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새로운 성좌

8

 

어머니는 마을로 들어갔다.

10년만에 보는 고향이였다. 그 많은 세월을 두고 자나깨나 바라던 념원-고향에 들어갈 때는 큰아들을 앞세우고 며느리, 작은아들, 손자 그렇게 온 가족이 마을사람들의 반가운 손을 잡아가며 들어가자던 꿈은 꿈대로 동구밖길에 남겨두며 혼자서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은 많이 변모됐다. 10년전 마을을 야밤도주하던 때 눈보라같이 락엽을 날리던 뒤산의 굵은 나무들은 한그루도 없이 도끼에 찍혀 산은 옛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 황토의 산갈피가 벌겋게 드러나 고향같지 않게 눈에 설었다. 멀리 산과 들의 등고선을 따라 미군군용지의 철조망이 구불구불 뱀같이 지나갔다. 그 변두리로 돌아가며 군용지에서 쫓겨난 마을사람들의 귤껍데기같은 오막살이들이 다닥다닥 들어앉은 새 마을들도 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으로 애처로왔다. 들어서 상상은 해왔지만 눈에 보이는 그들의 딱한 사정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어설픈 풍경이였다.

동구밖에서부터 첫눈에 유표하게 보이는 전에 없던 양철지붕은 권세환의 옛날 마름 장남술네 정미칸이리라. 이가 빠진듯 집터만 남은 공지는 누구누구 리농을 했다는 사람들의 집터일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런것에 별로 눈이 가지 않았다. 마을을 떠날 때 그대로 버리고 간 어머니네 집, 웃마을 우물앞에 있는 집을 찾았다. 나무그늘사이로 그 지붕의 뿌연 빛이 숨박곡질하자 어머니의 가슴은 뜻하지 않게 울렁거렸다. 집뒤로 민틋하게 뻗어올라간 산등성, 그 산등성을 가리마같이 타고넘어가는 가느다란 언덕길, 마당앞에 있는 느티나무, 거기서 조금 나오면 향나무가 땅에 깔리듯 퍼지고 그밑에 고이는 박우물, 그옆으로 소리내며 맑게 흐르는 도랑, 신기할것도 없는 지형과 집의 앉음새지만 거기서 어머니는 일생을 살아왔고 꿈에 자주 보는 곳이다. 어머니의 기쁨보다 고통의 력사가 거름과 같이 배여있는 곳이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몸의 한부분과 같아서 모두 정답기만 했다. 그러나 그 정다움은 잠간이였고 마을로 들어가는 어머니의 걸음은 언짢은 추억들로 무거웠다.

사람들은 모두 들에 나갔는지 마을에는 정오의 따거운 볕과 정적만이 깔리였다. 어머니는 지나가는 길손같이 옛날 살던 집마당에 이르렀다. 누렁개가 한마리 나와 짖었다.

집에는 어느 면서기가 들어있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어머니는 집을 판 일도 없고 누구에게 양도한 기억도 없다. 《부역자》의 소유라 하여 압수된것까지만 알고 그 뒤일은 모른다. 아무튼 어머니의 뜻이 아니게 어떤 모를 사람이 그 집을 점령해 살고있는것이다. 어머니는 그것을 개의치는 않았다. 되도록이면 인품좋은 사람이 들어서 집을 알뜰하게 거두어줄것과 그 집 거주자가 남의 원구(원망하여 꾸짖거나 탓하는것)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어쩐지 그 집 거주자가 남의 원구를 받으면 집까지 더러움을 당하는것 같아서 마음에 싫었다.

어머니는 이다음 아무때고 마을에 올 때는 그 집을 찾아 살고싶었다. 다른 더 크고 좋은 집도 바라지 않았다. 평생을 두고 손때묻힌 그 집에서 살기가 소원이였다. 그런데 면서기가 산다고 한다.

개가 안으로 쫓겨들어가자 어떤 젊은 녀인이 마루에서 내려섰다. 면서기의 안해인듯 파마머리에 옷도 그만하면 촌에서는 조촐한편이였다.

《어떤 할머니신지?》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어머니는 녀자에게 호감이 가는게 다행이였다.

《글쎄 뭐랬으면 좋겠수. 내가 이 집에 살던 주인인데?》

《주인이요?》

녀자는 의외의 대답에 눈이 커지며 새삼스레 어머니의 행색을 살폈다.

