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불안한 계절
3
어머니의 머리속에는 아들을 원쑤의 가해로부터 보호해야 된다는 본능이 급히 돌고있었다. 남편과 큰아들때에 축적된 피가 이제는 작은아들을 위하여 급류하기 시작하는것이다.
그러나 당장 어떻게 할 대책은 없었다. 마음만 설레고 조바심이 날뿐이였다. 쌀봉지를 붙이는 손은 가리산이 자주 들기도 했다. 풀칠을 한데다가 또 칠해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풀칠을 빼놓고 붙여보기도 한다. 숫제 손을 놓고 우두커니 생각에 잠겨도 본다.
이런 궁리, 저런 궁리가 방바닥에 벌려놓은 봉지에 얼른거린다. 협박장을 아들에게 알려야 될지 어떨지, 알리면 그것은 공연히 아들을 과격하고 무모한 행동에로 몰아갈수도 있다. 그러나 알리기는 해야 된다. 아들은 모든걸 짐작하고 제가 알아서 적당히 처신하리라. 어머니는 아들을 그렇게 믿고싶었다.
며느리에겐 일체를 숨기자, 그러잖아도 몸고생, 마음고생으로 발뻗고 잘 날이 없는 애다. 또 한가지 무거운 걱정을 짐지우고싶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도 어머니는 집에서 겪고 당하는 많은 걱정거리를 혼자서 지니고 그것이 지나간 다음에 자식들이 스스로 알면 알고 모르면 더욱 좋고 어머니는 그렇게 자식들앞에 지금까지 여러가지 수난과 근심걱정의 방파제노릇을 해왔다. 늙은 락타가 자면서도 새김질하듯 어머니는 아들, 며느리 모르게 혼자만 그 많은 세파를 씹어삼킨다. 그것이 마치 량식이나 되듯말이다. 그것으로 어머니는 더 늙어간다.
어머니는 끝없는 걱정에 지쳐서 차복 할머니 같은 말벗이라도 기다리는 마음이였다.
어떤 사람의 발소리가 문으로 들어선다고 짐작되는데 갑자기 기척도 없이 방문이 벌컥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S경찰서 형사였다.
《오래간만입니다.》
형사는 머리기름냄새를 풍기며 문지방에 걸터앉아 그런 직업의 사람들 특유의 날카로운 눈초리로 방을 휘둘러본다. 그러면서 얼굴에는 상냥한 웃음을 잊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오래간만에 오는 사람이였다. 벌써 반년가까이 보이지 않은것 같았다. 어머니의 집이 《부역가족》이라고 해서 일이 없거나 있거나 일년에 몇번씩은 다녀가던게 이즈음은 감시가 완화된것도 아니련만 선거때문에 그런지 별로 오지 않던 까마귀같은 《손님》이다.
《여전하시군요. 이렇게 늘 일감만 있으면 수입도 괜찮죠?》
어머니는 그의 말에 대꾸할 생각보다 어물거리며 쌀봉지로 협박장을 감추기에 정신이 없었다. 형사가 협박장을 보면 《구국열혈청년회》라는 그 테로단의 공갈협박행위의 범죄성을 보기보다 먼저 아들이 한다는 《현실직시》, 《진리탐구》에 더 엄중한 《범죄》를 머리에 꾸미리라. 경찰이나 관공청따위 일체를 믿지 않는것이 생리로 되여버린 어머니의 머리는 그렇게 기민하게 움직이였다.
협박장을 쌀봉지밑에 밀어넣고야 어머니는 찾아온 《까마귀》를 늙은 눈으로 겨우 알아보는듯 그에게로 돌아앉으며 인사를 받았다.
《그동안 왜 그렇게 오지 않으셨소?》
《뭐 반가와할 사람이라고 자주 오겠습니까. 오늘은 이쪽에 볼일이 있어 잠간 왔던 길인데.》
어머니는 차복 할머니가 이야기해준 경찰서 서장네 집에 들었다는 도둑때문인가 생각해본다. 그러나 형사는 딴말을 물었다.
