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청춘의 분수

13

 

선규를 시체실로 옮겼다.

의사, 간호원, 병원의 모든 직원들이 선규의 뒤를 따랐다. 입원실의 환자들, 떠들어대던 중, 고등학생들, 상처가 아픈 가운데서도 어제의 흥분과 가지가지 무훈담으로 가만히 있을수 없던 그들도 그의 죽음을 듣고 일시에 조용해지고말았다.

선규는 한몸으로 두가지 고귀한 희생을 했다. 나라를 위해서 생명을 바쳤고 전우를 위해서 남은 생명을 또 한번 바쳤다. 그 정신의 높이로 하여 그는 영원히 학생들의 이름을 빛낼것이다.

어머니는 선규가 마지막으로 부른 《어머니》가 귀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시체실에는 십여명도 넘는 학생들이 일렬로 누워서 영원한 침묵으로 아직 찾아오지 않는 가족들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들이 누운 끝에다 선규를 또 하나 눕혀놓았다. 어머니는 선규의 너무 제껴져있는 고개가 거북해서 편한 잠이라도 자지 못할듯싶어 반듯하게 고쳐주고 이마에 덮인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올려주었다. 머리칼이 녀자의 살결같이 몹시 부드러웠다.

시체실을 나오려 할 때 어머니보다 조금 년장인 로년의 부인이 여러 사람의 부축을 받아가며 들어왔다. 그 로부인도 많은 시체에 놀라서 잠시 얼굴이 굳어지며 선자리에 못박힌다.

병원사람이 따로 놓여있는 관을 가리키며 로부인에게 말했다.

《할머니, 저기 자제가 있습니다만 보심 뭘 하십니까. 그대로 가시죠.》

함께 온 사람들도 그러자고 로부인을 밖으로 끌었다.

그러나 로부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어미가 자식의 마지막얼굴을 안 보다니.》

로부인의 말을 거역할수 없어 굳게 닫은 관뚜껑을 열게 되였다.

함께 온 사람들이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 관속에 누워있는 아들의 너무나 무참한 얼굴.

로부인은 아들의 손을 잡고 《내가 왜 울어. 내 자식이 나라를 위해 이렇게 장하게 죽었는데 내가 왜 울어.》하며 쓰러질듯 비칠거릴뿐 울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로부인의 몸을 받들어주었다. 아들의 시체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옆을 지나다가 물었다.

《마나님도 아들이?》

어머니는 눈물이 날것 같아 말은 못하고 홑이불이 덮여있는 선규를 가리켰다.

《우지 맙시다. 나라를 위해 죽으니밖에 더 있소? 우리가 울면 다른 애들이 마음이 약해져요. 난 24년동안 기른 3대독자요만 울지 않겠소. 나라가 바로서고 저놈의 소원이 풀릴 때 그때 가서 실컷 울겠소. 지금은 울 때가 안예요.》

옆의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로부인은 그 아들을 낳은지 백일만에 남편을 잃고 한평생을 아들 하나만을 믿고 살아왔다 한다. 그 아들이 어제 놈들의 총에 맞아 죽은것이다. 얼굴이 너무 무참하게 되여 그 시체만은 따로 관에 넣어 어머니에게마저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것이다.

또 다른 가족들이 오기 시작했다. 병원은 울음의 바다로 화한다.

어머니와 채남은 밖으로 나왔다.

《상춘씨도 오라 하고 이촌동 선규집에도 알려야겠어요.》

채남은 아직도 상춘이 어느 병원이나 집에 있는줄만 알았다.

《걔가 어디 있는지 아직 난 모른다.》

어머니는 비로소 상춘의 행방을 모르는 사실을 밝혔다. 있을수 없는 일같이 놀라며 어머니를 보는 채남의 눈에는 경악의 빛이 짙어갔다.

《모르시다니요? 기별도 없고요?》

《난 혹시 너나 만나면 알가 했더니…》

《어제 병원으로 가라고 했는데요. 팔을 다쳤어요. 곧 수술을 하면 몰라도 그렇잖고 출혈이 심하면…》

그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많이 다쳤니?》

어머니는 간신히 그 말 한마디를 물었다.

