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새로운 성좌
15
다음날 저녁에 준호와 상춘은 윤도네 집에 모였다. 어제 학생들의 토론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하면서 앞으로의 《라침판》의 활동방침을 토의했다.
김
등사는 윤도가 맡기로 했다.
홍씨가 수박 한통을 쟁반에 놓아 들고 왔다. 해방 15돐을 경축한다는 《꽃》전차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왔던것이다.
《물건값이 이렇게 뛰다간 겨울에 가선 어떻게 될지?》
야시장에서 수박이 엊그제보다도 곱이나 올라 큰것을 골랐다가 불에 덴 손같이 놓고 겨우 그것을 잡았다면서 아이들의 머리통만 한 수박을 들여왔다.
《어머닌 아직도 못 나오셨지?》
상춘을 보고 걱정했다.
《녜.》
《밤엔 벌써 날이 이렇게 선선해지는데 로인이, 세상에두 그렇게 악독한 놈이…》
마당 한귀퉁이에 윤애가 가꾸는 손바닥만 한 화단에는 푸른 달빛이 내리였고 다리아포기밑에서 베짱이가 베를 짰다.
누군가 대문을 급히 두드렸다.
초저녁에 기다려도 오지 않던 조광래였다. 그는 어제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늘 밤 또 나온다.》
그는 들어서기 바쁘게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했다. 뭐냐고 묻는 상춘의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해서 남의 말을 한마디도 못하게 하고 가지고 온 반도체라지오의 눈금판을 돌렸다. 라지오에서는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우렁우렁하신 음성이 들려온다.
누구신가의 부드럽고 저력있는 음성.
《무슨 방송이야?》
상춘이 아직도 궁금한대로 가만히 물어보았다.
《김
방안은 대번에 조용해지며 방바닥에 놓은 라지오를 에워쌌다.
《어저껜 김일성
평양방송으로 김
《필기.》
조광래는 다급히 책상우에 있던 종이들을 모두에게 나누어준다.
《필기들 해.
침착하고 점잖은 조광래가 그토록 서두르며 사뭇 명령하는것이였다.
윤도는 다리가 거북해서 자세를 바로하여 듣기만 하고 상춘과 준호는 조광래의 말을 듣자 지체없이 만년필을 꺼내들었다. 만년필이 종이우를 달리는 동안 조광래의 흥분이 그들의 체내에도 고이기 시작했다.
윤도가 밖으로 나가서 대문을 잠그고 들어왔다. 이웃집 라지오소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더운데도 문까지 닫아버렸다.
그들은 온 정력을 다하여 손끝이 얼얼하도록 보고내용을 받아썼다.
윤도는 종이가 떨어지면 또 다른 종이들을 섬겨주었다. 보고가 끝나고 평양의 어느 장소인지는 모르나 장내가 떠나갈듯 한 박수와 만세, 환호가 일어날 때 그들도 누가 먼저 일어났는지 넷이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며 서로 끌어안았다.
라지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어머니!》
상춘은 목이 메였다. 어깨는 가늘게 파동했다. 어머니가 4. 19날 아침 사진으로 보여주신
김
《라침판》이 가야 할 길이 항로의 등대와 같이 밝혀있었다.
그들은 각자가 필기한 내용을 서로 대조하여 미처 받아쓰지 못한 부분을 보충해보았다.
해방된 다음 15년동안에 걸치는 미제국주의자들의 남조선강점은 남조선의 민족경제를 파산령락시켰으며 남조선인민들을 굶주림과 가난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습니다.
남조선의 광범한 인민대중은 미국의 식민지통치가 빚어낸 모든 사회악과 극심한 생활고를 더는 참을수 없게 되였으며 드디여 억압자들을 반대하는 영웅적항쟁에 일떠섰습니다.
올해 봄에 남조선의 모든 지역에서 일어난 대중적인민봉기는 미제와 리승만도당에 대한 남조선인민들의 쌓이고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였으며 자유와 해방, 새 정치와 새 생활을 요구하는 그들의 정당한 투쟁이였습니다.
