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장

49

 

오동삼장령은 해군사령부의 자기 방에서 어깨에 외투를 걸친채 앞상에 나앉아 문건들을 검토하고있었다. 오전 10시경이였다.

관하의 부대정치부들에서 올라온 각종 비준문건과 사업보고, 통보자료들을 료해하는중이던 오동삼은 복도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예.》 하고는 읽던것을 마저 읽었다.

들어온것은 간부사업을 맡은 일군이였다. 그는 작은 키에 허리가 없을 정도로 굵은데다 이름마저 장수항이여서 《잠수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사람이였다.

《전전주에 제기했던 임명안이 비준되여 내려왔습니다.》

옆구리에 끼고있던 문건철을 앞상끝에 놓으면서 하는 장수항의 말이였다.

《전전주에 제기한게 벌써 내려왔으면 그야말로 어뢰정속도구만.》

오동삼은 기각이나 보류된 대상은 없는가를 알아보았다.

《그런건 없고 오히려 한명 덧달아 내려보냈습니다.》

《덧달다니?》

무슨 소린가싶어 오동삼은 장수항을 올려다보았다.

《군의근무중위인데 이게 그 동무 문건입니다.》

오동삼은 장수항이 철에서 뽑아주는 개인자료를 받아 펼쳤다.

 

이름 한성희, 성별 녀자, 나이 25살

 

으-응? 오동삼은 저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이건 우리 성희의 문건이 아닌가! 마저 읽어보니 학력이나 가족관계도 그래 틀림없는 옛 상관 한웅렬의 손녀 한성희였다.

《모를 일이군. 성희가 군복을 입다니!》

오동삼은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불과 몇달전만 해도 수도생활을 떠나기 싫어 해군군관인 애인을 평양가까이에 끌어올리려고 뛰여다니던 처녀가 군의로 임명되여왔다니 그로서는 의아할수밖에 없었다.

《그 동무를 아십니까?》

장수항이 물었다.

《아는 정도가 아니요. 한데 이 동무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라는거요?》

《본인의 의견을 참작해서 적당히 배치하면 된답니다.》

《본인이 지금 어디 있소?》

《오늘 마침 나타났길래 숙박소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를 나한테 보내고 임명발표는 이번주내로 하는걸로 계획하오.》

알겠다는 대답을 남기고 장수항이 방을 나간지 얼마 안되여 해군군관복차림의 한성희가 들어왔다. 군인답게 제법 거수경례를 붙이는 얼굴에 홍조와 함께 어색함도 어렸다. 외투견장에는 두알의 별이 박혀있었다. 대학졸업생이고 예비역군관이였겠으니 대뜸 중위의 군사칭호를 받은것 같았다.

《어찌된 일이냐? 어떻게 총잡을 결심을 다 했니?》

한성희가 앞상 저쪽에 와 군모를 벗어놓으며 앉기를 기다려 오동삼은 커다란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 그런데 처녀의 대답이 의외였다.

《전 큰아버지가 지금 절 변덕쟁이라고 생각하시는줄 알아요.》

대답이 이럴줄을 예견 못했던 오동삼은 일순 대답이 궁했다. 그러나 인차 그럴사한 대답을 생각해냈다.

《무슨 소리냐? 변덕쟁이라니… 그건 잘못하는 생각이다. 변덕은 입었던 군복을 벗게 할순 있을지 몰라도 평양을 떠나기 싫어하던 처녀를 군인으로 변모시키진 못한다. 난 오히려 네가 아주 중요한 생활의 어떤 리치같은걸 깨달은데로부터 군복을 입었을거라고 생각한다. 틀리냐?》

처녀는 입술을 감쳐물며 고개를 숙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윽토록 그런 자세로 앉아있다가 마주보기를 저어하듯 눈을 내리깐채로 말했다.

《사실 전… 변덕을 부려 군복을 입진 않았어요. 애인을 평양에 소환시키지 못한 분풀이로 선택한건 더욱 아니구요.》

《…》

《전 큰아버지의 꾸중을 듣고 가서 그동안 생각을 많이 했어요. 비록 대학은 나왔어도 내가 얼마나 철이 없는가 하는것도 알게 되고… 그걸 알면서부터 헴이 들고 생활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고 할지, 전 비로소 이제껏 내가 알고있던 사랑이 한갖 얕은 감정놀음에 지나지 않고 사랑이 진실로 아름답자면 조국에 대한 사랑과 융합되여야 한다는걸 깨달았어요.》

《한즉 그 깨달음이 군복을 입게 했다, 그거구나. 그렇지?》

수긍하는 뜻으로 처녀는 수집음을 머금으며 이마를 약간 들었다놓았다.

