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영원한 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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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이 될가말가한 공간, 사람이 들어가 호흡하는 곳으로 그렇게 좁고 답답한 곳은 세상에 또 없으리라.
남편때부터 여러번 익혀들어서 아는 비둘기장이였지만 그토록 좁고 답답할줄은 몰랐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좁은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옛날일을 생각했다.
남편이 공판을 받던 날 시골서 올라와 남편이 호송차에서 내려 비둘기장으로 들어갈 때, 거기서 다시 법정으로 끌려나갈 때 불과 5~6메터밖에 되지 않는 거리의 짧은 시간이지만 남편에 관한 모든 일들- 건강, 심리, 운명을 첫눈에 알아맞추려고 발돋움해가며 조바심하던 어머니의 젊은 시절이 어제같이 되살아왔다. 남편이 머리를 들어 사람들가운데서 자기를 찾는 눈과 마주쳤을 때 반갑고 슬프고 안타깝고- 어머니는 등에 업은 아이를 뽑아 높이 들어보이자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하던 남편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남편의 마지막공판때에는 어린 상춘을 그렇게 들어보였던것이다.
그 아들이 커서 저의 아버지 걷던 길을 가도록 도와주려는 어미로서의 행동이 《죄》로 되여 비둘기장에 갇혀있다.
어느때나 되였는지 몰랐다. 간수의 꽥꽥거리는 소리가 연방 들리기도 하고 문이 여닫기는 둔중한 음향만 간단없이 들리다가 이윽고 밖으로 문이 열리였다.
《나왓!》
어머니는 수갑을 찬채 손을 짚지 않고 허리힘으로만은 얼른 일어설수가 없었다. 궁둥방아만 몇번 찧었다.
《나오란데두. 이건 뭐 집아래목인줄 알아?》
밖에 나온 어머니는 해빛이 너무 밝아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현기증과 함께 동공의 수축을 기다려야 됐다. 비둘기장구내를 한걸음 나서자 《어머니!》하며 간수의 저지를 무시하며 달려드는 그림자가 있다. 상란이였다.
옛날에 어머니가 저희들을 그렇게 업고 거기 와 서있었던것처럼 아이를 업고 왔다.
귀선은 애처로운 얼굴로 서있다. 상란은 두어걸음을 나오지 못해 간수에게 저지를 당하고만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어머니는 딸과 며느리에게로 가려들었다. 간수가 막아서며 눈을 부라리며 때릴듯이 설친다.
《내가 도망하지 않소. 저 손자나 한번 보겠소.》
《이 늙은이가 여기가 어딘줄 알고?》
《아무뎀 어미딸이 손도 못 잡아보겠소?》
《이런 늙은이라구야.》
간수는 포승줄을 힘껏 나꾸어챘다.
어머니는 질질 끌리듯 재판소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K군선거란동사건과 일괄해서 립건은 되였으나 검사취조에 따라 《선거위반》과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만 기소되였기때문에 《란동》의 피고들과는 분리되여 먼저 공판을 받게 되였다.
법정은 《란동》피고들의 가족과 장자울사람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그들은 새벽밥을 지어먹고 백여명이나 대거해서 왔던것이다. 법정에 들어오기 전에 재판소구내에서 시간을 기다리고있을 때 자가용차를 타고 출두하는 권세환을 만났다.
그들과 권세환은 이제는 영원히 화해될수 없는 사이였다. 권세환이 그것을 모르지 않는터에 모르는체 지나가면 되였으련만 도적이 발이 저리다는 격인지 그들앞에 우뚝 머물러섰다.
그는 적의에 찬 여러 시선에 당황하여 애꿎은 권영환을 보고 야단을 쳤다.
《거 뭐 먹고살 일이 생겼소? 바쁜 농사철에.》
영환은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남의 뒤로 슬며시 숨어버렸다. 그는 이런 경우를 예견도 못했지만 이 사건에 련좌되여 아니 올수 없었다.
말등바위댁이 그것을 보고 남의 일이지만 참지 못했다.
《우릴 욕 못해하는 소린데 남이 오든가든 무슨 상관이요?》
《<국회>의원이니까 저렇게 오지랖이 넓은가?》
뭇입에서 욕설이 터져나오고 그를 둘러싸며 때릴듯 공기가 험악해지자 법정을 경호하는 순경들이 달려왔다.
재판소에서는 법정의 질서를 문란시킬 우려가 있다는 리유로 방청을 제한한다고 했다.
