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조선대학교는 도꾜도 고다이라시에 자리잡고있었다.

이곳에 들어설 때면 부향녀는 새삼스러운 감정으로 교내를 둘러보군 한다. 남편의 론문을 완성할 결심을 품은 때부터 더 잦은 그의 걸음이였다.

나라없던 그 시절, 일본으로 건너와 갖은 멸시와 수모속에 의술을 익혀야 했던 그였다. 그런데 이제는 동포들모두가 진정한 자기의 대학을 가지고 마음껏 공부를 하고있다. 이곳에서 남편의 유지를 실현하면서 조국의 고마움을 더욱 절감하게 된 그였다.

사람들은 때없이 그에게 이렇게 묻군 한다.

《원장선생님의 두뇌는 참으로 비상하십니다. 어쩌면 그렇게 두개의 학문에 정통할수 있습니까?》

그때마다 그는 연한 미소를 머금고 일깨워주군 했다.

《난 아직까지 내가 력사학자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어요. 저 성호선생이나 향숙선생에 비해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더 많지요. 하지만 전 이렇게 생각하군 해요. 사람이 많이 알고있다고 해서 그 분야에 정통한 학자가 되는것은 아니라고요. 산을 떠난 호랑이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말이예요.》

이제는 력사라는 학문이 인생의 반려자로 되였다. 남은 생을 젊은 세대들에게 바치고싶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스스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받아나갈 결심이였다. 그것이 덧없이 보낸 반생을 메꾸는 길이라고 그는 생각하고있었다.

오늘도 일본극우보수세력들이 줴치는 《독도령유권》주장의 비법성과 허황성을 폭로하는 론문을 쓰고있는 조성호와 지향숙을 돕고싶어 이렇게 나온 그였다. 그들에게 하나의 자료라도 더 보태주고싶은것이 그의 마음이였다.

그동안 수집된 자료들을 종합해보던 그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론문의 목적과 폭에 비해 사료들은 너무도 빈약했다. 일본의 력사외곡자들의 책동을 신랄하게 폭로하자면 보다 더 충분한 자료들이 요구되였다.

남조선의 령남대학교의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였던 독도관련지도를 비롯해서 1929년과 1933년 일본국무성 검인정교과서들에 실린 일본력사지도들도 준비되였다. 그 지도들에는 시마네현의 경계가 오끼섬까지만 그려있었고 독도는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었다. 이것은 일찌기 일본에서도 독도는 저들의 령토가 아니라는것을 인정하고있었다는것을 의미하는 증거였다. 그밖에도 여러 자료들이 있었다.

그러나 부향녀의 마음은 허전했다.

조성호가 그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안될것 같습니까?》

부향녀는 가느다란 한숨을 지었다.

《물론 내가 된다 안된다 하고 말할수야 없지. 당사자들은 어디까지나 임자들이 아닌가. 하지만 내 생각에는 지금 자료들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의의있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보네.》

조성호는 맹랑한 기색으로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는 볼부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 이제 그 자료들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다니느라면 많은 시간이 걸릴텐데…》

부향녀의 표정은 일순 흐려졌다.

《그러니 임자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건가?》

《전 이미 준비된 자료들에 기초해서 먼저 론문을 써서 발표하자는겁니다. 그리구 새 자료들을 얻으면 그때 또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부향녀는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시간이 급하다구 해서 그렇게 대충 일을 해버릇하면 못쓰네. 임자도 알지 않나. 일본당국자들의 력사외곡이 얼마나 뿌리깊은가를 말이네. 그런데 하는 일이 힘들다구 손쉬운 방법을 택해서야 되겠나.》

조성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의 손을 잡고 간청했다.

《선생님, 제가 왜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렇지만 전 선생님이 불편하신 몸으로 새 자료들때문에…》

부향녀는 그의 마음을 눅잦혀주었다.

《걱정말라구. 하고싶어서 하는 일은 절대로 부담으로 되지 않는다네.》

조성호는 머리를 푹 떨구었다. 생각이 너무 짧았던것이다. 아직까지 부향녀의 가슴속 진정을 보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향숙이 제 생각을 내비쳤다.

《선생님, 전 1904년에 독도임대설을 제기했던 일본어부의 리력서가 중요한 자료로 될수 있다고 봅니다.》

부향녀는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이미전부터 그 <나까이리력서>를 생각하고있었네. 그렇지만 일본보수당국이 철저히 통제하는 국가기밀문서여서 그 사본조차 찾기 어렵구만.》

길게 한숨을 내그으며 그는 조성호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시마네현에 다녀와야 할것 같네. 그곳에 우리 성옥이 할아버지와 친분관계를 가지고있던 한 일본인력사학자가 계시는데 혹시 알겠나?》

지향숙의 얼굴은 금시 환해졌다.

