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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미는 지금 거울앞에 서있다. 자기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무엇인가를 찾고있었다. 검은 안경으로 가리운 얼굴과 서양풍의 차
림새…
여기는 어데인가. 도꾜교외의 눅거리호텔방이다.
하루밤을 잔 낡은 침대우에는 보다가 훌 던져버린 신문들이 널려있다.
그는 이 시각 불안과 열광이라는 두 극단의 감정을 체험하며 자기가 행동으로 옮긴 모든것에 대해 랭정한 사색으로 분석, 정
리하고있었다.
《동양의 사꾸라》에 대한 추적, 부향녀에 대한 랭대와 그에 대한 몰리해, 스미에를 통한 참회록의 절취…
모든것은 마에다 사부로에 대한 복수의 감정에서 분출되였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는 지금 앞으로의 행동을 생각하고있었다. 탐방기자로서의 그의 두뇌는 모험에 적응되였다. 이제는 일본극우보수세력들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폭력배들의 먹이감으로 나서야 했다. 돈에 길들여진 이 무리들은 법밖에 존재하는 인간야수들이다. 걸리면 모든것이 끝장이다. 야수들의 손에서 벗어나는 길은 당장 미국으로 자리를 옮기는것이다. 그것도 비행장들과 역들을 봉쇄했을 마에다의 촉수들을 피해서…
리진미는 자기의 생각을 포기했다. 아직까진 남아야 한다. 그러나 남는다는것은 바로 죽음의 살얼음장을 걸어야 하듯 아슬아슬한 언덕의 련속이다. 마에다는 혈안이 되여 나를 찾으려 할것이다. 생명의 담보는 없다. 검찰과 경찰을 총동원하였을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 보낸 그자의 죄행자료를 먼저 폭로하여 기를 꺾어놓는 행동을 단행할것인가? 아니다. 그렇게 하면 그자는 분명 부향녀에게 달려들것이다. 그가 위험에 놓일수 있다. 그러면 은페해야 하는가? 아니, 맞받아나가야 한다. 시선을 나에게로 끌어 부향녀가 베를린을 무사히 다녀오게 해야 한다.
거울속 녀자의 두눈이 이상야릇한 웃음을 보이였다.
이 세상엔 완전무결하게 보안된 비밀이란 없다. 그것을 바라는것은 바보의 사고나 다름없다. 엄격한 통제속에서도 미인인 안해는 도적맞히기마련이다. 그래서 지키는 놈 열이 도적 하나를 막지 못한다는 말이 생긴게 아닌가.
문득 수중에 있는 히사즈네의 참회록이 떠올랐다.
마에다의 호의를 받아들여 목숨을 잃은 늙은이는 이렇게 여한같은 말을 남겼다.
《… 우에서 말한것들이 우리 구일본군이 태평양전쟁과 그 이전시기 조선을 비롯한 점령지들에서 자행한 반인륜적범죄행위이다.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군국주의일본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전쟁마당에서 장졸들은 야수성과 잔인성, 비렬성과 후안무치성을 겸비하게 되였다. 그 무리의 개개가 나이고 나의 옛 상전이였던 마에다 사부로이다. 인간의 속죄를 자살행위로 여기는 마에다의 고유한 기질은 자기를 위해서는 무슨짓이든 다 허용되며 할수 있다는것이다. 하여 그는 생명의 은인인 조선인력사학자 고성길을 그의 친우 리민수를 리용하여 항주제로 독살하였다. 항주제는 마에다의 <성의있는 차>이다. 그는 자기의 입으로 조선사람들인 두 친구를 죽인 전말을 나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하였다. 마에다의 <차>, 항주제는 술을 끊게 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약과는 달리 조성을 변화시킨것으로서 인체에 흡수되면 심장과 호흡계통을 급속히 타격하여 쇼크상태에 이르게 하며 짧은 시간안에 죽음을 가져오게 하는 사실상 독약이였다. …》
리진미는 히사즈네의 고발을 들으며 아버지의 죽음을 다시 보았다. 불행했던 어린시절의 모습을 보았으며 살아있는 한 어머니의 절규를 듣고있었다.
《마에다 사부로! …》
그는 흉악한 원쑤의 이름을 씹어대며 눈에 끓어번지는 불을 담았다.
모든 준비는 다 갖추었다. 마에다의 시선에 혼란을 주기 위하여 출국수속을 하였으며 배표와 비행기표를 예약하였다. 그는 자기를 찾으려고 피눈이 된 마에다 사부로가 비행장은 물론 항구들을 봉쇄했을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이틀전부터 그는 자기의 거처를 지금처럼 옮기며 주시하고있다.
