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새로운 성좌

5

 

권세환에게 있어 패틀리는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였다.

빠른 출옥도 그의 힘이 컸거니와 출옥한 권세환을 대해줌에 있어 《대인》의 풍모를 보여주었다. 정치에 한번 실각한 그를 지금까지의 신의를 지켜 조금도 저버리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라고 용기와 고무를 주었다. 그는 4. 19를 통해서 《한국》학생에 대하여 연구할 흥미를 더욱 느꼈다고 한다. 장차 그가 집필할 《한국학생론》은 미국과 《한국》에 크게 기여할것이라 하면서 권세환의 계속되는 도움을 바랐다.

권세환은 그와 몇번 만나서 학생들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 학생비밀단체를 하나 조직해볼 의욕을 느꼈다. 패틀리는 대찬성이였다. 후원을 약속해주었다.

한왕렬을 내세워 학생들을 포섭했다. 어느날 7~8명의 학생들은 리태원에 있는 외국인구락부에 초대를 받았다. 녀학생도 2명 끼였다. 권세환의 딸 미자와 또 하나는 일행중 처음 보는 녀학생이였다. 미자는 그 초대에 예견돼있지 않았으나 왕렬이 그날 아침 장충동으로 권세환의 부름을 받고 갔을 때 그가 어떻게 알고 따라나서는지 거절할수 없었다. 속으로는 그걸 바라기도 했지만.

남학생들은 왕렬과 마찬가지로 4. 19후에 자기들이 다니는 대학에서 지탄을 받는 그들의 말을 빌면 혁명에서의 《소외족속》들이였다.

대개 그들은 지금까지 숨어서 학원사찰에 협력했던 경찰의 끄나불들이였다. 그들은 4. 19후에 학원에서 벌어지는 민주화운동을 백안시한다.

《한국》의 장래가 위태로워보인다는 왕렬은 어느 놈의 피를 한번 보고싶은 욕망이 레스링을 사랑하는 리유로 되여있지만 다른 학생들도 그만 못지 않은 취미들은 하나씩 소유하고있었다.

모험을 좋아하는 등산가, 비리성적인 행동에 몸을 맡기는 테로분자,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고 천지에서 수영해보기가 숙원이라는 반공히스테리, 녀자들을 전문으로 따라다니는 부랑아, 미국류학이 소원이라면서 그 준비로 영어를 일상어로 삼는 모국어상실자…

미군운전사와는 그가 줄곧 류창한 영어로만 이야기를 하여 다른 학생들이 시기 비슷한 빈축을 받았으나 그는 운전사를 부추겨 시내에서는 금지돼있는 초속으로 뻐스를 몰았다. 교통순경이 인도로 피해 달아나는 전경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그에게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차는 리태원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속력을 가했다.

좌우가로수가 꺾어질듯 바람을 일으키고 금방 충돌할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이였다. 미자는 비명을 올리며 눈을 손으로 가리우고 옆에 앉은 왕렬에게 몸을 무겁게 실었다. 왕렬은 그를 보호해주는체 힘껏 안아주며 가슴을 더듬었다.

차가 주택지구에 들어서며 속력을 떨구자 미자는 몸을 바로하며 왕렬의 뺨을 찰싹 소리가 나게 갈겼다. 학생들은 영문을 모르면서도 그 정상을 벗어난 행위가 다만 멋이 있어서 갈채를 또 보냈다.

왕렬은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예수가 가르친대로 맞지 않은 다른쪽 뺨을 미자에게 들이댔다. 미자는 서슴지 않고 또 한번 갈겼다. 왕렬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것으로 그 창피한 꼴을 아무렇지도 않게 유희로 전환시켜버리는 림기응변으로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미군운전사도 후사경으로 그 광경을 보고 소리쳤다.

《원더플! 원쓰모어. (멋있다. 한번 다시 해봐라.)》

리태원외국인부락은 《한국》인은 아무나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조차지나 다름없는 이방지대였다. 이곳은 통행금지시간도 없는 불야경을 이루는 곳이며 향긋한 연회술 몇잔에 《한국》의 운명이 좌우되는 곳이다. 학생들은 그 특수지대에 온것이다. 그들은 초대를 받았다는 왕렬의 말을 믿었고 또 스스로 그러한 기분들이였다.

