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월 30일 이른아침.
황초령을 넘어온 소뿔 뺀다는 강풍이 흥남땅에 와서도 기세가 죽지 않고 몰아쳤다.
2. 8비날론련합기업소는 짙은 안개같이 뽀얀 눈가루장막에 뒤덮였다. 눈바람질에 숨이 막히고 눈을 뜨기조차 어려웠다. 60년래에 처음 들이닥친 강추위는 근 한달째 좀처럼 물러가지 않아 현장온도가 내려가는 바람에 비날론생산에까지 지장을 주었다. 그러나 금야탄광에서 석탄이 제때에 도착하고 75톤짜리 대형순환비등층보이라가 만가동하여 직장마다 증기열을 세괃게 쏴주니 인츰 생산이 정상화되였다.
《
《일없소. 가보기요. 천천히 걸어갔다오면 운동도 되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나는 방사기들의 가동정형을 보아야 마음이 놓입니다.》
실상
《비날론띠섬유가 신통히 콩으로 만든 인조고기같구만.》
윤정기책임비서의 얼굴에 순박하달 정도의 조용한 웃음이 피여났다. 윤정기는
아마도 지금
일군은 마땅히 아직 견본제품에 불과한 성과를 놓고 자랑을 앞세우고 들뜨고 만족에 취해있을것이 아니라 해놓은 일이 상업적단계에 이를 때까지 성사시키며 실리있고 중단되지 않는 생산경영이 되도록 왼심을 쓰고 걱정을 하고 실행방도를 찾아내야 하는것이다.
《2. 8비날론련합기업소에서 내가 작년 8월에 왔을 때보다 일을 많이 했소. 기업소일군들과 로동자, 기술자들이 모두 수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지. 책임비서, 그렇지 않소?》
《그렇습니다. 이 기업소동무들이 수고했지만
《그래주시오, 책임비서동무. 초산, 가성소다, 염화비닐같은 기초화학제품이 인민소비품생산에 절실히 필요하지.》
구내상공에서 울부짖는 눈보라소리는 좀처럼 그칠줄 몰랐다. 메마른 수삼나무가지들을 뒤흔들며 불어친 눈보라는
《
2. 8비날론련합기업소 책임비서가 송구해서 말씀올렸다.
《그렇지만 저희들의 간절한 소원은… 이렇게 날씨가 추운 때만은…》
《고맙소. 하지만 내가 이렇게 자주 다녀야 비날론기업소일이 잘될수 있습니다. 그만 헤여지기요. 내가 오늘 2. 8비날론련합기업소 일군들과 로동자, 기술자들에게 당부하고싶은것은 앞으로 일을 더 많이 해달라는것입니다. 동무들이 비날론준공식에 뒤이어 생산기술공정들을 빨리 건설하고 돌려야 인민생활문제의 한고리가 실지로 풀릴수 있습니다.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 나는 어떤 강추위나 눈비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겠습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 차에 오르시오. 룡성기계련합기업소로 갑시다. 룡성기계로동계급이 수소정제탑을 한창 만들고있다지.》
×
강철쇠밥단내와 기름냄새, 랭각유내가 혼합된 기계공장특유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숲에 들어서면 해빛속에 자라는 푸른 잎사귀의 싱그러운
냄새와 땅에 떨어져 부식토로 변해가는 락엽냄새가 맡기 좋은것처럼 기계공장현장에서는 사람의 힘을 대신하여 강쇠를 깎아내는 듬직한 기계설비들에서
풍기는 엇구수한 단쇠비린내가 좋다. 그것은 일찌기
《저기가 수소정제탑을 만드는 제관작업장같구만.》
《그렇습니다.
조창주지배인은 떡 버티고서서 앞으로 나갈념을 안했다.
희푸르스름한 용접가스연기가 서린 제관작업장에는 둘레가 엄청나게 큰 수소정제탑동체들이 채광장트라스천정에 닿을듯이 키를 솟구고있었다.
《가보기요. 용접가스내 난다고 〈와쎄나조약〉의 빗장을 지른 미국의 거만한 코대를 꺾고 자력갱생의 장훈을 부르는 우리 기술자, 로동자동무들을 만나보지 않겠소?》
윤정기는 과업을 받은 즉시 룡성기계련합기업소에 내려가 수소정제탑제작기술협의회를 열었다. 유능한 설계가, 제관공, 용접기능공들과 지배인,
기사장, 기술자들이 참가한 협의회는 초고압설비를 처음 만드는데서 오는 위구와 우려심이 있었지만
단시일내에 수소정제탑동체와 발통, 반구형경판설계를 해내고 기술준비를 하였으며 순 우리의 합금강철판자재와 우리 용접기술로 만들기 시작한것이다.
《한달사이에 수소정제탑동체말이를 거의 끝내고 반구형경판들도 다 만들었단 말이지. 대단하오, 대단해.》
사람키의 다섯배는 실히 되는 집채같은 수소정제탑들은 볼수록 장관이였다.
