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불안한 계절

12

 

《어서들 나오쇼…》

《빨리들 나와요오…》

통장이 골목을 누비며 다녔다.

강연시간이 가까왔으니 학교운동장으로 어서 나오라는것이다. 집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영조가 할머니에게 가자고 조르고있었다.

《네 어멈 봐라, 어멈이 저런데 할멈이 어딜 가니? …》

영조도 그 말에는 대답을 못하고 심술이 나서 엄마가 눈을 뜨기만 기다렸다. 평소에 엄마는 엄하고 할머니는 만만해서 모든 떼는 다 할머니한테 써왔는데 오늘은 할머니가 무섭기만 했다. 그래서 엄마가 눈을 뜨면 할머니를 가라고 할것 같은데 엄마의 눈은 꼭 감겨만 있다.

통장이 널쪽문을 발길로 차는지 요란스런 소리를 내고 들어섰다.

《마나님 계쇼?》

어머니가 나갔다. 통장이 딱딱거린다.

《아니, 뭘 하슈? 어서 모두들 데리고 나와야지…》

구인조 조장의 책임을 가리키는 말이였다.

《우리 며느리가 별안간 쓰러져서 지금…》

《쓰러졌음 죽었단 말씀요, 어쨌단 말요?》

《앓고있어요.》

《앓음. 아, 그동안 죽을가 걱정이쇼? 내 참, 따님도 와있는거 같습니다그려. 몰라요, 어서 나와서 모두 모으슈. 책임도 졌겠다, 학부형이겠다, 어디다 대고 못 가시겠다는겁니까? 손자는 꽤 귀여워하시는 모양인데 아이가 학교를 못 다녀도 좋다 그 말씀요, 어떡허는 말씀요? 딴 집들도 그래요, 가기 싫거든 이 동네 살지 말고 북한 빨갱이땅으로 가라고 그러슈. 이름도 올라가고 했으니까 나종 후환 모릅니다.》

통장은 홱 돌아서서 나가버렸다.

《빨리 나오쇼오…》

통장은 전번과도 다르다. 단호한 태도로 나왔다. 그러거나말거나 어머니의 마음은 며느리에게로만 쏠리여 나중 일을 생각할 계제가 아니였다.

《어머니, 가서 듣는것처럼 하고 오세요.》

상란이 보다못해 말했다.

《이판에 내가 무슨 정성이 뻗쳤다구 선거연설 들으러 다니겠니?》

《쟤도 울고있잖아요?》

영조는 학교에서도 강조했거니와 통장이 또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울고있는것이다.

《영조야, 너 착하다. 어멈이 이러고있는데 할멈이 어딜 가니, 이담 가자.》

귀선이 눈을 떴다. 눈가장자리에 가늘게 경련이 지나갔다.

《어떠냐, 뭘 좀 먹으련?》

귀선은 억지로 웃으려들었으나 그것이 도리여 슬퍼보였다.

《쟤 데리고 가세요. 가시기나 하는거야 뭐래요. 투표만 안하면 돼요. 가세요.》

어머니는 생각끝에 물었다.

《가도 되겠니?》

《가세요.》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얼른 듣는체 하다 올테니 꼼짝말고 눴어라.》

이웃집 차복 할머니가 한장의 편지를 들고 왔다. 어머니는 또 한번 가슴이 섬찍했다.

《웬 편지예요?》

《이거 좀 봐주슈. 아들한테서 온거라는데 까막눈이 돼서.》

그의 아들은 군대에 나가있다. 상란이 밝은 해빛에 나와서 편지를 읽어주었다.

 

어머님전상서

 

다름아니오라 이번 선거에 대해서 어머니께 부탁하옵니다. 《대통령》에는 리승만박사를 모셔야 하며 《부통령》에는 리기붕선생을 찍어 모셔야 합니다. 《대통령》기호는 2번, 《부통령》기호는 1번으로 되여있으니 누가 무어라 하더라도 우리 집에서는 그 기호에 꼭 찍어야 됩니다.

우리 《국군》은 일제히 그렇게 하기로 되여있사온바 어머니께서도 명심하시와 그렇게 하시고 그 보증을 통장에게 받아서 보내주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이 자유당을 반대한것으로 되오며 저에게 오는 영향이 있습니다.

군무에 바빠 이만 총총 그칩니다.

                                                                                    불효아들 올림

 

편지는 군검열을 거치는만치 제 뜻이 아니고 마지못해 쓴 욕된 마음이 집의 안부 한마디조차 묻고있지 않은 극히 사무적인것이였다.

