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불안한 계절
13
통장 양동초네 집에서는 아침부터 두들겨대는 장고소리가 긴긴 봄날 종일토록 그치지 않았다.
리승만, 리기붕의 《정, 부통령》당선을 축하하는것이다. 달 반동안 그는 통장의 위치에서나마 그들의 당선을 위하여 손발이 되였다. 3월 15일 그날은 유권자들을 선거장으로 내몬다, 삼인조, 구인조 조장들을 통솔하고 감시한다, 그로서는 《악전고투》를 하였으니 축하할만도 한 일이였다. 혹시나 자유당이 패하고 통장자리나마 떨어질가 걱정이였는데 또다시 자유당천하가 되였다.
선거시간에 말썽을 부린 사람도 있다. 투표를 거절한 집도 있다.
자유당을 찍어주지 않은자도 있다. 그런 놈들, 그런 집들을 혼내주고 보복할 배경도 이제는 확고하다.
축하할만도 한 일이였다.
온종일 두들겨댄다. 이웃 통반장들, 열성을 보인 조장들, 어깨패들- 그러루한 패들이 모였다. 먹고살판이 생긴것이다.
《좋다아!》
어머니는 그것이 귀에 거슬리며 불안했다. 선거만 지나가면 구인조장이 되라는 성화도 지나가는만큼 시원할것 같더니 새로운 불안이 생기는것이였다.
3월 15일 아침- 유권자가 응당 누려야 할 권리와 태도,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고 당연한 일, 오직 정치적견해에 따르는 깨끗한 량심 하나만을 지니면 되는 일을 행사하는데 어머니는 여간만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며느리는 그날도 새벽에 남새장사를 나갔었다. 그가 지어놓은 밥을 들여다가 먹고 치우는 짧은 동안에도 통장은 세번이나 드나들며 독촉을 했다. 그는 큰 경사나 난것처럼 평상시에 입고 다니던 때묻은 《도꾸리샤쯔》를 벗어놓고 신사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거들먹거렸다.
《왜 이렇게 꾸물거리슈? 이따 와서 치우시잖고.》
그는 어머니가 버리려고 들고 나오는 뜨물통을 냉큼 받아서 자기가 수채에 버리면서까지 서둘러댔다.
《옷이나 갈아입으십쇼. 날이 좋습니다.》
청명한 봄날이였다. 어머니를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미 결심한바가 있었다. 선거때마다 큰아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 기억만 아니면 어머니도 눈감고 세상살아가기 편한길을 택하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아들에 대한 어미의 배신으로 된다. 죽을지언정 그것은 할 일이 아니였다.
《난 못 가겠소.》
통장의 눈은 금방 곤두섰다. 피발이 섰다.
《뭐요? 다시한번 말해보오.》
《못 가요.》
《왜요?》
《저 배추에 물도 줘야 하고 할 일이 많아요.》
귀선이 어제 팔다 남겨온 배추가 부엌모퉁이에 방석넓이만큼이나 세워져있었다. 시들지 않도록 때를 맞추어 물도 주어야 했다.
《대관절 정신이 있소, 없소? 벌써 한달전부터 약속을 해놓고 이제 와서…》
《난 약속한 일 없어요. 당신이 혼자 그래왔지.》
《차, 약속을 안했다? 배추에 물을 준다? 이까짓 배추가 하상 몇푼어치나 되게 나라의 중대사도 이 집에선 개똥만도 못하오?》
통장의 작은 몸이 홀짝 뛰더니 구두발로 배추를 짓밟았다. 연한 배추는 어석하는 소리를 내며 쓰레기가 되여버렸다.
어머니도 더는 참지 못했다.
《이게 무슨 행세요?》
《행세? 선거가 뭔지나 알고 이러오?》
《알지 않음. 선거가 옷을 주오, 밥을 주오?》
《옷을 주오, 밥을 주오? … 그럼 빨갱인 그걸 주오?》
억지로 아침부터 골목에 끌려나왔던 사람들은 어머니와 통장간의 싸움을 보고 그 틈에 뿔뿔이 헤여질 기세를 보였다. 사실 그중 차복 할머니같은 사람은 군대나간 아들의 편지도 편지려니와 구인조 조장을 한다는 어머니의 낯을 봐서 선거장에 나갈 생각이였을지 모른다. 통장은 흩어지는 그들을 보자 《어딜 가아?》 하고 소리쳐서 헤여지는 그들의 발목을 잡아놓고 《두고봅시다. 늙은이가 얼마나 그렇게 꼬장꼬장한가.》고 말하며 어머니의 아래우를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저주하듯 침을 뱉고 골목으로 나갔다. 가죽잠바(언젠가 선전화찢는 작업복에게 폭행을 하던자)가 마침 지나가다가 다투는 내용을 짐작하고 판자너머로 어머니를 같잖게 보았다.
