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청춘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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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폭발되였다.
화산이 터져서 용암을 뿜어놓은듯 열화같이 노한 사람들로 온 시가지가 덮였다. 서울은 발칵 뒤집혔다. 모든것이 정지돼버렸다. 전차가 선다. 뻐스가 선다. 그속을 학생들이 달린다.
서울이여! 서울이여!
사람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그런 말이 터져나왔다. 어느 골목, 어느 거리에나 사람들이 쏟아져나와 달리는 학생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용암과 용암이 함께 흐르듯 그들도 학생들과 합류해버린다. 서울은 시위로 덮였고 경찰의 저지선을 뚫는 공방전으로 들끓었다. 12년동안 무던히도 참아온 시민들이다. 이제는 더 물러설 한치의 땅도 없었다. 집에 들어가도, 아니 꿈속에서까지 경찰에 쫓기고 폭압에 눌리고 생활고에 시달려온 사람들이다. 죽음이냐, 삶이냐의 극한점에까지 밀리고 밀려온 사람들이 그대로는 죽을수 없어서 반격에 나선 날이였다.
분노를 가슴속에 오래도록 길러왔다. 분노는 강한 폭발성을 지니고있다. 그것은 누르면 누를수록 강해진다. 인민의 침묵이나 순종을 어리석음과 무력으로 오인하는자들은 영원한 그 진리, 온 서울이 일어난 그날의 모습을 기억해두라. 력사가나 신문, 잡지들은 판단을 잘못하여 혹은 건망증으로 하여 독재자 리승만과 자유당의 죄악을 기록해두지 않았을지 모르나 인민은 그것을 하나도 빼지 않고 심장에 기록해두었던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온 서울이 거리로 뛰여나왔다. 어찌할바를 몰랐다. 너무나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 인사도 못하며 쩔쩔매는 그러한 심정들이였다.
다방이 텅텅 비였다. 한가하게 차를 마시고 앉았을수가 없었던것이다. 백화점에는 손님이 일시에 사라졌다. 물건을 사고팔 때가 아니였다. 주식시장의 주권시세가 정지되고말았다. 창경원도 텅텅 비였다. 벗꽃을 구경하고있을 사람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비상한 충격을 받았다. 하는 일들을 손에서 놓았으며 혹은 집을 비우고 혹은 대문을 열어놓고 자리를 비웠건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건의 도난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아마 도적들까지도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신문사와 통신사 기자들이 시위현장으로 달렸다. 서울에서의 대학생시위소식이 전세계에 전파를 타고 날아갔다. 로인이나 부녀자들까지도 총으로 길을 막는 경찰의 가슴을 머리로 쾅쾅 받아넘기며 거리로 나선다. 거리를 달리는 아들딸들의 령롱한 눈을 보고싶었다. 그들과 함께 리승만《정권》을 거꾸러뜨리고싶었다.
만약 이번에도 그것을 거꾸러뜨리지 못한다면 그들은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것으로 알았다.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그들은 거리로 뛰여나왔다.
서울은 시위하는 학생들이 부르는 구호와 그들을 환호하는 함성으로 진감한다. 하늘의
온 서울이 경무대로, 세종로로, 중앙청으로, 《국회》의사당앞으로, 내무부로, 재판소로 달린다.
대학앞에서 저지선을 돌파한 S대학 학생들은 또다시 저지선에 부딪쳤다. 옆골목들 여기저기서 한패거리씩의 경관들이 나타나고 경찰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렬에로 달려들었다.
《와아-》
야수의 울부짖음과 같은 경관들의 아우성, 그들을 맞받아 돌을 던지고 깨진 벽돌장을 날리는 학생들의 함성, 선두에서는 목메인 노래소리. 학생들과 경관들이 한데 어울려진 머리우에선 경찰봉과 몽둥이가 란무했다. 학생들은 돌과 맨주먹으로 그것을 막아야 했다. 머리가 터진다. 뺨이 째진다. 피가 흐른다. 경관들은 야수, 바로 그것이였다.
학생들은 전매청공장과 법원관사나 려염집 아무데로나 쫓겨들어갔다. 전매청공장 녀성로동자들이 그 처참한 광경을 보고 애처로운 비명을 올렸다. 그들은 학생들의 터진 머리를 붕대로 감아주기도 하고 손수건으로 처매주기도 했다.
일시 피했던 학생들은 다시 집결하여 더 튼튼하게 어깨를 겯고 대렬을 밀고나갔다. 경찰들은 시위대의 뒤를 집요하게 따라가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상춘이 경찰의 몽둥이를 잡아채 빼앗아서 공중으로 멀리 던지고 번개같이 대렬로 뛰여들었다. 몽둥이는 포물선을 그으며 어느 집 지붕에 가서 기와장을 한장 깨뜨렸다. 전매청공장 녀성로동자들이 좋아라고 손벽을 쳤다.
학생들은 그렇게 대항하면서 되도록 매를 피해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의 목표는 《국회》의사당이였다.
선두의 프랑카드는 벌써 종로를 향하여 굽이를 돌았다. 경찰의 몽둥이가 한사코 그뒤를 따랐다.
