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부. 영락

제 1 장. 391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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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하얗게 구불거리는 초원의 한가닥 길로 두 사나이가 말을 몰아가고있었다. 초원의 저쪽에서 달빛을 등지고 어둠속에 깊이 잠겨있는 무성한 나무숲이 성벽처럼 길게 늘어서서 새벽바람에 흐느적거리는것이 매우 으시시해보였다. 아마 초원을 가로질러 강이 흐르는지 가까운 곳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곳에서는 밤새의 청승맞은 울음소리가 들려오고있었다.

두명의 기마수는 으리으리한 은백색의 철갑옷으로 단단히 몸을 감싸고있는데 앞장서 달리는 사람은 보통사람의 두배는 됨직한 체격에 산이라도 단숨에 무너뜨릴듯싶은 웅장한 기상이 느껴지는 인물이였다.

짙은 눈섭밑에서 달빛에 번쩍이는 두눈은 당장이라도 불길이 이글거리며 타오를듯 한데 입만 열면 천만군사를 호령할듯 한 범상치 않은 기품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홍조가 비낀 얼굴모습은 그가 매우 젊은 사람이라는것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가 바로 고구려 제23대왕 이련태왕의 아들인 태자 고담덕이였다.

담덕은 태자의 몸으로 서북방을 순행하던중에 부왕의 병이 위급하다는 전갈을 받고 시위무사인 미추만 데리고서 왕성으로 급히 달려가는 길이였다.

갑자기 담덕이 불쑥 말머리를 돌려 초원 저쪽에 거밋하게 자태를 드러내보이는 숲을 향해 말을 몰아가자 뒤를 따르던 시위무사 미추가 급한 목소리로 찾았다.

《태자전하, 국내성으로 가려면 큰길로 곧바로 가야 하옵니다.》

담덕은 뒤에서 바싹 따라온 미추에게 고개를 돌렸다.

《부왕께서 위급한 때에 어찌 먼길을 에돌아갈수 있겠느냐? 저 숲을 가로질러 산을 넘어가면 정오가 못미처 국내성에 가닿을수 있다.》

《태자전하, 호위군사들도 없이 어찌 파악도 없는 길아닌 길을 택할수 있으리까. 큰길로 가면 여러 성과 군영을 통과할수 있으니 안전을 기할수 있소이다.》

《걱정말아라. 이 길은 옛날부터 군사들의 은밀한 이동을 위해 닦은 길이다. 오히려 큰길보다 안전하니 안심하고 따라오라.》

담덕이 단호하게 잘라 말하자 미추는 더이상 만류하지 못하고 묵묵히 뒤따랐다.

미추는 한치 앞도 가려볼수 없는 어둠속에서도 사냥군들이나 다닐 지름길을 찾아내여 말을 달리는 태자 담덕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변방에서 여기까지 수백리 먼길을 담덕은 내내 이렇게 달려왔다.

이미 수십, 수백여년간 인적이 끊기여 잡초만 무성하고 없어져버린 옛 길이라든가 군사들의 은밀한 이동을 위해 비밀리에 닦아놓은 소로길까지도 전국각지에 그물처럼 뻗어간 모든 길을 손금보듯 환히 꿰뚫고있는 담덕이였다.

담덕을 여러해째 따라다닌 미추는 태자가 군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이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12살에 태자로 봉해져 14살부터는 국내성이 아니라 줄곧 변방에 나가 군영에서 군사들과 함께 생사를 같이한 담덕이였다.

15살에는 전장에도 직접 나가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겨 피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쟁을 겪어보았었다.

남달리 담이 크고 총명한 담덕은 어렸을 때부터 무예를 닦기 위해 전심하였고 낮과 밤에 이어 꾸준히 수련한 결과 어린 나이에 벌써 힘장사들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강궁을 잡아당겨 오랜 장수들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차츰 성장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무술을 소유하게 된 담덕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태자의 몸으로 군영에서 군사들과 함께 침식을 같이하고 무예를 닦으면서도 꾸준히 병서를 익혔다.

하여 담덕은 천하를 놀래우는 무공을 세운 고구려 최고의 용장으로 성장할수 있었던것이다.

담덕은 태자이기 전에 군사들의 신뢰를 받는 장군이였으며 지략이 출중한 군사가였다.

담덕의 가슴속에 자리잡은것은 오직 하나 대고구려를 건국한 동명성왕 주몽과도 같은 인물이 되려는 열망이였다.

이 하늘아래 고구려라는 민족의 넋을 천세만세 굳건히 지킬 대강국을 세워 후세에 물려준 동명성왕에 대한 열화와 같은 환희의 감정이 담덕을 무한히 흥분시켰던것이다.

동명성왕의 17대손인 담덕은 대고구려를 동방의 최강국으로 일떠세울 일념으로 온넋을 불태웠다. 담덕은 고구려를 무한히 사랑했다.

바로 그러한 감정이 담덕을 고구려의 제일가는 명장으로 일으켜세웠던것이다.

담덕과 시위무사 미추가 숲을 지나 깊은 골짜기에 들어섰을 때였다.

갑자기 담덕이 말을 멈추어세우는것이였다.

《태자전하, 무슨 일이시나이까?》

미추의 물음에 담덕은 아무 대꾸도 없이 채찍을 들어 앞을 가리켜보였다. 미추가 눈을 들어보니 살기띤 고함소리가 울려오며 여러 사람의 그림자가 엉켜돌아가는 모습이 달빛에 희미하게 보였다.

담덕이 그쪽으로 말머리를 돌리자 시위무사 미추가 당황망조하여 두팔을 벌리고 막아섰다.

《태자전하, 아니되옵니다. 전하의 신변에 해가 될수 있으니 그만 가던 길을 가야 하오이다.》

《비켜라. 나는 태자이기 전에 고구려의 무사이다. 한몸의 위험이 두려워 피하는 사람을 후날 전장에서 누가 즐겨 따르겠느냐.》

담덕은 이렇게 웨치고나서 박차를 질러 말을 내몰았다.

태자의 신변에 무슨 화가 미칠가싶어 얼굴이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린 미추가 황급히 채찍을 휘둘러 말을 때려몰았다.

그들은 한달음에 치렬한 싸움터로 변한 골짜기에 다달았다.

죽기내기로 싸우는자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10여명의 사나이들이 한명의 기마수를 둘러싸고 공격하고있었다.

