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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향녀는 홀로 남편의 묘앞에 서있었다.

여보! 오늘은 별스럽게 당신이 그립군요. 저는 오늘 내 운명의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길을 떠나요. 하지만 당신이 걸어온 길이고 또 온 민족이 가는 길이기에 주저없이 떠나는 저예요. 기다려주세요.

꼭 당신의 곁으로 돌아오겠어요.

무겁게 공동묘지를 내리던 그는 잠시 멈춰섰다. 미덥고 살뜰하던 고성길의 눈빛이 자기를 바래우는것만 같았다. 이어 그는 힘있게 발길을 내디디였다.

부향녀는 그길로 병원에 들렸다.

《어머니, 제가 깨우겠어요.》

딸에게로 다가가는 며느리를 부향녀는 만류했다.

《놔둬라. 이렇게 얼굴이나 보고 떠나면 된다.》

손녀는 어제 저녁에야 정신을 차렸다. 수술효과는 예상외로 좋았다. 고성옥은 자기의 수술을 할머니가 직접 했다는것을 알고는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를 찾아오겠다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할머니가 쉬겠는데 놔두세요. 아마 잠이라도 깊이 드셨다가 깨여나면 흰머리카락이 줄어들수도 있지 않나요. 난 할머니가 늙는게 정말 싫어…》

부향녀는 잠든 손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성옥아, 용쿠나! 네가 이 늙은 할머니에게 힘을 주는구나. 내가 돌아올 땐 꼭 비행장에 나와야 한다.》

고명철과 김경아가 그에게 다가왔다.

《어머니, 꼭 가셔야 하겠습니까?》

눈물이 글썽해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향녀의 가슴은 쩌릿해왔다.

《너희들이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구나.》

《아니예요. 불효한 이 자식때문에 어머니가…》

고명철은 자기의 잘못을 질책하며 흐느꼈다.

《그만해라. 네 눈물을 보니 먼길을 떠나는 이 에미의 가슴이 좋지 않구나.》

고명철은 눈굽을 훔쳤다. 그러면서 애써 웃음을 지었다.

《알겠어요, 어머니. 앞으로는 제가 자식구실을 바로하겠습니다.》

《그래, 난 너희들에게 그 이상 더 바랄게 없다.》

하루에가 들어섰다.

《어머니, 시간이 됐어요.》

김경아가 부향녀를 따라서며 강조했다.

《어머니, 이 주머니에 약을 넣었어요. 잊지 말고 꼭꼭 잡수세요. 그리구 트렁크의 작은 주머니에도 있구요.》

《오냐, 알겠다. 너희들은 내가 어델 간다고 하면 꼭 어린애취급을 한다니까.》

아닌게아니라 김경아가 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어머니, 인제라도 다른 사람이 가면 안될가요? 편치않은 몸으로 떠났다가 혹시…》

부향녀가 그의 말허리를 꺾었다.

《그만해라. 저 성옥이를 좀 보려무나. 다 죽었다던 저애가 어떻게 다시 살아날수 있었겠냐? 이 할미가 수술했기때문에… 아니다. 그건 그애의 정신이 강했기때문이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복도로 걸어나갔다.

승용차곁에는 지향숙이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거리고있었다.

《성호, 그 사람은 어데 갔냐?》

《조금전에 손전화를 받고는 잠간 기다리라고 하면서 저쪽으로 뛰여갔습니다.》

그러면서 지향숙은 혼자소리로 쫑알거렸다.

《항상 제 혼자서 무슨 큰일이라도 하는듯 헤덤빈다니까.》

부향녀는 그의 마음을 눅잦혀주었다.

《남자들이란 다 그런거다. 그게 샌님처럼 가만히 앉아서 주는 밥이나 먹는 사람보다야 낫지 않느냐.》

지향숙은 무엇인가 더 말을 하려다가 입술을 옹다물었다.

부향녀는 부드러운 어조로 질책했다.

《아직 그와 화해를 못한 모양이구나. 처녀가 그렇게 자존심을 너무 세워도 안된다. 내막을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서리를 뿜는 녀자를 누가 좋아하겠냐. 그러지 말구 이번에 돌아오면 차근차근 이야기해보려무나. 난 성호 그 사람을 믿는다.》

지향숙은 머리를 숙이고 묵묵히 신발앞머리로 땅바닥만 허볐다.

정말 선생님의 말씀대로 그가 내 인생의 영원한 반려자로 남아있을가?

《참, 아직 <나까이리력서>를 보내준 사람을 찾지 못했느냐?》

《예.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무슨 짚이는데라도 있는게로구나.》

지향숙은 주밋거리며 제 생각을 터놓았다.

