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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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동안 비워둔 집무실에서는 비준과 결론을 요하는 문건들이 기다리고있었다. 당중앙위원회의 여러 부서들이 제출한 보고와 계획서들, 민족보위성과 총참모부의 각종 보고, 문화성과 문예총에서 올라온 문건들… 하지만 김일성동지께서는 문건들을 보시기에 앞서 송수화기를 들고 외무상 박성철을 찾아 어제 했을 판문점 20차담판소식을 들어보자고 부르신 후 그냥 서신채로 총참모장에게 전화를 돌려 적정변동을 알아보시였다.

《변동이 있습니다.》 최광대장이 말씀드리였다. 《적들이 어제 새벽부터 남강원도 속초앞바다에서 미7함대 기동분함대와의 합동해상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3시간을 경과한 어제 오후 5시까지 에프 5에이, 에프 105형 전투기들이 세번이나 우리측 령공을 침범했고 서해상에서는 해군함선들과 정체불명의 선박들이 해상경계선근처를 떠나지 않고있습니다.》

《분계선에서는?》

《분계선도 조용치 않습니다. 합동해상훈련장에서 리륙한 함재기들이 분계선상공을 부단히 횡단비행하는 속에 어제 오후부터 전선중부와 서부의 세개 방향에서 3만 9천여발의 총포탄을 쏘아대며 분계선돌파를 가상한 련대급의 공격연습을 맹렬히 벌렸습니다. 이제껏 비밀에 붙이던 지뢰해제차까지 공개하면서…》

《저놈들이 남의 대사를 망쳐놓으려구 꽤 품을 들이는구만.》

외무상 박성철이 집무실에 들어선것이 그때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신채 앉으라는 뜻으로 앞상을 가리키시며 최광총참모장과의 통화를 이으시였다.

《우리한테 지상 대 공중로케트가 있는줄을 알면서 공공연히 령공침범을 하는 까닭이 어디 있다고 보오?》

《저희들은… 적들이 비행기 하나쯤 잃더라도 이번기회에 어떻게든 소동을 일으켜 그걸 주패장으로 사죄없이 〈푸에블로〉호 선원들을 찾아가려는 시도로 보고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바꾸어쥐시였다.

《그러니 큰 고기를 낚기 위해 미끼를 던져본다는 소린데… 그렇다고 그냥 령공을 침범하는걸 놔둘수야 없지 않겠소? 령공침범이자 공중정찰인데.》

《그게 문젭니다. 말려들지 않자니…》

《말려 안든다… 말려 안든다… 방법이 말려들지 않는것밖에 없을가?》

《그럼 이렇게 하겠습니다. 이왕 로케트도 공개했는데 좀 깊이 들어왔을 때 한기 쏴서 떨구겠습니다.》

《허허, 인제야 총참모장다운 말을 하는군. 옳소, 구데기 무섭다구 장을 안 담그겠소? 그게 방법이요. 자주권과 존엄을 침해당하면서까지 인내를 보이는건 우리의 배짱에도 맞지 않거니와 적들의 오만성이나 길러주기 쉽소.》

《그럼 그렇게 작전하겠습니다.》

총참모장과의 통화를 그렇게 끝내신 그이께서는 비로소 외무상 박성철과 앞상을 마주하고 앉으시였다.

《우리 통신실안테나가 금방 10분전에 흥미있는 소식을 하나 포착했습니다.》 평소의 매우 침착하던 그답지 않게 다소 흥분한 박성철의 말이였다. 《일본 지지통신이 날린 보돈데 뉴 올리언즈에서 있은 미국민주당대회에서 허버트 험프리가 민주당대통령후보로 지명됐답니다.》

《오, 그렇소? 허허, 죤슨이 재선을 갈망하여 그리도 부산을 떨더니 결국 험프리한테 발등을 밟혔구만.》

허버트 험프리는 죤슨이 적극 떠밀어주어 백악관에 들어선 현직 부대통령이다. 그러나 각자가 품고있는 대통령의 꿈이 서로를 벗으로부터 원쑤로 만들어버린것이였다.