그렇지만 조성호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못했다.

《선생님, 이번만은 그만두십시오.》

《그건 무슨 말인가?》

조성호는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선생님은 우리 일때문에 너무 무리하시는것 같습니다. 젊은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을 늙으신 몸으로 맡아하시니 무쇠인들 견디겠습니까.》

이어 그는 우선우선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자료를 얻는 일이야 우리 젊은것들이 하면 되지 않습니까. 선생님은 그저 오늘처럼 제가 비칠거리면 채찍만 들어주십시오.》

부향녀의 조갈이 든 입술에는 어설픈 미소가 떠올랐다.

《고맙네. 그렇지만 자기의 력사가 모독되고있는데 늙음과 젊음을 론해서야 되겠나. 인간의 육체는 늙을수 있어도 제 민족에게 바치는 량심은 늙어서는 안되네.》

《선생님!》

조성호는 더이상 그를 만류할수 없었다. 자기 조국을 위한 길에 모든것을 깡그리 바쳐갈 그의 불타는 애국충정에 머리가 숙어질뿐이였다.

이때 콤퓨터의 전자우편주소로 우편이 들어왔다. 보내온 사람의 주소에는 《보라매》라고 씌여져있다.

두 젊은이의 눈빛은 긴장해졌다. 《보라매》! … 독설적인 언사와 서리돋힌 눈길로 부향녀의 가슴에 비수를 박던 그 탐방기자였다.

부향녀는 기자회견장에서 만났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전자우편을 열었다.

뜻밖에도 우편물에는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현 실태와 자료들이 현시되여있었다. 그것들을 읽어가는 그의 얼굴에서는 점점 피기가 증발되고있었다.

아니, 이럴수가 있는가?

전자우편물에는 자금부족으로 아들의 회사가 처한 실태가 적혀있었다. 지어 매 회사들과의 계약날자와 계약조건, 그에 불상응한 고명철의 처지와 현재 회사의 적자와 재고량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기록되여있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부향녀의 얼굴에는 짙은 음영이 비끼기 시작했다. 가슴은 철렁했다기보다 강한 물체에 타격을 받은듯 숨이 꺽 막혀들었다. 심장은 고통속에 몸부림치며 금시 고동을 멈출것만 같았다. …

오후 3시경이 되자 태평양상에서 검은구름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세상은 빛을 잃고 눈물을 흘리듯 줄곧 부실부실 비가 내리고있었다. 5월에 들어와 첫선을 보이는 비였다.

사전에 아무 준비도 없이 거리에 나섰던 사람들은 하늘의 심술대상으로 되고말았다. 더우기 오늘은 5일이여서 동자절이다. 해마다 일본에서 쇠는 하나의 민속명절이다. 이날은 예로부터 남자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집앞의 긴 장대에 잉어기발을 걸어놓고 사내들이 잉어처럼 두려움없이 자랄것을 기원한다.

도로에는 각양각색의 색갈과 무늬로 된 기모노를 입고 잰걸음을 옮기는 녀인들이 태반이였다. 그들은 대체로 자식들의 손을 잡고있었다. 어린 아들의 명절인 오늘을 그냥 스쳐지나고싶지 않았던것이다. 그런데 하늘에서 난데없는 벼락이 내릴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콩크리트바닥에 떨어지는 비방울들이 튀여오르면서 사람들의 옷에 흙물을 마구 뿌렸다. 가로수의 잎에 깔려있던 먼지들도 이때다 하고 비물과 한데 어울려 행인들의 옷에 얼룩무늬들을 새기기에 신바람났다.

사람들은 저마끔 오만상을 찌프리며 몸을 가리울 피신처를 찾느라 헤덤볐다. 꼭 매를 본 닭무리같았다. 몇몇의 젊은 남자들만이 허리를 구부정하고 비를 맞으며 성큼성큼 걸어가고있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한둘씩 보인다. 그들은 비를 피해 번잡하게 뛰여다니는 사람들을 고소하게 바라보며 자기의 선견지명을 과시하듯 허리를 쭉 펴고있었다.

