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청춘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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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는 강의가 시작되였다.
정치학을 담당한 하자영교수는 《정당론》을 가지고 학생들앞에 섰다. 신입생들은 아니였지만 새 학년을 맞이하는 때였고 또 제2마산사건으로 하여
흥분하고있는 학생들이니만치 강의실분위기는 매우 긴장을 띠였다. 강의에서 혹시나 자기들의 사명감에 대한 암시라도 받을수 있을가 기대하는 표정들이
학생들의 얼굴에 력연히 나타나있었다. 평소에
정당이란 무엇인가?
다년간 해오는 강의며 그 정의도 쉬울것 같으나 국내적으로 혹은 세계적으로 그 많은 정당들의 성격과 활동을 머리에 그려가면서 또 그 많은
학설들을 참고하고 비판해가면서
정당의 구별로서 부르죠아정당, 공산당, 사회당 등 여러가지를 들어 그 성격과 사회계급적립장, 국민들과의 관계를 서론적으로 실례를 들어가며 강의를 진행했다.
어느 정당이 진실로 민족과 국가와 인민을 위하는 정당인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가, 교수는 되도록 풍부한 지식을 줌으로써 학생들이
보수정당으로는 자유당을 실례로 들어 강의를 하다가 얼마전에 있은 선거까지 언급이 되자 교수는 흥분하게 되였으며 눌변에 가깝던 그의 말은 열변으로 변했다. 반백이면서 숱이 많은 머리전체가 일어서는듯 한 느낌이였다. 상춘은 채남에게서 언제인가 자기 아버지머리가 그러한 때 제일 무섭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그 열변에 말려들고있는 황홀감을 느끼며 긴장해갔다.
말의 순서로 봐서 마산사건에 언급되여야 할 때 교수는 말을 끊었다.
1분, 2분, 교수는 별안간 벙어리가 된듯 서만 있었다. 학생들은 교수의 입으로 시선을 집중하여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시간의 공백이 무척도 긴것 같이 느껴졌다.
《그후 사태는 대학강당에서의 강의내용으로는 될수 없는것 같소.》
강의실에서는 깊은 한숨소리가 학생들사이에서 새여나왔다. 무언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더 커다란 충격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나 해봅시다.》
교수가 강의시간에 가끔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그리스신화였다.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제우스신은 부당한 분노끝에 인간에게서 불을 빼앗고 인간에게 막대한 불행과 고통을 주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부정을 보고 참을수가 없었다. 그는 공정과 정의와 의분의 거인이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부정에 항거하고 인간을 위한 정의의 편에 섰다. 그는 천상에 가서 제우스의 아들 헤파이스토스의 풍로에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주었다. 불은 밝고 뜨겁다.
그것은 암흑을 몰아내고 광명을 준다. 추위를 쫓아내고 온기를 부여한다. 인간은 불의 열로 여러가지 무기와 도구를 만들어 동물을 지배하고 자연을 정복하고 문명의 생활을 시작했다. 불은 문명과 기술의 원천이다. 지상에서 불을 사용하는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인간은 불의 힘으로 위대해졌다.
프로메테우스는 독재와 부정에 항거하고 정의와 문명의 편에 선 창조의 거인이다. 그는 인간에게 불을 주었기때문에 제우스신의 심한 분노를 샀다. 제우스는 그에게 가혹한 형벌을 주었다. 제우스는 그의 아들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코카사스산의 바위우에 프로메테우스를 쇠사슬로 결박했다. 헤파이스토스는 프로메테우스의 친구로서 그의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아비의 명령을 거역할수 없어서 눈물을 뿌리며 친구를 결박했다. 낮에는 독수리떼가 날아와서 프로메테우스의 간장을 뜯어먹는다. 밤이면 간장이 새로 생긴다. 독수리는 새로 생긴 간장을 또 뜯어먹는다. 이러한 고통의 낮과 밤이 끝없이 계속되였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항복을 요구했다. 항복하면 형벌에서 해방시켜준다는것이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불굴의 용기를 가지고 신의 부정에 계속 항거했다. 제우스가 오늘은 아무리 강대하더라도 몰락할 날이 오고야말것을 알고 고통을 종살이와 바꾸지 않을 결심을 했으며 폭군 제우스의 충실한 종으로 되느니 차라리 벼랑에 사슬로 얽매여있는편이 낫다고 하면서 항거했다.
