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불안한 계절

14

 

집은 며칠동안 살벌한 분위기에 싸여있었다. 언제 또 그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상춘은 그렇게 나가서 사흘이 돼도 들어오지 않았다.

상춘을 몽둥이로 때리다가 도리여 채이고 밟혀서 다리가 상했다는 사팔뜨기가 지팽이를 짚고 와서 아침저녁으로 집을 넘성거려 보고 간다. 몸에 칼을 품고 다닌다는 소문이였다. 그자뿐아니다.

5~6명이 떼를 지어 무시로 집에 와서는 아들이 어디 있느냐 을러메기도 한다.

그러더니 어제부터 그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불길한 예감을 가져다준다. 통장은 골목에서 만나도 인제는 숫제 못 본체 외면을 해버린다.

상춘이 그애가 어디서 무슨 기별이 있겠거니 날마다 그것만 기다리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귀선은 하루하루 벌어야 되기때문에 아는 학생들의 집을 찾아다닐수 없고 영등포 딸에게 기별해서 찾아보도록 했으면 좋으련만 그것이 와서 포달을 부릴것이 싫었다.

상춘이 기별해올 때까지 기다리는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차복 할머니는 상춘이 잡혀갔다는 말이 들리더라고 했다. 어머니는 속에서 불이 일었다. 그것을 끄기 위해서도 종이봉지에 정신을 쏟았다. 일로만 마음을 가라앉힐수 있었다. 남편의 사진은 숫제 보지도 않았다. 자기의 길을 따라가는 자식을 수호해줄 힘도 없는것을.

《계세요?》

녀자의 맑은 음성이였다.

마당에는 반갑게도 채남이 서있었다. 오래간만에 찾아오는 그였다. 전에는 1년에 몇번씩은 오더니 상춘과 보통사이가 아니라는 말이 있은 다음부터는 벌써 일년도 넘게 오지 않았다.

곤색치마에 까만 샤쯔를 받쳐입었다. 몰라보게 성숙한 처녀로 고와지기도 했다. 샤쯔의 검은빛이 깨끗한 피부를 더 돋보이게 했다. 아무 옷을 입어도 어울릴 단아한 얼굴이였다. 눈은 여전히 초롱초롱 빛났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런데 마음을 빼앗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우리 상춘이 못 봤니?》

그것부터 먼저 물었다.

채남은 초조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진정시키듯 상글거리며 방에 들어와서야 대답을 했다.

《그래서 왔어요.》

《그래?》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넌 참 걔와 만났겠구나.》 하고 물었다.

아들의 소식을 가지고온것이  반갑기만 해서 그런 뜻으로 말하고있는데 채남은 스스로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갔다.

《지금 어디 있니? 학교엔 가니, 언제 만났니, 집엔 안 온다던?》

한꺼번에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채남은 어떤것을 먼저 대답할지 모른다. 그는 그대로 볼일이 있어서 온것이다.

《있기도 잘 있고 학교도 나가고요. 그러나 당분간 못 올거예요.》

《못 와?》

《학생들의 회의가 좀 있어요. 마산사건 아시죠?》

《안다.》

《그것때문에 좀 바빠요.》

채남은 어머니의 걱정을 그렇게 막아놓고 제 말을 했다.

《상춘씨 내의와 옷이 있죠? 그걸 가지러 왔어요.》

《집에 와서 갈아입지 못하고 네가 왜 가지러 왔니?》

어머니는 무슨 일이 생겼다는것을 짐작하면서도 그렇게 묻게 되였다. 어머니 짐작에는 상춘이 경찰에 잡혀 지금 채남이 차입할 옷을 가지러 와서 자기를 안심시키려 속이는것 같았다.

《어느 경찰서냐?》

어머니는 조용히 물었다.

채남이는 혀를 찔린듯 깜짝 놀랐다.

《어머니두, 경찰서는 웬 경찰섭니까? 바빠서 집에 올 사인 없고 학생들끼리 회의도 하고 서로 만나러 다니기도 하는데 좀 깨끗한 옷을 입고 다녀야겠으니까 그러는건데요.》

《별안간 신사가 되니? 지금까진 아무 옷이나 상관않더니!》

채남도 그 말에는 적당한 대답을 못하고 어물거리고있었다.

《채남아!》

조용히 불렀다.

