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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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무렵이였다. 렴진욱이 탄 승용차는 탕수가 콸콸 사품쳐끓는 컴컴한 연남령길을 쏜살같이 내리달리고있었다. 태질하는 바람에 휘말린 누런 락엽들이 끊임없이 시창에 날아와 붙고 철썩철썩 물탕이 차체를 때렸다. 사방은 쏴― 쏴― 하는 짐승의 기괴한 울부짖음같은 비바람소리뿐이였다.
렴진욱의 가슴속에서도 탕수같은것이 태질했다. 난데없이 쏟아지기 시작한 가을비였다. 일기예보에는 도지경전반이 흐리겠다고만 했었다. 방금 지나친 읍거리도 바람만 좀 기승스러웠을뿐 비꽃 한점 떨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연남령마루에 올라서니 연하지구는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한지 한참 되였는지 골개물이 넘쳐나고 길은 질척질척한 물판이 되여 있었다. 하기는 해발 천여메터를 헤아리는 령이다보니 북에서 밀려오는 저기압은 모조리 걸리는지 때없는 눈비에 경난을 치를 때가 많았다.
령마루에서 맞다든 솨솨거리는 물소리에 렴진욱은 펀뜻 소스라쳤다. 아차, 살림집들!… 그는 번개불에 쏘인것처럼 눈앞이 캄캄해났다. 벽체축조를 끝내가는 살림집들이 이 비를 고스란히 맞을게 아닌가. 하물며 작업현장의 교대성원들을 내놓고는 모두 혼곤히 잠들었을 한밤임에랴.
《빨리! 속도를 내라구!》
벌써 몇번째의 독촉인지 몰랐다. 어금이를 악물고 조향륜을 틀어대는 운전사의 얼굴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있었다. 그의 신경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승용차가 암흑속의 벼랑아래로 대번에 굴러내릴수 있었다. 그래도 렴진욱은 또 소리쳤다.
《뭘해? 더 밟으라지 않아?》
이웃군에 있는 도산림과학연구소의 양묘장에 다녀오는 길인 그였다. 청주네 집을 허물 때 불도젤사슬에 처참히 짓이겨진 농구나무를 본 순간부터 렴진욱은 새로 짓는 살림집들마다에 수종이 좋은 과일나무들을 심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었다. 그래서 이날 우정 시간을 짜내여 양묘장에 들렸었는데 그것은 때맞춤한 걸음이였다. 젊고 영민하게 생긴 그곳 양묘장지배인은 자기들에게 북방의 기후에 풍토순화시킨 키낮은 사과나무며 복숭아, 배, 추리나무들이 적지 않지만 수요가 너무 많아 한발만 늦었더라면 코를 떼우고갈번 했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었고 요구하는 묘목 전량도 봄에 실어가도록 선선히 계약을 체결해주었다.
그런데 왕청같은 재앙이 그사이 배후에 숨어있다가 렴진욱에게 달려든셈이였다. 문제는 이 뜻밖의 비가 도당의 료해검열과 때를 같이 하여 들이닥쳤다는것이였다.
닷새전 불쑥 광산에 나타난 도의 료해일군은 군말없이 삭도사업소를 쭉 돌아보고나서 이틀만에 렴진욱을 당위원회로 호출했었다. 그가 있는 방에 들어서니 전주석도 이미 와있었다. 그들사이에 벌써 적지 않은 이야기가 오고간듯 분위기가 자못 팽팽했다. 전주석의 잔뜩 긴장해있는 얼굴근육이 그것을 감촉할수 있게 했다.
하지만 렴진욱을 대하는 료해일군의 태도는 전기스위치를 켠듯 대번에 밝아졌다. 그는 렴진욱에게 친절하게 자리를 권하고 광산의 현 생산정형을 하나하나 묻더니 자연스럽게 기본화제로 넘어갔다.
《그 페기결심은 물론… 지배인동무가 했을테지요?》
순간 전주석이 벌컥 일어났다.
《우린 함께 토의하고…》
《비서동무에게 물은게 아니요!》
칼칼한 부르짖음이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일군은 낯을 부드럽게 펴며 렴진욱을 돌아보았다. 렴진욱은 큰숨을 내쉬였다.