《그런데…》 박성철의 말이였다. 《화김에 바위를 찬다는 격으로 죤슨이란 놈이 재선길이 막힌 분풀이로 무슨 엉뚱한짓을 하지 않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성철이 말하는 죤슨의 《엉뚱한》짓이란 우리의 공화국창건 20돐경축행사를 겨냥하여 어떤 불장난을 일으키지 않겠는가 하는 의미였다.

《그럴수도 있소, 저는 패했어도 당에는 유산을 남겨야 할테니까. 하지만 죤슨의 배짱에 화전놀이는 할수 있겠지만 감히 큰 불은 놓지 못해. 총참모장의 말을 들어보니 미국것들이 어제부터 또 갈개기 시작했다는데 그런대야 우리를 놀래워 양보를 얻어내자는 얕은 꾀지 그 이상의것은 아니요.

어리석은 놈! 그놈에겐 달리 갈 길이 없소. 우리의 원칙적인 주장앞에 앙버티며 한걸음두걸음 물러서다가 궁극엔 손을 드는것이 죤슨이 갈 길이요.》

그이의 판단은 정말 명철하시였다. 판문점 20차담판과정이 그것을 벌써부터 확신할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의 20차담판은 지난 7월 10일에 있은 19차담판으로부터 50여일만에 진행되였다. 20차담판이 그토록 늦어진것은 19차담판에서 적측이 앞서의 담판들에서 론박당한 부당한 주장을 다시 들고나와 생억지를 부린 사정과 관련되여있었다. 황당하게도 17차담판에서 사건처리를 제3자에게 넘길것을 주장하던 우드워드는 18차담판에서는 우리가 요구한 사죄와 담보문제에 《무조건 사과하지 않을것》이며 우리의 《수법은 성공하지 못할것》이라고 도전적으로 나왔는가 하면 19차회담(적측이 제의)에서는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을 석방한 조건에서 본문제토의를 계속하자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들고나왔다. 이는 담판을 시작점으로 되돌려세우려는 시도로서 우리측 수석대표 박준국은 드세게 론박하면서 이렇게 못박았다. 《…당신들은 아무때 가서도 사죄문을 내지 않고서는 승무원들을 돌려받을수 없다는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다시 명백히 말하는데 우리의 립장은 2년도 좋고 3년도 좋으니 당신들이 사죄문을 낼 때까지 기다려보자는것이다.》

순차상 20차담판은 우리측이 소집할 차례였다. 그러나 우리측은 김일성동지께서 상기회담정형을 료해하고 주신 방향에 따라 한달이 넘도록 담판을 소집하지 않는 강경조치를 취하였다.

그사이 미국은 미국대로 담판장밖에서 일대 외곡된 선전깜빠니야를 다시 벌리면서 우리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고 간교, 집요하게 책동하였다. 지어 적들은 우리가 마치 82명의 《푸에블로》호 선원들을 먹이기 곤난한 처지에 있는것처럼 헛소문을 돌리다못해 1억딸라의 배상금을 물어야 승무원들을 찾아올수 있다는 비렬한 여론까지 퍼뜨렸다. 거기에 편승하여 백악관의 수급관리들은 《미국이 현시기 조선에 사죄할만 한 증거가 없다.》느니 《미국이 북조선으로부터 당연히 받을수 있는 회신을 받지 못하였으며 배와 그 승무원들을 송환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있다.》고 떠벌이면서 마치 제놈들은 할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있는듯이 세상을 기만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두번째로 대외선전일군들을 여러 대륙에 파견하시고 제9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쏘피아에서 적극적인 대미선전전을 벌리도록 조처하신것은 바로 적들의 그러한 외곡선전깜빠니야를 분쇄하기 위한 주동적인 대응이였다.

결국 바빠난것은 미국이였다. 우리의 과감무쌍한 선전공세로 세계에 진실이 알려지고 백악관정문앞에서 련일 시위가 벌어지면서 사회적문제로 번져나가는데 당황한 적측은 제먼저 선전깜빠니야를 접고 20차담판여부에 대해 문의해왔다.

회담절차상 20차담판은 우리가 소집할 차례였으나 우리측은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고 그냥 시간을 끌었다. 이에 안달이 난 미국측은 관례를 깨뜨리고 20차담판을 저들이 먼저 소집하자고 제기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적측이 그렇게 바빠하건말건 우리측은 그냥 늦장을 부리다가 8월말에야 담판을 제의하였다.