구락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 서부지대의 어느 산기슭에 있는 산장같이 통나무로 지은 소박한 건물이였다. 미국에 온듯 한 기분에 취해있는 숭미주의자들인 그들에게는 일종의 향수를 자아내게 했다.

섭씨 30도를 가리키는 6월 하순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쪼이는 바깥에서 땀을 흘리며 들어온 몸뚱아리들을 찬 공기가 서늘하게 어루만져주는 그 하찮은 사실도 그들을 매혹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패틀리가 그들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일일이 학생들에게 손을 가볍게 주었다.

《공부에 방해되지 않았습니까?》

매우 친절하고 소박한 태도였다.

《학생들은 오늘 관악산엘 간다지요?》

《그렇습니다.》

왕렬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훌륭합니다. 당신들은 학생들가운데서도 선택된 인물이요. 자신의 신념을 가진 학생들입니다. 우리 플브라이트장학회는 그러한 학생을 존경하오. 평범을 경멸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왕렬은 패틀리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고 찬동부터 먼저 해놓았다.

《훌륭합니다. 내 의견에 찬성해주어 고맙소. 민주주의국가에선 누구나 자기 신념을 주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 한국> 의 학생들도 < 한국> 을 위한 신념이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이 그대로 모랄(사기)로 될수 있습니다. 위험한건 공산주의요. 그건 자유를 박탈합니다. 지금 학생들가운데 그런 사상이 싹트는 현상 없지 않습니다. <한국>을 위해 슬픈 일입니다. 그 비극을 바로잡을 인물은 바로 당신들입니다. 이제부터 자유에 대한 기록영화를 보여주겠습니다. 그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지성인들입니다. 봐야 합니다. 우리 미국군인들도 령관급이상의 사람이래야 그 슬픔의 본질을 리해합니다. 여기 온 당신들은 공부 잘하고 장차 미국류학하고 오면 령관이상의 높은 인격자 될수 있습니다. 여기 온 학생들이 다 그렇지요?》

패틀리는 상냥한 웃음을 만면에 담으며 왕렬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왕렬은 일행학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점검하듯 둘러보며 대답했다. 령관급이상이란 말과 미국류학이란 말은 학생들을 더할나위 없이 유혹의 꽃보라속으로 이끌어갈수 있었다. 벅찬 감격의 한숨까지 새여나왔다.

패틀리는 권세환과의 담화에서 《한국》학생들을 연구대상으로 선택한바 있지만 사실은 장차 《한국》학생운동을 파괴할 목적으로 비밀테로단체를 조직하도록 암시를 준것이다.

미국사람이라면 누구나 큐 클랙스 클랜이란것을 안다. 소위 3케이단이다. 남북전쟁이후부터 생겨서 오랜 력사를 두고 그 비밀과 조직성, 잔인과 테로로 사람들을 전률케 한다. 미국사람들은 그 공포에 떨며 살아오는 동안에 그들의 혈통에도 어느덧 그것이 흐르게 되여 모든 사업에 음모를 꾸미지 않으면 안되는 민족으로 되였다.

패틀리는 권세환을 오래동안 상종해오는 과정에 그에게서 그러한 풍부한 요소와 재질을 발견할수 있었다. 그는 권세환에게 그 테로단체의 조직을 암시해보았다.

《한국구국당》이라는 테로단체조직에 급히 착수했다. 3케이단과 같은 략칭을 모방하여 《HKP》라고 이름 붙였다.

30살미만의 남녀학생으로 조직하되 그들 회원은 명령에 복종할 의무만이 있다. 회원은 입당하는 그 순간부터 자기의 생명을 일체 당에 걸어놓는다. 생사여탈의 권한이 오로지 당에 있는것이다. 당의 활동과 비밀을 엄수하지 않았을 때 생명의 위험은 즉각적으로 닥쳐온다.

테로단체의 보편적인 그 피비린내 풍기는 규률은 너무나 어마어마하여 학생들을 끌어당길수 없을듯 하나 거기 망라되는 한 당원의 립장으로 볼 때는 그 규률에서 특권의식을 맛보는것이다. 자신은 비밀을 고수하면 되는것이고 다른자가 비밀을 팔았을 때 그의 생명을 빼앗아버리는 권한행사의 쾌감, 악한들의 취미는 바로 거기 있다는것을 믿고 타산한 규률이였다.

《한국구국당》은 그 정체를 숨기기 위하여 자선사업도 계획했다. 무산아동을 가르친다는 학원을 경영하며 양로원도 설치할 예정이였다.

