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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의 성격을 이루는 요소들에는 근면성과 쉽게 동요하는 나약성, 정직성과 타산을 앞세우는 이악함이 단순하면서도 무질서한 구조를 가지고 결합되여있었다. 그것은 대학이라는 교육도 해결해주지 못한 천성과 비슷한것으로서 부향녀의 영향속에 인간성격으로 형성된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였다. 정직성과 근면성은 어려서부터 고역에 시달리며 자란데서 자리잡은것이라면 타산이 밝은것은 일본고유의 기질이 유전된것이라고 하는것이 옳을것이다.
이 녀자에게 있어서 어제도 오늘도 가장 큰 고민은 무로우로 하여 산생되는 생활이였다. 아직은 사랑이 그리운 나이여서인지 흘러간 옛사랑과 오늘도 때없이 나타나 유혹하는 사나이로 하여 마음은 번거로운것이다.
그는 지금도 인생의 저울추를 이쪽저쪽에 옮겨놓으며 욕망과 인정을 저울질하고있었다. 하건만 어느쪽도 결심할수 없는것으로서 괴롭기만 했다.
무로우와의 이상야릇한 밀회를 부향녀에게 실토하지 못하는 자기였고 오늘의 자기를 만들어준 어머니 부향녀를 떠나서 살수 없는 인간임을 부정할수는 더우기 없었다. 시집갈 나이의 딸을 가진 이 녀자의 마음속으로 어두운 산너머로 솟아오르는 초생달같은 추억이 안개처럼 밀려들 때면 흐느낌이 먼저 흘러나오군 하였다.
어머니를 모르며 세상에 태여난 어린 생명, 인간이면 제일먼저 찾는 첫 부름을 세살이 잡히던 해에 터치였다. 불우한 그 계집애는 자기의 작은 창문을 열고 세상을 보았다. 그것도 파도가 아우성을 지르는 절벽우에 선 한 녀자의 모습이였다. 그것은 어린 생명의 맑은 눈에 비낀 어머니의 모습이였다. 바람세찬 바다기슭의 절벽우에서 하루에라는 계집애가 조선녀자의 치마자락을 작은 손으로 움켜쥐고 요람속에서 부르고싶었던 어머니를 찾았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서있던 녀자가 자기를 그러안으며 엄마라는것을 확인해주었다. 뜨거운 눈물로 볼을 적셔주며 사랑이라는 젖줄기를 물려주었다.
마흔이 넘어 중년이 되여오도록 그 따스한 요람만은 잃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따금 부향녀한테서 《하루에야, 너의 친어머니는…》 하는 소리가 나올 때면 손으로 어머니의 입을 가리웠다.
《다시는… 다시는 그런 말씀 말아주세요. 저의 어린 망막속에 처음으로 새겨진 어머니의 모습, 이 몸에 흐르는 생의 기운은 모두 어머니가 주신것입니다. 어머니는 저의 친어머니이십니다.》
하루에는 지금까지 부향녀를 떠난 자기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적이 없었다. 그래서 여직껏 그 누구한테도 사연을 터놓지 않은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오늘은 어머니에게 심한 아픔을 가져다주는 화근으로 될줄은 몰랐다.
당장이라도 출판보도계를 찾아다니며 진실을 말하고싶었다. 그러나 마음이 여린 그로서는 도저히 내릴수 없는 용단이였다. 그것은 스스로 심장을 도려내고 제손으로 인생을 매여놓은 젖줄기를 끊어버리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또 지금 와서 수십년동안 숨겨온 비밀을 터놓는다고 어머니의 머리우에 들씌워진 찬물벼락을 가셔버릴수도 없는것이다. 정말이지 한순간도 잃고싶지 않은 부향녀의 품이였다.
하루에는 황혼이 깃드는 저녁거리를 깊은 상념에 잠겨 걸었다. 같은 녀성으로서 그는 어머니는 고생이란 무엇인가를 아는 녀자로 생각했다. 오늘은 개인병원을 가진 이름있는 의사이지만 걸어온 인생길은 굴욕과 고역으로 이어진 나날이였다. 살아있는 목숨이기에 살자고 몸부림친 그 길을 작은 손으로 맞잡고 함께 걸어온 하루에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모습으로 새겨진 어머니! 키워주어서만이 아니라 정신적의지이기에 존경하는 부향녀였다. 무로우는 지금 그 귀중한 심장을 앗아내려 하고있다. 그것도 거역할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앞세우면서.
그의 눈가에는 흘러온 날,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날들의 한토막이 떠올랐다.