차복 할머니는 편지를 받아서 꾸겨 허리춤에 찌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놈들, 자알한다. 집에선 굶어죽는 놈들을 통장, 반장, 삼인조장, 구인조 조장이 오라가라 야단이야, 밖에선 군대나간 자식까지. 세상 자알된다.》

차복 할머니는 편지를 꺼내더니 다시 꾸겨 땅에다 팡개쳤다.

《자아, 학교로들 갑시다아!》

차복 할머니가 별안간 손벽을 치며 소리쳤다. 화나는 심정을 그렇게 엇조로라도 풀어야 견디겠는 모양이였다.

《제기랄, 내가 통장이다. 가자아, 학교로 안 감 기합이다아.》

학교운동장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놓았다. 《완장》들이 있어 들어가게만 하고 나오지는 못하게 했다.

시간이 되자 교문으로 세단차가 다섯대나 미끄러져들어왔다. 강연회에 출연하는 연사들이였다. 그들가운데는 뜻밖에도 권세환이 끼워있었다. 그는 머리를 차유리밖으로 내밀고 손을 흔들어 군중들에게 친밀감을 표시했다.

어머니는 그의 눈에 띄울가 남의 뒤로 몸을 숨겼다. 그를 보자 반사적으로 협박장이 머리에 떠오르며 그렇게 되는것이였다. S경찰서 형사한테서 들은 말, 환평제분회사에 대해서 아들이 썼다는 글, 그런것이 련결되며 그를 지목했으나 상춘은 별로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아무튼 협박장이 그 근처에서 온것만은 틀림없다고 믿고있는데 지금 그를 보게 된다.

어머니는 며느리의 일도 궁금하여 빠져나오려고만 했으나 운동장주위를 지키고 서있는 완장들이 놓아주지 않았다.

강연회는 진행되였다.

학교현관앞에 단을 만들고 마이크를 설치했으며 뒤로는 연사들과 주최자측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좌우로는 유지들인 신사, 숙녀들이 수십명 늘어앉았다.

연사들이 차례차례 나섰다. 《국회》의원, 상공회의소 리사장, 학교후원회 회장 그러한 인사들이였다.

그들은 팔을 휘젓고 발을 구르며 마이크를 잡고 몸부림을 치며 이른바 사자후(열변을 토하는 연설)를 토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이번 선거에서 리승만이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날에는 이 땅에 황금소나기쏟아지는 《복지사회》가 된다는것이였다. 가난이 없어지고 사회악이 일소되며 산업이 진흥된다는, 들으면 저절로 신이 나는 선거공약이였다.

그러나 청중은 아무러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운동장이 터지도록 초만원을 이룬 그들은 야유를 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 하여 화려한 공약에 박수도 보내지 않았다. 침묵이 운동장을 지배한다. 통장이나 완장들이 가끔 박수를 쳤으나 그것은 외롭게 들리며 공기를 더욱 음산케 만들었다.

강연회는 사람의 머리수로는 대성황을 이루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있는것이다.

주최자측에서 교장이 일어나 학부형제씨들의 이름으로 호소하여 박수를 열심히 치자고 자신이 시범까지 해보였으나 얼어붙은 운동장을 녹일 힘은 없었다.

주최자들은 서로 무엇인가 수군거리며 들락날락하는데 열광하지 않는 운동장분위기에 몸이 달아하는 모양이였다.

《박수를 치십쇼.》

교장이 재차 호소해보았다.

어머니는 속으로 웃었다. 옆의 사람들도 코웃음을 치고있었다. 그때 보이지 않던 통장이 나타나더니 어머니의 손을 끌었다.

《가십시다.》

영문을 모를 일이였다.

《어디루요?》

《오시기나 하십쇼. 세상에 살다가 이런 일도 있어야지, 오기나 하세요. 나종에 한턱 쓰십쇼. 내 뭐랬습니까, 오시자고 했죠?》

통장은 혼자서 신바람이 났다. 무작정 어머니를 끌었다. 빽빽한 사람들의 틈을 비집기가 힘들자 운동장을 돌아서 학교뒤로 하여 복도를 빠져 현관으로 나왔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만여명의 사람들.

어머니는 당황하여 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이 《유지석》으로 밀리여 들어섰다.

권세환이 마주 나와 반색을 했다.

《사모님, 오래간만입니다. 이런데서 뵈여 기쁩니다.》

어머니는 얼떨떨하기만 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영문인지 첫째로 그것을 몰랐다. 상대가 권세환이고 보면 좋은 일이 아닐건 분명하나 그렇다고 하여 그 어마어마한 자리에서 어쩔 도리도 없었다. 꼼짝없이 피동에 빠져버렸다.

권세환은 어머니에게 의자를 권했다. 그가 그렇게 륭숭하게 나오자 옆의 사람들도 저마다 일어나서 자리를 비킨다.

