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부. 영락
제 1 장. 391년 여름
7
391년 가을의 거란땅은 폭풍을 앞두고 고즈넉한 정적이 대지를 휩싸안고있었다.
저 멀리 은백색의 선을 그은듯싶은 지평선너머에서 뭉게뭉게 흰구름의 봉우리들이 피여오르고있었다.
한낮의 해가 무연한 초원을 따갑게 내려지지는 속에 쌉쌀한 쑥냄새가 어디라 할것없이 풍겨왔다.
손채양을 하고서 름름하게 하늘을 주름잡으며 바람에도 끄떡없이 날아예는 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소운은 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건초가 쌓여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적막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였다.
바람이 불어대며 눈처럼 하얀 구름을 위압하듯 몰고왔다.
소운은 바람에 마구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조심히 눌러가며 얼핏 뒤를 돌아보았다. 재빛의 뽀얀 먼지에 휩싸인 초원의 길우에 말을 탄 거란인들이 황황히 내달리고있었다.
소운은 거란인들의 질겁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소리없는 웃음을 지었다. 어딘가 멀리 산뒤에서 꾸르릉- 옹근 소리로 뢰성이 울렸고 바람에 검불들이 마구 날렸다. 폭풍이 차츰 가깝게 다가온다는 징조였다.
거란인들뿐아니라 포로로 붙잡혀와 강제로 일에 내몰렸던 사람들이 모두 하던 일을 내던지고 건초가 가득 쌓인 수레며 마차들을 몰고 부락을 향해 말을 때려몰았다.
소운은 건초무지에 다가가 해볕에 바싹 말라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있는 건초단우에 앉았다.
폭풍이 불어온다는것을 알고있었지만 거란인들의 부락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던것이다. 잠시라도 혼자 있고싶었다.
이렇게 앉아 저기 지평선너머 어디엔가 있을 고국땅을 바라보고싶었다. 거란인들에게 붙잡혀 강제로 여기 북방의 초원으로 끌려온지도 어언 몇달이란 세월이 흘렀다.
소운은 이 나날 피를 말리우고 뼈를 깎는 고통속에서 죽지 못해 살아왔다. 소운의 꿈과 래일의 희망이 거란인들의 발밑에 무참히 짓밟혔던것이다. 소운이뿐아니라 거란에 붙잡혀온 수백명의 고구려인들도 처지는 같았다. 그들은 하루 한끼 죽물로 끼니를 에우고 날밝기 전부터 밤늦게까지 짐승처럼 혹사당하였다.
노예로 취급되여 거란인들이 제 마음대로 사고팔았으며 도망치다가 붙잡히면 그 자리에서 죽였다. 대개 포로로 끌려온 고구려인들은 녀인들과 아이들이라 연약한 몸으로 고역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였다.
소운은 더는 이렇게 살수 없었다. 도망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길 뜨고싶었다. 하지만 연약한 녀인의 몸으로 무연한 초원과 황량한 사막으로 이루어진 거란땅을 어찌 쉬이 벗어나겠는가.
얼마 가지 못하여 도로 붙잡혀올것이였다.
소운은 죽는것이 두렵지 않았지만 맹광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 이날까지 온갖 고통과 치욕을 이겨냈던것이다.
무작정 달아난다고 길이 열리는것은 아니였다. 의지를 가다듬으며 때를 기다려야 하였다.
드디여 폭풍이 들이닥쳤다.
쏴- 대줄기같은 차거운 소낙비가 대지를 사정없이 후려쳤고 바람은 기승을 부리며 휘몰아쳤다.
우- 우- 울부짖는 바람소리에 놀란 새들이 날개를 접고 땅으로 내려꽂혔으며 한아름이나 되는 건초단들이 날아올라 공중에서 헤쳐져 마구 흩날렸다.
뢰성벽력이 하늘을 찢었다.
소운은 자연의 횡포한 광란에도 끄떡없이 하늘을 나는 수리개마냥 두팔을 펼쳤다.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물속에 든것처럼 하늘과 땅이 온통 물안개에 잠겨버렸다.
소운은 비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바로잡으며 부락을 향해 발을 내짚었다. 바람이 무섭게 노호하며 광야를 마구 물고뜯었다.
소운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분명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바람결을 뚫고 소운의 귀가에 들려왔던것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주위는 온통 물안개에 휩싸여있었다.
소운은 마음을 가다듬고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한치한치 걸어갔다. 두손을 앞으로 뻗쳐 손더듬하듯 하며 무작정 발을 내짚었다.