《바른대로 말해라. 상춘인 사내녀석이 돼서 미련하니까 가끔 제딴에는 날 안심시킨다고 거짓말을 하는수가 있니라. 허지만 세상에 어미를 속이는 재주도 있니? 제속을 유리알같이 다 아는걸 알면서도 속는체 해둔다만 너야 녀자가 아니냐. 날 속이지 말아야지. 내 걱정 안하마.》

어머니는 슬픈 눈으로 채남을 보았다. 바로 말해달라는 애원도 있었다. 거역할수 없는 위엄도 있었다. 채남은 바른대로 고백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상춘은 간밤에 길에서 테로단의 습격을 받았다. 어깨를 칼에 찔리면서 포위를 빠져나오느라고 옷이 찢어지고 흙투성이가 된데다 피까지 묻어서 다시 입지 못하게 되였다. 어머니가 걱정을 할가봐서 일체를, 더구나 상처를 숨기기로 하고 채남을 보낸것이였다.

《상한덴 없어요. 옷만 흙이 묻고 찢어졌지만 상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옷을…》

《네 말을 믿자. 너야 날 속이겠니?》

채남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으며 어머니와의 말문이 열리였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옷만 가지고 오랬는데 제가 핀잔을 듣겠어요.》

《핀잔은 무슨 핀잔이냐?》

《어머니 걱정하시는데 끌려서 바른대로 말했다고요. 다치진 않았으니까 어머닌 모르시는체 하세요. 또 저보고 녀자의 약한 마음이라고 그래요.》

《약하다니, 어미도 녀잔데 세상에 어미맘같이 단단하고 모진게 어디 있다더냐? 자식이라면 불속에라도 뛰여드는게 어미되는 녀자란다.》

채남은 그 말을 듣고 한참 어머니를 보다가 머리를 떨구었다.

어머니의 어질기만 해보이는 주름잡힌 얼굴에서 별안간 위엄을 보았음인가, 아니면 저는 그러한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슬픔인가, 아마도 그 두가지 다였을것이다.

《어머니, 장하세요.》

어머니는 보퉁이를 뒤져 상춘이의 회색양복저고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대충 손질해서 보자기에 쌌다.

《주세요.》

채남이 보자기에 손을 내밀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주지 않고 《가자!》하며 일어나서 앞에 섰다.

채남은 당황했다.

《가시긴 뭘 가신다고 그러세요. 모시고 감 활 낼지도 몰라요. 바쁘고 또 남을 데리고 감 안되는 곳이예요.》

《별소릴 다한다. 어째 어미가 남이냐? 간대야 또 들어가지 않는다. 먼발치서 그림자만 얼른 봄 된다.》

《안예요. 어머니.》

《가잔데두.》

채남의 동의를 받을나위도 없었다.

말코지에 걸려있는 자물쇠를 떼여가지고 채남을 밖으로 밀어냈다.

《가자. 내가 꼭 한번 만나봐야 밤새 품어오던 걱정을 놓는다.》

채남은 다시 더 거역을 못하고 끌려가듯 어머니를 앞세우고 그뒤를 따랐다. 그들은 삼선교로 나와서 전차를 기다리다가 만원이여서 걷기로 하고 지름길이 될것 같아 성곽을 끼고 낙산을 넘어 창신동으로 갔다. 산을 내려 꽃순이 돋기 시작하는 개나리가지들이 담을 덮고 밖으로 길게 늘어진 어느 집앞에 와서 채남은 또 한번 걱정을 했다.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오셨다고 뭐라지 않을는지. 여기 계셔요.》

채남은 담에 붙은 쪽문을 조심스레 두드렸으나 안에서는 한동안 기척이 없고 개나리덤불사이로 누구인지 언뜻 밖을 내다보는듯 하더니 쪽문이 아니라 앞의 일각대문이 열리며 선규가 나왔다. 선규는 반갑게 인사는 하면서도 어머니의 출현이 뜻밖인지 《어떻게?》하며 어머니에게인지 채남에게인지 그렇게 묻고 잠간 머뭇거렸다.

《꼭 만나 하실 말씀이 있으시대요.》

채남은 어머니를 모시고 오지 않을수 없었던 까닭을 변명하듯 말했다. 선규는 꿈을 꾸는듯 맑은 눈에 웃음을 지으며 한번 더 고개를 끄덕이였다. 저의 어머니 죽음에서 받은 타격이 조금은 가셔진것 같았다.