운동장의 시선이 일제히 그리로 집중되였다. 어차피 연설은 들으나마나 여든에 이앓는 소리들만 같았고 무엇인가의 변화만을 바라는 판이였다.

《여러분!》

운동장의 궁금증을 풀어라도 주려는듯 권세환은 마이크앞으로 나섰다.

어머니는 뜻하지 않은 어떤 기억에 놀랐다. 젊어서 고향에 살 때 권세환의 아비 권생원이 마을사람들에게 호통을 칠 때 듣던 바로 그 목청을 들었던것이다. 풍채는 그 아비를 닮은데가 없어 강파른데 목청은 어쩌면 그렇게도 같을가, 희한한 느낌에 어머니는 몸을 떨었다.

권생원의 그 카랑카랑한 높은 목소리가 한번 울리면 마을에는 풍파가 일었던것이다.

《…오늘 여러분들가운데서 나는 옛날 나의 소학교시절의 은사이며 고매한 인격자였던 민족주의자 오원필선생님의 로부인을 만나뵐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바로 여기 앉아계신분이 옛날 나의 사모님입니다.》

청중속에서는 탄성이 올랐다. 웬 늙은이를 저토록 우대하나 궁금했더니 그러한 아름다운 인연이 있었구나 하는 수수께끼가 풀리는 탄성이였다. 좌우의 점잖은 유지들도 모두 고개를 늘여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로서는 가슴을 쥐여뜯고싶도록 분한 일이였다.

《여러분… 리박사는 만수를 사시고 돌아가시기까지 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며 만에 일이라도 각하를 여의는 날이 나라는 빛을 잃고 국민들은 갈바를 모를것입니다. 저 하늘에 첩첩한 구름이 덮인 날씨라도 리박사가 탄 기수앞에서는 구름이 갈라져나가며 해빛이 비치고 아무리 풍랑이 심한 바다위라도 리박사가 낚시대를 드리우면 물결이 가라앉으며 리박사가 산책을 할 때면 춘하추동 어느 계절 할것없이 새들이 몰려와 노래를 부릅니다.

여러분… 리박사는 지금 80고령에 계시지만 나의 스승이시던 오원필선생께서 항상 강조하신바와 같이 그 긴 생애의 하루하루가 바로 우리 민족을 살리기 위한 고난의 날들이였습니다.》

순간 어머니는 용수철이 튀듯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거짓말이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목이 콱 잠겨버리는 음성으로 그렇게 웨치고 자리에서 나오고말았다. 어머니의 얼굴이 어찌나 서리발같던지 누구 하나 막을 생각을 못했다.

지금까지 어머니는 세상을 못 본체 무슨 말을 듣거나 일을 당해도 참아왔다. 그러나 권세환의 그 거짓말만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를 차고 일어나도록 참을수가 없었다.

남편이 말하던 리승만은 협잡군이였다. 욕심꾸러기였다. 수치도, 체면도, 의리도, 인정도 없는 오직 권세와 돈만을 아는자, 인간적인 감정의 일체를 버리고 돌아보지 않는 철면피였다. 그가 가는 곳 어디에나 평지풍파의 파벌싸움이 벌어졌다. 하와이에 가면 하와이에서, 미국에 가면 미국에서 그 싸움이 교포들사이에 벌어지기마련이였다. 동포들의 공유재산을 자기 개인명의로 바꾸어놓기 위하여 테로와 협박의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말과 문필로는 민주주의를 떠들면서 행동으로는 폭력단의 괴수로서 몽둥이찜질을 하며 동포들의 등을 쳐먹었다. 자리를 차고 나오는 어머니의 뇌리에는 남편의 말들이 일시에 떠올랐다. 그런데 권세환은 어머니가 나온것도 모르고 리승만을 《독립투사》로 묘사하고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남편으로부터 리승만은 미국에 붙어서 《위임통치》를 해달라고 애걸한 매국노이며 협잡군, 불한당이라는것을 들어왔다. 애국의 일념으로 젊음을 불태우며 조선의 독립을 갈망하던 남편은 오로지 백두산과 만주벌판을 주름잡으며 무장을 잡으시고 왜놈들을 격멸하시던 김일성장군님을 우러러보며 살아왔다. 오로지 일성장군님께서 계심으로 하여 조국해방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것을 믿어왔다.

남편은 일성장군님에 대해 많은것을 알고있었다. 그뿐아니였다. 당시 국내에는 장자울과 같은 촌에 이르기까지 그분에 대한 전설과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돌았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들을 태양과 같이 믿었다. 아무리 암담한 때에도 저녁 모기불을 둘러싸고 혹은 정자나무밑에서, 사랑방에서 그 이야기만 오고가면 사람들은 앞날의 희망을 잃지 않았다.