《그래요. 뭐 이상하게 생각할건 없구요. 이 집에 대대로 살았으니 온길에 한번 들려본거죠. 제비도 옛집을 잊지 않는다지 않우?》

마루대들보에는 제비둥지가 있어 어미제비가 날아올 때마다 새끼들이 노란 주둥이를 벌리고 짹짹거렸다.

《네에.》

녀자는 알았노라는듯이 고개를 까딱이며 어머니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했다. 그때 아래방 문발이 걷히며 낮잠에서 깨나는듯 한 중년녀자가 푸스스한 머리를 쑥 내밀었다.

《웬 난데없이 집주인일가?》

적의를 품고 그는 어머니를 보았다. 한집에 안채, 바깥채 두사람이 든 모양이였다. 푸스스한 머리는 어머니를 마땅치 않은 눈으로 찍어보았다.

《어떻게 돼서 마나님이 주인이죠?》

원래 야무진 말소리도 아니면서 대들듯 그렇게 입을 앙다물었다가 비죽거렸다. 금이가 하나 보였다.

《그렇게 귀에 거슬림 주인이란 말은 그만둡시다. 젊은이가 왜 그렇게 말본새가 사납소?》

어머니는 조용하게 말했으나 그 바닥에 흐르는 기품에 푸스스한 머리는 눌리고만다. 부엌으로 들어가 물 한바가지를 퍼서 벌꺽벌꺽 소리나게 마시고 남은 물을 마당에 엎드려 혀바닥을 빼물고 헐떡이는 개에게 끼얹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며 들어보라는듯 한마디 해버렸다.

《옛날 얘기하고있네. 괜히 쫓겨났을가?》

어머니는 무례한 그를 타내고싶지 않았다. 옛집에 와서 조용한 마음으로 한번 돌아보고싶었던것뿐이다. 자주 꿈에 보이는 집이였다. 큰아들을 꿈에 보는것도 대체로 그 집에서다.

푸스스한 머리가 그렇게 하고 나가자 젊은 녀자는 어머니에게 무엇인가 미안한 모양이였다.

《올라오시죠. 사시던 집이면 집부터 한번 들려보고싶지 왜 안 그러시겠어요.》

녀자는 어딘가 그만한 교양은 있어보였다.

어머니는 권하는대로 마루에 걸터앉았다. 마루에서 보이는 수채옆에 선 살구나무에는 늦살구가 누렇게 달렸다.

《저 살구가 맛이 존데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수.》

《몰라요. 같은 울안에 있긴 해도 아래채에 더 가깝게 나무가 섰다고 해서 지금 그 색시가 자기네것이라나요. 어떻게 영악하게 구는지.》

《뭐 하는 집이유?》

《반공청년단 간부예요. 얼마전 4. 19때에는 마을사람들헌테 매도 맞았어요. 집을 헐어버리겠다고들 야단이더니 옛주인의 낯을 봐서 집은 가만 둔다고들 했어요. 할머니가 그 주인이신가요?》

《모르겠수. 누굴 두고 하는 말인지.》

《퍽 훌륭한 사람들이였대요.》

어머니는 그 말은 더 듣고싶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이 새삼스레 고마와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래 저 살구는 한번도 집에선 못 먹어봤수?》

녀자는 대답은 않고 힘없이 웃더니 시름에 잠기는듯 말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이렇게라도 집엘 와보시니 좋으시겠어요.》

《왜, 애기엄만 이렇게도 집엘 못 가우?》

《못 가요.》

《어디기에?》

《이북예요. 멀지도 않아요. 김화땅이예요. 여기 높은 산에 올라가면 우리 고향 뒤산이 보이는걸요. 원자탄바람에 끌려나왔어요. 제가 열여섯살때 일인걸요. 우리 고향집 뒤곁에도 이것보다 더 큰 살구나무가 있었어요.》

그는 자기 신상을 묻지 않는데도 다 이야기했다. 면서기한테 시집을 왔는데 먹고 살기에는 실직도 많은 세상에 그럭저럭 걱정없으나 남의 칭원을 면치 못한다는 한탄이였다. 넌지시 어떤 사람이 일러주기를 이 집이 원래 마을의 인심을 모으고 살던 집터이니 마음을 그렇게 쓰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어머니앞에 빈말만은 아닌듯 했다.

어머니는 뒤곁도 한번 돌아보고싶었다.

《돌아보세요. 제가 잘 거두진 못했습니다만 먼저 있던 사람이 워낙…》

전에 상백이 노가지나무들을 캐다가 생울타리를 하더니 그것이 이제는 자랄대로 자라고 새끼까지 쳐서 개 한마리 드나들지 못하게 촘촘했다.