자기의 모습을 들여다보던 그의 입가에선 가느다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릇은 음식을 따라가고 옷은 사람을 따라간단다.》
언제인가 부향녀가 한 충고였다.
수십년동안 이 차림새로 살아온 진미에게 있어서 그 말은 비위에 거슬렸었다. 그러나 요즘은 새삼스럽게 그 뜻을 음미해본다.
본태를 줴버리고 남의 의태로 얼음장같이 살아온 인간! …
스스로 자신을 찾아보는 그의 눈가에는 쓰거운 비웃음이 흘렀다.
그는 마치 허물을 털어버리듯 옷을 하나둘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겉옷들은 오물처럼 구석에 처박혔다.
거울에는 엷은 속옷을 입은 녀인의 자태가 비껴있었다. 동그스름하고 조용해보이는 얼굴에 형용할수 없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까만 머리의 모습이였다. 미츨한 몸매는 그의 용모에 꼭 어울리였다. 비록 고집스럽고 세찬편이지만 리진미는 그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녀자였다. 그에게는 금강석의 광채가 있었다. 이 광채는 그의 아름답고 리지적인 두눈에서 내뿜는것이였다. 고달픈듯 하면서도 동시에 열정적인 눈은 그지없이 진실한 빛을 담고있었다.
리진미는 사뭇 공손히 눈을 내리뜨고 깊이 뉘우치기라도 하는듯 한 모양으로 거울앞에 한동안 서있었다. 그의 속눈섭은 그려붙이기라도 한것처럼 무척 길고 새까매서 눈을 내려깔자 해쓱해진 볼우에 눈섭그림자가 색짙게 드리웠다. 이어 조선치마저고리가 그를 더 아름답게 단장해주었다.
리진미는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새겨두어라. 너는 조선사람이다, 조선사람! …》
부향녀의 말이 고패치며 울려온다.
그래, 이 시각부터 이 세상엔 《보라매》란 영영 없다. 오직 조선처녀 리진미만이 존재할뿐이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이어 색안경을 낀 두 사나이가 들어왔다.
그들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는 찬탄이 튀여나왔다.
《아니?! …》
리진미는 웃음을 가득 담고 그들에게로 돌아섰다.
《어때요? 우리 조선치마저고리예요.》
두 사나이는 황홀한 녀인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그들도 일본에서 살고있는 조선청년들이였다. 스승의 소개로 진미는 그들과 알게 되였다.
《그래, 일은 제대로 되였겠지요?》
리진미의 물음에 한 사나이가 나섰다.
《선생님, 그자들이 지금쯤 여기로 막 달려올겁니다.》
리진미는 랭소를 지었다.
《흥, 이제 마에다 사부로는 남의 피를 즐기다가는 나중에 제 피를 마시게 된다는걸 알게 될거예요.》
그는 마에다로부터 부향녀를 지켜내고는 조용히 일본을 떠날 결심을 하며 방을 나섰다.
두 사나이가 그의 뒤를 따랐다.
그로부터 얼마후 리진미는 스미에의 거처지를 찾아갔다.
스미에는 아사히음식점에 자리를 정하고있었다. 이곳은 녀색을 찾는 돈많은자들의 유흥장으로 소문난 곳이다.
스미에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있었다. 너무도 화려한 옷차림에 까만 머리태를 날리는 리진미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어마나! 이게 <보라매>선생님이 맞긴 맞는가요?》
그 녀자는 감탄어린 애교로 아양을 떨었다.
《이제부턴 <보라매>가 아니라 리진미라고 불러요. 나에게도 부모님들이 지어준 이름이 있으니까.》
스미에는 그를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선생님,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세요. 지금 마에다 사부로가 선생님을 잡겠다고 눈에 불을 달고있답니다.》
리진미는 느슨한 웃음을 지었다.
《그놈은 날 죽이지 못해요. 참, 그리구 더 다른것은 알아낸게 없어요?》
스미에는 엷은 미소를 띠웠다.
《예, 어제 저녁 마에다의 운전사가 여기에 왔댔어요.》
《무슨 일때문인가요?》
스미에는 얼굴을 붉히며 의미있는 미소를 띠웠다.
《아이, 선생님도 다 아시겠는데요 뭐.》
리진미는 그에 대해서는 더 캐묻지 않았다.
《그래, 그가 뭐라고 하던가요?》
스미에는 잠시 주밋거리며 진미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는 한창 의원님에게서 욕먹은 밸풀이를 했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제 자기 손에서 지성병원 원장선생님이 결딴날거라고 으시대더군요.》
리진미는 긴장해졌다. 짐작했던 그대로였다.
《그래, 장소와 시간은? …》
《그 선생님이 래일 베를린으로 간다면서…》
스미에는 문쪽을 힐끔 살피고나서 진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뭐예요?》
리진미는 마에다 사부로가 이렇듯 음흉한 모살계획을 꾸밀줄은 몰랐다.