채남은 상춘의 부상을 이야기하며 흥분을 터쳤다. 어머니보다도 그의 부상에 더 고통을 느끼는지 어머니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으로 가란데도 말을 듣지 않고…》

어머니는 어찌할바를 몰랐다.

《수술을 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출혈이 심해서…》

말끝을 흐리는 채남의 절망이 어머니에게는 그 몇배로 옮겨오는것이였다. 선규와 상춘, 어머니는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는것으로 된다. 좋은 세상을 위한 싸움이 시작되였을뿐인데 그 시초에서 두 아들을 잃게 되는가. 윤도는 다리가 그렇게 되였고… 어머니의 부덕인가.

또다시 병원으로 찾아다닐가 하다가 선규네 집에서 그의 어린 누이동생 유정이 혼자서 저희 오빠를 기다릴 생각을 하자 차마 발길이 다른데로는 돌려지지 않았다.

어린것부터 봐줘야 했다.

(아, 모든것의 어미노릇 하기가 이다지도 괴롭고 어려운것인가?)

이촌동 판자촌근처에 이르자 전차길이 바라보이는 언덕에서는 유정이 벌써 밝은 눈에 어머니를 알아보고 쏜살같이 달려나와 손끝에 매달렸다. 키는 어지간히 컸으나 열두살의 아직 어린 소녀였다.

《오빠가 어저께 나가서 안 왔어요.》

유정도 어제 학생들이 많이 총맞아 죽었다는 소문을 들은 모양이다.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말에 모든 기대를 거는듯 어머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양보다도 더 어져보이는 눈에 초조가 어리였다.

《…》

어머니는 무슨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그 어린 가슴에 죽음이란 소식으로 못을 쳐줄수는 없었다. 유정은 지난겨울에 어머니를 잃고 오래비 선규를 엄마같이, 아버지같이, 하늘같이 믿고 살아가는, 죽음이 무엇이란것을 이미 아는 소녀였다. 그애가 이제는 완전히 고아로 된것이다.

어머니는 선규의 림종때에도 눈물을 참았다. 병원의 분위기가 죽음까지도 싸움의 연장인듯 한 기분이여서 억이 막혔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유정을 대하자 그 강한 의지도 소용이 없었다. 유정이 물끄러미 쳐다본다.

《바람이 불어 눈물이 나는구나.》

어머니는 손등으로 눈을 눌렀다. 유정은 어머니가 말하는 바람을 찾으려는듯 하늘을 보았다. 바람 한점 없는 맑은 날이였다.

《우리 오빠 할머니네 집에 안 갔어요?》

《왔다. 너도 우리 집으로 가자.》

《오빤 왜 집에 안 오나요?》

《볼일이 있어서 어디 갔단다.》

《어디 갔나요?》

《저기 경상도 갔단다.》

《언제 오나요?》

《한달 있으면 온단다.》

《한달요?》

《오냐.》

《오빠 보고싶네요.》

선규네 집 부뚜막에는 유정이 지어 바가지로 덮어놓은 선규의 밥이 있었다. 어머니는 모두 보지 않으려 했다. 방에는 세간나부랭이들이 가난한대로 잘 정돈되여있었고 선규의 책들도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선규의 어머니가 권세환의 공장에 다니다가 그렇게 죽은 후 몇달동안 어린 유정을 벌써 어른으로 만들어놓은것이다.

《네 옷만 가지고 가자.》

《집은 어떻게 하고요?》

《이웃에 맡기고 가자.》

《도둑놈들이 와서 가져감 어떻게 해요? 오빠책은 한권도 다치지 말랬는데요.》

《이웃에 잘 말해놓으면 된다.》

흥이 나지 않아하는 유정을 억지로 옷보따리를 들려 먼저 전차길로 내보내고 어머니는 이웃에 가서 사정이야기를 해두었다. 이웃녀자들이 모두 전차길이 보이는 언덕까지 나와 먼저 걸어가는 유정의 뒤모습을 한숨으로 바래주었다.

거리는 군대들의 누런빛으로 덮였다. 네거리마다 기관총을 버티여놓고 삼엄한 경계를 폈다. 사람의 그림자도 드물었다. 죽음의 도시였다. 그러나 뒤골목 여기저기서는 학생들이 모여서 수군거리다가는 바쁜 걸음으로 헤여지군 한다. 큰 거리는 죽은듯 했으나 뒤골목과 집집의 대문안에서는 어제의 기운이 그대로 꿈틀거리고있었다.

