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새로운 성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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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무소 면회실앞 사방이 붉은 벽돌로 높이 둘러싸인 좁은 마당, 《죄수》들에게도 면회나온 그 짧은 시간이나마 계절을 맛보게 하려는 《은정》인지 버드나무 한그루가 그 좁은 마당에 서있다. 누렇게 단풍이 들었다.

상춘은 학업과 학생운동과 학비걱정, 그런 일에 바삐 돌아다니느라고 밖에서는 오히려 계절을 모르다가 면회실 창너머로 땅에 떨어지는 누런 버드나무잎을 보며 어머니면회라는 언짢은 사실때문인지 더욱 그러한 쓸쓸한 가을을 내다본다.

조금후에 간수에게 끌려나올 어머니의 상한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괴로왔다. 유리창으로 비쳐드는 따스한 해살이 젊은 그에게도 싫지 않았다. 음산한 감방이 생각된다. 귀선과 상란이 일전에 솜옷을 차입은 했지만 그래도 로인의 몸에 가을은 추울것이다. 옆에서는 먼저 들어온 젊은 녀인이 남편인듯 한 푸른 옷 입은 사람앞에서 말을 못하고 울고만 있다. 면회시간이 끊어져 그 녀인의 남편인지 되는 《죄수》가 끌려나가며 동굴같이 컴컴한 복도로 신끄는 소리가 멀어가고 그 소리와 교체되여 또 신발끄는 소리가 가까와지더니 어머니가 간수에게 끌려들어왔다. 차입한 솜옷을 입었다.

《학교는 어쩌고 뭘 하러 왔니?》

어머니는 집에서처럼 조용히 말했다.

전번보다 더 솜옷이 두꺼워 그런지 얼굴이 작아보였다. 상춘은 속에서 치미는 덩어리를 가까스로 삼키고서야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보고싶어 왔죠 뭐… 날도 이렇게…》

《유정이 듣는데선 그런 말을 하지 말아.》

《안해요. 그런데 어머니가 나오신다는 말이 들리기에…》

어머니의 얼굴에는 불현듯 노기가 스치며 아들을 보는 눈이 엄격해졌다.

《내가 검사한테 잘못했다고 빌면 나간단다. 그런데 난 잘못한게 아무것도 없다. 권세환이하구 다 짜고 하는거야. 넌 그 걱정말고 학교일이나 잘해라. 그 뒤일은 잘되니?》

전번 면회왔을 때 평양방송의 내용을 암시로나마 전했다. 어머니와 아들사이에는 《그이》라 하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고있었다. 어머니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궁금해서 지금 어머니가 묻는 말이였다.

《차츰 돼가요.》

《그것만 잘해라. 난 그것만 바란다. 옷도 이렇게 두껍고…》

어머니는 솜이 두꺼워서 몸을 잘 놀릴수 없다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만하면 춥지 않겠습니다.》

간수가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기록하다가 한깃 들었다.

《집에서들은 어떡헐라고 나만 이렇게… 유정이도 뭘 해입혀야 할텐데. 넌 왜 아직도 그걸 입고 다니니? 추운데.》

상춘은 아직 여름내복을 입고있었다.

《네 겨울내복 빤게 궤짝 맨밑에 있다. 아주멈이 미처 손이 돌아가지 않음 네 손으로 찾아입어라. 해진데가 한군데 있는데 그것도 유정일 시키든지 네 손으로 꿰매든지 아주멈만 너무 바라지 말고 빨게 있으면 영등포누이한테도 보내고…》

상춘은 감옥면회실에서 그런 말을 듣는게 마치도 집같아서 어머니의 정을 더욱 느끼게 되였다.

어머니는 권세환에게 사과하라는 검사의 권고를 거절하여 그의 감정을 사게 된 경위를 간추려 말해주고나서 《아무때고 고향사람들이 재판을 받을 때 같이 받고 나가게 되면 나가는거지만 재판에서 그놈이 잘했나 누가 잘못했나 두고볼테다.》라고 했다.