패틀리의 명령같은 암시를 듣고부터 권세환이 모장군을 찾아다니며 지도를 받고 구상한 사업륜곽이였다. 그것을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예분자를 모집할 필요가 있었다. 그날은 왕렬을 내세워 7~8명 그럴듯한 학생을 물색해가지고 입당선서를 시키는 날이였다.

그 선서에 앞서 패틀리에게 부탁하여 세뇌사업을 하는것이다.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특효적인 세뇌제는 미국류학이였다. 그래서 패틀리는 그날 플브라이트장학회 《한국》주재원으로 변장을 한것이다.

패틀리는 한동안 학생들과 담화를 한 다음 시계를 보는 도수가 잦아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례합니다. 나는 곧 동경에 갈 일이 있습니다. 일본에도 훌륭한 학생단체가 있습니다. 자유중국(대만)에도 있고 맥시코에도 있습니다. 장차 당신들은 그곳 학생들과 만날수 있습니다. 실례합니다. 당신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 못하는게 유감이군요. 내가 설명해줄수도 있던것을, 화면만으로는 미처 리해가 잘 안되는것도 있을텐데… 그러나 당신들은 인테리입니다. 모든 의미를 다 파악할수 있습니다. 모든건 변합니다. 륜리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고 인정도 꿈도 그 눈물의 농도까지 변합니다. 거기 당신들은 민감해야 합니다.

그것에 둔감하면 당신들은 촌뜨기로 락오합니다. 실례합니다.》

패틀리는 승냥이같이 어슬렁어슬렁 걸어나가고 미국녀자가 그들을 그리 크지 않은 영화실로 안내해갔다.

희미한 형광등이 몇번 점멸하는 동안 그들은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음악과 함께 영사막에는 화면이 나타났다. 기록영화라 하여 사회주의국가들을 비방중상하기 위한 악의에 찬 화면들, 《자유의 개방》이라 하여 색정영화가 류행되는 《한국》에서조차 공개될수 없는 음탕한 장면들을 두어시간동안 보았다.

그러한 토막토막의 화면을 보는 동안에 왕렬을 비롯한 학생들은 어느틈엔가 자신도 잘 모르는 개념의 《자유》를 수호하는 《투사》의 비장감과 또는 동물적인 욕정에 몸을 불태워가지고 나왔다. 그들은 영화가 끝난 다음 예정대로 관악산밑으로 갔다.

미자만은 따로 떨어졌다. 그는 외국인부락까지는 왕렬을 따라왔지만 자기 아버지가 하는 사업에는 개입하고싶지 않았다. 관악산밑에서 무엇을 하는지 구태여 알고싶지도 않았다.

외국인부락에서 나온 왕렬은 영화실에서 충족시킬수 없었던 정열로 얼굴이 벌개서 미자에게 추근거렸다.

《이따 오후에 어디서 만날가?》

그러나 그는 완전히 딴 녀자로 변하고만다. 또 따귀를 갈길듯 한 눈초리가 번뜩인다.

《왜 이 모양이야, 장소를 가릴줄도 모르는 촌뜨기처럼… 어서 가서 우리 아버지 발이나 핥아.》

그는 집에서 아버지 권세환이 제일 싫었다. 조건이란 없었다. 자기 어머니와 한편이 되여 부친의 첩살림을 싫어하는것인지 아니면 집에 들어와서는 봉건적인 태도로 딸을 다스리려는 권세환의 보수성이 싫은것인지 아무튼 아버지를 존경할수 없는, 무엇인가 집에서는 짜증이 생리처럼 되여버린 그는 그것을 《욕구불만》이라는 류행어를 써서 현대녀성으로 자처했다. 그 아버지에게 충성을 다하여 굽신거리며 드나드는 한왕렬이 그의 눈에는 자기 집 하인의 자격으로밖에는 더 보이지 않았다.

미자에게서 랭대를 받고만 왕렬은 이번에는 그들일행중 또 하나의 녀성, 미스 한이라고만 알고 아직 이름도 학교도 가정도 모르는 그 녀자에게로 달라붙었다. 그 녀자와 다른 학생들과는 이미 진한 롱담이 벌어지고있었다. 영화에서 대담한 성적세부묘사와 자극적인 장면들을 함께 목격했다는 련대적인 죄의식이 남녀간의 수치심이나 체면을 초월해버린지 오래였다.