《아니, 여기가 뭐 비를 긋는 장소인줄 아나? 어서 썩 물러나지 못할가.》

난데없이 울리는 청높은 목청이 길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 점포주인이 자기의 자그마한 처마밑에 병아리들처럼 오구구 모여든 녀인들에게 하는 호령질이였다. 그는 바깥쪽에 놓아든 《마네끼네꼬》(한쪽 앞발로 사람을 부르는 고양이모양의 장식물)를 그들이 다칠세라 치워놓으며 욕질을 멈추지 않았다. 손님들을 많이 불러들인다는 미신에서부터 오는 상징물이였다. 그런데 오늘은 자그마한 물건짝 하나 사지 않을 불청객들이 오리떼처럼 밀려드니 화가 날수밖에 없었다.

부향녀는 차겁게 들씌워지는 비줄기를 감수하며 무거운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어기치는 사람들마다 늙은이의 망녕스러운 행동에 힐끔 의문을 던지군 한다. 누구 하나 그의 머리우에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지금 그 누구의 동정을 원치 않았다. 그렇다구 비를 긋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다만 《보라매》가 보내준 전자우편의 글줄들이 날카로운 메스가 되여 가슴을 마구 도려내고있다.

너무도 믿어지지 않아 김성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도 몇시간전에 그 소식을 알았다며 길게 한숨을 내그었다.

그러니 사실이였구나! 그런데 그애는 왜 일이 이렇게 번지도록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을가? 오히려 이 에미한테 밝은 인상만 보이지 않았는가.

이때 《어머니!》 하는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뜻밖에도 하루에가 택시에서 내려 다가오고있었다.

《어머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찬비를 맞으세요?》

딸애는 큰일이라도 난것처럼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제서야 부향녀는 자기의 몸이 비에 흠뻑하니 젖었다는것을 감촉했다.

하루에가 사다준 새옷은 물을 실컷 빨아먹었다. 머리칼들은 금방물에 담갔다가 꺼내놓은것 같았다. 비물은 그에게서 볼장을 다 보았다는듯 그대로 주르르 바닥에 떨어졌다. 연방 재채기가 나왔다.

하루에는 사색이 되여 큰일난듯 보챘다.

《어머니, 빨리 타세요.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어요. 그러다가 페염에 걸리면…》

《일없다. 페염은 무슨 페염이냐. 아무렴 의사인 내가 제 몸을 모르겠냐.》

부향녀는 서너걸음 택시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러세요.》

《난 걸어서 집으로 가겠으니 너나 먼저 가거라. 비를 맞지 말구.》

하루에는 안타깝게 호소했다.

《어머니, 차가 있는데 왜 걸어가겠다는거예요?》

《왜 그런지 오늘은 비를 좀 맞고싶어서 그런다.》

그의 상심한 표정을 보며 하루에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다는것을 짐작했다.

무슨 일일가?

하루에는 택시로 다가갔다.

《전 걸어가겠어요.》

딸을 바라보는 부향녀의 마음은 괴로웠다. 남보다 더 밝고 명랑하게 살아야 할 하루에이다. 그래서 아들보다도 그에게만은 남다른 정을 더 부었다. 그의 얼굴에 자그마한 그늘이라도 지는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죄스러운 마음을 안고있었다.

《어머니,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일은 무슨 일…》

그는 다시 기침을 깇었다.

《어머니,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병원에 들렸다 가요.》

하루에는 부향녀의 잔등을 두드려주며 걱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괜찮다. 약을 먹고 땀내면 일없겠지.》

《이젠 나이도 많으신데 집에 들어와 편히 휴식하는게 어떠세요?》

《넌 또 그 소리냐. 목적과 목표를 잃지 않는 사람은 늙음이라는 병을 앓지 않는단다.》

하루에가 간청을 했지만 그의 마음은 누그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물고기가시처럼 꼿꼿이 살아났다.

부향녀를 자기 집에 데리고 온 하루에는 여전히 근심에 싸여 있었다.

《어머니, 어서 감기치료부터 하시자요.》

그는 벌써 욕조에 더운물을 채우고 거기에 소금을 풀기 시작했다.

부향녀는 그의 의도를 짐작하고 만류했다.

《그만둬라. 난 수십년동안 이 땅에서 살지만 아직 그 일본의 감기치료법에는 습관되지 않았다.》

《어머니, 그렇지만 이 방법은 오래동안 전해오고있는 독특한 감기치료법의 하나예요. 그러니…》

부향녀는 어설픈 미소를 띠웠다.