상대는 전후좌우로 몸을 날래게 피하며 사방에서 들어오는 창검을 막아내고있었다. 하지만 앞을 가려볼수 없는 어둠속에서 완전무장을 갖추고 덤벼드는 10여명의 공격을 혼자서 막아내기에는 힘이 부족하였다.

그가 갑자기 말우에서 비칠거렸다.

여러명이 동시에 가하는 공격을 막다가 그만에야 칼에 찔리웠던것이다. 언덕우에 말을 세우고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있던 담덕이 곁에서 미추가 만류할새도 없이 박차를 질러 그 무사를 구원하기 위해 달렸다. 미추도 담덕의 뒤를 따라 말을 힘껏 내몰았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져내린것처럼 두명의 무사가 짓쳐내려오자 10여명의 사나이들은 당황하여 허둥지둥하였다.

담덕은 얼결에 창검을 내대는 사나이들을 칼등으로 내리치며 곧장 짓쳐들어가 그대로 좌충우돌하였다.

담덕이 말을 타고 지나칠 때마다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며 혼절한자들이 말등에서 굴러떨어졌다.

미추도 담덕과 나란히 달리며 멋모르고 덤벼드는자들을 넷이나 말에서 떨구었다. 한번의 공격으로 방금전까지만 해도 살기등등하여 날뛰던 10여명의 사나이가 창검도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하고 혼절하여 말에서 떨어져 돌덩이처럼 굴렀다.

미추가 혼자몸으로 싸우다가 창검에 상한 기마수를 부축하여 다가왔다. 그가 상처의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는것을 보고 담덕이 말에서 뛰여내렸다. 담덕이 팔을 걷고 손수 상처를 처치해주자 사나이는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애써 참았다.

《복장으로 보아 고구려군사인듯 한데 어느 군영소속의 군사인가?》

담덕의 물음에 사나이는 웬일인지 얼굴을 흐리며 고개를 떨구는것이였다. 담덕이 바라보니 코마루가 선명하고 두눈이 매우 날카로운 사나이였다. 담덕은 더이상 캐여묻지 않고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말을 탈수 있겠느냐?》

사나이는 아무말없이 어둠속에서 담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때 미추가 한발 나서며 사나이에게 말을 꺼냈다.

《함께 갔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되니 이만 헤여져야겠소.》

사나이는 그제서야 매눈을 련상시키는 날카로운 두눈을 번뜩이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고맙소이다. 저는 신성의 척후장으로 있는 맹광이라 하옵니다. 이렇듯 사지판에서 구원해준분들의 이름이라도 알고싶소이다.》

《이름을 알아선 무엇하겠는가. 그대가 어떤 사연으로 싸우게 되였는지 모르겠으나 고구려무사로서 그냥 지나칠수 없어 돕게 된것이다.》

담덕의 말에 사나이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도 꼭 어디에서 뵈온분들같아 그러니 어디 계신 누구인지 성함만이라도 밝혀주소이다.》

사나이가 가까이 다가서자 미추가 그를 가로막아섰다.

《그대가 감히 성함을 물어볼분이 아니니 그만 갈길을 가시오.》

미추가 거칠게 오금을 박자 담덕이 한결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무때건 국내성으로 찾아오너라. 그러면 만날수 있겠지. …》

담덕은 이 말만 남기고는 박차를 질러 달려가기 시작했다.

숲속의 골짜기에서 우연히 맞다든자들과 싸움을 벌려 신성의 척후장이라는 군사를 구원한 태자 담덕과 시위무사 미추는 계속 산길을 달려 마침내 정오무렵에 국내성에 도착하였다.

담덕은 궁성에 들어서자마자 말등에서 뛰여내려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부왕의 침전으로 달려갔다.

침전에는 부왕의 근시들과 약심부름을 하는 궁녀들이 여러명 있었다.

태자 담덕이 황황히 침전에 뛰여들자 모두들 공손히 머리를 숙여보이며 길을 내주었다.

태왕은 의식이 없이 침상에 누워있는데 오랜 병환에 시달린 얼굴은 전혀 피기가 엿보이지 않았다.

담덕은 너무도 답답하고 억장이 무너지는듯 하여 부왕의 침상곁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부왕마마, 어찌하여 병환이 이리 심하도록 소자에게 알리지 않으셨소이까. 부왕의 병환이 이렇게 깊은줄도 모르고 불효막심한 소자는 곁을 지켜드리지도 못했나이다.》

어느새 담덕의 눈에서는 슬픔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국상 연구흠이 다가와 담덕에게 속삭이였다.

《태자전하, 고정하시오이다. 페하께서는 변방을 순행중인 전하께서 근심할것 같아 부르시지 않으신것이오이다. …》

《페하의 뜻이 설사 그러하셨다 해도 조정의 오랜 로신인 국상은 어찌 내게 페하의 병환을 숨기셨소?》

《태자전하께는 면목이 없소이다. 실은 페하의 병환이 깊다는것이 알려지게 되면 혹시라도 불손한자들이 딴마음을 먹고 민심을 소란시킬지 몰라 일체 외부에는 알리지 않도록 조처하였나이다.》

국상 연구흠의 말이 옳았다.

태자가 밖에 나가있고 태왕이 병으로 일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수 없는것이였다.

연구흠은 소수림태왕시기부터 국상의 중임을 맡아 지금껏 묵묵히 고구려조정을 받들어온 오랜 원로중신이였다.

고구려 5부귀족의 중심인 연나부의 우두머리이며 만조백관의 우에 있는 몸이였지만 그것을 등대고 전혀 행세를 할줄 모르는 고지식한 늙은이였다. 담덕은 우직하다할 정도로 충직한 국상 연구흠의 손을 한번 쥐였다 놓고나서 다시 부왕에게 돌아섰다.

지금까지 의식이 없던 태왕이 꿈에서 깨여난듯 비로소 눈을 떴다.

가물가물한 의식속에서도 담덕을 알아보고 간신히 손을 쳐들었다.

《페하!…》

담덕은 이렇게 부르짖으며 부왕을 부여잡았다.

태왕은 아들의 우람한 몸을 바라보다가 국상 연구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입에서는 가냘픈 목소리가 간신히 새여나왔다.

《짐이… 태자와 잠시 나눌 말이 있으니 그만 물러가주시오.》

비록 태왕의 목소리는 병색이 짙어 가냘프고 약했으나 대고구려의 천자다운 기백을 잃지 않고있었다.