어머니의 변호인으로 되여있는 하자영교수와 권세환의 죄상을 지상에 발표하여 《무고죄》, 《명예훼손죄》를 야기시킨 신문사의 기자들이 재판소에 항의를 제출하여 K군사람들전부를 방청석에 들어오게 했다.
방청이 되느냐, 아니되느냐 옥신각신한 끝에 들어온 그들인만큼 어머니가 들어오기 전부터 법정은 긴장을 띠게 되였다.
방청석 맨 앞줄에 귀선이와 상란이 앉아있었고 그뒤로 상춘, 채남을 비롯한 학생들의 얼굴이 보였다. 동일이도 와있다. 변론석에는 하자영교수, 그옆 증인석에는 권세환이 앉았다. 운명이란 참혹한것이며 사람들의 관계도 때로 그러한것이다.
그들은 다같이 조금후에 입장할 피고인 어머니의 남편 오원필에게서 배운 사이며 한마을에서 자란 죽마고우였다. 그러나 한편은 옛 스승의 부인을 걸어 고소를 제기한 《국회》의원이며 한편은 피고를 변론하러 온 학자다.
그들은 서로 인사도 교환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정리에게 끌리여 들어왔다. 귀선이 솜을 두껍게 넣어 차입한 솜저고리에 솜바지, 그우에 상란이 무리를 해서 장만한 회색세루치마를 입었으나 원체 체소하고 늙은 몸이 겨울동안의 옥고를 견디지 못해서 더욱 수척하고 작았다.
어머니는 오히려 미안한 얼굴로 방청석의 마을사람들과 자손들을 둘러보며 손 하나 놀리지 못하는
정리가 수갑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반가운 사람들의 곁으로 갈수 없는 자리를 깨닫기가 무척도 어려운지 피고석과 방청석을 한참 번갈아본 다음 체념하는듯 피고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것이 《법》의 비정(몹시 어지러운 정치)을 풍기게 했다.
상란은 어머니가 의례히 저한테로 올수 있는것을 오지 못하는것 같아 모녀간의 거리가 천리로 멀어지는듯 공연히 격동되여 《어머니!》하고 부르고는 손수건을 눈으로 가져가며 북받치는 오열을 삼켰다. 옆의 귀선이 상란의 품에서 떨어지려는 애기를 대신 받아안으며 《어머니 언짢아하셔요.》하고 속삭였다.
《조용!》
재판장이 방망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사담하면 퇴장이야.》
어머니는 피고석에 가서도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워서 비칠거렸다.
하자영교수가 보다못해 재판장에게 언권을 얻었다.
《피고가 힘들어하는데 앉아서 재판을 받게 해주시오.》
재판장이 그 제의를 조금 생각해보는 동안 말등바위댁이 참지를 못했다.
《권세환이 당신 눈으로 좀 봐. 로인을 고소해서 저 지경에 만들어놓고.》
그 녀자는 밖에서부터 권세환에 대한 감정이 격양돼있던차에 어머니의 쇠약을 보자 장소를 가릴수가 없었다.
재판장이 그를 퇴장시키라고 정리에게 명령했다. 정리가 그 녀자에게로 와서 나가라고 끌어냈다.
《재판소에선 할 말을 다한다는데 내가 뭐랬기에 나가라고 해요. 예?》
말등바위댁은 마을사람들의 손을 잡고 버티였으나 끝내 끌려나가고 잠시 소란해졌던 법정이 다시 정숙으로 돌아왔다.
《피고는 앉았다가 일어나랄 때 일어나오.》
재판장이 어머니에게 앉기를 허락했다.
《난 앉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죄가 없다고 몇번이나 검사한테 말했는데 날 재판하면서 앉기나 하라면 뭘 해요. 앉지 않아도 좋아요. 그것보다 지금 쫓아낸 녀잘 들어오게 해주시오. 날 보겠다고 먼길에 새벽밥 해먹고 온 사람을 왜 쫓아냅니까? 재판장도 인정이 있는 사람이거든 그 녀잘 들어오게 해주시오.》
장내는 마을사람들의 공감하는 감탄들로 또 한번 술렁거렸다.
재판장은 몸을 일으켜 정숙을 명령한 다음 이번에는 피고에게 앉기를 명령했다.
《앉진 않아도 괜찮으니까 나간 사람을 들어오게 해달라는데두요!》
《피고는 말말앗.》
재판장은 엄하게 앉은 키를 높였다.