남조선의 청년학생, 지식인들을 비롯한 광범한 인민들은 원쑤들의 총칼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영웅적으로 투쟁하여 리승만괴뢰정부를 뒤집어엎었습니다. 이것은 남조선인민들이 미제와 그 앞잡이들을 반대하는 투쟁에서 이룩한 커다란 첫 승리입니다. 남조선인민들은 자기들의 용감한 투쟁을 통하여 조선인민의 혁명적기개를 시위하였으며 고귀한 경험과 교훈을 얻었습니다.
남조선인민봉기는 어떠한 총칼의 위협으로나 기만적술책으로도 인민들을 오래동안 노예로 얽매여둘수 없으며 그들의 혁명투쟁을 막을수 없다는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봉기는 또한 인민들이 단결하여 억압자들을 반대하는 투쟁에 일떠설 때 제국주의자들의 어떠한 아성이라도 능히 쳐부실수 있으며 인민들은 오직 자기들의 대중적투쟁에 의해서만 승리할수 있다는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남조선인민들의 이번 투쟁은 끝까지 철저히 진행되지 못하였으며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은 이 투쟁에 광범한 로동자, 농민들이 참가하지 못하였기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남조선인민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전취하지 못하였으며 그들의 요구는 실현되지 못하고있습니다.
남조선인민들이 완전한 민주주의적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로동자, 농민을 비롯한 광범한 인민대중이 투쟁에 참가해야 하며 이 투쟁은 반드시 철저한 반제국주의적, 반봉건적투쟁으로 되여야 합니다.
학생들은 보고를 문맥상으로는 다 리해했으나 그 내용이 가지는 심오한 뜻을 제대로 리해하지는 못했다. 4. 19가 원쑤들의 총검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영웅적으로 싸운 투쟁이라는 평가에 그들은 무한히 감격했다.
보고는 여러가지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외국의 침략군대를 국내에 두어두고는 민족적독립이란 말할수 없다. 남조선에서 반제국주의투쟁은 반드시 반봉건투쟁과 결부되여야 하며 봉건지주, 예속자본가, 반동관료배들을 반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춘은
보고에 서술된 남조선의 정치, 사회경제형편은 학생들이 보고 체험하는 그대로였고 그 본질을 명확하게 분석했다.
남조선에서는 민주주의의 초보적권리조차 보장되지 못하고있다. 공산주의사상은 의연히 《국시》위반으로 금지되고있다. 예수를 믿는것이 자유라면 왜 공산주의사상을 선택할 자유는 박탈당해야 된단 말인가. 이와 같이 남조선에서 사상의 자유가 계속 억압되고 생활고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4. 19는 리승만《정권》을 장승만《정권》으로 바꿔놓은것뿐이다.
통일을 해야 한다. 통일밖에는 살길이 없다.
대중의 목소리는 옳았으며 그것은 민족적념원을 대변하는 부르짖음이였고 피타는 호소였다. 그러나 지금 남조선위정자들은 인민들의 압력에
마지못해서 말로는 평화통일을 운운하면서도 실지에 있어서는 《북조선에만 선거를 해야 된다.》느니, 《유엔감시하에 선거를 해야 된다.》느니 하면서
계속 외세에 매달리고있다. 조선민족은 수천년의 유구한 력사와 문화전통을 가진 용감하고 근면하며 슬기롭고 애국적이며 단결력이 강한 민족이다.
무엇때문에
학생들은 그 구절을 되새기면서 눈물이 나도록 민족의 자랑을 느꼈다.
그러나 가장 감격한것은 조국통일의 길을 다시금 밝혀주신 그것이였다.
김
만일 그래도 남조선당국이 남조선이 다 공산주의화될가 두려워서 아직은 자유로운 남북총선거를 받아들일수 없다고 하면 먼저 민족적으로 긴급하게 나서는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하여 과도적인 대책이라도 세워야 할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대책으로서 남북조선의 련방제를 실시할것을 제의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련방제는 당분간 남북조선의 현재 정치제도를 그대로 두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독자적인 활동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두 정부의 대표들로 구성되는 최고민족위원회를 조직하여 주로 남북조선의 경제문화발전을 통일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으로 실시하자는것입니다.
