주할 때가 많았다. 물론 광산개발초기와는 달라서 달구지나 겨우 넘나들던 령길이 대형화물차도 어길만치 확장되기는 했으나 문앞에서 철도신세를 지지 못하는 불편은 불편대로 남아있었던것이다.
운전사들만은 드문히 횡재를 했다. 령을 꽉 뒤덮은 숲속에서 때없이 노루며 산토끼들이 튀여나왔다가 어쩔사이없이 바퀴밑에 깔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였다. 실은 그것도 과연 깊은 산골은 산골이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느낌을 더 강조해주는 현상이였다.
그럼에도 이 고장에서는 연남령을 《환갑고개》라는 토색짙은 애칭으로 불렀다. 주봉을 포함하여 그 량쪽 협곡을 따라 우불구불 경사져내린 령길 연장거리가 신통히 오르면서 60리, 내리면서 60리라는데서 형상적으로 붙인 이름이였다.
전설에서 유래되였다는 설도 있었다. 즉 조선봉건왕조말엽엔가 한 새파란 젊은이가 가난한 살림에 장가밑천을 못 마련하여 약초캐기에 나섰다가 연남령기슭에서 산삼밭을 만났는데 그만 돈버는 재미에 신부될 처녀마저 까맣게 잊고 산삼을 캐고 또 캐면서 령마루까지 오르고보니 그만 수염발 허연 로인이 되고말았다는것이였다. 그래서인지 연남령에는 갖가지 진귀한 약초들이 풍성하건만 유독 산삼만은 한뿌리도 발견못했다는것이 이 고장 사람들의 증언이였다. 그것은 해발 천여메터를 헤아리는 령의 거대한 웅자를 상상할수 있게 하는 실례이기도 했다.
초저녁에 기차에서 내린 렴진욱일행은 승용차를 타고 거의 두시간을 달려서야 연남령을 넘어 광산초입인 곱장고개길에 들어섰다. 별빛 한점없이 흐린 무더운 밤이였다. 들까부는 차의 좌석등받이에 쓸려 그의 잔등은 땀으로 척척해졌다. 어쩌면 마음을 짓누르는 책임감의 중압이 겉으로 끈적끈적 돋아나온것인지도 몰랐다. 20여년세월 넋을 묻고 땀을 아낌없이 뿌려 일떠세워온 사연도 많은 광산에 그는 지금 지배인으로 임명받고 돌아오는것이였다.
광산운영이 정상이였다면, 그리하여 포부와 의욕으로 심신이 불타는 길이였다면!… 렴진욱의 입에서는 절로 무거운 한숨이 뿜어나왔다.
그찰나 운전사가 갑자기 놀랜 소리를 질렀다.
《저게 뭡니까?》
눈정기를 모은 렴진욱은 이름 그대로 꼬부장한 곱장고개 한모퉁이에서 어떤 희끗한 사람형체가 전조등빛에 피끗 드러나는것을 보았다. 자그마한 몸매의 녀자였다. 무엇때문인지 그 녀인은 인적없는 길섶에 홀로 쪼그리고 앉은채 얼굴을 싸쥐고있었다. 길을 가다가 지쳐 잠든것인지 혹은 울고있는것인지… 사택지구까지 아직 십리길이나 되는 곳이여서 그 모습이 한층 수상쩍었다.
《차를 세우오!》
승용차가 코앞에서 지치며 멎어섰을 때에야 그 녀인은 화닥닥 놀라 튕겨일어났다. 렴진욱은 꿈틀눈섭을 치켜올렸다. 뜻밖에도 선광실험실실험공 옥수금이였다. 딸 정옥이와 중학동창이여서 아무때나 자기 집에 허물없이 드나드는, 좀 새침하나 똑똑하여 그 역시 각별히 대해주는 처녀였다.
렴진욱은 차문을 열어제꼈다.
《무슨 일이냐? 여긴 뭘하러 나왔어?》
《아이, 기사장동지신걸!》
처녀는 전조등역광속에서 황황히 눈굽을 훔치며 인사했다. 역시 울고있은것이 분명했다.