복도에서 휴강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리스어의 프로메테우스는 선각자란 뜻을 의미하오. 지혜란 뜻도 되고.》
하자영교수는 나갔다. 교실은 정열의 도가니로 변했다. 마산사건에 대하여, 《한국》정당들에 대하여 짤막짤막 의견들을 나누며 떠든다. 다음시간을 초조히 기다렸다.
상춘은 받아쓰지 못했던 구절들을 생각나는대로 보충해넣으면서 학생들의 사명감에 대하여 무엇인가 구체상을 잡을것 같았다.
후반시간의 강의까지 끝낸 하자영교수는 하고싶은 말들을 하나도 못한셈이였다. 《정당론》 서론으로서는 충분했을지 모르나 교수
그래도 학생들의 반향은 좋았다. 하지 못한 말에서 그들은 많은것을 깨달았다. 강의를 받는 학생들
교수의 기쁨이란 학생들에게 진리의 일단을 열어주는것이며 그 진리에 접한 젊은이들의 기쁨이 교수
그날 강의는 그러한 강의였다고 말할수 있었다.
대학담장 개천뚝에 줄지어 심은 촘촘한 개나리가 때를 지나서도 오히려 노란빛을 주위에 함빡 뿌리고 그우에 넘어갈줄을 모르는 긴긴 봄날의 저녁해가 따뜻한데도 교수의 기분은 차고 침울하기만 했다.
교수는 도서관으로 갔다. 그러한 때는 책에 묻히는것이 유일한 정신안정제로 되기때문이였다.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다른때는 그토록 만원을 이루는 도서관이 말이다.
《한산하군요.》
중년이 넘은 직원에게 물었다.
《선생님, 요새 학생들이 공부하게 됐습니까? 저도 문을 닫고 거리로 뛰여나가고싶은데요.》
그러면서 구석에 보이는 《책벌레》로 불리우는 몇몇 학생을 한심한 눈으로 보았다.
《지금 학생들은 야단입니다. 모두 쑤군거리고있어요. 오래잖아 무슨 폭풍이 불것 같습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이걸 보십쇼.》
그는 철하고있는 신문들을 내보였다. 수십종도 넘는 신문마다 주먹같은 활자로 마산사건의 후문을 보도하고있다. 보기만 해도 긴박한 사회상이 숨가쁘게 안겨왔다. 교수는 서고에 들어가서 책을 찾았다. 책이름들이 모두 울퉁불퉁 몸부림치는것 같이 보인다.
상춘이 열람실에 와서 서고를 기웃거렸다. 교수를 찾아온 모양이였다. 교수가 나오려 하자 관원은 눈짓하여 계시라 하고 상춘과 또 다른 학생을 데리고 들어왔다.
《여기서들 말씀하세요. 요샌 더 우글거립니다.》
사복경찰들이 대학에 많이 잠입해있다는 말이였다.
《선생님, 선생님이 왜 오늘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하셨는지 우리들은 알고있습니다.》
상춘은 흥분한듯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 선생님께 부탁할게 있습니다.》
《뭘?》
《시간이 있으시겠습니까?》
《군들의 부탁이라면 시간을 만들어야지.》
《고맙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좀 이야기해주셨으면 해서…》
《해야 할 일?》
《우리는 더 참지 못하겠습니다. 무엇을 위한 학문이며 누굴 위한 젊음이냐고 몸부림치고들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방법이 없는가 해서요. …》
《이야기해보세. 정말 누굴 위한 젊음이고 무엇을 위한 학문이겠나. 나라가 있고야 학문도 있고 젊음도 있는거지.》
상춘과 교수는 장소와 시간을 약속하고 헤여졌다.