《상춘이란 새끼 어미시군.》
어머니는 그날로 통장의 무슨 보복이 있을것을 각오했다. 그러나 그날도 다음날도 아무런 동정이 없었다.
선거득표중간발표는 자유당의 압도적승리를 과시했다. 승리에 대한 도취가 아마 통장이나 그 줄의 사람들을 너그럽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통장은 골목으로 다니면서 연방 큰소리를 쳤다.
《어림두 없지. 저희가 암만 그래봐. 괜히 반대하다간 생명도 없지, 없어.》
그날 아침에 어머니가 집앞에서 통장을 만났을 때도 그는 일부러 랭담한 태도를 취하여 못 본체 외면하고 지나가버렸다. 어머니는 통장과의 랭전이 마음 편한건 아니였지만 선거를 거부한 자신의 태도를 후회하지는 않았다.
도리여 아들들의 뒤를 따랐다는 자부심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안정감을 주었다. 만약에 통장의 요구에 못이겨 그의 비위를 맞추었더라면 며느리도, 아들도 선거를 거부한 그들을 무슨 낯으로 대할수 있었으랴. 자식들과 같은 길을 함께 가지 않고 홀로 딴 길을 가는 어미의 외로운 모습은 생각만 해도 처량한 일이였다.
어머니는 본능이 가리키는대로 행동했다. 모성이 가지는 만족감과 안정감이 어머니의 몸을 감싸고돌았다.
그 자족감은 마산사건소식을 들었을 때 더욱 부풀어올랐다. 마산에서는 시민이 봉기했다. 피를 흘렸다.
3월 15일 밤부터 무장경찰관호위아래 개표가 진행될 때 수천명의 군중이 일제히 일어나 마산 전 시가지를 뒤덮었다.
주림과 파쑈적억압에 시달리던 마산시민들의 거센 파도는 한꺼번에 뚝을 무너뜨렸다. 시위군중들의 돌과 곤봉, 경찰의 최루탄과 실탄사격, 밤이 되자 경찰의 악독한 보복을 예상한 시위대들은 연도의 가로등을 깨뜨려 암흑을 만들며 전진했다. 사면에서 파출소가 화염에 싸였다. 자유당소속 《국회》의원의 집을 파괴하고 개표장인 시청을 포위했다. 칠흑같은 암흑속에 바다의 파도소리만 들리는 도시에서 피를 내기 시작한 경찰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사격을 가했다. 저의 집을 불과 10여메터 거리에다 두고 움직이는 물체만 보면 그냥 쏘아버리는 경찰관들의 총기가 두려워서 남의 집 추녀밑에서 오돌오돌 떨며 밤을 새운 열두살의 소녀-
학생과 소년들을 닥치는대로 잡아가두고 잔인한 고문을 가했다. 사식을 넣으러 간 어머니를 잡아가두었다. 어머니는 마산의 그 녀인의 이야기를 상춘이한테서 듣고 간밤에 잠들수가 없었다. 지난날의 자신의 체험이였고 또 앞으로 당할지 모를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였다.
만약에 어머니가 통장의 공갈에 못이겨서 구인조 조장을 했다든지 선거에 참가했다면 아들과 마산시민들 특히 그 녀인에게 부끄러움을 느꼈어야 할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것을 단연코 거절했다. 마산시민들이 총칼을 맞받아 피흘리며 나가는 그 대렬속에 자신을 세워보는데 어머니는 내심 조금도 거북함이 없었다. 어머니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일에는 반드시 옳은 리치가 그속에 있다는 소박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다.
