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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향녀의 집은 오이마찌역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구역에 위치하고있었다. 그는 집에 들어서는 길로 전실의 제일 환한 벽면으로 다가갔다. 조성호가 그의 곁에서 하얀 종이로 포장한 물건을 풀었다.

모두가 호기심으로 숨을 죽이고있었다.

이어 부향녀의 손에 의해 수예 《만경대고향집》이 벽에 걸려졌다.

《야, 만경대고향집! …》

모두가 뜨거움과 그리움의 목소리로 탄성을 올렸다.

《그래, 바로 우리 민족의 고향집이지! … 우리 이 고향집을 정신적기둥으로 삼고 살아가자.》

그가 평양에서 안고 온 봄향기는 온 집안에 짙게 서렸다. 모두들 조국의 따스한 훈풍에 가슴을 들먹이였다.

고성옥은 부향녀가 평양에서 가지고 온 조선치마저고리를 입고 춤까지 춰보였다.

《할머니, 나 이 옷을 대학에 입학하는 날 입겠어요.》

《그래, 보란듯이 입고 나서거라.》

《허, 저렇게 차려입고 나서면 우리 외손녀가 이 도꾜바닥에서 제일 예쁜 처녀로 보일거웨다.》

김성진은 자못 흐뭇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곁에 있던 마에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말 조선의 옛 전설에서 나오는 선녀를 방불케 하는군요.》

고성옥은 생긋 웃음발을 날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부향녀는 트렁크안을 들여다보며 서운한 기색을 지었다. 그곳에는 치마저고리감이 남아있었다.

김성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부향녀는 가늘고 긴 숨을 내그었다.

《그저 옛날 생각이 나서…》

시름겨운 그의 낯색을 바라보는 김성진의 안색은 흐려졌다.

《혹시 또 그애를 생각하는게 아닙니까?》

《예, 이 옷감은 그애의 몫으로 평양에서 가져온것입니다. 수십년세월이 흐른 오늘, 그애의 몸치수를 알수 없어 이렇게…》

《그러니 아주머닌 아직도 그를 가슴에 품고계셨군요.》

부향녀는 트렁크를 닫으며 괴로운 어조로 말했다.

《어떻게 잊겠나요. 지금도 내 치마자락을 부여잡고 재롱을 피우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김성진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살아있기나 하겠는지… 이젠 그애도 거의 마흔살은 되였을겁니다.》

《11월 14일이 그애의 생일이예요. 꼭 39살이 되는 날이지요.》

마에다가 우선우선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 오늘은 불미스러운 과거를 잊어버리는게 어떻습니까. 불쾌한 추억은 항상 기분을 흐리게 하는 법이지요.》

주방에서는 가정의 맥박인양 녀자들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난 시아버님의 론문에 박사학위가 수여될줄은 정말 몰랐어.》

김경아가 음식을 준비하며 하는 말이였다.

그의 손을 거들어주던 지향숙이 맞장구를 쳤다.

《아마 선생님은 이번 일로 생각이 많으실거예요. 평양에 다녀오신 소감은 더 말할것도 없구요.》

《향숙이도 얼른 결혼을 하고 신혼려행으로 조국에 한번 다녀오렴!》

《아이참, 언니두…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뭐.》

《아니 왜, 믿음직한 성호동무가 곁에 있는데두? …》

《그 사람 말은 아예 하지도 마세요. 이번에 선생님을 모시고 평양에 갔다오더니 아주 딴 사람이 된것 같애요. 시뚝해서…》

악의없는 그의 말에 김경아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우며 웃음을 지었다.

《난, 너희들 일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어데서부터 어데까지 진심이고 거짓인지 통 분간할수 없다니까.》

《흥, 그 동무와 부부가 되라면 난 아예 시집을 안 가겠어요. 총각이 없어서 그런 싱검둥이한테 가겠나요.》

이때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허허, 누가 우리 성호선생의 뒤시비질을 하는가?》

《어마나!》

지향숙은 기겁해서 경아의 뒤에 몸을 숨겼다.