《물론 그렇습니다.》
《지배인동무!…》
전주석이 또 가로채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렴진욱이 그를 밀막아버렸다.
《제가 결심하고 직접 해체까지 지휘했습니다.》
《음…》
료해일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앞의 수첩장에 몇자 끄적어넣었다. 그다음 피곤한듯 나른히 말했다.
《물론 광산당위원회에서 도당에 해당한 문건을 제출한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앙의 결론을 받기도 전에 처리해버리다니 이게 뭐 아이들 놀음입니까? 비서동무도 같지만 지배인동무에겐 그럴 권리가 없단 말입니다.》
《전 지배인입니다!》
그만에야 렴진욱도 튕기듯 뛰쳐일어났다. 벌써 자제력을 잃은 그의 목소리는 첫마디부터 격렬하게 울려나왔다.
《광산운영을 직접 당앞에 책임진건 이 지배인이란 말입니다. 광산이 순간이라도 선다면 이 지배인이라는 존재도 없는겁니다. 벌써 몇달전에 성에다 페기신청을 냈는데 쓰다달다 말 한마디 없는걸 이제 또 기다려야 합니까? 난 그걸 일하자는 사람의 자세로 보지 않습니다!》
료해일군은 유심히 렴진욱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은 아닐것이다. 어떤 공감이 갔는지도 몰랐다. 잠시후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린 말이 그것을 엿보게 했다.
《이미 성에 제기했댔단 말이지.…》
그다음 침묵속에 다시 수첩에 몇자 적고나서 좀 엄하게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상급에서 이제 해당한 조치를 취하겠지만… 규률을 어긴건 사실이니 자신을 다시 잘 검토해보아야겠습니다.》
자신을 열백번 검토해본대도 렴진욱에게는 다른 말이 나올게 없었다.
《전 지배인입니다!》… 그것은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깊이 연구한 끝에 얻어진 자신만만한 배짱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전주석의 입을 통하여 삭도페기문제가 성에는 다시 상정된적이 없다는것을 알았을 때 렴진욱은 박치명에 대한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마음이 몹시 구겨졌다.…
질풍같이 차를 독촉해몰아 광산에 닿았을 때는 이미 비가 멎은 뒤였다. 렴진욱은 먼발치에서부터 살림집건설장근방에 홰불들이 어룽거리는것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 기적이 일어나 살림집들이 모두 무사했으면, 사람들이 제때에 손을 써 모두 구원했으면!
그러나 가까이 달려간 그는 억이 막혀 뚝 굳어졌다. 사람들이 달라붙어 비닐박막을 씌운 대여섯채의 집은 그럭저럭 무사했으나 나머지는 억수로 쏟아진 가을비를 흠뻑 빨아들여 통채로 주저앉거나 벽체들이 반나마 허물어져내려 완전한 페허같았던것이다. 애초에 가두녀인들이 고생스럽게 찍어놓은 땅바닥의 블로크들에는 손이 전혀 가지 못해 엉망으로 짓이겨져있었다.
렴진욱은 얼나간것처럼 허물어진 집들을 어루더듬으며 돌아갔다. 걸음마다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블로크들이 물큰물큰 밟히였다. 진저리가 쳐졌다. 마치 산 생명체를 밟는듯 한 소름끼치는 기분이였다. 당치 않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광부들과 그들의 안해들이 손에 피가 나도록 찍고 쌓아올린 이 모든걸 무슨 심보에?…
《무너진다!―》
갑자기 등뒤에서 홰불을 켜들고있던 한 사내가 후닥닥 물러나며 소리질렀다. 홱 고개를 돌린 렴진욱은 어느 한 집의 벽체가 기울어지는것을 보았다. 심장이 후둑 떨렸다. 다음순간 그는 튕기듯 날아들어 그 벽체에 어깨를 들이밀었다.
