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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창턱에는 밤새 내린 눈이 수북이 쌓였다. 암청색의 밤하늘에서는 추위에 얼어붙은 별들이 희미한 빛을 뿌렸다. 새벽 4시가 되였는데도 멀리 하늘지붕이 맞붙은 동녘지평선기슭가리에는 푸르스름한 려명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농촌에서는 첫닭이 울무렵이지만 끈덕진 겨울밤은 새벽을 붙들고 좀처럼 물러가지 못한다.
지난해 6월초
함경남도는 화학공업, 광업, 기계공업, 수산업을 비롯해서 나라의 자립적인 민족경제의 골간을 이루는 기간공업과 인민생활에 절실히 필요되는 경제부문을 다 갖춘 큰 공업도이다. 나라의 축소판과 같다. 때문에 도당위원회를 이끌자면 책임비서가 첫째도 둘째도 경제를 아는 일군, 여러 공업분야에 관한 과학기술을 파악하고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실천에 도내의 일군들과 기술자, 기능공, 로동자들을 능숙하게 조직동원할줄 아는 실력가형의 간부여야 하는것이다.
인민생활문제가 특별히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있는 오늘날 과학기술, 생산, 경제실천을 떠난 순수 당사업이란 있을수 없다.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을 가지고있는 함경남도를 실천가형의 당책임일군이 틀어쥐고 당조직들을 발동하면 생산잠재력을 크게 조성하고 정상화, 활성화하며 현대화를 밀고나갈수 있을것이다.
윤정기는 도당책임비서로 부임된 날에 함흥시인민위원장과 상업국장을 데리고 로동자들의 살림집을 방문하였다. 집집에 땔감이 부족되고 수도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것을 보자 윤정기는 몹시 분격해하였다.
함흥시에 도당과 도인민위원회, 시당과 시인민위원회를 비롯하여 도급기관과 시급기관들까지 포함하면 일군들이 허다한데 이들이 함흥로동계급의 생활에 필요한 땔감문제, 물문제를 외면하고 도대체 어떤 지도사업을 한다는것인가.
수도물, 먹는물은 수입품도 아니고 전기나 공업품, 알곡을 생산하는것처럼 품이 많이 드는것도 아니다. 예로부터 수질이 좋다는 성천강물이 도시를 꿰질러 흐르는데 그 물을 퍼서 시민들에게 풍족히 먹이는 단순한 일거리도 해내지 못하고야 무슨 일군의 자격이 있으며 사회주의본태를 지킨다고 말할수 있는가.
윤정기는 상하수도망보수사업을 도시경영과에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일군들을 다불러대였다. 자기가 직접 작업복을 입고 장화를 신고서 도와 시의 숱한 일군들과 사무원들을 데리고 산너머에 불비한 상태로 있는 수원지를 단시일내에 복구하였다.
땔감은 금야탄광과 고원탄광에서 함흥시 주민세대용석탄을 실어오기 전까지 긴급대책으로 2. 8비날론련합기업소의 보이라재처리장에 쌓인 연재를 파내여 쓰도록 하였다. 몇천톤은 잘되는 그 보이라연재에 첨가제를 섞어 빚은 구멍탄을 눅은 값으로 공급하였다. 함흥시민들의 집 부엌아궁이에서 구멍탄불이 타오르고 맑은 수도물이 콸콸 소리치며 나왔다.