순간 소운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강구었다. 한두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기척을 느꼈던것이다. 앞에서 어렴풋이 사람의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싸늘한 공포가 소운의 몸을 불의에 기습하더니 오한이 나는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소운은 숨을 죽인채 초원에 드문드문 널려있는 건초단들을 에돌아 발볌발볌 다가갔다.
소운은 뜻밖의 광경에 놀라 두눈을 휘둥그레 떴다.
호흡이 빨라지며 작은 가슴이 몹시 방망이질을 하였다.
네명의 사나이가 광란하는 폭풍우속에서 죽기내기로 싸우고있었다.
이미전부터 싸움이 계속되였는지 세구의 주검이 땅에 나딩굴고있었다.
거란인 셋이서 고구려차림새의 사나이를 한가운데 놓고 싸고도는중이였다. 몸을 피하기에는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였지만 소운은 이 자리를 쉬이 버리고 떠날수가 없었다.
누구도 주의를 돌리지 않는 틈을 리용하여 슬그머니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면 자기 몸에 그 어떤 루도 미치지 않을것이였다.
하지만 거란인들이 죽이려는 사람이 고구려사람의 복장을 하고있는것으로 보아 동족의 사나이가 분명하였기때문이였다.
소운은 불안에 떨리는 심정으로 싸움판을 지켜보았다.
고구려사람은 무예가 뛰여난듯 했다.
하지만 이미 한차례 싸움을 겪고 세명을 또다시 상대하여서인지 몹시 지친 모습이였다.
거란인들이 일시에 공격을 들이댔다.
고구려사람은 용케 세명의 공격을 막아냈다.
악에 받친 거란인들이 검을 머리우로 추켜들고 재차 들이대려는 찰나 고구려사람이 먼저 발을 떼며 과감하게 맞받아 쳐들어갔다.
번개와 같은 검술로 량쪽에서 공격해오는 거란인들을 단숨에 베여버렸다. 이어 정면으로 마주선자가 힘껏 내리치는 검을 몸을 돌려 피하고 공격에서 실패하여 비틀거리는 상대의 얼굴을 발로 올려찬 다음 검을 머리우에서 회전시켜 천천히 뒤로 넘어가는자를 단숨에 베였다.
최후의 싸움을 치르고난 고구려사람은 검을 내리우고 두어발자국 걸어나가다가 털썩 쓰러져버렸다.
거란인들에게 반공격을 들이댈 때 이미 몸에 깊은 상처를 입은 모양이였다.
소운은 더이상 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벌떡 몸을 일으켜 쓰러진 사나이에게로 달려갔다.
사나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옆구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비물이 고인 웅뎅이를 빨갛게 물들이고있었다.
소운은 그의 몸을 조심히 들어올리고 상처를 살펴보았다.
상처가 치명적인것은 아니였지만 우선 피를 멈추는것이 급했기에 소운은 자기의 치마자락을 찢어 상처를 동여맨 다음 아직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있는 사나이를 붙잡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떻게 할것인가, 그를 업고 부락으로 내려간다는것은 부질없는짓이였다.
거란인을 여섯이나 죽여버린 고구려사람을 그냥 놔둘리 만무한것이였다.
그렇다고 이 인적없는 광야에서 폭풍이 란무하는 속을 헤치며 어디로 간단 말인가.
여하튼 몸을 피하는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소운은 한순간 자기 혼자몸으로도 여기를 벗어나기 어려운 일인데 부상당한 사나이와 함께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뜩하였다.
사나이가 차츰 의식이 드는지 가날픈 신음소릴 내였다.
소운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사나이를 주의깊게 뜯어보았다.
나이는 마흔댓가량 되여보이고 인정도 많아보이는 사나이의 모습이였다.
소운은 그의 왼쪽볼에서 상처입은지 오래된 유표한 칼자리를 보았다.
순간 소운은 어쩐지 이 사나이의 모습이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삼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이런 생각이 드는걸가.…
적국의 땅에서 불행에 처한 동족을 뜻밖의 상황에서 만났기때문인가.
소운은 죽어가는 동족의 사나이를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를 업고서라도 여길 한시바삐 빠져나가야 했다.
설사 그 길이 다시는 고국땅을 밟을수 없고 사랑하는 맹광과 영영 헤여지는 길일지라도 가야만 했던것이다.
소운은 결심했다. 소운의 손이 어느새 품속깊이 간직한 은장도에 와닿았다. 맹광이 헤여지면서 손에 쥐여준 은장도였다.
외롭고 불행한 소운에게 기둥이 되겠다고 정표로 남겨놓은 은장도였다.