《글쎄 일본사람들의 체질에는 맞겠는지 모르겠지만 나야 어디까지나 조선사람이 아니냐. 그러니 난 이전처럼 우리 나라 사람들이 써오던 치료법대로 하겠다.》

하루에는 부향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고있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을 살아오면서 어머니는 오직 그 방법으로만 감기치료를 해오고있었던것이다.

이리하여 하루에는 마른 배추뿌리 2개, 홍당무우 40그람, 생강 4쪼각을 함께 달여 대접했다.

약을 마신 부향녀는 인차 잠에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연약한 어린이의 손이 창문을 마구 두드리는듯 한 소리가 잠결에 들려왔다. 누군가가 애타게 방안으로 들어오고싶어하는것 같았다.

부향녀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방울들이 창가를 때리는 소리였다. 탁상용야광시계는 새벽 5시를 가리키고있었다. 오슬오슬 떨리던 몸은 한결 개운해진듯싶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단조롭고 울적한 소리를 내며 비가 구질구질 내리고있었다. 희미한 가로등불빛에 희슥희슥한 머리칼처럼 흩날리는 비발들이 드러났다. 도로에는 비물이 한벌 깔려 퇴수구멍을 찾고있었다.

창문을 열자 비가 쏟아지는 소리, 수채통으로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방안으로 확 밀려든다. 가끔 바람결에 탈선된 미세한 물방울들이 얼굴을 차겁게 건드린다.

부향녀는 한동안 망연자실한 모양으로 새벽어둠에 잠긴 거리를 바라보았다. 보초병들마냥 다문다문 서있는 가로등불빛은 도로의 륜곽을 환히 지어주었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뜻밖에도 마에다 사부로였다.

《아니, 의원님이 어떻게? …》

마에다의 안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제가 부인님의 새벽잠을 깨운게 아닙니까?》

《아니예요. 좀전에 잠에서 깨여났는걸요.》

《허,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사실 어제 저녁 전화를 걸었댔는데 쉬신다기에… 그래, 감기에 걸렸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부향녀는 각별한 관심을 돌려주는 그가 더없이 고마웠다.

《이젠 한결 거뜬해졌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저한테야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사실 전 성옥이 아버지한테 일이 생겼다고 하기에 이렇게 전화를 하는겁니다.》

《관심해주니 정말 고마워요. 그러나 제 집일이야 제손으로 풀어야지요.》

《허, 부인님은 혹시 총련에 기대를 거는게 아닙니까? 하지만 그들의 힘으로 되겠습니까?》

그 무엇인가 념두에 두고 하는듯 한 소리였다.

《그건 무슨 뜻입니까?》

《예, 실은 저도 좀 알아봤는데 일이 그렇게 간단할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 일은 구리시마 다께시의 조작이 틀림없습니다.》

부향녀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구리시마 다께시가 말입니까?》하는 소리가 튀여나갔다.

《예, 이를테면 저들의 력사외곡에 정면으로 도전해나선 부인님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말할수 있지요.》

그러니 이 모든것은 그자가! …

부향녀는 구리시마 다께시에 대해 별로 아는것이 없었다. 단지 그가 자민당소속 중의원 의원으로서 일본의 우익정치계에서 본격적으로 내밀고있는 력사외곡책동을 조종하는 인물이라는것밖에는.

일본의 극우보수세력들은 이미전에 자민당내에 105명의 《유명인》들로 구성된 《력사검토위원회》를 내왔다. 수상을 비롯한 내각각료 6명이 《력사검토위원회》의 성원으로까지 되였다. 그리고 학계의 어용사가들과 력사학자들을 불러다놓고 20여차례의 토론회라는것을 벌리기까지 했다. 이 어중이떠중이들은 패전 50년이 되는 때를 맞아 저들의 침략전쟁을 전면부정하는 《대동아전쟁의 총괄》이라는 도서를 간행하였다. 그들이 력사외곡에 품을 넣는것은 군국주의부활책동을 본격적으로 밀고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러자니 우선 자기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던것이다. 여기서 자민당은 언제나 앞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그들은 로골적으로 《새로운 력사교과서 만드는 모임》을 지지후원하였다. 우익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 단체는 《전후 력사교육은 일본인이 계승해야 할 문화와 전통을 잃어버리고 일본인의 긍지를 빼앗아왔다. 특히 근현대사를 일본인 자자손손이 사죄만 해야 하는 운명을 짊어진 죄인처럼 취급했다.》,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일본의 어린이들을 위해 새로운 력사교과서를 만들어 력사교육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자기들의 부당한 립장을 로골적으로 드러내보였다. 결국은 《완전히 새로운 력사교과서》라는것을 만들어서 일본인의 《긍지》를 높이겠다는 선언이였다. 이 사이비력사가들은 마치도 력사를 그 어떤 창작품처럼 생각하며 제 마음대로 뜯어고치고 외곡하고있었다. 이 《땜쟁이》들을 적극 비호하고 내세워주는 인물들중의 한사람이 바로 구리시마 다께시였다.

