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초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
나는 지금
전쟁이야기로 시작되고
전쟁이야기로 끝나는
전승기념관의 긴 복도를 걸어
이 집의 문을 나선다
전후에 태여난 세대
나는 처음으로
준엄한 50년대
3년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전선과 후방의 탄우속을 이 집에서 걸어보았다
나는 말하련다
내 가슴속에 끓어번지는
이 순간의 중오와 사랑을
나로 하여금 말하지 않을수 없게 하는
이 집이 깨우쳐준 피의 진실을
내 오늘 여기서 말하련다
6월의 교훈
해방의 환희를 안고
꿈같은 행복을
난생처음 난생처음… 하고 외우던 사람들
또 하루 새날에
희망을 얹던 그 새벽
간밤의 고운 꿈을 찢으며
하늘에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둥지잃은 새무리
부러져 딩구는 나무우로 날아오를 때
아이에게 젖을 물렸던 어머니
가슴도 채 여미지 못하고
허둥지둥 산으로 오르고
잠도 못 깬 어린것이 어머니를 따르다
그대로 함께 쓰러졌다
1950년 6월 25일!
날마다 아침이면
함께 출근길 걷던 사람들의 시체
여기저기 거짓말처럼 보이고
정을 다해 가꾸던 고향산천
낯설은 고장처럼 파헤쳐졌다
가슴떨리는 참상앞에 울고만 있으랴
싸워야 했다
제집에 뛰여든 강도를 때려잡아야겠기에
기어코 이겨야 했다
지면 또다시 노예가 되기에
누구나 바란 사람은 없었어도
겪어야 했고 싸워야 했고 이겨야 했던 전쟁
자각과 맹세가 불길처럼 솟아
피어린 3년간의 격전끝에
마침내 승리한 조국해방전쟁
세월은 멀리 흘렀어도
변하지 않았다
누가 대신해 침략자를 막아주고
제집을 지켜줄것인가
전쟁은 알리고 오는것도 아니니
사람들이여 어느때든 싸움에 준비하라
싸우면 반드시 끝장을 봐야 하리
걸음걸음 등뒤에서 소리쳐 깨우쳐주는
오, 전승기념관이여
한 농민에 대한 이야기
흰머리 쓸어넘기며
강사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읍거리담벽에 선전화가 나붙고
소잔등에 위장망이 씌워지던 여름날
분여지 밭이랑의 풀들을 말끔히 뽑아놓고
군사동원부 뜨락으로 들어서던
한 농민이 있었소
평생 호미밖에 모르던 그가 전선에서
탄우속을 달리며
처음으로 미국놈을 찔러넘겼을 때
자기의 생애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것을 놀라워하지 않았소
남들한테 돌 한번 던져보지 못하고 살았다는
어제날 지주집 머슴군
집떠난 그때부터 농사짓는 땅을
그리워한 농민병사
부대의 한 고향내기가 숨졌을 때
그는 슬퍼할새도 없었소
돌격의 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는 밤새 잠 못 들고 그의 이름을 불렀소
기다리던 고향의 편지속에
자식잃은 안해의 눈물이 끓으며 왔소
그때부터 점차 보기가 두려워지던
그런 편지조차 그에게는 영영 없어졌소
그는 말이 적어졌고 자주 생각했소
못살던 때는 팔자인줄 알았어도
해방후 행복한 생활을 누려보니
그런것도 아닌것을
다시 짓밟혀 옛 생활을
되풀이할수도 없는것을
살아있지 않는 자식들이 꿈속에서 보여왔소
숱한 사람들이 땅속에서 소리쳤소
복수하라고
수천생명들을 지키라고
그리고 주인된 그 땅으로 돌아오라고
울분을 씹으며 그는 사나워졌소
고향으로 밭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총창으로 보병삽으로
평생 해내지 못할것 같던 일을 해내면서
매일 한놈이라도 더 잡지 못한것을 분해한
이들이 전쟁을 이긴 우리의 주인공들이요
승리한 주인공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때
그는 벌써 고향의 밭이랑에 앉아있었소
알고있던 사람들은 적어졌고
누런 땅에 저절로 피여난
이름모를 꽃들만 이슬방울 떨구고있었소
순간
그는 쓰러지듯 땅을 그러안으며 소리쳤소
땅아! 너를 떠나 너에게로 다시 오는 3년은
진정 가혹했어도
이겼기에 다시 왔다
피로 물든 내 땅아
너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
꽈악- 살붙이땅을 그러안은
그리고 놓지 않는 그 농민의 웨침소리
부푸는 대지에로 창을 연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서 울린다
오늘에서 래일에로
영원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되여
금 별
전사는
원쑤의 불구멍에 가슴을 내댈 때
민들레핀 동뚝길을 달리며
시를 읊던 그날을 생각했어라
전사는
입에 수류탄을 물고 적진에 뛰여들 때
흥겨운 민요가락 넘기며
밭을 갈던 그날을 그려보았어라
자식을 키우던 젖품에
수류탄묶음을 안으라고 명령한 사람은 없었다
육탄으로 적땅크를 부시라고
등을 민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허나 그들은 스스로 그길을 갔다
생의 귀중함을
정말로 몰랐던 사람들인가
정말로 그것을 안 그들의 가슴우에
지금은 금별이 빛난다
목숨보다 무엇이 귀중한가
청춘보다 무엇이 소중한가
한번 가면 다시 못오는 길이건만
떳떳이 웃으며 간 그길에
피를 바쳐 목숨을 바쳐 지킨 땅에
영원히 살아 생의 의미를 가르치며
그 높은 정신의 빛발로 빛나는
오, 금별, 영웅들의 금별이여!
