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청춘의 분수
19
경무대에는 시내 도처에서 벌어지고있는 사태들이 무전으로 혹은 전화로 계속 들어오고있다.
리승만
경찰서가 불탔다.
파출소들은 모두 철수해버렸다.
땅크가 점령되였다.
시시각각으로 위급을 고하는 보고는 경무대를 발칵 뒤집어엎는다. 장관들이 모여든다. 창백한 얼굴들이다.
비서의 안내도 기다리지 않고 《대통령》방으로 뛰여든다. 비서들이 도처에서 들어오는 보고를 가지고 뛰여들어왔다가 뛰여나간다. 절차도 없고 격식도 없다. 빨리 리승만에게 알리는것만이 목적이였다.
이미 19일에 북악산이 무너지듯 한 군중들의 함성을 가리켜 《대통령》당선을 축하하는 시민들의 례포라고 측근자들은 리승만에게 거짓말을
했었다. 리승만이 시
그러나 속이지 않고 사실대로 전하는 내용은 그를 더 노엽게만 만들었다.
《내 모가지에 새끼를 걸어? 어떤 놈들이?》
리승만은 그것이 제일 불길한 모양이다. 장관들과 비서들을 둘러보는 얼굴에는 노기와 애원이 동시에 나타났다. 넥타이를 늦추는 그의 손이 떨리였다. 장관들과 비서들은 민망해서 돌아섰다.
땅크가 점령되였다는 보고는 경무대안의 공포분위기를 극도에 달하게 한다.
비상전화로 보고를 받은 비서가 리승만앞에 와서 말을 못하고 헐떡거린다. 무전테프를 그대로 들고 와서 해득을 해준다.
《땅크가 군중들을 태워가지고 이리로 올것 같답니다. 각하.》
《땅크가?》
리승만은 벼락같이 소리친다.
《거짓말이다. 너희놈들은 날 속이고만 있어. 땅크가 어떻게 그럴수가 있단 말이냐? 죽일놈들, 거짓말야. 네놈들은 날 등신으로 알고있어. 다시 알아봐라!》
확인해보려고 비서는 뛰여내려간다. 다른 보고를 가지고 올라오는 비서와 이마받이를 할것 같다. 프란체스카의 애견인 진이 발에 걸린다. 그는 발로 그것을 차버리고 뛰여내려간다. 전에는 진에게 공손히 길을 피해주던 그들도 이제는 그럴 마음이 없다. 진이 날카롭게 깽깽거린다.
비서가 또 2층으로 뛰여올라온다.
《30만군중이 광화문거리로 모여든다 합니다.》
《30명이?》
리승만은 안경을 벗으며 묻는다.
《아니올시다. 30만이올시다.》
북악산이 왕왕 떠돌아다니는것 같다. 리승만은 허둥거린다. 안락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나 오금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순간이 닥쳐오는것인가?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장관들을 둘러본다. 그러나 장관들은 옆에 없다. 모두 도망칠 생각으로 나가버린것이다. 충직한 비서 둘만이 남아있다.
《너들 생각은 어떠냐?》
뭐가 어떻다는것인지 뜻이 분명치 않다. 비서들은 함구한채 목석같이 서만 있다.
《답답들 하구나. 말들을 해야지.》
리승만은 징징 신음소리를 낸다. 코에서 곰탕내가 난다. 그는 곰탕에 체한 일이 있었다. 그후로는 일체 조선음식을 금하고있는데 가장 심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코에서 그놈의 곰탕내가 나는것이다.
밖으로 나가서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있던 내무부 장관이 들어와서 미국대사가 온다고 알린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와 희망의 빛이 어리며 조금전의 당황은 사라지고 《대통령》관저의 어마어마한 질서와 위엄이 회복된다.
미국대사 맥코노이는 19일에도 21일에도 리승만의 경무대를 방문하고 가서 《정당한 불평은 즉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된다.》, 《<한국>에서의 시위는 최근 선거관리에 대한 일반적인 불안과 자유로운 민주주의에는 부적합한 강압적인 수단의 반영》이라는 등의 성명을 발표하여 시위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반대하지 않는듯 한 인상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계엄령을 선포케 했고 리승만과의 담화에서도 어디까지나 그를 지지한다는 약속을 굳게 해왔다.