교수는 책을 몇권 빌려가지고 연구실로 돌아왔다. 책을 폈으나 마음은 안정이 되지 않았다. 다른 교수들도 도무지 침착해있지를 못한다. 담배만 피우며 운동장에 정신을 팔고있다. 운동장 잔디밭에는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저기에 모여있다. 그것도 평소에 없던 일이였다. 란투가 벌어졌다. 여럿이 모여들어 누구인가를 차고 때리고 하더니 금방 학생들은 흩어지고 운동장에는 땅에 쓰러진 그림자만이 남아있다. 복도가 소란해지며 몇사람이 운동장으로 나가서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세운다. 학생 하나를 구인해가려는 사복경관에게 뭇매가 가해진것이라 한다. 그것도 전에는 감히 있을수 없던 일이였다.
사회도 대학도 어떤 방향에로 치달아가고있다. 녀사무원이 와서 교수회의를 알리였다. 전날에도 교수회의가 있었는데 또 무슨 회의인지, 학년초가 되여 회의도 잦은가.
학장실로 가보았다. 오후의 해빛이 다양한 방에 수십명의 교수, 조교수, 전임강사들이 모여있었다.
하자영교수는 나이가 든 축이라 하여 학장옆 교무처장대리를 보고있는 원익홍박사의 옆자리를 권해주었다. 마지못해 그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학장은 무슨 일인지 전화로 추궁을 받고있고 원익홍박사는 회의준비인지 하자영교수에게 목례도 주는 일없이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있었다. 갑자기 소집되는 회의가 틀림이 없었다. 원익홍박사가 일어났다.
《문교부에서 갑자기 내려온 지시에 의해서 소집되는 회의입니다. 매우 중대한 회의라고 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싶이 국내사정이 대단히 긴장해있습니다. 마산사건과 관련해서 사회에서도 소란을 일으키고있지만 학생들의 동향도 매우 우려할 점이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리승만<대통령>께서도 두차례에 걸쳐 담화를 발표하신바도 있습니다마는 그 사건에는 공산분자가 개입해있습니다. 그러니까 국책에 맞게 우리 대학도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즉 학생들로 하여금 학업에 전심케 하고 그 사건에 관심을 둔다든가, 류언비어에 가담한다든가 또는 모종운동을 획책한다든가 일체 학생신분으로서 경솔한 일이 없도록 잘 지도를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일부 교수들가운데는 이건 물론 우리 대학의 경우가 아니고 문교부통보에 의한 다른 대학의 실례입니다마는 일부 교수들가운데는 그 사건을 암암리에 매우 옳지 못한 방향에로 <보안법>에 저촉될 한계까지 학생들을 선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학생들이란 그 년령으로 보아서 흥분하기 쉬운것이고 아까 운동장에서도 보셨죠. 반항심이 강한데다 교수들까지 그런다면 어찌되겠습니까? 마치 그러한 강의로 학생들의 인기라도 모으려는듯한 인상을 삼자에게 준다면 심히 유감된 일입니다. 다행히 우리 대학에는 그와 같은 속된 근성의 학자는 없습니다만…》
원익홍박사는 거듭 본대학의 일이 아니라고 변명했으나 하자영교수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다른 교수들이 하자영교수를 보면서 듣기 거북한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하자영교수도 《인기》라는 그 말이 신경을 몹시 거슬렸다. 그러나 다른 대학의 실례라고 하는데야 따질수도 없는 일이고 원박사가 비굴하게만 보였다.
원박사가 그 말을 하는데는 까닭이 없지 않았다. 그는 강의시간에 마산사건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학생들이 강의도중에 슬금슬금 나가버려서 나중에는 강의를 중지하지 않으면 안되였었다. 그는 리승만《대통령》의 담화내용을 그대로 복사했던것이다.
하자영교수는 마산사건을 일부러 회피했지만 학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원익홍박사는 그것을 취급하여 수강의 거부를 당한셈이였다. 그와 같은 불쾌한 일까지 당한 나머지 하자영교수에게 일침을 놓는것이나 로회한 그는 정면으로 나오지 않고 다른 대학의 이름을 팔아 측면으로 나온것이다. 그는 회의취지를 장황하게 설명한 끝에 그것도 문교부의 지시라 하면서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보는 학생들의 명단을 뽑아서 몇명씩 교수들에게 떠맡기며 개별책임을 지라는것이였다. 만약에 담당한 학생이 무슨 사건을 발생시키면 교수가 련대책임을 진다는 마치도 선거에서 삼인조, 구인조와 같은 자유당식의 통제방법이였다.