《청춘의 사랑이 진실로 아름답자면 조국애와 결합되여야 한단 말이지! 아주 좋다. 난 너의 결심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

부끄러운듯 성희는 눈을 내리뜬채 입술을 감쳐물었다.

《허허, 그런걸 난 전번에 너를 보내놓군 내나름으로 짧은 생각을 많이 했구나. 성희가 날 원망하면 어쩐다? 성희 어머니가 노여워할텐데 그건 또 어쩐다? 너의 할아버진 또… 어디 그뿐인줄 아니? 솔직히 난 너와 인철이의 관계가 재미없는 방향으로 발전해서 서로의 가슴에 아픈 상처를 남기면 어쩔가 하는 우려까지 했었다, 네가 이렇게 훌륭한 결심을 한줄을 통 모르고. …》

하지만 그 모든건 다 지나간 일이니 이젠 잊어버리자고 하면서 오동삼은 화제를 돌려 배치문제와 관련한 성희의 의향을 물었다.

《저야 이젠 군인이 아닙니까? 배치해주는대로 가겠어요.》

성희의 제법 어른스러운 대답이였다. 오동삼은 처녀의 결심이 얼마나 굳은가를 시험해보느라고 우정 한번 다짐을 두었다.

《그럼 서해 한끝에 주둔한 어느 전대군의소쯤에 배치하는걸로 토론하겠다. 다른 의견이 없겠지?》

《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동삼은 장수항에게 건의하여 성희를 그의 애인 박인철이 복무하는 동해의 연포전대군의소에 보낼 생각을 굳히였다.

 

×

 

구잠함 35호의 해병들은 모두 댕기가 달린 군모와 군복상의를 벗어붙인채 기재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주일간의 전투근무항해를 성과적으로 마치고 점심전에 귀항한 그들이였다.

지금은 오후 2시반경, 전사들과 같이 줄무늬해군샤쯔바람으로 포수들을 도와 《영차!》 소리를 먹여가며 긴 소제대로 함상포 포신강을 닦아낸 박인철은 기름솔을 찾아쥐자 제퇴기덮개를 제끼고 제퇴기용수에 그리스를 입혀나갔다. 그가 제퇴기에 굳이 관심하는것은 제퇴기가 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사격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것으로 하여 포신이나 페쇄기에 비해 포수들의 관심이 조금 덜 돌아가는 경우가 있기때문이였다. 그런 제퇴기에 한참 품을 들여 그리스를 듬뿍 입히고 덮개를 막 닫는중인데 직일관인 수뢰장 박한길이 와서 전하는 말이 함장의 아주머니가 찾아왔다는것이였다.

《아니, 함장동지 아주머니가 날 찾아왔단 말이요?》

《예, 정치부함장동지를 찾습니다. 부두에 와있는데 시간이 급하답니다.》

《난 무슨 소린지…》

함장의 안해가 찾아왔다는것도 리해되지 않는 일이지만 시간이 급하다는것은 더욱 모를 소리여서 인철은 기름걸레로 손을 문지르며 어안이 벙벙해서 정박장으로 내려갔다.

함장이 좀 강마르고 성격이 랭엄한데 비해 함장의 안해는 몸이 꽤 부한가 하면 이목구비가 큼직큼직 박히고 성미도 너글너글한 풍채좋은 녀인이였다.

《성희가 누구예요?》

마주서기 바쁘게 함장의 안해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보며 물었다.

《?》

물음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처 대답을 못하는 사이에 녀인은 자기 추측을 내놓았다.

《애인이지요?》

《뭐, 그렇다 합시다.》

인철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함장의 안해는 그제야 허리뒤에 감추었던 손을 꺼냈는데 손에는 전보용지가 들려있었다. 언젠가 주소를 알려준적이 있는 함장댁으로 친 한성희의 전보였다.

 

- 평양발 라진행렬차로 21일 출발 22일 17시 40분 라진도착예정. 나와주기 바람 성희.

 

아!… 인철은 심장이 묵직한 망치가 되여 흉벽을 쾅, 쾅 때리는듯 한 느낌을 체험하였다. 성희가 오다니, 이런 기쁨을 안겨주자고 그새 편지 한장 없이 그렇듯 긴 침묵을 지키고있었는가?