《언니, 아저씨예요!》

한발 늦게 집에 들어선 고명철은 벌씬벌씬 웃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향숙선생! 세상에서 제일 보기 싫은게 뭔지 아십니까? 그건 바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시들어가는 꽃이랍니다.》

지향숙은 경아의 어깨우에 얼굴을 내민채 입을 삐쭉거렸다.

《으-음! 아저씬, 나만 보면 그저 흉볼 생각이지요.》

《그래두 싫은줄은 아는구나. 고무줄도 지내 당기면 끊어지는 법이야!》

고명철은 두눈을 의미있게 끔벅거리며 전실로 들어갔다.

《언니, 아저씨가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이세요? 전에 없는 롱담도 다하시구.》

김경아는 향숙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오늘이야 우리 집안의 명절이 아니니.》

축하연은 밤늦게까지 이어지고있었다.

고성옥의 노래가 요청되였다.

 

    푸른 산 저 너머로

    멀리 보이는

    새파란 고향하늘

    그리운 하늘

    언제나 고향집이

    그리울 때면

    저 산너머 하늘만

    바라봅니다

 

은은한 선률은 모두의 감정을 휘여잡고 추억의 세계로 떠밀었다.

부향녀는 조용히 두눈을 감았다. 앙금으로 가라앉혔던 옛시절이 눈에 삼삼하다. 모기쑥연기가 몰몰 피여오르는 토방우에 앉아 검은 주단우에 뿌려놓은 보석무리속에서 자기 별을 찾으며 동심속에 피워보던 고운 꿈, 부모들의 기대와 바래움속에 의학자가 될 희망을 안고 고국과 작별하던 부산의 작은 부두가도 떠오른다. 허나 충만된 욕망은 식민지민족이라는 차디찬 폭설에 묻혀야만 했다. 머리우에 들씌워지는 랭대와 멸시로 하여 살아있는 목숨이 원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인생의 행복만을 그리자던 하얀 명주천같은 그의 마음은 서서히 피눈물로 얼룩지고있었다. 비애의 탄식과 한숨으로 저주로운 하늘에 침을 뱉은적은 또 그 얼마였던가. 생명력을 가진 인간의 몸부림에 동정이란 너무도 린색한 세월의 흐름은 얼마나 두려웠던가. 떠나온 고향의 바람새가 그리웠고 부모님들의 뜨거운 사랑에 갈증이 일었다. 다시 돌아갈수 없는 곳, 반겨맞아줄 혈붙이 하나 없어 아픔만을 더해준 땅이다. 지나온 생은 두눈을 비비며 돌아봐도 황량한 페허뿐이다. 생기넘치던 아지의 푸른 잎새는 때이른 폭풍에 락엽으로 지고 즙없는 가지만 앙상하다. 자연의 흐름은 그에게서 생이라는 살점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좀벌레로밖엔 되지 않았다.

허나 요즘엔 그렇지 않다. 빙설로 가득찬 가슴에 봄바람은 슬며시 불어와 꺼져가던 생에 불을 지펴주었다. 인생의 목표가 정해졌고 삶의 기쁨과 환희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멈출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무정하게 여겨졌다.

애틋한 추억의 수풀을 헤쳐가는 선률은 사람들의 금선을 조용히 어루만지고있었다.

고향이 함경남도 금야인 김성진! 그의 머리우에도 이젠 흰서리가 수북하니 내려앉았다. 한창시절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울며불며 뛰여다니던 그였다. 그러던 그도 총련의 결성과 함께 홍안의 시절부터 반백이 된 오늘까지 조국이라는 부름앞에 자신을 묻어가고있었다.

총련의 2세대로서 태줄이 묻힌 고향땅을 그려보며 눈을 감은 부모들의 마지막호흡을 되새기는 지향숙과 조성호의 모습에도, 아버지의 고향인 흥남으로 어서 가자고 그렇게도 졸라대던 아들의 눈가도 축축하니 젖어있었다.