그런데 50여일을 끌면서 쌍방이 세계를 상대로 치렬한 선전전을 벌리던 끝에 개최된 담판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끝났다.

담판은 우리측대표 박준국의 발언으로 시작되였다. 그는 이번 담판이 공식적으로는 20차이지만 군사정전위원회 261차회의와 특별공동직일관회의까지 합치면 조미쌍방은 지난 8개월간 스물세번이나 접촉하였다, 그 과정에 우리측은 문제해결을 위해 보일수 있는 성의를 다 보였고 할말도 다 해서 이제는 더 할말이 없다, 그러니 이젠 당신측에서 말해보라, 전번의 19차담판을 상기하건대 당신측에는 아직 할말이 더 있을것으로 보아지고 또 2개월가까이 생각도 많이 했겠으니 그걸 들어보자고 했다.

잘 부풀은 효모방처럼 볼이 불룩한 미국측대표 우드워드는 침울한 인상으로 앞에 놓은 발언원고만 하염없이 내려다보다가 한숨과 함께 이런 난해한 말을 했다고 한다.

《만일 당신측이 〈푸에블로〉호 승무원전원을 나의 소관으로 동시에 석방할 용의가 있다면 나는 16차담판때 당신측이 만족했던 문구로 된 문건에다 당해 승무원들의 인수를 인정하겠습니다.》

어떤 감추어진 의도로 우정 난해하게 표현했는지도 모르나 우드워드의 말을 정리해보면 16차담판에서 우리가 제시한 사죄문건에 그대로 서명하겠다는것은 아니지만 문건에 서술된 사죄와 담보내용자체에 대해서는 더 흥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통쾌감을 금치 못하시며 주먹으로 앞상모서리를 탕! 때리시였다.

《그럼 그렇겠지. 박준국이 이겼소! 미국이 드디여 큰걸음으로 후퇴하기 시작했소!》

말씀과 함께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를 일으시였다. 그이를 따라 일어서면서 박성철이 말씀드리였다.

《다 수령님께서 일일이 방략을 주신 덕분입니다.》

《아니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앞상앞을 거닐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난 방향이나 그었을뿐이고 실지 작전은 김정일동지가 하고 전장에서의 싸움은 박준국이 했소, 박준국이… 우리가 수석위원을 잘 두었소. 자, 우린 보일수 있는 성의를 다 보였다, 할말도 다 했다, 그러니 이젠 너희들 말을 들어보자! 얼마나 배심있는 소리요. 미국과의 싸움은 지혜도 지혜지만 그렇게 배짱으로 이겨야 하오.

뭐가 두려워 배짱놀음을 못하겠소. 군대와 인민이 당의 두리에 철통같이 뭉쳐있고 허리띠를 조이며 건설한 자위적국방력이 있는데야…》

《하지만 미국이 항복서에 도장을 찍는 마당에서 또 무슨 황당한 조건을 내대며 피탈질을 하지 않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성철의 우려였다.

《하겠지. 워낙 뻔뻔스러운 놈들이니까… 허나 이젠 자갈을 문거나 같고 고삐는 우리 손에 있으니 빠지지 못하오.

박준국동무더러 다음번회담에서 이 점을 강조하라고 하오. 성실하게 사죄하라, 다른 길은 없다, 사죄문을 쓰고 담보만 하면 부대조건 없이 선원들을 돌려보내겠다고… 그렇게 우리가 제시한 사죄문내용에 그대로 서명할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주면 무슨 반응이 있을거요.》

《알겠습니다.》

외무상을 바래우신 그이께서는 문건을 당기시다말고 송수화기를 들어 교환수에게 정일동지를 찾으라고 이르시였다. 간밤 자강도에서 돌아오시는 렬차안에서 대외선전사업보고를 료해하시는 과정에 모색해두신, 미국의 죤슨행정부에 있어서는 결정적타격으로 될 방도적문제를 토론하시자는것이였다. 그런데 김정일동지가 집무실에 안계시는 모양인지 좋이 몇분 지나서야 전화가 련결되였다.

《전화를 받는데가 평양이 아닌것 같구만?》

《예, 수령님. 105땅크사단 사단장실입니다.》

김정일동지의 대답이시였다.