《나한텐 따귀를 맞지 않을것 같아요?》

《따귀를 때리고 안 때리는건 그대의 자유 그러나 제발 산에 가서 내게 그러한 영광을 주십소사.》

《산에 가서 때려도 좋단 말이군요? 좋아요. 누가 맞나 해봐요.》

왕렬은 기가 막혀 우뚝 걸음을 멈추고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아하하.》

허리를 잡고 웃어댔다. 미친 사람 같았다. 그는 웃음을 거두고나서 정색을 했다.

《너무 웃기지 마오.》

왕렬은 미스 한의 팔을 쥐였다. 미스 한은 팔을 뿌리쳤다.

《난 산에서의 약속이 있어요. 여기서 이건 실례예요.》

《정말 그렇군. 실례했습니다. 그럼 산에 가서 다시…》

그들은 관악산밑에 도착했다. 밤나무숲이 우거진 곳이였다. 밤꽃이 한창이여서 독한 밤꽃냄새가 그 일대를 덮었다. 권세환의 소유로 되여있는 림야가운데 5천평을 떼여 《HKP》에 제공한것이다.

밤나무밑에는 천막이 하나 쳐있고 그안에는 벌써 당창립의 간부급들이 등산객의 차림으로 와있었다. 그중에는 전 배달청년단 단장 모장군도 왕림하여 천막안 바위돌에 왕자처럼 앉아있었다. 카이제르를 본따 기른 수염을 쓰다듬어올리며 들어서는 학생들을 하나하나 마치 심령술로 꿰뚫어보듯 응시했다.

그의 존재로 하여 천막안에는 근엄을 넘어 신비스러운 공기가 떠돌았다. 그는 무릎사이에 세운 등산지팽이를 마치 삼군을 호령하는 칼같이 짚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권세환도 그의 발언이 없이는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못하는지 목석같이 굳어있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여 한왕렬을 그에게 소개시키려 했다.

장군께 인사드리게.》

한왕렬이 장군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장군은 손을 들어 왕렬을 다시 제자리로 뒤걸음치게 제지시켰다.

《차츰 알지. 우린 비밀단첼 조직하려고 여기 모인거야. 일일이 주소성명을 밝힐 필요는 없어.》

그는 등산지팽이로 바위돌을 때리며 벌떡 일어섰다. 바위돌에서는 불꽃이 튀였다.

친애하는 군들! 난 군들의 용감한 발자국소리가 저기 들릴 때부터 뛰여나가 군들의 손을 잡고싶었다. 그러나 난 참았다. 군들의 성명을, 가정사정을 하나하나 당장 묻고싶다. 그러나 그걸 참고있다. 왜? 우린 비밀단체의 발기자들이다. 앞으로 생사고락을 같이할 동지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사업이 잘되려면 첫째도 둘째도 비밀이 고수되여야 한다. 그래서 내 지금 모든 인간적인 욕망을 참고 철석같은 마음을 견지해보는거다. 어차피 군들은 우리 당의 발기자들이기때문에, 참모이기때문에 알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우리 당의 정신이 바로 그렇다는걸 명심하기 위해선 이럴 필요가 있다.》

그의 말은 그대로 훈시가 되고 《HKP》의 강령, 목적, 규약의 설명으로도 되여갔다. 《4. 19반역은…》 하고 그는 목청을 돋구었다. 지팽이로 바위를 때렸다. 분노가 그의 전신을 떨게 했다.

《우리 <대한민국>을 멸망시키는 징조다. 거긴 공산주의정신이 농후하다. <멸공통일>을 하시겠다던 리승만박사를 배척한 놈들이 공산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어디 아니라고 대답할자가 있으면 나오너라!》

그는 만약 나서는자가 있으면 일도량단으로 쳐죽일듯 등산지팽이를 휘둘러보였다.

《만약 지금 학생들의 세력을 그대로 방치해두었다가 <한국>이 공산주의가 되면 어찌 되겠는가. 군들은 오늘 그 활동사진을 보았으니까 잘 알것이다. 자유가 없는 사회, 군들은 그것을 원하는가, 만약 원하는자 있으면 겁내지 말고 이 천막밖으로 나가거라! 나갓!》

그는 세번네번 명령했다. 발을 구르며 호령했다. 나가는 학생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매우 만족했다.