태자 담덕의 출현이 꺼져가는 생의 마지막불꽃을 가까스로 붙잡고있는 태왕에게 활력을 부어준것 같았다.

모두들 밖에 나가고 침전안에는 아버지와 아들 두사람만 남았다.

태왕은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담덕의 아래우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오랜 병환의 괴로움속에서도 아들의 대장부다운 모습이 흐뭇하여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누가 담덕을 18살의 태자라고 하겠는가.

자기는 비록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이렇듯 름름하게 대장부로 성장한 아들에게 고구려를 넘겨준다고 생각하니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듯 가슴이 후련하여 태왕은 담덕의 손을 부여잡고 이렇게 입을 열었다.

《담덕아, 나는 너에게 고구려의 태왕으로서가 아니라 한 아들의 아비로서 중요한 부탁을 하고싶구나. 혹시라도 이 아비가 운명하기 전에 네가 돌아오지 못할가싶어 마음을 놓지 못했었다. …》

태왕은 담덕이 흥분하여 말을 하려고 하자 얼른 손을 들어 밀막았다.

《나는 쉽게 눈을 감을수 없다. 선대태왕들의 유업을 지키지 못하여 결국 강국 고구려가 내 대에 와서 쇠약하게 되였구나. … 담덕아, 이걸 명심해라. 네가 약하면 나라도 약해진다. 이 아비는 고구려의 력대 태왕들의 꿈인 조선의 옛땅을 모두 되찾지 못했으며 갈라진 겨레의 나라들을 하나로 모을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너는 부디 동명성왕의 후손답게 민족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거라. 이것이 바로 이 아비가 마지막으로 너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

태왕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고개를 뒤로 떨구고 헐떡거렸다.

당황한 담덕이 어의를 부르려고 일어서자 태왕은 마지막기력을 다해서 아들의 옷자락을 힘껏 움켜잡았다.

《담덕아, 너는 얼마든지 네 힘과 능력으로 조정의 기강을 바로세우고 5부의 귀족들을 휘여잡으며 수백만 고구려백성들이 널 즐겨따르게 할것이다. 네가 이제부터 열어나가야 할 새시대에 필요한 인재들을 불러들여 고구려를 부강하게 하는 길로 뒤돌아봄이 없이 앞으로만 달려가거라. 동…명…성… 왕님께서 너를… 지켜줄것이다.》

가까스로 마지막말을 아들에게 남긴 태왕-고국양왕은 기력이 모두 진하여 두눈을 스르르 감고말았다.

담덕은 사나이의 억센 눈물을 흘리며 부왕의 령전앞에서 다짐했다.

《부왕마마, 소자 부왕마마의 뜻을 가슴에 새기겠소이다. 반드시 고구려의 꿈을 이루어 이 나라를 그 누구도 건드릴수 없는 강국으로 만들겠나이다.》

18살 홍안의 태자 담덕의 눈에서는 화산의 분출마냥 불길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있었다.

때는 391년 5월이였다.

 

…꿈속에서 모대기는 맹광의 눈앞에는 3년전에 자기가 직접 체험한 살벌한 전장이 펼쳐졌다.

대지가 부르르 요동치는 속에 수천을 헤아리는 후연의 기마군사들이 미친듯이 말을 몰아 달려오고있었다.

한덩어리로 뭉쳐 달려오는 그들의 흉맹한 얼굴이 언뜩언뜩 커졌다.

후연의 기마군사들이 웨치는 야생적인 고함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왔다.

이제는 적이 코앞까지 다달았다.

그들은 매 군사가 바줄로 말등에 제 몸을 비끄러매고있었다.

싸우다 죽는다 해도 말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살벌한 공포가 맹광의 가슴을 얼어붙게 하였다.

맹광은 군사가 되여 처음으로 이런 대격전에 참가하였다.

흥분으로 한쪽볼이 경련을 일으키는것을 느꼈다.

드디여 고대하던 시각이 왔다.

대고구려의 태자이며 군사들속에서 부루장군으로 널리 알려진 담덕이 진앞으로 뛰여나와 검을 뽑아들었다.

맹광은 이제 15살의 홍안의 태자 담덕의 얼굴을 정신없이 쳐다보았다. 태자의 몸으로 여러차례 전투에 참가하여 뛰여난 무공을 세운 담덕을 고구려군사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르고있었다.

15살의 소년이라 하기엔 체격이 우람하고 그 누구도 따를수 없는 무예실력을 지닌 담덕이라 그의 명령이라면 군사들은 죽음도 서슴지 않았다. 맹광은 담덕이 태자로서가 아니라 같은 무사로서 담대하고 용맹하며 무공이 뛰여났기에 신과 같이 공경하고 따랐다.

공격구령이 마치 딴 세상의 소리인듯 적의 함성을 짓누르며 고구려군 기마군사들의 머리우로 울려퍼졌다.

태자 담덕이 대장기를 날리며 맨 선참에서 말을 달렸다.

그의 손에서 장검이 획획 바람을 헤갈랐다.

맹광은 그에 뒤질세라 자기도 박차를 질러 혼잡을 일으키는 적들을 향해 과감하게 말을 몰았다.

수천의 고구려기마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적을 향해 맞받아 달렸다.

맹광은 갑자기 말발굽이 감아올리는 자욱한 모래먼지때문에 태자의 모습을 시야에서 놓치는 순간 적기마군사들과 조우했음을 알아차렸다.

량군의 기마군사집단은 그 선두가 접촉한 순간부터 정연한 대형을 일시에 흐트러뜨리고 서로가 앞으로만 내달렸다.

맹광은 자기의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후연기마군사들이 마치 대하의 흐름처럼 끝없이 나타나는것을 보았다.

맹광은 이지러진 얼굴로 검을 휘두르며 눈깜박할사이에 좌우로 어기며 지나치는 놈들을 베였다. 화살이 귀뿌리를 스쳐날며 윙윙거렸다.

말과 사람들이 돌과 화살이 비발치는 속에서 서로 부딪쳐 넘어지기도 하고 창칼에 찔리워 비명을 지르기도 하였다.

고함소리, 말울음소리, 말발굽에 채워 피여오르는 모래먼지가 천지를 가득 채웠다.

맹광은 숨이 턱에 닿아 헐떡거리면서도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이러한 수라장은 끝없이 계속되고있었다.

맹광은 갑자기 자기 주위가 훤해지는것을 느꼈다.