남편은 아이들을 장차 그분을 따르도록 가르치라고 유언했다.

그후 사태로 보면 남편의 말이 얼마나 옳았던가가 예언자의 말같이 생각되며 잠시나마 그 자리에 앉았던 일이 치욕스러워 몸이 떨렸다. 권세환은 어머니가 아는 리승만과는 정반대의 내용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미사려구를 늘어놓으면서 떠들었다. 청중들은 아무러한 감동도, 반응도 없이 서있었다.

《여러분!》

권세환은 마이크앞에서 한걸음 물러나며 음성을 낮추어 은근한 목소리로 청중을 불렀다.

《…나의 소년시절에 리승만박사의 그렇듯 고귀한 명성을 맨 처음 들려주어 어린 가슴을 뛰게 해주신분이 누구냐 하면 바로 여기 앉아계신…》

연설의 효과를 내기 위하여 몸을 돌리며 어머니를 가리켰으나 어머니는 거기에 없었다. 멋진 몸짓으로 높이 들었던 팔이 동작을 잃고 허공에서 어쩔줄을 몰랐다.

청중은 와르르 웃었다.

처음에는 인정의 기미를 포착할줄 아는 웅변술에 약간의 흥미를 느꼈다가 분연히 퇴장해버리는 어머니를 보며 다시한번 수수께끼에 말려들어가던 청중속에서 일시에 수수께끼가 풀리며 폭소가 터졌다.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며 청중쪽으로 다시 몸을 돌린 권세환은 그의 배심으로도 감히 얼굴을 들수 없었다.

분연히 걸어가는 어머니의 조그만 뒤모습에 이를 갈았으나 등에서 땀이 흘렀다. 그의 권력으로도 당장은 어머니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소란해진 운동장을 어떻게 수습할 묘책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악운에 강한 사람이였다. 난처한 그 자리를 모면이나 해주듯 학교앞 큰길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부정선거를 배격하자!》

학교건물에 와서 부딪쳐 메아리치는 우렁찬 구호였다.

《썩은 정치 물러가라!》

《학원을 정치도구로 삼지 말라!》

《학부형들은 속지 말라!》

중, 고등학생들과 청년들이 삐라를 뿌렸다. 그들은 모자를 벗어 손에 움켜쥔 팔을 높이 들어 저마다 구호를 웨쳤다.

《굶주린 백성은 통곡한다!》

운동장의 청중들은 와아 소리를 내며 단번에 그리로 몰려나갔다. 운동장을 경비하는 완장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시위에 합류한다.

권세환이 마이크에 매달려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치며 호소해보았으나 헛일이였다. 운동장이 삽시간에 허룩하게 비여버린다. 마이크앞 특별석에서도 자리가 비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큰길쪽으로 달려나갔다. 삐라도 삐라려니와 그 무서운 고역에서 해방되는 기쁨이 컸다.

《썩은 정치 물러가라!》

운동장을 호위하던 경관들과 완장들이 청년들한테로 뛰여들었다. 학생들의 두꺼운 장벽이 경관과 완장들을 밀어낸다. 충돌이 벌어졌다. 량편이 한데 범벅이 되여 수라장을 이룬다.

삐라가 공중에 날은다. 허공에서 확 뿌려진 삐라가 천천히 바람에 날리며 군중들의 머리우로 떨어진다.

그것을 잡으려고 수많은 손들이 수풀같이 올라간다.

《학원을 정치도구로 삼지 말라!》

분격에 차서 웨치는 학생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나이였다. 많은 어머니들의 다른 아들들이련만 서로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똑같이 용감도 했다.

순경에게 꼭두를 잡혀 련행되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고 군중들만 갈팡거린다. 큰길에는 먼지가 뽀얗다. 여기저기에 발에 밟힌 삐라가 날린다.

어머니는 누가 보지 않게 삐라를 한장 집어서 가슴에 넣었다. 시위는 해산되였다. 운동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답답하던 연설보다 짧은 동안의 시위가 빚어낸 흥분에 취해있었다.

썩은 정치 갈아보자는 웨침은 그들의 가슴에서도 튀여나오는 절규였다.

통장이 어머니를 따라왔다.

《마나님, 왜 거기서 빠졌죠? 권세환선생님이 얼마나 망신을 했는지 알아요? 사람들이 모두 웃지 않습디까? 에잇, 또 학생놈의 새끼들땜에 강연회가 파투가 됐거던요. 그런 놈들은 총으로 쏴죽여도 돼요.》

자못 애석한 모양이였다. 씩씩거렸다.

마치도 어머니에게 어떤 분풀이라도 하지 못해 발광을 하는것 같았다.

《저들이 암만 그래봐요. 리승만박사가 <대통령>이 안되나? 개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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