노래는 끝났으나 선률은 그냥 흐르고있었다.

고성옥이가 발씬 미소를 띠우며 할머니에게 다가왔다. 생글생글 웃음발을 날리며 그는 귀속말로 속삭였다.

부향녀는 밝은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김성진이 우정 질투어린 목소리를 냈다.

《허 성옥아, 네가 뭘 말하는지 이 외할아버지도 들어보자꾸나!》

고성옥은 까만 눈동자에 그윽한 웃음발을 날렸다.

《이제 제가 공개하겠어요.》

호기심어린 눈길들이 그를 주시했다.

《방금 할머니가 래년 봄엔 온 가족이 조국방문을 가자고 약속했어요.》

《야!-》

모두 환성을 올리며 기뻐했다.

유독 조성호만이 지향숙의 한손을 잡아 버쩍 쳐들었다.

《만세!》

모두들 호탕하게 웃었다.

그제서야 자기 손이 그에게 잡혔다는것을 알게 된 지향숙은 얼굴을 붉혔다.

조성호는 멋적은듯 헤식은 웃음을 지었다.

지향숙은 새파래서 톡하니 내쏘았다.

《조성호동지! 정신을 좀 똑바로 차리세요. 제가 뭐 이 집안 사람인가 하지 않아요? 언제 봐야 위치선택을 잘못한다니까.》

조성호는 시치미를 뚝 따고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향숙선생은 아직도 내가 이 집의 막내라는걸 모르오?》

그는 부향녀에게 능청스럽게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선생님?》

부향녀는 입가에 미소를 담고 머리를 끄덕였다.

《암, 그렇지 않구. 당당한 내 아들이구말구.》

조성호는 향숙을 힐끔 보고는 고명철에게 다가갔다.

《형님, 내 말이 틀리는데가 있습니까?》

《원 자식두! …》

으쓱해진 조성호는 보란듯이 어깨를 쭉 폈다.

《참, 그렇게 놓고보니 오직 동무만이 박쥐로구만!》

약이 오른 지향숙이 《뭐예요? 박쥐! …》 하며 오른손을 쳐든다.

조성호는 오히려 자기의 머리를 그에게 더 바투 가져갔다.

《아마 이제부턴 동무의 발바닥에 불이 일어야 할게요.》

《그건 왜요?》

《아, 그래야 막내며느리의 자리라도 얻을게 아니요!》

집안이 떠나갈듯 한 폭소가 터져올랐다. 모두가 배를 그러안고 요절을 하도록 웃었다.

《허, 저런 엉큼한 녀석 봤나.》

《꼭 둘이 재담을 하는것 같아요.》

지향숙은 약이 올라 부향녀의 잔등뒤로 달아난 조성호를 쏘아보았다. 버릇처럼 그의 왼손은 허리에 얹혀있었다. 오른손만은 상대를 겨냥하고있었다.

《흥, 떡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구…》

조성호는 여전히 능글거리며 익살을 부렸다.

《동문 아직 잘 모르는것 같구만. 아무리 구미를 돋구는 떡도 김치국부터 마셔야 체하지 않는 법이랍니다.》

처녀는 새침해서 내쏘았다.

《에-익, 말박사같은거…》

부향녀는 조성호를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모든것을 랑만적으로 대하고 행동하는 그였다.

그는 일찌기 량부모를 잃고 도꾜일판을 돌아다니던 고아였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다니던 《골목대장》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그를 김성진이 데려다가 중고급학교와 조선대학교를 졸업시켰다. 비록 고아로 자랐지만 남달리 진취성이 강하고 머리가 비상해 이제는 당당한 력사연구사가 되였다.

재능이란 바위틈에서 자라는 여린 꽃나무와도 같은것이다. 이렇듯 버팀목을 세워주고 바람막이를 잘해주면 꼭 호함지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마련이다.