《없는가, 장하다. 군들! 그러면 우리는 맹세를 하자.》

그는 학생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었다. 그는 거기 있는 병을 들어 랭수를 고뿌에 따르었다.

《이것은 관악산정기를 받아 솟는 샘물이다. 이것으로 맹세를 하자.》

그는 자기가 먼저 한모금 마시는체 하고 고뿌를 돌렸다. 학생들도 마시고 거기 와있는 5~6명의 낯모를 사람들도 경건한 태도로 고뿌에 입을 댔다 떼였으나 물은 반이나 그대로 남은것을 마지막으로 권세환이 한숨에 다 들이키고 고뿌를 두손으로 받쳐 장군에게 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 손을 높이 들어 바위에 힘껏 던졌다. 고뿌는 산산쪼각으로 흩어졌다.

《다시 물을 뱉어놓을 그릇은 없다. 만약 지금의 맹세를 뱉는자가 있다면 그의 생명은 이 컵의 운명과 같을것이다.》

장군은 유리쪼각을 지팽이로 또 한번 쳐서 깨뜨렸다. 그는 다시 바위돌에 처음의 자세그대로 왕자처럼 앉았다. 그들의 결당식은 그것으로 끝난것이다.

그동안 시종 가랭이를 조금 벌리고 뒤짐을 지고만 섰던 중년사나이가 당의 규약을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학생들의 당분간 사업으로는 4. 19주동분자들의 동향을 살피는 한편 적당한자를 당에 끌어들이되 장군이 루루이 말한 그대로 비밀을 엄수하는 일이였다.

비밀을 엄수하지 않거나 당을 배반했을 때 그의 생명은 그날로 없어질것을 각오해야 된다.

그만큼 회원은 철권의 소유자로 되여야 하기때문에 회원들은 장차 그 밤나무밑에 지을 회관에 와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비밀공작의 요령은 조심과 대담성에 있단 말이다. 대담성없는 조심은 비겁해질수 있고 조심없는 대담성은 무모해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그 둘을 다 겸비해야 되는건데 조심은 마음 하나 가지기에 달렸지만 대담은 마음만으로는 안되고 상대방을 치고 막고 할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말이다. 그래서 그것을 훈련하는건데 그것도 배움되는거다. 미스 한!》

중년사나이가 손가락을 안으로 까딱해보이며 미스 한을 불렀다. 왕렬도 놀랐고 다른 학생들도 놀랐다. 그와 미스 한으로 불리우는 녀학생은 그러고보면 전에부터 아는 사이인데 지금까지 그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두시간 반동안이나 시치미를 떼고있은 사실은 역시 비밀을 지키는 사람들의 상식을 초월한 정신력 같아서 감탄을 금할수가 없었다. 놀라움과 경탄은 그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번 시범을 보이는것도 좋을거야.》

중년사나이는 미스 한에게 무슨 뜻인지 그런 말을 했다.

《싫어요.》

미스 한은 몸을 꼬며 교태를 부리였다.

《명령!》

그러자 미스 한은 몸을 반듯이 가지며 정색을 했다. 길게 째진 그의 눈꼬리가 약간 감기더니 왕렬을 가리켰다.

《나와요.》

왕렬은 어깨를 재며 나섰다.

《아까 내가 당신 따귀를 때림 어쨌댔죠?》

《당신의 고운 손을 비틀어 정복한다 했습니다.》

《좋아요. 난 정복되고싶어요.》

그 녀자는 그 말과 동시에 왕렬의 따귀를 갈기는 시늉을 했다. 왕렬이 그의 손을 잡아채며 발로 그의 곧고 매끈한 종아리를 걸어 잡아당기려는 순간 그의 손이 왕렬의 옆구리로 가는듯 하더니 왕렬은 금방 비칠거리며 쓰러지고말았다.

《강자가 이게 뭐예요. 이래선 날 정복하지 못해요.》

그는 왕렬의 손을 잡아일으켰다. 그 녀자는 당수(맨주먹을 가지고 자신을 보위하여 상대를 쓸어눕히는 무술의 한가지)의 교습을 받았던것이다.

그 시범은 학생놈들을 매혹시켰다. 그들의 피속으로 흐르는 테로의 갈망을 몹시도 자극해주었다. 장군의 훈시나 영화의 자극적인 효과보다는 사람을 칠수 있다는 그 시범이 그들의 피를 더 미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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