… 가혹한 생활속에서도 자연의 흐름은 이어지고있었다. 매일 아침 어김없이 태양은 붉은 기구인양 넘실거리는 바다물에 떠받들려 공중으로 솟아오르군 한다. 저녁이면 서쪽산발들을 자주빛치마폭으로 포근히 감싸며 어둠속에서 조용히 단잠에 들군 한다. 아침이면 뜨고 저녁이면 사라지는 태양이다.
영구불변한 자연의 반복에 비해 자기의 일생이 너무 비참하여 사람들은 그 범상한 흐름을 가혹한 채찍으로 감수하기도 한다. 오늘은 또 어떤 불행이 머리를 후려치겠는지…
도꾜의 거리는 술에 만취된 패잔병들과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먹이감을 노리는 미군병사들로 살벌했다. 술에 취한 목소리로 군가를 부르는가 하면 칼을 빼들고 《대일본제국은 망하지 않았다!》고 웨치는 광신자들도 있었다.
하루밤 자고나면 패전의 수치를 이겨내지 못해 배를 가르고 쓰러진자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나타나군 했다. 멱줄이 끊겨 피를 토하면서도 날카로운 이발을 드러내고 죽는 미친개를 련상케 하였다.
부향녀가 하루에를 데리고 거처지를 잡은 골목길도 마찬가지였다. 도꾜만에서 불어오는 바다바람이 한번 스쳐지나갈 때마다 거리에 널려진 휴지며 비닐쪼각 같은 오물들이 연처럼 날아올랐다. 게다가 뽀얀 먼지들이 그에 뒤지지 않게 주변을 휘감아댔다. 밤마다 싸움질소리, 총소리가 그칠새 없었다.
그속에서도 사람들은 생존을 버리지 않았다. 길가에 제 엉치보다 작은 돌을 깔고 앉아 상품들을 펴놓고 종일 행인들의 돈이 제앞에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 물건을 사려는지 아니면 훔치려는지 모를이들로 하여 끓었다.
가장 잘 팔리는것은 음식물들이였다. 그에 맞게 음식장사군들은 그들대로 풍구질을 해대며 코물이 떨어지는지도 모르고 있는 재간, 없는 재간 다 동원해가며 솜씨를 보이군 했다. 손이 열이라도 모자랄 정도로 분주했다.
그렇게 만든것이래야 고작해서 남새밥, 된장국과 무우절임을 곁들여주는것이 전부였다. 이런것들은 그야말로 막눅거리들이였다. 이따금 우동을 끓여주는 사람도 있었고 소주에다 물고기회와 생선국을 내놓는 장사군도 있었다.
부향녀는 며칠동안 여러 장마당을 돌아보았지만 종시 일감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그중 잘된다는 음식장사를 해보자고 해도 밑돈은 물론 일본음식에 대한 파악이 전혀 없었다. 더우기는 음식장사군들은 남들보다 목청이 크고 드살이 세야 했다. 동냥을 다니는 거지들을 통제할래도 그렇고 먹을것을 찾아 두눈알을 희번득이며 오락가락하는 소매치기군들과 싸울래도 그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였던것이다.
여러날동안 고심하며 일자리를 찾던 그는 마침내 알맞는 일거리를 찾아냈다. 그것은 단돈 한푼도 없이 오직 육신을 부지런히 놀리면 되는 일이였다.
며칠후 거리바닥에는 묵묵히 인분수레를 끄는 애젊은 녀인의 모습이 보였다. 람루한 옷차림에 변변히 먹지도 못해 피기가 없는 얼굴이였다.
전쟁의 피해로 도시의 상하수도체계는 완전히 죽어버렸다. 시민들은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을 쳤다.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슨 대책을 취할수 있단 말인가. 전기불이나 수도물 같은것은 둘째치고 개인집 위생실과 공동변소에서 넘쳐나는 인분이 더 골치거리였다. 나중에는 거리바닥으로 흘러나와 더러운 악취를 풍기고있는 형편이였다. 여기저기에 쉬파리와 모기들이 떼를 이루고있었다. 도시는 말그대로 더러운 오수장으로 화하고말았다.
그는 매일 서너번씩 인분을 퍼싣고 교외로 나갔다. 그곳에는 그가 후에 값을 물기로 한 80평 남짓한 땅이 있었다. 그곳에 인분을 펴놓고 말리웠다. 마른것은 가루내여 다시 농촌으로 실어내갔다.
농사군들은 그가 날라오는 인분가루를 쌍손을 들어 맞이했다. 비료 1kg을 얻는다는것이 하늘의 별따기만치나 어려운 형편에서 그것은 가물철의 단비나 같은것이였다.
부향녀는 그들에게서 돈대신 남새를 받아 시내로 날라와 팔았다. 처음에는 직접 팔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저저마다 그에게서 남새를 되받아넘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장마당은 물론 거리바닥에서도 신선한 오이와 배추를 비롯한 남새의 수요자들은 늘어만 갔다.