훤칠한 이마와 큰 눈우에서 꿈틀거리는 숱진 눈섭… 서글서글한 그의 성격은 사내다운 품을 한눈에 엿보게 한다. 꾸밈새가 없이 소박한 청년이였다. 사람좋은 성격으로 하여 그의 주변에서는 늘 웃음소리가 사라질줄 몰랐다. 롱담과 우스개소리로 모든 세포와 혈관들을 빚어놓은것만 같았다.

그러다나니 대학에서 함께 일하는 지향숙에게서 자주 퉁을 맞기도 했다. 학자라는 인격과 기품을 좀 가지라고…

허나 조성호는 그때뿐이였다.

부향녀도 그것이 싫지 않았다. 불우한 운명의 상처를 웃음과 해학속에 이겨내려는 그의 성품이 눈에 꼭 들었다. 그래서 향숙에게 늘 이렇게 말해주군 했다.

《자기의 불행에 포로된 사람은 영영 일어서지 못하는 법이란다!》

《선생님, 그렇지만 남자야 좀 입이 무겁고 의젓한데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다사하다는것과 성격이 좋다는것이 같은 의미일가? 웃음과 유모아는 생활의 윤활유나 같은게 아니냐. … 저 사람에게 그것이 없으면 뭐가 남겠니.》

그때부터 지향숙은 조성호의 익살과 롱질을 무랍없이 받아들였다.

이때 집안의 가벼운 공기를 누르며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고성옥이 얼른 송수화기를 들었다.

《예, 집에 계십니다.》

《할머니, 전화예요.》

《여보세요.》

무미건조한 녀자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원장선생님, 전 하네다비행장에서 만났던 탐방기자랍니다.》

부향녀는 불쾌한 감정을 누르며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당신이군요! 그런데 이 밤중에 무슨 일인가요?》

《아, 죄송합니다. 가정의 분위기를 깨뜨려서… 사실은 선생님께 꼭 보여드리고싶은것이 있어서 이렇게 실례했습니다.》

《그게 뭔데요?》

《TV를 보시면 알게 될겁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이 녀자는 누구이기에 이렇듯 주위에서 맴도는걸가?

TV에서는 하네다비행장에서 있었던 부향녀의 기자회견소식이 방영되고있었다. 별다른것이 없었다. 오직 방금전에 전화를 걸어온 녀기자의 랭연한 태도만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명철의 안면근육은 이그러졌다.

《그 녀자가 자기의 말을 상기하고싶었던 모양이군요.》

김성진은 TV에 시선을 둔채 쏘파등받이에서 몸을 뗐다.

《꼭 그런것만도 아닌것 같구나.》

이어 소개자가 나왔다.

《다음은 우리 나라의 력사계에서 명망을 떨치고계시는 무로우 고이찌로선생님이 지성병원 원장인 재일조선인동포 부향녀선생님께 드리는 말씀을 전달하겠습니다.》

모두들 긴장한 시선으로 TV를 주시했다.

양복차림에 넥타이를 맨 무로우 고이찌로가 나타났다.

소개자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신경이 팽팽해있던 하루에는 와뜰 놀라며 두손을 가슴에 가져다댔다.

아니, 저 사람이? …

《지금 이 TV를 시청하고계시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은 방금 기자회견에 대해 청취했을것입니다. 저도 그것을 본 일본의 한 국민으로서, 력사학자로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부향녀는 이마살을 쪼프리며 무로우를 주시했다.

꼭 어디서 만났던것 같은데…

문뜩 짚이는것이 있어 시선을 딸에게로 돌렸다. 하루에는 머리를 푹 떨군채 수심에 잠긴 모양으로 앉아있었다.

그러니 그때 그 젊은이가?! …

《전 오늘 지성병원 원장인 부향녀선생에게 권고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바로 자기의 진실을 밝히라고 말입니다. …》

아니? …

다들 놀라운 눈길로 그를 지켜보았다.

