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청춘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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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사건은 선거에만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였다. 새 정치, 새 사회, 새 생활에 대한 갈망이 너무도 무참히 짓밟혔고 쌓이고쌓였던 울분이 분화구를 찾아 폭발한 거기에 바로 문제가 있었다.

마산은 피로 물들었다. 울음의 바다로 화했다. 계절은 봄이 되였건만 남쪽도시 마산에는 찬바람이 계속 휘몰아치고있었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시위의 혐의로 경찰이 와서 련행해간다. 길가던 사람을 마구 잡아간다.

마산의 앞바다는 노했다. 밤낮없이 사납게 웅얼거린다. 한강의 얼음 갈라지던 소리와는 비유할수 없게 성난 소리로 웅얼거린다. 파도가 흰갈기를 일으키고 밀려갔다 밀려왔다 무섭게 부서진다. 마산의 앞바다는 호수같이 조용하다지만 지금은 그렇게 노한것이다.

그 울부짖는 소리가 지금 전국을 뒤덮었다. 어디서나 파도는 일고있다. 마산사건의 후문은 끝이 없었다. 그러나 전모가 밝혀지지 않는다. 권력으로 진상을 겹겹이 싸고있기때문이다.

신문기자단이 마산으로 내려간다. 조사단이 파견되였다. 법조단이 들고 일어났다.

3월 15일 밤 시위에 참가했던 김주렬이란 학생은 아직도 행방을 모르고있다.

경찰의 무차별사격과 혹독한 행위가 점점 밝혀졌으며 《공산분자》가 관련되였다고 주장하던 연극도 그 분장을 벗어던지면서 전 국민의 여론의 분화구는 폭발되였다.

경찰의 총에 맞아죽은 구두닦이소년의 장례는 구두닦이소년들의 이름으로 마산 전 시민의 참가하에 비장하게 거행되였다. 그는 천애의 고아 구두닦이소년으로서 그 짧은 일생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바치였다. 대답없는 그의 무덤앞에는 비석이 서있고 그 후면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길가는 나그네여!

여기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찾으려다가 3월 15일 밤 무참히도 떨어진 11년의 꽃봉오리가 있음을 전해다오.

구두닦이소년일동.》

지방에서는 각 학교의 시위가 불길이 타번지듯 도처에서 일어나고 서울에서도 시민들과 학생들이 일어날 기세를 보이고있었다. 경찰은 이와 같은 기운에 대처해서 선거기간 각 대학에 증원하여 배치했던 사복경찰들을 철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했다.

S대학 졸업식에서는 매년 우등졸업생에게 주는 《대통령》상장과 상금시계를 받지 않은 졸업생들이 있었다. 리승만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싶지 않다는 립장이다. 그것은 대학내에 적지 않은 파문을 던졌다.

졸업생들은 긴박한 시국에 대학생으로서 무엇인가 해야 될 사명감을 느꼈고 그것을 다하지 못하고 교문을 나서는 졸업을 못내 섭섭히 여기며 모교가 일어날 때는 자기들도 달려나오겠노라 재학생들과 부둥켜안고…

다른 해와는 다른 졸업식풍경이 교정에 벌어졌다.

상춘도 3. 15직후 테로를 당한 그때로부터 선규와 윤도, 광래 몇몇이 모여서 론의도 했으나 별로 성숙된 안은 없이 초조와 울분가운데 새 학년을 맞이했다.

방학에 학생들은 고향에 가서 부형들과 이웃들, 자유당과 리승만치하에서 짓밟힌 마을의 처참한 생활을 보았고(전에도 보았지만) 특히 이번 선거에서 감행된 폭압과 무법천지의 현실을 목격했으며 마산사건이 전국을 뒤흔들고있는 파도도 직접 보고 왔다.

때문에 그들은 누구나 방학을 마치고 새 학년을 맞이하여 등교하는 평범한 학생들이 아니였다. 농촌, 어촌, 도시 방방곡곡의 비분과 원한과 희망을 안고온 성난 젊은 사자들이였다. 그들은 눈짓 하나, 말없는 악수, 심각한 표정 그것으로 서로 마음이 통하고 기분도 알수 있었다.

고향 마산에 갔던 허강도 개학보다 3~4일 늦어서 왔다. 신문배달로만은 부족되는 등록금을 위하여 마산부두에 가서 아버지를 따라 로동할것이 있으면 하고 또 무슨 벼락장사라도 있을가 해서 갔던것이나 마산의 노한 바다만 안고온 인상이였다. 학생들은 강의휴식시간마다 그를 둘러쌌다.