장독대앞에 심었던 함박꽃은 보이지 않았다. 전에 남편이 모두 가꾸던 화초들이였다. 백도라지만은 그대로 남아있어 흰 꽃이 청초해보였으나 퇴화과정에 있는지 송이가 잘았다.

《호미가 있음 좀…》

《아녜요. 제가 매요.》

녀자는 어머니가 풀이라도 뜯어주려는줄로 알았다.

《매자는게 아뉴. 파고 뿌릴 뜯자는거유. 가끔 뜯어먹으면 반찬도 되고 뿌리가 튼튼해져서 꽃이 탐스러운데.》

어머니는 호미로 땅을 파고 뿌리에 손질을 했다. 손에 만지는 흙의 감촉과 지열과 함께 풍기는 씁쓸한 도라지뿌리의 향취, 어머니는 10년이란 세월의 공백을 뛰여넘어 어제에 하던 일을 지금 계속하는듯 한 느낌이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백도라지뿌리를 손질해주는데만 목적이 있은것은 아니였다. 어머니가 일부러 내려와 찾는 책이 그밑에 있는것이다. 호미끝에 넙적한 돌이 맞힌다. 돌을 들면 명주에 싼 책이 있을것이다. 어머니는 또 한번 가슴이 울렁거렸다. 지금 이 녀자 보는데서 책을 꺼내도 될가. 조금 망설일 때 누구인가 발소리가 요란하게 달음박질해 집에 들어서며 《아이구, 성님!》 하고 부르는 소리는 그대로 울음으로 바뀐다.

덕용 어머니 말등바위댁이였다. 그는 4. 19후에 서울로 마을사람들과 함께 와서도 그렇게 반기는게 그대로 울음이 되더니 지금도 또 그러했다. 밭에서 김을 매다가 왔는지 손과 옷 할것없이 온통 흙이였지만 그런것을 가리지 않았다.

《아이구, 성님을 이 집에서 이렇게 만날 날이 올줄이야.》

슬픔에 살이 진다는 그는 비대한 몸으로 어머니를 안고 아이같이 울었다.

《성님, 인젠 아주 살러 왔소? 다닐러 왔소?》

어머니는 그 녀자의 투박한 인정이 가슴에 안겨와 그 집에 처음 들어설 때에 고향집에 왔다는 감정보다 더 절실하게 그것을 실감했다.

《인젠 가지 마우. 성님, 나 혼자 동네서 외롭소. 성님만 있음 자식도 령감도 안 생각하리다. 성님.》

어머니는 말등바위댁을 그대로 안고 앞으로 나오며 위로해주었다.

《참게. 인제 한 풀고 살날이 온다네. 이거 남의 집에 와서 울음소릴 내면 쓰나.》

《성님, 그런 말마우. 이게 어째서 남의 집이요. 천금같은 성님네 집이지. 이 살구나무, 노가지나무, 이 떡돌, 어떻게 남의거요?》

말등바위댁은 눈에 보이는대로 주어섬기는데 그것들의 래력을 어머니만 못지 않게 기억하고있었다.

《이 살구나무도 상백이가 심지 않았소. 그런데 세상에 이런 변도 있소. 이것 한알을 동네애들이 따먹음 빨갱이가 심은 나무래서 공껀줄 아느냐고 욕을 하지 않소. 이 집 아래방 녀편네 어디 갔소. 이년 나오너라.》

말등바위댁은 이미 가득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반공청년단 간부의 계집을 찾았다. 어머니를 보자 그렇게 용기가 나는 모양이였다. 반공청년단 계집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동리녀인들에게 둘러싸여 인사받기에 정신이 없었다.

모두 반가운 얼굴들, 저마다 손들을 잡고 놓지 않는다. 10년동안 쌓인 회포들은 너무나 많아서 그것은 짧은 시간의 이야기로는 되지 않았다. 중구난방 한마디씩의 토막말로 반가움과 감격과 놀라움의 단속적인 련발의 말로 한동안 떠들썩한 소란이 벌어진다.

《고향에 오고싶지도 않아요. 그렇게?》

《산 사람은 그래도 만날 날이 있습니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는 6. 25에 남편이 경찰에게 학살된 중년과부.

《얘인사 좀 받으슈. 얘가 누군지 아시겠수?》

어떤 곱상스러운 처녀가 와서 손을 잡으며 눈이 젖어든다.

《쌍령이댁 딸 아니냐?》

탄성이 오른다. 용케 알아맞혔다는 놀라움들이다. 그 처녀를 어머니가 본게 일곱여덟살때지만 자랄수록 죽은 저의 어머니모습을 닮아가서 깜깜한 밤에 보아도 알 정도로 얼굴이 같았다.

