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33

 

담화가 끝나는것과 때를 같이하여 점심시간도 되였으므로 오찬을 베풀어 올터 젠킨스를 잘 대접해보낸 죤슨은 늘 하던 오침도 그만두고 주요안보관계자들인 로스토우와 러스크, 신임국방장관 클리포드를 백악관에 불러들였다. 습관이라고 오침이나 하고있기에는 마음의 여유도 없거니와 오찬을 하는중에 자신의 정치적운명을 건 한가지 모험적인 계획이 떠올랐기때문이였다.

와야 할 사람들이 다 오고 좌석이 정돈되자 죤슨은 오전에 있은 국회 합동청문회의 과정을 요약해서 통보하였다. 이어 클리포드로부터는 윁남전쟁상황을 보고받고 러스크한테서는 판문점에서 진행되고있는 미조정부간 담판형편을 청취하였다. 어느것이나 형편은 좋지 않았다. 윁남전선에서는 베트공의 공세가 의연 강화되고 판문점회담은 이미 14차례나 거듭했지만 진전이 없는데다 현재로선 전망도 묘연하였다.

《판문점은 그렇다 하고 톰프슨은 뭘하고있소. 브레쥬네브가 북조선의 김일성수상을 모스크바에 초청해다 푸에블로호문제를 토의한다던것이 언젠데 왜 여태 아무 소식도 없소? 초청을 하기는 했소?》

죤슨은 도끼눈으로 국무장관 러스크를 찍어보며 따지고들었다.

《각하, 초청이야 했지요. 그러나 김일성수상이 정세가 나쁘고 국사가 다망하다면서 초청에 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일성수상이 브레쥬네브의 초청에 응하지 않은것이 자기 책임은 아니라는듯 러스크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건 푸에블로호사건과 관련해서 쏘련으로부터의 방조는 더 기대할것이 없다는 소리가 아니요?》

《그렇게 단정하기는 아직 이롭니다. 북조선은 전투함선건조에 필수불가결한 DU-13을 비롯해서 국방공업과 직접 련결된 몇가지 중요전략물자를 쏘련에서 수입해 쓰고있습니다. 최근 쏘련이 북조선지도부를 각성시키는 의미에서 이 전략물자납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따라서 북조선지도부는 지금 국방공업에 타격을 받는가 아니면 쏘련의 의사를 따르는가 하는데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쏘련사람들도 그렇고 우리 국무성도 조만간 두번째 선택을 할것으로 전망하고있습니다.》

러스크의 사개물린 설명에 죤슨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동감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쏘련지도부가 동맹관계를 초월하여 북조선에 물리적제재로 압력을 가하고있는것이 사실이라면(사실이 아닐수는 없겠지만) 기대되는바도 없지 않아서 앙앙불락하던 심중이 다소 밝아지는 느낌이였다.

《그럼 말을 좀 하겠소.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은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군최고사령관의 발언으로 들어주기 바라오.》

전제부터 우선 그렇듯 엄엄하게 놓은 죤슨은 거기에 무게를 덧싣는 의미에서 잠시 동안을 끌다가 본론에 들어갔다.

《지난 2월 우리가 북조선지도부의 선전메쎄지와 미싸일보유 그리고 휴전선을 향한 대규모 무력기동에 대비하여 열전을 피하는 의도에서 원산앞 15마일해상에 있던 72기동함대를 울릉도계선으로 이동시키고 압박을 늦군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였소. 말하자면 과잉반응이였다 그거요.

그 잘못한 선택이 지금 이모저모 아주 좋지 못한 결과로 나타나고있소. 국회의원들이 우리 행정부를 나약하다고 지탄하는것이나 판문점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쏘련이 북조선지도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것이나 다 거기에 귀결되오. 그 모든것의 공통분모는 사실상 힘, 다시말하여 군사력이 결여된데 있소. 다시 말해 힘보다 론리를 앞에 놓은것이 실책이였소. 당시 모두의 견해가 그렇기는 했어도… 교훈이요.》

사실 죤슨은 《좋지 않은 결과》의 가장 중요한 항목을 자기의 대통령재선꿈이 깨여질 위험이 조성된것으로 보고있었다. 오늘 이 갑작모임을 소집한것도 바로 그때문이지만 재선앞에 가로놓인 위험을 제거하고 불리한 형세를 역전시키는데 필요하다면 군권을 휘둘러 북조선에 보복은 물론 국부전쟁까지도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과거로 된 실수를 바로잡고 푸에블로호와 선원들을 조속히 찾아올수 있겠는가?》

각자 답을 찾으라는듯 그런 물음을 던져놓고 팔걸이회전의자에서 일어난 죤슨은 창가에 다가가 한동안 밖을 내다보다말고 돌아서며 제편에서 풀이하였다.