분노한 민중에 대해서는 어루만지고 겁을 내는 리승만을 극력 고무해주면서 사태가 가라앉고 종전과 같은 질서가 회복되기를 바라는것이다. 뿐만아니라 미국에서는
《리승만<대통령>,
실망하지 마시오. 대부분의 미국인은 지금 귀하의 편에 있음.
우리의 필봉은 강력하고도 집중적으로 세론을 이끌수 있는 지지를 보낼것이오. 계속 싸우시오. 안녕히.
1960년 4월 21일
만체스터 유니온 리이더
월리암 토오브》
이와 같은 전보들도 온바가 있어서 리승만이 지금 매달리고있는것은 미국밖에 없다.
맥코노이는 《유엔군》 총사령관 매그루더대장과 함께 왔다.
그들은 비서나 장관들을 일체 물리치고 세사람만이 모여앉았다. 리승만은 곰탕내때문에 오만상을 찡그리고 맥코노이의 입만 바라본다.
차가 들어오고 했으나 그들은 손도 대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담화를 시작했다. 차는 지금까지와는 판판 다른 맥코노이의 랭담한 태도같이 식어갔다.
《각하, 밖의 사태를 아십니까?》
《땅크가 점령됐다, 30만의 시민들이 쳐들어온다 하는데 <국군>은 뭘하고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리승만은 매그루더를 원망의 눈으로 보았다. 말은 덜덜 떨렸다.
《국군》의 통수권이 《유엔군》에 있느니만치 그 책임이 당신에게 있지 않느냐 묻는다기보다 애원하는것이였다. 매그루더는 말은 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해보였다. 때는 이미 늦었다는것이다.
《각하.》
맥코노이가 리승만을 엄격한 눈으로 보았다. 그러면서도 말은 매우 부드러웠다.
《각하는 오래동안 미국의 벗이였습니다.》
《지금도 나는 미국의 벗이요.》
리승만은 화를 냈다.
《옳은 말입니다. 영원히 미국의 벗으로, 미국의 충실한 시민으로 남아있어야 할것입니다. 그러자면 미국의 립장을 아는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나는 곧 미국입니다.》
맥코노이의 얼굴에는 랭소가 살얼음같이 얇게 지나갔다.
《그렇다면 나는 말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각하는 당분간 쉬실 때가 된것 같습니다.》
리승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말을 하려다가 너무나 더듬어지는 바람에 중단하고 상대방을 돋보기속으로 쏘아만 보았다. 대사는 그것을 못 본체 식은 차를 마시였다.
《내가 그만둔다면 <한국>에서 누가 반공을 하겠소? 저 기운을 누가 막겠소? 30만 폭도를 어떻게 하겠소? 난 지금이라도 아이젠하워대통령에게 전화를 걸겠소. 그의 명령으로 <국군>에게 총을 쏘도록 하겠소.》
《총은 이미 쐈습니다. 사람도 많이 죽었습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시체를 밟고 넘어오는 사람들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들이 아직은 로골적으로 미국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각하의 하야만 요구하고있습니다. 여기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체 해서 막아놓지 않는다면 그 분노가 미국으로 돌려질것은 명백합니다. 각하가 영원히 미국의 벗으로 남느냐 아니면 개인 리승만으로 되느냐 하는 분기점입니다. 각하는 영원히 미국의 벗으로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알고 당신을 존경하려 합니다.》
《나는 <북진통일>을 한다는 약속을 해왔소. 그걸 아직 이룩하지 못했소. 나의 하야는 <북진통일>을 포기하는것인데… 난 미국의 벗으로 그렇게는 할수 없소.》
《이미 결정된 사실이요.》
《난 <한국대통령>이요.》
그는 위엄을 갖추어 가슴을 내밀었다. 미국대사앞에서 그같이 허세를 부려보기는 생전처음이였다.
《난 미국대삽니다.》
맥코노이는 조용히 응수했다.
《난 계엄군사령관을 불러서 총을 쏘도록 명령하겠소.》
《그건 각하의 권한인것 같습니다.》
옆에 앉아서 담배만 피우던 매그루더가 야유조로 말했다.
