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새로운 성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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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미군경비병에게 끌리여 경찰서로 간다. 미군은 총을 메고 어머니는 손에 도끼를 들었다.

어머니가 앞에서 걷다가 논밭에서 일하는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여 서게라도 되면 미군은 질겁을 해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어깨에서 총을 뗐다.

미군에게 끌리여가는 어머니의 그 련행은 들판에 비상한 충격을 주었다. 어머니가 오래간만에 고향에 왔다는 소식이 어제 마을에 퍼지였다. 어머니가 머물고있는 말등바위댁집에 어제 밤 찾아와서 인사를 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오늘 밤에라도 찾아가려던 그날 지서로 가는 삼등도로에 그러한 모양으로 나선 어머니는 마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웬 일이세요?》

걱정이 되여 먼발치로 그렇게 묻는 녀인도 있었으나 미군은 총으로 위협하여 당초에 사람들을 접근시키지 않았다.

사람들은 뒤를 따랐다. 그것은 저절로 행렬을 이루었다. 미군은 그것이 또 겁이 나서 가깝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총으로 그들을 쫓았다.

어머니는 어제 산소에서 날이 저물도록 나무를 꺾고 잡초를 뽑을건 뽑고 했으나 날도 저물고 맨손이여서 마음대로 되지도 않았다. 오늘 아침 도끼와 괭이를 빌려가지고 산소로 혼자 올라갔다.

경태는 전날에 관심을 돌리지 못한 일로 사과하며 자기가 돌본다고 하더니 간밤에 군용지안 저수지로 몇사람과 함께 물을 터놓으러 갔다가 경비병이 쏘는 총질에 넘어지며 돌에 무릎을 몹시 다쳐 누워있다. 그들이 별안간 그것을 단행한 동기에는 어머니한테서도 학생들의 반가운 소식을 들을수 없었던것도 얼마간 작용했다.

경태는 다리가 낫는대로 자기가 돌보겠다고 했으나 어머니로서는 그것만은 누구에게 맡기고싶지 않았다. 아침나절 빨리 그것을 끝내고 내려와 책을 파가지고 서울로 올라가서 상춘이나 채남을 내려보낼 예정이였다. 경태의 부상은 간단한게 아니였다. 병원에 갈 형편도 못되였다. 무슨 상약을 칠해 칭칭 동여맸으나 다리는 대독같이 부어올랐다.

산소에 올라간 어머니는 벌초삼아 잣나무들을 찍어내기도 하고 철조망안에서 무성하게 뻗어나와 무덤에 그늘을 던지고있는 가지도 꺾다가 그 소리를 듣고 몰래 다가온 미군에게 잡히였다. 미군부대에서는 간밤에 저수지잠입사건도 있고 해서 경비를 강화했던것이다.

어머니는 도끼를 들고 가는게 자신으로서도 너무 왁살스러웠다.

도끼는 누구에게 넘겨주려고 하나 미군은 그렇게 사람을 쫓기만 했다. 하는수없이 어머니는 도끼를 길에다 팽개쳤다. 미군은 그것을 집어서 어머니보고 들라고 했다. 어머니는 싫다고 머리를 저었다.

미군은 억지로 떠맡긴다. 어머니는 그것을 받아서 또 팽개쳤다. 미군은 그것을 집어서 하는수없이 이번에는 제가 들고 간다. 오히려 그것이 안심도 되였을지 모른다. 그자는 그 도끼를 어머니가 군용지나무를 찍었다는 움직일수 없는 증거물로 삼고싶었던것이다.

지서에 이르자 지서주임은 다짜고짜로 어머니에게 세멘바닥에 꿇어앉으라고 했다. 그는 미군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라도 해야 인사가 되는줄이나 아는 모양이였다.

《난 죄인이 아니요. 뭣때문에 꿇어앉겠소?》

어머니는 조용하게 그 분별이 없어보이는 주임을 오히려 딱한 눈으로 보았다.

《죄인이 아니라뇨? 군용지에 들어갔는데도 죄인이 아녜요? 이 로친네 사람 웃긴다.》

《군용지에 들어가지도 않았거니와 또 들어갔다칩시다. 제 나라, 제땅에 들어가는게 죄요?》

《이 로친네가 누군데 이러나. 군용지에 들어가는건 죄란 말요.》

《모르겠소. 그건 당신 말이고 난 죄인이 아니니 걸상이나 좀 내오. 다리 아파 앉아야겠소.》

어머니는 의자를 당기여 앉았다. 주임은 어이없어 말도 못하고 밖에 모여오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느꼈다. 4. 19후에 확실히 한가지 달라진게 있다면 군중을 무서워하는 경찰의 태도였다.

밖에서는 어머니를 당장 내놓으라는 소리가 들린다. 말등바위댁의 목소리였다. 그는 지서안으로 뛰여들어올 기세로 경비서는 순경의 옆을 빠지려드나 순경은 그를 막았다. 그는 그 비대한 몸으로 순경과 맞부딪치기를 한다. 《와아-》 하고 사람들의 함성이 오른다.

안에서 그것을 내다보는 미군과 주임의 얼굴에는 긴장도가 깊어가며 주임은 어머니보고 다가앉으라고 했다.

《왜 나물 베였소? 거기가 아무도 들어가선 안되는 미군군용지라는건 아무리 로친네라도 알았갔디요?》

어쩌다 북쪽사투리가 섞이는 말이다.