회의가 끝난 후 원박사는 자기 방으로 하교수를 청했다.
《회의에선 다른 대학이라고 했습니다만 선생님의 강의내용을 문교부에서 알면 문제로 될것 같습니다.》
《하나도 문제될게 없습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하던 바로 그 내용입니다. 난 오히려 묵은 노트를 재탕해먹는게 량심에 꺼릴뿐입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강의끝에 더 흥분하고있다는데요.》
《모를 일입니다.》
《벌써 상부에서 먼저 알고 물어왔습니다.》
《강의를 받는 학생들자체가 흥분하고있습니다. 아마 선생님강의에 들어간 학생들도 그랬으리라고 봅니다.》
《그놈들은 공부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이 선생님이나 나의 책임입니까?》
《물론 우리의 책임이랄순 없지만 그 흥분과 불온한 공기를 제거시키고 학생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도록 하는것이 교육자로서의 국가에 대한 책임이 아닐가요? 중대한 이 시국에.》
《그래서 하시고싶은 말씀은 뭡니까?》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고 지난 일에서도 그렇고 강의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건 다 아는 일이고 나는 책임자로서 걱정된다 그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과히 걱정마십시오. 강의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내가 지겠으니까요.》
교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지난 몇해동안에 강의내용으로 해서 두번이나 시말서를 쓴 일을 회상했다. 그때마다 문교부 차관에게 불리워가서 파면을 시킬것이로되 년공으로 봐서 한번 더 관대히 봐준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번에도 또 그럴지 모른다. 혹은 파면일지도 모른다. 동료들가운데는 파면된 학자들도 있다. 그들중에는 나가서 중학교원을 하는 사람도 있고 혹은 아무데도 자리를 주지 않아서 생활에 견디다 못해 장서를 내다놓고 고서점주인으로 앉아있는 학자도 있다.
집에 들어서자 채남이 가방을 받아주며 묻는다.
《아버지, 오늘 대학에서 무슨 강의를 하셨어요?》
《…》
《학생들속에서 대인기예요.》
딸은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하나뿐인 전실에서 얻은 딸이며 지금 후처에게는 아이가 없어 귀엽게만 길렀다. 딸은 한참 좋아하다가 걱정으로 변했다.
《아버지 또 문제 안될가요?》
《못난 자식!》
일소해버렸으나 딸의 걱정은 공연한것이 아니였다. 그러나 교수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상춘과의 약속만을 생각했다.
평소에도 진보적이라고 지목되는 교수와 문제되는 학생들이 만난다는것은 학원내 사찰때문에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날 밤은 더할지 모른다. 교수는 상춘과 약속한 시간과 장소를 변경시켜 채남을 그에게 보냈다.
교수는 잘 아는 치과병원에서 몇학생과 밤늦도록 우리 나라 학생운동력사와 그 특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오늘의 학생들의 사명에 대하여 일깨워주었다.
학생들의 움직임도 알수 있었다.
《각 대학이 련합해서 일시에 일어나야 되네. 특히 K대학과… 그렇지 않으면 각개격파를 당해. 그 점에 류의하게. 서로 주장하는 점이 다를수는 있지만 서로 리해하고 양보하고…》
교수는 과거 학생운동에서 발로되였던 여러가지 결함들을 참고삼아 이야기해주었다.
《어디까지나 참고야. 새로운 환경과 주체적력량관계, 제일 중요한건 지금 민심은 폭발점에 도달해있다는 그것이네. 이 썩은 사회에서는 더는 그대로 살수 없다는거지. 그러나 기회가 몇번씩 오는 법은 아니야. 한번 놓치면 그것은 쉽게 다시 오지 않아. 그렇기때문에 사업에서 시기를 잘 선택한다는건 가장 중요한 일이야. 지금 민심은 폭발점에 있어. 비등점에…》
교수는 그 말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