대중은 결코 옳지 않은 일에 말려드는 일이 없다. 량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한몸을 그 거류에 던지지 않고는 견딜수 없을만 한, 그만큼 커다란 진리가 그속에는 반드시 있는 법이다. 3. 1운동이 그러했고 6. 10만세나 광주학생사건이 그러한 거류의 강물이였다. 그와 같은 전국적인 사건은 그만두고라도 촌이나 서울에서 사소한 일을 두고보아도 여러 사람을 움직이게 할수 있는 힘은 오직 옳은 일뿐이였다.
옳은편에 서있으면 언제나 마음이 든든하다. 비록 그것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 하더라도 마음 한구석 편하고 든든한 법이다.
그 며칠동안에 봄이 달음박질해오듯이 마산사건은 그 무엇을 재촉하는 봄우뢰였는지 무엇인가가 육박해오는 기운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마다 그 우뢰를 듣는건 아니였다. 통장은 잔치를 차렸다.
그는 마산사건이 전하는 우뢰소리따위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설혹 들렸다 하더라도 천리밖의 모기소리쯤으로 들었을지 모른다.
그러기에 그는 잔치를 차리고 자유당의 승리를 축하한다.
《좋다아!》
마구 두들겨댄다. 꽹과리대신 세수대야를 두들기는 소리도 들린다. 골목이 떠나간다.
《이놈들 나오너라!》
누구를 나오라는지 그런 고함도 들렸다. 마침내 그 란장판은 어머니네 집앞에까지 왔다. 굳이 더 요란스럽게 두들겨댄다.
상춘은 깜박했던 잠에서 깨여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는 어제 밤 늦도록 학생들과 금후 그들이 취할 태도를 론의해보았다. 그들은 마산사건을 새 제도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보았다. 학생들도 수수방관할수 없는 일이였다. 그러나 아직 분격과 울분뿐이였고 구체적방안은 세우지 못했다.
《저것들이 세상을 만난줄 알고…》
상춘은 눈살을 찌프린다.
통장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 집 마나님 좀 봅시다.》
술에 취한 거친 목소리였다.
어머니는 참지 못하는 상춘을 눌러 억지로 눕혀놓고도 발을 굴러 꼼짝 말라는 시늉을 해보이며 문을 열었다.
통장은 트집조로 나왔다.
《선거날은 그랬다치고 오늘은 적어도 리승만박사의 <대통령>당선을 축하하는데 아무리 통장이나 해먹는 천하고 보잘것없는 놈의 집 잔치로서니 그래 와서 인사 한마디쯤 하면 댁의 지체가 낮아지오, 떨어지오?》
《당찮은 말도 하십니다. 집에 일이 좀 있어…》
《사람괄셀 너무 그리 말란 말요. 권세환<국회>의원령감과 친분이 두터운 댁이니까 이런 통장나부랭이쯤 눈에 차지 않는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정말 난 권세환령감께 망신했소. 좋아, 난 망신해도 좋아. 그렇지만 이 집이 어떤 집인가는 내가 알고있단 말요. 그러나 아, 사람이란 그렇지 못해서…》
통장의 혀꼬부라진 말은 길어질 잡도리였으나 어떤자가 와서 그를 끌었다.
《뭘 이까짓 놈 집에 와서 시시하게 연설이야. 나종에 이거 하나면 다 알아볼걸 갖구.》
주먹을 공중에 대고 흔들었다. 어머니는 만성이 돼서 그따위 위협은 심상했지만 아들이 방에서 뛰여나올가 그게 걱정이였다. 밖에서 문에 몸을 실어 지그시 밀막았다. 다행히 통장은 게두덜거리기만 하고 《주먹》이 끄는대로 끌려나갔다.
방으로 들어온 어머니는 상춘에게 어디론가 피하라는 말이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들을 집에서 자기 손으로 지키지 못한다는 무력이 서글펐다.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겁부터 먼저 앞세워 허둥거리는것도 뭣했다.
상춘은 심상하게 도로 누웠다. 자리에 눕자 공부에 련일 쌓인 피곤이 한꺼번에 엄습했다. 아들이 그렇게 태연한 태도로 나오자 어머니도 울렁거리던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 집 마누라 어디 좀 봅시다.》
또다시 통장의 혀꼬부라진 소리가 문밖에 들렸다. 듣는 사람의 비위를 대번에 거슬리게 하는 소리였다. 모든걸 참고 견디려던 어머니도 문을 거칠게 열지 않고는 배길수가 없었다.
