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청춘의 분수
8
어머니는 아들들을 보내놓고 집에 있을수가 없었다. 거리로 나왔다.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헤치며 겨우 종로네거리까지 왔다. 걸음은 더디였다. 의사당근처에서 폭풍같은, 우뢰같은 소리가 진동한다. 어머니의 발도 그곳으로 끌리여갔다. 네거리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순경의 무지한 손이 와서 꼭뒤를 잡아 도로 밀어내고만다. 몇번 그짓을 당한 끝에 간신히 의사당앞으로 왔다.
무수한 얼굴들, 저마다 팔을 치켜들고 웨치는 성난 목소리, 들끓는 몸뚱아리들, 그 무수한 얼굴들이 모두 아들로 보이였다.
중앙청과 경무대쪽에서는 총소리가 요란했다. 그 소리를 듣자 아들이 그쪽에 있을것만 같았다. 그리로 발을 옮겨놓으려 하나 한발자국도 나갈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겹겹이 싸여 한사코 저마다 학생대렬로만 나가려든다. 그때 학생들의 노도가 잠시 멎으며 연설이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저는 …입니다. 경찰에 련행됐던 학생중 한사람입니다. 놈들은 마구 칩디다. 많이 얻어맞았어요. 놓아주면서 이젠 다시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여러분! 저 총소릴 들어보세요. 다시하지 않겠어요?》
그의 다시하지 않겠어요? 하는 언성은 원한에 사무쳤고 날카로왔다.
우뢰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퍼지고 학생들은 다시 들끓었다. 어머니는 귀를 의심했다. 연설하는 학생은 거리가 멀어서 어머니의 시력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나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그 학생 이름이 뭐랬죠?》
옆의 젊은 녀인에게 물어보았다.
《옥 뭐라고 했는데요.》
그도 잘 듣지 못했다. 하면서 또 옆의 사람에게 물어주었다.
틀림없었다. 선규였다. 어머니는 가슴이 뛰였다. 그렇게도 저의 어머니생각만 하면 어린애같이 보이는 그가 어떻게 저렇게도 우렁차게 선동을 할가, 상춘이 그러하듯 누구나 모두 밖에 나오면 어른도 억센 어른으로 되는것인가.
어머니는 여러가지가 궁금했다. 언제 잡혀갔다가 어떻게 놓여나왔을가. 아침에 상춘과 함께 나온 그가.
선규는 파고다공원앞에서 련행되였던것이다. 25명이 련행된것을 S대학 총장이 가서 데리고 나왔다. 그중에는 상춘도 들어있었다. 학우를 빼앗긴 학생들은 즉시 석방을 요구했었다. 불응하면 폭력으로 나가겠다고 총장을 내세워 그들의 결의를 표명했다.
경찰도 그날 사태에는 그만큼 떨고있어서 부득이 석방을 안할수 없었던것이다.
학우들의 피를 본 학생들은 선규의 선동으로 다시 노도가 되여 경무대로 향했다.
군중들은 학생들을 따라 또 그리로 몰리였다. 어머니도 따라갔다. 경무대쪽에서는 총소리가 잦아지며 서울은 차차로 위급을 고해갔다. 세종로거리가 시민들의 검은머리로 꽉 차서 밀려가며 지축까지 흔들리는것 같았다. 사람들은 목이 잠겨 무슨 구호를 웨치는지도 몰랐다. 와와 하는 혼성음이 하늘을 무너뜨릴듯 울릴뿐이였다.
중앙청정문을 지키던 순경들이 총을 쏘았다. 사람이 맞았다는 소리가 들리자 학생들이 순경에게로 달려가서 그놈을 잡아 군중속으로 홱 던져버린다. 군중들은 그를 밟고 넘어간다. 수천수만의 발에 밟히고 밟혔다. 경무대쪽에서 계속되는 총소리는 학생들을 격동에로 몰아간다. 학생들은 삽시간에 중앙청옆을 돌아 3. 1당앞을 지나 앞의 대렬에 잇대였다.