《동체가 이중으로 되여있다지. 수소정제탑에 굉장한 압력이 작용하겠지?》
《예, 정상반응압력은 350기압이고 최고 500기압까지 견뎌야 합니다.》
《용접을 잘해야겠구만. 용접이 기본이겠소.》
《그렇습니다,
《용접공을 만나보자구. 기능공을 데려오오.》
제관작업장이 추웠으나
지배인이 진태범작업반장을 데리고와
반장은 키는 크지 않았으나 둥실한 량어깨박죽은 모루처럼 든든해보였다. 손이며 얼굴, 드러난 살갗은 용접화광과 연기에 끄슬려서인지 온통 검붉었다. 두눈은 피로와 긴장으로 충혈되였지만 사뭇 기쁨과 행복감으로 빛났다.
《진태범반장동무는 한달째나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전투를 벌리고있습니다.》
윤정기가 말씀올렸다.
《한달째나…》
《수소정제탑이 아무리 중하다 해도 한달씩이나 현장에서 침식을 하게 방임하다니… 잘된 일이 아닙니다. 반장동무, 집에는 누가 있소?》
《딸애가 있습니다.》
《안해는?…》
《반장동무 안해는 지난해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조창주지배인이 입이 굳어진 태범을 대신해 말씀드렸다.
《딸애가 아홉살인데 옆집할머니 도움을 받으며 착실하게 집살림을 해나가고있습니다.》
《가정의 불행은 뒤전에 미루고 수소정제탑에 한몸 바치고있구만.… 반장, 용접작업이 수월치 않지. 눈자위가 벌겋게 피졌구만. 가스내 나고 용접봉을 몇대 태우면 보호면을 써도 눈이 충혈되지.》
《태범반장은 수소정제탑동체안에 들어가 용접하다가 두차례나 가스에 질식되여 쓰러졌댔습니다.》
《질식되다니?!》
《동체철판말이 안쪽부위는 수동으로 용접할수밖에 없습니다. 용접가스가 동체안에 꽉 차기때문에 인차 교대해야겠는데 반장동무는 기능이 제일 높은 자기가 용접해야 한다면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았습니다.》
《반원들을 아끼느라 더 그랬겠지.》
《이보라구, 지배인. 숨막히는 동체안에서 가스에 질식될 때까지 용접한다니 가슴이 아프구만. 그러다 귀중한 우리 기능공들이 목숨을 잃을수 있소.… 그런데 자동용접은 할수 없는가?》
《제관직장에 있는 용접기구들은 구식인데다 용도에 맞지 않아 쓸수 없습니다.》
《최신형용접기를 사와야 하는데 팔겠다는 나라에서 그전부터 우리한테 꼭 필요한 기계란걸 알구 값을 엄청나게 높였습니다.》
윤정기가 조용히 사연을 설명해드렸다.
《책임비서는 왜 그런 애로를 문건에 담지 않았소? 로동자들의 생명이 중요하지 돈이 문젠가.》
《
얼마나 순박하고 미더운 로동계급인가. 영웅적인 로동계급이라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있는 룡성기계사람들이 다르다. 나라를 받드는데서 강쇠와 같이 굳건하고 투철한 량심, 진정한 애국심을 가진 룡성로동계급이기에 엄혹한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풀죽으로 끼니를 잇고 굶어쓰러지면서도 공장기계설비의 볼트 하나에조차 손을 대지 않고 지켜냈다.
그래서 중소형발전소설비들과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책동을 물리치고 일떠서는 기간공업부문의 대상기계설비들을 제때에 만들어보내줄수 있었다.
《작업반장동무, 그래 어떤가. 수동용접땜을 했는데 기포가 생기진 않았나?》
《감마촬영을 해보았지만 지금까지 기포는 없었습니다.》
《수소정제탑을 흥남비료에 설치해도 아무 탈이 없어야 돼.》
《룡성기계로동계급의 이름으로 책임지겠습니다.》
태범반장은 결패있게 대답올렸다.
《
《괜찮아, 용접반장, 그쯤한 배짱을 가져야 돼.》
《하지만 제힘을 믿는다고 해서… 자력갱생의 정신을 발휘한다고 해서 과학기술을 홀시하면 안돼. 강성국가를 건설하는 오늘날에 와서 우리의 자력갱생의 정신은 과학기술이라는 날개를 펼치지 않고는 높이 날수 없소. 모름지기 수소정제탑이 기계, 화학, 열력학의 첨단기술을 응용했을터인데 배심은 가지되 자만하지 말고 있을수 있는 자그마한 기술적요소도 따져보면서 잘 만들어야 합니다.》
《
《자, 그럼 수고들 하시오. 수소정제탑들을 다 만들어 흥남비료에 시집보낼 때 다시 오겠소. 제국주의자들이 〈와쎄나조약〉이 아니라 별의별 방해조약을 다 만들어내도 조선의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앞에서는 물거품이 된다는걸 세상에 대고 시위해보자구.》
대형기계직장의 철문앞에 서있는 승용차로 가시던
《내가 바쁘다보니 지배인의 건강을 관심두지 못했구만. 어떻소, 몸상태가… 전에 심장쇼크가 온적이 있다지?》
《이젠 몇해전일입니다.