어렸을 때 헤여진 누이동생을 만나면 주려고 간직했던 은장도라고 하였다.
어찌 보면 아녀자들의 노리개로나 보일지 모르지만 소운이에게는 이 은장도가 맹광이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기둥이였고 유일한 무기였다.
소운은 주저없이 사나이를 등에 업고 폭풍을 맞받아 발걸음을 뗐다.
이 길이 어떤 길인지, 사랑하는 맹광을 다시 만날수 있겠는지 기약할수 없었다. 하지만 소운이 걷는 길은 불행에 처한 동족을 구원하는 길이자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맹광은 꿈속에서 소운이와 함께 높이 자라 설렁거리는 곡식밭을 걸어가고있었다.
소운이는 잠시라도 헛눈을 팔면 맹광이 사라져버릴가싶어서인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한편 맹광은 자기 심장과 소운의 심장이 서로 합쳐져 고르롭게 뛰는 소리도 듣고있었다.
훈훈한 가을바람에 이삭이 줄기를 휘저으며 귀전을 간지럽혔다.
밭뚝을 단조롭게 장식한 풀과 신통히도 어울리는 푸르른 하늘이 맹광과 소운이의 눈을 부시게 했다.
맹광의 가슴속에는 감회가 꽃펴나 소운이에 대한 애정이 밀물처럼 차올랐다.
수개월전 헤여질 때 모습그대로의 소운이였지만 어쩐지 이상야릇하게도 차겁고 쌀쌀한 모습으로 안겨왔다.
어째서일가?
소운이 시름을 놓은듯 활짝 웃어주었다.
하지만 오히려 소운의 웃는 모습에는 맹광의 가슴을 싸늘하게 식히는 매정한 기운이 더 느껴지는듯싶었다.
맹광은 차츰 소운이가 자기에게서 멀어지고있는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안타깝게 두팔을 허우적거렸으나 소운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채 멀어져가는것이였다.
눈이 부시도록 선명한 소운의 얼굴이 어찌된 영문인지 점차 어렴풋하게 보였다.
맹광은 소운의 이름을 목이 터지도록 찾고 부르며 힘껏 손을 뻗쳤으나 발길이 떼지지 않아 떠나가는 소운의 옷자락을 끝내 붙잡지 못했다.…
마차가 들추는통에 잠에서 깬 맹광은 여러 사람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였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그리고 한옆으로도 기마군사들의 행렬이 끊어지지 않고 흘러가고있었다.
편자를 박은 말발굽들이 저벅저벅 진창을 밟고 기마군사들의 몸에서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쟁강거렸다.
맹광은 고개를 들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밤이여서인지 그들의 얼굴을 가려보기는 힘들었으나 모두 자기가 거느리는 정벌군의 군사들이라는것은 잘 알고있었다.
그들은 지금 맹광을 따라 거란족을 징벌하러 행군해가고있었다.
맹광은 점점 더 무거워지는 눈시울을 억지로 버티여내며 졸음을 쫓아버리기 위해 소운이와의 추억을 머리에 떠올리였다.
어느덧 사흘동안 눈 한번 붙여보지 못하여 항상 그를 괴롭게 하던 졸음이 말짱 사라져버렸다.
생사조차 알수 없는 소운을 이번 원정에서 만나게 되겠는지…
맹광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어디선가 군사들이 주고받는 소리가 귀전에 들려왔다.
《아, 그러게 한마디 부르라니까…》
《정신있어요? 맹광형님이 어쩌다 깊이 잠들었는데 그러다 깨우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하, 이렇게 답답할데라구야.… 자네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소릴 들어봤지. 임잔 아무리 무술실력에선 나보다 높다고 해도 역시 나이가 어리니 생각이 짧을수밖에 없구만. 무사에게 있어서 안정이 무엇인줄 아는가.… 모를테지? 그것은 바로 육체의 안정이 아니라 이 정신이 안정되여야 하네.》
맹광은 그들이 주고받는 말소리를 듣고 옛 대원들인 도루와 수신인줄 알았다.
수신은 신성출신이 아니라 먼 남방의 패수(오늘의 대동강)의 사공출신의 무사였다.
패수를 통해 조운선을 몰고 서해를 걸쳐 경강(오늘의 압록강)을 드나들던 유명한 사공이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운선이 그만 암초에 부딪치는 바람에 수백섬의 세곡을 수장시키는 죄를 짓고 신성의 변방지역으로 쫓겨온 신세가 되였다.