《
《시험때라구 부지런히 다니지요.》
《부모들은 다 그렇게 믿지만요 자식들은 그렇지 못해 탈이거든요.》
《…》
《
《그럴리가 있나요. 밤을 새서 공부만 하는데요.》
《그 공부라는게 의심스럽다 그 말씀예요.》
어머니는 안할 말을 했나 후회하며 협박장이 감춰져있는 쌀봉지우에 또 몇장의 쌀봉지를 어물쩍 포개놓았다. 그러나 형사의 직업적인 예리한 눈은 어느 틈에 편지를 보았던 모양이다.
《그건 누구한테 온 편지죠?》
《…》
어머니는 가슴이 내려앉는다.
《
《걔한테 온건 온건데…》
《어디서 왔죠?》
《뭐, 젊은 애들이니까 어떤 색시헌테서 온건가봐요.》
《장차 며느리님 될 색시헌테서 온거라 그런 말씀인가요? 그건 좋구요. 그렇잖고 다른거람… 아, 참 댁에선 편지가 온다든가 하면 원래 서에 신고하기로 돼있지 않던가요?》
《우리 집에 뭐 편지 오는게 있어야죠.》
《어떤 집 색신가 주소만 볼가요?》
형사는 그러한 권리라도 있는듯 손을 내밀었다.
《아뇨, 젊은 애들 편질 뭘 다아…》
《편지내용이야 누가 본답디까, 겉봉만 잠간…》
어머니의 손은 무의식중에 쌀봉지를 누르고있으나 형사의 손은 사정이 없었다.
《이건 발신인도 없는 비밀편지군요.》
형사는 조금의 주저도 량해도 없이 속내용을 꺼내 읽는체 하더니 그도 약간은 놀라는 눈치를 보였다.
《이런 편질 받고도 왜 경찰서에 신고를 안하죠?》
형사는 추궁하듯 날카롭게 말했다.
《이런 편지라니 뭔데요?》
《괜히 시치미 떼지 말아요.》
《아니, 난 뭔지 몰라요. 보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온 협박장이요.》
《협박장요?》
어머니는 짐짓 놀라는체 뒤로 물러앉았다.
《어떤 놈이 무슨 협박을 했단 말요?》
형사는 그 말에는 대답도 않고 어머니만 노려보았다.
《마나님은 이런 협박장을 받게시리 행동한단 말씀예요.》
《무슨 말을 그렇게?》
《경찰을 믿지 않으니까 하는 말 아닌가요?》
《뭘 믿지 않아요?》
《편지 감추는걸 내가 문 열면서 첫눈에 봤다 말예요. 우린 직업이 남의 속을 알아내는건데 내 눈을 속이려드니 어처구니 없지 않습니까?
로인이 어째 그러슈,
《난 애들의 그런 편진줄만 알고, 그런건 남 안 뵈는게 례사 아닌가요.》
《좋아요, 이따가 서루 나오슈. 마침 내가 이런걸 알았으니까 망정이지 여기 내용이 뭔지나 알아요?》
형사는 협박장을 흔들어보이고 비밀문건이나 압수하듯 자기 뒤주머니에 쓸어넣으며 《이따가 꼭 와야 돼요.》 하고 그 한마디를 남기고 총총히 나가버렸다. 그들은 집에서 한두마디 물어봐서 될 말도 경찰서로 부르는것이 버릇이다. 압력의 하나였다.
일이 안될 때는 매사가 연거퍼 안되기마련이다. 아침에 아들한테서 들은 말에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더니 끝내 협박장으로, 《까마귀》의 래방으로 그날 하루는 불안과 불길의 련속이였다.
어머니는 노상 우연으로만 생각해 넘길수 없는 의문이 하나 생기였다. 혹은 골똘히 생각하는 나머지 지나친 과민일지도 모르지만 어머니의 머리에는 경찰과 테로단은 한통속이라고 가끔 아들한테서 들어오던 말이 불현듯 떠오르며 움직일수 없는 굳은 확신으로 되여갔다. 한쪽에서는 위협하고 한쪽에서는 망을 보러 다니고, 잘들 놀아라.
형사의 눈이 그다지도 예리하다면 일생을 그들의 박해속에서 살아온 어머니의 눈도 그들 못지 않게 정확했다.