《전, 그 <보라매>라고 하는 기자선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진미가? … 그애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이때 조성호가 숨이 턱에 닿아가지고 뛰여왔다.

《선생님! 늦어서 미안합니다.》

지향숙은 그를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겼다. 시간이 급한데 오늘따라 능구렝이처럼 움직이는 그가 민망스러웠다.

조성호는 부향녀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저어… 선생님! 베를린행을 며칠 미루면 안되겠습니까?》

부향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혹시 자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조성호는 몹시 딱한 인상으로 주밋거렸다.

《그런건 아니지만…》

그가 말끝을 맺기도 전에 부향녀의 고집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다면 어서 떠나자구.》

하지만 조성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였다.

《선생님! 사실 그런게 아니라…》

부향녀는 얼굴에 랭담한 표정을 지었다.

《정 그렇다면 임잔 떨어지게… 내 혼자서 가지.》

조성호는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임잔 이번 걸음이 얼마나 중요한 길인지 알고있겠지. 사람이 공과 사는 갈라서 행동해야지.》

조성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운전좌석에 앉았다. 일단 부향녀가 고집을 쓰기 시작하면 꺾기가 힘들다는것을 그는 잘 알고있었다. 뭐라고 말해도 오늘 길은 지체시킬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그의 얼굴은 거멓게 죽어가고있었다.

부향녀도 어째서 그가 저렇듯 안절부절을 못하는지 알수 없었다.

얼마후 승용차는 출발했다.

그런데 기본도로에 나오기도 전에 발동이 스르르 죽었다. 운전대를 잡은 조성호는 이것저것을 들여다보며 고장원인을 찾았다.

지향숙의 마음도 조급해났다. 비행기시간이 거의 되여오고있었다. 지금쯤 김성진이 비행기표를 사가지고 기다리고있을것이다.

그런데 성호동무는 왜 저 모양일가?

계기판을 들여다보던 조성호는 거기에 장갑을 벗어 가리우며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휘발유가 다 떨어졌습니다.》

《휘발유가 없다니. 어제 저녁에 보충하지 않았나?》

조성호는 난처한 기색으로 뒤덜미를 쓸었다.

《제가 너무 덜퉁하다나니…》

부향녀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언제 가야 헤덤비는 버릇을 고치겠는지…

《그럼, 택시라도 타야지…》

조성호가 그에게 매달렸다. 얼굴에는 안타까운 심정이 짙게 서리였다.

《선생님, 이왕 이렇게 된바엔 래일이라도…》

순간적으로 부향녀의 기색은 꼿꼿해졌다.

《그만하라구. 난 오늘 꼭 가야 하네.》

그는 벌써 손을 들어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향숙아, 시간이 늦겠다. 어서…》

지향숙은 재빠른 동작으로 짐을 들고 나서며 성호에게 쏘아붙였다.

《어쩌면 먼길을 떠나시는 선생님을 노엽힐수 있어요?》

조성호는 멀어져가는 택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제꺽 차안에 들어가더니 발동을 걸었다.

승용차는 박차를 당한 말처럼 흠칫하며 앞으로 기운차게 내달렸다.

한편 마에다 사부로는 집에 앉아 영상화면을 들여다보고있었다. 그옆에서 운전사가 마이크에 대고 긴장한 어조로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있었다.

《어떻게 되였는가?》

확성기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병원에서 출발했다. 예정된 차에서 내려 갑자기 택시를 갈아탔다.》

운전사는 의아한 눈빛으로 마에다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혹시 그년이 우리의 행동을 알고있는게 아닙니까?》

마에다는 두손으로 잡은 지팽이로 바닥을 한번 내려치며 단언했다.

《택시의 번호를 알아보게.》

운전사는 다시 마이크에 대고 지시를 주었다.

《택시의 색갈과 번호를 대라!》

《빨간색인 <도요다>이다. 번호는…》

《선생님,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마에다는 조금도 주저없이 지시를 주었다.

《그 택시를 깔아뭉개라구.》

《알았습니다.》

운전사는 다시 마이크에 대고 지시를 전달했다.

《사사끼, 계획대로 움직이라. 차는 빨간색<도요다>인 택시이다. 지금 그 방향으로 가고있다. 번호를 전송하겠다. 실수가 없도록 하라.》

《걱정마십시오.》

부향녀를 태운 택시는 간빠찌도로를 따라 달리고있었다. 차에 있는 전자시계의 눈금판을 보던 그는 지향숙에게 물었다.

《성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

《뭐, 특별한 일은 없는것 같습니다.》

부향녀는 미덥지 않다는듯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꼭 그한테 무슨 일이 생긴것이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지향숙이 눈을 반짝였다.