창피를 무릅쓰고 뼈심만 놀리면 얼마든지 돈을 벌수 있는 일감이였다. 부유한 사람들은 돈을 쥐여주면서 제 집에 넘쳐나는 인분을 처리해달라고 사정까지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천한 일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천한 사람으로 보이기마련이다. 그가 인분수레를 끌고 거리를 지날 때면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군 했다.
하지만 오가는 멸시를 다 귀에 담아들이려 했다가는 영영 일어설수 없었다. 돈이 있어야 자기가 바라는 개인병원을 차릴수 있었다. 그렇듯 지금 그에게 돈은 곧 앞을 내다볼수 있는 눈이였다.
어머니의 모습앞에 하루에도 일찍 눈을 트기 시작했다. 그 나이때면 근심이 뭐고 걱정이 뭔지 모를 시절이다. 오직 모든것을 직선적으로 그대로 감수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벌써 단순한 의식속에서 삐여져나오려고 모지름쓰는 새싹이나 같았다.
그때마다 부향녀는 꾸짖군 했다.
《하루에, 너만은 <똥벌레>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
그는 한푼두푼 모아두었던 돈도 하루에를 위해서는 아끼지 않았다. 자기는 변변히 못 입고 못 먹어도 그 어린것에게만은 설음을 주고싶지 않았다.
오늘도 부향녀는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있었다. 매일과 같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천하디천한 자기의 인생을 끌고가는 그였다.
앞쪽에서 《엄마!-》 하는 귀익은 어린 처녀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하루에가 불쑥 달려와 품에 안기는것이였다. 반가움보다도 두려운 생각이 들어 부향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닌게아니라 길손들이 그들을 멸시조로 쏘아보며 지나가고있었다.
《넌, 왜 또 나왔니?》
부향녀는 질책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 소리에 하루에는 벌써 울상이 되였다.
《엄마, 나 엄마와 같이 있으면 <새끼똥벌레>라는 별명을 들어도 좋아!》
어린애의 눈가에서는 맑은 샘이 하염없이 솟아나고있었다.
부향녀는 가슴을 무엇으로 쿵하니 후려치는것만 같았다. 어떻게 어리다고만 볼수 있는가. 귀여운 어린애 같기도 하고 다 큰것이 저렇게 둔갑하여 나타난것 같기도 했다. 진종일 지칠대로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갈 때도 어린 자식의 모습에 힘을 얻군 했다. 활짝 피여난 장미꽃같은 하루에의 웃음을 볼 때면 만시름이 한순간에 사라지고만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고운것이 어린아이들의 웃음인듯싶었다. 또 제일 가슴을 찢는것이 그들의 울음소리이고… 진종일 딸애를 꼭 껴안아주고싶었다.
하루에가 그의 옆에서 수레채를 함께 당겨주었다. 목이 꽉 메고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이때 앞에 여러명의 사내들과 처녀들이 막아섰다.
모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부향녀는 힐끔 쳐다보고는 머리를 외로 틀었다. 이런 일을 무수히 당해온 그는 자기의 처신에 대해 잘 알고있었다.
남녀가 서로 쌍쌍이 되여 의지하고있었다. 그러나 바닥을 짚은 다리는 누구라 없이 풍만난 놈처럼 휘청거렸다. 계집년들의 분내와 사내들의 술냄새가 혼잡되여 역하게 풍겨왔다.
방금전까지 처녀들의 옷섶에 손을 넣고 상스러운 말로 히히닥닥거리던 그들은 부향녀를 보자 모두 벌레씹은 상을 해보이며 한걸음 비칠 물러섰다.
《에익, 오늘은 저 더러운 <똥벌레>들을 만나서 재수가 없겠는데…》
이 말이 발단이 되여 상스러운 말들이 돌과 함께 날아왔다.
부향녀는 하루에를 꼭 껴안고 날아오는 물건짝들로부터 보호했다. 이를 악물며 참기 어려운 이 모욕을 이겨내야만 했다.
이때 돌이 날아와 하루에의 머리를 때렸다.
어린아이의 숨넘어가는듯 한 울음소리가 거리바닥에 울렸다. 줄줄 흘러내리는 피가 부향녀의 옷자락으로 배여들었다.
그것을 본 년놈들은 손벽까지 쳐가면서 좋다고 히히닥닥거렸다. 인정과 사랑이라는것은 마지막 앙금까지도 날려보낸 무리들의 광란이였다.
온몸에 차디찬 피가 거꾸로 흐르는듯싶었다. 증오에 이글거리는 눈길로 그자들을 쏘아보던 부향녀는 더는 참을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가 어떻게 인분통의 뚜껑을 열었는지, 언제 초롱으로 그것을 퍼담아 그자들에게 뿌렸는지 알수 없었다.