《그럼 난 재판을 받지 않겠소. 그 녀잔 날 념려해주는 사람이고 또 저 사람의 소행을 잘 아는 녀잔데, 저 사람허구 나허구 하는셈인 재판에 그 녀잘 내쫓음 되겠소?》
어머니는 권세환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라고 했다.
재판장은 잠시 휴정을 선언했다. 예기치 않게 문란해진 법정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자영교수는 재판장을 찾아가서 말등바위댁에 대한 퇴장명령에 대하여 항의를 제출했다. 비록 법정의 절차를 모르는데서 오는 발언이기는 하나 그것은 민중의 숨김없는 의견이다,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어디까지나 존중해야 할 민의이거늘 퇴장명령이란 당치않은 리승만시대의 파쑈적억압이 아니냐고 따지고들었다.
재판장은 S대학 법과출신으로 직접 하자영교수에게서 배운 일은 없지만 그의 학자적지위로 보나 4. 19교수단의 명성으로 보아서도 순전히 법정규칙으로써만 항의를 물리칠수는 없었다. 그의 정숙을 교수가 책임지기로 하고 방청을 허락하는 조건에서 어머니는 재판을 받기로 했다.
검사의 론고는 엄중했다. 그는 론고에서 어머니의 범죄가 외형상으로는 경미하다고 할수 있으나 그 동기에 있어서 용서할수 없는 일이라고 론죄했다. 검사취조과정에서 로출된것과 같이 그것은 일시적흥분에서 오는 범행이 아니고 권세환에 대한 뿌리깊은 개인원한에서부터 출발하였는바 그것은 인권에 대한 모욕이며 나아가서는 국가제도에 대한 불신이라고 범죄심리를 들어서 범죄의 엄중성을 론단해나갔다.
《<대한민국>의 법정신은…》
검사는 어머니의 범죄사실을 렬거하고 검사취조의 전 과정을 론술한 다음 어머니를 지탄하면서 목청을 돋구었다.
《… 피고가
법정은 3년 징역이란 구형에 놀라움으로 파동을 일으켰다.
검사는 그 파동에 도전하듯 방청석을 날카로운 눈으로 일별하고 자리에 앉았다. 말등바위댁이 또 일어나려고 하는것을 옆에서 겨우 끌어당겼다.
법정은 그렇게 긴장한 가운데 판사의 심문이 시작되였다.
심문은 극히 형식적인 사실로부터 시작되였다. 출생년월일과 가족관계들이였다.
《큰아들 상백은 지금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머니는 대답을 망설이였다. 그 대답여하에 따라서 그의 판결이 불리할가 하는 타산에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북에 있다고 믿어오는 그 신념을 확증을 가지고 대답할수 없는 안타까움에 얼른 대답을 못하는것이였다.
하자영교수가 일어났다.
《피고의 큰아들이 이 사건에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는 이미 십년전에 집을 나가서 피고의 생활과는 정식적인 련계가 있을수는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하등의 관계도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을 질문하는것은 유도질문으로 간주될수 있습니다. 때문에 피고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교수는 검사가 론거에서 국가제도의 불신이니 선거자체를 부인하느니 하는 론조로 나온것으로 보아 어머니의 답변여하에 따라 《보안법》까지도 끌고나올지 몰라서 그렇게 질문의 한계를 그으려 한것이였다.
그러나 재판장은 교수의 항의를 일축해버렸다.
《피고의 가정환경을 물어보는것은 조금도 유도질문으로 되지 않습니다.》
《나는 아까 검사의 론고의 론지와 아울러서 지금 재판장의 질문도 그 저의를 의심해 하는 말입니다.》
재판장과 교수사이에 심상치 않은 대립이 느껴질 때 어머니는 교수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선생님, 가만계셔요. 검사도 나를 취조하면서 우리 큰애말을 자꾸 물었습니다. 이북서 무슨 련락이 없었느냐고요. 재판장, 내가 대답하겠습니다. 우리 큰아들은 지금 이북에 가있습니다. 소식이 없느냐고요? 없습니다. 그게 이 어미를 미치게 합니다. 왜 당신들은 이북과 편지도 못하게 합니까?》
재판장은 재판봉을 두드렸다.
《묻는 말에나 대답하오!》
《사람이 하고싶은 말은 하게마련이지 어떻게 재판장맘을 내가 꼭 알아맞추고 그 말만 하겠습니까?》
방청석에서는 웃음소리가 일어났다. 재판장은 또 말등바위댁이 아닌가 해서 그 녀자를 뚫어지게 보며 위엄을 갖추어 심리를 계속했다.