면회시간이 끝났지만 어머니는 간수의 독촉을 몇번씩 받고도 힘에 겨워 일어나지를 못했다. 일어나려다가는 주저앉고 간신히 책상을 짚고 허리를 펴다가 쓰러졌다. 상춘이 달려들었으나 가운데는 넘지 못하는 격장도 아닌 책상이 가로막혔다. 닿다만 어머니의 손끝은 차거웠다. 간수가 일으켜서 부축해나갔다.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신발끄는 소리가 멀어져갔다.

상춘은 형무소를 나오면서 가슴이 터졌다. 그렇게 몸은 쇠약해도 원쑤와의 비타협적인 정신이 강의하건만 손끝에 닿던 차거운 감촉, 캄캄한 복도로 멀어져가던 약한 발자국소리, 좀처럼 보이지 않던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는 고향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할 각오도 있다.

대학에서는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은 오후에 신생활운동행동대로 나갈 준비를 하고있었다. 각종 기발이 바람에 펄럭거렸다.

《라침판》에서는 조국통일을 학생운동의 기본으로 하면서 신생활운동도 지지하고 촉진시키는 방침을 세웠다.

외세를 우려하기 시작하는 일반국민의 감정과 학생들이 4. 19의 주인공이라는 의미에서 신생활운동은 상당한 사회적반향을 일으키고있다.

장면내각의 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오는것이다. 4. 19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조국통일에 희망을 걸었다. 북에서 제기한 련방제방안에 절대적인 기대를 두었다. 장면내각은 그 우렁찬 목소리에 대답하여 리승만이 웨치다가 목쉬여갈리여버린 레코트판을 또다시 틀어놓았다.

유엔감시하의 통일.

무엇때문에 조선문제를 조선사람자신이 독자적으로 해결할수 없으며 거기에 반드시 유엔이 끼여들어야 하는가? 유엔이란 실질적으로 미국의 거수기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 도깨비놀음 같은 유엔감시하의 선거에 신물이 나는 《한국》사람들이다.

형무소에서 대학으로 돌아온 상춘은 신생활운동행동대에 가담했다. 그는 기발을 들었다. 가을날 저녁때 부는 바람은 기폭을 날리며 기대를 든 상춘의 마음을 더욱 거칠게 만들었다. 쓰러지는 어머니를 감옥에 남겨두고 나온 애상이 차츰 분노로 변하며 무엇이나 행동을 요구했다.

그들은 관용차를 몰수하러 가는것이다.

학생들은 개인용으로 되여가는 관료배들의 청색번호판의 관용차에도 눈초리를 돌려왔지만 《국회》의원과 그밖의 많은자들에게 새로 내준 승용차에도 주의를 돌리고 이미 공개장도 낸 일이 있다.

《후진국으로서 자주적인 독립은 완수치 못하고 국토량단된채 외국의 원조가 없으면 국가예산안조차 책정할수 없는 비참한 처지에서 국민은 <국회>의원들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있다.

관용차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자진 반환하라. …》

행동대는 《국회》로 가는 서울시청앞과 세종로네거리에 기발을 띄우고 관용차들의 행동을 기다렸다.

손을 들어 정차를 명령하면 순순히 차를 세우고 금빠지를 단 《국회》의원이 내려 《수고합니다.》하며 능청을 부려 《압수》를 모면해보려는 《외교가》, 앙탈을 부리는 린색한, 반항하는 다혈질-여러가지 형태들이 다 있다. 어느것이나 《압수》해버린다. 차는 시청마당으로 몰려들었다.

운전사가 운전해가면 좋고, 개중에는 운전사를 데리고 가버리는 심술쟁이도 있다. 학생들이 차를 밀고 가야 했다.

시청앞에서 권세환이 상춘의 손에 걸렸다. 그는 자가용이 없지도 않았지만 차를 내준다는 바람에 욕심이 나서 자가용은 차고에 넣어두고 관용차를 받았던것이다. 권세환으로서는 신수가 사나운 날이였다. 그는 조금전에 다방에서도 계몽대에 걸려 《불쾌한》 꼴을 당했다.