총소리는 계속 요란했다. 어느 대학인지 빨간 바탕의 기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경무대가까이에서는 벌써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졌던것이다. 순식간에 저 앞쪽으로부터 대렬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핑-》
아스팔트우로 불꽃과 뽀얀 먼지를 날리며 총탄이 맞고 튄다. 녀학생들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올리고 담벽과 골목으로 붙고 피했다.
한길이 텅 비고만다.
시간도 정지되는듯 한 침묵이 잠간 지나간 다음 학생들은 다시 대렬을 수습하며 역습으로 나간다.
《돌!》
학생들은 돌을 찾아 헤맨다. 골목에 나온 시민들이 돌을 날라온다.
어머니도 돌을 되는대로 주었다. 돌도 그런 때에는 흔한게 아니였다. 어떤 사람이 자기 집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장을 벗겨서 땅에 던져 쪼각을 낸다. 어머니도 그것을 치마에 담아 날랐다.
학생들앞에 돌과 기와장쪼각들이 무더기로 쌓인다.
그들은 환성을 올리며 돌과 기와장을 경찰의 저지선을 향하여 총알같이 던진다. 경찰은 주춤거리며 제2의 저지선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총탄을 당할수는 없다. 경찰이 다시 역습해오며 학생들이 쓰러진다.
총에 맞은 학생이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며 신음할 때 어깨에 걸쳐진 위생복앞섶이 먼지를 날리며 길을 쓴다. 어머니는 정신없이 달려나가 그를 안았다. 순간 그의 창백한 얼굴은 길바닥우에 제껴지며 눈을 감는다. 녀학생들은 흐느껴운다. 하얀 와이샤쯔에 배여난 새빨간 피, 그는 죽은것이다. 어느 어머니의 아들인지 모를 그는 죽었다.
《이리들 오우!》
어머니는 인도의 사람들을 불렀으나 선뜻 나서지들 못한다. 쓰러진 부상자들과 시체들만이 누워있는 아스팔트길에는 너무나도 숨가쁜 긴박한 시각이 흐르고있다.
《이리들 와요!》
어머니는 사람들을 또 불렀다.
흰 위생복을 입은 대학생들이 달려왔다. 채남이 먼저 어머니를 알아보고 놀랐다.
《어머니가 여길 어떻게, 어서 저리로 가세요.》
어머니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겨우 한마디 《상춘이 못 봤니?》 하는 물음이였다.
《여기 없어요. 다른데 있어요.》
그는 어머니의 손을 잡아 보도로 이끈다. 그의 손에서는 피가 끈적거렸다. 그는 시체와 부상자를 싣고 달린다. 가면서 다시한번 웨쳤다.
《상춘씨 여기 없어요. 집으로 가세요.》
상춘은 윤도와 함께 효자동종점 경찰의 바리케드앞에까지 또다시 두번째로 육박해들어갔다. 그날 경무대앞에서는 가장 치렬한 전투가 벌어졌고 희생자들도 많이 났다. 리승만이 들어앉아있는 그곳을 점령하기 위하여 학생들도 그곳으로 공격을 집중했던것이다.
12시에 벌써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학생들에게 겁을 먹은 경찰과 헌병들은 국민대학교 앞길을 가로질러 바리케드를 쌓았다. 학생들이 계속 돌진해가자 경찰은 바리케드에 몸을 숨겨 최루탄과 실탄으로 방어를 했다. 시위대렬은 이에 굴하지 않고 경무대를 향하여 전진을 계속, 마침내 통의동파출소를 점령한 다음 쉬지 않고 바리케드에 육박했다. 경찰은 제1바리케드를 버리고 경무대어귀인 효자동종점에 구축한 바리케드에 집결했다.
동료들의 피를 본 학생들은 《살인귀를 잡아죽여라!》, 《자유와 민주주의는 우리의것이다!》고 웨치면서 계속되는 총질을 무릅쓰고 한걸음한걸음 경찰의 마지막거점을 향하여 육박해들어갔다.
경찰의 병력은 약 3개 소대인데 엠1, 카빈, 연막탄, 최루탄이 련달아 발사되여 경무대로 통하는 중앙청담벽을 낀 고풍의 거리는 완전히 처절한 전장으로 화하고말았다.