《권세환의 뺨을 때린게 사실인가?》
《녜.》
이미 검사가 심문에서 꾸민 조서의 내용을 판사는 하나하나 물어나갔다.
어머니는 하나도 부인하지 않고 시인해나갔다. 일사천리로 심리가 진행되는것은 좋았으나 어머니가 너무나 모든것을 시인하는 바람에 방청석의 가족들과 고향사람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권세환을 죽일 생각이였다는것이 사실인가?》
《아닙니다.》
《그래도 검사에게는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소?》
《그건 검사가 거짓말을 한겁니다. 원래 난 사람을 죽일 생각은커녕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해놓고보니 죽이지 못한게 한이라고 했습니다.》
《그건 어째 그런가?》
《제가 사람을 밀고해놓고 이제 와서 무고죈가 하는걸로 고소를 하는 그런 놈은 그 죄가 죽어서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놈을 살려놓고 또 <국회>의원까지 되게 내버려두니까 세상은 자꾸 망해가는게 아니요.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지만 내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기야 하겠나요? 그러니 재판장도 경우가 있고 잘못을 가릴줄 알거든 저놈을 당장 잡아서 재판을 하시오.》
어머니는 권세환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곳으로 뛰여갈듯 발을 굴렀다.
권세환이 반사적으로 증인석에서 튀여일어나며 재판장에게 항의를 했다.
《재판장은 어째서 저런 말을 제지하지 않습니까? 법정경찰권을 발동시켜 저런 인권에 관계되는 발언은 제지를 기해주기 바랍니다.》
재판장은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피고에게 시선을 돌렸다.
《피고, 권세환이 밀고를 했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그것을 알았습니까?》
《벌써 해방전부터 그것을 짐작했지만 그건 짐작이였고 확실하게 안건 작년 7월이였습니다.》
《어떻게 알았는가?》
《권세환의 사촌 권영환이 주정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주정하는 말을 그것도 직접 들은게 아니고 전해들었다?》
《그렇습니다.》
재판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어처구니없다는것이였다. 그것은 확실히 어머니에게 불리한 징조였다. 권세환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재판장귀하, 지금 피고가 말하는 소생의 사촌이란 사람이 저 방청석에 앉아있습니다. 그의 증언을 직접 들어주기 바랍니다. 만약 그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그를 증인으로 채택해주실걸 제기합니다.》
재판장은 그가 누구인가를 알아내려는듯이 방청석을 둘러보았다.
《권영환이가 누구요?》
무뚝뚝하게 물었다. 권영환은 자기 이름이 재판석의 높은 자리에서 불리우자 자라목이 되여 어쩔줄을 모르며 구원이라도 받을듯이 옆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형님, 일어나세요.》
권세환이 제자리에서 영환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짐을 두었다.
《재판장께서 묻는 말씀에 바른대로 여쭙지 않으면 형님이 큰일날줄 아우.》
재판장은 법앞에는 누구나 공정하다는듯이 권세환에게도 엄격하게 주의를 주고나서 서기에게 권영환을 증인으로 채택할것을 명령했다.
재판장과 어머니와의 일문일답으로 되는 사실심리는 극히 순조롭게 끝이 나고 증인심문으로 들어갔다. 어머니가 권세환의 선거사무실에 뛰여들어갔을 때에 현장에 있던 선거운동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들은 어머니가 이미 모두 시인한 사실을 더 엄중하게 묘사하였으며 그중에서 한왕렬은 색다른 말로 증언을 했다.
《피고가 이미 모두 시인을 했기때문에 더 할 말은 없습니다만은 재판에 참고가 될가 해서 몇마디 할가 합니다. 피고가 그때 선거사무실에
들어설 때의 그 얼굴표정으로 보아 대단히 흥분해있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범죄심리로 보아서 그것은 무분별상태의 범행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만약 그때에 권세환선생께서 그와 같은 신사적태도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사태가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그때에
권선생의 태도는 극히 침착했으며 피고가 사리를 알아듣고 오해를 풀만큼 극히 친절했습니다. 그러나 사태는 피고가 시인한 그와 같은 결과를
빚어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라도 피고가
그는 증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면서 상춘에게 얼굴을 돌려 싱긋 웃었다. 상춘이 그를 노려만 보고있을 때 옆에 앉은 윤도가 참지를 못했다.