학생 하나가 뛰여서 앞으로 나갈 생각은 않고 경관과 일대일로 격투를 하고있었다. 전투복의 경관들 몇놈이 그에게로 달려들어 쓰러진 몸에 무지스러운 매를 안겼다. 어떤 할머니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며 길복판으로 달려나갔다.
《이놈들, 사람 죽인다아.》
어떤 학생이 쓰러진 학생의 겨드랑을 추켜들어 밀고나가며 한팔로는 몽둥이를 막으면서 대렬로 들어간다.
《밥》을 놓친 경관들은 애꿎게 할머니를 노려보며 씨근거린다.
《이 할미가 죽고퍼?》
《오냐, 죽고프다!》
할머니는 경찰의 턱을 치받쳐 바싹 다가들며 발을 구르고 팔을 벌려 가슴을 펴고 대들었다. 경찰이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연도에서 뭇사람들의 고함이 일시에 터졌다.
《저놈 죽여라!》
경찰은 하는수없이 할머니에게서 물러나 시위대의 뒤로 어슬렁어슬렁 따라뛰였다.
한강 저쪽 로량진에서는 C대학 학생들이 경찰과 맞붙고있다. 소방차까지 동원하여 학생들에게 물벼락을 안기나 학생들은 굴할줄 모르고 인도교로 다가선다. 마치 어느 전쟁에서처럼 다리를 두고 공방전이 벌어지는것 같다. 룡산쪽에서 경찰이 증원되여 다리목을 막고 학생들이 수세에 빠졌을 때 영등포에서 수천명의 로동자대렬이 달려와서 학생들과 합세한다.
십여명 청년들이 꽁무니에 감춰차고왔던 함마를 휘두르며 경찰의 앞을 뚫어헤치며 일각을 무너뜨리자 경찰은 물러서기 시작한다. 저지선을 돌파한 학생들과 그뒤를 받치는 로동자들이 다리우를 달린다. 강물에 비친 그들의 그림자가 장엄하다. 옷이 젖은 그들은 마치도 도하작전을 한 군사들 같았다.
그들이 달리는 인도교는 서울과 인천과의 관문이기도 하다. 인천항으로 실어들이는 외국물자를 실은 육중한 화물자동차의 바퀴가 밤낮없이 서울로 달리는것은 보았을지언정 언제 나라를 바로잡자고 저렇듯 힘차게 다리우를 달리는 발구름을 봤던가. 다리가 남쪽으로 뻗은 수원가도에는 수원농과대학 학생 수천명이 백리길을 달려오고있다. 밭에서 밭갈이하는 농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들은 먼지를 들쓰고 달리고있었다.
서울 서쪽끝 신촌에 있는 R대학은 례배시간을 기해서 성경책을 집어던지고 거리로 뛰여나와 신촌 뻐스종점에 집결했다. 그들은 성경책보다는 민족의 위기가 수백배 더 급했던것이다. 녀학생들은 근처에 있는 E녀자대학 학생들에게 궐기하라고 격려하다가 경찰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한채 남학생들이 이미 아현동고개를 넘었다는 말을 듣고 달음박질로 뒤따라와서 합류하였다. 서대문으로 육박, 다시 남대문-시경찰국앞을 통과하여 동아백화점앞에서 다른 대학들과 합류한다.
서울은 흥분과 분노의 도가니로 화하면서 정오로 향하여갔다.
《국회》의사당앞에는 건국대학교 학생들이 먼길을 달음박질쳐와서 숨가쁘게 합세했고 동국대학교, 사범대학교, 동성고등학교가 잇달아 달려와서 항쟁의 광장으로 화해간다.
의과대학생들과 약학대학생들이 흰 위생복을 입은채 약상자를 메고 파상적으로 합세하여 들어섰다. 검은 교복으로 차있는 속에 그들의 흰 위생복은 유난히 눈에 띄였다.
채남도 흰 위생복우에 적십자표식이 달린 약가방을 어깨에 메고 대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이마에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뛴다. 왈칵 밀어서 압축되였던 대렬이 다시 뒤로 밀리며 또 압축되며… 그것은 그대로 성난 파도였다.
그는 자주 사방을 둘러보았다. 상춘을 찾는것이였다.
《국회》의사당앞에서 세종로에 이르는 거리에는 수만을 헤아리는 시민들이 운집하여 학생시위대에 호응하여 우뢰와 같은 박수와 만세의 노호를 보낸다. 그때마다 서울신문사 옥상에 기르는 비둘기들이 놀라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갈팡거린다.
마이크가 있어 학생들의 동원상태를 알리기도 한다.
어제 제1차로 시위를 단행한 K대학생들이 재차 시위에 돌입, 어제의 그 수건을 그대로 동이고 부상자들의 어깨를 겯고 나선 그들은 또다시 안암동로타리에서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무장경찰대와 류혈의 육박전을 전개하면서 한치한치의 도로를 밟으며 시내에로 시내에로!
이렇듯 서울은 시내의 각 대학들에서, 교외에 있는 대학들에서 일제히 봉기하여 《국회》의사당과 중앙청앞으로 쇄도하고있었다.
이밖에도 27개 대학과 전체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총궐기하여 거리를 덮었다.
정오고동이 울릴 때에 광화문일대에는 시민, 학생들이 사나운 물결로 넘실거리고있었다.
서울이여! 서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