새까맣고 음산한 동굴속에서 갑자기 해빛이 비치는 밖으로 뛰여나온것처럼 눈이 부셨다. 맹광은 저도 모르게 등자를 밟고 일어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앞에서는 여전히 대장기를 기세좋게 날리며 부루장군 담덕이 말을 몰아가고있었다. 온몸이 빨갛게 이글거리는것이 흡사 붉은 룡을 련상케 하였다.

뒤에서는 전장을 빠져나온 고구려기마군사들이 돌처럼 굳어진 얼굴로 말을 달려오고있었다.

태자 담덕을 선두로 고구려기마군사들은 자기들이 방금 벗어나고 아직도 량군이 뒤섞여싸우고있는 전장을 에돌아 큰 반원형을 그려나갔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에 올라섰을 때 맹광은 저도 모르게 손에 든 검을 추켜들었다.

자기 대렬과 마찬가지로 전장에서 벗어난 적의 한무리가 역시 반원을 크게 그리며 고구려군을 목표로 미친듯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던것이다.

또다시 적아가 부딪쳤다. 맹광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혼잡속에 휘말려들었다. 이번에는 완전한 백병전이였다. 칼날이 머리우에서 번뜩이고 함성과 부르짖음소리가 굉음마냥 울려퍼졌다.

적아는 또다시 두개의 흐름을 이루어 이번에는 서로 반대의 방향을 향해 질주해갔다.

맹광은 두번째로 전장에서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기마군사들의 대렬이 끊임없이 움직이고있었다.

맹광은 말을 달리면서 눈으로 태자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들판 한가운데 부루장군 태자 담덕의 대장기가 꽂혀있었다.

맹광은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맹광뿐아니라 살아남은 고구려기마군사모두가 대장기를 바라고 모여들었다.

대장기주위에 집결한 고구려군은 세번째로 전장을 꿰질러 살아남은 적을 찾아 달렸다. 수천마리의 말들이 놀라 산지사방으로 헤쳐달아났다. 말등에는 죽은 후연기마군사들의 몸뚱이가 매달려 거들거렸다.

후연군은 완전히 전멸되였다.

고구려군도 손실은 컸다. 거의 반수에 가까운 기마군사들이 희생되였던것이다. 맹광은 차츰 눈이 흐려지고 몸이 나른해짐을 느끼였다.

푸른 하늘과 누런 땅이 빙글빙글 눈앞에서 돌아갔다. 가까스로 손을 올려 옆구리에 가져갔다. 싸움의 소용돌이속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었는데 적의 창에 상했는지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고있었다.

맹광은 자기 몸이 말우에서 기울어지는것만 의식하고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맹광은 새벽녘의 차거운 공기가 온몸을 쿡쿡 쑤셔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맨 처음 눈으로 본것은 한줌 보석을 뿌려놓은듯 반짝반짝 빛나는 별무리였다. 맹광이 가까스로 고개를 돌고 좌우를 둘러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화토불이 간간이 타오르는 속에 상인차림새의 사람들이 마주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는 몸이 체소하고 허리가 날씬한것이 분명 녀인인것 같았다.

그옆에 앉은 사람은 뼈대가 억세고 어깨가 다부진것이 시선을 끌었다. 팔을 짚고 일어서려던 맹광은 그만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였다. 화토불을 마주하고 앉아있던 남녀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녀인은 그냥 앉아있고 사나이가 부시시 몸을 일으켜 스적스적 다가왔다. 맹광은 상처의 아픔속에서도 상대방이 허리에 검을 차고있는것을 눈여겨보았다.

옷차림은 중원과 료서지방을 떠돌아다니는 장사군행색으로 차려입었으나 남의 옷을 빌려입은듯 그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아보였다.

남자는 맹광이보다 서너살쯤 많아보이는데 눈이 부리부리하고 얼굴이 둥근것이 잘생긴 사내의 모습이였다.

그러나 그의 몸에서는 전쟁을 겪어본 무사만이 느낄수 있는 살기가 은근히 감돌고있었다.

맹광은 일어서려고 애쓰다가 그만에야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떨구었다. 뼈마디를 꺾는듯싶은 아픔이 그의 온몸을 덮쳐눌렀던것이다.

사나이는 또다시 일어서려고 안깐힘을 쓰는 맹광을 조심히 제지시키며 뜻밖에도 동족의 말을 하는것이였다.

《어제 저녁녘에 여길 지나다가 시체무지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붙잡고있는 그대를 보게 되였소. 인정상 그냥 지나칠수 없어 구완해주게 된것이요.》

사나이가 비록 동족의 말로 이야기를 하였으나 고구려사람같지는 않았다. 그의 말에서는 남쪽사람의 억양이 진하게 나타났던것이다.

맹광은 순간 그가 필경 백제나 신라사람일것이라고 추측하였다.

료서에는 백제사람들이 점거한 군, 현이 여러개나 되였다.

물론 10여년전에 그 행정거점이 산동의 여러 주, 군으로 옮겨갔으나 아직도 료서땅에는 백제사람들의 영향력이 남아있었던것이다.

고구려가 적극적인 서진정책을 펴고있다고는 하지만 료서를 사이에 두고 고구려와 후연이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고있기때문에 아직까지 료서땅에는 질서가 바로잡히지 못했던것이다.

맹광은 그가 누구이든 제 생명을 구원해준 은인이였기에 맥없이 웃으며 고맙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럼 우린 이젠 돌아가겠소. 부디 몸조리를 잘하기를 바라오. 생각같아서는 어디 인가에라도 맡기고 떠났으면 좋겠으나 그럴 형편이 못되여 그러니 량해해주시오. 저기 말을 한필 두고 가겠소. 날이 밝으면 군영으로 돌아가시오.》

사나이는 맹광을 굽어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맹광은 가까스로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고맙소. 나는 고구려무사 맹광이라고 하오. 그대들의 성함을 남겨주고 가시오. 후날에 꼭 보답을…》

맹광은 화토불가에 앉아있던 녀인이 벌떡 일어나는 뜻밖의 반응에 말을 끊었다.

흰 살결에 갸름한 얼굴, 크고 아름다운 눈이 매우 인상적이였다.

나이가 이제 열일곱살쯤 되였을가. …

순간 맹광의 머리에는 이 녀인을 어디선가 한번 만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맹광은 녀인의 아름다운 눈에 비낀 슬픔의 그림자를 보았다. 녀인이 어째서 자기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처럼 놀라운 반응을 보였겠는가.