흐물거리는 진흙의 감촉, 이쯤 젖었으면 뻗쳐보아야 소용없다는것을 그는 알았다. 그러나 물러설수 없었다. 《직권행삽니까?》하던 청주의 울부짖음이 고막을 아프게 두드린것이였다. 연하땅에는 10월 중순이면 벌써 첫눈이 내리군 한다. 지금도 새벽이면 서리가 하얗게 깔린다. 이런 날씨면 아무리 블로크를 새로 찍어도 말려낼 도리가 없다. 결국 철거시킨 40세대가 거의 고스란히 한겨울내껏 남의 집 웃방에서 불편하게 지내지 않을수 없게 될것이다.
《미쳤어?》 하고 누구인가 어깨를 힘껏 나꾸채며 벼락같이 고함질렀다. 《이 도깨비, 물러나라는데!…》
어쩔사이없이 렴진욱은 그 완력에 끌려 한바퀴 나딩굴었다. 거의 동시에 쿵!― 하고 발치에 벽체가 무너져내렸다. 철썩철썩 얼굴에까지 물탕이 튕겨왔다.
누군가 그의 옷섶을 끄당겨올렸다.
《어떤 괴짜인가 좀 보자. 어떤 녀석이 땅 얼기 전에 연두봉에 묻힐 꾀를 궁리해냈는지?》
홰불속에서 렴진욱은 온통 진흙매닥질이 된 전주석의 험악해진 얼굴을 가려보았다. 전주석도 우뜰 놀라 허리를 폈다.
《지배인동무가?!…》
억눌린 흐느낌같은것이 솟아올랐다. 렴진욱은 어금이를 앙다물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다 내 불찰이요, 내 불찰.》 전주석이 괴로운 기침을 컹컹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글쎄 정신없이 자다가 깨여났소. 당비서라는게… 정신없이 잤단 말이요!》
렴진욱은 대꾸없이 진창을 걷어차며 걸어갔다. 누구를 탓하랴. 가시애비 턱수염밑에서 긋는다는 가을비의 이런 변덕, 이런 심술을 누군들 예측했으랴. 하지만 지배인만은 바로 나자신만은 예측했어야 했고 사전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잘못은 다 내게 있다.
누구인지 팔굽을 움켜잡아서야 렴진욱은 걸음을 멈추었다. 언제 따라 왔는지 전주석이 그를 외등빛이 희미한 주물직장안으로 잡아끌었다.
《그러지 말구 우리 유도로앞에 가서 몸이나 좀 녹입시다. 몸이 떨려 못 견디겠소.》
《싫습니다!》
역증처럼 렴진욱은 부르짖었다. 자신에 대한 참을수 없는 울분, 광부들앞에 살림집을 지어주겠노라 약속하고도 그 모든걸 다 망쳐먹은 이 몸을 굳이 녹여선 뭘하는가, 숱한 광부들이 한겨울내껏 남의 집 웃방에서 얼어지낼판에!
《젠장, 할수 없군.》 으스스 진저리치며 전주석이 괴롭게 끙끙거렸다. 《지배인이란 사람이 맥을 놓구 자기 학대나 하고있으니 이 당비서두 입술이 시퍼래서 얼고있을수밖에… 나두 모르겠소.》
《그거 말 다했습니까?》
렴진욱이 울컥하여 소리지르자 전주석도 맞받아 소리쳤다.
《다했소! 난 그래두 당신이 용기있는 사내니까 장작불을 피워 블로크를 말려서라도 무너진 집을 새로 일떠세울 궁리를 할거라고 믿었더랬습니다. 헌데 잔뜩 비맞은 장닭꼴이 돼가지구서두 제편에서 기갈이시오?》
렴진욱은 사납게 전주석을 노려보았다. 이상한 일이였다. 무슨 일이나 자기가 작전하고 앞채를 메지 않으면 움직여줄줄 모른다고 때로 노엽게도 여겼던 전주석이 실은 이런 의기로, 이런 궁냥으로 자기를 든장질해주군 했었다는 깨달음이 가슴을 후덥게 달군것이였다. 선손을 떼웠다는 분한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이 엉큼한 당비서가 그지없이 마음에 들었다. 장작불을 피워 블로크를 말려서라도 무너진 집은 무조건 일떠세워야 한다?!… 그렇다, 광부들앞에 한 약속은 죽으나사나 무조건 지켜야 한다!