《개!》
낮으나 분명한 그 소리는 재판석에까지 들렸지만 재판장은 시끄러운 학생들을 상대하기가 싫어서 묵인해버리고 다음 증인으로 권영환을 불렀다.
그러나 권영환은 자리에서 일어날줄 몰랐다. 두번세번 나오기를 독촉했다. 그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재판장은 정리에게 명령하여 그를 끌어내도록 했다.
선서를 하는 그의 손은 떨렸다.
《사실을 아는대로 말해야지 거짓말을 했다간 위증죄에 걸리는줄 알아.》
재판장은 영환에게 주의를 주고 묻기 시작했다.
《그대가 저 할머니에게 권세환이 옛날에 그의 남편을 밀고했다고 말했는가?》
권영환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재판장을 보기만 했다.
《대답을 하란 말야. 밀고를 했다고 했는가?》
《안요.》
영환은 머리를 저었다.
《그러면 술을 먹고 그런 말을 한 일은 있는가?》
《난 모릅니다.》
《제가 한 일을 몰라?》
《난 술만 먹었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릅니다.》
《옛날에 권세환이가 오원필을 왜놈순사부장에게 밀고한 일을 아는가?》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분명히 모르는가?》
《정말 모릅니다.》
《틀림없지?》
《녜.》
재판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어머니를 불렀다.
《피고도 저 증인의 말을 들었지?》
《들었습니다.》
《그가 뭐라고 했는가?》
《그 사람은 겁이 나서 모른다고 했습니다. 재판장은 그 사람을 더 괴롭히지 마시오. 아무리 다시 물어봐도 그 입에선 모른다고 할겁니다. 그래두 난 그 사람을 탓하지 않습니다.》
방청석에서는 권영환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의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재판장은 재판봉을 가볍게 두드렸다.
권세환이 일어났다. 그는 지금이라도 무고죄의 신고인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할수 있는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어머니는 다만 선거법위반으로만 심리되기마련이며 따라서 기소유예로 그날 밤에라도 석방될수 있었다. 그만큼 권세환의 결심여하는 어머니의 운명을 좌우하는것이였다.
《재판장귀하, 검사귀하, 본래 나는 덕이 없는 사람이나 나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나스스로 량심의 가책을 받지 않으면 되기때문입니다. 이번 무고에 대해서도 나는 그런 심경으로 대하려 하였습니다. 더구나 상대가 내가 생전에 존경해마지 않는 오원필선생님의 부인이고보면 모든 루명을 나는 시간이 해결해줄 때까지 감수하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나 개인에만 관계되는 일이 아니고 <국회>의원이라는 한 사회인과 유권자들과의 관계, 그 량자간의 신임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 신임에 금이 갔을 때 그것은 누구의 손실입니까? 그것은 나개인 권세환의 손실이나 명예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국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이것은 무서운 일입니다. <국회>의 권위나 명예가 훼손되면 <대한민국>은 멸망하는 날입니다. 이것은 누가 희망하는 일이겠습니까.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이 바라는 일입니다. 피고는, 아니 난 이런 용어를 쓰고싶지 않습니다. 역시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사모님은 의식했건 의식 못했건 나에 대한 무고나 명예훼손은 곧 국가를 해치는 행위입니다. 나는 검사귀하의 론고에서도 그 점이 강조되지 않은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사모님이냐, 국가냐 어느 편을 더 소중히 알아야 되느냐, 량자택일의 갈림길에서 오래도록 망설였습니다. 나는 눈물을 머금으면서 역시 국가를 택했습니다. 그 국가라는것은 전에 오원필선생님이 그렇게도 독립을 바라던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여기서 권세환은 장황하게 어머니네 가정과 자기와의 관계를 이야기해나갔다. 땅을 소작시킨것, 오원필의 추모비를 세운것 등 실로 그로서는 어머니를 위하여 진력한 목록이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증인이 명백히 증언한대로 나는 그 루명을 벗을수 있었습니다. 공정무사한 판검사제위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기 방청석에 앉아있는 우리 고향사람들도 다 그 증언을 들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사모님의 한마디 오해가 풀렸다는 말씀이 남았을뿐입니다. 그 한마디면 나는 전과 다름없이, 아니 배전의 존경심을 가지고 부인을 대할것이며 고향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역시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일본속담에 있는바와 같이 비끝에 땅이 단단해진다는 격으로 오늘까지의 분쟁은 한때 비로 나는 알겠습니다. 재판장귀하, 수고스러우신대로 피고의, 아니 저 사모님의 한마디 말씀을 들어주시고 이 사건을 한시바삐 종결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보기에도 사모님은 근래에 몹시 쇠약해계십니다. 옛날 선생님도 옥고에 돌아가셨거늘 사모님의 오늘에 옥살이란 참으로 내 가슴이 찢어지도록 슬픈 일입니다. 모두 나의 박덕으로 생긴 일입니다. 사모님의 한마디 말씀을 물어주십시오.》
권세환은 재판장과 검사에게 번갈아가며 머리를 끄덕거리고 어머니에게는 절이라도 하는듯 허리를 굽혀보인 다음 방청석의 고향사람들에게는 보라는듯이 가슴을 펴고 한참 섰다가 손수건을 꺼내서 얼굴을 닦고 자리에 앉았다.