어머니는 S경찰서로 갔다. 점심시간이였다. 마당에서 오후의 집무시간이 되기를 기다려야 되였다. 경찰서 뒤마당에는 서장의 집에 들었다는 도둑의 혐의로인지 거지아이들을 수십명이나 잡아다놓았다. 그들은 무엇이 썩었다는것인지 연방 썩었다, 개판이다 소리를 치며 누구인가를 야유하고있었다.
면회온 사람들이나 어머니같이 호출을 받고 온 사람들의 얼었던 가슴들이 거지아이들의 야유로 말미암아 조금씩 녹기 시작하여 서로 아는체들을 했다.
어떤 녀자는 남편이 이웃끼리 밤에 모여서 쑥덕공론을 한것이 《불법집회》로 몰려 잡혀왔다는것이다.
《무슨 말들을 했기예요?》
늙수그레한 신사가 옆에서 물었다.
《이웃끼리 모이면 못사는 통사정하기마련 아네요. 그러자니 저절로 누구 욕도 나오게 되고, 이북은 어떻다는 말도 나오기마련이고…》
그러자 미군잠바를 입은 사나이가 주의를 준다.
《괜히 그러다가 아주머니까지 들어갑니다.》
이야기를 하던 녀자는 깜짝 놀라며 모인 사람들을 애원의 눈으로 둘러본다.
《아뇨, 우리 집에서 그랬다는게 아니고 말예요. … 모임 그런 말이 나오기 쉬우니까 그저 집에 들어앉아 나라에서 시키는 일이나 잘하고…》
데등대등 변명하며 자기가 해버린 말을 다시 주어담기에 급급한 녀자를 어머니는 애처롭게 보며 저절로 한숨이 나갔다. 내남없이 모두 겁에 질려 사는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료리집마담은 터놓고 세상을 욕하기도 했다.
《흥, 내가 탈세했으니 오라고? 탈세한 놈들은 따로 있다. 내 입을 잘못 건드렸다간 재미없을걸, 염병할 놈들!》
혼자서 으르며 누굴 욕을 하다가 침을 탁 뱉고 치마를 싸서 쪼그리고 앉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 녀자의 안하무인격의 개방적인 비난과 욕설은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게 아니라 도리여 위구감을 주어 조금 열렸던 입들을 도로 얼어붙게 했다.
사람들사이에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중의 한 쉰나문 돼보이는 어떤 부인이 어머니에게로 다가오며 넌지시 말을 걸었다.
《아들이 왔는데 벌써 사흘이 돼도 나오잖는군요. 무슨 일인지 남들처럼 알기나 해야 사람이 궁금찮죠.》
부인은 남편때 경험으로 보아 미리부터 아들의 몸에 닥쳐올 불길한 예감에 포로가 되여 기운을 잃고있었다.
상공부의 하급관리였던 남편이 미국고문이 시키는대로 무슨 일을 처리해주어 막대한 돈이 고문의 주머니로 들어간 모양이나 애꿎은 남편만 횡령죄에 걸려서 5년형을 받고 지금 복역중에 있다는 묻지 않는 통사정까지 했다.
《이가 갈려요. 또 경찰도 경찰이지 죄없는 사람을 징역이 뭡니까? 경찰서란 그런 곳인지… 자식도 제 아버지꼴이 될가봐 이렇게 속이 죽어다니잖아요.》
《뭐 여기 왔다고 다 그렇게 잘못되겠어요?》
《한번 덴 가슴이 돼서, 그래 아무와도 사귀지 말고 학교나 다니라고 했는데도 어디 요새 애들이 어미말을 어렵게 압니까?》
아들이 친구를 잘못 사귀여 오늘 이 모양이 됐다는 부인의 개탄이였다.
그들이 기다리는 동안에도 여러 사람들이 검거되여왔다.
오후의 집무시간이 되여 어머니는 경찰서정문으로 들어가 사찰계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전에 여러번 불리워와서 눈에 익은 곳이나 그곳은 언제 와도 발이 내키지 않는 방이였다. 마지못해 문에 손을 대다가 그 방안에서 새여나오는 비명에 어머니는 그만 놀라며 물러섰다. 2층으로 올라오는 아래층계단쪽에서도 어떤 녀자의 외마디소리가 때를 같이하여 날카롭게 들렸다.