마에다 사부로도 화면에서 긴장해진 시선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방금 소개자가 말했듯이 부향녀는 우리 나라에서 사는 조선사람입니다. 누구에게나 다 제 민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있으며 또 그것을 옹호하려는 감정이 있습니다. 이런것을 보고 흔히 애국심이라고 표현합니다. 나는 그가 우리 일본의 력사정책에 대해 무근거하게 비판한것은 다 그 리념에서 출발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그에게 묻고싶습니다. 어떻게 인류의 력사가 어느 한 인간 즉 한 민족의 리기심에 의해서 씌여져야 하는가고 말입니다. 그는 바로 이 물음에 대답하여야 할것입니다. 그에게는 지금 일본녀성인 하루에라는 딸이 있습니다. …》

하루에는 자기 이름이 나오자 두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조선사람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딸이 말입니다. 그러면 그는 과연 누구의 딸인가? 부향녀의 딸? … 그렇다면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는 분명 일본사람이라는것은 너무도 자명한 리치입니다. 그러나 비극적인 운명으로 태여난 하루에는 아버지를 모르고 자랐습니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시사하고있습니까? 부향녀선생은 일찌기 우리 일본인에게서 배척당한 녀성이라는것을 의미합니다. 녀성이 한 남자에게서 당한 배반의 설분은 분노로 변하기 십상입니다. 때문에 사랑과 증오는 종이장차이라고 말하는것입니다. …》

부향녀는 뼈를 갉아내리는듯 한 동통에 이를 꽉 사려물었다. 온몸으로 식은땀이 내배고있었다. 참을수 없는 아픔은 그에게 강렬하게 요구하고있었다.

부향녀, 너는 저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물론 한 녀성을 유린하고 배반한 죄행은 천추에 용납 못할 죄악입니다. 그렇다구 자기의 감정을 력사외곡이라는 억지주장으로 드러내보일수 있는가 하는것입니다. 더우기 과거 일본의 통치를 받아온 조선은 반일감정이 매우 강합니다. 이러한 개인적 및 민족적인 감정이 우리 일본을 무턱대고 마구 질시하는 길을 택하게 했던것입니다. 그는 언제인가 나에게 이렇게 권고한적이 있습니다. 력사란 량심에 의해서 씌워지는것이라고… 그러나 오늘은 내가 그에게 권고하고싶습니다. 자기의 개인적인 허물과 복수심을 량심과 애국이라는 보자기에 감싸지 말라고 말입니다. …》

무로우의 출연은 끝났으나 방안에는 무거운 공기만이 떠돌았다.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하루에의 흐느낌소리만이 들릴뿐이다.

《할머니!-》

갑자기 성옥이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가까스로 자신을 지탱하던 부향녀가 드디여 심장쇼크를 일으켰던것이다.

김성진과 고명철이 그의 손발을 주무르며 애타게 찾았다.

《어머니, 정신차리세요. 예…》

《할머니, 눈을 뜨세요. 죽으면 안돼요. 예, 할머니…》

고성옥이는 벌써 부향녀의 품에 매달리며 울음을 터쳤다.

김경아가 시어머니의 입에 천천히 약을 떠넣었다.

한참후에야 부향녀의 얼굴에서는 피기가 돌기 시작했다. 걱정어린 눈길로 자기를 지켜보는 시선들을 둘러보며 그는 안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정말 미안해요.》

마에다 사부로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울분을 금치 못했다.

《그 <보라매>인지 독수리인지 하는 년이 이제는 못하는짓이 없군요. 이 모든것은 부인님의 력사연구를 반대하는 그년의 술책이 분명합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김성진도 불안감을 금할수 없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눈길은 조성호에게 미쳤다.

부향녀는 곁에서 눈물짓는 하루에의 손을 꼭 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그 사람이 아마 너에 대한 옛정을 아직 버리지 못한 모양이구나.》

《어머닌 저때문에…》

부향녀는 한손으로 하루에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래서 에미가 아니냐! …》

《어머니! …》

하루에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더 세차게 흐느꼈다.

부향녀의 얼굴에는 짙은 고뇌가 흐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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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問者 - -- - ISO ul - 2017-09-05
세상에는 책도 많지만 어머니 조국에서 발행한 소설 책이 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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