《사람들에게 큰소리치고 권세를 부리는것만이 관료주의가 아닙니다. 웃는 낯으로 삽삽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로동자들의 생활을 외면하거나 모르는척 하고 겉으로 점잔을 피우는것은 현대판관료주의입니다. 당의 경제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뛰지 않고 겉처신이나 바로하고 현상유지하면서 지내는 일군들이 우리한테 적지 않습니다. 윤정기동무가 함경남도에 가서 그런 보신적이고 요령에 능먹은 일군들과의 투쟁에 불을 걸어 일떠세운것은 잘한 일입니다. 도당책임비서로서의 출발이 괜찮습니다.》
《
지금도
전화종소리가 울리기 바쁘게 송수화기에서는 윤정기의 거쉬고 성량이 크지 않은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사말뒤끝에
《책임비서가 새벽잠이 없는것 같구만.》
《
《〈대흥자치공화국 두령〉이 또 무슨 어벌뚝지 큰 일을 벌려놓은게 아니요?》
《그렇습니다,
《흥미있구만. 그래 어떻게 됐습니까?》
《천일동무는 단천지구광업총국 기술과에서 박토변두리경사각이 45도 넘으면 로천갱중력중심이 파괴되여 계단채굴장이 무너진다고, 정신있는가고 하면서 반대하자 기사장을 데리고 평양에 갔습니다. 채취공업성 해당 부서에서도 그들이 내놓은 도면을 부정하자 천일동무는 나이지긋한 국장을 보신주의자, 책상주의자라고 모욕을 주면서 언쟁을 했습니다. 채취공업성 당위원회에서는 광산지배인도 아니고 기사장이나 부기사장도 아닌 당비서라는 사람이 채굴공학에 관한 엄청난 기술문제를 들고다니면서 무식하게 놀고 분별없이 처신했다고 중앙당에 통보하였습니다.》
《당일군이 행정기술대행을 하면야 안되지. 그래 도당책임비서동무는 어떻게 대책하려고 합니까.》
《자기네 광산이 내놓은 로천채굴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무턱대고 상대방을 모욕하고 언쟁판을 벌린 천일동무를 단단히 비판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다량채굴이라…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존채굴리론에 대담하게 맞선 그 배짱이 맘에 듭니다.》
2009년 5월 20일,
지질학적으로 볼 때 우리 나라 마그네사이트광체들은 상부고생대로부터 하부중생대에 걸쳐 마천령산줄기를 중심으로 형성되였는데 광석의 결정알갱이들이 크고 질이 좋다. 백바위―룡양지구와 대흥―남계지구는 매장량과 광석의 품질, 광상의 놓임새와 위치가 좋은것으로 하여 세계에서 단연 첫자리를 차지하고있다.
마그네샤크링카는 강철공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내화물이며 최근에는 국방공업, 화학공업, 광학, 전력, 최첨단기술분야에까지 용도가 확대되고있다.
경소마그네샤는 각종 건재류, 비료, 집짐승보충먹이, 의학, 고무공업들에 쓰인다.
그러나 마그네샤크링카공업은 국제시장에서 날로 값이 오르고있는 콕스탄, 중유와 같은 수입연료의 부족으로 하여 만족할만 한 생산장성을 이룩하지 못하였다. 나라의 경제형편이 어려워진 고난의 행군시기부터는 거의나 침체상태에 빠졌다. 오랜 기간 자기 땅의 무진장한 광석원료를 남의 콕스탄연료로 구워온 마그네샤크링카공업은 사회주의시장의 붕괴로 큰 타격을 받은것이다.
숨죽은 공장, 기업소들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자고 해도 자금이 부족하던 그 준엄한 시기
단천마그네샤크링카공장 로동계급이 그러했던것처럼 대흥광산의 일군들과 기술자, 광부들은 비콕스화가 광산의 운명을 판가리한다는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떨쳐나섰다. 콕스가 없이는 크링카를 소성할수 없다는 보수적인 사람들의 완고한 주장이 비콕스화초행길에 나선 그들의 신념을 흔들어놓으려 하였다.
그러한 때 외국의 한 회사에서 콕스를 주겠으니 크링카를 달라고 주문하였다. 대흥광산에 식량과 로보물자까지 보장하겠다고 하였지만 콕스값은 엄청나게 비쌌다.
리천일과 대흥의 광부들은 외국회사의 주문을 거절하였다.