《일본가요속에 일본도 숨어있다.》

《한가치 양담배에 불타는 사회!》

《외국자랑을 수치인줄 모르는가.》

그러한 구호를 들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섰다. 시장에는 외국상품이 범람하고 소비성향만 높아가는 가운데 아편중독자처럼 이 사회는 망해간다.

계몽대표식을 어깨에서 허리로 두른 학생들이 다방에 겸손하게 들어서자 소녀접대부조차 그들의 뜻을 알고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일본노래를 껐다. 많은 손님들은 피우던 양담배를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회수통》에 공손히 넣었다. 권세환은 학생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재수없으니 오지도 말라는듯 미리 담배갑을 던졌다. 담배갑은 빗나가 타일바닥에 떨어졌다.

학생들은 그것을 줏지 않고 나가버렸다. 담배갑은 타일바닥에 떨어진채 몇가치의 담배가 쏟아져나와 여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레지!》

권세환은 접대부를 불렀다.

《저거 집어와.》

접대부는 차겁게 대답했다.

《내던지실젠 언제고, 싫어요. 레진 그렇게 너절한줄 아시나봐.》

손님들은 와와 웃었다. 접대부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까지 있었다.

권세환은 다방을 나오고말았다. 오후 《국회》에 나가서 문교부 장관을 불러내 학생들의 행동을 가지고 질문전을 벌려보려던 참이였는데 또 학생들에게 걸렸다. 다른 놈도 아니고 바로 상춘과 맞다들린것이다.

상춘은 손을 들었다. 차는 아츠러운 소리를 내며 섰다. 안에 탄 권세환에게는 별로 눈도 주지 않았다. 불쾌했다. 참으로 그들사이에는 서로 따지고 결판을 낼 사연도 많았다. 그러나 용하게도 지금까지 그들은 서로 만난 일이 없었다. 일부러 피했는지 모른다. 상춘이 K군에 갔을 때도 되도록 그를 피한것 같다. 그러면서 늘 피차에 원쑤로서 가슴에 새겨오는 사이들이였다.

《내리쇼.》

《상춘군 아닌가?》

권세환이 새삼스레 아는체를 했다.

《뭐 반가운 사이도 아니요. 어서 내리기나 하쇼.》

권세환은 눈을 깜빡거렸다.

운전사의 등을 때렸다. 운전사는 가속판을 밟았다. 차는 발동이 걸렸다. 학생들이 차를 포위했다.

《무슨짓들이요?》

권세환이 안에서 악을 썼다.

《어떤 권한을 가지고 학생들이 차를 압수하는가? 법치국에서.》

《당신 량심에 물어보쇼.》

어느 학생이 응수했다.

《량심에 물어봐도 그렇소. 법을 대란 말이요.》

《금빠찔 떼라.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걸 달고 다닐 자격이 없다.》

《맘대로들 하오. 난 못 내리겠소.》

권세환은 더 깊숙이 엉뎅이를 깔고 앉았다. 학생들은 자동차를 밀어엎으려들었다. 권세환이 차에서 뛰여내렸다. 《국회》의사당을 향해 분연히 걸었다.

신생활운동은 줄기차게 계속되였다. 10월에 들어서서는 세종로네거리에서 양담배를 불태우는 행사까지 지냈다. 그러나 권력을 인민들에게 쥐여준다는것은 무서운 일이여서 반동정치는 제갈길을 가고있었다.

민생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된것이 없었다. 새 제도, 새 생활은 조그만 싹조차 아무데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학생들의 피를 보게 한 살인원흉들의 처단조차 하루하루 미루어가고있었다.

국민들은 이제는 《제2공화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게도 바라던 희망들은 날이 감에 따라 가을의 락엽처럼 하나하나 떨어져나갔다.

