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불안한 계절

6

 

형사의 말을 듣던 순간 어머니는 집에 날아들어온 협박장이 권세환과 관련이 있다고 륙감으로 느꼈다.

대학으로 상춘을 찾아가기로 했다. 한번도 가본 일이 없었지만 그런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였다. 가서 알아보면 아들을 만날수 있으리라.

람루한 작업복차림의 한 사나이가 판자집들의 벽과 전주에 붙어있는 영화광고며 약광고들을 떼서 등에 진 대광주리에 넣으며 골목으로 들어오고있었다. 40살가량의 일견 어리무던해보이는 사나이였다. 그의 눈에는 《정, 부통령》선거선전화까지도 한갖 종이쪼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였다. 리승만의 초상이 그려져있는 원색판선전화를 쇠갈구리로 개대가리 찍듯 가운데를 푹 찍어서 찢어놓고 손을 내밀어 꾸깃꾸깃 꾸겨서 등너머로 대광주리에 던져넣는다. 얼핏 보면 무슨 원한을 품고 그짓을 하는 사람같기도 했다. 그것이 어머니의 시선을 끌었다. 아무리 먹고살기 위한 일종의 직업이라 해도 지금 선거전이 어떠한 폭압속에서 진행되고있는지 알기나 하고 저러는것일가. 선거선전화 특히 자유당의 그것을 찢기만 하면 《선거사범》으로 잡아간다고 통장이 땅땅 으르고 돌아다니는판이였다.

호각소리가 날카롭게 울리고 《검정안경》과 《가죽잠바》의 두놈이 달려들었다.

《이놈아, 섰거라…》

《작업복》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다음 전주로 가서 까맣게 높이 붙어서 내려다보며 아양을 떠는 반라체의 서양녀배우의 선전화를 쳐다보고있었다.

가죽잠바가 달려오던 기세로 작업복의 어깨를 잡아돌렸다. 작업복은 비칠거리는 몸의 중심을 가까스로 잡고 서서 가죽잠바를 순간 불이 이는 눈으로 보다가 금방 멍청한 얼굴로 변했다. 검정안경이 대광주리에서 꾸겨진 리승만의 사진을 펴서 보이며 점잖게 물었다.

《왜 찢었지?》

《예?》

《왜 찢었느냐 말야?》

《난 휴지를 모아다 팝니다.》

작업복은 어딘가 조금 모자라는 사람같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검정안경을 보았다.

《이 자식 봐라. 바본체 하면서… 리박사사진이 휴지라?》

《바람에 떨어져 너울거리기에 이왕 떨어질거…》

《가자!》

가죽잠바가 작업복의 손을 끌었다. 작업복은 손을 뿌리쳤다.

《가긴 어딜 가요? 난 이게 직업이라는데.》

그는 등에 진 대광주리를 돌려보였다.

《이걸 팔아서 한푼이라도 가지고 들어가야 누깔이 새까만 자식새끼들을 먹여 살립니다.》

반항이랄것까지는 없지만 《누깔이 새까만》 하는 말에 특히 힘을 주었다.

그것은 평상시 그의 심리에 끓고있는 누구에게라 없이 하늘에 대고라도 호소하고싶은 막다른 감정임에 틀림없었다.

《에이구!》

차복 할머니가 혀를 찼다. 어머니도 점점 긴장돼가는 자신을 느꼈다.

《이놈아, 이게 뭔지 알아? 나라의 <대통령>선거야.》

《선거구 뭐구 난 이걸 팔아서 애새끼들의 등에 달라붙은 배때기를 채워줘야 해요. 놓으슈, 놓으란데두…》

검정안경이 잡아떼듯 안경을 벗자 그의 대가리가 공중에 불끈 솟으며 작업복은 땅에 꼬꾸라졌다. 동시에 가죽잠바의 발길이 사정없이 들어갔다.

작업복은 금방 얼굴이 피칠갑이 되였다. 입이 터져 피가 입으로 흘러드는지 푸푸 피를 뿜으면서 눈이 곤두서 일어나려고 하면 가해자들의 주먹과 발길은 그를 땅에 다시 굴렸다.