《허, 도깨비에게 홀린게 아니냐? 타거라.》
《안요, 전… 좀더 있다가 가겠어요.》
《?…》
《사실은 은별언니를 바래주러 나왔다가…》
마지막말은 느닷없이 북받친듯 한 흐느낌속에 잦아들고말았다. 다음순간 처녀는 항변이라도 하듯 차앞으로 한발 왈칵 다가들었다.
《사람들이 어쩜 이럴수 있어요? 어떻게… 어떻게 우리 광산을 버리고 떠날수 있나 말예요, 예? 전 리해가 안돼요, 리해가!…》
렴진욱은 날아오는 발파돌에 가슴을 후려맞은듯 했다. 《우리 광산을 버리고 떠난다!》… 멍멍한 고막속으로 주절거리는 물소리가 실낱같이 들려온것은 잠시후였다. 머리우를 가로질러간 선광장미광수채가 내는 소리였다. 렴진욱은 어렵지 않게 지금 두대의 마광기가 힘겹게 돌고있다는것을 알았다. 다섯대중에서 겨우 두대!… 그렇게 광산은 《고난의 행군》시기 생산을 멈추지 않으려고 갱신주기가 훨씬 지나간 설비들을 갈고 쓸고 때여붙이며 혹사시키지 않을수 없었다. 광산설비를 생산보장해야 할 련관기업소들이 부족되는 자재사정으로 생산자체를 거의 중단하다싶이 했기때문이였다. 그렇다고 기계공장도 아닌 광산이 집채같은 마광기며 파쇄기 같은것을 만들어낼수는 없었다. 전기사정 또한 극히 긴장하여 로천채굴장의 겨우 살아있는 굴착기며 압축기, 물뽐프들조차 자주 가동을 멈추어야 했다. 그러므로 마광기 두대라도 이쯤 돌려 생산을 중지하지 않고있는것은 기적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오죽했으면 두달전 실태료해를 내려왔던 채취공업성의 일군이 광산설비들을 돌아본 후 몹시 난감하여 한숨만 내불다가 이런 말을 남겼겠는가.
《어찌겠소.… 광산을 잘 보존만 해주오. 우리 성으로선 당장 새 설비를 보장할수 없어 그러오.》
뜻깊은 영광의 사적이 깃든 광산이므로 아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 일군으로서는 딱한 형편이라 궁여지책을 내놓은셈이지만 그때 렴진욱은 불쾌감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그래 우리 광부들이 고생하기가 좋아서 허리띠를 조이고 이를 악물며 기대를 돌려왔단 말인가? 생산을 못하는 광산, 허울만 번듯한 광산이 어떻게 당앞에서 떳떳할수 있겠는가.
이전 지배인 김호성이 물러난것은 그무렵이였다. 나이때문이라고 되여있지만 그가 렴진욱에게 죄스럽게 토설한 말은 전혀 다른것이였다.