이제는 통일밖에 살길이 없다는것을 알았다. 북에서 제기한 통일방안은 조금도 비밀이 아니였다. 누구나 그것을 알고있다. 그 방안은 국민들의 가슴속에 간직하고있던 바로 그대로여서 그 전파는 무서운 속도를 가지고 국민들사이를 휩쓸고있다. 어디를 가나 그 이야기다. 날이 추워서 구멍탄값이 올라도 통일을 바랐다. 전기불이 흐려도 통일을 말했다. 자고깨면 인사가 통일로 되였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대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이 민생문제를 악화일로에 맡기고있으며 《국회》는 민주당신구파간의 싸움만 일삼고있다. 《라침판》에서는 활동방침을 여러번 토론했다. 얻은 결론은 민중의 요구를 들고일어날 때 혁명의 힘은 강력하다는것이였다. 지금 국민의 감정은 통일만을 바라보며 《정부》와 《국회》에 대한 불신으로 치닫고있었다. 《불신시대》라고도 말할만큼 그 감정은 커가고있다. 반동소굴의 하나로 되는 《국회》를 즉시 해산하라는 시위를 4. 19부상자동지회의 이름으로 조직했다.

윤도가 그 단체의 선전부장이였다.

《4월의 피는 통곡한다.》

선두에는 어머니들이 죽은 아들들의 사진에 검은 조장을 둘러 어깨에 메고 나갔다. 그뒤를 부상당한 학생, 청년들이 따랐다. 송엽장(쌍지팽이)이 늘어섰다. 쌍지팽이가 가을의 푸른 하늘을 찌를듯 공중에 들린다.

《잃어버린 팔다리를 이어다오.》

의족들이 아스팔트에 데거덕거렸다. 아직도 풀지 못한 붕대의 흰빛이 사람들의 눈을 아프도록 찔렀다.

《살인원흉을 처단하라!》

부상자들의 뒤로는 만여명의 기다란 행렬이 노호하며 나갔다.

행렬은 점점 앞으로 조여들며 마침내 의사당을 포위했다. 의사당은 정문, 뒤문 할것없이 경호원과 경관들이 겹겹으로 성을 쌓았다.

《<국회>의원들은 모두 의사당에서 물러가라!》

《우리들이 정치를 하겠다.》

《조국통일방안을 상정하라!》

《이북서 준다는 쌀을 받아라!》

그러한 구호들이 쏟아져나오며 그럴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의사당안에서 진행되던 당파싸움의 격론은 어느덧 시위군중에 대한 방비대책으로 바뀌여갔다. 4. 19후에 《시위시대》라는 류행어가 생길만큼 수많은 시위가 일어나는 바람에 시위의 대상이 되는자들도 면역성이 생긴 때여서 《국회》의원들도 오직 강경한 태도가 있을뿐이라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들은 우르르 문과 창으로 몰려나와서 밖을 넘성거려 내다보기도 하며 군중의 눈에 띄지 않게 앉은뱅이걸음으로 키를 낮추어 경호원과 경관들의 뒤로 달려가서 밀어내라고 성원을 주기도 했다.

권세환도 저고리를 벗어붙이고 어떤 경관의 허리를 뒤로 안고 발을 버둥거리며 밀었다.

그러나 노한 군중의 힘을 당해낼수는 없었다. 응원을 청해서 달려온 수백명의 경관들도 군중들뒤에서 어물거릴뿐 맥을 추지 못했다.

《국회》의장이 군중들앞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자유당시대에 야당의원으로 리승만을 대항해 싸웠다는 《관록》도 있어서 그것을 믿고 군중들앞에 나섰던것이다.

《여러분의 의견을 들읍시다. 여러분이 <국회>에 요구하는것이 무엇입니까?》

그는 의사당앞 돌층계우에 나서서 군중을 향하여 팔을 벌려 진정해달라는 시늉을 하며 소리쳤다.

군중들은 잠시 조용해졌다.

《말씀들 하오. 뭐를 <국회>에 요구합니까?》

군중들은 얼른 말문을 열지 못하였다.

하도 불만이 많아서 한마디로 의사표시가 되지 않았다.

《말들 하오. 목적없는 데모요?》

의장은 대담하고 당돌했다. 그는 점점 자신을 얻으며 군중들을 위압하듯 둘러보았다.

