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청춘의 분수

6

 

상춘은 줄곧 어머니의 말을 되새기며 대학으로 갔다.

주위가 모두 긴장해보였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얼굴도 긴장해있었고 시민들도 아침부터 거리로 많이 나와서 학생들의 동정을 살폈으며 그 모든것을 감시하는 형사같이 보이는자들의 눈초리도 날카로왔다. 모자끈을 내린 순경들도 길 좌우에 삼엄하게 늘어섰다.

대학운동장에도 벌써 학생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간밤에 련락을 받은 학생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그날이 무엇인가 불안하고 궁금하여 일찍 학교로 나온것이다. 무더기로 모여서 어제밤 K대학의 피습에 대한 이야기로 흥분도 하고 또는 시랑송으로 그들의 울분을 폭발시키고도 있었다.

국내외 시인들의 시가 랑송되였다. 혁명적시인들의 정열을 학생들은 사랑한다. 정열적이고 혁명적인 내용만이 지금 그들 기분에 맞았다.

어깨를 겯고 운동장을 마구 돌았다. 서로 부딪치며 합치고 갈라지며 노래를 부르고 잠시도 그대로 서있지를 않았다. 2천평을 넘지 못하는 넓지 않은 운동장이나 그곳은 이 땅의 한 광장, 지금 어디서나 울분과 정열을 어떻게 처치할수가 없는것이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저놈 쫓아내라!》

사복경찰이 교문으로 들어섰던것이다. 학생들이 교문쪽으로 달린다.

평소에는 태연하게 제 집처럼 대학을 활보하던 그자들도 오늘은 학생들의 기세에 눌려서 교문에 들어서지 못하고 돌아서고만다.

교수들이 가방을 끼고 들어선다. 학생들이 박수를 보낸다. 하자영교수가 들어왔다. 학생들이 그를 둘러싸고 헹가래를 친다. 두번, 세번, 교수의 몸이 공중으로 올라간다. 헹가래는 묘한것이여서 대중의 친밀감도 증오감도 동시에 나타내는 형식의 환영방법이다. 맨 나중에 공중에 올라간 몸을 받아주느냐 땅에 넙치가 되도록 떨구느냐에 따라 그 두가지 감정은 구별된다. 학생들은 공중에 높이 올라간 교수의 몸을 고이 받들어줄뿐아니라 어깨를 겯고 돌아갔다.

원익홍박사가 점잖게 들어온다. 학생들이 그앞에 성벽을 쌓으며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섰다가 비켜주자 박사는 벌에 쏘인 사람같이 사무실로 도망친다.

운동장이 보이는 한 강의실에서는 시위지휘부 성원들이 시위의 최종준비를 서둘렀다. 프랑카드며 삐라는 준비가 다되였으나 가장 중요한 선언문이 아직도 되지 않았다. 그날 학생들의 태도와 립장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글이였다. 간밤에 허강이 그 선언문초안의 허두를 랑독까지 해 들려준 일이 있지만 초안을 작성하던 학생이 하숙에서 경찰의 습격을 받고 어디론가 피해갔다가 조금전에야 대학에 나타난것이다. 그는 피해간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새벽에 도로 하숙으로 돌아와 자는것 같이 이불을 쓰고서 한시간도 못되는 사이에 써가지고 왔노라 하면서 초안을 내놓았다.

초안을 읽어들 보았다. 짧은 글에 《자유》라는 말이 너무도 많았다. 자그만치 열번나마 그 말이 사용되였다. 그것을 다른 말로 바꾸어가며 가필을 해보았으나 쉽게 되지가 않았다.

강의시간은 자꾸 림박해왔다. 동원책임을 맡은 상춘이 운동장을 돌아본 다음 올라와서 초안을 읽어보고 환성을 올렸다.

《명문이요. 뭣때문에 이걸 고치느라고 시간들을 보내? 이대로 채택합시다.》

《자유란 말이 너무 많아서…》

《무슨 당찮은 소리들이요? 자유가 우린 그만큼 목마른거요. 얼마나 그걸 바란 우리기에 이렇게 그 말을 많이 쓰게 되였느냐 말야. 이런 글은 쫓겨다니며 썼으니까 나올수 있는 명문이요.》

상춘은 초안을 작성한 학생의 손을 잡아 높이 들어주었다.

강의시간을 알리는 종이 복도와 운동장 한귀퉁이에서 요란하게 울렸다.