총국의 일부 일군들과 보수적인 사람들은 그들의 거절을 분별없는 고집이라 했고 경제적실리를 모르는 그런 공명심은 결국 애국심이 없는 처사로 된다고 추궁하고 비난까지 했다. 로보물자와 식량까지 받쳐서 주는 콕스탄으로 크링카생산을 하면서 점차 계약을 조절하면 되지 않는가, 광부들의 생활이 몹시 어려운 형편에서 제발로 찾아든 대방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것이였다.
그러한 지론에 일부 유약한 광산일군들까지 동조했지만 리천일과 광부들의 신념은 흔들리지 않았다.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콕스와의 대결에 나섰는데 그따위 굴욕적인 계약에 응할수 있겠는가, 이제 또 콕스를 쓰게 되면 의존심을 버리지 못하게 되고 우리 나라 석탄으로 마그네샤크링카를 소성하는 일은 다시금 미궁에 빠질것이다.
대흥광부들은 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저앉은것이 아니라 페기된 불도젤을 해체하여 발동발전기를 만들어서 먼저 경소생산의 비콕스화를 성공시켰다. 그다음엔 경소보다 두배나 높은 온도에서 소성되는 크링카연구에 진입했다. 발열량이 높고 회분의 세기가 적당한 무연탄을 찾느라 나라의 북부와 서부지구탄전을 신발창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끼니감이 떨어졌는데도 식량배낭이 아니라 무연탄시료배낭을 지고 허기진 모습으로 집에 들어서는 남편들을 맞이하였을 광부안해들의 아픈 심정이
《
《
《아주 부유한 〈자치공화국〉이요. 당비서동무는 〈대흥자치공화국 두령〉이라고 해야겠소.》
《당비서가 파쇄공, 착암공, 수리공을 하여 광산일이 몸에 푹 밴데다가 웬만한 젊은 로동자들은 젖먹이때부터의 경력, 성격을 죄다 알고있다니 가히 〈두령〉이라 할만 하지. 말해보오, 광산로동계급이 어떻게 내화물공업의 주체화에 성공했소? 감자밖에 나지 않는 대흥골짜기를 부유한 광산도시로 만든 비결은 뭐요?》
리천일은 우물쭈물하지 않고 선뜻 대답올렸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큰 성과를 거뒀는데 뭐 제기할건 없나?》
《없습니다. 애로되는건 다 자체의 힘으로 풀겠습니다.》
《당비서가 확실히 괜찮아. 다른 공장, 기업소들에 가보면 칭찬받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외화를 달라, 무슨 설비를 해결해달라 하고 손을 내미는데 이 광산에서는 제힘으로 다 하겠다고 합니다. 그래 앞으론 어떤 성과를 내겠나?》
《
《 허, 〈두령〉이 애국자야! 장부는 그렇게 인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 돼야 해.》
무연알탄으로 마그네샤크링카를 구워내고 광산도시를 꾸린것만 보아도 리천일의 애국적인 마음과 자력갱생의 일본새를 알수 있는것이였다.
《도당책임비서동무》
《너무 세괃게 비판해서 리천일동무의 광부배짱을 꺾어놓지는 마시오. 책임비서동무는 함남도에 간지 반년밖에 안되니 그를 잘 모를수 있소. 내가 2009년 5월 대흥광산에 갔을 때 리천일동무는 우리 식의 새로운 로천채굴방법을 연구해서 생산원가를 줄이고 마그네사이트광석을 지금보다 3배이상 캐내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아마 그걸 실천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못한것 같은데 불미스런 처신은 비판주면서도 목적은 제지시키지 마시오. 중요한건 광석의 다량채굴입니다.》
《
《기계공장출신인 윤동무한테는 로천채굴이 생소한 분야겠는데 너무 마음을 쓰지는 마시오. 도당책임일군이 광산로동계급의 대담한 발기를 지지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될것입니다. 기성로천채굴리론이 어떻든지간에 마그네사이트광석을 다량채굴하는것은 대단히 긍정할 일입니다.》
새로운 과학기술적주장이 싹트는 시기에 된서리를 맞고 사전에 실패의 우려와 공포에 싸이게 되면 주저앉기십상이다. 공연히 그런 위험한 착상을 내놓아가지고 사람들의 물의를 일으키고 비난을 받느니보다 안전하고 보수적인 종래의 방법대로 일하는게 편안하지 않는가고 생각하거나 실지 그렇게 보신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것은 과학기술부문을 포함한 경제전반부문에서 편향의 한계를 넘어서고있다. 사회주의사회의 혜택속에서 근심걱정없이 살아가는데 습관된 사람들의 고루한 안정심리가 그런 병페의 온상으로 된다고 할수 있다.