《죽여주소. 살고싶지도 않은 세상이요. 날 죽이고 우리 식구들만 먹여 살려주쇼. 지금까지 나라의 선거가 우리 식구 먹여주진 않았소.》

《그래도 이 새끼가 입이 살아서…》

검정안경이 작업복의 머리끄뎅이를 잡아 뒤로 젖히고 입을 짓찧으려고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어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검정안경한테로 달려들어 몸으로 그의 주먹을 막았다. 어떻게 그러한 민첩한 동작이 되였는지 모른다. 검정안경의 치켜든 주먹은 공중에서 발광하듯 떨고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이게 뉘 집 늙은이야? 비키지 못해?》

《이게 무슨짓들이요?》

어머니는 땅에 뻗어있는 몸뚱아리를 떨리는 손으로 가리켰다.

《이게 뉘 집 로친이야? 이런 놈은 죽여도 싸. 비켜!》

검정안경이 어머니를 한팔로 뿌리쳤다. 어머니는 검불같이 밀려나와 쓰러질번 했다. 판자집들에서 나와있던 동네녀인들과 차복 할머니가 소리들을 치며 어머니를 받들어주었다. 어머니는 무의식중에 또 대들려 했으나 차복 할머니와 녀인들이 놓아주지를 않았다.

녀인들 입에서는 저마다 그 폭행자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나왔다. 폭행자들은 비난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누구냐는듯이 녀인들의 아래우를 훑어보았으나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어쩔수는 없는지 검정안경이 어머니에게만 따지고 들었다.

《마나님은 누구요? 어느 집에 사오?》

어머니는 로인의 침착성으로 겨우 자제를 하며 검정안경을 똑바로 보았다.

《맞는게 가엾어하는 말이요. 세상의 어미란 다 그런거라오. 당신 어머닌 안 그럴줄 아오? 누구긴, 뭬 누구요?》

쓰러진 작업복은 겨우 몸을 일으키면서도 어머니를 보았다. 어미란 말은 아비되는 그의 격한 감정을 다시 자극했던 모양이다.

검정안경은 그래도 어머니에게 눈을 굴렸다.

《늙은이가 아지도 못험 방구석에나 있을거지. 어느 집이냐 말요?》

그때 만약에 통장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검정안경은 기어이 어머니의 집을 알아내고야말았을지 모른다.

《이거 그만두라우.》

통장은 검정안경과 안면이 있는지 그들 사이를 어렵지 않게 비집고 들어서며 그의 어깨를 쳤다.

《이 아주머닌 구인조 조장이셔. 로인이 몰라서 그런걸 뭘 그래?》

통장은 눈까지 꿈쩍해보였다.

《조장이걸랑 좀 똑똑히 보라구 해요. 제편 사람도 몰라보구 괜히 재수없이 나서지 않게.》

《로인이 그렇지 어떻게 당신들 같겠소.》

검정안경은 재수없다는듯 손을 털고 어머니를 흘겨보며 가죽잠바가 일으켜세운 작업복의 등을 펑 소리가 나게 때렸다. 어머니를 그렇게 치지 못하는 화풀이였다. 그들은 작업복을 끌고 저아래로 내려갔다.

작업복은 끌려가면서도 그 찌그러진 대광주리를 짊어지는것만은 잊지 않았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작업복이 흘린 피가 땅에 자국을 남기였고 대광주리에서 흩어져 나온 종이가 깨여진 생활의 파편처럼 저녁때 일기 시작한 바람에 날려와서는 아직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녀자들의 발밑에 감기며 가벼운 소리로 울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가슴을 얼어붙게 했다. 봄은 온다지만 가슴과 창자에 얼어붙은 두꺼운 얼음은 녹기는 고사하고 더욱더 소리를 내며 쩡쩡 얼어터지는 느낌이였다.

어머니는 집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속이 떨려서 잠시 진정을 해야 아들을 찾아 대학으로 가도 갈것 같았다. 함께 들어오려던 차복 할머니는 원래 그런 수소문에 흥미가 있는 성미여서 끌려간 작업복이 어찌되는가 보고 오겠노라고 저아래로 내려가고 어머니만 혼자 방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앉았다. 얼마동안 앉았다가 대학으로 가려는데 깡패들을 따라 저아래까지 내려갔던 통장이 마당에 들어서며 어머니더러 들어보라는 소린지 혼자말인지 모르게 중얼거렸다.