《참, 병원앞에서 손전화를 받을 때 그의 표정이 별스럽게 이상했습니다. 왜 그러는가고 물으니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친구를 잠간 만나보고 오겠다고 하더니 뛰여갔습니다. 그 다음부터 저렇게…》

《친구를 만났단 말이지! …》

부향녀는 왜 그런지 그 친구라는 사람이 께름직하게 느껴졌다.

이때 뒤를 돌아보던 지향숙이 소리쳤다.

《어마나!- 선생님, 저길 보십시오. 저게 성호동무의 차가 아닙니까?》

부향녀도 자기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분명 방금전 자기들이 타고 떠나자던 그 차였다.

그런데 어느새 휘발유를 넣었는가?

도저히 믿어지질 않았다.

틀림없이 조성호는 거짓말을 했을것이다. 왜 그런 숨박곡질이 필요했을가?

속이 개운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켠으로는 마음이 불안해지며 긴장해졌다. 꼭 무슨 예상치 않았던 일이 생길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한편 운전대를 잡고 앞을 주시하는 조성호는 바싹 정신을 가다듬었다. 앞에 가는 택시와의 거리는 불과 20메터의 거리이다. 피뜩 차창밖을 보니 산교도로와 교차되는 네거리를 지나고있었다.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이 흘러나갔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그는 손전화기의 레씨버를 귀에 꽂았다.

스미에였다.

《오빠, 어떻게 됐어요?》

《음, 아직까진 아무 일도 없다. 그런데 아까 말한게 정확한거겠지?》

《아이, 오빤 날 믿지 못하는거예요?》

《됐다, 내가 미안하다. 돌아가서 사죄를 하지.》

《사죄는 필요없어요. 난 오빠만 무사하면 되는거예요.》

조성호는 전화를 끊고 마음의 탕개를 바싹 틀었다. 그는 대형화물차가 네거리교차점에서 나올것이라고 타산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폭력배들이 자기네 일이 성공했다고 믿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음모가 꾸며질수 있다.

이때 손전화기의 호출음이 울렸다.

《여보시오.》

걱정과 불안에 싸인 스미에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오빠, 안되겠어요. 인제라도 차를 멈추고 돌아서세요.》

《스미에, 그건 무슨 소리냐?》

《한놈이 부향녀선생님이 택시를 타는것을 지켜봤어요. 분명 알려주었을거예요.》

조성호는 온몸이 나른해지는감을 느꼈다.

이제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폭력배들을 자기 차에 유인할 결심으로 이 일을 꾸민 그였다. 그런데 그자들이 택시를 공격하는 날에는…

《오빠, 내 말을 들어요? 어서 돌아서세요. 그렇지 않다가는 생명이 위험해져요.》

《알겠다.》

조성호는 계기판옆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택시가 다른 도로로 해서 비행장으로 가게 할 생각이였다.

그러나 시간이 되지 않았다. 또 그자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가만있을수는 없는것이다. 맹수는 일단 먹이를 정하면 무조건 덮치고야마는 법이다.

온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조차 물기를 실컷 먹어 미끈거렸다. 그는 옆에 놓인 수건으로 손바닥과 얼굴을 문대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드디여 택시가 네거리교차점을 가까이 하고있었다.

이제는 딴 도리가 없다!

조성호는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택시의 뒤에 바투 다가섰다. 앞차에 탄 부향녀와 지향숙의 모습이 또렷하니 보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시선을 줄 겨를이 없었다. 오직 택시의 앞만을 주시했다.

아닌게아니라 교차점을 지나 얼마간 달렸는데 대형화물차가 미친듯이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바로 저놈이 틀림없구나!

그는 무섭게 경적을 울리며 택시와 나란히 섰다. 그리고는 대형화물차가 거의 다가왔을 때 속도를 내여 택시의 앞으로 나
섰다.

택시는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 승용차에 질려 급정지했다.

운전사의 욕설이 튀여나왔다.

《아니, 저 자식은 왜 저래? …》

그와 동시에 부향녀와 지향숙의 입에서는 《아!-》 하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대형화물차를 몰던 놈도 후닥닥 놀랐다.

갑자기 튀여나온 승용차가 자기의 먹이감을 가로막는게 아닌가? 조향륜을 틀며 그것을 피해 지나치려 했지만 그 차는 여전히
길을 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를 향해 육탄으로 달려오고있었다.

조성호는 정신을 집중하여 그자의 앞을 막으며 도로의 한옆으로 유도했다. 덩지큰 호랑이가 몸집작은 토끼를 단숨에 덮치는 순간이였다.

아차하는 순간 조성호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다음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성호동무! 성호동무… 정신차리세요.》

애절한 처녀의 목소리가 간간히, 그러면서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간신히 눈을 떴다. 지향숙이 눈물을 흘리며 자기를 부르고있었다.