《아드님도 와계시군. 그래서 마나님이 기운이 나신다 그 말씀인가? 좋아, 여보.》
상춘이 일어났다.
《어서 오십쇼.》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쇼- 누굴 오라마라 해? 책을 보신다 그 말씀이군. 학자님의 집은 이렇게 도도한가?》
《취하셨군요. 가서 주무십쇼.》
《뭐 내가 취해? 건방지게 뭐야? 난 너따위 건방진 학생들관 상관없어. 이 집 마나님과 할 말이 있지. 여보, 마나님. 사람의 말이 말같지 않은가? 아까 와서 그만큼 말했음 한번쯤 코배길 내미는게 사람의 인사지. 통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래두 그러지 못할텐데… 당신 눈엔 시시해뵈도 난 통장야 튀엣!》
상춘도 그만 참지 못했다.
《여보, 가서 자라는데 뭐가 나빠서 로인보고 그따위 말버릇이요?》
상춘의 말이 원체 단호하자 통장은 기가 질려서 말은 못하고 방안만 넘성거렸다. 누가 또 다른 사람이 없나 보는것이다.
《뭐냐 말요?》
상춘은 통장에게 틈을 주지 않고 몰아세웠다. 통장은 형세가 불리함을 느꼈는지 게두덜거리며 뒤를 흘끔거리고 나갔다.
어머니는 통장을 그렇게 쫓아보낸게 통쾌했으나 뒤가 개운치는 않았다. 아니나다를가 금방 7~8명의 취한들이 달려들었다. 그들은 시비곡절이 없었다. 닥치는대로 부시기부터 했다.
《저놈을 잡아라!》
가죽잠바였다. 그는 상춘에게로 달려들었다. 손에는 몽둥이를 들었다. 7~8명이 상춘을 포위했다. 상춘은 벽을 등지고 들어오는대로 발길질이였다.
《잡아라. 빨갱이다!》
취한들이 웨치며 부시며 집은 금시로 수라장이 되여갔다.
상춘은 가까스로 몸을 피했다. 취한들은 상춘을 따라갔으나 잡지는 못했는지 통장의 집에서는 또다시 장고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오히려 올게 오고야말았다는 일종의 체념으로 란장판이 된 집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조금이라도 바람을 피해보려는 마음에서 통장에게 저자세를 취해온게 분할따름이였다.
마당에는 토기그릇과 깨진 사금파리들이 여기저기 널렸다. 물독까지 깨뜨려놓아 질퍽거렸다. 쪽문기둥도 찌그러졌다. 그들은 사람에 대한 박해도 박해려니와 도시 그 마을에서 어머니일가가 살지 못하게 하자는 수작이였다. 방문도 떨어져나가 한쪽돌쩌귀에 매달려서 저녁녘부는 바람에 덜커덩거렸다.
차복 할머니나 다른 이웃들이 와서 그 처참한 광경을 보면서도 아무도 치울 생각을 안했다. 손댈것없이 그대로 두고보며 억울하고 분함을 뼈에 새기자는 저항심도 작용했다. 어린 영조만이 란장판이 된 부엌에서 자기의 숟가락이 하나 보이는대로 집어들고 울고있었다.
어머니는 상춘이 걱정이였다. 끝내 잡히지 않고 몸을 피했는지 아래로 내려가서 그놈들이 사람을 잡아가둔다는 청년단 사무실과 창고들을 찾아 다녀보았다. 아무데도 상춘은 보이지 않았다.
집에는 며느리가 와서 장도리를 가지고 떨어진 방문돌쩌귀에 못을 치고있었다. 어머니가 집에서 나가자 엇바뀌여 들어왔던것이다.
쓰러진 기둥도 바로세워놓았고 깨진 독쪼각들도 한편으로 치워놓았다.
며느리는 어머니를 보자 못질하던 장도리를 든채 달려나왔다.
《다치신덴 없으세요?》
어머니는 며느리가 대견할뿐이였다. 며느리는 락망하지도 않고 떨지도 않았다. 비바람이 지나간 끝에 집을 손질하는것쯤으로 알고있는 모양이다.
