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새로운 성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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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마음은 줄곧 고향에 가있었다. 아들의 책때문에 잠간 다녀오려고 했던 고향길이 그렇게 여러가지 사건을 낳을줄은 몰랐었다. 고향에 남아서 살아왔더라면 그동안 이미 겪고 당했을지도 모를 일들이 밀려오다가 고향에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기다리고있었던듯이 한꺼번에 닥치여온것이다.
경태는 골절로 진단되여 아직도 다리를 키브스한채 앓고있다는 소식이다. 채남이 알려주었다.
권세환은 어머니가 신문사지국에 가서 폭로한 과거가 기사화되여 선거전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어쩌면 그로 말미암아 락선의 고배를 마실지도 모른다는 예측이였다. 반드시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한 계획적인 행동은 아니였지만 그것이 민족반역자의 재등장을 저지할수 있다면 그같이 다행한 일은 없는 일이다. 그후 사태에 대해서도 어머니는 관심이 가기마련으로 마음은 늘 고향에 가있었다.
7. 29선거 다음날은 K군에서 선거함소각사건이 《란동》의 이름으로 신문에 보도되였다고 상춘이 일러주었다. 그후의 상보가 궁금했다.
선거가 과거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돈의 놀음이라는 점에서 조금도 다를것이 없었지만 4. 19후라는 분위기와 학생들의 계몽으로 농민들을 비롯한 유권자들의 주권의식에 대한 각성이 어느 정도 제고된것도 사실이였다.
K군에서도 그날 각 선거구에서 투표함이 읍으로 집결됨에 따라 군중들은 개표장인 읍학교 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밤이 되자 그들은 수천명도 넘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개표협잡이 정말 없을가 그것을 감시하자는 유권자의 심리들이 읍으로 모여오게 했다. 밤 1시부터 개표가 시작되였다. 2층교실을 치우고 각 선거구에서 밀봉해온 투표함을 한편에 쌓아놓고 그앞에서 직원들이 개표를 진행했다. 운동장에는 림시로 고촉전등을 가설하여 불을 밝혔다. 그밑에 삼천명가량이나 되는 사람들의 눈이 2층개표실 창문을 주시하고있었다. 창문에는 방송을 장치하여 개표실에서 벌어지는 일체 상황을 공개하며 득표수를 공포하기로 되였다. 이윽고 개표가 선언되였다.
소란스럽던 운동장이 일시에 조용해지는 순간 맑게 개인 밤하늘에 류성이 하나 길게 흘렀다.
득점 제1호가 방송에서 흘러나왔다.
《민중기.》
운동장 어느 한구석에서 환성이 오른다. 제1호로 이름이 나왔다 하여 놀음판에서 《가보》나 나온듯이 좋아하는 꼴이였다. 연거퍼 같은 그 이름이 세번을 거듭했다. 한구석의 환성은 방약무인이였다.
《조용해라!》
야유가 날아간다.
민중기란 양조장의 뚱뚱보, 무식하기 짝이 없는자다. 민주당계렬이였다.
다음은 《권세환.》
환성, 한왕렬의 굵은 목소리가 어디선가 밤하늘에 울렸다.
그러한 식으로 여덟명 립후보의 이름이 번갈아나오며 삼십분씩이나 득점을 발표하는 수자의 높이는 들쑹날쑹 높았다낮았다 하였다. 여덟마리의 경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각축전을 방불케 하는 가운데 군중들은 환호와 초조와 격분이 뒤섞인 감정으로 방송에 귀를 모으며 밤을 밝혀갔다. 방송에서는 립후보의 이름만이 나온것이 아니였다.
가끔 엉뚱한 이름도 나왔다. 그중에는 오원필의 이름도 나오는 때가 있었다.
《군용지땅을 내라!》
방송에서는 립후보자가 아닌 그 이름이 나오다가 《그런건 부르지 말고…》하고 질겁을 해서 방송의 전류까지 끊어지며 운동장은 별안간 조용해지고 개표실과 군중과의 사이는 단절되고만다.
《스피카를 끄지 말아라!》
여기저기서 항의가 비발쳤다.
방송이 다시 살아난다.
《유권자 여러분께 량해를 구하겠습니다. 투표용지에 더러 장난한게 있어서 그런것은 공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항의를 한다.
《그런것도 발표하라!》
《발표하라!》
《그것도 민중의 목소리다!》
《옳소!》
여기저기서 호응했다.