사나이가 녀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조용히 질책하는 시선으로 굽어보자 녀인은 맥없이 고개를 떨구고 물러서버렸다. 이어 행장을 수습하고는 말들이 매여져있는 골짜기아래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나이는 녀인의 뒤모습에 시선을 주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이상하게 생각할게 없소. 아주 어렸을 때 참변을 겪었지. … 중원에서 노예로 팔려다니는것을 만나게 되여 내가 수중에 거두었소. 이따금 저럴 때가 있는데 그대가 량해해주시오.》

《당신들은 백제사람이요?》

사나이는 맹광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등을 돌렸다.

몇걸음 걸어가다가 문득 멈추어서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이런 말을 남기였다.

《난 연우라는 아라사람이요. 혹 후날 다시 만난다고 해도 벗으로 만나지는 못할것이요.》

그는 이런 말을 남기고는 녀인과 함께 말을 타고 떠나갔다.

맹광은 누운채로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연우라는 사나이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어째서 그는 벗으로 만날수 없다고 했을가. 아라인인 그가 어떻게 여기 료서땅에 나타났는가. 어울리지도 않는 상인차림새도 수상했고 자기를 대하는 녀인의 태도 또한 이상했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맹광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웃몸을 쳐들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던가. 혹시 그 녀인이 내가 그토록 갈망하여 찾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럴수 없다.

맹광은 그 녀인이 상이가 아닌가 하는 괴로운 생각에 소스라쳐 놀랐던것이다.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실지 현실로 내 눈앞에 왔다간것일가?!

맹광은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려고 해도 웬일인지 그 녀인이 자기 누이동생처럼 여겨지는것이였다.

맹광은 상처의 아픔도 잊고 일어나 광야를 향해 울부짖었다.

《상이야!-》 라고 동생의 이름을 찾고 또 찾았다. 그러나 그의 귀에는 저 멀리 산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메아리뿐이였다.

맹광은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이 제 이마를 짚어주는것을 느꼈다.

누구의 손일가? 분명 이 손은 녀인의 손이였다.

그러면 나를 낳아준 어머니인가? 맹광의 어머니는 그가 아주 어렸을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맹광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그가 추억하는것은 친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어느 한 묘소에 찾아갔던것뿐이였다.

그때 진은 맹광에게 여기 네 어머니가 누워있다라는 말을 해주었었다. 이것이 바로 맹광이 어머니에 대해 기억하는것의 전부였던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용모라든가 또 무슨 병을 앓다가 돌아갔는지도, 심지어 이름조차 모르고있었다.

어머니가 아니라면 누이동생 상이일가?

아버지가 유주에서 전사하고 상이와 비참하게 헤여진 그날로부터 어언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설사 상이가 눈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맹광은 첫눈에 알아볼수 없을것이였다.

맹광은 언제나 상이를 뇌리에 떠올릴 때마다 이제는 숙성하여 처녀로 다 자란 상이를 그려보군 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야릇한것은 어째서인지 상이가 다 자란 처녀의 모습으로 떠오르지 않는것이였다.

그의 눈앞에 그려지는것은 15년전 유주에서 헤여질 때 하평이 쥐여준 나무칼을 품에 안고 조용히 잠들어있는 어린 처녀애 5살난 상이의 모습이였다.

때문에 맹광은 아직도 어린 처녀애만 대하면 가슴이 후드득 떨려왔다. 바로 이러한 리유로 3년전 후연군과의 대격전때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가 낯모를 아라가야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원받고 신성으로 돌아올수 있은 그때의 일이 꿈속에서 그리도 생동하게 나타나군 하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무엇인가 따뜻한것이 또다시 얼굴에 닿았다.

맹광은 그것이 수건을 더운 물에 적셔 식은땀을 닦아주는것임을 깨달았다.

약을 달이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점차 의식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맹광은 간신히 눈을 떴다.

그가 맨 처음으로 본것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굽어보고있는 처녀의 하얀 얼굴이였다. 맹광은 다시 눈을 감았다. 내가 아직 환각에서 깨여나지 못했는가?! 맹광은 눈을 뜨고싶어도 뜰수가 없었다.

눈만 뜨면 이 모든 환영이 즉시에 사라질것만 같은 공포가 가슴을 얼어붙게 하였다.

《정신이 좀 드셨나이까?》

처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서야 맹광은 이 모든것이 걸코 환각이 아님을 느끼였다.

일어서려고 안깐힘을 썼으나 상처의 아픔이 온몸을 쿡쿡 찔러댔다.

맹광은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통속같이 정갈하고 아늑한 방이 훤하게 안겨왔다. 오른쪽구석에 놓인 질화로에서 약탕관이 자글자글 끓었고 머리맡에는 더운 물을 담은 놋대야가 놓여있었다.

방에는 다른 가구란 별로 눈에 띄우지 않고 자개박이장농 하나에 반짇고리가 그옆에 덩실하게 자리잡고 서탁이 놓여있는 마주 바라보이는 벽에는 장검이 하나 걸려있었다.

녀인의 방에 장검이 걸려있는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여기가 어디오이까?》

맹광은 수집은듯 고개를 수그리고 앉아있는 처녀에게 말을 붙였다.

《개마현 가마지골마을이나이다.》

처녀의 대답을 들은 맹광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지 머리를 기웃거렸다.

《내가 어떻게 되여 여기까지 오게 되였소이까?》

맹광의 성급한 물음에 처녀는 다심한 누나처럼 환히 웃었다.

《그건 제가 물을 말이나이다.》

처녀의 말을 듣고서야 맹광은 자기가 겪은 일들을 간신히 생각해낼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과거,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였는가를 돌이켜보았다.

신성에서 모함을 입어 옥에 갇혔던 일이며 야밤중에 파옥하러 온 하평의 손에 구출되여 군영을 탈출하던 일이 눈앞에 떠올랐다.

현무당주 아민이 끌고 쫓아오는 추격병을 자기에게로 유인하며 웨치던 하평의 당부가 귀전에 맴돌았다.

진자사의 뜻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살아남으라고, 하여 생사를 모르고 헤여진 누이동생 상이를 찾아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성으로 가라고 이르던 하평이였다.