《정신나간 놈이지. 글쎄, 어느때라고 리박사의 사진을 찢다니…》

어머니는 못 들은체 했다. 그래도 통장은 기신기신 말을 붙였다.

《하마틈 욕보실번 했습니다.》

어머니는 전혀 모르는체 할수도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탄한 내가 잘못이죠.》

《아주머니께선 원체 인정이 많으시니까 맞는게 가엾어 그런거지만 그 사람들이야 그걸 아나요. 눌러보셔야죠.》

너스레를 떨며 그 작은 키가 땅바닥에 난짝 쪼그리고 앉더니 담배를 꼬나무는 꼴이 오늘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모양이다.

《그동안 생각해보셨나요?》

《뭘 말예요?》

《괜히 또 딴전을 하시네요.》

통장의 눈은 교활한 웃음으로 아주 감기여버린다.

《아까 내가 그 사람들한테까지 소갤 하잖았습니까. 구인조 조장님이시라고. 내가 이게 벌써 몇번쨉니까? 사람괄셀 너무 그리 마십쇼. 내 체면을 봐서도 오늘은 승낙을 하셔야 합니다. 아침에 아드님과두 의논하시는 모양이던데 그 학생두 반대가 없었을거구요.》

통장은 어머니 모르게 그의 집을 감시하며 상춘의 행동에도 눈을 밝히는 끄나불이였다.

《그저 난 그날 통장님이 하라는대루나 할테니 걱정마슈. 구변이 없어 누구보구 얘기두 못해요. 또 이웃간에 얘길 들어봄 모두 리박사편이던데 맘 노슈.》

《또 이러시네요. 아까 보셨죠. 그놈을 받아넘길 때 모인 사람들이 모두 눈살 찌프리는걸. 뒤에선 욕들두 하더군요. 그게 어디 리박사편이라구 믿을수 있어요?》

《그거야 끔찍한 꼴을 보니까 나부터도 그런거지. 어디 누굴 반대해서 그러는겁니까?》

《아닙죠. 그놈이 글쎄 무엄하게 리박사의 사진을 찢었다지 않습니까? 그런 놈은 종이를 모아먹고 사는 놈이지만 속엔 빨갱이사상이 있어 그러는거거던요. 그런 놈은 사정없이 족쳐얍죠. 다리목쟁일 분질러놔얀다 말씀예요. 난 대번에 그놈의 소행을 듣고 저절로 주먹이 나가던뎁쇼.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동정을 하잖아요. 원, 그속들을 유리알같이 들여다볼수 있죠. 그러니까 아직도 멀었다 그 말씀예요. 그래 아주머니 같은분이 구인조 조장이 돼가지구 이 반 유권자들, 그중에서도 녀자들을 꽉 틀어잡자 그거 아닙니까. 특히 아드님을 위해서 그렇고 며느님을 봐서도 그렇고, 그러니 여러 말씀마시고 구인조 조장을 하시겠습니까, 안하시겠습니까? 오늘은 아주 잘라서 말씀하세요. 인젠 나도 지쳤습니다.》

통장은 결판을 내고말겠다는 눈으로 어머니를 지켜보았다.

어머니도 더는 상대하고싶지 않았다. 가부간에 대답을 해야 되였다.

《못해요.》

통장은 금방 얼굴이 푸르락붉으락해지며 발딱 자리를 차고 일어날것 같더니 입을 꽉 앙다물며 참았다.

《사람은 참아야 한다는데 나도 한번만 더 참고 댁의 맘이 돌길 기다립죠.》

이상하게도 그의 입에서는 알지 못할 가느다란 미소가 새여나왔다. 그리고 화제를 돌렸다.