이 인간의 탈을 쓴 승냥이…
리진미는 그 녀자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씹었다.
《이제 이 사실을 조성호라는 조선대학교 선생에게 전달해야겠어요.》
스미에는 두손을 모아 가슴에 대며 놀랐다. 그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는것이 놀라웠다. 그러나 그는 인차 아닌보살했다.
《조성호란 누구십니까?》
리진미는 비양조로 말했다.
《스미에, 당신의 치마폭이 넓다는거야 온 도꾜바닥이 다 아는 사실이 아니나요.》
그는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보였다.
스미에의 얼굴은 시꺼멓게 죽어갔다. 사진에는 자기가 차집에서 조성호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찍혀져있었다.
《선생님, 난 절대로 이 사람을 배반할수 없어요. 그는 내 친오빠나 같은 사람이예요. 그러니 더이상 그를 이 일에 끌어들이지 말아주세요.》
차겁게 내뱉으며 스미에는 돈묶음을 진미에게로 밀어버렸다.
《당신의 심정은 알만 해요. 그렇지만 그에게 알려주는것이 바로 그를 도와주는 길이예요.》
《아니, 그럼? …》
스미에는 의혹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리진미는 머리를 끄덕였다.
《놀랄 필요는 없어요. 나도 조성호선생과 같은 조선사람이 아니나요.》
《조선사람?! …》
리진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스미에를 믿어요. 그한테는 절대로 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세요. 그리구 당신은 며칠동안 다른 곳에 자리를 옮겨야겠어요. 혹시 마에다 사부로가 스미에에 대해 의심을 품을수도 있으니까.》
《알겠어요.》
무로우는 초저녁부터 터질것만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딩굴었다.
아, 내가 지금까지 우리 어머니에게 치욕을 강요한 놈을 후견인으로 모셔왔단 말인가?
수십년전 력사는 량심으로 씌여져야 한다고 하던 부향녀의 말이 떠올랐다.
량심! 그의 말이 공명이 되여 귀전을 친다.
그래, 지금껏 나는 량심이란 말의 의미를 외곡하며 살았다. 력사를 외곡하다 못해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부모님들에 대해서도 외곡했다. 허나 이미 빠진 미궁,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길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누가 력사와 미래앞에 진 이 죄를 벗겨준단 말인가? 시효가 없는 죄명에서 어찌 벗어날수 있단 말인가?
지금 그의 앞에는 하루에가 가져온 마에다의 일기장이 있었다. 옆에는 방금전에 리진미가 주고 간 히사즈네의 참회록이 놓여있었다.
《박사선생님, 당신의 눈은 바로 이 증거문건앞에서 새롭게 틔워질거예요. 자신이 얼마나 비렬한 음모의 롱락물, 희생물로 되였는가를 개탄하게 될거란 말이예요. 허위와 위선, 기만으로 가득찬 이 일본에 대해 자신이 직접 평가하고 옳게 처신하기를 바래요.》
리진미의 선언적인 말이였다.
내가 그토록 믿고 숭배해온 후견인이 이런 놈일줄이야! …
마에다 사부로의 일기장에 씌여진 글줄들이 무서운 악몽의 세계를 펼치며 덮쳐들었다.
《…
1938년 3월 10일
이날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의 날이라고 말할수 있다. 본토에서 조선으로 파견되여왔던것이다. 식민지인 조선에서 대일본제국의 장교로서 사무라이의 기강을 남김없이 발휘할 시각이 도래한것이다. 지금도 지난해 12월에 있은 남경점령전투에 참가하지 못한것이 몹시 후회된다. 일본에서 우리 일본군이 남경을 얼마나 통쾌하게 차지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몹시 흥분했다. 일본사나이로서 한번 해볼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쯔이 이시에각하의 명령에 따라 진행된 이 전투에서 제국군인으로서의 쾌감을 느끼지 못한것이 아쉽다. 그때 우리 병사들은 임신부를 강간하고 배를 갈라죽였으며 또 거리바닥에서 처녀들을 강간, 륜간하고 군도로 목을 베여죽였다. 이렇게 점령지의 사람들을 짐승처럼 죽이면서 종주국의 병사로서의 용감성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고 한다. 그렇다. 아시아는 바로 미개한 민족의 령토가 아니라 월등한 우리 야마또민족의 땅이 되여야 한다. 나는 내가 발을 들여놓은 이 조선에서는 물론 우리의 대동아공영권이 실현되는 모든 땅에서 사무라이후손으로서의 기강을 남김없이 발휘할것이며 기어이 대륙에 우리의 사꾸라가 만발하게 할것이다. 가장 악랄하게, 가장 큰 고통으로 아시아인들이 우리들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야말것이다.