지난 6월말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붉은기중대군인열성자대회에 올라갔다가 무시당한 감정을 이길수 없어 화김에 편지만 남기고 부대로 돌아온이래 인철은 지금껏 한성희한테서 회답을 받아보지 못했다. 평양에서, 체신소에서 부친 그 편지 말고도 지난 다섯달가까운 기간 그는 자존심이 꺾이는줄 알면서도 그리움에 못이겨 세번이나 편지를 더 했지만 바다에 돌을 던진 격으로 번번이 무소식이였다. 처녀의 회답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나날 그가 무슨 생각인들 아니했으랴. 첫 한두달은 쉽게 회답을 보내지 못하는 처녀의 심정을 리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석달이 가고 넉달이 넘도록 회답을 받지 못하자 인철은 실망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어느 소설책에선가 읽은, 성났을 때 쓴 편지는 부치지 말라는 명구까지 들추어내가지고는 붉은기중대군인열성자대회에 갔을 때 한성희를 만나보지 않고 화김에 편지만 부치고 돌아온것을 몹시 후회하였다.

한성희가 회답을 보내지 않는것은 바로 그 편지로 하여 그가 사나이로서의 자기 박인철이에게 흥미를 잃었든가 아니면 인간적환멸을 느낀 결과라고 생각하였다. 지어 그는 사랑의 이름으로 《유린》된 인격을 지키려고 편지에 자기의 원칙적립장을 밝힌 자체를 실책으로 인정할번 하였으며 이즈막에는 자기들의 사랑이 파탄의 문어구에 이르렀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품은바가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처럼 반갑고 기쁘기 그지없는 전보가 날아온것이다! 아, 성희, 나의 사랑!

인철은 시계를 보았다. 벌써 3시가 넘었다. 여유시간이 그리 각박하지는 않더라도 라진까지 나가려면 푼푼한 시간은 아니여서 함장의 안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서둘러 함으로 올라왔다. 우선 세면부터 하고 외출복을 갈아입은 그는 지휘소에 올라가 함장에게 라진에 나가야 할 사정을 설명하면서 수뢰수 한영일이를 데리고갈 의향을 비쳤다.

함장이 한영일이를 데리고가는 리유를 물으면 사실을 고백할 생각이였는데 묻지 않았다. 아마 혼자 가기 싫으니 말동무삼아 한명 달고 가는줄로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연포에서 라진까지는 수십리길이다. 도중에 자동차를 잡아탈 계획으로 역시 외출복차림을 한 영일이와 나란히 걸으며 인철은 그에게 자신과 한성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를 두루 궁리해보았다. 장차로는 처남매부가 될 사이라 해도 아직은 상대가 수하의 전사라는 생각이 앞서면서 사실을 털어놓기가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서슴어지는것이였다. 그 서슴어지는 문을 오히려 한영일이쪽에서 열어주었다. 군항을 벗어나 처음 외출하는것이 기쁜지 밝은 얼굴로 사방을 살피며 부지런히 걷던 전사가 문득 라진으로 가는 까닭을 물었던것이다. 그래서 인철은 아주 자연스럽게 몇해전 기차간에서 얻은 《의학상식수첩》으로부터 시작된 한성희와의 관계며 그 한성희가 오늘 라진에 도착하는 사정을 이야기해주었다.

한영일은 저만치 길바닥에 시선을 떨군채 한동안 묵묵히 걸었다. 걸었지만 걸음이 차차 떠지다가 문득 멈춰서더니 뜻밖의 말을 하는것이였다.

《전 가지 않겠습니다.》

《왜?》

《머리도 좀 아프고… 라진까지 걸어낼것 같지 못합니다.》

《무슨 소리야? 머리는 갑자기 왜 아프고 라진까지는 뭐이 또 멀어서 못 간다고 그래?》

한성희를 만나게 될 기쁨에 취해 전사의 거짓말을 간파하지 못한 인철은 손을 들어 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열감이 전혀 없었다. 라진까지 걸어낼것 같지 못하다는 문제는 가다가 자동차를 잡아타면 라진까지 쉽게 들어갈수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처방으로 대책하고 어서 가자고 했다. 했지만 한영일은 요지부동이였다. 그제야 인철은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어떤 동요를 눈치차리고 진실을 따져물었는데 전사의 대답이 이러하였다.

《정치부함장동지, 혼자 가십시오. 전 정말 못 가겠습니다. 동무들이 모두 기재정비를 하는데 혼자 누나 만나러 간다는게 아무래도… 량심에 걸립니다. 전 폭뢰투사기를 정비하다가 나왔습니다. 가서 그걸 저 정비해야겠습니다.》

인철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전사의 깨끗한 량심과 성실성앞에서 머리가 숙어지는 느낌이였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영광 - 해외 - 학생 - 2021-01-20
위대한 수령을 대대로 모시여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또 그 존엄도 제일 빛나는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