그런 견지에서 볼 때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다량채굴방법을 내놓아 이전보다 몇배나 무거운 짐을 걸머지려 하는 대흥청년영웅광산 일군들의 일본새는 긍정할만 한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굳건한 보수성앞에 주저앉지 않고 영웅광산의 명예를 빛내게 할것인가.
《도당책임비서동무, 흥남비료련합기업소형편은 어떻습니까?》
《흥남의 로동계급은 지난 8월에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현장, 건설장들에 늘 나가살다싶이 하는 윤정기책임비서인지라 실정파악에서는 막힘이 없었다.
《
《윤정기동무, 내가 전화를 한건 바로 수소정제탑문제를 의논하자고 해서입니다. 중국 상무부는 수소정제탑들을 연대항에 가져다놓았지만 〈와쎄나조약〉을 걸어 압력을 가하는 미국의 책동때문에 배에 싣지도 못하고있소. 미국은 조선에서 수소정제탑을 화학비료생산이 아니라 군수용도에 쓴다고 억지주장을 해대고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나 갈탄가스화비료생산공정을 일떠세우지 못하도록 방해를 놓아 알곡생산에 지장을 받게 해서 인민생활에 불안정을 조성하자는것이 미국의 본심입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 나는 룡성기계로동계급의 힘과 기술로… 민족적자존심과 담대한 기질을 가지고 미국의 더러운 압살책동을 꺾어버릴 결심을 하였습니다.》
《
《지난날 룡성의 로동계급은 맨주먹으로 8메터타닝반과 3천톤프레스를 만들어
나는 당에서 과업을 주면 무조건 해내는 룡성의 로동계급이 기어이 수소정제탑을 만들어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여주리라고 믿습니다.》
《아침 첫시간에 룡성기계 로동계급에게
《그렇게 하시오. 그런데…》
《수소정제탑이 초고압화학설비인것만큼 우습게 보면 안되오. 기술자, 설계가, 기능공들을 다 참가시키고 기술협의를 진지하게 하시오. 기술을 중시해야 하오. 기술을 무시하거나 뒤전에 미뤄놓는 자력갱생이란 있을수 없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룡성기계련합기업소 지배인이 손탁이 세구 일을 제끼는 사람인데 얼굴이 컴컴한게 건강이 시원치 않아보입니다. 피가 걸든가… 순환기질병이 있는 사람같아.》
《몇해전에 한번 경하게 협심증이 온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랬댔구만… 책임비서가 지배인을 병원에 보내 진찰을 받도록 하오. 심장병은 언제 발작할지 모르오. 맘을 놓을수 없지, 완치되기도 어렵구. 가슴에 늘 시한탄같은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있는셈이요. 지배인이 새 과업을 받구 무리하지 않도록 하시오.》
지난시기 당과 국가의 훌륭한 일군들중에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무리하게 일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때
《도당책임비서동무도 건강에 류의하오. 신장염이 재발하지는 않소?》
《정 피곤하면 때로 얼굴이 붓기도 하지만 일없습니다. 》
《신장염은 손발은 물론 허리부위를 덥게 건사해야 되오. 무리하지 말구.》
《수소정제탑때문에 책임비서가 또 룡성기계에 내려가겠지. 대소한 추위가 여간 아닌데 주의하시오. 되도록 기업소일군들을 불러일으켜 사업을 전개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