《미군이 나가야 땅을 찾는다. 이 개새끼들아!》
새벽 5시가 되자 여섯 립후보자는 가망없이 떨어지고 권세환과 혁신당립후보의 각축으로 나타났다. 혁신당이 견지하고나가는 수백표의 우세가 권세환의 득표에 대한 군중들의 격분을 어느 정도 무마하고있는셈이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권세환의 득표는 의외의 일이였다. 그만큼 주권의식에 대한 계몽도 했고 그의 과거도 폭로되였건만 그를 당선권내로 밀어올린다는것은 아직도 유권자들의 무자각과 돈의 위력이나 막걸리의 효과를 보여주는것이였다. 낮 10시현재로 권세환은 오백여표의 차이로 허덕이고있었다. 군중들은 마음을 놓는 모양이였다.
그러더니 낮부터 정세는 역전해가기 시작했다. 그가 대단한 기세로 치달으며 상대방의 밑구멍을 지진다.
운동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개표가 남아있는 선거구는 더구나 권세환의 일가들이 많이 모여산다는 지역이였다. 아니나다를가 권세환은 상대방을 따라잡으며 하나둘 앞서나갔다.
군중은 숨이 찼다. 권세환을 지지하는자의 수는 적고 반대자는 많았지만 그래도 두패로 갈라지여 그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그 지지자들은 환호를 올리며 군중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권세환은 자유당이다.》
《권세환 죽이라!》
그런 웨침이 운동장에 파동쳤다.
그 웨침을 곁눈으로 흘끔거리듯 권세환의 득점은 치달려 삼백여표를 쉽게 앞서나갔다.
앞으로 개표할 투표함은 다섯밖에 남지 않았다. 모두 권세환의 지반이였다.
《선거 다시하라!》
《반역자의 립후보는 무효다!》
그 아우성에 권세환의 지지자들과 운동원들은 소리를 죽이고있었다.
《권세환.》
《권세환.》
방송은 계속 그의 이름을 불러댔다.
《걷어치워라.》
군중이 개표장으로 밀고 들어갔다. 경비원들에게 밀려나왔다 또 아우성치며 밀려들었다.
경비원이나 순경들의 힘은 수천명의 힘을 당할수가 없었다. 2층개표실에서 투표함이 날아떨어졌다. 투표용지가 공중으로 락엽같이 날렸다.
《환평상회를 때려부시자!》
군중들은 아우성치며 그리로도 몰려갔다. 평소부터 할인판매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모아오는 책략을 미워하던 분노가 폭발된것이였다.
권세환은 밀려오는 군중을 피하여 어디론가 도망치고말았다. 이와 같은 사건은 전국에서 20여건이나 발생되였다. 거의가 다 민족반역자들의 정계진출을 반대하는 군중들의 자연발생적인 항거운동이였다. 《정부》에서는 마땅히 군중들이 항거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원인을 밝혀서 그것을 시정할 문제였건만 그러지 않고 《란동분자엄단방침》을 강조하면서 《소요죄》, 《선거법위반》 심지어는 《좌익계렬책동》이라 하여 《보안법》까지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K군에서도 그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이 속속 검거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한 어느날 밤 상춘네 집 문밖에서는 웬 두사람의 그림자가 집의 번지를 찾는지 전지불을 켰다껐다 하면서 기웃거리고있었다. 문패를 붙이고 살만 한 틀거지의 집들도 아니였다. 우체부나 겨우 번지를 아는 주소다.
《누굴 찾습니까?》
상춘은 문밖에 기웃거리는 그림자가 불쾌해서도 물어보았다.
《여기가 지씨댁입니까?》
안에서 새여나오는 불빛에 비치는 그들은 어디서 본 얼굴이였다.
《K군경찰서에서 왔습니다.》
그제서야 상춘은 어머니의 석방때문에 K군경찰서에 갔을 때 거기서 본 얼굴이란것을 알았다.
《경찰서요?》
상춘은 직감적으로 학생계몽대가 《란동》에 관계했다는 말이 머리에 스쳤다. 그러나 상춘을 찾지 않고 지씨를 묻는다. 형사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종이장을 제시했다. 그것을 받은 상춘은 미처 그 뜻을 알지 못하는데 형사가 전지불을 비쳐주었다. 구속령장이였다. 분명 어머니를 구속하러 온것이다. 구속리유는 《선거법위반》, 《무고죄》, 《명예훼손죄》로 되여있었다. K군에서는 재선거를 하기로 되였다. 선거함이 소각되고 파괴된 다섯 선거지구에서만 재선거하기로 되였으나 검거사건과 관련해서 권세환에 대한 원성이 높고 더우기 오원필을 밀고한 사실이 광범하게 류포되여 권세환은 락관할수가 없었다. 경쟁자편에서 밀고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있기때문이다. 권세환은 그것을 막기 위하여 어머니를 《무고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였으며 아울러서 경찰과 짜고 어머니가 현수막을 떼고 책상을 둘러엎은 사실을 가지고 《선거법위반》으로 립건시켰다.
