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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물살이 급한 두만강에서 피여오른 새벽안개는 강기슭에 뿌리박은 천연의 산들과 군데군데 철쭉꽃이 어울린 잡관목숲이 무성한 골짜기들에 서리였다. 봄기운이 완연한 북방의 아침대기는 서늘하고 청신하였다.
렬차로 중국의 국경도시 도문에 도착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관례를 벗어나는 특별영접을 받으시였다.
원래 중국에서는 외국수반이 오면 국무원의 한 부장이나 부부장이 영접과 전송, 참관시에 동행하는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수도 베이징에서 머나먼
국경역인 도문에
《지난해보다 더 건강해지신 김
렬차안의 담화석상에서 국무위원은 정에 겨워
《저는 호금도총서기와 당중앙위원회의 위임을 받고 도문에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중국의 외교관례에 없는 특례의 영접을 해준 중앙과 성, 시의 지도간부들과 인민들에게 사의를 표시하시고 방문일정을 료해하시였다. 1만 5천리가 넘는 먼 로정의 중화대지방문일정은 지난날 중국을 방문한 외국수반들은 물론 세계외교력사에 없는 기나긴 방문로정이고 방대한 참관일정이였다.
《이번 방문을 통하여 현대화의 새 력사를 창조하는 동북지역과 화동지역의 발전모습을 다시금 보게 되여 기쁩니다. 그리고 중국동지들이 나의 건강을 념려하여 휴식을 배합한 부담없는 방문일정을 짜준데 대해 감사히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병국국무위원에게 친절히 말씀하시였다.
《그러나 나는 조국에 돌아가 할일이 많습니다. 열흘씩이나 중국에 체류할수 없습니다. 5~6일간으로 일정을 당겨주시오. 중국방문을 빨찌산식으로 하겠습니다. 숙소를 아늑한 초대소가 아니라 렬차로 정하겠습니다. 참관은 낮에 하고 밤에는 야전렬차행군을 하겠습니다. 시간을 절약합시다.》
《
국무위원은 몹시 우려스런 표정이였다.
《일없습니다. 나는 조국에서 야전식으로 렬차강행군을 하는데 습관되여있습니다.》
《
대병국은 물러설 기미가 아니였디.
《국무위원동지는 나의 건강 말고도 방문사업보장도 책임졌겠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음을 지으시였다.
《아까 요구할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으니 내 말대로 해주시오. 걱정마십시오. 나한테는 렬차칸이 집이나 같아서 휴식은 문제없습니다.》
×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유람선은 경박호의 푸른 물속에 하얀 선체를 잠그고 떠갔다.
아득한 지질시대 화산분출로 생긴 용암이 목단강상류를 가로막아 형성된 경박호는 호수물면이 거울같이 반듯하다는 뜻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였다. 작은 섬들이 드문드문 널린 호수둘레에는 해발고가 그닥 높지 않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을 이루었다. 목단강이 흘러드는 상류쪽에 위치한 조수루폭포는 중국에 하나밖에 없는 용암붕괴형폭포이다. 장마철이면 너비가 300메터나 되는 폭포수소리가 우뢰치듯 했고 자욱하게 서리는 물보라는 마치 은하수가 거꾸로 걸린듯 하였다. 엄동설한에는 폭포가 점차 얼어붙어 벼랑에 수정같은 고드름줄기폭포를 드리운다. 호수에는 물고기도 많다. 옛날에 경박호일대의 토배기들은 산중의 바다와 같은 이 호수에서 바가지로 물고기를 퍼냈고 빨래방치로 물가에 내려온 노루를 때려잡았다고 한다.
《호수풍치가 아름답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잔잔한 물우로 날아예는 물새들과 저 멀리 연보라빛 아지랑이운무가 감도는 수려한 산발을 바라보시였다.
《
흑룡강성 성장이 자랑삼아 말씀올렸다.