《다시 시작해야 하오. 다시이제 3개월후면 북조선은 국가건립 20돐을 맞게 되오. 중앙정보국의 통보에 의하면 북조선지도부는 이 건립절을 국가의 위상을 시위하기 위한 기회로 삼고 총력을 기울이고있소. 이를테면 스무해동안 저축한 재부를 기울이며 큰 축전을 준비하고있다. 그거요.》

죤슨은 천천히 창문앞을 오가며 말을 이었다.

《북조선의 이 축전은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나 같아서 우리에게도 기회로 되오. 무슨 소린가. 지금 북조선에 있어 황금못지 않게 귀하고 필요한건 정세의 안정이요. 그 필요는 시간이 9월의 건립절로 다가가면 갈수록 더 절박해지며 북조선지도부로서는 아무리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라도 그 안정을 사지 않으면 안되게 되오. 그럼 북조선에 그토록 필요되는 안정의 열쇠를 누가 쥐고있는가? 다시 말해 무적의 장수 아킬레우스를 쓰러뜨린 트로야왕자 파리스의 독화살이 어느 손에 쥐여져있는가?

그건 바로 우리가 쥐고있소. 요컨대 북조선이 안정한가 불안정한가 하는것은 우리 미국이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데 전적으로 달려있소. 그러니 이것이야말로 파리스의 독을 바른 화살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렇소. 우리는 북조선이 바라는 안정과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을 바꾸어야 하오. 사실 이것은 우리가 72기동함대를 조선동해에서 철수할 당시부터 예견하고있던바요.》

전인류적의의를 가지는 어떤 정치전략이라도 내놓는것처럼 손짓몸짓을 해가며 한바탕 력설하고난 죤슨은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아까 떠난 팔걸이회전의자앞에 돌아와 서면서 실무적지시를 내렸다.

《이제부터 국방성과 합동참모본부는 북조선을 보다 강도높게 압박하면서 그들이 바라는 안정을 파괴하는것을 주되는 목표로 작전해야겠소. 그러자면 엔터프라이즈호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만 코랄씨호를 포함하여 72기동함대는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 보복태세를 유지해야 하며 휴전선도 침묵만 지키고있어서는 안될것이요. 모든 점에서 처음보다 강도 높게!- 이것이 총적테마요.

따라서 이번 재기동작전은 프로그점프(개구리뛰기)라고 명명해야겠소, 프로그점프! 개구리가 주저앉은것은 멀리 뛰기 위해서라는 의미가 포함되여있으므로 국회와 매스콤을 납득시키는데도 편리할것이요.

내가 할말은 이상이요. 의견들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죤슨은 팔걸이회전의자에 앉으며 종다리에 힘을 주어 세사람이 앉아있는쪽으로 걸상을 돌렸다. 다른 의견이 없는지 두 장관이 묵묵히 앉아있는중에 로스토우가 한가지 문제를 상기시켰다.

《저- 각하, 판문점회담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결정적으로 인사조정을 해야 합니다.》

《옳소. 그 문제를 풀어야 하오. 내가 전번에도 말했지만 담판을 10여차 거듭하면서도 필요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건 수석대표의 능력이 걸렸다는것으로밖엔 달리 설명할수 없소. 그러니 수석대표를 빨리 바꾸어야 하오. 어떻게… 이젠 적임자들이 물면에 떠오르지 않았소?》

경쟁은 가장 우수한자를 골라내는 절대의 방법이다. 자연계의 그러한 비교법칙에 따라 죤슨은 지난주 국무성과 국방성에 교체할 판문점 담판수석대표후보를 물색해보라고 지시한바가 있었다.

이런 경우를 예견하고 온듯 국방장관 클리포드가 안경알을 번뜩이며 즉시 입을 열었다.

《우리한테 적임자가 있습니다. 판문점담판이 미조정부간담판으로 승격된 조건에선 우리는 담판대표가 미합중국의 체모에 어울리게 인물이 좀 크고 완력적이면서 담판경험도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기준에서 선발한 인물이 폴 피블랙크번해군중장입니다.》

《폴 피블랙크번이라니? 그를 담판장에 내보낸단 말이요? 》

클리포드의 말에 죤슨은 어지간히 놀랐다. 놀라지 않을수 없는것이 폴 피블랙크번은 태평양담당의 미 제7함대 사령관이였다.