무수한 학생들이 쓰러지고 죽었다. 학생들은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한걸음한걸음 철조망으로 쳐진 바리케드를 향하여 다가갔다.
총탄이 날으는 속에서 그 철조망을 뚫으려고 두어발 앞으로 나갔다가는 주저앉고 다시 몇발자국씩 앞으로 앞으로 포복전진을 했다.
효자동종점에 멈춰있는 전차 두대를 밀고 그것을 은페물로 삼아 점점 철조망앞으로 다가갔다.
학생들은 그것을 밀고 철조망을 뚫으려 하였으나 되지 않았다.
상춘은 효자동 어느 집에 들어가 톱을 빌려다가 몇번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면서 철조망을 끊어버리고말았다. 총알이 귀바퀴를 스칠 때마다 상춘은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면 이상스럽게 마음은 대담해지며 총알도 피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였다.
학생들은 벌떼처럼 뛰여나가 그곳에 서있는 소방차를 밀며 경무대로 접근해갔다.
경복궁뒤문-경무대정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지점에까지 이르렀을 때 경비경찰과 후퇴한 방어경찰대가 합세하여 쏘아대는 일제사격으로 학생들은 무참한 죽음을 당하고 마침내는 피로써 전진한 승리의 길을 또다시 그 피를 밟으며 되돌아서지 않으면 안되였다. 오후 2시 효자동종점의 바리케드를 점령한 경찰과 그것을 탈환하려는 학생들은 약 백메터의 거리를 두고 다시 대치상태로 들어갔다. 바리케드는 나무를 세우고 거기에 철조망을 얽어놓은것이였다. 그너머로 가스마스크를 쓴 헌병들이 총을 들고 부동자세로 정렬해섰다. 그뒤에는 전투복을 입은 경관들이 늘어섰다. 소방차도 다섯대나 와서 대기했다.
상춘이 웨쳤다.
《너들은 누구의 자식들이냐? 물러가라!》
노래들도 비장하게 울렸다.
학생들과 경찰은 그렇게 오래동안 대치하고있었다. 그들 머리우로 벗꽃의 꽃잎이 오후에 일기 시작하는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
《선규, 광래, 모두 어디들 있을가?》
윤도가 상춘에게 물었다.
《…》
상춘도 궁금했다. 그러나 알길이 없었다.
《담배있니?》
윤도는 상춘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줄 알면서도 담배가 무척도 피우고싶은 모양이였다. 옆의 학생이 담배를 꺼내주었다. 허나 땀에 젖어있어서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채남이 부상자들을 처치하며 돌아가다가 저만치 멀리서 그들을 발견하고 키를 낮추어 포복전진하듯 그들에게로 뛰여왔다.
《무사했군요.》
서로들 살았다는것이 기적이였다.
《우린 불사신이야, 개자식들!》
상춘의 입에서 그런 욕이 나오는것은 드문 일이였다. 그는 별로 채남을 보지 않고 앞에 누워있는 시체들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청색무늬의 샤쯔를 입은 시체가 선규같았다.
《저거 선규 안야?》
《…》
채남은 울가망이 되였다. 어쩔가, 틀림없이 선규같기도 했다.
상춘이가 기여나갈 태세로 몸을 반쯤 일으켰다. 총알이 날아왔다.
꼼짝 말라는 위협사격이였다. 그들은 또다시 엎드려있어야 했다.
《다친덴 없어요?》
채남이 엎드린채 상춘에게 물었다.
《정말, 어머니가 저아래서 돌을 날라주고계셨어요.》
《우리 어머니가요?》
상춘은 어머니가 걱정되는듯 물었다.
《백절불굴이란 말씀을 아침에 하시더니, 그 정신으로…》
그는
《채남씨.》
윤도가 그를 불렀다.
《E대학 학생들도 나왔어요?》
그는 자기 애인 복원이 시위에 나왔는지 그것이 알고싶었다. 채남이 그렇게 용감하게 활약하는것도 장해보였지만 말하자면 전장인데 채남과 상춘이 그렇게 서로 만나 위로하고 고무해주는 장면이 그지없이 아름다웁기까지 했던것이다. 전장에서의 사랑, 그는 그런 랑만을 생각해보며 복원이 보고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채남은 복원을 만나지 못했을뿐아니라 도시 E대학을 보지 못했다는 섭섭한 말을 한다.