《난 스스로 해임을 청했소. 애초부터 재목이 아니였지. 그저 선비노릇에나 알맞겠는지…》
《선비》운운은 비슷한 말이였다. 내성적인 성격에 학문에 열중하기를 몹시 즐기는 김호성이여서 모두들 어느 연구기관에 적을 두었더라면 크게 성공할 인재였다고 혀를 차는터였었다. 그래도 그가 뼈를 아끼지 않고 지배인임무에 충실했다는것은 누구나 인정하고있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지배인동지야 나라가 제일 어렵고 부족할 때 광산을 맡아 이끌어오지 않았습니까!》
렴진욱이 이렇게 반박하자 김호성은 힘없이 손을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어쨌든 부끄럽소. 광산을 이 꼴로 만들어서… 지금이야말로 기술뿐아니라 드센 손탁으로 광산을 꽉 거머쥐고 모험도 주저함이 없이 내닫는 무서운 배짱군형의 실천가가 필요한 때요. 내 우에다 기사장동무가 그런 사람이라고 보증했소. 광산을 맡아주오. 나처럼 현상유지나 겨우 하지 말고 우리 장군님께서 잘 아시는 광산, 그래서 그이께서 늘 믿고 내세워주실수 있을만 한 광산으로 때벗이를 시켜주오. 부탁이요!》
렴진욱은 침묵했다. 그의 제의가 그대로 자기의 지배인임명으로 이어지는것은 아니였다. 다만 광산형편이 누구든 한몸 주저없이 내던지더라도 결정적개진을 이루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으므로 만약 자기에게 당의 신임이 베풀어진다면 머리가 깨여져도 해낼 결심이였다. 특히 위대한 장군님께서 늘 믿고 내세워주실수 있을만 한 광산으로 일떠세워달라는 김호성의 마지막말은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렇다, 김호성은 바로 그런 자각으로 심신을 불태웠기에 《고난의 행군》이라는 류례없는 시련으로 련관단위들이 모두 주저앉았을 때에도 광산만은 죽이지 않고 힘겨웁게나마 제발로 걷게 유지해온것이였다. 그가 스스로 해임을 청한것은 바로 그이상의 원활한 광산으로 일떠세울 능력이 자기에게 없다는것을 의식한 당적량심의 발현이였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딸네 집에 가 얹혀살 생각도 해봤지만… 내 외국어실력이 그래도 광산에 계속 필요되지 않을가 하오. 내 본을 따라서 사람들이 광산을 뜨지 않을가 두렵기도 하고.》
《고맙습니다!》
그렇게 김호성은 남았다. 하지만 자기를 비롯한 일군들이 광산을 변혁시킬 결정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것으로 하여 옥수금이 바래주었다는 은별이처럼 실망을 느끼고 광산을 뜨는 사람이 나타난것이다.
렴진욱은 평양에서 한주일이나 지체한것이 후회되였다. 하루라도 더 빨리 내려왔더라면 그를 붙잡아둘수도 있지 않았을가?…
수금은 끝내 차에 타지 않았다. 모름지기 혼자 남아 분한 눈물을 마저 쏟으려는 모양이였다. 그것이 렴진욱의 마음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
《기특하군. 어떤 처녀인가?》
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을 때 지금껏 옆자리에서 자는듯 기척없던 채취공업성 박치명부국장이 넌지시 물었다. 그가 이번에 평양에서 수천리나 떨어져있는 이곳 연하광산으로 직접 내려오게 된데는 까닭이 있었다.
렴진욱은 당의 높은 정치적신임에 의하여 지배인으로 임명받자 기사장시절부터 궁리해보았던, 광산의 정광을 제련소로 운반하는 대형장거리삭도를 페기할 결심을 굳히고 즉시 성에 제기하였다. 그 페기로 나오는 몇가지 기대설비를 광산의 기본생산계통에 돌리고 정광은 자동차로 나르자는것이였다. 일종의 미봉책이였으나 당장은 달리할 도리가 없었다.
성에서는 처음 아연해하는 눈치였으나 사리정연한 렴진욱의 론거와 끈질긴 요구에 어쩔수 없었던지 담당부국장인 박치명을 현지에 파견하여 구체적으로 료해검토해본 후 결정하기로 락착지었다. 그렇게 되여 박치명은 렴진욱과 동행하게 된것이였다.
《옥준보로인의 손녀랍니다.》
《오, 〈자고로〉아바이한테 그런 손녀가 있었나? 매번 내려올 때마다 들려 인사하면서도 못봤구만. 참, 내 옥로인께 보약을 좀 구해왔소. 오래 살아계셔야 할분이 아니요.》
렴진욱은 지그시 어금이를 악물었다. 박치명의 말뜻과는 전혀 상반되는 의미의 아픔이 전신을 누빈것이였다.