《상춘 어머닌 그렇게 늙지 않으셨네요.》

《오늘 이렇게 모두들 만나보려고 늙지 않았다우.》

어머니가 그러한대로 늙지 않은체 대답을 하고 하나하나의 얼굴을 둘러보면 그동안 긴 세월에 어려운 살림까지 겹쳐서 정말 몰라보게 바스라진 얼굴들도 있다.

아이들도 한마당 모였다. 어머니는 그 아이들을 하나하나 누구집 자손들이라는걸 짚어낼수 있었다.

《홍락원네 막내아들인가?》

《우리 막내예요. 할머니헌테 절해라.》

넙적한 얼굴의 사내녀석이 꾸뻑 절을 하고 코를 들이마신다.

《이거 너들 절만 받고 줄건 없구나.》

어머니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돌아가며 하나하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성님도 왜 줄게 없수. 저 살구 따줍시다.》

말등바위댁이 하는 말이다.

그 녀자는 기운도 좋았다. 눈에 보이는 몽둥이를 얻어 해동청 떴나봐라 하는 식으로 몽둥이를 올려던졌다. 몽둥이가 상상꼭대기까지 올라가 이 가지 저 가지의 살구를 턴다.

《줘먹어라. 맘대로 줘먹어라. 빨갱이가 주는 살구다.》

그 녀자는 오랜 세월을 두고 박해의 구호처럼 들어오는 《빨갱이》란 그 말을 지금은 역설적으로 속이 시원하도록 해보고싶은것이다.

아이들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떨어지는 살구에 머리를 맞아가며 이리뛰고 저리 달리며 살구를 주어서 주머니에 되는대로 쓸어넣으며 환성들을 올린다. 짐작에 아이들도 그것이 바깥채에 들어있는 반공청년단 간부의 집 소유가 아니면서도 제것행세를 해온데 대한 얄미움을 마음속에 길러왔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토록 추호의 어려움도 없을리가 없다. 어떤 아이는 제가 나무에 올라가서 하나도 남기지 않고 훑어내겠다고 장담해나서기도 했다.

《얘, 나중에 또 혼날라구.》

아이의 어머니가 눈을 흘긴다.

《아이구, 저렇게 밤낮 쥐여산다구야.》

말등바위댁은 그 조심에 화를 냈다. 어디서 기다란 장대를 찾아가지고 와서 그 비둔한 몸이 어떻게 그리 날랜지 나무중턱에 올라가서 살구나무가지들이 꺾어지도록 힘차게 후려갈겨 살구를 털어내렸다. 그것은 살구를 딴다기보다 반공청년단을 후려치고 때리는 바로 그 힘이였다.

그때 어떤 아이가 뛰여오며 울밖에서 소리쳤다.

《대사골서 총을 쐈어요.》

대사골이란 그 수난의 땅으로 되여있는 미군철조망밑의 산골논밭이 있는 곳이다. 옛날에 큰 절이 있었다 하여 그런 이름으로 불리여오는 곳으로 어머니네 논밭도 거기 있었다. 거기서 미군이 총을 쐈다는것이다.

녀인들은 놀라며 대사골쪽으로 뛰여들 간다. 거기 논밭에 나가있는 남편이나 식구들을 걱정해서 어머니와의 모처럼 만난 반가움도 충분히 나눌사이 없이 뛰여들 가는것이다. 어머니도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농사짓는게 아니고 전쟁하는것 같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 그러한 모양이다. 고향에 들어서자 총소리라고 한다. 대사골로 가는 언덕길에 올라가자 그쪽에서 7~8명 농민들이 내려오고있었다.

《어떻게 됐소?》

《누가 맞지 않았소?》

《잡혀간 사람은 없구요?》

녀자들은 소리쳐 물으며 저쪽에서 무슨 대답이 있기를 기다린다.

저쪽 농민들이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며 천천히 오는것으로 보아 별사고는 없는듯 했다.

경태도 그들 틈에 끼여 오고있었다. 그는 어머니를 알아보자 급히 와서 농립을 벗으며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길을…》 하며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농민들이 어머니를 둘러싸고 반가와했다. 대개 얼마전에 서울병원으로 상춘을 찾아왔던 사람들이였다. 태정의 부자도 있었다.

《무슨 일로 총을 쐈수?》

어머니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궁금했다.