어머니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조금전에 아들을 걱정하던 그부인이였다. 2층계단에 발을 올려놓다가 아들의 비명소리를 듣고는 외마디소리와 함께 쓰러졌던것이다. 어떤 사복경찰이 달려와 부인을 밖으로 떠밀어내려고 했으나 부인은 한사코 2층으로 올라오려고 몸을 뿌리치며 콩크리트벽을 손톱으로 긁었다. 그러나 사복경찰의 힘을 당하지 못해 끌려나가고말았다. 나가면서도 그 녀자는 비명을 그치지 않아 그 소리가 조금씩 멀리로 사라져갔다. 어머니는 속에서 무엇인가 덩어리가 치밀었다. 이상스레 마음은 다잡아지며 사찰계방안을 유리창으로 기웃거려 보게도 되였다.
형사가 상춘이또래의 대학생을 꿇어앉혀놓고 문초중인 모양이였으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배훌 대란 말이다.》
《배훈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의사라고 몇번씩 말하지 않습니까?》
《그럼 너의 목적이 뭐가?》
《학원의 자유와 정치도구화 반대라 하잖습니까?》
《건방진 수작말아. 에미덕분에 학교에 다님 공부나 하갔디 정치도구화 반댄 무슨 놈의 반대가?》
《우리 학도들은 지금의 사태에 눈감고있을순 없습니다.》
조금도 굽힘이 없다.
《닥치지 못하간. 죽고싶은가? 네레 누굴 가르치는거가? 그따위 소린 걷어치우고 배후가 누군가 그거나 대란 말이다. 대디 않음 너 오마일 여기 데려다놓고 문초하갔다.》
《비렬하오. 어머닐 왜 간접고문을 하는거요? 인권에 관한 문제요. 그러면 없는 배후가 나올거 같소?》
《이 새끼레 정말 맛 좀 보간?》
형사는 손에 닥치는대로 들고 사정없이 갈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마디의 비명도 울리지 않았다. 밖에서 난 그의 어머니의 외마디소리를 들어서 필사의 인내력으로 아픔을 참는것인지.
어머니는 학생에게 가해지는 매가
복도에서 어쩔가 망설이고있을 때 옆의 수사계방에서는 녀자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왜 때리는거야? 왜 때려? 세상에 양갈본 성명도 없단 말야? 아이구 분해라, 어머니이- 날 왜 세상에 낳아놓고 돌아갔소?》
어느 양갈보의 울음이 터지고 푸념이 시작되였다. 푸념을 들어보면 그 녀자는 어느 미군장교에게 하루밤 몸을 팔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녀자의 목걸이가 없어졌다. 그는 그 장교의 소속부대를 알고있어서 바로 이 경찰서에 와서 신고를 했더니 목걸이는 찾아주지 않고 난데없이 형사가 미군장교의 다이야몬드반지를 내놓으란다는것이다.
푸념이 나오는 사이사이 형사들의 야로와 랭혹한 문초가 섞이였다.
《봐라! 양공주아가씨인 네 말을 신용하겠는가 미군장교의 말을 신용하겠는가. 우리도 사람이야. 솔직하면 용서한단 말야.》
《당신들은 동포의 말을 신용않고 미국사람만 믿습니까?》
별안간 방에서는 폭소가 쏟아졌다.
《동포? 야 이건 참, 거룩한 소리도 듣겠다. 양공주의 입에서 동포란 애국적언사를 들었으니…》
《나는 몸이 썩었지만 당신들은 머리가 썩었소.》
녀자는 악에 받쳐있는 모양이였다.
《야, 양공주! 가만두니까 건방진 소리말고 어서 바른대로 말씀이나 하는게 어때?》
《난 말 다했습니다. 죽어도 훔친 일없으니 어서 내 목걸이나 찾아주오. 위조품이라 하지만 직업도구예요. 팔자가 사나와 양갈보를 할망정 량심은 팔지 않았습니다. 다섯식구 먹여살리느라고 이짓을 하지만 난 누굴 속여보진 못했소. 당신들처럼 공짜도 바라지 않고 내 몸뚱이 하나 밑천삼아 살아가는 녀자예요. 집에 가면 엄마라고 부르는 애새끼도 있어요.》
《으하하!》
폭소가 또 쏟아졌다.