《싸우는 마산 아님교?》

허강은 흥분하면 경상도사투리가 그대로 나오는 버릇이 있었다.

《학생들이 싸웠니라, 놈들은 어른들이 학생들을 충동했다 하지만 전연 주객이 전도된 날조다. 그날 밤 공포에 질려서 문을 잠그고있는 집들의 문을 두드리면서 학생들이 뭐락 했는지 아나? 아버지, 형님들, 나오이소. 학생들이 죽었슴더. 이 더러운 세상을 가만히 둘라캅니껴? 나오이소, 나오이소, 부형들을 불러냈닥 하지 않나. 중, 고등학생들이 말야, 내사 서울대학생이란게 남사스러워 대학빠찌를 떼여놓고 다니잖았노.》

그의 이야기는 강의시간이 되면 중단되였다가 휴식시간에 다시 계속되는 식으로 되여 학생들의 관심은 마산사건에로 집중되여갔다. 그것은 강의내용보다도 더 중요했다. 거기에는 리승만《정부》의 온갖 범죄가 집약화되여있을뿐아니라 인민들의 싸우는 모습도 나타나있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는 인민들의 나아갈 길도 거기서 보는듯 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더 많은 관심사는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신문에도 보도된 김주렬학생의 실종에 대해서였다.

지금 그의 어머니는 마산에 와서 미친듯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고있다. 허강도 그를 길에서 몇번 보았다. 지나가는 중학생만 보면 달려가서 내 아들 못 봤느냐고 매달린다. 경찰이 쏘아죽인것만은 틀림이 없으나 그들은 아니라고 완강히 부인하기때문에 어머니는 혹시나 하여 그렇듯 이십여일을 두고 헤매다니는것이다.

경찰이 죽은 시체에 돌을 매서 어디론가 가져가는것을 보았다는 어떤 어린아이의 말이 퍼지자 어머니는 시내의 웅뎅이들을 모두 돌아다니며 물을 퍼내보았다. 헛수고였다. 시청뒤에 있는 기관차 급수용 커다란 련못에 양수기를 대고 하루종일 퍼보았으나 거기서도 아들은 나오지 않았다. 시체가 없으면 다행으로 알아야 하겠건만 이미 죽은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 죽은 시체마저 볼수 없는 어머니는 련못가에 앉아서 호심을 바라보며 밤이 되도록 울었다고도 한다.

하늘은 누구의 편이여서 벼락을 왜 치지 않느냐고, 세상이 왜 망하지 않느냐고…

상춘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고등학교 한문강독시간에 배운 《시일갈상》이란 구절이 생각났다. 옛글이 지금 그 뜻으로 봐서 어쩌면 그렇게 현대성을 띠고 상기돼오는지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걸주(중국 하나라의 임금 걸과 은나라의 임금주)때에 임금이 정치를 잘못해서 백성들은 어찌도 살수가 없는지 임금을 해에 비겨 《저놈의 해가 언제나 넘어가려는고.》 하고 몸부림치며 그 시대를 원망했다고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라 하겠다. 원망은 도처에 노도쳐흐른다. 격분은 바다의 격랑으로 높아간다.

상춘은 옛 로마의 네로도 생각했다. 권력을 위하여 어미를 죽인자, 로마시에 불을 놓고 그 죄를 그리스도교에 전가시켜 대학살을 감행한 다음 공포정치를 하다가 후에 반란을 만나자 자살한 폭군… 그러나 상춘은 리승만을 어쩐지 그들과도 비교하고싶지 않았다. 리승만을 통치자라는 개념으로는 보기가 싫었다. 그는 사환군으로서의 늙은 폭한, 늙은 망령, 자살할 용기도 없는 추악한 사기한, 오직 욕심과 악의 권화일뿐 순전히 매국노였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에 허강이 와서 슬며시 물었다.

《어떻게들 하고있노?》

마산사건이후에 학생들은 응당 무슨 계획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 하는 물음이였다.

《아직…》

학생들은 누구나 남만 못지 않게 분개도 하고 사명감도 느끼여 어떤 행동을 갈망하면서도 그 지향이 아직은 어떤 구체상을 띠지 못하고있는 상태에 있다.

운동의 참모부가 없었다. 학생들의 사명감을 깨우쳐주고 투쟁을 조직할만 한 참모부격의 조직이 없는것이다.

《그래도 지방에서 보면 서울서는 금방 큰 사변이 일어날것만 같아 좀이 쑤셔 견디겠던가?》

허강은 팽창했던 공의 공기가 빠져나가듯 힘없이 말했다.