《그놈들 총쏘는게 까닭이 있나요. 덮어놓고 쏘는거죠. 이번엔 물을 좀 퍼보려고 했더니 쐈습니다만… 그때 우리가 상춘이한테 말하지 않았습니까? 물이라도 마음대로 썼으면 좋겠다구요. 상춘이한테서 무슨 말 혹시 못 들으셨나요?》

경태는 반드시 어머니가 그 기별을 가지고 왔다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절박한 문제니만치 저절로 물어보게 되는 모양이였다.

《아뇨.》

어머니는 그때 병원에서 상춘이 시원한 대답을 고향사람들에게 못할 때 느끼던 거북함을 또다시 느끼며 머리를 저었다.

《큰일났습니다.》

경태는 하늘을 쳐다보며 한탄을 했다.

《날은 이렇게 가물고 꽂아논 모들은 말라가고 야단났어요. 페농입죠.》

구름 한점 없이 따가운 하늘에 솔개가 떠있다.

어머니는 경태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가보았다. 집은 그의 몰락한 살림그대로 말이 아니였다. 울타리 하나 없이 다섯칸짜리 집이 폭양에 알몸그대로를 드러내고있다. 전에 어머니가 마을에 살 때는 그래도 허청간 비스름한 행랑이 있었더니 지금은 그것도 없었다.

허기야 잃을거란 아무것도 없는 집에 구태여 울타리는 무슨 소용이 있으며 송아지 한마리 매지 못하는 처지에 행랑은 무슨 치레랴. 짚도 없는 형편에 해마다 지붕해잇기만 하재도 무거운 부담일거다.

지금 집도 지붕이 썩고 골이 패였다. 한가지 대견한게 있다면 마당가에 돌아가며 심어놓은 댑싸리뿐이였다. 그밑으로 보리날기멍석을 쫏던 병아리들이 사람들을 보고 숨어버린다.

경태 처가 뒤미처 들어왔다. 어머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느라고 그는 무의식중에 손으로 머리에 올려썼던 수건을 벗다가 질겁을 해서 다시 썼으나 머리칼이 몽땅 빠진 꼴만은 감출 사이가 없었다.

《왜 그랬수. 몹시 앓았나?》

어머니는 놀랐다. 서울에 앉아서도 마을소식들은 대강 듣는다고 생각했으나 와서 보니 모를 일들이 하많았다.

《먹고살래기에 그랬죠.》

경태 처는 풀어지는 수건을 다시 고쳐쓰며 그럴 나이도 아니건만 부끄러움을 타며 눈에 눈물이 글썽해진다.

미군부대 건물이 가까운 산일수록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산나물도 거기만은 많아서 봄에 녀자들은 자연 숨어들어가기마련이였다. 미군경비병들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무슨 약을 뿌렸다. 경태 처는 그것을 모르고 뜯어다 먹고 겨우 목숨만은 건졌으나 머리는 그 모양이 되였다. 그러고보면 아까부터 부엌에서 그릇을 달가닥거리고있는 옥분이도 계속 머리에 수건을 산뜻하게 쓰고있었다. 가난한 집아이일망정 한창 피는 나이의 얼굴이라 수건도 오히려 맵시있다고 감심했더니 그것을 쓰는 리면에는 기막힌 사연들이 숨어있었구나. 어머니는 가슴이 아리여왔다. 마침 경태만은 남의 집에 품을 팔러 갔었기에 그러한 변을 면할수 있었다고 한다. 경태 처는 눈물이 글썽해서 그 이야기를 하고있으나 경태는 왜 벌써 들어왔느냐고 처를 나무랬다.

《오늘은 꼼짝 못하겠습니다. 그놈들이 자꾸 그리로 와 싸서.》

경태 처는 철조망근처에 있는 논에서 애벌김을 매려던 참이였다.

그러나 미군경비병들은 그들이 쫓던 7~8명 농민들이 넘어온 다음에도 논밭을 넘성거려서 경태 처는 찔레꽃덤불에 숨어있다가 논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들어온것이다.

경태는 처에게 화를 냈다.

《저 정신빠진 녀편네 좀 보십쇼. 미군이 그렇게 무섭걸랑 죽어야지. 살아 뭘 해? 언젠 그놈들이 등 두들겨줘서 농사지었나. 애벌논때 잘 매줘야지 그렇찮음 못 먹어…》

경태 처가 부엌에 들어가서 딸이 점심짓는것을 봐주는 동안에 마을사람들은 끊임없이 어머니를 찾아와서는 인사들을 했다. 녀자들중에는 부엌을 기웃해보고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리다가 집으로 갔다가는 바가지를 들고 다시 부엌뒤문으로 오는 녀자들도 있다. 말등바위댁도 무엇인가 치마밑에 가지고 왔다.