《합시다, 비서동지!》 렴진욱은 머리속을 펀뜻 스친 구상을 놓칠것 같은 초조감에 사로잡혀 착암기의 바람변이라도 연듯 말을 내쏘았다.
《돌격대를 조직합시다. 살림집건설돌격대! 젊고 패기있는 청년들로 한개 중대쯤 무어 밤낮없는 돌격전투를 벌립시다. 늦어도 한주일어간엔 저집들을 모두 일떠세워야 합니다. 그 대장은 내가 되겠습니다.》
좀전까지 추워서 이발을 떡떡 맞쫏던 전주석도 렴진욱의 열기를 옮겨 받았는지 기분이 좋아서 허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웃음은 전혀 다른 성질의것이였다.
《잘하누만, 아주 잘해. 그러니까 이 당비서더러 이전처럼 지배인노릇까지 맡아달라 그 소리겠습니다?》
《?…》
《나도 돌격대장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실컷 땀이나 흘려보게. 당비서할래기 엉치가 쑤시던 참인데 얼마나 홀가분하겠습니까.》
비로소 렴진욱은 그가 무엇을 두고 비꼬는지 깨닫고 허거프게 웃었다. 지배인이야말로 한개 중대나 지휘할 사람이 아닌것이다. 그저 광부들앞에 느껴오던 죄의식을 털어버릴수 있게 되였다는 흥분이, 방도를 찾았다는 기쁨이 전혀 가당치 않은 《대장》노릇을 하겠다는 말로 튀여나왔을뿐이였다.
이제는 주물직장의 화끈한 유도로앞에서 몸을 녹여도 무방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생각은 감감 잊은채 새로 무을 돌격대의 구성에 대하여, 그 대장재목에 대하여 토론했다.
건설과장이 그 적임이라는것은 두말할것도 없었다. 렴진욱은 이 기회에 돌격대를 상설적으로 유지하며 그 규모를 계속 확대할 방안까지 내놓았다. 앞으로의 방대한 건설규모가 그것을 요구했다.
…푸름푸름 동이 틀 무렵에야 렴진욱은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들어섰다. 안해는 자는지 기척없고 전실에서 젖은 옷을 다림질하던 정옥이 눈이 휘둥그래서 아버지를 맞았다.
《아니, 어디서 넘어지셨어요?》
《어머닌?》
《앓고있어요, 몹시…》
《정옥아!》
전등이 딸깍 켜지고 좀 부석부석해보이는 안해 최금숙이 머리칼을 수습하며 문지방에 나타났다. 렴진욱의 눈이 찌긋해졌다. 그 어느 한밤중에 나타나도 밥상을 펴놓고 기다리다가 소리없이 마중해주군 하던 안해였다. 지금껏 안해가 앓는것을 렴진욱은 보지 못하였다. 이상해하는 그 눈길에 안해는 좀 허둥거리며 말했다.
《블로크를 좀 건질가 해서 나갔다가… 감기가 온가봐요. 얘 정옥아, 뭘하니? 아버지 옷을 벗겨드리지 않구?》
《에이, 어머닌 참!…》
속상한듯 토달거리는 정옥의 태도 역시 수상쩍었다. 그러나 안해는 어느사이 부엌에 내려가 더운물을 떠들고 올라왔다.
《빨리 씻어요.》
철벅거리며 머리를 감는 사이 안해는 세면장문턱에 기대여서서 남편을 가만히 지켜보고있었다. 고개를 든 렴진욱은 그 눈빛이 별로 구슬퍼 보이는데 또 의아해졌다.
《?…》
《청주가…》 안해가 눈을 내리깔며 속삭였다. 《어제 어디론가 사라졌다는군요. 료해일군이 내려온걸 사람들은 청주의 반영때문이라고 하면서 몰아줬다나봐요.》
수건을 받아쥐던 렴진욱의 눈이 굳어졌다. 얼마나 공교로운 일치인가. 반영하겠다던 위협, 도료해일군의 출현, 거기에 난데없는 가을비로 허물어진 살림집들… 그모두에 청주라는 음영이 비껴있는것이였다.