《어머닌데 뭐…》

어머니는 선규가 안내하는대로 문으로 들어갔다. 후원까지 있어보이는 조선식 아담한 집이였으나 빈집같이 무척 조용했다. 선규가 싹이 돋기 시작하는 화단앞에 의자를 하나 갖다놓고 어머니에게 거기 앉으시라고 한 다음 변명비스름하게 말했다.

《남의 집이 돼서 이렇습니다.》

그들은 경찰의 감시를 피해서 동무들 집을 찾아다니며 회합을 하고있었다. 선규와 채남이 뒤로 돌아간 다음에 두런두런 말소리들이 들리고 거기서 상춘의 목소리도 섞여나왔다. 어머니는 비로소 아들이 무사하다는것을 확인할수 있어서 궁금하던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금방 아들의 거치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시키지 않는 일을 하라고 했습니까? 내 참, 이게 뭐람. 어머닌 왜 모시고 와요? 여직껏 우린 비밀엄수에 대해서 의논했는데…》

그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 신중히 토론들을 하고있었다. 중, 고등학생들이 이 봄에 들어서부터 부정선거반대시위를 단행하면서 대학생들의 궐기를 줄곧 호소해왔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았다. 비겁하다는 비난까지 받는다. 이에 대하여 대학생들은 중, 고등학생들처럼 산발적으로 시위를 해서는 안되고 조직적으로 전국대학이 일시에 궐기할 계획을 추진중이나 매번 경찰에 알려지고 좌절되여버린다. 현재로는 무엇보다도 그 기밀보장이 중요했다. 회의도 자주 가져야 하는데 그 집은 매우 안전한 장소였다. 그런데 채남이 어머니를 모시고 온것이다. 상춘은 계속 채남을 나무라고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몇번 말씀드려도 그냥 따라오시는걸, 난 차마 안된다구 할순 없었어요.》

《잘-하셨습니다. 매우 인정이 두터우십니다.》

상춘이 이리로 오는 기척이였다. 어머니는 반사적으로 얼른 몸을 일으켜 나무그늘뒤로 숨으며 순간 상춘의 붕대를 감은 어깨를 보았다. 그러나 금방 아들앞에 죄진 사람처럼 조그맣게 서야 했다.

《뭘 하러 여길 오셨어요. 원, 내…》

《아니다. 채남인 안된다는걸 내가 몰래 따라왔다.》

어머니는 애매한 채남을 위하여 그렇게 변명부터 먼저 해주었다.

《괜히, 어머닌 걱정마시래도 이게 뭐예요. 친구들도 있는데.》

《오냐, 내가 잘못했다. 가마, 넌 어서 들어가서 볼일 봐라. 그리고 팔은 얼마나 다쳤니, 어디 좀 보자.》

《괜찮아요. 다치긴 뭘 다쳐요.》

상춘은 팔을 휘둘러까지 보였다. 조금은 거북한 모양으로 얼굴을 찡그리나 대단치는 않은것 같아서 어머니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학생들이 나와서 둘레둘레 모자를 에워쌌다. 그들은 대개 안면들이 있는 학생들이였다. 어머니에게 꾸벅꾸벅 머리를 숙이였다. 그중에는 S경찰서에서 보던 윤도도 있었다.

《오셨습니까?》

그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는 뿌루퉁해 서있는 상춘의 등을 소리나게 때렸다.

《어머니가 오신게 웨 잘못인가? 별소릴 다하네. 경찰서에서 뵈였다잖어. 그날 전 어머닐 뵙고 얼마나 용길 얻었는지 모릅니다. 어머니앞에서 자식을 욕하지 말라고 하셨죠. 형사란 놈도 그 말씀엔 찔끔하더군요. 저도 어머니가 계시지만 그 말씀에 어찌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욕된 자식이 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윤도는 적어도 구류는 당할줄 알았더니 무서운 고문에도 한마디도 불지 않아서 무사히 나올수 있었다.

《어머닌 편안하셔?》

《어머니 말씀을 가끔 하십니다. 그리고 말씀 낮추세요. 저들을 상춘이같이 아들로 생각하시고 해라를 하셔야죠. 우리들모두가 어머니로 모시겠습니다. 모두 찬성이지?》

학생들은 모두 웃고 수선거렸다. 상춘이만이 화가풀리지 않은채 시무룩해있었다.