어머니가 듣다 못해서 밖으로 나오려고 복도중간까지 왔을 때 형사 두명이 또 하나의 청년을 련행하고 계단을 올라왔다.
그중 한사람은 집에 왔던 형사였다.
《들어오슈.》
집에 왔을 때의 상냥하던 얼굴은 어디로 가고 그는 몹시 무뚝뚝하게 대해주었다. 그의 뒤를 따라 사찰계실로 들어서는 어머니는 저쪽구석 형사앞에 꿇어앉아있는 학생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몸이 굳어졌다. 윤도였다. 그는 흠칠 놀랐다. 음성이 변해있어서 목소리만 듣고서는 그인줄을 몰랐던것이다.
윤도는 어머니를 모르는체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떤 불똥이 튈가봐 걱정해서 그럴것이다. 상춘한테서도 그가 잡혔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여기서 그를… 상춘은 어머니의 걱정을 념려해서 친구들의 피검을 숨겼을것이며 이즈음 무거운 표정도 그런 일에 기인되는 모양일지 모른다.
《앉아요.》
어머니는 마지못해 형사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으면서도 정신은 윤도에게로만 쏠리였다.
《아들은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갔다고 했죠?》
《녜.》
《학교에 간다고 했음 구구로 공부나 할거지 건방지게 저들이 뭘 안다고 정치도구화 반대고 뭐고 중뿔나게 지랄이야 응?》
형사는 마치 어머니가 상춘이나 되는것처럼 을러메며 양복저고리 속주머니에서 례의 그 협박장을 꺼냈다.
저쪽에서 문초를 받던 윤도가 이쪽을 힐끗 보았다. 그도 어머니가 나타난데 대해서 놀랐을것이며 정치도구화 어쩌고 하는 형사의 말에 자연 경계심도 생기는 모양이였다.
어머니와 말하는 형사는 이쪽을 보는 윤도의 눈이 비위에 거슬렸던지 벌떡 일어나서 구두소리를 요란스레 내며 달리듯 윤도에게로 갔다.
《이 새끼, 왜 보는거냐?》
윤도의 뺨을 후려갈겼다. 반사적으로 윤도는 벌떡 일어섰다.
《왜 때리오? 난 당신을 보지 않았소. 저 할머닌 뭐하는 할머닌가 하고 봤지.》
윤도는 어머니에게 전혀 아는체를 하지 말라는 암시로 그런 말을 하는 모양이였다. 어머니는 눈을 감아보였다. 형사는 그것을 모르고 윤도에게 대들었다.
《그 할머닌 왜 보느냐 말이다. 여기 들어와선 지시에만 따라 행동해야 된다는것쯤 그런 상식도 없는게 대학생이냐?》
형사는 윤도가 뭐라고 항변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이뺨저뺨 또 한놈의 형사까지 합세해서 두놈이 나중에는 발길로 정갱이며 옆구리를 마구 걷어찼다. 윤도는 쓰러지고말았다.
형사는 제자리에 와서 앉으며 씩씩거렸다. 죄없는 어머니를 맑은 정신으로 대하긴 무엇하니까 술을 먹은셈 치고 한바탕 멋을 부리고 오는게 틀림없다.
《도대체 요새 학생놈들이란 건방지단 말요. 당신 아들 상춘인가 하는 그놈도 저 새끼와 마찬가지요. 골치거리자식들을 자-알 뒀소.》
(잘 뒀다!)
어머니는 그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참아야 했다. 비칠비칠 일어나는 윤도를 곁눈으로 보며 그를 부축해줄수 없는 그 자리가 안타까울뿐이였다.
《마나님은 걱정할것 없어요.》
형사는 윤도를 때리던 그 기세를 조금 늦추며 혼자서 지껄여댔다.