재판장은 어머니를 불렀다.
《피고의 생각은 어떤가? 권영환이도 그 밀고라는걸 모른다고 했고 권세환도 지금 그렇게 말했으니까 피고의 생각여부는 없을것이지만 그래도 본인의 말이 중요하기때문에 최후의 기회를 주는거요.》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남이 보기에도 그것은 몹시 힘들어보였다.
《앉아서 말하오.》
그러나 어머니는 기어코 일어났다.
《내 생각이 어떻다는건 뭡니까?》
《오해가 풀렸는가 말요.》
《난 나이먹은 사람이요. 다른것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은 들여다볼줄 압니다.
그리고 권세환이와는 오래동안 사귀여본 사입니다. 그 사람의 병은 혀끝을 잘 놀리는거요.
그 사람이 그렇게 혀끝에 침을 발라 하는 말에 내가 속을줄 압니까?
난 속지 않소. 그 말재간으로 남을 속이는 그 버릇이 나는 더 미워요.
그런데 날더러 무슨 말을 하랍니까?
아무 할 말 없어요. 난 지금도 저 사람이 우리 남편을 밀고했다고 믿고있고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있음 나라가 망한다고 알고있기때문에 내가 한 일을 뉘우치지 않습니다.》
방청석에서는 탄성과 한숨이 들렸다.
탄성은 어머니에 대한 탄성이였고 한숨은 재판의 결과를 념려하는 동정이였다.
재판장은 조서를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그는 피고에 대하여 너그럽게 법을 적용하려던
이제는 더 심리를 계속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법의 조문이 있을뿐이였다.
피고에 대한 변론을 들어보나마나하지만 재판의 절차가 있는 이상 그것을 막을수는 없어서 하자영교수에게 언권을 주었다. 하자영교수가 변론석에 나섰다.
《난 법률전문가나 또 변론에 대한 약간한 지식이라도 있어서 변론을 하려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먼저 밝혀둡니다.
난 순전히 도의감으로 이 사건을 보려고 합니다.
도의와 법률이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지는 않지만 적어도 법을 운영하는 사람들로서는 그 운영이 국민의 도의감을 충족시킬수 있는 방향에서 그것이 다루어져야 한다고 보며 첫째로, 검사에게 묻는데 피고가 어떠한 선거법에 저촉되였는가, 피고가 권세환의 선거를 반대하기 위해서 그러한 행위를 하였는가,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피고가 그러한 행위를 한것은 그 목적이 선거방해에 있지 않았고 자기남편을 밀고한 놈을 인제야 알았기때문에 분풀이로 한것인데 어째서 그것이 선거법위반으로 될수 있겠는가, 첫째 이것이 법의 적용에 있어서 부당하다고 봅니다.
둘째로, 피고를 무고죄니, 명예훼손죄니 하는데 여기에 무슨 무고와 명예훼손이 있단 말인가.
어느 누가 자기 남편을, 더구나 애국자를 일제경찰에 밀고한 사실을 알게 되였을 때 그것을 세상에 폭로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개인보복이라기보다 제재의 한 수단으로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자면 반드시 있어야 할 일입니다.
그러한 경우 신중을 기할것은 물론이지만 피고의 경우 그것이 신중이 없는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되겠는가.
지금 권영환의 모른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것이 해명된듯 재판장은 말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간단히 단정하는가. 백보를 양보해서 권세환이 오원필선생을 밀고한 사실이 없다 하자.
과연 권세환이 일제시대 경방단장으로서 청년들을 잡으러 다니지 않았단 말인가.
권세환은 일제경찰의 끄나불이였고 그들의 심복이였다.
어디에다 대고 무고니, 명예훼손이니 뭐니 떠벌이며 그러한 고소를 받아주는 법원은 누구를 위한 법원인가?