선규와 윤도는 조금 더 쉬여가시라고 했지만 아들의 눈치도 있고 또 학생들에게 방해나 되지 않을가싶어 어머니는 그곳을 나오고말았다. 결국 아들에게 아무 말도 못한셈이다. 갈 때 생각에는 아들을 붙잡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전에 큰아들때 경험도 들려줄 작정이였으나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길에 나와서야 미흡한 후회가 치밀었다.

채남이 따라나왔다.

《내가 괜히 와서 애매하게 너만… 볼일이 있을텐데 들어가봐라.》

《오늘은 어머니와 있구싶어요.》

《고맙다. 너 아예 고깝게 여기지 말어라. 상춘이 걔가 그렇게 무뚝뚝하긴 해도 속맘은 그렇잖니라.》

《알아요. 오늘같은 일을 한두번만 당했게요. 그럴 땐 다신 만나지 않겠다면서 그래도 다음날은 그런 맘이 없어지곤 해요. 친한 사인걸요.》

채남은 어머니어깨에 얼굴을 대며 몸을 잠간 싣고 걸었다. 울음을 참는것이였다.

《너들이 어릴 때부터 싸움동무가 돼서 그런거다.》

《아마 그런가봐요.》

《인제 내 그놈을 조용히 만남 너헌테 다신 그러지 못하게시리 혼내주마.》

채남은 금방 명랑해지며 웃었다.

《그만두세요. 제가 혼내주겠어요.》

어머니는 걸음을 멈추고 채남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은 조금 젖어있고 어느 집 벽돌담너머로 늘어진 개나리꽃순이 거기 어리였다. 분명 사랑을 꿈꾸는 눈이였다.

어머니와 채남은 집으로 왔다. 채남이 방에 앉자 어둡던 방이 환해보였다. 방의 가난도 동시에 드러난다. 어머니가 그걸 느끼는것은 채남과 상춘이 그렇지 않은 사이란 소문때문인가, 너무 궁색한 살림이 누구에게나 유쾌하지 않을것은 뻔하다.

그러나 채남은 조금도 시스러워할 사이가 아니였다. 일제 말기에 하자영교수가 장자울로 소개해와서 살 때에도 두집은 이웃간이였고 돌아간 채남의 어머니와는 친한 사이였다. 그때 채남은 어린애였다.

이젠 아무것도 채남앞에 허물될게 없으련만 자식의 체면때문인지 가난이 새삼스레 부담으로 된다.

어머니는 붙이다가만 종이봉지와 풀그릇을 주섬주섬 치우려 했다.

《사는게 이렇단다.》

아니해도 좋을 말을 하게 된다.

《어머니두, 저헌테 뭘 다 그런 말씀을… 어머니 고생하시는거 뵙기가 죄송한데요. 그냥 두세요. 제가 뭐 손님이예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전 갈래요. 그대로 일하세요. 제가 도와드려요.》

채남은 샤쯔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만두라는데두, 아마 네가 너 어머닐 닮아 일을 좋아하는거구나.》

채남은 그 말에 종이 추리던 손을 멈추고 어머니를 말끄러미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슬픈 빛이 잠간 그늘같이 지나갔다.

《우리 엄마가 일을 좋아하셨나요?》

《그럼.》 하다가 어머니는 채남이 지금 계모밑에서 산다는것을 깨달았다. 부질없는 말을 한 자신을 얼른 뉘우치며 화제를 돌린다.

며느리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집에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기면 의례 그러는 습관대로 벽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상춘이가 제 아버질 닮아간다.》

채남도 사진을 쳐다보았다.

《정말 우리 아버지한테서 가끔 돌아가신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요. 어떤분이셨나요?》

《어떤분은 뭬 어떤분이냐. 날 죽도록 고생만 시킨 사람이지.》

그러면서 어머니는 참으로 뜻밖에도 자기로서도 무슨 마음이 생겨서 그랬는지 세상에 자기와 죽은 남편밖에는 아무도 모르는, 한번도 누구에게 말한 일이 없는 이야기를 채남에게 하게 되였던것이다.

이야기하는 말소리는 옛 추억에 맞게 차분히 가라앉아 조용한 노래같았다. 그것은 지나간 력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가질수 있는 음조였다. 그것으로 보면 남편을 가리켜 자기를 고생만 시킨 사람이라던 말은 공연한 빈말이였고 죽은 남편에 대해서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간직하고있는게 분명했다. 그것은 또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에 대한 축복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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