《청나라의 강희와 건륭황제들이 이곳에 유람왔댔고 모택동동지와 류소기, 주은래, 등소평, 강택민동지들도 우정 시간을 내여 경박호의 풍치를 부감하러 왔댔습니다.》
대병국국무위원이 약간 마뜩지 않은 눈길을 흑룡강성 성장에게 던졌다.
《성장은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이 창건되기 썩 전에 조선의 김
《자기 민족의 수난의 력사를 잊을 사람이 어데 있겠습니까. 젊은 성장이 입밖에 내지 않아 그렇겠지요.》
김정일동지께서 비호해주시는 말씀에 흑룡강성 성장은 면구스런 낯빛을 가시고 자신있게 말했다.
《국무위원동지, 지난 세기의 곡절많은 항일전쟁사를 모른다면 동북땅에 살 자격이 없습니다. 김일성주석동지께서는
두차례에 걸쳐 일제가 강점한 여기 북만땅에 원정을 오셨습니다. 경박호반전투는 김
《1934년 11월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성장을 튕겨주시였다.
근 80년전의 일이다.
《정예》를 뽐내는 일제침략군 수백명이 조선인민혁명군의 북만원정길을 가로막으려고 몰려왔다. 적들은 동만의
얼마 안 있어 경박호 건너편기슭에 나타난 일본군은 종대로 나뉘여 뚱기적거리며 얼음판우를 건너오기 시작했다. 적들의 대오가 얼음판에 다 들어섰을 때였다.
얼음포대뒤에서 조선인민혁명군과 북만항일련군의 수백정의 보총과 기관총이 일제《토벌대》놈들을 향해 불을 토했다. 불의의 타격에 몸을 숨길
곳조차 없는 미끄러운 얼음판에 몰킨 적들은 한놈도 살아 도망치지 못하고 몽땅 소멸되였다. 중국의 항일전우들은 아군이 부상자조차 내지 않고
순식간에 전투를 결속한것이 놀라왔다. 그들은 호수얼음판에 무리로 쓰러진 《토벌대》놈들의 시체에서 신식보총을 걷어들이며
《경박호는 항일혁명전적지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날에 울리신
《
성장의 머리에는 중학시절에 배운 동북항일전쟁사의 토막들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모양이였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였다.
《일제강점시기의 우리 흑룡강성, 북만땅에서는 동만에서 원정온 조선인민혁명군을 <고려홍군>이라고 존대하여 불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시였다.
제1차 북만원정은 살을 에이는 눈보라강추위속을 산악행군했지만 제2차 북만원정은 나무들과 가시덤불이 빼곡한 골짜기를 톺아오르고 뙤약볕에 비지땀을 흘려 사람과 말이 다 녹초가 되였으며 밤에는 왕모기떼의 성화를 받아야 했다. 제일 어려운것은 로흑산전투에서 로획한 박격포와 증기관총을 실은 군마를 끌고가는것이였다. 도끼로 전진을 가로막는 나무들을 찍어버렸고 뒤에서는 군마를 떠밀어주었다. 말들이 지쳐 헐떡이고 길을 내느라 지체되여 행군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원정대는 끝내 천고밀림의 로야령을 정복하고 북만땅인 녕안현 산동툰부근에서 주보중부대와 만났다.
《언젠가
김정일동지의 말씀에 흑룡강성 성장은 마치 그때의 증견자이기라도 한듯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저는 경박호반전투에 못지 않게 크게 벌어진 산동툰전투를 잘 알고있습니다.》
《박격포를 쏘아 적지휘소를 들부신 전투 말이지?》
대병국국무위원이 한마디 끼여들었다.
《그렇습니다. 원래 5군지휘관들은 작전을 토의할 때 박격포나 중기관총 같은 중무기가 민활히 활동해야 하는 유격전의 특성에 맞겠는가고 하면서
불합리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포탄세례를 받은 적들이 아우성을 치며 꽁무니를 빼는것을 보고는
가없이 파아란 5월의 봄하늘에서는 흰구름이 떠가고 그 흰구름마냥 선체가 하얀 유람선은 경박호의 짙푸른 물에 아름다운 자태를 담고 흘러가고있었다.