《참, 알고보니 댁엔 큰아드님이 있더군요.》

어머니는 가슴이 철렁했다. 큰아들 상백에 대한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울시민증을 얻은 후 《부역가족》의 내사라 해서 며느리와 어머니가 무시로 조사도 받고 경찰에 불리워도 다녔지만 이웃에서는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를것이다. 지금 사는 집으로 와서는 경찰의 내사가 조금 뜸해졌다 했더니 오늘은 형사가 왔고 협박장 그것때문에 경찰서에도 다녀왔다. 통장이 큰아들의 일을 아는것은 그러한 일과도 관련이 있는것일가, 통장까지도 경찰과 그렇게 밀접한가.

어머니는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무엇에 머리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통장의 입만 쳐다보았다.

《오상백이란 이름입죠?》

어머니는 금방 입이 말라들었다. 마른침을 억지로 삼키고 통장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그 말에서 모든것을 알아내야 한다.

큰아들의 이름! 그것은 어머니로서는 실로 많은것을 약속하는 이름이였다. 그 이름은 그들 가족끼리만 앉아서 남몰래 소곤소곤 입에 올릴 때 무한히 그립고 다정하고 온갖 희망이 거기에만 엉키는 상징이였다. 그러면서 우렷이 떠오르는 하나의 상념, 공화국북반부에서 행복하게 살면서 남녘땅의 가족들을 생각하고있을 아들!

《자식은 모두 애물이라오.》

통장은 어머니의 걱정하는 모양에 만족한듯 헤헤 금이발을 드러내고 웃었다.

《이왕사 그렇게 된걸 어쩝니까? 사실 부모야 무슨 죄가 있나요. 그러나 한편 생각험 그럴수록 부모가 정신차려야 됩죠. 신문에서 보니까 이런 일도 있더군요.》

그가 얘기한 이런 일이란 어떤 사람이 자기 친동생을 제발로 경찰서에 가서 고발했다는 내용이였다.

《만약 그 형이 인정에 못이겨 그렇게 안했더람 둘다 망했지요. 형이 잘했습죠. 댁이 바로 그런 경우와 같다는건 아니지만 큰아드님이야 월북을 했건말건 아주머니가 이번 선거에서 충성만 보여보세요. 누가 댁을 월북가족이라고 뭐래나요. 도리여 동정하고 경찰의 신용도 얻죠. 그럼 자연 이런줄 저런줄을 타서 작은아드님이 높은 자리에 취직도 어렵지 않게 될지 누가 압니까?》

어머니는 통장이 저 혼자 지껄이는대로 내버려두는 자신의 용렬과 비겁이 기막혔다.

벌떡 일어나 그의 따귀를 보기 좋게 때리지 못하다니.

아래동네까지 내려갔던 차복 할머니가 돌아오는 바람에 통장은 어머니한테서 마지못해 떨어져나갔다.

어머니는 그가 또 오지나 않을가 귀찮기도 하여 바삐 집을 떠나 대학으로 갔다.

수위에게 물어보았으나 상춘의 이름은 알지 못하고 도서관에는 아직도 학생들이 남아있을지 모른다는 대답이였다. 어머니가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문밖에서 서성거리고있을 때 마침 룡산 어느 기계제작소 기계공의 아들 조광래와 마산부두의 오랜 짐군의 아들 허강이 같이 나오고있었다. 두 학생 다 때때로 어머니네 집에 오는 학생들이였다.

어머니의 이야기에 두 학생은 다 놀랐다. 허강이 상춘을 찾아본다고 어디론가 급히 뛰여갔다.

조광래가 어머니를 모시고 대학앞에 있는 다방으로 들어갔다. 손님은 몇사람 없었다. 조광래는 문옆에 걸려있는 알림판으로 가서 무수히 꽂혀있는 글쪽지들을 뒤져보았으나 상춘의것은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도 상춘의 행방을 알수 없었다. 조광래는 어머니를 구석진 자리로 모시여 앉히고나서 물었다.

《준호를 아시죠?》

아침에 상춘이 교내신문이니까 념려마시라고 하던 때에 어머니머리에 얼핏 생각되던 그 이름이였다.