옥준보란 늘 《자고로…》 하는 격언투로 이야기꼭지를 떼군 하는, 온 광산이 존경하는 90가까운 오랜 연하토배기였다. 광산이 개발되기 썩전 탐사현장을 몸소 찾아주신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직접 만나뵈온 광산의 자랑이자 그 산《력사》와도 같은 존재였기때문이였다. 그런 로인이 오래 살아계신다는것은 분명 좋은 일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 렴진욱은 로인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들려주군 하던 그 영광의 이야기가 되새겨져 사뭇 심장이 옥죄여들었다.
…어느해 가을, 나라의 최북단 연하땅에는 차거운 가을비가 부슬부슬 휘뿌려지고있었다.
그날 옥준보는 농장공구창고를 정리하다가 어글어글 영채도는 눈빛의 범상치 않은 젊은분을 맞이하게 되였다. 그분은 옥준보에게 깍듯이 인사하고나서 연하땅을 떠이고 솟은 저 연두봉에 묘한 전설이 있다는데 옥준보동지가 잘 안다기에 찾아왔다고, 좀 들려줄수 없는가고 청하시는것이였다.
《잘 알구말구요!》
산골농민을 정중히 동지라고 존대하여 불러주는 젊은분의 인품에 옥준보는 저으기 감동되고 흥도 났다. 하여 그는 손세까지 써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요새 사람들은 제 고장 전설두 통 귀에 새기려 하지 않소만 그걸 모르구서야 제 고향을 사랑해낼수 있나요. 저 연두봉이란 문자그대루 머리꼭대기에 못을 떠인 봉우리란 뜻이지요. 먼 태고적 화산이 분출한 분화구에 물이 고여 생긴 못이였다우. 거기로부터 우리 고장두 못아래 마을이래서 연하라구 불리웠구요. 연자가 달린 이름이 수태 많지요. 연상, 연남령, 연혜천 등등, 허허…》
이렇게 장황히 허두를 떼고서야 옥준보는 이야기를 끌어갔다.
…그때 그 고장에는 북방국경을 공고히 할 어명을 받은 고을원이 처음으로 부임되여왔는데 놈은 압록강녘에 보루를 쌓는다는 명색으로 수자리군사들은 물론 당시 몇 안되는 주민들인 정배살이군들이며 화전민들, 지어 숲속깊이 들어가있는 숯쟁이들까지 모두 끌어내여 원시림채벌에로 내몰았다. 그들에게 정해진 하루 원목생산량은 눈이 뒤집혀질 정도였다. 그것을 수행못하면 밤에도 산에서 내려올수 없었다. 그통에 매일같이 사람들이 허기져 쓰러지고 통나무에 치여 죽어갔다.
애초에 보루를 통나무로 쌓는다는것자체가 어불성설이였다. 수시로 이동하는 전투장의 림시목책도 아닌 대를 두고 지켜야 할 국경보루가 아닌가.
얼마후에야 사람들은 원놈이 찍어내린 원목을 팔아 제 돈주머니를 채운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놈은 그 돈으로 연두봉꼭대기의 경치 아름다운 못에 꽃배를 띄워놓고 기생들과 어울려 흥청망청 즐겨댔다.
사람들의 원성이 하늘에 사무치지 않을수 없었다. 하여 끝내는 옥황상제의 귀에까지 미쳤다. 옥황상제는 대노했다.
《자고로 군주나 량반의 지위는 그자신의 부가 아니라 자기들이 통치하는 백성들의 생명과 재보로 다져지고 옹위된다 했거늘 백성들이 헐벗고 생명을 잃어갈 때 저 원놈이 어찌 되는가를 당장 벼락벌로 보여주어라!》
령을 받은 벼락신이 즉시 무서운 불을 지상에 내려던졌다. 순간 연두봉이 쩍 갈라지면서 못이 땅속으로 잦아들어버렸다. 그통에 고을원도 꽃배와 함께 그속에 삼켜들고말았다.