《이건 그 건방진걸 경고하는거란 말요. 당신은 떨것 없어. 오히려 아들헌테 약이 돼요. 더 반<정부>적인 사상에 물들기 전에 이렇게 침을 한대 맞음 아들도 정신이 들거요.》
형사는 협박장을 책상우에 펴놓고 《즉각 중지하지 않으면》하는 대목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지금 금방 그런다는건 아니니까, 알았죠? 물론 우리도 이걸 어떤자들의짓인지 조사해보겠지만 일을 당하고 안 당하곤 본인이나 마나님헌테 달렸다 그 말요. 현실직시니 나발이니 해서 남의 커다란 회사를 망쳐놓으려니까 이런게 온단 말이요.》
어머니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상춘이 무슨 힘이 있어 누구의 커다란 회사를 망쳐놓으려 했다니 도무지 리해가 되지 않는 말일뿐아니라 그것은 도덕적으로도 범죄이기때문이였다.
《회사를 망쳐놓으려 했다니 무슨 말인지?》
어머니는 묻지 않을수 없었다.
《영등포에 있는 환평제분회사에서 사람을 일부러 죽인것처럼 엉터리로 사실을 날조해가지고 대학신문에 냈단 말예요. 마나님은 그것도 모르고 아들 곱다고만 하는 모양이군요. 학교나 다니고 다신 그따위짓을 말라고 집에 가서 아들이 오거덜랑 단속해요. 아들이란 어머니말을 듣기마련 아니요. 어째 마나님은 그런 아들들만 두셨소? 부모걱정만 시키는 골치덩어리들을.》
어머니는 환평제분회사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회사의 사장 권세환이 대번에 머리에 떠올라서 속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형사는 골치덩어리의 아들이니 하며 어머니를 모욕했다.
《나를 앞에 놓고 어떻게 그런 말을… 어미야 무슨 죄가 있어… 오라고 해서 왔더니…》
《마나님은 자식 귀중한줄만 알았지 국가에 해독을 끼치는건 생각 못하는군, 좋아요. 우리두 알아보겠으니까.》
형사는 이것저것을 오래도록 캐여물었다. 어머니는 형사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권세환의 강파로운 얼굴이 눈앞에 더 얼밋거릴뿐이였다.
권세환은 어머니일가의 원쑤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직 한번도 상춘에게 그것을 상세하게 들려준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상춘은 그것을 알고 개인복수를 했단 말인가. 어떻게 망쳐놓으려고 했단 말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상춘과 한반에서 공부하는 선규의 어머니가 그 공장에 다니다가 기계에 다쳤는데 한푼의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나와서 앓다가 약도 쓰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며 학교다니는 자식에게만 못할노릇을 시킨다고 자살을 한 일이 있었다. 어머니도 아는 일이였다. 그 원한으로 선규와 상춘이 둘이서 그 회사를 망쳐버리려 했단 말인가. 의문은 끝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경찰과 테로단이 한통속이라는걸 모르지도 않았지만 너무나도 로골적인데 분개도 되고 걱정도 더해져서 어머니는 사찰실을 나왔다. 나오면서 윤도를 보았다. 그도 눈인사를 보냈다. 어머니는 아들을 떼여놓고 나오는 애처로운 심정이였다.
수사과에서는 양갈보의 울음과 푸념이 아직도 들렸다. 《어머니이-》를 자꾸 불렀다.
밖에 나오자 윤도 어머니는 그때까지도 가지 않고 마당에 남아있었다.
《과히 걱정마세요. 아들 잘 뒀습니다. 며칠 있다가 나올거예요.》
윤도는 상춘을 찾아 집에도 더러 오는 일이 있어서 아는 학생이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윤도 어머니에게 그것은 말하지 않았다. 아까 아들이 친구를 잘못 사귀여 이런 일을 당한다는 말을 들었기때문에 지금 서로 상면을 하고나면 피차에 어색할것만 같아서였다.
《어떻게 아세요?》
윤도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어머니치마에 매달리며 물었다.
《내가 봤어요. 그렇게 똑똑하고 마음 굳세면 그놈들 올개미에 걸리지 않아요. 념려말고 집으로 가세요.》
어머니는 그 부인을 위로해주고싶었다. 그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