천년이 흐른대도
나는 지금 여기서 생각한다
패배를 몰랐다는
미제의 침략력사 백여년과
식민지기반에서 갓 해방된
우리 공화국창건의 2년을
그리고 또 세여본다
미제의 대군수독점재벌들이
열을 올리며 뽑아낸 비행기 땅크 함선수와
보습을 만들던 야장간과 선반기들에서
우리가 깎아낸 수류탄과 보총의 수를
광활한 땅과
수억의 인구를 가진 미제
동방의 작은 나라
갈라진 인민을 없애려
열다섯개 추종국가군대도 들이밀었으니
무엇과 무엇이 대결했는가
어떤 힘과 힘이 겨루었는가
놀랍구나
허나 그 전쟁에서
우리는 이겼고
미제는 졌다
긴 보총이 발뒤축에 닿는 전사앞에
대륙을 메주밟듯 했다는
상승장군이 잡혔다
갓 두살 요람기의 공화국앞에
대아메리카제국의 백년묵은 《강대성》이
통짜로 자빠졌다
노예로 산 인민이
주인되여 살아본 해방의 5년을
미제는 빼앗을수 없음을 몰랐다
그 인민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미제는 계산하지 못했다
오, 강철의 령장 김일성장군!
밭가는 농민들에게 땅을 주시고
귀여운 자식들에게 학교길 열어주신
그 은정에 목메여 뜨겁게 젖던
가슴들에 우뢰친 멸적의 그 힘
천년이 흐른대도 미제는 가질수 없어라
단결의 그 위력으로
오늘은더욱 백배해진 그 힘
영원히 승리만을 약속하는
조선의 이 힘 당할자 세상에 없어라
비둘기
전승기념관
해빛에 창문이 웃는 지붕으로
깃을 치며 날아 퍼지는
아, 비둘기무리 비둘기무리
지금도 저 집안에서는
폭음소리 포격소리 울리는듯 한데
아는지 모르는지
젖어 바라보는 눈길우로
즐거움에 겨워 깃을 치는 비둘기야
이 집에서 받은 격정이 커서인가
비둘기야 너의 하얀깃은
눈덮인 령길에서 더운 물 끓이며
전사들을 기다려준 녀인들의
그 흰저고리 동정빛에 물든건 아닌지
폭탄이 작렬하는 그 높은 철령으로
조명등도 없이 달리던
수송대의 차바퀴소리 지켜
밤새도록 자리를 못 뜨던
그 흰저고리의 나붓김은 아니던지
사랑하는 자식들을 전선으로 떠나보내며
이겨서 돌아오라 간절히 바란 마음
이 나라 령길들을 촘촘히 수놓아
피끓는 가슴들
용감한 수리되여 적진에 펄펄 날아들었나니
그리운 고향으로
기다리던 영웅은 오지 못했어도
그들을 안고 그 땅에 오곡을 가꾸며
성실한 땀을 바친 어머니들의 마음에서
비둘기 비둘기야 너는 날아올랐으리
아, 승리한 조선의 넋이여
새 생활이 꽃피는 아름다운 땅에
창조의 훈향으로 설레는 땅에
자유로이 나래젖은
평화의 순결한 새여
얼마나 많은 사연을 안고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안아온 오늘의 평화냐
생각깊은 이 마음속에 너는 속삭이누나
오늘을 위해 피흘린 사람들의 마음
3년세월 짬없이 이어져 열린
맑고 푸른 하늘높이 날며
전쟁을 모르고 자란 세대의 가슴에
하많은 이야기 새겨주고새겨주며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너의 은빛나래 기쁨의 흰보라되여
영원히 포연없는 하늘에서
춤추는 그날이 올 때까지
준엄했던 날의 이야기 끊지 말고 끊지 말고…
주체82(199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