《…이렇게 우리 고장의 하나밖에 없는 자랑이던 못이 없어졌지요. 아쉽지만 백성들은 원놈의 등쌀을 면한게 기뻐 덩실덩실 춤을 추었답니다. 헌데 기이한건 백성들의 그 아쉬움을 덜어주자구 했는지 그날부터 춥구 척박해서 사람못살 고장이라던 이 연하땅에 농구라고 부르는 야생추리가 사처에 싹터나와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는거웨다. 열매야 뭐 시큼한게 먹을 맛은 별루 없지만 그래두 이 고장 사람들에게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갖도록 만들어주기엔 족했지요.》
젊은분은 마지막까지 자못 진지하게 이야기를 다 들어준 다음 저으기 흥분되신듯 옥준보의 손을 힘껏 잡으시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저와 함께 위대한 수령님께로 가십시다. 수령님께서 그 전설을 들으시면 몹시 기뻐하실겁니다!》
《예? 이자… 어느분께로 가신다구요?!》
옥준보의 눈이 밥사발처럼 커졌다. 젊은분은 환하게 웃으시였다.
《수령님께서 지금 저 탐사현장에 나와계십니다!》
옥준보는 그만 자기 귀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우리 수령님께서 이 멀고도 먼 북방땅, 나라의 길마저 끝나는 연하에 오시다니, 그리고 내가 수령님앞에 나서게 되다니!… 젊은분의 손에 이끌려 허둥지둥 걸음을 옮기는 그의 심장은 금시 밖으로 튀여나올듯 쾅당거렸다. 꿈같은 행운이 자기를 향해 소리치며 마주오고있는것이였다. 이분이 혹시?!… 너무도 비상한, 그만큼 가슴터질듯 한 벅찬 추측이였다. 아니, 자신의 밭은 상상력으로는 숨막히도록 뻐근했다. 하지만 곰곰히 되새겨보면 우리 수령님의 존귀하신 영상을 그대로 우러른듯 한 황홀한 기분이 아니였던가!
그날 옥준보는 자기가 어버이수령님께 어떻게 인사를 올렸던지 또 어떻게 연두봉전설을 아뢰여드렸던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목메이는 격정속에 수령님의 어깨를 적시는 차거운 비방울이며 신발과 바지가랭이에 벌겋게 튀여오른 진흙물을 망막속에 눈물겹도록 새겼을뿐이였다.
기실 옥준보로서는 많은것을 모르고있었으니 그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나라를 사회주의공업국가로 일떠세우는데 절실히 요구되는 방대한 량의 금속수요를 충족시키시려고 당중앙위원회에서 력사적인 첫 사업을 시작하신 경애하는 장군님의 보좌를 받으시며 수천리길을 쉬임없이 달려오시였던것이다. 와보시니 탐사대형편은 말이 아니였다. 그들은 압록강 이웃지경에서 철광석을 캔다고 하여 주먹구구식으로 같은 철을 찾아 이곳저곳 마구 뚜져보고있었다. 우리 나라 지질형성의 장구한 력사와 그 특수성에 대한 완전한 몰리해였다.
마침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옥준보를 그이께 소개해드리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전설내용을 흥미있게 들으시고나서 몹시 반갑고 기쁘시여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벼락이라! 귀중한 단서요. 아주 귀중한 단서란 말이요. 전설이라는게 흔히 사람들이 자기들의 오랜 소원을 실제한 자연현상에다 그럴듯 하게 갖다붙여 구전하는것이니 진짜 굉장한 벼락이 못을 없앤게 틀림없소. 이 연두봉주위에 묻혀있는 어떤 큰 광체가 벼락을 끌어당겼을거란말이요. 내 옛기록을 보니 19세기초엽 이 부근 어디선가 왕궁에 진상하는 희귀한 금속패물을 주조한적이 있다고 했더구만. 그건 철이 아니라 유색금속이 나왔댔다는 소리요. 로두를 다 까먹고는 집어던졌을테지.》
《옳습니다, 수령님!》 젊으신 장군님께서 제꺽 말씀을 받으시였다.