《에익, 이 인분보다 더 더러운 놈들! …》
갑자기 덮쳐든 날벼락을 맞은 년놈들은 아우성을 지르며 꽁지가 빳빳해서 달아났다.
부향녀는 도저히 분을 삭일수 없었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 인간의 초보적인 감정마저 잊고 산다 해도 어찌 이렇게까지 사람을 천시하고 멸시할수 있단 말인가.
천으로 이마를 감싼 하루에를 안고 집에 돌아오니 뜻밖에도 유끼오가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죽음의 오끼나와에서 부향녀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향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사연을 다 듣고난 유끼오는 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가 우리 일본땅에 와서 당한 수치와 모욕을 어떻게… 정말 일본인으로서 면목이 없구나.》
《그게 어디 일본사람들모두의 잘못이겠니. 한대의 썩은 이발이 온 입안을 역하게 하듯 한줌도 못되는자들이 사람가죽을 썼기때문이지…》
유끼오는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시했다.
《넌 어쩌면… 그렇게 생각해주니 정말 고마워.》
《그만해. 그런데 무슨 일이 있니? 얼굴색이 말이 아니로구나.》
유끼오는 한숨을 내쉬며 수심에 잠겼다.
《난 더는 못살겠어. 남편이라는건 전쟁판에서 돌아오더니 아예 술미치광이로 변하고말았어. 매일과 같이 술을 얻어오라구 우리 모자를 내쫓군 한단다.》
그 녀자의 두눈가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람이라고 태여나긴 했으나 사람으로 살수 없는 이 땅, 자신에 대한 한탄의 눈물이였다.
《어쩌겠니. 일본당국의 침략전쟁이 바로 이 나라의 인민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니.》
유끼오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싸쥐고 울분을 토했다.
《나는 증오해! …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내들을… 광신적인 일본정신에 미쳐 야수로 변한 그 정신병자들을 말이야. 이 땅에서 태여난 자신이 막 수치스럽고 혐오스러워…》
부향녀는 뭐라고 위로해줄수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몇마디의 위안으로 그의 가슴속에 맺힌 한을 풀어줄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난 고향인 산골로 갈 결심을 했어. 어린 자식만이라도 깨끗하게 키우고싶어…》
부향녀는 길게 한숨을 내그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니…》
유끼오의 눈가에는 물기가 번뜩했다.
《내 어디 가서든 부향녀, 널 잊지 않겠다.》
《고마워.》
《인사는 내가 해야 해. 네가 아니였다면 내가 어떻게 그 사지판에서 살아날수…》
유끼오는 말끝을 흐렸다. 자기가 겪어온 지옥과 같은 날들이 떠올랐던것이다.
부향녀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유끼오, 오늘은 내게 사실을 말해줄수 있겠니?》
유끼오는 의아한 표정으로 두눈을 크게 떴다.
《뭔데? …》
부향녀는 하루에의 눈치를 힐끔 살피며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난, 다미꼬의 죽음이 의심스러워서 그래. …》
유끼오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얼굴을 숙였다.
《향녀, 그앤… 폭격에 잘못되였어. 그건 사실이야.》
유끼오는 안절부절을 못하더니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부향녀는 거멓게 질린듯 한 그의 표정이 의문스러웠다.
무엇때문에 유끼오는 다미꼬의 죽음에 대한 소리만 나오면 저렇게 당황해할가? 혹시 뭔가 숨기고있는게 아닐가?
더 캐묻고싶었지만 도저히 입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만두었다.
바래워주려고 자리에서 일어선 부향녀의 손을 잡으며 유끼오가 물었다.
《참, 내 언제부터 묻고싶은것이 있었는데…》
그 녀자는 자기의 표정을 밝게 가지며 말을 이었다.
《향녀, 조선도 해방되였다는데 넌 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구 이곳에서 이런 수모를 당하는거니?》
순간 부향녀의 얼굴은 굳어졌다.
조국!
《가고싶어. 하지만 나 혼자 그 땅을 밟는다면… 함께 갈테야. 그인 죽지 않았어. … 내 만일 외기러기가 되여 돌아간다면 고향이 보이는 하늘가에서 바다로 떨어지며 그이한테 목메여 소리칠테야. 조국이 보이는 이 바다에서 만나 령혼이 되여서라도 같이 살자고.》
그의 품에 안겨있던 하루에가 겁에 질린 소리로 물었다.
《엄마, 날 버리고 다른데로 가지 않지?》
부향녀는 하루에를 꼭 껴안았다.
《그래, 내가 너를 어떻게 버릴수 있겠니.》
《엄마!》
하루에는 부향녀의 품에 파고들었다. 포근하고 따스한 이 엄마의 품을 떠나면 살수 없다는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