명승지 경박호일대에 깃든
《…지난 항일전쟁시기
김정일동지께서는 동북지방에 깃든
그것은 1935년 7월 하순, 녕안현 산동툰전투를 승리적으로 끝낸지 얼마후의 일이였다.
소무는 B.C 2세기 한나라의 명망높은 충신이였다. 북쪽변방의 흉노족들은 황제의 사신으로 온 그를 인질로 붙잡아놓고 저들에게 굴복시키려 하였다. 소무가 응하지 않자 흉노족은 그에게 양을 방목시키면서 귀순하지 않으면 수양이 새끼를 낳을 때까지 한나라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소무는 19년간이나 흉노족들한테 같혀 온갖 멸시와 고통을 당하였지만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소무는 호지에 잡혀있어도
절개를 욕되게 하지 않았네
눈과 얼음덮인 흉노땅에서 19년
목마르면 눈을 먹고
배고프면 요털을 삼키며
북해변에서 양을 몰았네
마음은 한나라에 가있으나
늙도록 몸은 돌아가지 못했네
학교마당에서 울리는 풍금소리와 노래소리는 소학교 상급반학생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소학생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자 교원들과 동네어른들도 줄레줄레 따라나섰다.
《고려홍군》이 중화민족의 애창가요를 류창하게 부른다는것은 신기하고도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부락어른들은 친절과 선망의 눈길로 능란한
솜씨로 풍금을 타시는
모진 고생 겪을수록
마음은 철석으로 굳어져
변강의 밤 때로 피리소리 들으면
가슴은 아프고 쓰리였네
…
바다가 마르고 돌이 썩는다 해도
큰 절개는 조금도 굽히지 않아
흉노들도 놀라서 그 위덕에 탄복하였네
풍금소리와 노래소리, 찬탄의 목소리는 온 부락을 진동시키였다. 도망갔던 마을사람들이 저저마다 모여들었다. 늙은이들은 지팽이에 의지하거나 손자애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다. 삽시에 소학교마당은 사람들로 꽉 찼다.
《고려홍군》은 액목과 돈화의 이르는 곳마다에서 지방인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
《우리
김정일동지의 추억깊은 말씀에 대병국국무위원은 술잔을 내려놓고 중국사람들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후날 주보중은 하바롭스크에서
《국무위원동지가 좋은 말을 해주어 감사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나는 젊은 흑룡강성 성장이 동북항일혁명력사를 잘 알고있는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중국동지들도 알다싶이 이전 흑룡강성 성장 진뢰동지는
부부가 다 우리
병풍을 이룬 산발너머에서 불어온 바람이 경박호에 잔물결을 일으켰다.
《세월은 흐르기마련입니다. 세월의 이끼가 력사의 갈피에 두텁게 쌓이면 잊게 되고 망각될수 있는데 젊은 성장이 그 피어린 항일사를 체험한 사람처럼 날자까지 기억하고있으니 대단합니다. 력사를 알면 선배들이 공동투쟁에서 이룩한 전통을 이어나갈수 있습니다.》
《
흑룡강성 성장은 몇잔 마신 모태주기운으로 얼굴이 더 불그스레해졌다.
《제가 여기 북만땅에 새겨진 김
이번 봄철에 동북땅이 몹시 가물었습니다. 오래동안 비가 너무 오지 않아 작은 강들은 거의다 말라버리고 큰 강물도 형편없이 줄어들었습니다. 흑룡강성에서 걱정이 산같았습니다.
가물에 농사걱정도 컸지만 그보다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성장이 부어올리는 축배잔을 기울이시였다. 목단강시 민족악단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부르는 노래를 들으시면서도 해빛에 눈부신 잔물결이 일렁이는 푸른 호수와 아지랑이가 사라지고 비에 말쑥하게 씻긴 산들의 선명한 자태를 점도록 바라보시였다.
오랜 세월의 흐름속에 산천도 변모되였지만 나라와 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운 옛 투사들이 력사에 남긴 우의와 친선과 뉴대의 고귀한 전통은 경박호의 푸른 물에 비껴 영원할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