탈옥하여 신성부근에서 하평과 헤여진 후로 여기저기 갈곳을 찾아헤매이다가 어느 이름없는 산골짜기에서 신성태수 마고와 아민이 보낸 군졸들과 맞다들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던 맹광은 그만 군졸들의 칼에 상하여 목숨이 경각에 다달았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떨어져내린것처럼 난데없이 두명의 무사가 나타나 군졸들을 쫓아버리고 그를 구원하였다.

구원자의 이름을 묻는 맹광의 말에 그들은 단지 국내성으로 찾아오라는 말만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맹광은 그때 자기를 구한 구원자들중에 류달리 젊고 체격이 웅장한 인물을 꼭 어디선가 만난것만 같은 인상을 아직까지 털어버리지 못하고있었다. 분명 맹광은 언제인가 그를 만났었다.

비록 어둠속이라 그의 얼굴모습 전부를 생각해낼수 없었지만 천만군사를 호령하는듯싶은 기품이며 숲이 울리게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전혀 생소하지 않았던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부루장군이?!

맹광은 곧 그런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였다.

대고구려의 태자가 사냥군들도 다니기 저어하는 산길을 톺아 그곳에 나타날리 만무하다고 생각하였던것이다.

구원자들과 헤여진 후로 모든것이 꿈속같이 흘러갔다.

수배받는 처지라 인가에 찾아들어갈수 없어 낮이면 산발을 타고 밤이면 맨땅에 누워 눈을 붙였다.

군졸들과 싸울 때 입은 상처가 덧나서 고열로 정신을 잃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였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 말을 달렸다.

맹광의 목적은 국내성이였다.

자기를 키워주고 목숨을 내놓고 탈옥시켜준 하평의 당부도 국내성으로 가라는것이였고 군졸들의 손에서 구원해준 구원자들도 국내성으로 찾아오라고 했었다.

설사 국내성에서 억울한 루명을 쓰고 잡힌다고 해도 반드시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고통을 이겨내며 길을 가고 또 갔다.

구원자들과 헤여진지 사흘째 되는 날 맹광은 상처입은 몸으로 산길을 톺아오르다가 그만에야 발을 헛디디여 말과 함께 벼랑에서 굴러떨어졌다. 맹광은 그것밖에 더는 생각나는것이 없었다. …

질그릇에 약을 담아가지고 다가온 처녀가 숟가락에 정히 떠서 입에 흘러넣어주었다.

《사흘동안 의식이 없었나이다. 때마침 소녀가 약초를 캐러 산에 올랐기망정이지 큰일날번 하셨나이다. 이제 이 약을 드시고 땀을 내시면 차도가 있을것이오이다.》

맹광은 처녀의 다심한 인정에 끌려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이 처녀가 아니였더라면 어찌 되였겠는가. 인적없는 골짜기의 한줌 흙으로 내버려졌을것이다.

맹광은 처녀에게 무슨 말로 고맙다고 해야 할지 몰라 바재이다가 이렇게 물었다.

《내 이름은 맹광이라고 하오이다. 아가씨는 성함을 어떻게 부르시는지?…》

수집게 눈을 내리까는 처녀의 두볼에 홍조가 비꼈다.

처녀는 한참만에야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

《제 이름은 소운이라고 하오이다.》

의식을 되찾은지 이틀만에야 맹광은 밖으로 나갈수 있게 되였다.

아직도 몸이 채 추서지 않아 걸음을 옮길 때면 다리가 후들거렸고 뼈마디가 쑤셨다. 그러나 언제까지 누워만 있을수가 없었다.

한시바삐 자리를 털고일어나야 왕성으로 갈수 있지 않겠는가.

맹광이 이처럼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난것은 그의 육체가 든든하기도 했거니와 소운의 지성을 떠나서는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였다.

내가 정녕 소운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찌 되였겠는가?!

맹광은 생각할수록 처녀의 따뜻한 마음에 고개가 숙어졌다.

알고보니 소운은 불행하고 외로운 몸으로서 어려서 량부모를 잃고 삼촌의 손에서 자라났다고 하였다.

소운의 삼촌은 한때 명성이 자자했던 이름난 장수로서 여러 전쟁에 참가하여 큰 공을 세워 당시 고구려태왕의 큰 신임을 받기까지 하였다는것이였다.

그런데 그의 운명에 비운이 드리워졌다.

전선에 출전하였다가 억울한 루명을 들쓰게 되였던것이다.

그의 동료였던자가 패전의 책임을 넘겨씌운것이였다.

고구려의 법은 매우 엄했다. 전장에서 패전한자는 그가 누구이든 죄책을 당하게 되여있었다.

소운의 삼촌은 억울하게 처형장에 끌리워나갔다. 아무리 자기가 패전한것이 아니라고 몸부림쳐도 루명을 벗을 길이 없었다.

전장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소운에게 삼촌이 쓰던 검 한자루를 전해주었다. 그것이 소운의 삼촌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준 유물이였다.

소운은 졸지에 자기가 의지하던 마지막기둥마저 잃어버렸다.

이제는 그에게 남은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가산과 집마저 몰수당하여 이리저리 방황하는 신세가 되여버렸다. 사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패전장수의 조카라고 하여 받아주지 않았다.

소운은 몇번이나 죽으려고 결심했다가도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꿋꿋이 견디여냈다. 어떻게든 살아 비명에 돌아간 삼촌의 원쑤를 갚으리라 속다짐한것이였다.

삼촌이 남겨준 한자루의 검!

바로 이것이 절망과 방황의 소용돌이속에서 소운이를 일으켜세운 삶의 빛줄기였다.

삼촌을 배신한자는 그후 권모술수를 부려 크게 출세하여 높은 군직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하였다.

소운은 그자를 용서할수 없었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지 연약한 처녀의 몸으로써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국내성에 찾아가 해당 관청에 억울함을 상소하였지만 그 누구도 소운의 말에 귀기울이는자가 없었다.

처녀는 후날을 기약하기로 하였다. 억척같이 이 세상을 살아 어떻게 하나 원한을 씻으리라 결심했다.

처녀의 몸으로 궂은일, 마른일 가리지 않고 손에 잡았으며 고역속에서도 틈틈이 검술을 익혔다.

이 세상에 고구려녀인들만큼 강의한 녀인들은 없을것이다.

고구려에서는 대체로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시로 전장에 나가야 하는것만큼 생활을 꾸려나가는것은 녀인들이 주로 맡아하였다. 원래 이악하고 부지런한데다가 성격이 굳세여 예로부터 고구려녀인들은 그 어떤 난관앞에도 굴복할줄 몰랐다.