《이젠 깊이 파보아야 합니다. 이곳은 중생대 중부유라기때의 심부파렬대선상으로서 지각의 률동운동으로 강 이웃지경은 솟아오르고 우리쪽은 꺼져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신기지층속에 광상이 형성되기때문에 이웃지경보다 더 깊은 곳에 광상이 있고 그 광체도 완전히 다른 종류일것입니다!》
《바로 그거요! 깊이 묻혀있어 보배인것이지 쉽게 손에 넣을수 있다면 그건 벌써 보배가 아니지.》
탐사대일군들이 심한 자책과 경탄에 싸여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우러르고있을 때 옥준보만은 눈굽이 쿡 쑤셔와 고개를 떨구었다. 한 산골토배기의 여담같은 이야기가 지각형성의 장구한 력사속을 유유히 헤염쳐나와 눈부신 보배로 빛을 뿌리게 만드시는 저 해박하고 명쾌한 과학적론거!… 어허, 연하땅이 축복을 받았구나, 아름찬 행운을 통채로 맞이할수 있게 되였구나!
행운의 그 시각은 오고야말았으니 몇해후 연하땅에서는 거대한 매장량을 가진 유색금속광체가 발견되였고 잇달아 광산개발의 첫 발파소리도 드높이 울렸다.…
렴진욱은 광산개발의 첫 돌격대장으로 이곳에 달려왔을 때 옥준보로인이 마중나오며 들려주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했다.
《…우리 장군님께선 그저 흥미거리로 스칠수 있는 전설에서 대뜸 이 연하땅의 금새를 환히 꿰뚫어보셨거던. 자고로 천기만 내다봐도 위인이라 했는데 그분께선 지하천척깊이까지도 속속들이 헤아리셨은즉 위인중의 위인이 아니시겠나. 아무렴, 보배야 깊은 곳에 숨어있는 법이지. 깊은 곳에!》
그렇게 거룩한 위인들의 신비의 손길에 떠받들려 신비의 보화를 뿜어올리던 신비의 땅― 연하광산을 책임졌건만 사람들은 이 땅을 버리고 떠나가고있다. 이 얼마나 무섭고 죄되는 일인가… 괴로움에 절로 울대뼈가 경련을 일으켰다.
《안돼!》 하고 렴진욱은 악문 이새로 휘파람소리같이 부르짖었다.
《절대로 안돼!》
졸던 박치명이 펄쩍 깨여났다. 그 서슬에 코허리로 반쯤 흘러내렸던 안경이 위태롭게 거들거렸다.
《다 왔나?》
대답은 안해도 되였다. 승용차가 우중충해보이는 청사마당에 들어선것이였다. 광산에서 그래도 몇개 안되는 세멘트블로크건물이였다. 전압이 낮아서인지 창문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은 좀 흐릿했다. 그렇게라도 전기가 와주는것이 다행이였다. 하지만 마광기며 장거리벨트콘베아를 돌리는 대형전동기들은 부하를 받아 가뜩이나 초과한 수명이 더욱 단축될것이다.
그러나 박치명은 고달픈 려로가 끝난것이 사뭇 기분좋은듯 등받이가 삐걱거리도록 늘어진 기지개를 켜며 웅얼거렸다.
《어― 출출하군. 지배인부임상이 있음직한데 안 청하려나?》
그러지 않아도 합숙식사질이 신통치 않아 집으로 데려가려던 참이였다. 하지만 그사이 광산일이 어떻게 되여갔는지 알아보지 않고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것 같지 않았다.
《먼저 가십시오. 제 비서동지를 만나고 인차 뒤따라갈테니.》
서둘러 차에서 내리는데 박치명이 슬쩍 옷자락을 잡았다. 안경알속에서 그의 눈이 느슨히 웃고있었다.
《인상을 좀 펴라구. 이젠 지배인이 아닌가?》
조는척 하면서도 다 보았구나!… 골목길로 사라져가는 승용차의 빨간꼬리등을 지켜보며 렴진욱은 낯을 찡그렸다. 익숙되여야 할 지배인이라는 부름, 보다는 광산을 새롭게 추세워야 할 지배인의 중임이 새삼스럽게 어깨를 짓누른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