어머니는 상춘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려니와 한편으론 이 꼴을 보고 락심하고 슬퍼할 며느리가 더 걱정이였었다.
《그건 고쳐 뭘 하니?》
《왜요? 그까짓것들이 그랬다고 뭐 살림을 그만두나요. 그럴수록 억척같이 살아야 해요.》
어머니는 무엇보다도 마음 꿋꿋한 며느리가 고마왔다.
《네가 그렇게만 생각한담 난 아무 걱정없다. 그까짓 세간부서진건 아무렇지도 않다. 혹시 너라도 기운을 잃을가 그게 걱정이였다.》
《이런 일에 하나하나 기운을 잃다간 어떻게 살게요. 이런 일이 한두번인가요. 오늘 장에서…》 하다가 그는 와락 어머니가슴에 와서 쓰러지듯 안기였다.
쏟아지는 격정을 참느라고 울음을 삼키면 어깨는 더욱 들먹거려 마치 어린애같았다.
사실 그의 하루하루의 장사생활은 말은 아니해도 울수도 없는 기막힌 사연들의 련속이였다.
그날만 해도 시장에서 순경이 그의 광주리를 발길로 걷어찼다.
기마순경과 짝패가 돼서 시장안 교통을 정리하러 나온 패들이였다.
귀선은 순경에게 덤벼들었다가 정갱이를 채우고 녀자로서는 차마 듣지 못할 쌍욕을 들었었다. 자유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후 경찰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다. 종전과 같은 경찰만능의 무법천지를 또다시 연장했다는 그들의 만만한 자신심에서 오는 행패였다.
귀선이 그같은 굴욕과 박해를 받는건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십년도 넘어 계속되는 치욕의 날들이였다. 그러나 그는 한번도 그것을 모멸로 받지 않았다. 모멸을 당할만 한 일을 하지 않은 그를 모멸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러한자들이 아무때고 저희들이 들어갈 무덤을 스스로 파는 만행으로 그것을 보아오는데 습관되여왔다.
그 신념이 밖에서 아무리 억울하고 욕된 일을 당해도 시어머니앞에 내색하지 않고 언제나 명랑하게 웃는 얼굴로만 문을 들어서게 했다.
그 며느리가 지금 우는것이다. 어머니는 우는 까닭을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잘 아는 일을.
귀선은 한쪽다리를 절었다.
《기둥을 세우다가 조금 다쳤더니, 자고남 나요.》
귀선은 절지 않는체 하고 다리에 힘을 주다가는 입을 딱딱 벌리고 얼굴을 찡그리며 다리를 움츠렸다.
《보자, 얼마나 다쳤게 그러니?》
귀선은 한사코 다리를 보이지 않았다. 문도 다시 달아놓고 방도 치워서 들어가 앉게 된 다음 귀선은 게면쩍은듯 말했다.
《인젠 됐어요. 이렇게 치워놓으니까 맘도 가라앉아요. 아깐 집이라고 들어서자 그 꼴이고 속이 상하는걸 가까스로 참고 견디다가 어머닐 보니까 괜히 못나게 그렇게 됐어요. 이런 나이에도 주책없이 어머니앞에선 아이가 되는 모양이예요.》
《대수냐, 참고 살아만 가자.》
《살지 않구요. 그런데 선거가 끝나더니 또 우리같은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가 봐요.》
《…》
《그러잖음 왜 또 우리 집을 부시겠어요. 마산사건을 가지고 빨갱이짓이라고 한다더니 또 한번 우리 같은 사람들을 눌러놓자는건가 봐요.》
어머니는 몇번 망설이다가 그동안 상춘으로 해서 생긴 일들을 귀선에게 들려주었다. 협박장이란 말이 나올 때부터 귀선은 얼굴이 긴장했다. 작을사한 눈에 분노가 어리며 눈까풀이 바르르 떨리기도 했다. 귀선이 자신은 장마당을 비롯해서 어디서나 순경들에게, 시장 수금원들에게, 야속한 고객들에게 온갖 수모를 받고있지만 어머니는 그이상으로 집에서 당국의 박해와 멸시에 시달리고있다.
《왜 진작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나 혼자 당하는것만도 뭣한데 너까지…》
《…》
귀선은 앞으로도 당해야 할 무수한 고난의 길을 내다보며 어머니의 거치른 손을 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