《정옥이의 말은 그가 반영한게 아니라던데… 어쨌든 제 보기엔… 당신이 너무 모질었어요.》
렴진욱은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오늘은 모든게 이상했다. 안해의 저 부석부석한 얼굴도, 무엇인가 남편의 사업에 대한 이 놀라운 간섭도!… 언제나 남편앞에서는 자기라는것을 모르고 살아온 안해였다. 결혼초기의 몇번을 내놓고는 충고라는것조차 거의 없던 안해였다.
《뭘 말하자는거요?》
《전 알아요. 당신은… 정석이 아버진…》
안해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다음… 물기를 머금은 억실억실한 두눈을 곧바로 남편에게 겨누었다.
《한 녀자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다 재단하자고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현순이같지는 않다는거예요. 한생 드러내지 않고 그만큼 바치는이도 있는거예요. 청주도 그럴지 알아요?》
심장이 흠칠 떨렸다. 렴진욱은 눈을 꽉 감았다. 안해도 지금껏 현순이를 기억하고있는것이였다. 그리고 그 현순이가 투영된 남편의 넋을 놓치지 않고 주시해온것이였다. 결국 안해는 현순이처럼 살려는 남편에 대해서는 극력 지지하고 떠밀어주었지만 그것을 남들에게까지 확대하는데는 의견을 가지고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이 과연 옳은 처사이겠는가?… 문제는 안해가 옥준보로인과 거의 같은 의미의 말을 했다는것이였다.
…사흘후 아침보도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도에 대한 현지지도를 하셨다는 격동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장군님께서는 도안의 여러 단위를 돌아보시면서 나라에서 선참 《고난의 행군》을 락원의 행군으로 전변시킨 자강도가 자신께는 정든 고장이 되였다는 뜻깊은 평가의 말씀을 해주셨다고 방송원은 격정에 넘쳐 전하였다.
온 연하땅이 위대한 장군님을 직접 모신것처럼 흥분에 겨워 들끓었다. 유독 렴진욱만은 가슴이 찢기듯 옥죄여들었다. 그이께서 도를 찾아주셨다면 위대한 수령님과 함께 찾아오시여 광산개발의 첫 폭음을 울려주신 사연깊은 이 연하광산에 대하여 회고하지 않으셨을리 없고 광산의 현 실태를 료해하지 않으셨을리 없을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였다면?…
예감은 틀림이 없었다. 출근하자바람으로 도당에서 당비서 전주석과 함께 곧 올라오라는 긴급호출이 내려진것이였다. 렴진욱은 전주석과 함께 승용차에 힘겹게 몸을 실었다. 심장이 사뭇 괴롭게 들뛰였다. 도당에 이미 삭도페기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이상 위대한 장군님께 틀림없이 보고되였을것이다. 그리고 해당한 처벌문제도 건의되였을것이다. 처벌은 두렵지 않았다. 광산을 살리기만 한다면 한 로동자로 착암기를 잡는대도 여한은 없었다. 하지만 삭도페기가 위대한 장군님의 가슴을 아프게 해드렸다면 그것은 한생을 두고도 씻을수 없는 크나큰 죄악인것이다.
도당에 도착하기 바쁘게 그들은 도당책임비서의 방으로 곧장 안내되였다. 담이 크다고 스스로 자부해오는 렴진욱이였지만 그때 그의 잔등으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더구나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에 쉽게 자기 감정을 드러낼줄 모르는 도당책임비서의 엄엄한 인상에 접하자 한층더 몸이 굳어졌다.
도당책임비서는 그들을 가까이 부른 다음 자리에서 정중히 일어나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동무들에 대하여, 특히 지배인동무에 대하여 은정깊은 말씀을 주셨습니다!》
렴진욱은 번쩍 머리를 들었다. 심장이 쾅 들뛰였다. 그때문에 고막이 다 멍멍할 정도였다. 그속으로 《은정깊은 말씀》이라는 구절이 랑랑한 종소리처럼 메아리를 일으켰다. 대번에 호흡이 딱 멎고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다. 그는 도당책임비서의 목소리를 꿈속에서처럼 들었다.