《그렇소. 내 권한이요.》
리승만은 사리를 분간하지 못한다. 입에서 나오는대로 말해버린다.
《진정하십쇼. 각하의 고매한 정신은 잘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태의 긴박성을 더 잘 알고있습니다. 미국이 희생될순 없습니다. 각하의 희생으로 지금이라도 <한국>의 질서가 회복될수 있고 이것으로 미국의 <한국>정책은 계속될수 있습니다. 이대로는 그것이 가망없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회복시키겠소.》
《어떻게요?》
《최후수단을 쓰겠소.》
《성공을 빕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각하의 하야를 권고했습니다.
미국의 안전과 <한국>의 그것을 위해서입니다.》
맥코노이와 매그루더는
비서를 불렀다. 장관들을 부르라고 명령했다. 비서가 나가기도 전에 몇몇 장관이 대령이나 하고있던듯이 뛰여들어온다.
《마침 잘들 왔네. 자네들을 부르려던 참야.》
《죄송합니다.》
《발포를 왜 명령하지 않나? 폭도들은 쳐들어온다는데… 자네들 반역이 아닌가?》
《…》
《이미 때가 늦은것 같습니다.》
《자네들 생각엔 그러니까 어떻거면 좋겠나?》
《지금 운명은 촌각에 달렸습니다.》
《그러니까 어떡험 좋겠냐말야? 그걸 말하게. 나 자네들만 믿고있었네.》
《각하께서 하야하시는 길밖엔 없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뜻입니다.》
《으음.》
리승만은 신음소리를 내더니 팔을 들어 허우적거렸다. 눈이 보이지 않는것이다. 앞이 캄캄하다.
《불을 켜라! 불을 켜!》
비서들과 장관들이 어쩔줄을 모른다. 의사를 불렀다. 리승만은 심한 충격을 받았던것이다. 안면근육이 제각각 떨고 실룩거렸다. 늘 보아오던 사람들도 그 너무나 심한 경련에 놀랐다. 평소에 범상한 표정을 담고있을 때도 문둥이를 방불케 하는 인상이나 아무도 그것을 입에 담아서 말은 못했다. 실룩거리는 근육마다에 《애국심》이 있다고 일컬어왔던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보아오던 사람들의 눈에도 그것은 절망으로 보였다.
경련이 조금 가라앉으며 그는 정신을 차렸다.
《내가 하야한다고만 하면 되겠느냐?》
장관들을 보고 물었다.
《폭도들은 그걸 바라고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야성명을 우선 내놓고보자. 내 부를테니 받아써라.》
비서는 받아쓰고 리승만은 불렀다. 조금전에 눈이 보이지 않는다던 그가 금방 성명을 구술하는 그의 정신력을 주위의 사람들은 경탄했지만 그로서는 최후의 패를 던져보는것이다. 우선 군중을 무마시켜놓고 뒤에 무슨 음모를 꾸며보자고 생각하자 캄캄한 눈에 시력이 회복되였던것이다.
비서는 하야성명을 받아쓰면서 지연전술을 써보려는 리승만의 심중을 알아차렸다.
성명을 정서해서 《국무회의》결의를 거쳐 다시 《대통령》의 《인준》 등 모든 격식과 절차를 밟아서 발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맥코노이가 떠난후 리승만은 급히 미국에 구명신호를 보냈다.
회신전보가 올 때까지는 적어도 《대통령》직위에 머물러있어야 되는것이였다.
《너희들이 좋도록 처리하라.》
리승만은 하야성명을 구술하고 침실로 들어가버렸다.
경무대에서는 옥신각신 싸움이 벌어졌다. 하야성명을 빨리 발표하느냐, 시간을 끄느냐-살고싶거든 빨리 발표해야 된다고 하는 패들, 한편 격식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끝까지 리승만에게 충실한 패들의 발악.
미국에서의 회전은 오지 않는다. 시내 도처에서 벌어지는 사태만이 무전으로 혹은 비상전화로 계속 들어온다.