성북동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귀선이 그동안 상춘에 대한 소식을 알아가지고 와있을줄 믿었더니 그도 없었고 영조조차 보이지 않았다. 손자가 가지고 쏘는 고무총만 문앞에 놓여있다.

어머니가 어찌할바를 모르고있을 때 차복 할머니가 뛰여들며 《아드님소식 모르슈?》하고 물었다.

수다스러운 그도 불안을 애써 감추는 말투였다.

《…》

《어서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

《어떻게 됐답니까?》

어머니는 숨이 찼다.

《험악한 세상도… 어서 뒤집혀져야죠. 아까운 남의 자식들을…》

차복 할머니는 머리만 절레절레 흔들고 말의 알맹이는 피해버린다.

어머니는 유정을 집에 남기고 급히 대학병원으로 가보았다. 복도로 들어서자 일시에 귀선, 상란, 조광래 또 낯모를 학생들이 어머니를 둘러쌌다.

《어머니…》

상란은 절망감으로 더 말을 못한다. 어머니는 허탈상태에 빠져들며 입원실문에 손을 대보았다. 문은 안으로 걸리였다. 환자의 위독을 의미하는 면회사절인가, 그러다가 최후라고 판단될 때 림종의 대면이나 시켜줄 그 슬픈 시각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친구들인가. 어머니는 귀선을 보았다.

귀선은 어머니에게로 다가서며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이였다.

《정신은 차렸어요.》

어머니는 그 말의 진의를 캐묻듯 며느리를 불안한 눈으로 보았다.

《정신이 들었어요.》

귀선은 더 작은 목소리로 그 말을 거듭했다.

상란은 그러나 그것을 믿지 않았다.

《언니도, 그걸로 맘을 놀줄 아우?》

《그래두.》

《아직 몰라요.》

상란은 한숨을 길게 뿜고 병실창에 바싹 다가서며 안의 동정에 귀를 모았다. 안에서 간호원이 나왔다.

《조용들 하세요.》

그 녀자는 사람들을 쫓듯 팔을 벌려 복도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물었다.

《어머니가 누구세요?》

간호원은 짐작은 하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어머니가 나섰다.

《들어오세요.》

상란은 얼른 나선다. 간호원은 그를 막았다.

《어머니 한분만 들어오세요. 환자가 목소릴 듣고 어머니 오신줄 알아 한분만 면횔 시켜드리는거예요.》

입원실에 들어선 어머니는 거기서도 이른아침에 세브란스병원, 수도병원에서 보던 정경을 보게 되였다. 한결같이 아들로 보이는 젊은 얼굴들, 피비린내, 신음, 어머니는 같은 모양의 하얀 홑이불에 싸인 그들가운데서도 얼른 아들을 알아볼수 있었다. 수혈기가 그옆에 놓여있고 의사가 한사람 붙어있으며 어떤 간호원복색의 처녀가 손님같이 있다가 일어선다. 어머니는 수도병원 시체실에서 아들의 죽음앞에 울지 않던 로부인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아들앞으로 갔다.

상춘은 엉뚱한 말을 한다.

《눈이 이젠 내 눈 같아져요. 어머니얼굴도 똑똑히 보이고.》

《피가 제대로 돌아 그런거요.》

의사는 상춘의 회복상태를 설명하고 어머니에게 《괜찮을겁니다. 걱정마십쇼.》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저들 덕분이 아니라 이 간호원 덕분에 아드님생명이 구원된겁니다.》

의사는 손님처럼 앉아있던 간호원차림의 녀자를 가리켰다. 그는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젖어있는듯 시원한 눈에 속눈섭이 유난히 길었다.

정능리산속에서 밤새도록 상춘을 간호해준 한수임이였다.

상춘은 산에서 끝끝내 빈혈로 졸도를 하고말았었다. 조광래가 업고 한수임이 부축해서 성북동쪽으로 나와 지나가는 차를 겨우 잡아타고 새벽에 대학병원으로 왔던것이다.