…그때 도당책임비서는 도료해일군이 제출한 자료가 좀 큰 문제여서 위대한 장군님께 선뜻 보고드릴 생각을 못하고있었다. 더구나 장군님께서 며칠째 밤에도 거의 휴식을 못하시면서 도안의 공장, 기업소들과 새로 일떠선 발전소, 먼 농촌마을들을 현지지도하셨기때문에 연하광산자료로 또 마음쓰며 쉬지 못하실가봐 잠시 덮어둘 생각이였다.
그런데 위대한 장군님께서 먼저 연하광산 로동계급이 《고난의 행군》때에도 생산을 멈추지 않고 이악하게 일해왔다는데 참 기특한 일이라고, 시간만 허락하면 꼭 그곳에 들려보고싶다고 하시면서 지금 그 동무들이 어떻게 지내고있는가고 물으시였다. 도당책임비서는 어쩔수 없이 연하광산 지배인이 삭도를 자의대로 페기하여 물의를 일으킨 사실과 이번 비로 새로 짓던 살림집들이 거의 모두 무너진 실태 등을 말씀올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면서 도당일군이 작성한 료해문건을 보여드렸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그 문건을 재빨리 번져보시면서 조용히 물으시였다.
《동무는 이 사건을 어떻게 봅니까?》
《예,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이상 처벌을 적용하지 않을수 없을것같습니다.》
《처벌한다.》 그이께서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옳습니다. 기업관리운영에서 국가가 제정한 규정과 질서를 엄격히 지키는것이야말로 사회주의원칙을 고수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런만큼 그 위반현상에 대하여서는 그 어떤 타협이나 양보도 있을수 없습니다. 하지만…》
잠시 말씀을 끊으셨던 장군님께서는 이윽하여 손에 든 료해문건을 가볍게 다독여보이시였다.
《여기엔 연하광산 지배인이 이미 석달전에 삭도페기를 신청했었다는게 밝혀져있습니다. 그동안이면 해당기관들에서 충분히 결심할수 있지 않습니까?》
《저… 원래 삭도가 하나의 기업소와 맞먹는 큰 규모인데다가 거기에 든 투자도 엄청나다나니 간단히 처리하기는…》
도당책임비서는 마감말을 채 맺을수 없었다. 느닷없이 석연치 않고 타당성도 없는 대답을 올리고있다는 불안이 갈마든것이였다.
까닭없는 불안이 아니였다. 장군님께서 서운하신듯 안색을 흐리며 한 손을 내저으신것이였다.
《그게 문제입니다. 우리 수령님께서는 벌써 오래전에 철길을 연하광산 가까이로 이어야 한다고, 그 공사를 빨리 다그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왜 그러셨겠습니까? 그것은 앞으로 삭도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리라는것을 내다보시고 새로운 정광수송체계를 구상해오셨다는것을 의미하는것입니다. 그럼에도 동무들은 연하광산 지배인이 광산을 활성화시켜보려고 삭도페기를 주장할 때 우리 수령님의 그 교시사상의 진수를 옳게 파악할 대신 무슨 규정이요, 투자폭이요 하면서 질질 끌어 광산이 멎을번하게 만들었습니다. 생산을 책임진 그 지배인이 얼마나 속이 탔으면 그런 용단까지 내렸겠습니까. 연하광산의 장거리삭도는 이미 투자폭이상으로 자기 기능을 수행하였습니다. 이젠 결정적으로 새 수송체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난 그 지배인동무가 옳았다고 봅니다. 일하자는 사람만이 그런 배짱도 부리는 법입니다. 우리는 철저히 실리를 첫자리에 놓고 모든 사업을 결심하고 작전해야 하며 그에 맞게 국가규정도 재정립하여야 합니다!》
도당책임비서는 자기 이마에 진땀이 쫙 돋는것을 의식했다.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 역시 연하광산에로의 철도부설을 두고 하신 어버이수령님의 교시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삭도페기와 련결시켜볼 생각은 전혀 못한것이였다. 교시사상의 진수에 대한 몰리해, 이 얼마나 무서운 과오인가.
《장군님! 제가 그만… 그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얼굴이 컴컴하게 질려 떠듬거리는 도당책임비서를 이윽히 지켜보시다가 고무하듯 한팔을 다정히 잡으시였다.