나는 더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구금하였을뿐아니라 재판에 회부한 그자체부터가 불법이며 반민주주의적이란것을 주장하면서 피고를 즉시 석방할것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로 구태여 나는 이것을 주장하려고 이 변론석에 선것은 아닙니다.
나는 당신들의 소위 범죄로 구성한 지씨어머니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밝히고저 여기 나선것입니다.》
교수는 옛날의 오원필이 고향에서 사립학교를 경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 교육정신으로부터 그 자녀들을 기르던 정신에 이르기까지 교수
재판장은 자주 교수의 변론을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중지시키려들었으나 교수는 론조를 늦추지도 바꾸지도 않았다.
교수의 변론이 진행됨에 따라 《한국》의 성스러운 한 어머니의 조각상은 법정에 부각되여갔다.
그것은 감히 재판장이나 검사따위 속물들이 조문화된 법률로는 다룰수 없는 존재로 되여갔다.
그것은 교수의 화술이나 표현력에서 오는것은 아니였다.
아무러한 수식도 과장도 없이 어머니의 지난 생활의 그 진실성에서 오는것이였다.
어머니는 교수의 변론을 들으면서 겸손한 사람들이 의례히 그러하듯 송구스럽게 몸둘 곳을 몰라 가뜩이나 작은 몸이 더욱더 작아져서 법정마루바닥에만 시선을 떨구고있었다.
교수의 변론은 끝나가고있었다.
《당신들은 아까 피고의 진술에서 이북과 왜 편지거래도 못하게 하느냐는 말에 최대의 관심을 돌리기를 바랍니다.
또한 당신들은 <국회>의원의 위신이 훼손되는 결과 <국회>가 망하고 나라가 망하면 그것은 이북공산주의자들이 바란다는 권세환의 발언을 상기해주기 바랍니다.
다시말하면 어머니는 민족의 평화통일을 바라는것이며 권세환은 이땅에서의 모든 민주화운동이나 그 정신까지를 공산주의의 동조로 보며 어머니의 통일에 대한 념원조차도 그것으로 덮어씌울려 합니다.
하나는 통일을, 하나는 민족의 분렬을 원하고있습니다.
당신들은 과연 어느 편을 범죄로 규정하고 어느 편을 애국으로 찬양하려드는가. 당신들의 법정신에 묻자고 합니다.
끝으로 한가지 권세환군에게 묻노니 그대는 <국회>의원되는 신분의 명예와 위신을 위하여 그대의 말대로 옛날 은사의 늙은 부인을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했네.
그래, 그대의 주문대로 우리 국민들이 그대에게 최대의 존경과 위신을 보내기로 하자, 그 휘황한 장신구를 몸에 두르고 그대가 <국회>에서 한일이 무엇인가 말해보게.
세력다툼이 아니였던가. 국민의 절실한 요망인 조국통일은 왜 <국회>의안에 상정할줄을 모르는가?
시시한 소리를 하지 말게.
어머니가 그대에게 명예훼손을 입히기 전에 군은 이미 스스로가 명예를 시궁창에 처넣고 밟지 않았는가?
나는 군에게 요구한다.
사모님의 한마디를 들을 생각을 말고 군이 한마디라도 좋으니 사모님에게 사과를 하고 그 죄의 대가를 기다려라.
나는 실로 군과 동창의 우의를 봐서도 군에게 권고가 아니라 경고하네.》
교수의 변론을 들으며 귀선은 자주 울음을 참았다. 그러면 그것은 다시 커다란 오열로 되여 가슴에서 북받쳐올랐다.
그럴 때마다 그 녀자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싸쥐고 한참씩 고개를 떨구고있었다.
교수가 어머니의 지난 생활을 이야기하는 말에서 비록 자기의 이름과 남편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은 모두 그 이름과 련결된 발자국들이였다.
그 이름들을 위하여 어머니가 겪어온 모든 곤난이 가슴에 와서 복사되며 새삼스레 훌륭한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행복이 그를 울게 했던것이다.
그뿐아니였다. 방청석에서는 말등바위댁도 훌쩍거렸다.
사람들은 모두
그렇듯 교수의 변론은 절실하였고 시간가는줄도 몰랐건만 재판장은 그것이 몹시도 지루했다.
그는 교수의 변론이 끝나자 금방 휴정을 선언했다.
어머니가 끌려나가고 다시 끌려나오고 재판은 재개되여 재판장이 언도를 하게 되였다.