어머니가 K군경찰서에 구속되는 즉시부터 《무고죄》라는것을 권세환은 경쟁상대방 못지 않게 대대적으로 선전할 계략이였다.
《난 이걸 인정할수 없습니다.》
상춘은 령장을 형사에게 도로 내밀었다. 령장이 법적으로 어떠한 효력을 가지는지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정말로 상춘은 그것을 인정할수가 없었다.
《차, 이 학생이…》
어처구니없다는듯 형사는 랭소를 했다.
어머니가 안에서 문밖의 기척을 듣고 나왔다.
《뭘 그러니?》
《어머닌 들어가세요. 아무것도 아녜요.》
어머니가 그래도 방문을 열고있을 때 형사가 《할머니가 지씨요? 우린 K군경찰서에서 왔습니다. 가십시다. 여기 령장이 있어요.》하며 어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상춘은 그를 막았다.
《누굴 가자고 이러오. 우리 어머닌 못 데려갈테니 그런줄 아오.》
《경찰서에서 날 왜?》
어머니는 밖으로 나왔다.
《누구들이요?》하고 물었다.
《형사들입니다. 갑시다.》
《무슨 일로요?》
《우린 몰라요. 가서 얘길 하슈. 령장은 여기 있어요.》
형사들은 량쪽에서 끌고 갈듯 어머니의 팔을 잡으려 했다. 상춘은 그들을 밀어냈다.
《공무 방핼 할테요?》
《당신들은 공무만 알고 인권은 모르오? 하필 밤에 와서 로인을 데려갈건 뭐 있소. 정 가셔야 한다면 래일 아침 가시도록 할테니까 지금은 못 모셔갈줄 아오.》
형사들은 상춘의 단호한 거절에 어쩌지 못하고 어물거리다가 물러가며 한번 더 위협했다.
《당신 공무 방핸줄이나 알아.》
《좋아요.》
형사들은 갔다.
상춘과 귀선은 어머니에게 어디 피하라고 했다. 하다못해 이웃 차복이네 집에라도 옮겨앉으시라고 했으나 어머니는 말을 듣지 않았다.
《너들도 딱하다. 그것들이 간줄 아니? 저기 한놈 숨어서 지키고있다. 가긴 어디로 간다고 그러니. 그리고 난 죄가 없다. 뭣때메 내가 피하니? 가서 따지겠다. 어느 놈도 날 어쩌진 못할거다.》
상춘이 밖으로 나가봤다. 형사 하나가 문밖 어둠에 붙어서서 이쪽의 동정을 살피고있었다. 그자를 때려눕히고 어머니를 어딘가 피신시킬 길밖에 없으나 생각하면 어머니가 경찰에 간다해도 《죄》될것이 정말 없었다.
얼마후에 5~6명의 형사와 경찰이 들이닥쳤다. 한자는 망을 보고 한자는 근처 파출소에 가서 응원을 받아온것이다.
《나왓!》
저들의 힘을 믿고 못난것들은 처음부터 으르딱딱거렸다.
어머니는 나섰다. 며칠 지체하는 경우 집안살림을 어떻게 하라는것은 이미 일러두었다. 그래도 귀선은 나서는 어머니를 보고 입을 비죽거렸다.
《뭐 처음 당하는 일이냐, 걱정말아라.》
어머니는 나갔다. 캄캄한 밤이였다. 앞이 더듬거려졌다. 귀선이 앞에서 받들어주며 저아래 경찰찦차가 있는데까지 모시고 갔다.
상춘은
《빈집같구려.》
귀선의 목소리는 떨렸다. 상춘은 새삼스레 방을 둘러보았다. 영조와 유정이 나란히 자고있었지만 정말 빈집이였다. 무더운 밤에 랭기까지 돌았다.
귀선은 앉지를 못했다.
《곧 나오실거유.》
귀선도 위안을 받으며 어머니없는 지금 상춘을 격려해주는것이다.
상춘은 자기가 어머니없이는 살수 없음을 어린애같이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