바로 이러한 녀인들의 사심없는 뒤받침이 있었기에 고구려남아들이 강한것이고 그토록 소중한 가정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않는것이였다. 이런 강의하고 이악한 고구려녀인들의 기질을 가지고있는 소운은 이를 악물고 일을 하여 처녀의 몸으로 뜻을 이를수 있는 길을 하나하나 개척할수 있었던것이다.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땅도 조금 마련할수 있었고 집도 한채 장만했다. 매일과 같이 부지런히 비단을 짜서 팔아 준마도 한필 사서 매놓았다. 삼촌의 원쑤를 언제인가는 반드시 갚을 결심으로 18살이 되는 오늘까지 꿋꿋이 살아온 처녀였다.

맹광은 토방에 앉아 잠간 숨을 돌리고나서 마당으로 내려섰다.

좀전에만도 부엌에서 밥을 잦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어디에서도 소운의 자취를 찾기 어려웠다.

맹광은 래일 날이 밝으면 여길 떠날 작정이였다.

맹광은 소운의 모습을 안타깝게 찾는 자기자신을 의식하고는 깜짝 놀랐다. 방금전에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소운의 얼굴을 훔쳐보고 당황해서 시선을 다른데 돌렸지만 왜서인지 마음은 항상 그의 곁으로만 달려가지 않았던가.

맹광은 소운의 따뜻한 마음에 어린시절의 다정다감한 그 시절로 돌아간듯싶었다.

이런 저녁에 어디 갔을가?

인적이 드문 곳이라 어디에 마실을 갔을리 만무한것이고 날이 어슬어슬해지는 저녁녘에 산나물을 뜯으러 산에 가지도 않았을것이였다.

맹광은 소운의 지난날을 다시한번 더듬어보았다.

참으로 불행한 처녀였다.

자기를 지켜주는 마음의 기둥이 없이 홀로 여섯해를 살아왔다고 한다. 소운이 과연 뜻을 이를수가 있을가.

혼자서 그것을 실현하기엔 소운은 너무도 연약한 녀인이였다.

맹광은 가까이에서 인기척이 들려서야 상념에서 깨여났다.

소운이 당황한 기색으로 무엇인가 등뒤에 감추며 다가오는것이였다.

《그 몸으로 무리하는것은 좋지 않소이다. 어서 들어가시와요. 이제 곧 진지를 올리겠나이다.》

《어딜 가셨댔소이까?》

맹광의 무뚝뚝한 물음에 소운은 얼굴이 붉어진채로 덤덤히 서있기만 하였다.

맹광은 소운의 손에 들린 까투리 한마리를 보았다.

《아까 아침에 옹노를 놓았는데 뭐가 잡혔는가 해서 나가보았소이다. 큰 짐승은 걸리지 않고 이렇게 까투리만… 찬거리가 변변치 않아…》

맹광의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성난 기색으로 소운을 질책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저녁에 험한 산중에 오르오이까. 아가씨가 이렇게 고생하며 대접하면 내 어찌 달게 먹을수가 있겠소이까. …》

맹광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서서 방에 들어가 누워 천정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처녀의 살뜰한 그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부엌에 내려간 소운이는 끓는 물에 까투리를 튀하여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꾸 손이 떨려오고 가슴은 방망이질하기 시작했다.

맹광의 꾸짖던 목소리가 그대로 소운의 귀전에 남아서 메아리처럼 곱씹어 울려왔다.

불현듯 언젠가 성난 목소리로 자기를 사정없이 욱박지르던 삼촌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젠 다 자라 시집갈년이 산에 올라가서 짐승을 잡다니… 그러다가 범이라도 만나 물려가면 어쩔셈이냐. …》

그때도 지금같은 여름이였었다.

삼촌의 입맛을 돌려세우겠다고 산에 옹노를 놓아 까투리 한마리를 들고 집에 내려왔다가 난생처음 눈물이 쑥 나오게 꾸중을 들었다.

그때도 소운은 마구 성을 내던 삼촌의 그 무뚝뚝한 얼굴과 거치른 목소리에서 그 누구보다도 자기를 아껴주고 생각해주려는 진정의 뜨거움을 가슴이 사무치도록 느꼈었다.

삼촌은 무거운 군직에 매인 몸이였지만 소운의 얼굴에 그늘이 지지않게 하자고 안해도 맞이하지 않고서 홀로 어린 조카를 키웠다.

소운일 언제나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대하는 삼촌이였지만 이렇듯 엄하게 질책하고 꾸중할 때도 종종 있었다.

소운은 바로 맹광의 꾸중에서 자기를 아껴주고 보살펴주려는 마음속 한구석을 느끼였던것이다.

외롭고 쓸쓸한 자기에게도 걱정해주고 아껴주는 마음이 있다는것 자체가 소운에게 이루 말할수 없는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소운이 지성을 다해 차려준 저녁밥을 달게 먹은 후 맹광은 소운이와 마주앉았다. 처음 작정한대로 날이 밝으면 떠나겠다는 말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맹광이 계속 침묵만 지키고있자 소운이 고개를 푹 떨구고 속삭이듯 먼저 말을 꺼냈다.

《저는… 검을 배울수 없나이까?》

맹광이 놀라운 기색으로 바라보며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있자 소운이 조심히 말을 이었다.

《신성에서 군직에 있었다는 말을 들었소이다. 몇번이나 말을 꺼내려다가 종시 말씀드리지 못했었는데… 실은 저의 삼촌의 원쑤가 신성태수 마고이오이다.》

맹광은 다시한번 놀랐다. 소운의 원쑤가 신성태수라니 천만뜻밖이였다. 자기가 상관으로 받들고있던자가 이 불행한 처녀의 작은 가슴에도 원한의 상처를 남겨놓았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온몸의 피가 거꾸로 치솟는것만 같았고 바싹 마른듯싶은 목에서는 겨불내가 났다.

졸지에 하나밖에 없는 삼촌을 잃고서도 이날이때까지 절망하지 않고 고역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온 소운이란 처녀에게 이제 무슨 말을 해줄수 있겠는가.

맹광은 이런 안타까운 심정에 부대끼다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아가씨의 심정은 리해되오이다. 허나 처녀의 몸으로는 검을 배울수 없소이다. 검을 든 손에는 늘 죽음의 악귀가 붙어다니기마련이오이다. 그러니 절대로 검을 배워 손에 피를 묻히지 마시오이다.》

소운이 슬픔이 가득 고인 검은 눈을 들며 입을 열었다.