어제까지 그것은 학생들을 학문에로 부르던 소리였다. 그러나 오늘은 학생들을 부를 힘이 없었다. 운동장은 여전히 소란스럽게 들끓고만 있었다.

긴급교수회의가 열리였다. 학생대표들을 불렀다. 대표들은 그날 계획을 대학당국에 정식으로 통고할뿐 수강을 거부했다. 학장이 운동장으로 나와서 학생들에게 수강을 권고해보았다. 그러나 흥분된 학생들을 돌려세울수 없었다. 거리에는 어느 고등학교 학생시위대렬이 노도같이 달려가며 《형님들 나오세요!》 하고 팔들을 추켜들어 부른다. 그들은 벌써 경찰의 저지선을 두곳이나 뚫고 전진하다가 또다시 저지선에 걸려 방향을 바꾸어 거기까지 달려온것이다.

《형님들 나오세요!》

운동장에서는 박수가 터지고 함성이 오르고 금방이라도 교문을 차고나갈듯 기세가 높았다.

《시위를 하자!》

여기저기서 시위의 시작을 재촉한다.

그것에 대답하듯 대학본관에서 프랑카드들이 나오며 그것들은 마치 파도처럼 학생들사이로 퍼진다.

박수, 함성, 발구름- 운동장의 정열은 고조에 달해간다.

학생대표들이 앞에 나섰다. 계획으로는 학생대회를 열고 시위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21일 예정을 별안간 변경해서 강행하는만큼 학생들사이에다 주지(여러 사람이 널리 아는것)되지도 않았고 또 일부 교수들이 나와서 수강을 권고하기때문에 혼란만 되여갈뿐 대회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상춘이 보다못해 학생들에게 호소했다.

《여러분! 지금 우리들 가슴속에는 울분과 젊음의 정열이 들끓고있습니다. 저 거리를 보십시오. 중학생들이 우리를 부릅니다. 이 땅이 우리를 부릅니다. 이 맺힌 울분을 폭발시키는 자발적시위대렬에 참가합시다.》

운동장이 떠나갈듯 한 기세로 학생들이 호응했다. 대회는 그만두고 선언문만을 랑독했다.

 

선 언 문

 

상아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질풍같은 력사의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리성과 진리 그리고 자유의 대학정신을 현실의 참담한 박토에 뿌리려는바이다.

오늘의 우리는 자신들의 리성과 량심의 엄숙한 명령으로 하여 사악과 잔학의 현상을 규탄광정하려는 주체적판단과 사명감의 발로임을 떳떳이 설명하는바이다.

우리의 지성은 암담한 이 거리의 현상이 민주와 자유를 위장한 전제주의의 표독한 전횡에 기인한것임을 단정한다.

무릇 모든 민주주의정치사는 자유와 투쟁사다.

근대적민주주의기간은 자유다. 우리에게서 자유는 상실되여가고있다는것을, 아니 송두리채 박탈되고있다는것을 우리는 리성의 혜안으로 직시한다.

이제 막 자유의 전장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당히 가져야 할 권리를 탈환하기 위한 자유의 전역은 바야흐로 풍성해가고있는것이다.

민중의 공복이며 중립적권력체인 관료와 경찰은 민주를 위장하고 가부장적전제권력의 하수인으로 발벗었다.

민주주의리념의 최저공리인 선거마저 권력의 마수앞에 롱단되였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및 사상의 자유의 불빛은 무식한 전제권력의 악랄한 발악으로 하여 깜빡이던 빛조차 사라졌다. 긴 칠흑같은 밤의 계속이다. 나이어린 학생 김주렬의 참사를 보라! 그것은 가식없는 전제주의의 전횡의 발가벗은 라상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저들을 보라! 비굴하게도 위협과 폭력으로써 우리들을 대하려 한다. 우리는 백보를 양보하고라도 인간적으로 부르짖어야 할 같은 학구의 량심을 강렬히 느낀다.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홰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 자유의 종을 란타하는 타수의 일익(중요한 역할을 노는 한 부분 또는 그런 존재)임을 자랑한다. 일제의 폭압하에 미칠듯 자유를 환호한 나의 아버지, 나의 형들과 같이!

 

선언문을 랑독한 후의 학생들은 이상스러우리만치 조용해졌다.