그 녀자의 간호원복장과 또 통행을 막는 군인에게 대들고 하던 적극성이 아니였더라면 상춘은 도중에서 절명되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는 상춘의 생명의 은인이였다. 상춘은 두 녀성에 의하여 생명을 유지한것이다. 경무대앞에서 채남의 희생적인 행동에 의하여, 정능리산속에서 수임의 헌신적인 간호에 의하여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였다.

어머니는 수임의 손을 잡고서도 무엇이라 할 말이 없어서 그의 머리만 쓰다듬었다.

《고맙수, 고마워요.》

산에서는 그렇게 대담하던 수임도 어머니앞에서 한갖 수집은 처녀로 변하여 몸을 옹송그리고 어깨를 좁힐뿐이였다.

어머니가 자기 혼자만 수임에게 치하해서는 안될 부족함을 느끼며 그의 손을 끌고 복도로 나가자 며느리와 딸이 그를 둘러싸고 이리 당기고 저리 당기며 어쩔줄을 몰랐다.

그들은 이미 조광래한테서 이야기를 들었던것이다.

어머니는 그 감격스러운 장면을 보며 조광래를 한편으로 불러 선규의 죽음을 알리였다.

《으…윽…》

조광래는 대번에 흑흑 느끼며 비칠비칠 밖으로 나갔다. 그가 그렇게 흐느끼며 나가자 어머니는 다시 선규의 죽음이란 통분을 가슴에 안고 아들의 앞에 서게 되였다.

선규의 희생을 아들에게 알릴가말가 망설이다가 역시 감추기로 했다. 다행히 조광래의 흐느낌은 거기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춘아.》

그것은 상춘이 어렸을 때 《백아, 춘아》 하며 그들형제들을 가장 사랑스럽게 부르던 애칭이였다. 상춘으로서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듣는 소리였다. 상춘은 어린애가 되는듯 어머니를 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오늘 할 일이 많다. 네곁에 있지 못한다. 아무 걱정말고 몸을 돌봐라. 저 간호원색시가 참으로 고맙구나.》

상춘은 아무 대답을 못하고있다가 《저도 할 일이 많아요. 이러고있을때가 안예요.》하며 상반신을 일으키려고 했다. 의사가 놀라며 상춘의 가슴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어머니에게 있어달라는 무언의 눈길을 주었다.

《넌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라.》

어머니는 엄하게 말하고 병실밖으로 나왔다.

의사가 어머니를 따라나왔다. 어머니는 의사를 한옆으로 끌었다.

《선생님, 제가 어쩔수 없긴 하지만 사실은 여기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머니는 선규의 이야기를 했다. 의사는 깜짝 놀랐다. 선규의 이야기는 벌써 병원들사이에 쫙 퍼져서 의사도 알고있었던것이다.

《저애가 한시라도 빨리 일어나게 해주세요. 어미의 소원입니다. 학생들이 많이 죽잖았어요. 그렇게 죽고만 끝낼수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저렇게라도 내 자식이 죽지 않은것만 다행일지 모릅니다만 난 내자식이 얼른 일어나서 싸우는걸 보고싶어요. 혹시 모진 할미라고 욕하실지 몰라도…》

《아니올시다. 어머니!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압니다.》

의사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코를 훌쩍거렸다. 어머니의 그와 같은 부탁이 자식에 대한 정이 아니겠는가. 많은 학생들과 선규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그것은 비원이였다. 그 비원을 풀어주기 위하여 의사들은 한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상춘을 조그마한 입원실로 옮겨주어 그곳을 학생들의 집합장소로 만들어주었다. 그 입원실에는 상춘과 부상당한 두명의 중학생을 함께 넣었다.

상춘과 그의 친구들은 마음놓고 앞으로의 행동을 토의할수 있을것이다. 그것은 병원당국의 눈을 속여가며 의사들이 할수 있는 호의라는 말로는 부족한 시위에 대한 하나의 적극적인 지지이며 성원이였다. 시민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였다.

상춘에 대한 일체 간호는 채남이 맡아서 했다. 간호원들도 눈코뜰새없이 바쁜 때여서 그것을 환영했다.

채남은 그 입원실에 있으면서 학생들의 련락도 담당했다. S대학 시위지휘부성원들이 문병을 핑게로 자주 드나들었다. 입원실에서는 선규의 장례식에 대한 론의도 진행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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