《됐습니다. 아직 늦진 않았으니 일을 바로잡읍시다. 연하광산 지배인이 법적추궁을 받지 않게 이제라도 페기신청을 비준해주고 애로되는것도 찾아 풀어주고… 그렇다고 그 지배인이 다 잘한건 아닙니다. 살림집건설이 특히 그렇습니다. 비때문에 그 집들이 무너진건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그의 조급성, 다시말해서 빨리 집을 지어줘야 광부들을 일시킬게 아닌가 하는 일욕심과 관련한 타산이 없지 않아 엿보인다는것입니다. 그래, 우리 로동계급이 집주고 뭘 주고 해야 분발하는 품팔이군들입니까? 쌀이나 집이 그들의 요구였다면 〈고난의 행군〉시기 벌써 우리의 사회주의는 무너졌을것입니다. 그들의 아픔은 배고픔이나 추위가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광산과 나라를 받들지 못하는 안타까움이였습니다. 이런 훌륭한 로동계급에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생활을 누리도록 해주지 못한다면 나나 동무들이 있어 뭘합니까? 우리는 집을 하나 지어도 로동자들을 일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나라 사회주의의 래일이 얼마나 굳건하고 아름다운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 인민이 실질적으로 덕을 보도록 하기 위해 지어야 하는것입니다!》
도당책임비서는 눈앞이 탁 흐려졌다. 자기가 그래도 제일 긍정해왔던 살림집건설이 로동계급에 대한 관점문제로 심각히 해부되고있으니 우리 인민에 대한 장군님의 사랑은 얼마나 무한한것인가.
《명심하겠습니다, 장군님!》
도당책임비서는 속삭이듯 대답했다. 그는 눈부신 빛발을 받아안은 심정이였다. 그 빛발속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펼쳐가시는 그 황홀한 래일의 세계가 똑똑히 보이였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도를 떠나시기에 앞서 다시 도당책임비서에게 연하광산 지배인이 아직 어려운 광산을 떠맡고 새롭게 일떠세우려고 애쓰는데 나라사정이 좀 긴장하지만 자금을 보태주자고, 그를 외국에도 보내여 더 큰일을 하도록 눈틔워주자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축하합니다!》 도당책임비서가 그들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내 할 말은 다 했소, 장군님말씀에 다 있으니… 그저 꼭 보답해주길 바랄뿐이요!》
현관에 나왔을 때 렴진욱은 끝내 무릎을 꺾으며 목멘 흐느낌을 터뜨렸다.
《당비서동지는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난… 난 정말 광부들이 덕을 보게 하자고 집지은게 아니라 일시킬 궁리를 앞세웠더랬습니다. 그런데도 장군님께선 우릴 용서해주고 내세워주시니… 내가 무슨 변변한 지배인이겠소. 부끄러워 죽겠습니다.》
전주석은 대답없이 가을볕 눈부신 하늘을 우러르고있었다. 그 역시 눈에 눈물이 그렁했는데 아마 렴진욱처럼 목메이고 가책으로 심장이 옥죄여들었던 모양이였다.
렴진욱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니다.… 과거를 두고 가슴 쥐여뜯는것도 중요하지만 보답은 더욱 중요하고 당급한것이 아닐가. 위대한 어버이께서 돌려주신 하많은 은정과 믿음의 말씀을 그는 다시한번 곰곰히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쿵쿵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타고 《시간만 허락하면 꼭 들려보고싶다.》고 하셨다는 말씀구절만 귀전에 쟁쟁 메아리치는것이였다.
어버이장군님께서 우리 연하광산에 들려보겠다고 하셨다!… 언제일지 모르는 그 숨막히는 환희의 순간, 그때 우리 광산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겠는가? 어떤 모습이여야 어버이장군님 그리도 기쁘시여 환히 웃으시겠는가?… 명백한것은 장군님의 말씀구절에 있듯이 《우리 나라 사회주의의 래일이 얼마나 굳건하고 아름다운것인가》를 실물로 보여줄수 있을만큼의 황홀한 풍경을 펼쳐야 한다는것이였다. 바로 그러한 래일을 오늘로 당겨와야 했다. 그 래일은 어떻게 당겨지는가? 무엇이 당겨오도록 추동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