《거 뭣들을 그러나?》

어머니가 안심찮아 부엌을 들여다보았다. 말등바위댁은 어머니의 등을 밀어 들어가있으라고 하다가 《아따 성님한테야 뭐 숭되겠수. 우리네 살림이 이렇게 됐다우.》 하며 감추어가지고 들어온 물건을 내놓았다.

어떤 녀자는 쌀을 한탕기, 어떤 녀자는 나물을 한줴기, 어머니에게 점심 한끼를 대접하는데도 그들은 그렇게 모아들여야 했다.

마을은 10년동안에 그렇게 가난해졌고 가난한 사람들의 순박한 인심만이 그 자취를 남기고있는것이다. 언젠가 홍락원이 서울에 와서 어머니가 지어주는 밥그릇을 앞에 놓고 한숨짓던 기억이 마을에 와서 보니 생활로 더 안기여온다.

동일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왔다. 그들은 동일이 소식이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었다.

《그게 그렇게 됐다게 내가 그 집엘 가보지 않았어요. 성님, 그랬더니 그 녀편네(권세환의 처) 하는 말 좀 보우. 동일인 죽지 않았으니 가서 농사나 지라는것 아뇨. 그래서 만나보지도 못하고 와서 어떻게 됐는지 궁금만 해요. 꿈자리만 사납고.》

동일이 4월 19일 부상당한것을 걱정하는것이다. 그 녀자는 지금까지 여러번 권세환네 집에 궁한 사정을 하러 갔었다. 그럴 때마다 그렇게 자식을 믿고 기댈 생각을 하려거든 자식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핀잔만 받던 일들을 이것저것 넉두리같이 늘어놓았다.

《그까짓 열마지기 땅이 뭐게 그걸로 우린 자식 하날 쇠새끼같이 팔았는지 자식이 다쳤어도 가보지도 못하고. 에이구, 내 팔자야. 그래도 저 부처님은 아무 말 말고 참으라고만 하고 이담엔 뭐 큰수나 날줄 아는지.》

동일의 아버지 영환은 마누라의 그 푸념을 못 듣는체 한쪽귀로 흘려버리며 담배만 풀썩거렸다.

《선거얘긴 뭐 없어요?》

동일 아버지가 그것을 물었다. 동일 어머니는 자기 말을 무시해버리고 딴전을 하는 령감이 마땅치 않았다.

《에이구, 그 말을 듣기 싫어서 선거?》

영환은 녀편네의 그 수다가 듣기 싫은지 슬며시 밖으로 나가버린다.

어머니는 점심후에 대사골로 나가는 경태 처를 따라나섰다. 위험한 농사를 짓는 고향사람들도 한번 보고싶었고 또 무엇보다는 남편의 무덤과 아버지들의 오형제무덤(의병들의 무덤)이 궁금했다.

고향을 생각할 때면 의례 집과 함께 머리에 떠오르던 무덤들이다.

남편의 무덤은 철조망이 그옆을 바로 지나갔고 오형제무덤은 철조망안에 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는 항상 아픈 마음으로 그것을 생각해왔다.

철조망까지는 어머니도 눈에 익은 길이였다. 그러나 옛날 어머니가 그렇게도 논밭으로 자주 다니며 그옆의 조그만 나무 한그루, 돌 하나에 이르기까지 기억해두고있던 길이 철조망으로 딱 끊어지자 그앞에는 전혀 몰라보게 달라진 풍경이 놓여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그대로 변했다. 길은 없다. 잡초만이 무성한 그 지대는 지형까지도 옛 기억을 더듬어야 겨우 알아볼수 있을만큼 변했다. 철조망 안쪽을 따라 논밭자리를 파헤치고 생긴 제법 넓은 길이 어느 타곳과 같았다. 미군들의 이동보초가 순시하는 경비도로라고 한다. 세멘으로 반포장한 도로에는 패랭이풀이 악착스레 뻗어가고있었다.

《여기부턴 못 들어가는데예요.》

경태 처는 철조망앞에 서서 어머니를 돌아보며 말했다.

《쏴죽여도 할 말이 없대요. 돌아가야 해요.》

어머니는 눈에 보이는 풍경도 가슴에 섬찍했지만 그 말이 더 귀에 징하게 울린다. 거기서부터 길은 철조망을 끼고 아래로 개울을 내려다보며 나있었다. 전에는 맑은 물이 흐르던 개울이 물이 말라 건천으로 되였다. 군용지안에서 수원이 막힌것이다.