《비명에 돌아가신 삼촌의 원한을 씻어드리고싶었나이다. 연약한 녀인으로 태여난것이 지금처럼 원망스러웠던적이 없었나이다. 방금전에 집에 돌아오던 길에 마을사람들을 만나 들으니 인차 국내성에서 성대한 무술시합을 연다고 하오이다. 선발된자는 근위군의 장수로 등용한다 하오이다. 나도 녀자만 아니였더라면 무술을 배워 그런 시합에 나가 장원하여 삼촌의 원한을 씻어드럴수 있으련만…》

《아니, 국내성에서 왜 갑자기 무술시합이 벌어진다는것인지요?》

깜짝 놀란 맹광이 이렇게 물어보자 소운이 품속에서 무엇인가 꺼내주었다. 국내성에서 무술시합이 벌어진다는것을 알리는 한장의 공시였다.

《태왕이 새로 즉위하시여 무술시합을 벌린다고 천하에 공포하였다 하나이다. 전례로 내려오던 태왕즉위식 대신 무술시합을 열어 고구려의 기개를 떨치겠다고요. … 이것을 전해준 마을사람이 이야기하길 이 소식을 듣고 전국각지에서 조의(국가에 소속된 무사집단)들은 물론 선인(지방향족출신의 무사)들과 경당사람들까지 구름처럼 국내성으로 모여든다고 하오이다.》

맹광은 두눈을 빛내이며 소운에게 한발 다가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래일 새벽에 떠나려고 결심했소이다. 그런데 아가씨가 마침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으니… 바로 이것이오이다. 국내성에서 열린다는 무술시합이야말로 저의 꿈을 이를수 있고 또 아가씨의 한을 풀어드릴수 있는 길이오이다.》

잠시 말을 끊고 소운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맹광은 소운의 아름다운 눈에 맑은 눈물이 고인것을 보고서 이름할수 없는 충동에 저도모르게 처녀의 부드러운 손을 꼭 감싸쥐였다.

《아가씨, 믿어주시오이다. 내가 반드시 뜻을 이루어 아가씨의 한을 풀어드리겠소이다. 지난날을 추억하며 슬퍼하기보다 밝은 미래를 내다보며 맞이할줄 알아야 하오이다.》

밤은 소리없이 깊어가고있었다.

밖에서는 풀벌레의 단조로운 울음소리가 돌려왔다.

소운은 자기를 수습하고 밝은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소운의 이러한 모습은 맹광의 마음을 더욱 괴롭게 했다.

맹광은 급히 품속을 더듬었다. 탈옥할 때 하평이 넣어준 은장도를 잡은 손이 일순 굳어져버렸다.

상이에게 주려고 품에 간직했던 은장도였다.

하평이 수년세월 한쪼각, 한쪼각의 은을 모아 심혈을 담아서 벼린것이였다. 하지만 상이는 이 오빠를 리해할것이였다.

맹광은 품속에서 은장도를 꺼내들고 소운의 부드러운 손에 꼭 쥐여주었다.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운에게 맹광은 이렇게 말했다.

《누이동생을 만나면… 그때 주려고 만들었던 은장도이오이다. 저의 양아버지가 수년세월을 공들여 만든것이오이다. 아가씨에게 남겨둘것이란 이것밖에 없소이다. … 내 마음을 두고 가는것으로 여기시고 이걸 받아주시오이다.》

《절대로 그럴수 없소이다. 동생을 만나 꼭 전해주사이다.》

소운이 은장도 받는것을 한사코 거절하자 맹광은 속삭이듯 말하였다.

《아가씨는 나를 누이동생의 다심한 마음으로 대해주었소이다. 전쟁터에서 차겁게 식은 나의 가슴을 따뜻이 덥혀주었소이다. 아가씨를… 누이동생처럼 마음속에 새겨두겠소이다.》

소운은 맑은 눈물이 반짝이는 눈을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세상에 외롭게 남은 자기를 보살펴주고 위해주는 마음의 기둥이 생긴것으로 하여 행복의 웃음이 소리없이 비꼈다.

맹광은 소운의 두손을 잡으며 다짐했다.

《기다려주시오이다. 뜻을 이루게 되면 꼭 다시 찾아오겠소이다. 아가씨의 한을 풀수 있게 곁에서 힘껏 돕겠소이다.》

날이 밝았다.

광야는 마치도 아침노을에 매혹된듯 고요한 정적속에 누워있었다.

불그레하게 해빛에 물든 나무들이 산들바람에 가지들을 떨었다.

감색으로 진하게 채색된 하늘에서는 새벽잠에서 깨여난 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옜다.

맹광은 대문을 나서기에 앞서 소운에게 돌아섰다. 그를 눈에 넣어가지고 가려는듯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선이 부드러운 흰 얼굴에 언제나 슬픔이 고인듯싶은 검은 눈…

맹광은 마음속으로 소운의 눈에서 슬픔의 그림자를 영영 지워내리라고 결심했다.

뒤울안으로 달려갔다가 말을 한필 끌고 다가온 소운이 말의 비단결같은 목덜미를 손으로 쓸어보고나서 고삐를 내밀었다.

《먼길을 떠나시는분에게 이 말밖에 드리지 못하오이다. 망아지때부터 이 손으로 키운 말이라 별로 부족되지 않으리라 생각하오이다. 부디 뜻을 이루어주시오이다.》

맹광은 당황하여 두손을 저었다.

《아스십시오. 아가씨에게도 이 말이 필요할 때가 있을것이오이다.》

《제게 힘이 돼주시겠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소이까. 무사에겐 말이 꼭 필요할것이니 저의 작은 성의를 거절하지 말아주시오이다.》

《부디 몸조심해주시오이다, 뜻을 이루고 찾아올 때까지…》

맹광은 붉게 타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소운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다시 만날것을 약속한 맹광은 소운이 끌어다준 말등에 올라 박차를 질러 질주하기 시작했다.

소운은 자석에라도 끌린듯 따라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이른아침에 겪은 작별의 고통과 래일의 희망이 착잡하게 뒤섞인 서글픈 시선으로 맹광의 모습을 하염없이 뒤쫓았다.

소운의 두볼로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맹광의 앞길을 밝혀주는듯 아침해빛을 받아 령롱한 빛을 뿌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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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 - coder -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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