《알고말고. 공소를 했다더니 언제나 나올지…》

《나오는게 뭡니까? 기각을 당했답니다.》

《기각?》

가뜩이나 힘이 없는 어머니의 몸에서는 기운이 쑥 빠져나가고 맥이 풀렸다. 상춘에게서는 전혀 듣지 못하던 소식이다. 아들은 밖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일은 일체 어머니에게는 숨기는 모양인가. 마치 어머니가 집에서 당하는 일을 아들에게 숨기듯이 말이다.

《언제 그렇게 됐니?》

어머니는 겨우 그 한마디를 물었다.

《어제요. 그러니 앞으로 2년은 꼼짝없이 그속에서…》

어머니는 상춘의 걱정도 걱정이려니와 준호의 일이 분했다. 전라도 완도에서 반농반어로 그의 아버지가 학비의 일부를 보내면서 돈의 출처를 극명하게 적어보낸다는 그 집에 아들이 그렇게 된 소식은 또 얼마나 슬픔을 가져다주랴. 남의 일같지 않았다. 어디를 가나 억울하고 답답한 일뿐이였다.

《대학에 대한 탄압도 인젠 극도에 달했어요. 글쎄, 이북도 한강토인데 거기 일도 함께 연구하고 좋은 점은 배우자는 학생의 그 말이 2년의 징역을 살아야 하는 판국입니다.》

조광래는 허강이 오지 않는가 밖을 내다보면서 락심하듯 말을 했다.

《대학신문이니까 걱정없다고 상춘인 그러던데…》

어머니는 상춘에게서는 듣지 못하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시원히 알고싶어서 광래에게 물었다.

《걱정없는게 뭡니까. 일체의 바른말은 듣기 싫다는거예요. 국민의 입에다 자갈을 물리는거죠. 협박장도 그겁니다. 그러나 그따위 위협에 놀라서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물러서는 날엔 대학의 권위는 와르르 무너집니다. 우리가 최후로 버티고있는셈예요.》

《몸들을 조심해야지.》

《그럼요, 놈들은 미친개니까요.》

허강이 빨리도 돌아왔다. 그는 신문배달로 하루에도 몇십리씩 뛴다. 숨을 돌리며 두군데나 가보았으나 상춘은 거기도 없더라는 말을 간신히 하고나서 조광래앞에 놓여있는 식은 엽차를 마시였다.

허강과 조광래는 상춘을 찾아보겠다고 하면서 어머니보고는 조금도 걱정말라고 위안을 했다. 어머니는 그것이 도리여 불안으로 되였다.

집가까이 있는 고본(원고채로 매여둔 책)서점에 상춘이 잘 가는줄 아는 어머니는 그곳에 들려보려고 삼선교로 돌았다. 해질무렵의 거리는 통행인이 많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많았으나 아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리목에는 여러 장사치들이 해지는 거리에서 싸구려를 웨치며 행인들을 불렀다.

《어머니.》

며느리 귀선이였다. 상춘은 나타나지 않고 뜻밖에 며느리가 온것이다. 어머니는 무엇인가 비밀을 들킨듯 한 당황한 마음이였다.

《어떻게 니가 벌써…》

다른 날 같으면 귀선이도 푸성귀광주리를 어느 시장어구에 놓고 지금 이 다리목의 장사치들 같이 싸구려를 부르고있을 시각인데 벌써 온것이다.

《오늘은 일찍 팔았어요, 어머니.》

며느리의 밝은 얼굴이였다. 일년치고도 일찍 팔고 해지기 전에 집에 돌아오는적은 좀체로 없는 일이였다. 그의 조금 작을사한 귀여운 눈에 감기는듯 웃음이 어리였다. 어려운 살림과 계속되는 박해속에 시달리는 얼굴에도 그 웃음이 담길 때만은 어머니자신도 끌리여서 함께 웃어보기마련이였다.

《왜 나오셨어요?》

어머니는 모처럼 웃는 며느리에게 그날로 겹겹이 집에 닥친 재난을 들씌워주고싶지는 않았다. 적당한 거짓말을 꾸며댔다.