《폭풍전야의 정적이다.》

상춘은 자신을 두고서나 또는 주위를 봐서나 그것을 느끼고는 있었다. 집에 와서도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신문요오!》

골목으로 신문파는 소년이 뛰여들며 웨쳤다. 소년은 신문을 팔기보다 사람들에게 호소하고싶은 마음인지 가느다란 목에 피줄이 퍼렇게 서게 웨치며 신문쥔 손을 허공에 저으면서 빨리 뛴다. 골목의 공기는 그 웨침에 흔들리고 좌우편 집들에서는 사람들이 궁금한 얼굴로 뛰여나와 소년을 보았다.

《신문요오! 제2마산사건이요오!》

그뒤를 순경과 사복경찰이 쫓아갔다. 저 아래마을에서 팔다가 압수를 하는 바람에 소년은 여기까지 쫓겨온것이다. 순경은 소년의 뒤통수를 일격에 쪼개놓고야말듯 경찰봉을 앞으로 휘둘러 겨누어가며 뛰였고 사복경찰은 꽁무니의 권총을 손으로 누르고 따랐다. 소년은 빼앗기지 않겠다고 한사코 뛴다. 저쪽에서 어떤자가 막아선다. 그자의 발길이 소년을 길바닥에 굴러놓는다. 소년은 넘어져서도 웨친다. 그러나 신문은 뒤에 쫓아가던 순경이 압수하고말았다. 몇장이 길에 흩어졌다. 사복경찰이 그것을 줏는다. 어떤 사람이 바람에 날리는 한장을 주으려 하자 소리를 쳐서 그것마저 빼앗는다. 한장도 보지 못하게 압수를 한 그들은 어깨나란히 주위를 흘끔거리며 거리로 나가버린다. 뒤에는 길바닥에 소년이 그대로 누워있고 어둠이 그우에 덮인다.

상춘은 소년을 일으켜세웠다. 소년은 한쪽다리를 잘름거렸다.

《무슨 내용이냐?》

《몰라요. 마산이 또 일어났대요. 밑천 또 짤렸네. 재수 더럽다.》

소년은 침을 뱉고 골목을 걸어나갔다.

상춘은 몸의 긴장을 느꼈다. 마산의 격랑이 몸에 와서 부딪친다. 집에 앉아있을 때가 아니였다.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선규가 숨이 차서 찾아왔다.

《슬픈 어머니가 여기에도 있다.》

어디서 구했는지 신문 한장을 상춘앞에 놓았다.

기사보다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떤 녀인이 땅을 치며 울다가 하늘을 우러러 그대로 숨이 넘어가는듯 한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장면이였다. 녀인의 앞에는 그의 죽은 아들이 누워있어 불러도 대답이 없다. 구천에 사무친 녀인의 슬픔은 그것을 보는 사람의 가슴을 메이게 했다.

《누구냐?》

옆에서 함께 보던 어머니가 먼저 물었다.

《마산의 김주렬 어머니예요. 경찰이 최루탄을 쏴서 뒤통수까지 뚫고들어가 박혔대요.》

선규는 녀인앞에 누워있는 시체를 가리켰다.

《경찰이?》

어머니는 놀랐다. 상춘은 놀라지 않았다. 벌써 어떠한 행동으로 나왔어야 할 학생들이(자신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있는 사실에 더 놀랐다.

선규는 어머니와 김주렬의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래일로 상업고등학교 입학합격을 앞두고 그만…》

《저런!》

어머니는 또 한번 놀랐다.

《열아홉살이랍니다.》

좋은 나이였다. 상춘은 그 소년앞에 부끄러움을 느끼는듯 아무말없이 신문만을 뚫어지게 보고있었다.

마산부두에서 김주렬의 시체가 낚시군의 낚시에 걸려나온것이다.

경찰이 묶어서 바다에 처넣은 사실이 판명되자 마산시민들이 또다시 일어났다. 지금 마산은 싸우고있다. 전국이 그에 호응하여 일어섰다.

상춘과 어머니와 선규는 김주렬 어머니의 통곡하는 사진을 보고있을뿐 오래도록 말들이 없었다.

《숱한 어머니들이 이렇게 울지 않게만 됐음 좋겠다.》

《알았어요.》

상춘은 무겁게 한숨을 쉬고 선규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밤에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상춘과 선규가 나간 후에도 방에는 마산의 절규가 봄우뢰같이 가득차있는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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