재판장은 심리한 결과 피고의 범행에 대하여 조그만 개준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유죄판결을 내렸다.
《… 피고에게 1년 6개월의 징역을 언도한다.》
판결문이 랑독되였을 때 상란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 녀자는 어머니의 무죄나 집행유예를 기대했던것이다.
방청석이 모두 그 판결에 항의나 하는듯 술렁거릴 때 별안간 권영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이놈!》
그는 권세환에게로 달려가다가 사람들의 다리와 의자에 걸채여 넘어지며 일어나며 했다.
정리가 달려와서 그를 저지했으나 그는 소리소리 질렀다.
《이놈, 내가 아직 살아있다. 상춘 어머니가 무죄로만 되면 난 모든걸 참으려들었다만 인젠 그럴수가 없다.
재판장님, 아까 내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재판장은 그 너무나 돌발적인 일에 반사적으로 따라 일어서며 재판봉을 힘껏 쳐 영환을 저지시키라고 정리들에게 호령했다.
두명의 정리가 더 달려와 영환의 더수구니를 눌러앉히려들었다.
그러나 영환은 헐떡거리며 가슴을 치면서 입을 다물지 않았다.
《저놈이 옛날에 오원필선생을…》
방청석이 소란해졌다.
상란이 일어났다.
말등바위댁이 일어났다. 모두들 일어났다.
재판장은 영환을 끌어내라고 명령했다.
영환이 버둥거리며 정리의 손을 뿌리치며 끌려나가거니 뻗치거니 힘내기가 벌어졌다.
《재판장!》
하자영교수가 자리를 차고 일어서며 항의를 했다.
《저 사람을 왜 끌어내는거요?》
그러나 영환은 끌려나가고있었다.
《저 사람은 무엇인지 이 재판에 유력한 자료를 알고있는게 분명하오. 그의 입을 봉하는것은 재판의 민주주의원칙을 무시하는 재판장의 전횡이요.》
《저 사람은 이미 신성한 선서를 하고 증언을 했소.》
《그러나 증언이 위증이였다지 않소.》
《그러면 그 위증에 대한 죄를 우리는 물어야 되오.》
《그 죄는 내가 지겠소.》
영환은 정리들에게 팔을 잡힌채 끝내지 못한 말을 발을 굴러가며 말이라기보다 절규 반으로 더듬거리며 웨쳐댔다.
《저놈이 오원필선생을 왜놈경찰에 꼬나바친 놈입니다.
지금까지 나만 알고 입을 봉하고있었소만… 그렇지만 오늘 당해선 로인이 징역을 살게 되는 이 마당에서 내가 지금도 가만히 있음 내가 죽일놈이요.
네놈이 그때 날더러 무슨 위조편지를 주며 주재소 순사부장 가미꾸라한테 갖다 주라고 해서 난 그게 뭔지도 모르고 심부름을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네놈은 뒤구멍으로 고자질을 해놓구선 천연덕스레 오원필선생이 숨어있는 절터골로 가있잖았느냐. 그래가지고 저놈도 그 집에서 오선생님과 잡힌것처럼 꾸몄죠.
이놈, 그렇지 뭐냐?
내 지금껏 그걸 감싸준건 그래도 저놈이 내 사촌이라 드러누워 침뱉기로 저놈 흉이 내 흉이 아니겠소. 또 저놈 땅을 얻어부치기때문에 나도 목구멍이 포도청으로 그저 눈감아왔소. 또 자식을 저놈의 집에 들여보냈으니… 내가 못난 놈이였소. 그러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이놈, 땅문설 안해줘? 이놈 그 땅 가져가라. 그런데 네놈이 뻔뻔스레 오선생을 뭐 존경한다고… 이놈, 그렇게 존경하다간 사람 죽이겠다. 네가 이놈, <국회>의원? 너 같은 놈이 <국회>의원이니까 나라가 이 꼴이다.》
법정은 이외의 그 준엄한 론고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조용해있다가 영환의 규탄이 끝나자 아우성과 분노로 변했다.
《저놈을 재판해주세요.》
상란이 재판장앞으로 뛰여나갔다.
《재판이 다 뭐야. 죽여야 해.》
말등바위댁이 소리쳤다.
권세환은 그래도 뻣뻣이 버티고 서서 《거짓말요. 아, 형님 미쳤소. 여기가 어딘줄 알고…》하고 소리쳤다.
《이놈 안다. 재판소지 어디냐?》
동일은 황홀한 눈으로 자기 아버지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