이러한 련방제의 실시는 남북의 접촉과 협상을 보장함으로써 호상 리해와 협조를 가능하게 할것이며 호상간의 불신임도 없애게 될것입니다. 그렇게 되였을 때에 자유로운 남북총선거를 실시한다면 조국의 완전한 평화적통일을 실현할수 있으리라고 우리는 인정합니다.
진리의 힘은 가슴에 감응돼온다. 무엇인가 와서 학생들의 심장을 쾅쾅 소리나도록 두드렸다. 돌의 심장이라도 깨우고말듯 한 소리였다.
네사람은 집에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온 시민들에게 소리치고싶었다.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하자영교수의 집으로 갔다. 감격했을 때
교수는 채남을 앞에 놓고 무엇인가 글을 정리하고있다가 채남보다도 먼저 나와서 학생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고 나중에는 모두의 손을 겹쳐잡았다.
《통일이 오네.》
숨이 찬듯 했다.
교수도 역시 평양방송을 듣고 딸을 시켜 그것을 정리하고있던 참이였다. 교수는 필기에 둔했고 채남 혼자 받아썼다. 빼놓은 구절이 더 많았다. 대의를 짐작할뿐 완전한 내용을 알수 없어서 채남이 기억력을 더듬어가며 빠진 곳을 보충하고있던 참이였다.
《여기 전문이 있습니다.》
채남은 환성을 올렸으나 교수는 곧이듣지 않았다.
《어떻게 군들이 전문을?》
교수는 전문이 나오게 된 경위를 듣고서 환성을 올리며 새삼스레 감탄해마지 않았다.
《오늘은 정말 경축일일세.》
채남을 시켜 차를 내오라 하고 교수는 보고전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판독할수는 없었다. 학생들도 상춘이 속필로 거의 저만 알아보게 쓴우에 채남이처럼 빠뜨린 부분은 준호와 조광래가 기억으로 보충해서 저도 잘 모르게 암호같이 해놓은데 불과했다.
《쓴 사람이 읽어보게.》
상춘이 받아서 읽기 시작했으나 그도 더듬거리며 겨우겨우 뜯어보았다. 차라리 기억되는대로 말로 전하느니만도 못하게 내용만 손상시키는것 같았다.
《래일 정리해서 가져오겠습니다.》
《정리는 물론 해야 되고, 그대로 읽어보게.》
상춘은 땀을 흘렸다. 그러나 끝까지 읽었다. 읽는 동안 교수는 손수 받아썼다. 준호가 대신 써드리겠다고 했으나 교수는 아니라고 했다.
다 쓴 다음에 교수는 받아쓸 때와는 달리 비상히 빠른 솜씨로 군데군데 붉은 줄을 그어놓고서야 비로소 돋보기안경을 벗으며 허리를 폈다.
《차가 다 식었군. 왜 들지들 않고서…》
《력사적문헌이야. 군들이 그 내용을 다 리해한다면…》
《선생님,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이 거기에 있습니다.》
상춘이 흥분해서 말했다.
《우리의 모든 궁극의 목적이 통일이니까. 그러나 보고에도 나와있지만 장면이 장승만으로 행셀 하고있으니까 그걸 접수 안할거네. 첫째로 미국이 장면에게 허락하질 않을거구… 투쟁해야 되네. 인민대중을 동원해서…》
《대중적압력을 가해야죠.》
윤도가 격해서 교수에게 대들듯 의자에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어떻게?》
교수는 옳다는듯 물었다.
《또 일어나야 된다고 봅니다.》
《일어나면 좋고… 그러나 일어나지 못할 때…》
《일어나야 합니다.》
준호가 윤도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손짓을 했다. 교수는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일어나게 하느냐 그게 보고에는 지적돼있네.