《영조가 나가서 안 들어오게 나와봤다.》

《어머니두 걔가 뭐 집 잃어버릴가봐 그러세요? 그까짓 애 내버려두세요. 너무 어머니가 귀엽게만 길르셔서 엉석받이나 됨 어떻거실라구, 억세게 길러야 해요.》

귀선은 어머니를 모시고 로점, 음식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로점일망정 순대국, 불고기, 막걸리, 팥죽, 찰떡, 시루떡- 없는게 없었다. 달래, 냉이, 사라구, 물쑥 등이 계절의 감각을 풍기였다.

《어머니, 뭘 잡수시겠어요?》

귀선은 어머니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머니는 며느리의 마음이 기특하고 고마왔다. 며느리의 장사가 그날은 괜찮은 눈치다. 먹지 않아도 배는 부르다.

《먹긴 뭘 먹니, 그냥 가자. 너나 먹을템 먹으렴.》

《아뇨. 도련님 좋아할걸루 어머니가 뭘 고르세요. 사갖고 가게요. 도련님 왔어요?》

어머니의 타는 속은 모르고 시동생이 좋아할걸 사자는 며느리가 가엾었다. 모처럼 가져보자는 가난한 집의 조그만 가정단란도 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모양이다.

《안 왔다.》

힘없는 대답이 나갔다.

《오겠죠. 어서 고르세요.》

영조에게 주자고 개피떡 몇개와 소고기 반의 반근, 두부와 콩나물을 사가지고 로점을 나섰다. 다리목을 벗어나 조용한 길에 접어들자 귀선은 어머니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은 두행보나 했어요. 장사도 오늘처럼만 됨 꽤 하겠어요.》

두행보에서 생기는 리윤이래야 녀자의 가느다란 목품을 팔아서 생기는 돈이 몇푼이나 되랴만 그들의 살림으로는 그것도 큰것이였다.

귀선은 운수좋은 날을 만난것이다.

험한 일을 하면서도 다기차게 살아가는 며느리는 아무때라도 남편을 만날 날이 오고야만다고, 그때까지는 돌을 갈아 마시면서도 살아야 된다는 그 정신때문인지 몸매도 망가지지 않고 곧았다. 사뿐사뿐 걷는 걸음걸이에 탄력도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생각에는 그때 그 일만 아니였더라면 며느리의 몸은 좀 더 건강했을것만 같은 아쉬움과 분한 마음이 되여 그의 뒤를 따라갔다. 아직도 그때 그 여파가 남아서 며느리는 가끔 자다가 앓는 소리를 한다. 어머니는 그때 일을 영원히 잊을수가 없었다. 모든 불행은 그 시각부터 왔기때문이니 어찌 그렇지 않으랴. 귀선은 50년 가을 인민군대의 전략적인 일시적후퇴때에 경찰에 잡혀서 총살직전에 인민군대에 의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던것이다. 지독한 고문의 여독이 지금껏 남아있다.

오늘의 협박장과 그 불길한 일들만 아니면 가난한 살림에 어쩌다 찾아오는 《재수》있는 날을 어머니도 기뻐했을것이다.

귀선은 오래간만에 저녁동자로 부엌에 들었다.

어머니는 그동안에도 계속 영조를 찾으러 나가는체 하면서 골목을 들락날락 아들이 저만치 보이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들은 오지 않았다. 온다던 허강마저 와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기다리다 못해 지치였다.

(어미속을 너도 태우느냐?)

기다릴 때는 오지 않고 밤에 오다가 그놈들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 어쩐지 그럴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그날 아침일을 후회도 했다. 어차피 아들이 가는 길이 옳은줄 아는터이니 걱정을 앞세우지 말고 격려해주었더라면 아들은 자기가 하는 일의 내용을 어머니에게 모두 이야기해주었을지 모른다. 급한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련락하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라고 말이다.

걱정만 커진다. 그러나 며느리와 그 걱정을 나누고싶지는 않았다. 아직도 자신의 과민일지도 모르는 일을 가지고 피곤해 들어온 며느리를, 더구나 모처럼 운수좋은 날이라고 좋아하는 애를 걱정에로 몰아넣고싶지는 않았다.

모든 걱정과 슬픔은 되도록 자기 혼자만이 짊어지자, 그래서 늙은 어미락타의 새김질처럼 혼자 속도 썩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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