《서대문경무대》로 불리우는 리기붕의 집이 불붙는다는 소식, 리기붕의 차에는 붉은 뼁끼로 《역적 리기붕차》라고 써가지고 시내를 돌아다닌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경무대에 모여있던 장관들과 측근자들에게 그 소식은 서대문 일이 아니였다. 금방 경무대와 자기
광화문 제1진이 무너졌다.
30만군중이 경무대로 쳐들어온다.
다음은 무전도 전화도 련락이 끊어져버렸다. 경무대는 완전히 고도(외딴섬)로 되였다.
비서들이 울가망이 되여있다. 이 급보와 함께 누군가가 소리친다.
《이 판에 무슨 격식이냐? 하야성명을 빨리 발표하자.》
그러자 하야성명을 쥐고있던 비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펜을 쥔 주먹으로 책상을 친다.
《뭐야, 이놈아!》
책상서랍에서 권총을 꺼내든다.
《네놈이 그래도 리박사의 충신이냐?》
상대방의 가슴을 겨눈다.
장관들이 겨우 그들을 뜯어놓았을 때 삼천동방면에서 총성이 요란하게 들려왔다. 권총을 겨누던 비서도 장관들도 갈팡거린다. 어디론가 뛰여나가는 사람도 있다. 뛰여내릴듯 창문을 연다. 함성이 더욱 크게 밀려든다. 기겁을 해서 창문을 닫고 얼결에 창가림을 내린다.
어느 장관이 소리친다.
《이래도 격식이냐? 이젠 나도 책임 못 지겠다. 경무대가 불바다가 되고 <대통령>이 광화문네거리에서 사지가 찢겨죽어도 난 모른다.》
옆의 방 《대통령》침실에서는 리승만이 소리친다.
《곰탕은 끓이지 말랬는데 어떤 놈들이 또… <한국>음식은 메뉴에서 없애라고 했는데…》
그는 책상에 놓은 프란체스카의 처녀시절사진이 마치도 곰탕이나 되는줄 아는지 손으로 쓸어버린다.
《난 종신<대통령>이야!》
그는 정신착란을 일으킨것이다.
모든것은 끝났다. 하야성명은 전화로 공보실장을 통해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군중들은 곧이듣지 않았다. 지금까지 거짓말하기를 세끼 밥먹듯 해오는 리승만이였다.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장관들이 리승만에게 록음기를 갖다댄다.
《아이젠하워한테서 아직도 회전이 없느냐?》
《없습니다.》
《인제 곧 올게다.》
한 장관이 침실의 두꺼운 창문을 열어제꼈다.
30만의 함성이 쏟아져 들어온다. 송장처럼 침대에 누워있던 리승만은 벌떡 일어나 비서가 내미는 하야성명을 록음기에 대고 읽는다.
록음테프에 옮겨진 《대통령하야성명》은 전파를 타고 비명같이 울려나왔다.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 …》
4월 26일 10시였다.
국민을 억압하고 그우에 군림하던 경무대는 종언을 고했다.
1937년 5월 조선총독이였던 미나미가 지은 후 력대 총독들이 그곳에서 조선국민을 억압했고 해방후에는 리승만이 들어앉아 국민을 호령하던, 신성불가침으로 되여있던 억압과 착취의 아성 복마전, 경무대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맨주먹에 의하여 함락되였다.
하야성명이 발표되는 순간 환호성은 폭발했다. 만세를 불렀다.
하늘을 쳐다보며 《이겼다, 이겼다.》, 《민권은 승리다!》를 웨쳤다.
시위는 끝났다.
시위군중들은 선 그 자리에서 아무나 끌어안고 춤을 춘다. 모자를 공중으로 던진다.
해방이 다시 온것 같았다. 사람들의 얼굴은 환희와 희망으로 빛났다. 싸움은 일단 끝났다. 그러면서 군중들은 민주주의의 새세상이, 조국통일이 될 때의 감격을 그려보며 다시 열광한다.
백성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위정자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었다. 독재《정권》의 말로가 어떠한것인가를 보여주었다.
어머니는 상춘을 보고 말했다.
《이젠 숨구멍이 열리는것 같다.》
상춘은 선규의 이름을 불렀다.
《선규야!》
다음은 말이 되지 않았다.
군중들은 직접 리승만을 불러내서 항복을 받아야 된다고 경무대쪽으로 밀려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