통일의 방법을 가르쳐주셨어. 접수하지 않을수 없는 방안이지만 흰걸 검다고 하는게 그들의 본성이니까. 그런 때 어떻게 하느냐. 4. 19에서 교훈을 찾아야 하네. 보고에는 그 성격, 그게 완전한 혁명으로 되지 못한 원인이 명백히 지적돼있어. 보게들.》
교수는 보고에 붉은 줄을 그어놓은 개소를 가리켰다.
《연구하세. 나도 이걸 여러 측면에서 고찰해보겠네. 그런 다음 군들과도 토론하고. 그런데 어제 군들은 좌담회를 했다는데…》
교수는 채남에게서 들었던것이다.
《실감있는 얘기를 많이 들었네만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란 문젠 별로 얘기가 안된 모양인데 그게 우연하지 않아. 민중들이 통일밖에 살길이 없다, 왜놈이 다시 온다, 모두 옳게 보는데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그건 바로 못 본단 말일세. 그래서 학생들도 농촌이나 어촌에 가서 별로 그 말은 듣질 못했기때문에 그게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볼밖에 없는데 그게 문제란 말일세. 전에 일본놈들땐 총독이 나와앉고 시골주재소 주임이나 로동판 십장까지 왜놈들이 타고앉았었으니까 애들 눈에도 <한국>이 먹혔다는건 명백했지만 미국은 그렇지가 않고 깊숙이 들어앉아있지, <대통령>도 있고, <국회>의원도 뽑고 <대한민국>이란 국호도 있고, 버젓한 성명 삼자에 영어를 강요하는것도 아니고… 국민이 못사는건 <한국>정치가들이 정칠 잘못하기때문인줄만 알고…
통일도 사실은 미국이 방해하는것인데 그걸 우리가 끝까지 추진시키려면 아무때고 미국과 맞붙게 될텐데. 국민들에게 <한국>이 껍데기독립국가랄뿐이지 미국의 식민지란걸 깨우쳐주는게 매우 중요한 문제로 되는데…》
곤난한 문제였다. 왜놈들이 우리를 때릴 때 교수의 말마따나 눈깔을 부라리고 《빠가야로》하고 때렸다.
미국은 그런 일이 없다. 어르고 뺨을 친다. 웃는 얼굴로 실로 점잖게 등을 어루만져주며 한손에 성경책을 들고 한손에 보이지 않는 칼을 들고 빼앗아간다.
신식민주의의 교묘한 방법이다. 그 교묘한 수법을 아직 적지 않은 국민들은 간파하지 못하고있다. 그러니만치 미국이 《한국》을 《원조》한다는 신화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민중을 독립투쟁에로 불러일으키기 힘들다.
그러나 통일운동을 추진해나가면 국민들도 스스로 깨닫게 될것이다.
학생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김
《라침판》, 지금까지도 자기들의 가슴속에
《라침판》 성원들은 그날 밤 영광과 희망에 도취했다.
×
다음날 《라침판》 성원들은 윤도의 집에 또 모였다.
간밤의 감격과 흥분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고 진리에 도취된듯 무엇인가 감정을 토로하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어서 또 모인것이다. 홍씨가 아들의 친구들을 반가와했다.
《어머니, 점심을 뭘 좀 차리세요. 이젠 우리들이 모든걸 다 알았거든요. 어제 김
《김
《녜.》
《아유, 그 어른께서!》
홍씨는 자기 집에 세상의 모든 영광이 찾아온듯 어찌할바를 모르며 입을 벌리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잘 배워서 일을 해라.》
아들에게 겨우 그 한마디를 하는데도 가슴은 벅찼다.
《어머니, 념려마세요.》
앞으로는 더 잘 싸우겠다는것이고 통일도 되리라는 뜻이였다.
홍씨도 감격하면서 그러나 그러한 때일수록 아들과 복원과의 관계가 궁금했다. 그렇게 좋은 날에 모든 일이 다 좋게만 풀렸으면 작히나 더 좋으랴싶었다. 준호와 채남을 슬며시 불러냈다. 며칠전 모임끝에 복원과 윤도와의 사이가 다시 회복되여간다는 눈치를 챘기때문에 확인해보자는것이다. 그러나 윤도가 《그만두세요. 어머니, 제가 말씀드려요. 인젠 다 오해가 풀렸어요. 걱정하실거 없어요. … 준호!》 하며 말끝에 준호를 불렀다.