경태 처는 그 벼랑길로 해서 언덕을 넘어갔다. 어머니는 그것을 넘으면 쏴죽여도 할 말이 없다는 철조망을 한참 바라보다가 정신이 든듯 경태 처가 간 길을 따라갔다.

조그만 산등성을 넘어가자 옛날 어머니네 논이 있는 개활지대가 되였다. 대사골이다. 어머니가 여러번 들어오던 바로 그대로의 광경, 어머니네 논자리에는 찔레꽃이 하얗게 덮였다.

경태 처는 논에 들어가 미친녀자같이 애벌논을 맨다. 물이 말랐다.

그대로 뒀다간 풀에 묻힐 념려가 있어 마른 논을 매는것이다. 어머니가 다가가도 미처 알지 못한다. 일에만 정신이 팔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호밀 한가락 나도 가지고 나올걸.》

경태 처는 깜짝 놀랐다.

《아주머니의 그 맘덕에 올핸 농사 잘될테니 그만두고 이왕 나오셨으니 앉아 땀이나 들이세요.》

경태 처는 한사코 말리였지만 어머니는 논에 들어섰다. 호미가 아니라도 손으로 풀을 뜯어줘도 그게 얼마랴싶었다. 10년만에 매보는 논김이였다. 벼포기를 어루만지며 잡초를 사정없이 잡아뜯고 흙을 뒤치는 그 솜씨는 10년이란 세월의 정지도 없었던듯 했고 저절로 손이 그렇게 움직여주는것이였다.

《아주머닌 그동안 잊어버리지두 않으셨수.》

경태 처는 어머니의 손을 신기한 눈으로 보며 감탄했다.

그러나 나이만은 어쩔수 없었다. 어머니의 기력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억센 풀을 잡아뜯으려 하나 몸이 오히려 풀에 끌리여 앞으로 넘어질것 같다. 경태 처는 그것을 보고 자기가 먼저 쉬자고 했다.

그들은 논뚝으로 나왔다. 찔레나무넝쿨속에는 무슨 짐승들의 잠자리 같은것이 있었다. 풀이 깔려있고 무성하게 어울린 찔레와 넝쿨은 내리쪼이는 오후의 볕을 가려주어서 쉬기에는 십상이였다. 미군의 그림자가 나타나면 피하는 곳이다.

《아주머니, 사는게 이래요.》

그는 땀이 흘러 수건을 벗으려다가 또 질겁을 해서 다시 쓴채 흙묻은 손으로 땀을 문질렀다.

《나 보는데서야 뭐라나, 아주 벗게.》

《그래도 부끄러워서.》

《별소릴 다하네.》

그러나 경태 처는 수건을 벗지 않았다.

《작년엔가 그놈들이 산나물하는 색시를 붙들어 머릴 깎아줬어요. 그래 그 녀잔 우물에 빠져 죽지 않았나요.》

그는 그 말을 하고 조금 있다가 《나 같음 안 죽어요. 뭣때문에 죽어. 이왕 죽을템 그놈 하나 쳐죽고 나죽기로 피값을 하지.》 하며 분개해하였다.

어머니는 그 말이 무엇보다도 대견스러웠다.

《그래야지. 그렇고말고. 그게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밑천이지. 그것 없으면 살아가나. 우리 며느리도 늘 그 소린걸.》

《정말예요. 겁먹기 시작하면 한이 없더군요. 이렇게 여기 나와 일을 해봐도 그래요. 어떤 날은 겁이 나서 괜히 그놈의 똥바가지가 논두렁에 섰는것 같아 오금만 저리고 어떤 날은 에라 모르겠다 할라치면 아무렇지 않구, 해두 항상 맘은 졸이죠. 오줌빛이 다 노란걸요.》

《장하네.》

《살아갈려니 어쩔수 없죠.》

논밭 여기저기에 일하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이였다. 거기에는 아무러한 변함도 없었다. 미군의 《똥바가지》라는것도 보이지 않았다. 항상 그자들의 총부리밑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긴장을 련상해오던 어머니는 실감이 오지 않아서 경태 처에게 물어보았다.