《왜 놀라십니까? 담판내용이 배와 선원들에 대한 문제고 또 담판장에서 주동에 서자면 그런 해군출신의 거물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사람은 여러해전이긴 하지만 거기 판문점군사정전위원회에서 25대수석 대표로 일한 경험도 있는 그야말로 적격자입니다.》

죤슨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국방장관의 견해가 리해는 되면서도 7함대사령관이라는 점에서 동감하고싶지 않은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였다.

《판문점담판을 군사적담판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국무장관 러스크의 말이였다. 《우리가 보복을 일시 미룬 조건에서 푸에블로호사건은 이미 군사적한계를 벗어나 정치외교상의 문제로 되였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담판대표로 7함대사령관이 등장한다면, 그런 호전적인 자세를 가지고는 북조선측에 불쾌한 인상만 줄뿐이고 승무원송환문제를 해결할수 없습니다.

북조선이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 나라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아마 그들은 우리가 수석대표로 폴 피블랙크번을 내보내면 애당초 담판에 응하지부터 않을것입니다.》

클리포드는 흥분이 빠르고 성격이 과격한 축이라 그 정도의 말에 벌써 참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책상부터 탁! 치며 내쏘았다.

《그럼 국무성에서는 어떻게 해야 선원송환문제를 해결할수 있다는거요?

신사차림으로 향수내를 피우며 혀바닥이나 암만 수고시켜야 아무 소득도 없다는건 이미 증명하지 않았소? 당신네 국무성이…》

《아니지요. 그걸 증명한건 국방성에 적을 둔 스미스장성이라고 봐야 정확합니다.》

《군적은 국방성이라도 푸에블로호사건발생이래 그는 줄곧 당신네 일을 했소. 정확히 말하면…》

《그럼 국방성에는 아무 책임도 없다는거요?》

《가만, 이거 왜들 이러오?》 더 들어낼수 없어 죤슨은 화를 내며 두 장관을 흘겨보았다. 《당신들은 늘 봐야 마주앉기만 하면 싸움수닭들처럼 티각태각이거던.… 명심들 하시오. 내 주장만 제일이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담이 있소.》

두 장관의 열뜬 감정을 그렇게 눌러놓은 상태에서 죤슨은 국무성의 담판대표인사선발에 대해 문의하였다.

《우리는 미군 제2기갑사단에 근무하는 길버트 에이취. 우드워드소장을 적임자라고 보았습니다. 경력을 보면 그는 맥아더장군수하의 어느 사단에서 병졸로 조선전쟁에 참전하였고 전후에는 버지니아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다시 군복을 입고 참모대학을 거쳐 국방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경력도 있습니다. 기질적장점은 정치적분석력이 뛰여나고 림기응변을 잘하는가 하면 유능한 변호사들도 부러워할 정도의 언변술을 가진것입니다. 약점이라면 군인답지 않게 좀 지성적이고 학자풍이 두드러지는것이라고 할수 있는데 그 점은 책임감이 메꾸어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리포드가 성급하고 단순한데 비해 러스크는 역시 론리가 차분하고 빈틈이 없었다. 그렇다면 두 장성중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죤슨은 러스크가 제의한 우드워드소장쪽에 표를 던지고싶었다. 그러나 우드워드가 아직은 시험대우에 있고 그가 일을 바라는대로 잘하지 못할수도 있는것을 예견하여 결론을 서두르지 않고 3자인 로스토우의 견해를 물었다. 로스토우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한동안 깊이 생각해보고서야 입을 열었다.

《국무장관각하의 견해가 옳다고 봅니다. 판문점담판대표로 7함대사령관을 내보내면 북조선사람들이 담판을 걷어차기가 쉽습니다.》

《그렇다면 우드워드소장을 선택하기요. 폴 피블랙크번해군중장은 예비대로 삼고…》 마침내 죤슨은 그렇게 결론하였다.

클리포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딴소리는 없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른바 《다수가결》에서 패했거니와 론리가 세기로 소문난 러스크를 비롯하여 세명씩이나 되는 반론자들을 격파할 론리가 자기에게 부족하다는것을 통감했기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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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 해외 - 학생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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