…
1941년 12월 29일
나는 조선주둔 라남제19사단에서 서남태평양 마이아나제도의 무인도에 있는 포병부대로 승진되였다. 이 부대는 태평양전쟁의 시작과 함께 새로 편성된 부대였다. 비록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에 도착하였지만 선친들의 유지를 지켜 대본영의 령을 받들어 이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니 더없는 긍지에 넘쳤다.
그러나 유감스러운것은 마음이 도저히 안착되지 않는것이다.
망망대해와 울창한 열대림만이 보이는 이곳에서 어떻게 수년간을 살수 있겠는가. 조선에 있을 때는 그래도 30여동의 위안소들에 끌려온 300여명가량 되는 조선의 애젊은 계집들이 있어 묵은 성욕이라도 마음껏 향유할수 있었다. 유럽인들에게는 빵과 빠다, 술이 요구되지만 우리 일본인은 술과 계집이면 그만이다. 당국과 군부에서는 다른 부대들에 다 그 노리개들을 보내주었다고 하는데 우리들에게는 왜 이리도 무관심한지 모르겠다.
저희들은 아늑한 안방에서 좋은 술과 아름다운 녀자들을 사타구니에 끼고있으니 전선에서 싸우는 용사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인지…
1942년 1월 20일
드디여 군부당국에서는 천황의 동의하에 20명의 처녀들을 정식 우리 부대에 배속시켰다. 그들은 모두 16살부터 25살사이의 조선처녀들이다. 멋모르고 끌려온 년들이라 자기의 정조를 지키겠다고 반항했다. 나는 그중 제일 나이가 어린 계집년을 마구 때려 기절시키고 나의 요구를 충족하였다.
그동안 황인은 물론 백인녀자들도 수많이 짓밟아왔다. 렬등민족을 깔고있을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군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 대일본제국이다! 식민지의 계집들을 마음대로 타고앉아 성적쾌락을 향유할수 있듯이 대본영의 국책에 따라 저 비게덩어리와 같은 동남아시아와 유라시아대륙을 점령하여 마구 좌우지하는것이 나의 최대목표이며 희망이다. …》
무로우는 술병채로 술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아, 바로 이게 과거 우리 일본의 력사였단 말인가. 모든 도덕을 《충군애국》과 《야마또다마시》로 일색화하고 강다짐으로 통일한 군국주의적이데올로기밑에 세계인류에게 감행한 반인륜적인 특대형범죄가 아닌가.
문뜩 마에다 사부로의 설교가 떠올랐다.
《명심하라구! 정의요, 진리요 하는것은 한갖 굶주린자들이 저들의 배고픔을 달래는 넉두리에 불과한거야. 그래 그것을 목터지게 부르짖는다 해서 뭐가 생기는가 말이야. 령리한자는 그 그늘밑에서 자기의 배주머니를 채우고있어. 국가의 번영과 생사존망도 다 같은 리치이거던. 남들이 뭐라고 해도 종당에는 대국으로 일떠서면 그만이란 말일세. 강자의 과거를 따지는 약자는 없는 법이야. 칼자루를 잡은 손이 놀려지는데 따라 칼날이 상대방의 가슴을 찌른다는것은 어린애도 다 아는 리치가 아닌가 말일세.》
무로우는 두손으로 자기의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지금껏 제 나라를 위한 진정한 애국이 바로 력사를 외곡하고 세계무대우에 피묻은 칼을 잡고 올라서는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 외곡된 력사는 바로 제 어머니의 력사를 외곡하는것이였고 또 그 칼은 제 어머니의 피로 물든 칼이였다.
아, 이것이 바로 내가 부르짖던 애국이란 말인가?
눈앞엔 한 녀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강인한 자세로 서있는 부향녀의 모습이였다. 조선사람으로서 일본의 불쌍한 소녀를 구원해주고 어엿하게 키워온 너그러움과 아량을 온몸에 지닌 녀성이였다.
이 세상 그 어디에 그렇듯 아름다운 모습이 있었단 말인가? 또 누가 그렇듯 인자한 모성을 그려낼수 있단 말인가? 정의와 진리, 량심을 위해 모진 고통과 아픔을 다 이겨내며 억세게 사는 그런 인간이 지금 이 사회에 존재하고있다는것자체가 의심스러운 일이다. 이제 과연 어떻게 사려깊은 그의 눈빛을 마주볼수 있단 말인가? 그앞에 어떠한 얼굴로 나서야 한단 말인가? 아, 난 지금까지 자기의 두뇌도 심장도 다 잃고 살아온 불쌍하고 가련한 존재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