《지금은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군.》

《눈에 그렇게 잘 보이나요? 저기 어디 숨어다니다가 심심하면 총을 쏘죠. 아무튼 이 근철 오지 말라는거예요. 별별 트집을 다 잡죠. 말을 해 뭘 합니까. 철조망밑에서 사는 죄라고나 할가. 길을 가도 그놈들의 길과 우리 길이 따로 있는걸요. 길에다 표를 해놓고 그 표를 조금만 넘어서도 어느 틈에 가자고 끄는판인데요. 지난 정월에 우리 동생 장가들일 때 얘긴 들으셨죠?》

언제인가 경태가 어머니한테 와서 가슴을 탕탕 치며 호소하던 초례청에 뛰여든 미군의 만행을 말하는것이였다.

어머니는 안다고 했다.

《그런 놈들이니 무슨짓인들 못하겠어요. 이 농사도 그래요. 이렇게 오줌이 노랗게 농사를 지어놔도 아직 먹을지 못 먹을지 모릅니다. 재작년엔 벼가 한창 누런 방울이 배길 때 군사연습을 한다고 이리로 땅크가 개싸다니듯 헤갈을 해다녀서 곡식을 몽땅 짓이겨놨죠. 어디 가 호소할데가 있어요. 제 가슴만 치고 울내기죠. 그래서 웬만큼 다른데 땅이 있는 집은 숫제 여기 땅은 버리고말죠. 저것들이 다 그런 땅 아닙니까?》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군데군데 묵어자빠진 땅들이 보이고 잡초와 찔레넝쿨이 우거졌다.

어느 사이에 어머니에게로 농민들이 모여왔다. 아까 총소리에 쫓겨갔던 사람들이 점심후에 또들 나온것이다. 그들은 모여서 말라가는 논을 걱정했다.

해질무렵 어머니는 남편산소가 있는 방향으로 발맘발맘 산을 넘어 올라갔다. 벌거벗은 산들에 비해 거기는 나무들이 제법 무성했다. 철조망이 가까와 사람들이 접근을 못한것이다.

어머니는 산소가 가까와올수록 가슴은 알지 못하게 두근거렸다.

옛집 문앞에 이르렀을 때나 옛 논에 섰을 때보다도 가슴의 고동은 더 높았다.

친아버지와 시아버지가 묻혀있는 오형제무덤은 가볼 생각도 못한다. 철조망 깊숙이 들어가있기때문이다. 그 방향만을 멀리 바라볼뿐이였다. 그쪽에서 저녁 뻐꾸기의 울음이 들려왔다.

분명 남편의 무덤이 있어야 할 곳으로 와서 섰으나 그것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여기저기를 대중해보고 살펴본 다음에야 잎이 무성한 떡갈나무포기밑에서 조그만 비석을 찾아낼수 있었다. 어머니는 비석앞에 로인의 자제력으로 조용히 섰다.

남편앞에 선것이다. 만가지 생각이 엇갈리여 하나도 상념이나 말로는 되지 않았다. 겨우 《아이들헌텐 다 당신의 뜻을 전했소. 상춘인 이번 4. 19에서 용감하게 싸운것 같소. 그러나 아직 어리오. 뭣인가 찾고있소. 그래서 내가 땅에 묻어두었던 책을 가질러 왔더니 고향이 말이 아니로구려.》라고 말했다.

비석을 가리고있는 떡갈나무를 꺾어냈다. 그것이 방해되여 남편이 마을의 사정을 보지 못하기라도 하는듯.

비로소 해빛이 비석을 밝게 비쳐주었다. 무덤은 원래 좋은 자리를 잡아 써서 해질 때까지 볕이 드는 곳이였으나 비석은 오랜 그늘에 가리워 습기에 젖어있었다.

어머니는 실로 오랜 역정끝에 반가운 사람을 만난 기분이였다.

그 오랜 역정에서 홀로 겪은 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싶은 심정, 아들들의 소식은 그렇게 간단히 해놓았으나 나머지는 무엇부터 말했으면 좋을지 모른다. 십년을 고향에 올수 없었던 사정, 무덤을 인적이 올수 없는 곳의 무주총으로 만들어놓은 회한, 어쩔수 없는 사정으로 해서 그렇게는 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슴을 치고싶은 회한임에는 틀림없다.

아버지들과 남편은 애국자였다. 어머니는 그것을 굳게 믿는다.

애국자들의 무덤이 무주총으로 되여야 하는 이 땅, 민족의 수난기였다.

무덤은 오랜 세월에 풍화된듯 봉분도 알아보기 어렵게 낮아지고 그우에 어린 잡목들만이 어지럽게 제멋대로 자랐다. 어머니는 앉아서 그 나무들을 하나하나 꺾어나갔다. 가슴에는 분노가 서리여갔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