《순환기질병은 일단 오면 혈관계통에 오래 쌓인 병이기때문에 쉽게 낫지 않소. 그래 그때 진단은 어떻게 받았소?》
《관상동맥협착증이였습니다. 병원에 실려가 응급치료를 받은지 몇분만에 인차 정신을 차렸습니다.》
《지배인이 대단히 위험한 병을 안고있구만.》
《관상동맥이라는 피줄이 막히는게 경하면 협심증이고 심하게 메면 경색입니다. 협심증은 피줄막힘이 15분을 초과 안하고 풀리는 경우인데 지배인동무의 협심증은 그만하면 경한 편이였던것 같구만. 그때 가슴아픔이 있었소?》
《예. 흉골뒤부분을 묵직한걸로 툭툭 치는듯 하게 아팠습니다.》
《식은땀도 흘렸겠지?》
《예.》
《요즘 수소정제탑이랑 만드느라 제관용접공들과 같이 밤을 밝힌다는데 다시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소?》
《일없습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
《룡성기계지배인이 무리하게 일하지 않도록 통제하오. 심장질환환자는 늘 휴식을 배합하고 특히 밤을 패지 말아야 합니다.정신육체적으로 피로가 쌓이면 혈관병이 도집니다. 피가 걸어지고 피흐름속도가 달라지면서 관상동맥협착이 재발할수 있습니다.》
《
거쿨진 체격, 용접공처럼 검실하니 탄 얼굴에 순진해보이는 눈빛을 지닌 지배인은 마치 커다란 소년을 방불케 하였다. 겉보기가 속보기라고 조창주지배인은 사업에서 결패있고 열정적이고 드셌지만 생활에서는 청렴결백하고 검박했다.
간고한 고난의 행군시기 룡성기계지배인은 로동자들이 굶으면 자기도 굶었고, 로동자들이 풀죽을 먹으면 자기도 풀죽을 먹었으며 로동자들과 같이 양배추뿌리를 캐서 끼니를 에웠다. 기업소에서 강냉이를 사왔을 때도 지배인은 일군이건 로동자건 조금도 낯가림하지 않고 가족수에 따라 강냉이를 고루 분배하였다.
지배인은 영양실조로 사망한 로동자는 눈물을 뿌리며 자기 손으로 입관을 하여 장례를 지내군 했다. 그중에는 지배인의 맏아들도 있었다. 조상하러 왔던 사람들은 시신 놓고 제상 놓고는 둘러앉을 자리도 변변치 않은 단칸짜리 방에 비좁게 앉아서 술잔에 눈물을 떨구었다. 전해에 기업소책임비서가 새로 지은 2칸짜리 종업원사택을 맏아들에게 주었으나 조창주지배인은 사택배정명단에서 아들이름을 째고 가공직장 기술자에게 주었다. 맏며느리는 침통한 얼굴로 아들시신을 입관하는 시아버지에게 어쩌면 그리도 무정한가, 이붓자식인가고 하며 구슬픈 원망의 곡성을 터뜨렸다. 제살궁리를 꼬물도 하지 않는 지배인이였다.
《지배인, 또 만나자구.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은 겨울에… 지금처럼 추운 때 더 주의해야 돼. 기온이 낮아지면 동맥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높아지게 되오.》
심장질환이라는 어느때 잘못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도 제관용접공들과 밤을 패는 지배인, 아마 윤정기도당책임비서도 그를 검진은 시킬지언정 수소정제탑제작현장에서 떼내여 휴식시키지 못할것이다.
어찌하여 실무능력이 높고 애국심이 불같은 일군한테 이런 병이 생기는가.
그래서 지배인에게 주의하도록 말해주셨지만 이 순간 그 모든 위험한 병리학적인자와 요소들은
차창에 들씌워지는 뽀얀 눈보라는 마치도 하얀 비료가루처럼 생각되시였다. 갈탄가스화공정건설을 빨리 끝내야 할텐데. …
승용차는 흥남비료련합기업소의 눈보라이는 구내에 멎어섰다. 찬 눈가루가
《내 아까 룡성기계에서 서둘러 오다나니 잊었소. 진태범반장말이요, 일밖에 모르는 그 용접기능공이 빨리 재취하도록 도와주어야겠소. 남자 40대면 한창나이인데… 일만 잘한다고 내세워주지 말고 살림 잘하는 무던한 녀자를 얻어주시오. 룡성기계 책임비서한테 일러두어야 하는건데 그대로 지나왔거던.》
《
윤정기는 자책감에 젖어 대답올렸다. 그는 자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