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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철은 요즘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있었다. 아무리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애를 써도 허사였다. 로동자들과 어울려 일도 해보고 음악감상도 해보았다. 그러나 진드기같은 위구심은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더 뒤숭숭해지기만 했다.

너무도 뜻밖에 당하는 일이라 어리벙벙할 정도였다. 사전통보도 없이 은행에서 대부금지불계약을 취소해버렸던것이다. 그야말로 맑은 대낮에 날벼락이였다.

고명철의 회사는 설립된지 몇년 안되는데다 그자신이 기업운영경험이 부족했다. 몇년간의 고심끝에 인제야 겨우 제발로 걸으면서 한창 실적을 올릴 시기였다. 그런데 아닌밤중의 홍두깨라고 이런 일이 생길줄이야 어떻게 알았는가.

오늘도 그는 아침일찍 회사로 나왔다. 무슨 신통한 수가 있는것은 아니였다. 흐린 기색을 어머니앞에 보이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또 비위에 거슬리는 소리들뿐이다.

원료가 떨어지는데 뭘 하는가, 이러다가 회사가 파산당하는게 아닌가. …

그러나 그 말들을 묵묵히 새겨야 하는 형편이였다. 원료들을 사들이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대부금을 받아오지 못했으니 별도리가 없었다. 어떻게 하나 걸린 문제를 풀어보려고 은행에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문전거절만 당했다. 어째서인지 총재라는 작자는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다른 금융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명철의 신용에 탄복은 하면서도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모름지기 누구의 침을 받은것이 분명했다.

장차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파산》이라는 단어앞에 고명철은 두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눈만 감으면 구리시마 미찌다로의 상통이 떠오른다. 보가지처럼 뚱뚱한 몸집에 항상 자그마한 안경을 치레거리로 걸치고있는 작자였다.

그자는 무엇때문에 계약을 취소했을가?

이전 총재는 그래도 고명철의 신용에 만족해서 그의 요구를 원만히 들어주었다. 그런데 몇달전에 은행을 넘겨받은 이 뚱보는 그와 정반대였다. 초면에는 비대한 몸집처럼 속통이 커보였다. 그러나 몇번 대상해보니 개미한테도 멍에채를 메울만치 약은자였다.

게다가 상품을 계약한 회사들에서도 독촉이 불같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오늘은 미찌다로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고명철은 회사를 나섰다. 몇시간을 앉아버텨서야 그는 구리시마 미찌다로와 만날수 있었다.

미찌다로는 첫 대면부터 도고하게 나왔다.

《사장님! 우리 은행은 이제부터 당신네 회사에는 한푼도 지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상대의 약을 살살 올려주는 씨만스러운 태도에 고명철은 눈을 치떴다. 첫마디부터 리유없이 칼을 내흔드는 행동에 혐오감이 끓어올랐다.

고명철은 될수록 자신을 억제하며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 원인이 뭐요?》

미찌다로는 면도칼로 상대의 얼굴을 그을듯 쌀쌀한 표정을 지었다.

《원인? … 원인이야 간단하지요. 당신네 조선사람들은 너무도 량심없는 인간들이요.》

《그건 무슨 당치않은 소리요?》

예상밖의 말이였다. 애매한 웃음과 매정한 말투는 그래도 넘겨버릴수 있지만 감히 민족에 대한 훈계가 나올줄은 몰랐다.

아무리 무례한 일본인이래도 이렇게까지 방자할수 있는가.

미찌다로의 상통에 박힌 메밀눈에서는 싸늘한 바람이 일었다. 비웃음을 담은 그의 보가지입이 씨벌거렸다.

《당신들은 남의 땅에 와서 살면 좀 얌전하게 앉아 제 목구멍이나 건사하면 될게 아니요. 뭣때문에 주인집 일에 간참하며 이러쿵저러쿵 시비질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요.》

고명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속시원히 터놓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사람을 앞에 놓고 간을 말리듯 야질야질거리니 더욱 얄밉기만 했다.

《미찌다로총재! 도대체 무슨 일인지 툭 내놓구 말하지 않겠소?》

미찌다로는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러면서도 상대를 질시하는 눈초리만은 접지 않았다.

《허, 사장! 그래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한다는거요? 그러다 혹시 제 집의 재앙을 날 보고 막아달라고는 하지 않겠소?》

입안에 문것을 꺼내보일듯말듯 하며 울화집을 건드리는 작자의 행동에 고명철은 더는 참을수 없었다.

《여보, 강아지 사는 아낙네처럼 계속 옴지락꼼지락하겠소?》

미찌다로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 인제 보니 임잔 보리밭을 지나면서도 술주정을 할 사람이로구만! 정 그렇다면 말해주지.》

그자는 서랍에서 신문을 꺼내 고명철에게 내밀었다.

《자, 당신의 의문은 이것이 풀어줄거요.》

지면에는 어머니의 기자회견소식이 실렸다. 모든것이 짐작되였다.

《그래 독후감이 어떻소? 이런걸 보고 미욱한 곰 제 새끼 밟아죽인다고 하는가…》

미찌다로는 비양조로 씨벌대며 내심으로 쾌재를 올렸다.

고명철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황당무계한 조건으로 거래를 끊어버리다니…

《여보, 비렬하오. 이건 어디까지나 력사적인 사실이란 말이요.》

미찌다로가 그의 말을 가로채며 언성을 높였다.