《<국회>의원들은 모두 의사당에서 물러가라!》

의장의 얼굴은 금방 새파래지며 입이 실룩거렸다.

《우리들이 정치를 하겠다. 통일을 하겠다. 너들은 물러가라!》

《통일을 하겠다!》

《물러가라!》

의장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의회정치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느꼈다.

그는 단호하게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당신들이 뭘 믿고 이러는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가? 나라를 망칠 작정인가?》

그가 어찌나 다부지게 내쏘았던지 군중들은 미처 그 폭언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해 잠시 멍해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짧은 순간이였다.

《저놈 죽여라!》

군중들은 의사당으로 쳐들어갔다.

《국회》의원들은 의사당을 사수해보려고 대항을 했다.

의자를 들어다 바리케드같이 쌓기도 하고 밀려드는 군중에게 던지기도 했다.

윤도는 그 거북한 다리로 맨앞에서 날아오는 의자를 받아내며 의석 하나하나를 점령해 들어가다가 입에 게거품을 물고 방위하는 권세환을 보았다. 윤도는 순간 상춘 어머니의 모습이 머리를 스치였다. 권세환을 향하여 돌진했다. 권세환은 들었던 의자를 놓고 쫓기였다. 쫓기는 그의 와이샤쯔가 손에 잡힐듯 할 때 윤도의 의족이 발에서 떨어져나가며 빨간 융단우에 나동그라졌다.

윤도는 의족을 들어 달아나는 권세환의 뒤통수를 향하여 수류탄을 뿌리듯 던졌다. 그러나 너무 힘이 지나쳐 권세환의 뒤통수를 맞히지 못하고 그의 키를 넘어 발앞에 떨어졌다. 권세환은 난데없는 《다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경풍하듯 놀라서 우뚝 섰다가 의족임을 알자 그것을 발길로 차던지며 그가 전에 속해있던 《국회》문교분과위원실로 뺑소니를 치고말았다.

의사당을 점령한 군중들은 격분해서 기물을 파괴해가며 구호들을 웨쳤다.

힘에 밀려 한편에 비켜섰던 어머니들이 아들들의 사진을 가슴에 안고 의사당으로 들어왔다. 의석을 점령하고있던 사람들은 자리를 내주며 박수로 어머니들을 환영했다. 마치도 죽은 학생들이 《국회》의원으로 환생하여 통일문제를 론의하러 무거운 걸음으로 의사당에 들어오는듯 한 비장하고 엄숙한 기분을 자아냈다.

윤도가 불구로 된 자기 몸보다 마음이 몇배나 더 급해서 넘어지다싶이 절룩거리며 단상으로 올라갔다.

《어머니들 보십시오. <국회>의원이란자들은 이 자리에서 나라를 위해 <국회>를 하는게 아니라 나라를 외국에 팔아먹기 위해, 왜놈들을 또다시 끌어들이자고 여기서 회의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을 죽였으며 팔다리를 뺏아간 원흉들을 처단할 법안을 심의하는게 아니고 그놈들을 빼돌릴 꿍꿍이를 하고있습니다. 이놈들은 얼마나 또 많은 학생들을 죽여야 시원해할 놈들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남은 팔다리를 마저 뺏어가야 마음편할 놈들입니다.

보십시오. 이북서는 나라를 통일하자고 련방제를 제안했는데 이놈들은 여전히 리승만이가 하는 잠꼬대를 웨치고있지 않습니까. 이런 놈들은 당장 이 의사당에서 영원히 쫓아버려야 합니다. 어머니들, 학생, 청년들이 의사당을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점령해버립시다. <국회>의원들이 이뒤 어디에 숨어있습니다. 샅샅이 뒤져봅시다.》

윤도는 불같이 토했다. 지팽이로 의장석을 내리쳤다.

복원도 학생군중들과 함께 의사당에 들어와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그는 비로소 윤도의 과격한 성격이 리해되는듯 했다. 지금까지 자기에게 랭담하게 대해오던 처사들도 리해되였다. 그러면서 선동연설에 자기도 흥분해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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