송수화기에서 마에다 사부로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부인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제가 맡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의원님이 말이예요?》

《허, 제가 미덥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예요. 우리 집일로 의원님에게 큰 부담을 주는것 같아서…》

《부인님, 섭섭한 말씀을 마십시오. 성길형님의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제가 강건너 불보듯 하면 안되지요. 제발 절 배은망덕한 놈으로 만드실 생각은 아예 마십시오.》

마에다는 껄껄 소리내며 웃기까지 했다.

《정말 의원님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신다면 전 더없이 고맙겠어요.》

《걱정마십시오. 그러지 않아도 제가 어제 구리시마 다께시에게 초보적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 량반이 아무리 자민당의 주요인물이래도 실은 일전에 나한테 신세를 진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좋은 소식을 기다리십시오.》

마에다의 어조는 침착하고 부드러웠으며 어느 정도 자신심까지도 느껴졌다.

《정말 고마워요.》

《참, 제가 이번 기회에 한마디 충고해도 일없겠습니까?》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우리사이에 무슨 허물이 있다구…》

《그렇다면 좋습니다. 이번 일을 봐서두 전 부인님이 력사문제에 더는 끼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장차 또 어떤 불길한 일이 생길지 알겠습니까?》

《절 걱정해주는 그 마음은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전, 이 길에서 물러설수 없군요. 한민족의 성원으로서 자기 민족의 유구한 력사와 문화, 전통이 타민족에 의해 무참하게 유린당하는것을 어찌 보고만 있겠나요. 더우기 독도야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물려준 우리의 령토가 아니나요.》

《제가 괜한 말을 했군요. 정말이지 전 부인님의 그 남다른 애국심에 진심으로 탄복할뿐입니다.》

전화기를 놓은 부향녀는 여전히 먼동이 터오는 하늘가를 바라보았다. 그에 비해 자기의 길은 너무도 암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네다비행장에서 남편의 죽음에 대해서까지 꺼내들던 녀기자, TV에 출연한 무로우 고이찌로의 험담, 명철이가 당하는 고통… 이 모든것은 다 자기가 걷고있는 길에 드리운 짙은 장막이라는것을 그는 실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니, 의원님께서 어떻게 오셨습니까?》

구리시마 미찌다로는 너무도 뜻밖이여서 처음에는 몹시 당황해했다. 그렇지만 인차 자기의 본색을 드러내며 마에다 사부로를 맞이했다.

《이거 미처 마중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떨며 그는 마에다의 팔을 잡아 부축해주었다.

마에다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실으며 지팽이를 두손으로 모아잡고 세웠다.

《허, 요새 은행의 일이 잘된다면서? …》

그의 말에는 상대에 대한 일종의 경멸감과 위압감이 배여있었다.

미찌다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차를 권했다.

《그저 좀 … 선생님, 어서 드십시오. 윁남에서 가져온 차라는데 맛이 괜찮습니다.》

마에다는 그걸 밀어버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미찌다로가 약삭바르게 불을 붙여주었다.

마에다는 너부죽한 얼굴에 랭담하고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보라구, 내가 왜 이렇게 힘든 걸음을 했는지 잘 알겠지?》

《예, 몇시간전에 제 부친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에다는 머리를 끄덕이며 길게 숨을 내쉬였다.

《그래, 결심했나?》

미찌다로는 그 어떤 무시무시한 공포가 대지를 뒤덮는듯 하여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 누구의 하명이라고 어기겠습니까.》

마에다는 쓰겁게 웃으며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몸집에 비해 너무도 갑삭갑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는 그래도 애비를 등대고 밸통이나 좀 부리는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렇게 숙맥인줄을 몰랐다.

《허, 임자가 그렇게 쉽게 승낙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

미찌다로는 쑥스러운듯 오른손으로 뒤머리를 쓸었다. 가슴속엔 무거운 납덩이가 내려앉는것 같았다.