《그만하시오! 그래, 당신은 이 방에서까지 을사5조약이 우리 일본에 의해 날조된것이요 뭐요 하면서 날 설복하려는거요?》

고명철은 허- 하고 속빈 웃음을 지었다. 강한 혐오와 충격이 누를수 없는 분노로 바뀌고있었다. 그러나 달리 행동할수 없는 그였다. 칼자루는 바로 미찌다로에게 있었다.

고명철은 번거로운 생각을 잠시라도 잊고싶어 공원으로 들어갔다. 도꾜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들이 솨아- 설레였다.

그는 바람을 마주하며 멀리 하늘가를 주시했다.

바다가에서 날아든 갈매기가 창공을 날고있었다. 그걸 보느라니 차라리 갈매기로 태여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인간생활에서 남는것은 오직 환멸뿐이였다.

이때 손전화기에서 호출신호가 울렸다.

고명철은 번호를 보지도 않고 꺼버렸다. 또 거래대상들에게서 걸어온 전화일것이다. 요즘엔 그런 전화가 자주 걸려왔다. 계약기일을 눈앞에 둔 그들의 독촉은 불같았다. 이제 그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날이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판이다. 요즘처럼 제것이 없는 인생, 빚진 인생의 불행감을 체험하기는 처음인것 같았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피할길 없는 신세라 그는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시오, 전화받습니다.》

뜻밖에도 상대방은 목소리가 챙챙한 녀자였다.

《안녕하세요. 고명철사장님이시지요?》

《그렇소. 그런데 당신은? …》

그는 상대의 음정에서 싸늘한감을 느끼며 물었다.

《예, <보라매>라고… 아마 기억하시겠는데요.》

《보라매》라는 말에 고명철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또 꺼버렸다.

집안에 검은구름을 몰아온 존재와 말하기조차 역겨운 그였다.

상대방 역시 보통질군이 아니였다. 계속 울리는 호출음에 짜증이 날 정도였다.

에익, 정말 검질기군. …

《여보시오. 당신은 왜 청하지 않는 사람앞에 나서지 못해 안달아 하는거요?》

《보라매》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흥, 무슨 사내가 그리 옹졸한가요. 그래 한 녀성의 존재가 그리도 부담스러운가요?》

《그렇소. 난 당신이 무엇때문에 우리 가정에 화근만을 불러오려 하는지 알수 없구만. 우리사이에 서로 한을 맺은것도 없는줄로 아는데…》

상대의 어조는 쌀쌀하게 변했다.

《역시 내가 불청객이라는 소리군요. 하지만 인연없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 법이랍니다. 사장님, 그래 우리가 정말 생면부지의 사이던가요?》

고명철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럼?! …

그는 갈래없는 의문을 품은채 느슨한 어조로 말했다.

《여보시오, 기자선생. 당신은 무슨 오해를 품은것 같은데 속시원히 만나는게 어떻소?》

《흥, 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데요.》

《그건 무엇때문이요?》

《리유는 간단하지요. 당신은 이 <보라매>라는 녀자를 알기 전에 먼저 자신들에 대해서 아는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고명철은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허, 인제 보니 당신의 심장도 영 얼음장이 아니였구만. 남을 다 걱정해주는걸 보니 말이요.》

《절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하지만 내가 알기에는 지금 당신의 회사는 추풍락엽의 신세인것 같은데요. 그래, 구리시마 미찌다로나 만난다구 죽어가는 회사를 되살릴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요?》

고명철은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이 녀자가 어떻게 회사가 처한 환경에 대해서와 자기의 일거일동을 알고있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렇다면 이 녀자가? …

《그러니 이 모든것을 당신이 조작했겠구만!》

손전화기에서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은 의심병이 꽤 심하시군요. 제가 그렇게 비렬한 존재로 보이는가요? 전 남한테 필요이상의 불편은 주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장님에게 조언을 드리려고 전화를 한거예요.》

고명철은 쓰겁게 웃으며 손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조언이라! … 그러다가 병주고 약을 준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소?》

《남이야 뭐라구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오가는 소리를 귀에 다 담다가는 갈길을 못 가는 법이랍니다.》

《당신의 리론도 그럴듯하구만. 그래 나한테 줄 권고라는게 뭐요?》

《사장님이 저의 말을 새기겠는지 말겠는지 하는것은 상관하지 않겠어요. 오늘의 미궁에서 빠져나올수 있는 유일한 출로는 바로 당신이 자기 어머니를 자제시키는거예요.》

고명철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역시! … 어쩌면 이리도 미찌다로와 한속통일가.

《만일 거절한다면? …》

《보라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여기엔 만일이란 있을수 없어요. 그 력사요 뭐요 하는것때문에 만회할수 없는 폭설이 당신의 가정에 들씌워질거예요.》

고명철은 터무니없는 그의 언사에 목소리를 높였다.

《감히 누굴 위협하는가?》

《사장님, 지나친 흥분은 몸에 해롭답니다. 명심하세요. 당신이 아버지의 묘앞에 놓인 김삿갓의 시를 흘려보지 않았더라면 오늘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을수도 있었어요.》

고명철은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그럼 아버지의 묘앞에 놓은 꽃다발을 이 녀자가?! …

《아무리 못된 년의 지껄임이라도 들을 때는 들어야 하는게 인간생활이예요. 자, 그럼 안녕히 계세요.》

상대방은 차거운 말마디를 남기고 손전화기를 껐다.

고명철은 여전히 자기의 전화기를 들여다보았다. 생각할수록 괘씸하기 그지없는 녀자였다. 이것은 완전한 협박이였으며 자기 가정에 대한 로골적인 선전포고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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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問者 - -- - ISO ul - 2017-09-05
세상에는 책도 많지만 어머니 조국에서 발행한 소설 책이 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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