조금전에 시위를 재촉하던 자세와는 너무나 다르게 조용했다. 그것은 자신들의 사명감을 느끼며 그에 몸바치려는 젊은 지성인들의 정열이 내부로 파고들어 튼튼히 자리잡아가는것이였다. 걷잡을수 없을것 같은 정열은 질서에로 바뀌며 시위지휘자들의 명령에 복종했다. 대렬은 삽시간에 정돈되였다. 모두가 자각적인 행동들이였다. 4렬종대로 노래를 부르며 교문을 나섰다. 선두와 중간중간에 프랑카드가 아침해빛을 받으며 가벼운 바람을 안았다.

교문을 나서서 네거리로 나가자 벌써 거기에는 경찰의 저지선이 그들을 기다렸다. 곤봉으로 무장한 순경들이 모자끈을 턱주가리에 내려걸고 겹겹으로 섰다. 그뒤로 기마대의 말들이 코투레를 불고 앞발로 땅을 긁었다. 또 그뒤에는 기동경찰의 찦차들이 서있는 종심깊은 저지선이였다.

대렬은 그들을 향하여 천천히 접근해갔다. 경찰들이 곤봉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겨쥐며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접전》으로 도전해나서는것이다.

대렬과 저지선은 점점 가까와지며 긴장도 높아간다. 학생들은 맨주먹의 평화시위, 경관은 완전무장이였다.

선두에 나가는 학생대표들이 걸으면서 잠간 의논한다. 평화적시위를 저지당할 까닭은 조금도 없는 일, 항의를 하기로 했다.

학생 세사람이 먼저 앞으로 나갔다. 대렬은 신호에 따라 잠시 멎었다. 그러나 뒤에서는 사태의 추이를 보려고 대렬을 자주 좁혀 앞으로 밀었다. 경관들은 세사람의 대표들만도 무서운지 그들에게로 공세를 취하여 압박해온다.

상춘은 손을 들어 그들을 압도해버린다. 상춘의 눈에는 경관들이 곤봉을 들고 권총도 찼으나 하찮은 존재로 보였다. 그들은 저희들의 행동에 대한 아무러한 신념도 의지도 없는 오직 허수아비같은 육체들이다. 그 무장을 겁냈다가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상춘은 그러한것을 다 의식하는것은 아니였지만 그날 아침 다진 맹세, 어머니의 말, 그 모든것이 체내에 충만하여 대담하게 행동할수 있었다.

세사람을 맞받아오는 경관들을 향하여 그가 팔을 번쩍 들었을 때 마치 그것을 대포의 포신같이 느꼈는지 경찰들은 주춤하고 제자리로 물러섰다.

《하나만 오시오.》

저지선을 지휘하는자인지 경위의 계급장을 단자가 손으로 공기를 밀어내며 학생대표들에게 소리친다.

상춘이 혼자 천천히 걸어간다. 학생대렬도, 경찰의 저지선도 순간 조용해지며 폭발될듯 긴장한 속에 상춘만이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 저지선으로 접근한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됐다.

경위가 마주 나온다. 그의 몸에서는 술냄새가 풍긴다. 술을 아직 입에 대보지 못한 상춘은 술냄새에 예민했다. 그날 경관들에게 술을 퍼먹여 폭행에로 내몰았던것이다.

《길을 비키쇼. 우리는 평화시위를 하는거요. 무슨 근거로 우릴 막을 권리가 당신들에게 있소? 우린 지금 <국회>로 가는 길이요. <국회>로 가는 길을 막는게 어떤 행윈지 알기나 하고 막는가?》

경위와 맞선 상춘은 단호하게 그를 몰아세웠다. 경위가 기가 질려서 말을 못하고 어물거리고있을 때 뒤에서 말탄자가 말을 몰아나섰다. 경감이였다. 그는 채찍으로 상춘앞에 서있던 경위를 내리쳤다.

《들어갓!》

상춘과는 제가 말하겠다는것이다.

《학생들은 학교로 갓! 무슨 잔말이야!》

상춘은 아니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말우의 그는 까맣게 높이 쳐다보였다.

《나와 얘길 하려면 말을 내리소. 어따 대고 이따위 버릇이요?》

《뭐야?》

경감은 말머리로 상춘을 밀었다. 말의 코등이 상춘의 상반신을 마구 휘둘렀다.

상춘은 그들과 더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말의 주둥아리를 힘껏 주먹으로 쳤다. 말은 놀라서 앞발을 들며 곤두선다. 그바람에 경감이 땅으로 떨어졌다. 경관들이 상춘에게로 밀려드는 순간 학생들이 와아- 함성과 함께 몰려와 경찰의 저지선을 돌파해버렸다.

힘의 대결이라면 대중은 언제나 이길수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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