《선생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부친의 후원이 없이는 한걸음도 걸어나가지 못한다는걸 말입니다.》

《하긴 그래.》

마에다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앞에 선 비게덩이를 바라보았다. 요즘 젊은것들이란 왜 이렇게 무맥한지 알수 없다. 부모들의 손바닥우에서 이토록 자랐으면 이젠 제힘으로 운명을 개척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늙은이들의 진물을 빨아먹으며 살려고 하니 참 개탄할노릇이다.

《서있지 말구 앉으라구.》

마에다는 두손을 앞에 모아쥐고 서있는 미찌다로에게 일렀다.

아닌게아니라 그는 큰 몸집을 두다리로 버티기 힘들어서인지 씩씩거리며 진땀을 빼고있었다.

《감사합니다.》

미찌다로는 지어낸 침착성으로 혼란된 마음을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제가 한가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마에다는 그에게 마뜩지 않은 눈찌를 던졌다.

《그래, 뭔가?》

《전 어째서 명망높으신 선생님께서 하찮은 총련계인물들을 비호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에다는 대답대신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두눈을 슬며시 감았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생각에 잠긴듯 한 그의 행동에 미찌다로는 저으기 불안했다. 미리 량해를 구한 물음이였지만 그것이 늙은이를 노엽히지 않았는가 하는 위구심이 들었다.

이윽고 슬며시 두눈을 뜬 마에다가 물었다.

《임자 올해 나이가 몇인가?》

느닷없는 물음에 미찌다로는 얼떠름했다.

《마흔살입니다.》

《그래! …》

마에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방안을 거닐었다.

《마흔이라! … 참 좋은 시절이야. …》

미찌다로는 긴장해서 일어섰다. 로인의 말에 온몸이 팽팽해졌다.

《저어 그건? …》

마에다는 의혹으로 반쯤 커진 상대의 두눈을 바라보았다.

《전쟁이란 뭔지, 패전국민의 수치가 어떤건지 체험하지 못해서 하는 말일세.》

그는 창밖을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보라구, 난 그 명철사장의 아버지가 아니였다면 이미 오래전에 상어밥이 되였을 몸이네.》

미찌다로는 작은 눈을 올롱하니 떴다.

《아니, 그럼?! …》

《불빛이란 밝은 대낮보다 어두운 밤에 그 실체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법이야.》

마에다는 길게 호흡했다.

《석가모니가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고 소리쳤다고 하는데 난 그걸 믿지 않아. 그가 설사 그렇다고 한들 그를 받드는 교인들이 없었다면 무슨 소용이 있었겠나. 생각해보라구. 오늘날 민족성이라는게 무슨 필요가 있나?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모두 자기와 같은 사람이 아니겠나.》

미찌다로는 주밋거리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선생님! 우리 야마또민족의 얼이 한갖 보잘것없는 로친네에 의해 멸시를 받지 않았습니까.》

마에다의 입에서는 랭소가 풍겼다.

《멸시! 그래, 임자가 멸시가 뭔지 알기나 하나? 전후 우리 일본이 저 양키들에 의해 강요당한 수치를 겪어보기나 하고 그런 말을 하는가 말이야.》

미찌다로는 늙은이의 이 말이 자기의 명치를 후려치는듯 한감을 느꼈다. 아버지를 통해서 마에다 사부로에 대해 잘 알고있는 그였다.

《잘 알아두라구. 매는 닭보다 더 낮추 날수 있지만 닭은 영원히 매보다 높이 날수 없는 법이야.》

자신에 대한 일종의 야료가 담긴 말이지만 미찌다로는 거부기처럼 목을 움츠렸다. 더이상 몇마디 했다가는 어떤 후과가 미칠지 몰랐다. 아버지인 구리시마 다께시도 항상 마에다 사부로만은 허술히 대하지 않았다. 비록 년령과 성격에서 차이는 있지만 이 늙은이의 땀방울이 아버지의 국회출마에 징검돌이 되였다는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더우기 아버지가 이미 결정한 문제이니 더 시비를 물을 필요가 없었다.

마에다는 천천히 출입문쪽으로 걸어갔다.

미찌다로는 달려가 문을 열었다.

《선생님, 식사라도 하시고 가십시오.》

《고맙네. 후에 우리 좋은 일로 만날 때가 있을지 알겠나.》

마에다는 천천히 문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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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問者 - -- - ISO ul - 2017-09-05
세상에는 책도 많지만 어머니 조국에서 발행한 소설 책이 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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