남달리 건장하고 힘이 센것으로 하여 변방무력의 잡졸로 편입되였다가 맹광이 3년전에 그의 능함을 보고 정식으로 군에 받아들였었다. 도루와 수신은 둘 다 맹광이 아끼는 유능한 부하들이였다.
나이는 수신이 도루보다 거의 10년이나 우이였지만 둘이 항상 잘 어울려다니였다.
맹광은 현무당주로 부임하자마자 싸움에서 능한 이들을 각각 편장으로 올려앉히고 곁에 두었으며 이번 원정에도 데리고나왔던것이다.
수신은 도루에게 면박을 주고나서 끙끙 갑자르더니 낮고 웅글은 목소리로 노래를 떼기 시작했다.
수신은 원래 넓고넓은 바다를 헤가르며 그 어디에도 가보지 못한데 없다는 유명한 사공이였다.
비록 죄를 짓고 이렇듯 변방에서 고달픈 군역을 치르고있지만 지금도 마음은 항상 바다로만 달리고있다고 하였다.
그는 이른아침에 척 하늘만 쳐다보아도 그날 일기를 귀신같이 알아내는 재주를 가지고있었다.
눈을 감고도 중원과 이어진 그 어느 포구에도 배를 갖다댈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공출신의 무사였다.
그러니 그의 노래도 바다에 대한 노래일것은 불보듯 뻔한것이였다.
갈길은 아득히 먼데 배길도 더디니
높은 바람 만나서 큰 돛을 펼쳐야
우리네 님 계신 곳을 찾아가보겠네
《아, 아… 그만두세요. 이런 광야에 대고 바다가 어쩌고 큰 돛이 어쩌고 하면 누가 돌아다보기나 해요? 내 한마디 하겠으니 잘 들어보시라요.》
도루가 급히 두손을 내저으며 수신의 노래를 중둥무이시키고 제가 선창을 떼였다.
우린 아직 죽기 일러 고향으로 돌아가 할일도 많다네
부모님도 공양하고 처녀도 사랑하고
그러나 이 땅을 위해 어차피 가야 할 길
화살도 창검의 숲도 두렵지 않네
《우리 신세에 꼭 맞는 노래이구만.》
수신이 감탄하듯 한마디 하고나서 저도 따라불렀다
싸움이 끝나면 또다시 달려드는 오랑캐들
고향소식 가져온 전령들 우리를 찾을 길 없네
숲이여 머리를 숙여라 산이여 길을 비켜라
고구려의 기마군사 달려나간다
와- 함성이 일어났다.
수백, 수천의 기마군사들이 모두 열광에 차서 노래를 따라불렀다.
무거운 잠에 취해 무의식적으로만 나아가던 전대오가 깨여나 술렁거리며 목소리들을 합치고있는것이였다.
누가 먼저 시작하였는지는 몰라도 모든 기마군사들이 손에 든 무기로 가락에 맞게 방패를 두드려 소리를 내였다.
맹광은 두손을 깍지껴 뒤통수에 대고 편히 드러누웠다.
시꺼먼 밤하늘에는 새벽별이 외롭게 나타나 가까스로 희미한 빛을 뿌리고있었다.
차츰 새벽의 어둠이 엷어지고있는듯 했으나 아직도 광야는 짙은 어둠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었다.
맹광은 군사들의 환희에 찬 노래소리를 들으며 불현듯 치밀어오르는 오열에 목젖이 드놀고있음을 느꼈다.
기쁨의 눈물을 삼키면서 맹광은 다시 노래를 이어부르기를 고대하다가 어려서부터 군영의 군사들을 따라다니며 즐겨불렀던 노래구절을 뒤따라 소리도 내지 않고 속삭이였다.
…
숲이여 머리를 숙여라 산이여 길을 비켜라
고구려의 기마군사 달려나간다
시꺼먼 광야에 살아서 군림하는것은 오직 하많은 세월에도 그대로 이어지고있는 고구려의 군가였다.
노래에는 일찌기 조국강토에 기여드는 북방의 여러 이민족을 용감하게 쫓아낸 자유로운 옛 고구려무사들의 과감한 정신이 맥박치고있었다. 기마군사들의 종대는 끝없이 흘러가고있었다.
아득히 멀리 어둠속으로부터는 앞서간 종대에서 부르는 노래가 봄시위때의 강물처럼 유정하게 들려오고있었다.
노래소리가 차츰 작아지고있었으나 맹광의 귀가에는 여전히 용맹하고 웅심깊은 고구려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노래소리가 떠날줄을 몰랐다.
391년이 저물어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