《우리 주인무덤에 나무가 가리웠길래 그걸 베였소. 난 구식사람이 돼서 그런지 그걸 보니까 내 가슴에 나무를 심은것 같아 견딜수가 없었소. 당신은 그렇지 않겠소?》

《할머니 주인이 누구디요?》

《독립운동자요, 독립운동하던 사람의 무덤이 미국놈들때문에 잡목에 묻혔소. 당신 맘은 어떻소. 좋소, 나쁘오?》

어머니가 조금의 굽힘도 없이 들이대는 바람에 주임은 미처 경찰관으로서의 자세와 위엄을 가져볼 사이가 없었다. 게다가 모여들기만 하는 부근사람들, 그들은 어머니가 미군에게 끌리여온 까닭을 한입 건너 두입 건너 모두 알게 된 사람들이였다. 그리고 어머니가 다름아닌 옛날 오원필의 로부인이란것도.

조상의 무덤을 소중히 여기는 조선사람으로서 어머니의 행동은 너무나 당연할뿐아니라 그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가운데도 어머니와 같은 경우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군군용지안에는 묘지들이 적지 않게 있어서 무덤을 빼앗긴 원한은 그들 가슴에도 쌓여왔다. 그것은 또 미군기지에 대한 여러해동안에 루적해오는 감정이기도 했다.

《순경은 조선사람이 아니냐?》

《순경은 조상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놈이냐?》

그런 비난과 항의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리며 그들의 반항기세는 군중심리를 타고 고조되여가고있었다.

주임은 어머니에 대한 《심문》은 여차로 되고 밖에 모여드는 군중들(그는 그것을 시위라고 보았다.)을 어떻게 해산시킬가 그것이 긴급한 일이였다. 그는 안팎으로 드나들며 아는 얼굴을 잡고 사정도 해보고 본서에 전화도 걸며 안절부절을 못했다. 그는 4. 19전 경찰왕국의 시절을 그리워했을지 모른다. 그때 같으면 총 한방으로 알아볼 농민들이 지금은…

그는 군중들앞에 모자를 벗고 나섰다.

《여러분들, 내 말을 들어보십쇼. 저 할머닌 우리들이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미군이 데려왔습니다. 보십쇼. 미군이 바로 여기 있지 않습니까?》

미군부대에는 《몽키하우스》라는게 있어서 그들 눈에 거슬리는 조선사람들을 잡아다가 가두는 그들의 법이 있다. 주로 양갈보들, 구두닦기소년들, 나무군들이 많이 잡혔다. 그것은 《원숭이집》이란 말그대로 조선사람을 모멸하기 위한 그들의 야만적행위였다. 남의 나라 땅에 와서 그 나라 사람들을 자기들의 법으로 처벌하는 도저히 용납될수 없는 모욕이였다.

주임은 자기의 《딱한》 사정을 군중들에게 납득시키기에 땀을 빼고있었으나 그것은 미군을 상전으로 섬기는 경찰이나 주임의 립장일따름이고 군중의 민족적감정이 응축된 그따위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경찰은 미국의 종이냐?》

말등바위댁이 팔을 휘두르며 웨쳤다.

《그놈들의 똥구멍이나 핥아라!》

주임은 화가 났다. 손에 쥐였던 모자를 홱 뿌리쳐 땅에 버릴것 같더니 그것을 머리에 다시 쓰고 결연한 태도로 돌아섰다. 그는 미군에게 굽신거리며 사과를 했다.

《미안합니다.》

무엇이 미안한지 모른다.

주임은 어머니에게로 와서 겉으로는 상냥한 태도를 가져보려 하였으나 속에 품은 칼날은 감출길이 없었다.

《할머니, 저리 들어가시죠. 여기 저 사람들이 보이는데 앉았으니까 저들이 저랩니다래.》

《어디로 들어가잔 말요. 변소옆의 그 방말요?》

어머니는 전에 지서류치장으로 쓰는 그 방에 큰아들일로 끌려와서 더러 갇히여본 일이 있었다.

《안요. 조금 있으면 미군차가 올테니까 그때까지만…》

《난 나가겠소. 날 붙잡을려면 내가 지은 죄목을 대오. 그리고 그 죄목을 저 사람들헌테 광고해주오. 이 할미가 자기 령감무덤에 난 나무와 풀을 뽑다가 잡혔으니 당신들도 아예 그런짓을 하면 안된다고 말이요. 그래서 저들이 흩어져가면 나도 이 사람한테 잡혀가겠소.》

《로친네가 못할 말이 없구레.》

주임은 책상을 치며 벌떡 일어났다. 어머니도 의자에서 그렇게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자빠졌다. 미군이 따라 일어나며 총으로 위협을 했다.

밖에서 사람들이 《와아-》 일어나며 조여들었다.

주임은 풀썩 주저앉으며 이마의 땀을 씻었다. 이마가 더 번들거렸다.

그는 팔뚝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전화통에 매달린 미군을 흘끔거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어머니는 더 주저할게 없었다. 밖으로 나가려들었다. 주임은 더는 어머니를 잡지 못하고 거기 머뭇거리고 서있는 부하순경에게 소리를 질러 어머니를 잡으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 순경을 노려보았다. 순경도 기에 눌려 감히 어머니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자 미군이 따라나오며 총으로 어머니를 막았다.

그때 찦차가 달려오더니 두명의 엠피가 내렸다. 어머니는 찦차를 타고 그들에게 끌려갔다. 뒤에서는 미군과 경찰을 저주하는 아우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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