어디를 상했는지 온몸이 쑤셔왔고 도무지 힘을 쓸수 없었다. 기운을 모아 그는 처녀에게 물었다.

《서… 선생님은 무사? …》

지향숙이 다소 마음이 놓이는지 눈굽을 훔치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난 아무 일도 없네.》

부향녀는 자기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사건의 전말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오빠!-》

방금 멎어선 승용차에서 스미에가 튀여나왔다.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렇게 조성호를 따라나섰던것이다.

《스미에, 정말 고맙다. 네가 아니였다면…》

《오빠, 힘을 내. 죽어서는 절대로 안돼요.》

스미에는 그의 손을 꼭 부여잡고 간절히 당부했다.

부향녀는 뭐가 뭔지 도무지 알수 없었다.

이 일본처녀는 분명 향숙이가 말하던 그 녀자일것이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으며 또 성호는 무엇때문에 대형화물차를 맞받아나갔는가?

지향숙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김성진이 모든 전말을 이야기했다.

《성호동문 지금까지 남모르게 아주머니의 신변을 보호해왔습니다. 오늘도 폭력배들이 사둔님의 목숨을 노린다는것을 알고…》

《예-에?! …》

김성진은 스미에를 진정시켰다.

《스미에, 정말 고맙소.》

그러면서 그는 지향숙에게 눈길을 돌렸다.

《향숙선생, 이 스미에는 바로 성호동무와 어릴적에 함께 방랑생활을 해온 처녀요.》

《예?! 아니 그럼…》

지향숙은 너무도 놀라운 사실앞에 굳어졌다.

모든 사연을 알게 된 부향녀는 너무도 억이 막혀 뭐라고 말할수 없었다. 그가 왜 그렇게 그림자처럼 자기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는지 가히 짐작되였다.

내가 왜 그것을 몰랐는가? 어째서 그의 행동을 보면서 덜퉁하고 분주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진속을 들여다보지 못했는가?

그는 조성호의 머리맡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 사람아! 그런걸 난 또…》

목이 꺽 메였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로 그를 위로한단 말인가.

조성호는 그의 손목을 잡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베를린에 같이 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 한몸을 내대여 바쳐 스승을 구원하고도 미안한감을 금치 못해하는 그에게 부향녀는 아무 말도 못했다.

《어서 떠나십시오. 그 먼 비행길을 홀로 가셔야 하겠는데 건강에 주의하십시오. 참, 이 몰골을 한 나에게 향숙동무가 시집오겠다고 할가요?》

그속에서도 그는 제 습관은 못 버리고있었다. 먼길을 떠나는 부향녀의 마음을 안심시키느라 그는 익살을 부리고있었다.

《보기 싫어요. 누가 저 같은 사람한테 시집가겠대요? 정말 보기 싫어요.》

지향숙의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원망스러웠다.

이렇듯 장한 일을 하면서 어쩌면 말 한마디 하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 아, 이런 사람을 내가 잠시나마 오해하다니… 난 정말 맹꽁이였어.

조성호는 처녀의 손을 꼭 잡았다.

《향숙이, 우리 원장선생님에게 우리의 결혼식장에서 좋은 말씀을 해달라고 부탁하기요.》

부향녀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훌륭한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떠나야 할 길이였다.

조성호는 구급차에 실려 멀어져갔다. 부향녀에게는 그가 더 가깝고 친근한 자식처럼 안겨들었다.

지향숙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눈가에는 벌써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선생님! 제발 그만두십시오. 나쁜 놈들이 베를린까지 따라가면 어떻게 합니까?》

《그만해라!》

너무도 예리하게 울리는 부향녀의 목소리였다.

《넌, 아직 다는 모르고있는것 같구나. 무엇때문에 성호 그 사람이 제 목숨까지 내대면서 위험한 곳에 뛰여들었겠니?》

부향녀는 김성진에게로 몸을 돌리며 간절히 부탁했다.

《부위원장동지, 제 비록 비행기안에서 숨을 거둔다고 해도 이번 길만은 꼭 가게 해주십시오. 우리 성옥이 할아버지가 살아있다고 해도 저를 막지 않았을겁니다.》

그는 늙은이답지 않게 시원스러운 걸음으로 택시에 먼저 올라탔다.

얼마후 부향녀를 태운 려객기는 하네다비행장에 연한 연기를 내뿜으며 창공으로 박차올랐다.

고공에서 눈아래로 떠가는 흰구름떼를 바라보며 그는 속삭였다.

여보! 난 떠나요. 설사 도중에 숨진다 해도 당신이 걸은 그 길에서 물러서고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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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問者 - -- - ISO ul - 2017-09-05
세상에는 책도 많지만 어머니 조국에서 발행한 소설 책이 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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