《105? 거긴 왜?》

《오늘 새벽 강선태동무네 51려단에서 대규모강하훈련을 했습니다.》

그 훈련을 지도하신데 이어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의 두개 련대가 공화국창건 20돐을 맞으며 낡은 땅크대신 우리가 만든 새형의 땅크를 받은것을 보시려고 들리신것이였다.

《그래 새 땅크들이 어떻소?》

《멋있습니다. 장갑이 믿음직하고 산악극복과 강행도하능력이 높은가 하면 전진간사격속도도 빠르고… 어쨌든 성능이나 위력면에서 T-5559형보다 썩 낫습니다. 적들의 M-48 같은건 대비할바도 아니고… 땅크병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M-48》은 1948년산으로 인민군대가 드센 공격으로 남조선전역을 거의 해방했을 때부터 미군이 남조선괴뢰군에 넘겨준 땅크다. 대수가 적지 않지만 적들로서는 아직 성능을 향상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고있었다.

《땅크병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T-5559형보다 썩 나으면 우리가 땅크에선 괜찮은 수준에 올랐다는걸 의미하오.

국방공업부문 과학자들과 로동계급이 정말 큰일을 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기쁘기 그지없으시였다.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시킨 덕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의 의미심장한 말씀이시였다.

《그 말도 옳소. 우리가 4기 5차전원회의때 병진로선을 힘들게 결정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은을 내며 덕을 보니 얼마나 좋소.》

《이제 은이 더 크게 날것입니다.》

그러한 이야기끝에 김일성동지께서는 찾으신 까닭으로 화제를 돌리시였다.

《간밤 자강도에 갔다오면서 쏘피아에서의 대외선전활동보고를 읽어보았는데 성과가 크구만.》

《성과는 있는데 아직 적들에게 결정적타격으로 될만큼 위력하지는 못합니다.》

《옳소. 내가 그 문제때문에 찾았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왼손으로 옮기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외무상동무한테서 판문점 20차 담판소식을 들어보니 미국이 큰걸음으로 후퇴하기 시작했소. 항복서에 도장을 찍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우리와 더 해봐야 승산이 없다는것은 대체로 깨달은것 같소.

그래서 내 생각은 지금 하고있는 대외선전전에 한번 더 힘을 실어 허둥거리기 시작한 죤슨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자는것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다시 오른손에 옮기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문제는 어떻게 하는것이 죤슨을 쓰러뜨리는 마지막강타가 되겠는가 하는것인데, 이렇게 합시다. 알고있겠지만 이번 9. 9절행사에 40개 가까운 각국 정부대표단에 60여개 투쟁단체대표들이 오는데 그들과 함께 오는 기자들이 70명가량 되고 국제기자동맹위원장도 온다고 하오. 그들이 와서 푸에블로호사건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 없고 개중엔 포로들을 만나보자고 할 사람들도 적지 않을것이요.》

그런만큼 이번기회에 그들 외국기자들을 다 참가시키는 기자회견을 한번 크게 조직하여 미국의 위선과 철면피성을 폭로한다면 세계를 또한번 들썽거리게 만들고 죤슨에게는 결정적타격으로 되지 않겠는가 하는것이 그이께서 생각하신바였다.

《묘책입니다. 외국사람들의 입을 빌어 진실을 까밝히면 효과를 곱절 더 크게 볼수 있을것입니다. 기자회견을 잘 준비하겠습니다. 9. 9절이 지난 다음 인차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외국손님들은 9월 15일경부터 돌아갈 예정이니 그전에 시간을 낼수 있을거요.》

《알겠습니다.》

《제기할 문제가 있으면 하시오.》

《꾸바에 간 우리 대외선전일군들이 아바나에 와있던 뉴욕 가디언지 기자와 사귀였습니다. 꾸바기자동맹위원장과 친교가 있고 경향성도 비교적 좋은 사람인데 본인의 의향이 푸에블로호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 우리 나라를 한번 방문하고싶어한답니다.》

그러므로 이번 공화국창건 20돐 경축행사도 보여주는 겸 입국을 승인해서 진실을 알게 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것이 김정일동지께서 생각하신바였다.

《좋은 생각이요. 진실이 다 우리 수중에 있고 우리의 주장이 정의로운 이상 미국기자라고 꺼릴것이 없소.》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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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 해외 - 학생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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