《채남씨가 못 봤지 꼭 나왔을겁니다. 만나거든 내가 여기 있다고 전해줘요.》
《윤도씨가 잘 싸운다고 말해줄게요.》
다시 학생들이 모이고 돌이 한개두개, 나중에는 비발치듯 경찰편으로 날으며 학생들의 사기는 고조되고 수세에서 다시 공세로 넘어갔다.
바리케드까지 육박하여 그것을 부시려들었다.
경관들은 발포를 하며 퇴각하기 시작했다. 소방차에서는 물감물이 쏟아졌다. 최루탄이 날아와 터졌다. 학생들은 최루탄을 집어서 경관쪽으로 되던졌다. 바람은 다행히 남풍이였다. 경관들은 눈을 뜨지 못했다.
《나가자!》
경관들은 소방차를 버리고 경무대쪽으로 달아났다. 사기충천한 학생들은 소방차에 올라타며 독재의 아성을 향하여 밀고 갔다. 경무대정문가까이 갔을 때 갑자기 콩볶는 소리로 총알이 날아왔다.
윤도가 푹 쓰러졌다. 상춘이 기여나가 몸으로 윤도를 총알로부터 가리워주며 뒤로 밀어냈다. 상춘도 그 순간 핑그르 몸이 돌아가며 쓰러졌다. 그의 주위로 총알이 아스팔트바닥에 날아와서 박히며 불꽃을 튕기였다.
흰 위생복을 입은 의과대학 녀학생들이 적십자표식을 휘둘러보이며 사상자들을 구하러 들어갔다.
헌병과 경찰들은 적십자표식도 안중에 없었다. 백의의 전사로 불리우는 그들에게도 총알은 날아왔다.
채남이 달려와서 쓰러져 꿈틀거리는 상춘을 보자 천지가 아뜩하며 총알도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단신 몸을 날려 상춘에게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상춘의 그런것도 모르고 그날 하루를 웅성거리는 시민들속에 끼워 갈팡거렸다. 경무대쪽에서는 계속 총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무엇인가 자꾸 불안해지는대로 발길이 그쪽으로 돌려지면 경찰들은 요소요소에서 길을 막았다.
겨우 한정된 테두리에서 큰길어구로 나왔다간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고 하는 동안에 눈앞에 벌어지는 사태를 봤을뿐이였다. 부상자들을 계속 태워간다. 경무대쪽에서 밀려오던 학생들이 어느 3층집으로 뛰여들어 불을 놓았다. 집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를 뿜으며 화염에 싸이고만다.
어머니는 그게 무슨 집인지를 몰랐다. 옆의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반공회관이예요. 공산주의반대한다고 밤낮 죄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죽이더니만 자알 탑니다. 이왕이면 그앞의
그는 혀를 찼다.
맥아더의 립상이였다. 조선에서 전쟁을 일으키여 무수한 사람을 죽이고 불행에로 몰아넣은자의
불에 타는 반공회관에서는 창구멍마다에서 불길이 검은 연기와 함께 타래를 지어 쏟아져나오며 벽돌튀는 소리가 요란했다. 재가 된 서류들의 종이나부랭이가 화염에 싸여서 까맣게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학생들의 또 한패는 서울신문사에도 불을 질렀다. 《정부》기관지, 얼마나 철면피하게 자유당의 매국정책을 선전하고 국민들을 우롱해왔던가. 국민들은 겉으로 말은 못해도 속으로는 옳고그른걸 판단하며 모두 정확히 계산해두었다가 일단 비상한 사태가 벌어지면 그 빚을 깔축없이 받아내는것이다.
8. 15직후에 장자울에서 권세환의 집에 불을 놓던 사람들도 그 점에 있어 누구만 못지 않았었다.
반공회관과 서울신문사에 방화를 하는 그날의 군중심리와 그 행동을 보면 남조선의 인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지향하는가를 똑똑히 알수 있었다. 리승만《정권》의 정신적지주로 되여있는 기관들을 소멸해버리고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