《이 보고를 다시한번 더 읽어보자.》
보고는 조광래가 깨끗하게 정서까지 해가지고 왔다. 학생들은 그것을 돌려가며 읽었다. 정서한것을 한자한자 음미해가며 읽어가자 뜻은 더 명확하게 떠오르며 새로운것을 더 알게 되였다.
윤도는 보고를 읽다가 말했다.
《정말 여기 말씀대로 4. 19때에 로동자,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했더라면 사태는 달라지고 세상도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거야.》
《통일의 문도 열리게 됐을거야.》
상춘은 어머니가 늘 하던 그 말과 고향의 눈먼 로인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준호는 로동자, 농민들의 이야기를 했다.
《사실 로동자, 농민은 혁명의 주력군이다. 이 썩어빠진 제도에서 가장 압박받고 이중삼중의 착취를 당하면서 고생하는 사람들은 그들이다.
로동계급과 농민들이 동맹을 하고 각계각층 군중들이 반제반봉건민주혁명의 기치하에 굳게 단결하여 싸운다면 세상에 무서울것이 없는 불패의 힘으로 된다. 단결된 인민의 힘앞에는 경찰도 제국주의군대의 총칼도 소용없다. 착취자들이나 억압자들에게는 오직 멸망이 있을뿐이고 인민들에게는 승리와 영광이 있을뿐이다.》
윤도가 이런 의문을 품어보았다.
준호는 웃으며 윤도를 핀잔했다.
《로동자들은 지금도 일어나 싸우고있다. 로동계급은 투쟁력사도 오래고 풍부한 투쟁경험을 가지고있다. 4. 19후의 진출도 대단해. 내가 아는 경인지구에서의 투쟁만 해도 여러건이야.》
인천 미군유류보급창 로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해서 파업을 단행했고 나라의 동맥이라고 하는 철도의 2만 5천명의 종업원들이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에 들어갔으며 여기에 체신부문 로동자 5천여명과 전매청 로동자 3천여명이 가담했다.
《임금을 인상하라!》
《굶주림에 허덕임을 파업으로 해결하자!》
어디서나 이런 구호를 내걸고 그들의 단결력과 련대성과 조직력을 시위하고있다.
《… 지금 <한국>은 로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로 날이 밝고 해가 저문다.
이것이 비참한 현실인 동시에 그것과 싸우는 오늘의 현실이다.》
준호는 단숨에 이런것을 말했다.
방안은 전국의 투쟁기운이 모여와 가득찬것 같았고 학생들모두 그 투쟁대렬에 선듯 한 느낌일 때 허강이 말했다.
《내가 이번에 집에 갔다가 마산이나 부산에서 본 부두로동자들의 파업도 굉장하다. 임금인상을 내걸기도 하고 외국선박도입반대와 외국기계수입반대투쟁을 하면서 하역을 거절하고있어. 수천명 부두로동자들이 파업을 하자 항구는 죽은 항구로 돼버렸다. 너들은 모를거다. 항구에 배고동소리가 끊겼을 때의 그 음산한 기운을… 로동자들의 힘이 어떤것인가를 실감하게 한다. 거기다가 로동자들의 기세를 올리는 함성만은 높아가고…》
허강은
그들은 윤애가 점심을 짓는 동안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로동자, 농민들을 계몽각성시키는 이야기도 나왔다. 준호가 그날 영등포 어느 방직공장파업위원회에 가는것도 로동자들에게 강연을 하러 가는만큼 그 문제에 대해서 일정한 경험을 가지고있었다.
《무엇보다도 북쪽에 바로 강을 하나 건느면 김
그들의 이야기는 한이 없었다. 젊은 심장들은 무한히 부풀어올랐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